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인은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켜야...
2017년 07월 24일 06시 14분  조회:1867  추천:0  작성자: 죽림


    이 밤 죽은 자를 태운 배가 내 집 앞에 도착했다
   새벽이 오기 전 그 배에 불을 질러 
   더 먼 바다에 떠나보내야 한다
   그 배가 삐걱이며 내 잠 속으로 가라앉아버리기 전에
   죽은 자들과 한 모든 계약을 끝마쳐야 한다



   식인 상어와 암초들을 피해 어렵게 흘러든 해안
   간신히 잠에서 빠져나온 내가 눈을 비비고 일어서면
   희미하게 밝아오는 창문 저편
   죽은 자를 태운 배는 서서히 떠나고 있다



   -남진우「검은 돛배」부분



  죽은 자를 태운 배가 집 앞에 당도했다고 믿는 그의 죽음에 대한 의식은 세계를 인식하는 그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를 지배하고 있는 죽음에 대해 사로잡힌 망령은 지극히 병적이다. 그에게 공간은 죽음을 인식하는 기제에 불과할 뿐 그가 죽음을 인식하는 공간이 도시이거나 그의 집 혹은 그의 내부이거나 하는 것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시간 역시 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시적 환경에 불과할 뿐 시간이 주는 의미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의 집요한 죽음에 대한 천착은 그러나 우리들 의식 저 편 깊숙히 허무로 자리잡고 있는 세계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 외에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무의식 속에서 역동적으로 파동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침묵적이다. 

  남진우가 우리들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세계를 비정하게 파헤치며 음울의 벽화를 통일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면 유추의 언어로 건조한 서정을 펼치고 있는 송찬호는 비약과 절제 같은 지적 조작을 통해 시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시는 감정을 최대한 감춘 채 대상을 장면화시킨다. 이로 말미암아 그의 시는 시적 해석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한편 이러한 난해성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조합을 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맥락화시키고 보다 심원하게 의미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고소하고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러가는 달빛처럼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송찬호,「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전문



  송찬호의 서정은 고정되어 있는 사물의 관념을 일탈시키며 시적 주제까지 관습적 의미로부터 탈골시키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의 시는 언어가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텍스트 내 숨기거나 허구화된 관념을 코드화시킨다. 이로 인해 그의 시는 현실이 현실로서 읽히지 않은 채 우리에게 새롭게 부가되는 낯선 힙들을 강화한다.「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도 마찬가지다. 이 시 역시 우리의 보편적 인식을 거세시키며 관념들이 빚어내는 추체험 인식을 요구한다. 그의 시는 명료성을 유예하는 대신 의미를 다중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언어가 빚어 내는 미적 세계로 관습적 시 문법에 감금되어 있는 담화 방식을 깨뜨린다. 송찬호가 언어적 상상력으로 낯선 힘들을 강화는데 비해, 박형준은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의 불화를 드러내며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키고자 한다. 



   자전거를 타고 방죽에 왔다.
   들끓는 잎의 물결이 바퀴살에 갈라져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섬을 지고 있는 거북처럼 논 사이에서 
   파닥거리는 수금 방죽에 자전거를 타고 왔다.



   침례교도들이 차가운 물을 헤치며
   소름이 돋는 몸을 움직여 세례를 받는다.


   (····················)
   아침 방죽을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거닌다.
   산책만이 살아 있는 유일한 형식,
   누군가 모과나무 사이에서 바라본다면 좋으리라



   -박형준,「수금 방죽」부분



  박형준 시의 균형은 자아와 시적 대상과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상호 교환적 태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자아와 대상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습합되고 있는 그의 시는 흥분이나 과장 대신 치밀한 질서를 계량하고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놓는다. 이완과 긴장을 번갈아 가며 시의 전면에 펼쳐는 그의 서정은 시적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불순과 모멸을 정화시킨다. 그의 세계관은 우울하면서도 힘이 있다. 자아의 비극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음울하게 드러나는 그의 시는 우리의 감성적인 에너지를 자극하며 자아의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는 정서를 스팩타클하게 보여준다.

  남진우, 송찬호, 박형준의 시는 자아 내부에서 일고 있는 감정을 감춘 채 현실에서 유추된 세계를 언어 미학적으로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의 시는 현실의 세계가 거의 거세된 채 상상력과 추체험적 인식들로 채워지는 은유 구조를 갖는다. 비록 생경스럽지만 우리 시의 관습에서 벗어나 현대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는 우리 시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히며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할 것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50 시는 식물과 동물이 말을 걸어 올때 써라... 2017-08-18 0 2254
649 동시로 엮는 어린 시절 색깔들... 2017-08-18 0 2253
648 시는 바람을 그리는 작업이다... 2017-08-17 0 2196
647 쓰는 행위와 읽는 행위는 시간의 증언이며 자아의 확인이다... 2017-08-17 0 1779
646 "풍랑,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2017-08-17 0 2068
645 나이테야, 나와 놀자... 2017-08-17 0 1937
644 좋은 시는 개성적인 비유와 상징성에서 환기된다... 2017-08-17 0 2017
643 제재를 잘 잡으면 좋은 시를 쓸수 있다... 2017-08-17 0 1927
642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기 위하여... 2017-08-17 0 2367
641 "한마디 시어때문에 몇달간 고민 고민해야"... 2017-08-17 0 2018
640 시인은 올바른 시어의 선택에 신경써야... 2017-08-17 0 1805
639 "아름다운 시를 두고 차마 죽을수도 없다"... 2017-08-17 0 1826
638 문학하는 일은 "헛것"에 대한 투자, 태양에 기대를 꽂는 일... 2017-08-17 0 1982
637 문학의 힘은 해답에 있지 않고 치렬한 질문에 있다... 2017-08-17 0 1995
636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이다... 2017-08-17 0 2135
635 좋은 음악은 시를 쓰는데 령혼의 교감적 밑바탕이 된다... 2017-08-17 0 1816
634 사람들 놀라게 시를 써라... 2017-08-17 0 1880
633 보여주는 시와 말하는 시... 2017-08-17 0 1889
632 소통 불능의 시는 난해한 시가 될수밖에... 2017-08-17 0 1766
631 산이 태양을 삼키다... 2017-08-17 0 1954
630 남자를 돌려주고... 녀자를 돌려다오... 2017-08-17 0 1908
629 문학은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2017-08-17 0 2049
628 시와 산문은 다르다... 2017-08-17 0 2296
627 글쓰는 재주는 비정상과 불당연에서 나온다... 2017-08-17 0 1957
626 하이퍼시 창작론 / 최룡관 2017-08-17 0 1973
625 "죽은 개는 짖어댄다"/ 박문희 2017-08-17 0 1792
624 안개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54
623 시를 찾아가는 아홉갈래 길이 없다...? 있다...! 2017-07-27 0 1948
622 할미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38
621 련금된 말과 상상과 이미지화된 말과 만나 만드는 시세계... 2017-07-27 0 1929
62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새야, 나와 놀쟈... 2017-07-25 0 2165
619 5 + 7 + 5 = 17자 = 3행 2017-07-24 0 2179
618 나팔꽃아, 어서 빨리 띠띠따따 나팔 불며 나와 놀쟈... 2017-07-24 0 2161
617 "이 진흙별에서 별빛까지는 얼마만큼 멀까"... 2017-07-24 0 2129
616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017-07-24 0 2403
615 시인은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켜야... 2017-07-24 0 1867
614 나무야, 네 나이테 좀 알려주렴... 2017-07-24 0 2295
613 시는 쉽고 평이한 언어로 독자의 감흥을 불러 일으켜야... 2017-07-24 0 2155
612 여름아,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아이스크림 사 먹는가... 2017-07-24 0 2454
611 모든 비유는 다 시가 될수는 있다?... 없다!... 2017-07-24 0 1865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