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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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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모음
2016년 12월 12일 01시 25분  조회:2854  추천:0  작성자: 죽림
<농부에 관한 시 모음> 

+ 푸른 스커트의 지퍼 

농부는 
대지의 성감대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안다. 
욕망에 들뜬 열을 가누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기조차 힘든 어느 봄날, 
농부는 과감하게 대지를 쓰러뜨리고 
쟁기로 
그녀의 푸른 스커트의 지퍼를 연다. 
아, 눈부시게 드러나는 
분홍빛 속살, 
삽과 괭이의 그 음탕한 애무, 그리고 
벌린 땅속으로 흘리는 몇 알의 씨앗. 
대지는 잠시 전율한다. 
맨몸으로 누워 있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땀을 닦는 농부의 그 황홀한 노동, 
그는 이미 
대지가 언제 출산의 기쁨을 가질까를 안다. 
그의 튼실한 남근이 또 
언제 일어설지를 안다. 
(오세영·시인, 1942-)


+ 농부 
    
시인과 농부는 
원래 한 핏줄에서 났을지도 모른다. 
나의 펜은 나의 쟁기, 
쟁기가 부드러운 흙을 일궈 밭을 갈듯 
나는 원고지를 갈아 씨를 뿌린다. 
간다는 것은 
뒤집어엎는다는 것, 
혁명이 
굳은 이념을 개고 새것을 창조해 내듯 
뒤집힌 흙에서만 씨앗은 새싹을 
움틔운다. 
그러나 나의 땅은 박질이다. 
한 줄의 시에서도 
돋아나는 새싹은 없다. 
더 깊이 정신의 이랑을 파헤칠 
내게 
농부의 고운 노동을 다오. 
이 잔인한 봄을 나는 
놓치기 싫다
(오세영·시인, 1942-)


+ 농부와 시인 

아버님은 
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집을 지으시고 
그 집에 살며 
곡식을 가꾸셨다 
나는 
무엇으로 시를 쓰는가 
나도 아버지처럼 
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시를 쓰고 
그 시 속에서 살고 싶다
(김용택·시인, 1948-)


+ 시인과 농부   

밥과 입 사이가
가장 아득한 거리

밥과 입 사이에
우주가 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문명도
밥과 입 사이를
좁히지 못했다

우주의 원(圓)
몸의 원이
밥과 입 사이에서
끊겨 있다
항문과 땅 또한
이어져 있지 않다
밥과 똥
똥과 밥 사이가
두절되어 있다
(이문재·시인, 1959-)


+ 농부 

논밭에 심어 놓은 
곡식들도 
정성 들여 가꾼 
살붙이이고, 

소도 염소도 돼지도 
모두가 
자식처럼 사랑스런 
한 식구인지라, 

보살필 식구 많은 
농부 아저씨는 
잠시도 편히 앉아 
쉴 새가 없다. 

논밭으로 갔다가 
산으로 갔다가 
만날 바빠서 
총총걸음. 

비가 오는 날에도 
우장 쓰고 나가서 
피도 뽑고 
물꼬도 다스려야 하고, 

일하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기다리는 집짐승들을 위해 
꼴도 한 짐 베어 
지고 가야 한다. 

조상의 피땀어린 
귀한 땅 
고이 지키며 
기름지게 가꾸느라, 

사시사철 
흙 묻은 손발에 
땀 마를 날 없는 
농부 아저씨는…. 
(김녹촌·아동문학가, 1927-)


+ 농부의 길 

흙이 좋아  
흙밭에 누웠다
밟히고 또 밟히다 보니
심장 사이로 새 길이 났다

큰 발바닥 지나가니
작은 발자국 따라오고
연수 지난 포터가 넘은 몸뚱아리
츄레라 깔아뭉개고 가 버렸다

처음은 작은 진동에도 
민감한 반응 보였다마는
맞을수록 맷집 생기고
밟힐수록 내성과 요령도 생겨
이젠 목타는 고통도 
악으로 견디며
깡으로 이겨내는 굳은 살 박혔다

내 몸이 
흙이 좋아 누워버린 흙밭 위 
흙길이 뚫렸다.
(백영호·시인, 1955-)


+ 한숨

시골동네에서 
논밭으로 가는 길은 움푹움푹 
패인 곳이 참 많다 

뼈마디 
으스러지게 농사지어봤자 
땀 값도 안 나온다고 

농부들이 하도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다녀서 
길이 움푹움푹 패였다
(신천희·승려 시인) 


+ 이루어지려니   

황량한 들녘에
씨앗 뿌린
농부의 꿈

긴 여름
땡볕에 가꾸어
노을에 태운
마지막 가을날

소망한
그 열매

함께 거두었으면......
(정정길·시인)


+ 한 농부의 추억

그는 살아서 세상에 알려진 적도 없다 
대의원도 군수도, 한 골을 쩌렁쩌렁 울리는 지주도 아니었고 
후세에 경종을 울릴만한 계율도 학설도 남기지 못하였다 

그는 다만 오십 평생을 흙과 더불어 살았고 
유월의 햇살과 고추밭과 물감자꽃을 사랑했고 
토담과 수양버들 그늘과 아주까리 잎새를 미끄러지는 
작은 바람을 좋아했다 
유동꽃 이우는 저녁에는 서쪽 산기슭에 우는 
비둘기 울음을 좋아했고 
타는 들녘끝 가뭄 속에서는 소나기를 날로 맞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쇠똥과 아침 이슬과 돌자갈을 은화처럼 매만졌고 
쟁기와 가래와 쇠스랑을 자식처럼 사랑했다 
더러는 제삿날 제상에 어리는 불빛을 좋아했고 
농주 한 잔에도 생애의 시름을 잊곤 했다 
수많은 영웅과 재사와 명언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이 농부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가 쓰던 낫과 그가 키우던 키 큰 밤나무와 
밤꽃이 필 때 그가 완강한 삶의 일손을 놓고 
소슬한 뒤란으로 돌아간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기철·시인,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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