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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이 지상에 남긴 마지막 절규...
2016년 02월 16일 20시 39분  조회:4312  추천:0  작성자: 죽림
칼럼
 
“언브로큰” 그리고 윤동주
 
김혁

 
 
1
 
화제의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이 드디어 중국에서 상영되였다. 중국에서는 영화에 앞서 지난 1911년경에 원작소설이 이미 출간되였고 영화의 개봉에 맞추어 소설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출간되였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 대신 연출한 영화는 상영전부터 일본 극우들의 온갖 음해와 날조 왜곡으로 일관에 년초 화제가 되었다. “언브로큰”의 개봉 소식에 일본 극우단체들이 보이콧에 나서는가 하면, 평소 좋아했던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일본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등 그 행태가 도를 넘어 상식을 벗어난 행동과 말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영화에 출연한 재일 교포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있다고 한다.
일본 우익들이 이 영화에 발끈한 원인은 무엇일가?
“언브로큰”은2010년 발간된 후 180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미국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실존 인물인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다.
루이 잠페리니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참가한 미국의 육상선수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작전을 수행하던중 전투기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해 47일 동안 표류하다 적국 일본의 함선에 의해 구조된다. 영화는 루이 잠페리니가 일본 포로 수용소에 끌려가 850일 동안 일본군에 의해 겪게되는 무자비한 역경의 과정이 담겼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소재로 했기에 영화가 상영전부터 일본우익의 심기를 건드렸던것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영화적 제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본군들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수많은 만행을 대부분 다루지 않아 원작에 비해 훨씬 관대했다.
원작에 일본군의 중국 난징대학살 문제나, 십여번 나오던 위안부 얘기도 생략됐다. 일본군이 잠페리니를 비롯한 미군 포로들의 정맥에 희뿌연 코코넛주스를 놓으며 생체 실험을 한 얘기도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원작에는 전범 용의자였지만 수년 뒤에는 일본 총리가 됐던 기시 노부스케와 관련된 일화도 들어있다. 기시 노부스케는 현 아베 일본 총리의 외조부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뜬금없는 비약일지 몰라도 바로 윤동주였다.
 
2
 
일전에도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미군 포로를 상대로 비인도적 생체실험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미국 측 문서가 발견됐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소장한 “전 일본해군 군의관(중위) 나카무라 시게요시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문서에 이같은 내용이 기록된 사실을 확인되였다.
나카무라는 당시 심문에서 자신이 1944년 1월 말~2월 초 태평양 서부 트루크 41경비대 의무실에서 생체실험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포로들의 팔 정맥에는 연쇄구균 계열의 생박테리아가 주사됐으며, 일본군은 포로들이 주사를 맞고서 호흡곤란 등으로 상태가 악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2~3일 후 이들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시신을 해부해 장기 상태 등을 분석했다.
또 압박지혈대를 착용시켜 동맥과 정맥의 혈류를 차단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실험이 이뤄졌다. 이들은 팔과 팔꿈치, 허벅지, 무릎 등을 지혈대로 압박당하고서 실험 직후 극도의 고통을 호소하다 경련과 쇼크를 일으키고 10여분 만에 사망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의식을 잃자 물로 소생시키고, 다음날 이들을 상대로 폭파 충격 실험을 하고서 살해했다.
"이 문서는 태평양전쟁기 일제가 731부대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도 비인도적 생체실험을 했음을 확인해준다”
2차세계대전 당시 영화에서 나오는 루이 젬페리와 비슷한 경력의 사건이 또 하나 있다.
1945년 5월에미군 B29 폭격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11명이 추락, 일본군에 체포되었고 이들 중 여섯명은 산 채로 해부된뒤 소각되었다.
규슈제대 의학부는 이들을 상대로 산 사람의 혈액을 뽑아낸 뒤 바다물을 주입하는 생체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정부기록보존소(NARA)에서 요코하마 전범 재판 기록에는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제대에서 실시한 미군 대상 생체실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3
 
바로 같은 해인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형무소의 한 독방 감옥에서 외마디 비명이 내질러진다. 간수가 바짝 청각을 돋우고 달려갔다. 이는 윤동주라는 한 문학청년이 이 지상에 남긴 마지막 절규었다. 민족해방의 날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향년 29년의 한 나 젊은 민족시인이 감방에서 의문사를 당한것이다.
1943년 7월 여름방학을 앞두고 윤동주와 송몽규는 교또경찰서에 검거되여 수감되였다. 사상범으로 피체된 그들의 죄명은 일본 형사의 취조서에는 “독립운동”이라고 기록되여 있었다. 윤동주는 2 년, 송몽규는 2 년 6 개월의 언도를 받고 후코오카(福岡)형무소에 수용되였다.
1945년 고향집으로 매달 초순에 배달되던 엽서가 이해 2월 중순가지 도착되지 않고 대신 "2월 16일 동주사망. 시체를 가져가라."라는 전보가 날아왔다.
 
윤동주의 시신을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아버지 윤영석은 일본으로 건너가 사촌인 윤영춘과 함께 후쿠오카 형무소로 갔다. 두 사람은 먼저 살아 있는 송몽규를 면회했다.
알이 반쯤 깨진 안경을 간신히 걸치고 있는 송몽규를 두 사람은 쉽게 알아 보지 못했다. 피골이 상접한 그가 먼저 무슨 말인가 건네 오는데 그게 마치 저 세상에 들려오는 말소리 같았다.
“저놈들이 주사를 놓아서 이 모양이 됐고, 동주도 이 주사를 맞고….”
간수의 눈을 피해 몰래 우리말로 간신히 주고 받은 한마디였다.


 
후쿠오카 형무소는 규슈대학 의학부의 생체실험과 관련이 있는 곳으로 이곳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영석이 후코오카 감옥에 갔을 때에도 푸른 죄수복을 입은 조선인 청년 50여명이 강제 주사를 맞기 위해 줄 서 있는것이 목격되었다.
가족이 윤동주의 유해를 찾아간지 한달도 되지 않은 3월7일 송몽규 역시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일제가 저지른 대표적 만행인 세균전과 생체실험에 대한 의혹은 중국에서도 강력히 제기되였고 그 진상이 세상에 공개된지 오래다.
“언브로큰”에서 코코넛을 미군포로에게 주입했듯이 윤동주와 송몽규가 맞았다는 주사에 강력한 의문의 초점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일본인 문학평론가 고노 에이지 는 “그 의문의 주사”는 당시 규슈제국대학에서 실험하고 있던 “혈장 대용 생리식염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당시 힘겹게 전쟁을 치르고 있던 일제는 부족한 수혈용 혈액을 대신할 물질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리식염수 대신 바다물을 주입한 규슈제대의 실험을 감안하면 윤동주가 맞았다는 주사 역시 “바다물”일 가능성이 크다. 약리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인체에 바다물을 주입할 경우, “바다물에 포함된 동물성 플랑크톤 등으로 인한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뇌까지 혈액이 전달되면 혈액이 뇌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 때의 증상이 뇌일혈과 같다.”고 한다.
같은 시기 후쿠오카 감옥에서 수감자들이 주사를 맞은뒤 받았다는 “암산 테스트”는 현대의학에서도 임상실험의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암산은 “신경기능을 통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판단 도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시행정실록을 보면 후쿠오카형무소에서는 1943년 64명, 1944년 131명, 그리고 1945년에는 259 명이 옥사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재소자들을 상대로 대규모의 생체실험을 했으리라는 심증을 안겨준다. 윤동주의 사인에 대하여 일제의 생체실험의 제물이라는것이 주되는 주장이다.
 
올해는 일본의 패전 70주년, 민족의 해방 70주년이다. 또한 윤동주의 옥사 70주기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한편의 영화를 계기로 중.한·일 과거사전쟁은 이제 미·일 역사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의 젊은 나이에 순절한 우리의 시인을 다시금 환기해 본다.
이 처럼 일본으로서는 감추고 싶은 치부와도 같은 전쟁의 역사가 우리 시인의 애닲은 삶에도 깃들어 있다.
 
- “청우재”에서
2015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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