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모든 비유는 다 시가 될수는 있다?... 없다!...
2017년 07월 24일 05시 55분  조회:1814  추천:0  작성자: 죽림
모든 비유가 다 시가 될 수는 없다/ 김춘수 

비유에는 크게 나누어 직유와 암유가 있다. 직유를 명유라고도 하고, 암유를 음유라고도 한다. 직유는 처럼, 마냥, 와(과), 같이(은), 보다, 망정 등의 보조형용이 중간에끼어 뭣을 뭣에 비교하여 말하고 있는가를 환히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유에는 또한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를 단일 직유라고 한다. 단일 직유는 단어와 단어가 서로 비교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수주 변영로의 [논개]라고 하는 시의 한 부분인데, <물결>이라는 단어를 <보다도>라는 보조형용을 매개로 해서 <강낭콩꽃>이라고 하는 단어에 비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읽어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단순히 <물결>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강낭콩꽃>을 들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시적 비유라고 할 수가 없다. 산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따. 

미당 서정주의 [문둥이]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울음>을 <꽃>에 비유하고 있는 이 단일 직유는 시적 비유가 되고 있다.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아주 열정적인 격렬한 울음인데, 그러한 상태를 <꽃처럼 붉은>이라고 비유함으로써 그 상대가 한층 생생하게 호소되어 온다. 이런 경우 주의할 것은 비유의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시 전체의 분위기를 통해서 비유를 봐야 한다. [문둥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는 시 전체의 분위기로 봐서 비유가 시적으로 살아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같은 단일 직유라도 시인에 따라 시적이 되고, 시적이 덜 되고 한다. 언어는 그러니까 순전히 그것을 다루는 시인의 손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단어가 문(文)과 비교된다든가, 어떤 문이 다른 어떤 문과 비교되는 경우 중간에 보조형용이 끼면 확충 직유가 된다. 

옥안(玉顔)을 상대하니 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요, 

[춘향전]에 나오는 이 대목은 <옥안>을 <운간지명월>에 비유하고 있는 확충 직유다. 여기서도 <옥안>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수식의 역할밖에는 더 못 하고 있는 것이 <운간지명월>임을 알 수 있다. 

어름 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 나와 어러주글만뎡 
정둔 오낤밤 더듸 새오시라 새오시라. 

고려속요인 [만전춘]의 이 대목은 <만뎡>을 매개로 문과 문이 비교되고 있는 확충 직유다. 그 애타는 심정이 시적으로 잘 살아 있다. 
시적 비유로 성공하고 있다. 
비유가 시에서 많이 쓰인다는 것은, 시는 미묘한 세계를 미묘한 그대로 절실히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유를 통해서 암시적으로, 또는 함축적으로 전달하지 않고는 별로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상 언어의 의미 그대로를 가지고는 안 된다. 언어가 이중 삼중의 의미를 가지고 미묘 복잡한 빛깔을 드러내 주어야만 한다. 비유는 이렇게 해서 시가 된다. 

미당의 시 [문둥이]의 경우, <울음>을 <꽃>에 비유하고 있다. 울음은 곧 슬픔을 연상케 되고, 슬픔은 꽃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꽃은 화려하고 기쁨이 넘치는 표상이다. 그런데도 문둥이가 <애기하나 먹고>참회하며 몸부림치는 그 울음은 아주 뜨겁고 아름답게 비친다(처절할 정도로 생에 대한 뜨거운 긍정을 느낀다). 이렇게 느껴질 때 <꽃>과 <울음>은 밀접한 연대성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사물 서로 사이의)관계지어 줌이 신선하게, 또는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만전춘]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사랑은 뜨거운 것이다. 뜨거움의 극은 불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랑의 뜨거움을 얼음에 비유하고 있다. 얼음 위에 댓닢으로 자리를 보아 사랑하는 남녀가 눕는다. 얼어죽을 것이 필연인데도 이 시의 숨은 의도는, 두 사람의 사랑의 뜨거움이 얼음까지 녹인다는 열정을 역으로 보여 주려고 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독자)에게는 별안간 얼음이 불보다 더 뜨겁게 느껴진다. 가장 싸늘한 것으로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매우 신선하고 놀랍다. 단순한 의미 강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상태의 창조라고 해야 하리라. 
암유는 직유와는 달라 보조형용이 전연 끼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층 상징성이 짙어진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50 시는 식물과 동물이 말을 걸어 올때 써라... 2017-08-18 0 2237
649 동시로 엮는 어린 시절 색깔들... 2017-08-18 0 2248
648 시는 바람을 그리는 작업이다... 2017-08-17 0 2148
647 쓰는 행위와 읽는 행위는 시간의 증언이며 자아의 확인이다... 2017-08-17 0 1751
646 "풍랑,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2017-08-17 0 2027
645 나이테야, 나와 놀자... 2017-08-17 0 1925
644 좋은 시는 개성적인 비유와 상징성에서 환기된다... 2017-08-17 0 2014
643 제재를 잘 잡으면 좋은 시를 쓸수 있다... 2017-08-17 0 1908
642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기 위하여... 2017-08-17 0 2358
641 "한마디 시어때문에 몇달간 고민 고민해야"... 2017-08-17 0 1990
640 시인은 올바른 시어의 선택에 신경써야... 2017-08-17 0 1779
639 "아름다운 시를 두고 차마 죽을수도 없다"... 2017-08-17 0 1807
638 문학하는 일은 "헛것"에 대한 투자, 태양에 기대를 꽂는 일... 2017-08-17 0 1944
637 문학의 힘은 해답에 있지 않고 치렬한 질문에 있다... 2017-08-17 0 1955
636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이다... 2017-08-17 0 2097
635 좋은 음악은 시를 쓰는데 령혼의 교감적 밑바탕이 된다... 2017-08-17 0 1781
634 사람들 놀라게 시를 써라... 2017-08-17 0 1850
633 보여주는 시와 말하는 시... 2017-08-17 0 1881
632 소통 불능의 시는 난해한 시가 될수밖에... 2017-08-17 0 1747
631 산이 태양을 삼키다... 2017-08-17 0 1952
630 남자를 돌려주고... 녀자를 돌려다오... 2017-08-17 0 1871
629 문학은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2017-08-17 0 2024
628 시와 산문은 다르다... 2017-08-17 0 2251
627 글쓰는 재주는 비정상과 불당연에서 나온다... 2017-08-17 0 1942
626 하이퍼시 창작론 / 최룡관 2017-08-17 0 1932
625 "죽은 개는 짖어댄다"/ 박문희 2017-08-17 0 1790
624 안개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19
623 시를 찾아가는 아홉갈래 길이 없다...? 있다...! 2017-07-27 0 1916
622 할미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31
621 련금된 말과 상상과 이미지화된 말과 만나 만드는 시세계... 2017-07-27 0 1927
62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새야, 나와 놀쟈... 2017-07-25 0 2159
619 5 + 7 + 5 = 17자 = 3행 2017-07-24 0 2157
618 나팔꽃아, 어서 빨리 띠띠따따 나팔 불며 나와 놀쟈... 2017-07-24 0 2134
617 "이 진흙별에서 별빛까지는 얼마만큼 멀까"... 2017-07-24 0 2102
616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017-07-24 0 2368
615 시인은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켜야... 2017-07-24 0 1848
614 나무야, 네 나이테 좀 알려주렴... 2017-07-24 0 2284
613 시는 쉽고 평이한 언어로 독자의 감흥을 불러 일으켜야... 2017-07-24 0 2112
612 여름아,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아이스크림 사 먹는가... 2017-07-24 0 2415
611 모든 비유는 다 시가 될수는 있다?... 없다!... 2017-07-24 0 1814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