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없는 미호천을 생각해 보셨나요? 미호종개는 하천의 이름인 미호천의 이름을 붙인 유일한 어류 종으로 금강유역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이다. 점줄종개 참종개들과 함께 기름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이 녀석은 전북대 김익수교수와 서원대 손영목 교수에 의해 1984년 신종으로 기록되며 미호종개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89년, 1990년 자료에 의하면 백곡천, 초평천, 보광천, 무심천, 병천천 및 미호천 본류 전역과 금강 본류(부여)에서 출현했다. 현재 백곡천 상류 일부와 갑천, 청양천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공주 유구천은 증식사업을 통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지로 지정했다. 미호천 본류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류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진 이유는 하천의 오염이 심화되고 수중보설치 및 하천 정비로 인해 잔모래가 없어진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규명된다. 이에 청주·충북환경연합 및 뜻있는 민간단체는 미호종개 복원을 위한 청원 운동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호종개를 미호천에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하천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반증이다. 미호종개는 하천의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최적 환경은 수심 20~60㎝, 유속은 0.2~0.4m/sec, 모래(직경0.1~2㎜)는 1m이상 두꺼운 층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직경 1㎜가 60%를 차지해야 한다. 유폭은 다소 넓게 30~100m를 유지하고 있어야한다. 그만큼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하천 생태의 지표종으로 매우 중요하다. 둘째,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진다는 의미이다. 미호천변에 살던 사람들의 애기에 의하면 뱀장어, 재첩, 눈불게, 쏘가리 등 솥만 들고 나가면 때 꺼리는 문제없이 물고기가 풍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탁류에서만 서식하는 잉어, 베스 등이 우점종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사람마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오염돼 있다. 셋째, 청정하천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미호천유역의 음성, 진천, 미호평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 할 수 있다. 넷째, 관광객이 증가 할 것이다. 미호천는 유량과 하폭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 5대 강으로 국가하천 평균하폭이 500m를 넘는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모래하천으로 하천을 걷고 강수욕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몇 년 전 옛 청원군에서 수질오염 총량제에 묶여 산업유치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수 환경을 개선해 오염총량을 벗어나야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산업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삶의 가치 상승이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드넓은 모래사장이 다시 나타나면 사람들은 미호천으로 들어 갈 것이다. (일부 규칙을 정해야 하겠지만) 미호천은 삶의 공간·휴식의 공간으로 변할 것이며 내륙어부는 미호천의 물고기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 할 것이다. 유전적으로 중요한 우리나라 고유종을 지켜 생물다양성에 이바지 한다는 대의 명제는 무엇보다도 중요 할 것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미호종개는 사람에 의해 유구천으로 서식지를 강제 이전하였다. 이제라도 미호종개에게 고향을 찾아줘야 한다. 복원(復原)은 '사물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림'이라 국어사전에 쓰여 있다. 그럼 미호종개의 복원은 어디에서 이루어 져야하나? 당연이 그들이 밀집해 서식하던 미호천 본류에 터전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게 또한 우리의 자존심이고 자긍심이다. 아버지 할아버지들과 삶의 영역에서 배고픔마저 달래주었던 저 여린 생명들에게 고향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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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서 “민간, 관, 학계, 시민사회 등이 나서야” 제안
삶의 터전을 개발과 산업에 내주고 살 자리를 잃어 가는 미호종개에게 고향을 찾아 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호종개 서식지 절반 이상이 훼손됐다’(<한겨레> 9월27일치 14면)는 보도로 한반도 고유종이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미호종개의 절박한 서식 문제가 불거지자 충북도 지속가능협의회는 4일 오후 충북엔지오센터에서 ‘미호종개의 생태적 가치와 복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선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을 위해 민·관·학은 물론 환경·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월부터 미호종개 서식지인 미호천 일대 생태 조사를 해온 박현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생태전문가)은 천연기념물(454호)이면서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의 빠른 감소를 고발했다. 박 위원은 “미호천 상류인 음성·대소, 중류인 진천 등은 생활·축산·산업 오·폐수 등의 유입으로 미호종개 서식이 곤란하게 바뀌고 있다. 4대강 둑 높이기 사업·도로 하천 공사 등으로 물 흐름과 수량 등이 변하면서 서식 공간에서 생태 교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변화근 서원대 교수(생물교육과)는 “과거 미호천은 미호종개가 가장 광범위하고 풍부하게 서식했지만 지금은 지천, 갑천, 백곡천 말고는 서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5년 이상 중·장기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호종개 증식을 통한 복원 방안도 나왔다. 최경철 충북도 남부출장소 최경철 박사는 “2008년 미호종개 인공증식에 나서 2013년 어린 고기 1500마리를 방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내년부터 다시 증식을 추진한 뒤 하천 방류가 필요하다. 다만 미호천 수질이 나쁜 상태인 만큼 지자체·환경단체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미호천 환경 관리 등을 뼈대로 한 ‘미호종개 고향 찾아 주기 운동’ 계획을 내놨다.
전병제 한얼경제사업연구원 대표는 “수질개선 등으로 미호종개의 서식 공간을 살려내면 미호천은 음성·진천 등 충청권과 수도권 안성 등 200만 생활권의 명당수가 될 수 있다. 미호종개는 생태자산일 뿐 아니라 환경이 복지와 관광 등을 낳는 형태의 미래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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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습지 백조들의 유영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해평습지 모래톱 앞에서 작년 봄 백조들이 유영하고 있다. 4대강 삽질로 이 모래톱이 다 사라진 해평습지에 백조들이 다시 날아올지 의문이다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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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백조들의 유영,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고고한 걸음걸이, 개미귀신이 파놓은 깔대기 모양의 함정인 개미지옥, 참길앞잡이의 분주한 발놀림, 마치 심호흡을 하는 듯한 재첩의 움직임, 얕은 물가를 헤치며 사랑을 나누는 누치 부부의 격렬한 몸짓…. 이 모든 생명들의 놀라운 움직임을 본 것이 바로 '모래의 강' 낙동강에서였다. 그것도 4대강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의 낙동강과 그 지천에서.
그러나 2009년 말부터 시작된 4대강 공사가 만 2년 만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2011년 9월 현재, 낙동강에서는 더 이상 이들을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4대강에서 감행된 대규모 '모래 박멸 작전' 때문이다.
단 2년 만에 한반도 젖줄이자 동맥과도 같은 4대강을 완전히 개조하는 4대강사업의 핵심이 바로 모래의 강 4대강에서 그 모래를 모두 '제거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래가 사라진 거대한 인공수로에 16개의 초대형 보를 세워, 16개의 거대한 호수를 만드는 사업이 바로 4대강사업인 것이다.
그렇게 파내버린 모래의 양이 자그마치 5억7천만㎥. 특히 낙동강에서만 4억4천만㎥에 이른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가 4대강에서 퍼올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모래를 강에서 제거해도 정말 괜찮은 것인가? 과연 정부가 말하는 대로 모래는 강물의 흐름을 막는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사라진 모래, 위험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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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강의 신비> 표지 KBS <환경스페셜> <강과 생명 - 모래강의 신비> 편에서 손현철 PD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특히 수많은 사진작품과 함께 실려 있는 모래강 답사 안내기는 아주 유용하다. |
ⓒ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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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잘 담아냈던, KBS <환경스페셜> <강과 생명 - 모래강의 신비>를 제작한 손현철 PD가 쓴 책 <모래강의 신비>는 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고, 지금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4대강사업이 모래와 하천의 속성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몽매한 상태에서 벌이는 사업인지를 잘 일깨워준다.
"모래톱은 강과 강변 습지 사이에서 생태적 완충지대"가 되고, "물속에 잠긴 모래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천연필터, 거름 장치 역할을 한다". 또 "강바닥의 모래는 강물과 지하수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홍수가 났을 때 빨라진 물살의 에너지를 흡수해 범람 피해를 줄여준다".(본문 8쪽)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이런 탁월한 생태 기능을 하는 모래톱을 모두 제거해버린 것이다. 이를 어쩔 것인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우리 세대는 무차별적으로 강을 파괴하는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하고 나중에 모래톱을 복원하는 힘겨운 일을 자식 세대에게 넘겨버렸다. 너무 무책임하게.
이 책은 우리세대의 그런 '비겁함과 무책임'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사라져가는 우리 산하의 모래와 모래톱의 지리, 생태, 문화, 정서적 의미를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아직은 그런 대로 남아있는, 그러나 그마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 땅에서 얼마 남지 않은 모래의 유적을 지키고 찾아 나설" 것을 우리에게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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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습지의 모래 박멸 작전 이명박 정부가 올해초 보여준, 철새천국 해평습지에서의 '모래 박멸 작전'의 모습이다. 월동을 위해 날아온 쇠기러기 무리들이 저 육중한 신종 '철쇠' 무리들에 당황하고 있다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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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정말 '물길을 막는 장애물'에 불과한가
그러면 지금부터 4대강에서 '박멸된' 모래, 그 모래와의 이별을 이 책은 "왜 이토록 아쉬워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처럼 물길을 막는 장애물에 불과한 "모래를 파내고 그 대신 더 많은 물을 채워서 새로운 친수공간, 강변 생태 환경"을 만들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아니오"다. 4대강사업은 모래강의 속성, 즉 모래와 강물이 어우러져 "물이 흐르는 강인지, 모래가 주인인 강인지" 종잡기도 힘든, 모래강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하는 사업이다. 요컨대 모래는 강의 물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모래 속으로 강물을 유통시키며 "강과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다.
강변의 젖은 모래를 밟아보면 물이 솟아오르면서 발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모래가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더미는 보통 자기 부피의 30~50퍼센트 정도의 물을 품고 있다. 갈수기에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가 머금고 있던 물이 나와서 빈 곳을 채운다. 겉보기엔 말라버린 모래라 할지라도 파 보면 그 속에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강 속에 잠긴 모래톱은 강과 함께 물을 흘러 보내는 또 다른 통로, 강 속의 강인 셈이다. 강바닥과 연결된 모래 토양층도 양질의 지하수를 머금고 있다가 강 수위가 낮아지면 물을 보탠다.(본문 30쪽)
이렇게 모래는 강물을 담아두는 '저장고 역할'과 강물의 유량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유량 조절자' 역할을 한다.
또한 모래는 강물을 정화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구미나 대구에서 산업단지 오폐수가 대량으로 유입되는 낙동강이 하류에서 수질이 다시 좋아지는 것은 "강물 속에 퇴적된 모래가 여과 작용을 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가정에서 마시는 수돗물은 모두 모래를 통화한 것"으로, 이것은 교원대 오경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자연 수질 정화 필터'로서 모래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래는 쓸모없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수질 정화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것도 아무 비용도 필요 없이. 그런데 그 모래를 수질 정화를 목적으로 모두 '박멸'해버리는 이 무식한 정부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해가면서 말이다.
또한 모래톱은 "참길앞잡이, 개미귀신 같은 강변 곤충의 삶의 터전이고, 흰수마자, 미호종개 등 민물고기의 산란 서식처"다. "고라니는 모래톱에서 자라는 풀을 먹고 강 주변의 수달, 살쾡이, 너구리는 모래톱을 중심으로 먹이 사냥을 한다". 요컨대 "모래톱은 강과 강변습지 사이의 생태적 완충지대"로서 야생동식물들에겐 생존의 필수적 공간인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생태적 완충지대인 모래톱이 4대강에서 모두 제거되어버린 것이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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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에 들어선, 녹생성장 산 MB씨가 노래하는 녹색성장의 전형으로 보여주는 녹색성장 산이다. 모래로 쌓은 녹색성장의 제단.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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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사라진 강, '파괴적 에너지'를 부른다
이명박 정부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들여 모래강에서 제거한 그 모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4대강의 모래톱은 '강변의 염전'으로 변해, 지난 2년 동안 수백수천 대의 굴착기가 파고, 덤프트럭이 실어 날라 강변 농경지 곳곳에 '모래무덤'을 쌓았다. 또는 그 옆에 '거대한 모래신전'을 만들기도 했다. 초록색 방진포를 덮어씌운, '녹색성장'의 위대한 신전을 말이다.
한반도의 모래가 불모의 공간인 사막의 모래와 다른 이유는 강물과 함께 있기 때문이고, 그럼으로써 그것은 사막의 모래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된다. 그런데 그 강물 속의 모래를 파내어 녹색 제단을 쌓음으로써, 우리 강의 모래를 사막의 그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봄바람을 타고 비산먼지로 날리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한 채.
그런데 그런 모래를 잃어버린 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2011년의 장마는 모래를 잃어버린 4대강이 얼마나 파괴적인 에너지를 생성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4대강사업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홍수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다리가 무너지고, 송수관로가 뜯겨나가고, 제방이 붕괴되고, 무엇보다 지천에서 일어나는 붕괴 현상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4대강의 모래를 과도하게 파내면서 본류와 지천의 강바닥 높이 차이가 심해졌기 때문에, 지천에서의 역행침식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 대부분의 신종 홍수피해가 바로 4대강에서 사라진 모래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모래의 강에서 모래를 잃어버린 강물은 '배고픈 물'이 되어서 파괴적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게 된 것이다.
강바닥을 파내면 흐르는 물의 운반 능력과 퇴적물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모래와 자갈을 파낸 만큼 실어 나를 것을 잃어버린 강물은 남는 에너지로 강바닥을 깎기 시작한다. (줄임) 실어 나를 퇴적물, 즉 먹을 것이 떨어진 물은 강바닥과 강의 옆구리인 제방을 침식한다. 그중에서도 바닥을 깎아 먹는 것이 더 위험하다. (줄임) 강물의 속도가 두배 빨라지면 물이 운반할 수 있는 물체의 질량은 2의 6승만큼, 즉 예순네배 늘어난다고 한다. 홍수 때 빨라진 물살이 집채같이 큰 바위를 옮길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힘 때문이다.(본문 238~239쪽)
집채같이 큰 바위를 옮길 수 있는 그 파괴적 에너지가 바로 모래를 잃은 '배고픈 강'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를 이번 여름 장마기간에 우리는 여실히 확인한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모래 준설을 엄격히 막고 있다. 요컨대 "강바닥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 달 방한한 독일의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모래를 준설하는 4대강사업이 독일 역사상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인-도나우 운하보다 더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일갈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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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준설 때문에 붕괴된 왜관철교 4대강사업으로 사라진 모래 때문에 파괴적 에너지가 넘치는 낙동강에서 무너진 왜관철교의 모습이다.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이 되는 6월 25일 새벽에 다시 무너졌다.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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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복원을 위한, 희망의 단초
4대강사업은 지금 막바지에 와 있다. 모래톱은 대부분 제거되었고, 16개의 보는 거의 완공단계에 와있다. 정부는 오는 10월 22일 화려한 준공식을 준비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너무 늦었다고 모두 포기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희망의 징후는 아직 있다. 그 징후는 바로 모래를 잃은 '배고픈 물'에서 나온다. 배고픈 강이 만드는 이른바 역행침식 현상은 지천의 제방과 하상을 심각하게 침식·붕괴시키며 지천의 모래를 본류로 끊임없이 채워 넣고 있다.
이것은 바로 "모래는 물과 함께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고, 따라서 저자가 확신하듯 "4대강 공사는 모래와의 부질없는 싸움"이다. "결코 이길 수 없는 무모한 도전,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우둔한 행동"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해석해보면 하천이 스스로를 복원해가는 과정이다. 동적 평형상태가 깨져버린 하천이 스스로의 복원력을 발동해 평형상태를 찾아가려는, 하천 스스로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말이다. 본류와 지천 간에 생긴 강바닥의 높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지천의 이와 같은 극단의 몸부림은 본류와의 평형상태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것은 희망의 단초로 읽힌다. 이런 사실이야말로 하천이 인공의 구조물이 결코 아닌, 펄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란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4대강사업의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강은 흘러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게 하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4대강사업이 사실상 준공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16개의 초대형 보를 막지 않고 물길을 터준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강은 스스로의 복원력으로 서서히 본 모습을 되찾고, 그 안의 수많은 생명들도 서서히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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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쌓이는 모래, 희망의 단초 고령과 합천 경계에서 낙동강과 합수하는 회천의 모습. 합수부엔 역행침식으로 이렇게 끊임없이 모래가 쌓이고 있다.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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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 그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가자
그렇다. 저자가 말하듯, "심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재료이며 창조의 무대이기도 한 모래의 의미"를 이제라도 사람들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모래에서도 싹이 나는" 진실을 확인하고, 희망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희망의 단초를 가슴에 품고, 저자가 초대하는 모래강의 향연에 빠져보자. 아직은 아름다운 모래톱이 남아 있는 모래의 강 내성천으로, 감천으로, 회천으로, 섬진강으로 저자를 우리를 초대한다.
그중에서 특히 내성천 모래강의 향연으로 우리를 속히 불러들인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영주댐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어쩌면 내년까지가 그 모래강의 향연에 빠져볼 마지막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2년 말 영주댐이 완공되어 2013년부터 담수를 하게 되면 내성천은 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이다. 상류의 오래된 500가구와 300만㎡의 들판 그리고 내성천의 모래가 그대로 수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성천 모래강의 향연은 어쩌면 올 가을과 내년 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모래 위로 낸 물의 산책로'라고 할 만한 이 풍경은 한반도에 얼마 남지 않은 모래의 신전이며 곧 유적이 돼 버릴 비운의 장소다. (줄임) 모래의 강에게 남은 시간, 우리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순례를 허락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남아 있는 모래의 강을 마지막으로 목격하고 증언할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른다.(본문 33쪽)
그렇다. 우리는 4대강의 복원을 위해서도 모래의 강 내성천을 목격하고 기록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이 가을 저자가 소개하듯 운포구곡(雲浦九曲)의 비경을 간직한 내성천의 그 금모래를 밟으러 길을 나서는 것이 어떻겠는가? 내성천 답사 생생한 길잡이인 <모래강의 신비>를 옆구리에 낀 채로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강을 찾고 기억하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 모래에서도 싹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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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과 하나가 된 아이들 모래의 강 내성천에선 아이들이 이렇게 뛰어논다. 깊지 않고 모래가 많아 안전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오롯이 강과 하나가 된다. |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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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아보기}=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과학적으로 조사돼 이름이 알려진 동식물은 150만종 정도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생물종이 지나친 개발에 따른 서식처 파괴, 남획 및 환경오염 등의 인간 활동 탓에 안타깝게도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200여종 가운데 개체수가 매우 희소하거나 분포 범위가 극히 좁은 18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미꾸리과의 미호종개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멸종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1984년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 확인된 뒤 지금까지 미호천과 인접한 금강 수계의 지천, 유구천, 갑천, 초평천 등 28개 지점의 매우 좁은 범위에서 겨우 82개체만 보고됐다.
전북대 김익수 교수와 서원대 손영목 교수가 21년 전 처음 신종임을 확인했고, 학명이 전북대 김익수 교수의 이름을 따 익수키미아 최(Iksookimia choii)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학명에도 사연이 있다. 손 교수가 채집한 표본을 함께 재조사한 결과 표본은 그때까지 보고가 안 된 새로운 종이었다. 둘은 지도교수인 서울대 최기철 교수님을 기념하기 위해 최 교수님과 두 사람의 성을 따 ‘최 김앤드손’이라고 명명해 학계에 보고했다. 그런데 루마니아의 한 어류학자가 이 종이 애초 알려진 것과 속이 다름을 새로 밝혀내 다시 명명하면서 ‘익수키미아 최’로 바뀐 것이다.
미호종개는 얼핏 보면 참종개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참종개는 몸에 세로로 줄무니가 나있는데 반해, 미호종개는 연한 노란 색 몸 옆구리 중앙에 12~17개의 둥근 갈색 반점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호종개는 몸길이 약 7~8㎝ 정도이고, 전체적으로 매우 가늘고 길다.
몸통은 약간 둥글지만 머리 앞 끝은 뾰족하고 꼬리부분은 가늘게 돼 있다. 주둥이 주변에 3쌍의 수염이 있으며, 눈 밑에 움직이는 작은 가시를 공격 무기로 사용한다.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되지만 생활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물 흐름이 느리고 수심이 50㎝ 정도인 얕은 모래 속에 숨어 규조류를 주로 먹고 산다. 따라서 하천에서 벌어지는 모래채취나 정비사업은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멸종으로 몰아가는 직접적 위협이 된다. 실제 최근 5년 동안에는 미호천 상류의 백곡천과 대전 갑천에서 6개체만 확인됐다. 적극적 보호대책이 없으면 멸종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들의 미세 서식지 보존을 위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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