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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쓰기 뒤집어 쓰기
2016년 01월 10일 03시 50분  조회:5520  추천:2  작성자: 죽림

창작 강의 및 감상평(8)

 

 

 

필자의 강의를 중간부터 듣는 사람은 필자의 강의 (1)부터 반드시 읽어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래야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시창작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시적 표현 얻는 방식 두 가지

 

초보자 시절은 시 쓰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설사 알겠다 여겨지더라도 쓰려고 하면 또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되든지 않되든지간에 상관하지 말고 바로 무조건 끼적거려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여, 바로 끼적거려도 남보다 몇 곱절 빠르게 시적 표현을 얻는 방법 두 가지만 공개할까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이 두 가지만이라도 잘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표현을 새롭고 독특하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까? 이걸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면 <묘사>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또 설명하려면 한 학기 내내 설명해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필자의 개발한 용어로 그 방법을 설명할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뒤집어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시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의 사고와 인식 방향이 주로 한쪽으로 쏠려있습니다. 그러니까 먹고 마시고 행동하고 또 사물을 보고 느끼고 감탄하고 슬퍼하는 방식이 대동소이하고, 우리의 인식구조도 주로 그 쪽으로 익숙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쪽에서 새로운 표현을 구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몇 곱절 노력과 탐구로 새로운 표현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코 효과적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이때는 거꾸로 접근해 보는 겁니다. 남들의 시선이 다 한쪽으로 쏠려있을 때 자기는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남들이 전에 자주 보지 못했던 사고와 행동이니깐 우선 시선을 끌게 되고 새롭게 느껴지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고스톱도 여태껏 쳐왔던 방식으로 쳐 잘 안 풀릴 땐 거꾸로 치면 의외로 잘 풀리는 이치와 같은 전략이지요.

 

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시인이 <나는 낭만을 매고 정동진 바다를 보러갔다>로 표현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걸 거꾸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유혹했다>, 또는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초대했다> 이렇게 되는 거죠. <나는 높은 하늘을 이고 간다>를 거꾸로 표현하면 <높은 하늘이 내 머리를 매달고 간다>. <나는 강물에서 발을 뺍니다>는 <강물이 내게서 발을 뺍니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거울이 나를 쳐다본다>가 되는 거죠. 어떻습니까? 똑같은 내용이지만 어떤 게 우리에게 더 참신하게 다가옵니까? 후자이지요. 전자가 설명이라면, 후자는 묘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묘사란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인식체계로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사할 때 유의할 점은 시 전편에 걸쳐서 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요. 전편에 걸쳐서 구사하면 이것 또한 한쪽 체계의 인식구조로 전락하고 굳어지기 때문에 군데군데 양념 치듯 구사해야 되요. 특히 첫연 첫 구절에 이걸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독자들을 아주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현 문단에서 이걸 잘 구사하는 시인이 바로 오규원 시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풀>을 쓴 김수영 시인도 이 기법을 즐겨 구사했고요.

 

두 번째 방법은 <주변 소재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깊이 탐구해 작품에 실제 많이 응용했고 현재도 아주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즉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풍경 내에 있는 주변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시가 그림처럼 아주 선명하게 되고 초점도 또렷하게 됨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풍물, 풍경시를 쓸 때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봅시다. 가령 어떤 사람이 형광등, 침대, 커튼, 그림 등이 있는 방에 갇혀 한 여자를 그리워하며 책상에 골똘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는 책상과 함께/ 한 여자를 침대처럼 그리워한다/ 그의 얼굴은 형광등처럼 창백하지만/ 마음을 커튼처럼 열어 젖히고/ 밤늦도록 간절함을 족자처럼 그녀를 향해 내걸고 있다> 이렇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방 속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그 이미지와 초점이 선명하게 되고 할 이야기도 금세 많아지게 됩니다. 대부분이 이걸 잘 모르고 방밖을 벗어나 거창한 소재와 이야기를 자꾸 끌어오려 하다보니깐 시가 초점이 흐려지고 난해해 지게 되는 거죠. 이것만 잘 해도 시가 아주 유창해 집니다.

 

실제로 이 기법 하나만으로도 신춘문예 당선한 필자의 시 한 편을 그 예로 살펴보고 이번 강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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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驛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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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동진역 풍경을 그리는데 모두 정동진역 근처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소재들은 실제로 정동진역에 다 있던 것들입니다. 억새꽃, 벤치, 모래사장, 라면집, 소주집, 소나무 등등... 그래서 열차가 들어오는 역이니까 겨울이 오는 것도 <겨울이....도착...>으로 생각했고, 역도 <...억세꽃 같은 간이역>으로 표현했고, 라면집도 삼양라면을 끓이는 라면집이 아니라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이고, 소주집도 <파도를 의자에 않혀 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필자가 실제로 라면집을 묘사해야 하겠는데 구불구불한 주변 소재를 찾으니까 산 능선, 도로, 해안선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주변 소재에 어울리는 게 바로 해안선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차용한 겁니다. 또한 마주보고 술잔을 나누는 소주집도 묘사해야겠는데 쓸만한 주변 소재들을 밖을 내다보며 살펴봤더니 배, 수평선, 갈매기, 파도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 소재들이 다 어울리지만 이중에서 파도가 가장 운치 있는 소재로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이렇게 주변 소재로 둘러댔더니 읽는 사람마다 다 반하더군요. 만약 이걸 <친구를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라고 표현했다고 해 봅시다. 얼마나 평범하고 싱겁겠어요?

 

위시는 시의 템포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삽입한 마지막 구절을 제외하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동진역을 벗어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동진역 주변 소재로만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래도 신춘문예에까지 당선되고 성공한 시로 여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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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이 님의 <지독한 양파>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영이 님의 시를 읽으니 양파를 가지고 나름대로 상상을 펼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게 느껴지는군요. 아주 장래가 기대되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이렇게 몸부림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기도 모르게 시 창작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아주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이렇게 되는 상상이든 안 되는 상상이든 천방지축 날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되고 이런 몸부림치는 과정이 치열할수록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많게 됩니다.

 

이영이 님은 쌩상의 음악을 틀어놓고 양파를 벗기며 단순히 느낀 소감을 적었군요. 그래서 이 시는 내용이 쌩상의 음악이 흐르고 있고, 양파 껍질을 벗기다 보니 매워 눈물나는 모습 두 가지 밖에 없군요.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앞의 내용과 조응하지 못하는 동떨어진 시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 시는 내용적으로 아직 여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초보자가 이렇게 몸부림치는 모습은 크게 인정해 줄만 하고 아주 좋은 징조로 여겨집니다.

 

우선 이영이 님은 이 시를 그대로 놔두고 이렇게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소재를 양파에 한정하고 <양파를 벗기니 쌩상의 음악이 흐른다> 이렇게 첫줄을 써 놓고 <그 음악은 자주에 담겨 있고......아침에 우리에게 시원한 국물을 선하고.....등등 > 쌩상의 음악을 양파의 속성과 우리에게 이용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빗대어 표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도 물론 상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에 가서 <양파를 벗기면 쌩상의 음악이 날 눈물나게 한다>로 서두의 구절에 의미를 첨해 한 번 더 리플레이 하면서 시를 마무리 지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그때 필자가 앞에서 설명한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요령'을 참고해 제목을 한번 붙여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필자의 창작 강의 및 감상평 (5)에 예로 든 윤문자의 <수박>을 <양파>로 바꾼 다음 수박의 속성에 해당하는 내용을 전부 양파로 바꾸어 시를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금세 훌륭한 시로 탄생함을 절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이렇게 앞서간 사람들의 시 창작 방법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시 창작법을 습득하게 되는 겁니다.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써서 다음에 다시 한번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시창작법을 이 게시판 독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하니깐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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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수 님의 <할머니의 새벽>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눈아수 님도 나름대로 몸부림 쳤습니다만 문제가 많군요. 우선 시 내용의 시점이 첫 연에서는 아침이었다가 두 번째 연부터 갑자기 저녁으로 변했어요. 작품에서 이러면 안 되지요. 시점이 갑자기 바뀌고 장소가 바뀌면 독자들이 못 따라와요. 그러면 시가 갑자기 산만해지고 난해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작자 혼자 내킨 대로 쓴 형국이 되는 겁니다. 시간이 바뀌고 장소가 갑자기 바뀌면 독자들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해요. 이것까지 고려하면서 시를 쓴다니... 시 쓰기가 갑자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한 장소와 한 시점으로 통일해 시를 써야 하는 겁니다. 독자들이 따라올 정도로 배려를 해 시를 쓸려면 테크닉이 충분히 붙은 다음에라야 가능해요.

 

하여, 눈아수 님의 시는 시점이 첫 연과 맞지 않고 내용도 참신한 내용이 아닌 진부한 서사이오니 더 참신한 내용으로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에 구애받지 말고 필자의 창작 강의 (1)부터 꼼꼼히 읽은 다음 상상하기 쉬운 소재를 하나를 갖다놓고 시를 한번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는 시 한편을 얻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를 체득하는 게 눈아수 님에게 더 중요합니다. 더불어 연을 전개할 땐 앞 연의 핵심어, 또는 핵심 의미를 가지고 뒷 연을 전개해야 시의 논리성과 전달력을 갖게 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이 시 첫연을 <할머니가 꼼지락거리면/ 서서히 열리는 꿈이 있다>로 고쳐 쓴 다음 '열리는 꿈' 이야기로 두 번째 연부터 상상을 한번 펼쳐 시를 완성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 창작이란 체험과 경험을 직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재를 통해 체험과 경험, 가공 이야기를 새롭게 꾸며내고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창작인 것입니다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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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전화 / 마종기

 

 

   

 

 

 

 

   

 

 

 

 

 

<전화 원문>

 

 

 

  전화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 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마종기 시집 '변경의 꽃' 중에서

 

 

< 마종기 시인 약력 >

 

출생 : 1939년 일본 동경

         아버지 마해송은 아동문학가이며, 어머니 박외선은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서양무용가.

 

학력 : 서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의대

         서울대학교 대학원(의학과) 졸업

        

등단 : 1959년 《현대문학》에서 '해부학 교실', '나도 꽃으로 서서' 등으로 박두진의 추천(3회)으로 등단.

 

경력 : 1966년 결혼 후, 서울대 대학원박사과정 이수중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방사선과 수련의 생활.

         오하이오 의대소아과와 방사선과 조교수겸 동위원소실 실장.

         오하이오 의대소아과 임상 정교수와 오하이오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 역임.

         2002년 의사 및 교수직에서 완전히 은퇴.

 

시집 : 1960년 첫시집 《조용한 개선》 출간. - 연세문학상 수상.

         1965년 시집 《두 번째 겨울》출간.

         1968년 김영태, 황동규와 함께 평균률 동인시집 《평균률 1》 출간.

         1972년 평균률 동인시집 《평균율 2》 출간.

         1976년 시집 《변경의 꽃》 출간. -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80년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출간.

         1982년 시선집 《그리고 평화한 시대가》 출간.

         1989년 시집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출간. - 미주문학상 수상.

         1991년 시집 《그 나라 하늘빛》 출간.

         1992년 박남수, 고은과 함께 3인 시선집 《새소리》 출간. 

         1997년 시집 《이슬의 눈》 출간. - 편운문학상, 아산문학상 수상.

         1999년 《마종기 시 전집(문학과지성사)》, 《마종기 깊이 읽기》  출간. - 환갑 기념집.             

         2002년 시집 《새들의 꿈에는 나무 냄새가 난다》 출간.

         2003년 첫 산문집《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출간.

                  《새들의 꿈에는 나무 냄새가 난다》 출간. - 동서문학상 수상.

         2004년 시선집《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출간.

        

수상 : 1976년 한국문학작가상

         1989년 미주문학상

         1997년 제7회 편운문학상, 제9회 이산문학상

         2003년 제16회 동서문학상

         2008년 제54회 현대문학상

         2011년 제6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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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바람의 말 / 마종기

 

 

     

 

 

 

 

 

< 바람의 말 원문 >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미종기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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