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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2017년 02월 19일 10시 13분  조회:2442  추천:2  작성자: 죽림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

정영자(문학평론가, 신라대 국문과 교수) 

1. 詩는 무엇인가 

① 언어로 씌어진 문학의 장르.(정서와 운율적 언어를 통하여 인생을 표현) 
② 기쁨이나 슬픔, 사랑과 같은 감정을 그 긴장된 상태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짧은 진술을 통해 표현한 단형의 운율적인 글. 그러나 시는 정보 전달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 
③ 시는 사실의 언급, 정보 전달에 따르는 언어의 정확성, 질서화, 논리화를 배척하고 정서의 환기에서 기인되는 애매성, 직관성, 비 논리성을 추구. → 그것은 상상력에 의존. 
따라서 시는 감정의 환기 및 상상력의 깊이 있는 활용에 그 본질이 있다. 그것은 시의 언어가 이미지, 상상, 은유, 신화, 역설과 같은 방법에 의해서 형상화된다는 것이다. 

④ 시는 감정의 과잉, 감상의 표출로만 쓰여지지 않는다. 감정은 가치 있고 숭고한 방향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심미적 효과를 이루는 방향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적, 도덕적 차원의 비판, 적절한 지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화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이 논리적, 지적인 언어로써가 아니라 은유 상징 등의 언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존중되어야 한다. 

⑤ 훌륭한 시는 단일한 감정이나 긍정적 감정만으로 쓰여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복합적 감정(때로는 절대적일 수도 있다.)으로 구성된다. 
사랑과 미움, 공포와의 연민, 즐거움과 슬픔, 고독과 충만 등의 감정이 갈등과 긴장 속에서 하나의 통합된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⑥ 영혼을 스쳐 가는 감정의 순간적 표현, 주관성의 우세, 리듬과 비유어의 적극적인 선택, 체험의 압축적, 집중적 표현, 시인과 대상간의 순간적 융합과 감정의 내면화. ― 이것이 시 장르의 본질이다. 
운율적인 언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적 체험의 순간적인 극화가 시이다. 따라서 시는 논증적인 진실이나 주지적인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학이며 개입의 소설이나 희곡에 비해 역사성, 사회성의 직접적인 소지가 적음 

*운율적인 언어 
일반적, 시적 언어의 차이는 일상어의 일상적, 관습적 표현을 탈피하여 낯설게 제시됨. 
- 러시아 형식주의자 쉬클로프스키 


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오일도 

하늘 같은 푸르름 
강물 같은 가득함 
- 정 영자 < 친구에게 9 > 전문 

⑦ 시는 언제나 언어의 경제적 표현을 겨냥한다. 소설의 본질은 사실성에 있다면 시의 본질은 상징성에 있다. 
어떤 정황을 산문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지만 시는 그 감흥을 명쾌하게 요약·응축한다. 시는 "필요한 최소의 언어"에 만족한다. 시는 수사적 장치가 필요하고, 그럴수록 생동감, 역동적인 표현이 된다. 시의 역동성은 언어의 경제성에서 언어 진다. "생략과 암시" 

⑧ 개인사적 문제에서 가장 민족적인 것으로 가장 향토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88편은 님에게 바치는 연작시이다. 그러나 개인은 물론이지만 민족에게로 확산되고 종교적 절대자에게까지 심화됨으로 그의 시는 우리 80년 한국현대시 역사상 최고봉의 시로 남는다. 

미당 서정주의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 
빛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 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애비는 종 → 조국이 일제에 예속 당했고 개인의 파란만장한 생애 → 험난한 우리민족의 역사 
개인 민족 

김수영의 <풀> 

풀이 눕는다. 

⑨ 사상의 정서화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신경림의 <목계장터>에서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누리라는 얘기. 
<껍데기는 가라> 
⑩ 시는 객관적, 과학적인 논리로는 증명하기 어려운 일련의 진술들로 이루어지며 그 진술들이 어울려 구축하는 독특한 형식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밤마다 휘황한 불빛을 보며 
오랜만에 
아들과 단 둘이 앉아 
애플쿨러를 마신다. 

꼭꼭 
마음 닫아걸어 공부로 시간 보낸 아이, 

혼자서 가을 설악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아들이 가져온 
시월의 불타는 단풍을 만나며 
세월 속에 
잔잔히 피어오르는 
어머니를 부른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깨달아 가는 
이승의 감사로움, 

바위를 씻기는 바닷물에 
눈빛 던지고 
레모네이드 한 잔에 
싱그러운 젊음이 녹아 
지구 끝 
한 자리에 
아들과 더불어 
가을이 익고 있다. 
- 정 영자 <가을 설악을 만나고 온 아이>전문 

"자기표현"의 진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성"이다. 성실성은, 시인 개인의 비전이나 마음의 상태에 대한 '진실성'이다. 모방론에서는 대상의 진실성이 가치기준이지만 표현론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진실성이 그 기준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시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이 성실한 것이며, 순수한 표현인 것이다. 

시는 ① 예술적 장인 의식으로 쓰여진 시 
( 예술적 기교와 언어 건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 삶 의 진실이나 체험이 배제된 장인의식은 생명 없는 테드마스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피가 돌지 않는 납 인형의 아름다움이다.) 
② 체험적 진실을 표출하는데 관심을 둔 시. 
( 언어적 신화적 공간이 창출해 내는 아름다움에 무관심한 현실적 체험은 예술이전의 영역이다. 생활 체 험에서 부딪친 감동, 바로 그것을 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생활문학의 새 지평) 
①,②의 극단에만 관심을 추구하는 시를 읽고 있으면 아쉬운 감을 가진다. 
솔직하지 못한 시는 시가 본질적으로 지녀야 되는 애매성이나 암시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기성을 말한다. 
예술적 장인 의식을 지향하는 시는 대부분 터무니없는 난해 말을 늘어놓는다. 뒤틀고, 조작하고, 비비꼬와 무슨말인지 모르도록 의식적으로 언어를 확대한다. 
이런 시일수록 실험 시, 이상의 후예, 무의식의 표현이라 표방한다. 

독자를 속이고 어리둥절하게 만든 시는 최소한 두 가지의 계산아래 쓰여진 것이라 보여진다. 
①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계산. 
( 시류에 영합하여 역사의식의 성찰 없이 독자의 맹목적 감정에 영합. 선동적 언어, 개념이 정리되지 않는 용어, 전단 형식의 어투를 사용, 독자의 환심을 사려는 상투성 보임. →속임수. 
② 시류 비평가를 동원하여 자신의 시에 무언가 문제성이 있다는 식의 호평을 받아 보려는 계산이다. 
( 속임수에 의하여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려 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며, 무단의 화제에 오르려 한다.) 
따라서 예술적 장치가 아니더라도 속임 없이 그대로 내보이는 진솔함이 우리시의 성찰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필요하다. 

Ⅱ. 진솔한 시의 이상(성격)인 것 

① 쉽게 이해되는 것. 
② 소박한 것. 
③ 가술에 호소되는 것. 
④ 감동을 주는 것. 
⑤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⑥ 단순하면서도 극적 전환을 주는 것. 
⑦ 투명한 이미지도 형상화되는 것. 
⑧ 삶을 통찰케 해주는 것. 
⑨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것. 
시는 가식 없는 언어로서 가슴에 직접 와 닿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기교의 창작도( 홍윤속의 장식론 비유 ), 뒤틀린 언어도, 전제된 우상에 곁따르는 분장도, 고답적인 자기 현시도, 독자를 혼란시키는 연막도 없는 것 
소박한 언어로써 가슴에 우러나오는 진실을 직접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生, 자신의 통찰, 자신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은 것이다. 
이것이 시 창작의 첫 걸음 이다. 

Ⅲ. 시의 정의. 

「시의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는 T.S.Elidt의 말과 같이 시에 대하여 정확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⑴ 기능, 효용면에서 본 것. 

시를 인생과 관련시켜, 그 속에서 효용적 기능(" 시를 전달"로 보고 독자에게 끼친 어떤 "효과"를 노리는 것. 독자반응.)을 중시함. 그것은 문학이 교훈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공리적 문학관을 바탕으로 한다. 
공리적, 교훈적 → 공자曰 "시가 3백이면 생각에 사(邪)됨이 없다. 
→ 로마의 대시인 호라티우스 
「 시인의 소원은 가르치는 일, 또는 쾌락을 주는 일, 또는 그 둘을 겸하는 일」 
쾌락적, 심리적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인간 행동의 모방이라 보고, 그 모방에서 기쁨이 발생한다고 봄. 
→ 칸트는 예술 유희설에 입각하여 예술의 미적 쾌락을 주장함. 
→ 엘리옷은 시를 일종의 <고급의 오락>이라고 봄. 
시를 현실과 인생의 모방(반영, 재현)으로 봄. "있는 그대로의 인생"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인생"이 모방의 대상이다. 따라서 진실도 일상적 진실이 아니라 "당위적 진실" 또는 이상적 진실이 된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 
→(있어야 하는 당위적 세계의 모방). 역사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⑵ 형식과 내용 면에서 본 것 

주로 19세기 낭만파 시인과 비평가들이 시의 존재이유를 형태 면에서는 음악적 형식, 내용 면에서는 사상과 정서 자체에 두고자함. 
시는 넘쳐흐르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이다.<워즈워즈> 
시는 운율적 창조이다.<포> 
시란 하나의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다.<보오 드레르> 
시는 가장 행복한 심성의 최고 열락의 순간을 표현한 기록이다.<쉘리> 

⑶ 창조과정, 방법론에서 본 것. 

여기에 치중한 것은 주로 현대의 비평가와 시인들이다. "시는 무엇이냐" 보다 "시는 어떻게 구성되는가?"의 관점이다. 
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중요한 원리는 격조와 은유이다.<워렌>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하이데거> 
시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구성체.<브룩>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이며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이다.<엘리옷> 
시는 응축 활동이며 산문은 분산 활동이다.<리드>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헤즈릿> 
시는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 속에 있으면 志라고 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詩經, 大學> 

시는 마음에서 말하는 것이다.<서거정東詩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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