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박지현 기자)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멸종위기 종 ‘백두산호랑이’가 안착했다. 한반도 남쪽 숲에 방사된 것은 100여 년 만이다.
산림청(청장 신원섭)은 최근 백두산호랑이 수컷 2마리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으로 안전하게 이송했다고 최근 밝혔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의 ‘두만(15살)’이와 대전 오월드에 있던 ‘금강(11살)’이다. 두 마리 모두 한중 산림협력회의를 통해 산림청이 중국에서 기증받은 호랑이다.
이번 이송은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백두산호랑이’를 백두대간 숲에 첫 방사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송된 호랑이 숲은 4.8ha 면적으로 국내 호랑이를 전시하는 곳 중 가장 넓다.
산림청은 호랑이들의 안정과 적응 훈련을 거친 뒤 국민에 공개하고 향후 유전형질이 우수한 호랑이 10여 마리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면적 5179ha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으로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만들어져 작년 9월 임시 개관돼 올해 운영 상태 점검 후 정식 개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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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두만이', 대전 '금강이' 봉화 호랑이숲으로 특급 이송]
- 6개월 준비한 '007 작전'
"호랑이는 매우 예민한 동물" 無진동 항온항습 트럭에 실어 최고 시속 70㎞로 '안전 운행'
하반기 개장 '백두대간 호랑이숲' 4만8000㎡… 5.5m 펜스 설치
4월엔 암컷도 옮겨 번식 추진
지난 25일 오전 9시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 장정 10여 명이 모였다. 1급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를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금강송으로 특수 제작한 대형 상자를 사육장 출입구에 붙여 두만이를 유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육사가 "두만아" 하고 불러도, 사육장 반대편에서 망치로 철책을 두드려도 꿈쩍하지 않았다. 황근연 연구사는 "두만이가 이사 간다는 걸 알아차리고 싫다고 버틴 건지, 두 시간 가까이 씨름하다 결국 마취제를 투여해 겨우 상자로 옮겼다"고 했다.
상자는 동물 수송에 쓰는 특수 차량인 무(無)진동 항온 항습 트럭에 실렸다. 두만이가 마취에서 깨어난 뒤 출발한 트럭은 5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에 도착했다.
이날 산림청은 두만이뿐 아니라 대전 오월드에 살던 '금강이'도 이곳으로 옮겼다. 두 수컷 호랑이는 올 하반기 개장을 앞두고 있는 국내 최대 호랑이 전시장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4.8㏊·약 1만4500평)에 방사할 예정이다.
산림청은 "백두산 호랑이를 백두대간 숲에 방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이후 100년 만에 백두산 호랑이가 백두대간에 돌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호랑이 '절대 안정' 위해 운행 1시간에 15분씩 휴식
이날 백두산 호랑이 수송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됐다. 준비 기간만 6개월이었다. 매우 예민한 동물인 호랑이를 옮기기 위해 무진동 항온 항습 차량과 지게차 등을 준비한 것은 물론 수의사·사육사를 포함한 인력 20여 명을 수송에 투입했다.
호랑이를 태운 트럭들은 최단 거리가 아닌 평지 위주 직선 경로를 택했다. 고속도로에서도 최고 시속 70㎞대를 유지하며 달렸다.
무엇보다 휴식은 필수였다. 운행 1시간마다 휴게소나 졸음 쉼터 등에 정차했다. 휴게소에서도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호랑이가 낯선 사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산림청 안진수 과장은 "수송 작전이 주목받아 호랑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외부엔 수송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포천~봉화, 대전~봉화 각각 수송 시간만 5시간이 걸렸는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했다.
◇오는 4월 암컷도 옮겨 번식 추진… 숲에서 뛰노는 호랑이 관람
'한국 호랑이'라고 하는 백두산호랑이는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잇감이 줄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 약 450마리 정도가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 접경에 살고 있다. 두만이와 금강이는 각각 2005년과 2011년에 산림청이 중국에서 기증받았다. 현재 전국 동물원에서 백두산 호랑이 5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산림청은 올 4월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암컷 호랑이 한 마리를 봉화로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만이·금강이와 이 호랑이를 통해 백두산 호랑이 번식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유전 형질이 우수한 호랑이 10여 마리도 더 들여올 계획이다.
언덕, 개울이 있어 자연 상태 서식지와 비슷한 호랑이 숲 조성이 완료되고 두만이와 금강이의 안정·적응 훈련까지 끝나면 올 하반기부터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관람객들은 5.5m 높이 안전 울타리 밖에서 좁은 우리가 아니라 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를 관람할 수 있다.
산림청은 국내 최고 수준의 진료·사육 환경을 갖추고 24시간 체제로 호랑이를 관리, 보존할 계획이다. 또 이번 호랑이 숲 조성을 통해 작년 9월 임시 개관한 아시아 최대 규모(5179㏊) 수목원인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을 세계적 수목원으로 키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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