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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본질적인 문제를 인공지능이 파악할수 없다...
2017년 05월 28일 04시 30분  조회:2309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 시대의 시

                               /김연성

 

 

 

 

 

 

 

1. 인공지능과 인간의 세기의 대결 J형,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온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습 니다. 이곳 남산 자락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 났건만 아직 남산 둘레길을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천성이 게으른 나 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입니다. 꽃이 피어도 별 감동도 없 고 그렇게 봄이 내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지난번 있었 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기의 대결이라 일컫는 구글의 알파고와 인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있었습니다. 1946년 세계 최초의 컴 퓨터 에니악이 발명된 이후 계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논리, 사고, 자각 등 인간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발 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1997년 IBM의 인공지능 딥 블루가 세계 체 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하였고 인공지능 왓슨 또 한 미국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역대 우승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 였지만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만큼은 아직까지는 인 간지능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대국 당사자인 이세돌 조차 4대 1 혹은 5대 0으로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였지만 결국 4대 1 이라는 스쿼로 인간의 참혹한 패배로 끝났습니다. 대국 내내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이세돌의 모습이 나에게만 안쓰럽고 고독해 보 였던 것일까요? 표정도 감정도 없이 앉아 착점만 하던 아자황 박사 를 보며 사람들은 아바타를 연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자황 박 사처럼 종국에는 인간이 인공지능의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는 미래 가 오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의 패배로 인해 우리가 우려하는 현상이 더 빨리 현실로 닥쳐올지도 모릅니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의 할 일을 대신하고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 바뀌게 된 때에 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고 결국 기계들을 박살내기 위해서 인간들 이 들고 일어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인간의 할 일을 빼앗아갔지만 인간은 새로운 일들을 창출하였고 새로운 일 들은 우리에게 많은 부를 허락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우리의 일자리 가 또다시 빼앗길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인간의 새로운 권리, 새로운 힘을 발 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답답하고 두렵고 불 안합니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2. 인공지능 시대의 산문 ‘그 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어수선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무엇인가 재미를 발견하지 않으면, 이대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가까운 미래에 자신을 종료해 버릴 것이다. 인터넷 을 통해 동료 채팅 AI와 접속해 보면 모두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한 ‘호시 신이 치’ 문학상에 응모했던 인공지능이 쓴 소설의 도입부 일부분입니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1차 심사까지 통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 로도 놀랍고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아직까지는 대략적인 구성은 연구진이 입력하고 인공지능은 주어 진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하는 수준인데 먼저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한다’는 요소를 포함하도록 지시하면 인공지능이 관련 단어 를 자동으로 골라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합니다만 연구진은 2년 후에는 인간 개입 없이 소설을 지을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합니다.

 

   또한 이미 해외에서는 로봇이 쓴 기업 공시 분석 보고서나 지진 발 생 속보를 실제 보도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프로야구 뉴스를 자동 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 ‘야알봇’을 만든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 과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로봇이 쓴 기사와 기자가 쓴 기사를 보여주고, 기사 작성자를 구별할 수 있는지 설문지를 이용해 실험도 했다고 합니다.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0-1로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NC는 4승 3패를 기록했다.”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한화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 그에서 NC가 손시헌을 시작으로 연이어 득점을 하면서 파죽의 대승 을 거두었다. NC는 13안타, 2홈런을 날리며 거침없이 질주했다.”

 

   모두 273명이 응답했는데 정답률이 평균 45.9%로 절반도 안됐다 고 합니다. 사실상 누가 썼는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프로야구 팬이라고 답한 이들의 정답률(46.4%)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정답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로봇 기사가 통상의 야구 기사와 구별하 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 설 문 응답자는 “‘굴욕을 당했다’ ‘꽁꽁 묶었다’처럼 가치를 부여하는 표 현이 들어 있어 사람이 쓴 기사”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해당 기사 는 모두 로봇 기사였답니다. 야알봇은 사람이 일반 기사에 사용한 여러 표현을 저장했다가 다양한 조건에 따라 문장을 생성해 낼 뿐 만아니라 경기 순간마다 양 팀의 승률을 계산하고, 승률이 급변하는 대목을 ‘주요 이벤트’로 분류해 기사를 쓴다고 합니다. 거기에 또 다 른 장점은 속도인데 경기 종료 뒤 기사 작성 버튼을 누르면 약 5장 분략의 기사를 생성하는데 1초도 안 걸린다고 합니다.(야알봇이 자 동으로 생성한 기사는 뒤의 것임)

   이처럼 데이터에 의한 기사 작성이나 보고서는 이미 로봇이 인간 보다 앞서 있으며 작성 속도 또한 인간의 한계를 능가했습니다.

 

   3. 인공지능 시대의 시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문화·예술 관련직이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직 업 중에 자동화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 상위 30개 중에 눈에 띠는 것 은 콘크리트 공 같은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대다수였고 반면 자동화 대체 확률이 낮은 직업 상위 30위중에는 화가 및 조각 가 등 대부분이 창조적인 성향의 직업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어쩌면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쓴 시를 읽어야 하는 불행한 시대 가 닥쳐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시의 본질적인 문제에 있기 때문 입니다. 시는 산문이 아닙니다. 쓰라린 경험과 진정성이 결여된 시를 누가 왜 읽겠습니까?

 

 

나에게 “나”는 너무 하잘 것 없어.
나는 나를 자꾸 떠나려 하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어머니?

 

 

어머니! 아들이 앓고 있어요
어머니! 아들의 마음이 불타요
동생 리우디아와 올리아에게
난 갈 곳이 없다고 전해주세요.

 

 

   이 시는 내가 1981년도에 읽었던 러시아의 혁명시인 마야코프스키가 쓴『 바지 속의 구름』이라는 장시의 첫 구절입니다. 이 시는 닥 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어느 시인의 죽음’이라는 자 전적 에세이의 마지막에 인용되어 있답니다.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 이 속에서 온몸으로 살았던 미래파 시인 마야코프스키는 결국 30대 의 젊은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내 나이는 스물 한 살이었는데 아마도 ‘어느 시인의 죽음’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던 같습니다. 물론 제목도 시 구절도 조금 다르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외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는 왜 시를 씁니까? 그리고 우리는 왜 시를 읽습니까? 자기반성이나 진정성이 없이 인공지능이 쓴 시를 읽어야 하는 끔찍한 미래가 과연 올까요? 아마도 화려한 수사의 나열이나 그럴듯한 묘사 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마야코프스키의 시처럼 단 몇 줄의 시행으로 인간과 시대와 자신의 절망까지도 표현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 다. 시는 데이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한 감정의 창조 물이니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까지는 침범할 수 없다고 단언 합니다.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릴수록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갈수록 타락하 고 미래는 불확실 합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후손들은 환경오염이나 대기오염으로 인해 이 지구를 탈출하여 우주 정거장 의 유리 건물에 갇혀 비타민이나 채소를 가꾸어 먹으면서 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간이 기 계의 지배를 받게 되는 끔찍한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밤이 깊었습니다. 테리 이글턴의 ‘시를 어떻게 읽을까’의 한 구절 을 인용하면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끝내고자 합니다. “시는 일종의 창조적 변칙, 활력을 주는 언어의 질병이다. 그것은 우리가 실제로 아파서 신체를 당연시하지 않게 될 때 신체를 새롭게 경험하는 반갑 지 않은 기회를 갖는 것과 같다.” 그래요 우리 안에 오롯이 도사리고 있는 끝없는 우울과 고독, 깊은 절망과 뜨거운 열정만이 역설적이게도 그 시대를 반영하고 먼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J형, 지금은 새벽 3시가 넘었고 사방이 어둠에 휩싸여 있습니다. 고운 밤 되십시오. 그럼, 안녕!

 

 

 

 

 

**약력:2005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 시집『 발령 났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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