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약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긴 문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는 이론이 현재로선 정설이다. 글의 발명은 왜 중요한 것일까? 말과 달리 글은 영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토판에 새겨진 수메르인들의 쐐기문자.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남겼을까? 시작은 실망스러웠다. 첫 문자는 대부분 대출 기록과 세금 정산을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얼마 뒤 대단한 발견을 하나 한다. 바로 글을 통해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글의 등장은 한 순간과 장소에 묶여 살던 인간에게 무한 공간과 무한 시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오늘날 같은 형태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고대 중국인들은 죽간을 사용했고, 그리스·로마인들 역시 파피루스 두루마리 형식을 선호했다. 사실 단순한 이야기를 기록하기엔 두루마리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있고, 연속적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원후 1~2세기 종교 서적이 등장하며 문제가 생겼다. 성인의 가르침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 풀고, 감고, 다시 풀어야 하는 두루마리는 매우 불편한 매체였다. 코덱스(codex)라는 오늘날 사본 형식 책이 답이었다. 정사각형 파피루스를 접어 만들다 보니 고대 코덱스 책 역시 대부분 정사각형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가로세로 비율이 다른 책을 쓰게 된 것일까? 기원후 5세기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나서였다. 로마제국과 함께 지중해 무역 역시 몰락해 유럽에서 더 이상 이집트 파피루스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지 않는가? 파피루스가 사라진 유럽에선 동물 가죽을 사용한 양피지 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소, 양, 염소의 몸은 정사각형이 아닌, 한쪽으로 긴 모습이다. 결국 말린 가죽을 접어 만든 양피지 사본, 그리고 오늘날 책과 신문 역시 가로와 세로 비율이 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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