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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아, "시의 정원"에서 너희들 맘대로 뛰여 놀아라...
2017년 07월 24일 05시 20분  조회:2740  추천:0  작성자: 죽림

<동물에 관한 시 모음> 

== 동물 ==

나는 모습을 바꾸어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꿇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월트 휘트먼·미국 시인, 1819-1892)


== 야생 피조물의 평화 == 

세상에 대한 절망이 마음속에 자라날 때
나와 우리 아이들의 삶이 어찌될까 두려워
한밤중 아주 작은 소리에도 눈을 뜨게 될 때
나는 걸어가 몸을 누이네, 야생오리가 물 위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려놓은 그곳에, 큰왜가리가 사는 그곳에
나는 야생 피조물들의 평화 속으로 들어가네
그들은 슬픔을 앞질러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괴롭히지 않는다네
나는 고요한 물의 존재에게로 가네
그리고 느낀다네. 내 머리 위로 낮엔 보이지 않던 별들이
이제 반짝이려고 기다리고 있음을
잠시 세상의 은총 속에 쉬고 나면 나는 자유로워지네


(웬델 베리·시인이며 문명비판가)


== 모든 것을 사랑하라 ==

 

모든 잎사귀를 사랑하라 
모든 동물과 풀들을 사랑하라
그 모든 것을 사랑하라
그대 앞에 떨어지는 
한 가닥 빗줄기조차도.
그대가 모든 것을 사랑하면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도 보리라
그대가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본다면 
날마다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리라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대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리라.


(도스토예프스키·러시아 소설가, 1821-1881)


== 동물원에서 == 

원숭아 원숭아 
쇠창살에 갇힌 원숭아 
이 바람 맑고 좋은 날을 
온종일 우리 속에 갇혀서만 있으니 
네 가슴이 얼마나 답답하겠니 

이봐요 사람양반 
당신은 나를 답답하다 하지만 
난 당신이 외려 불쌍하게 보이는구려 
허구한 날 아이들은 꾸중 속에 
갑갑한 시험과 부자유 속에 
여자들은 속박 속에 
남자들은 철조망 속에 
노인들은 텅 빈 방에 
청년들은 감옥 속에 
돌처럼 굳어버린 관습 속에 
그 모든 세상의 그물 속에 
갇혀서도 꼼짝달싹 못하는 인간들이 
나는 측은해 보여요 

원숭이는 먹다 남은 
사과를 와삭와삭 깨물며 
야릇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동순·시인, 1950-)


== 어떤 소통 == 

울타리를 넘어 온 어린 염소 한 마리와
길 위에서 마주쳤다
큰 눈을 가진 어미 염소가 
멀리서 불안하게 바라보며 서 있다
'매애' 하고 우는 염소
나도 '매애' 하고 소리를 질러본다
심지 세운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 사이를 나비 한 마리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도 
소리를 잘라먹지는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
긴장하는 논둑 위의 쇠뜨기 풀
다시 '매애' 하고 염소가 나를 보며 운다
나는 그 소리가 담고 있는 말을 알고 있다
'매애' 하고 지르는 내 대답에
염소의 눈이 투명해진다
눈과 눈 사이
가슴으로 지르는 소리와 소리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내 몸에서 탯줄을 끊어내고 나간 이도
못 알아듣는 말을 알아듣는 어린 염소
소통은 사람끼리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허영숙·시인, 1965-)


==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가 진짜 원숭이다 
서 있는 나무는 늘 그 나무지만 
원숭이는 늘 다른 나무를 탄다 
떨어지지 않으면 다시 오를 수 없는 새로운 나무를 위해 
원숭이는 나무에서 날마다 떨어진다 
오 뛰어내리자 
이 황홀한 절망,


(이진숙·시인, 1955-)


==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복효근·시인, 1962-)


== 낙타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신경림·시인, 1936-)


== 착한 소 ==


시행의 마지막 구절을 막 끝내자 
잉크가 다한 볼펜 
기진맥진 원고지의 여백에 
펄썩 쓰러져 버린다. 
편히 쉬어라. 
피어리어드는 내 눈물로 찍겠다. 
돌아보면 너무도 혹사당한 일생. 
경지는 다만 소만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동안 참 많은 밭을 갈았구나. 
땀과 눈물과 
심장에 고인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아낌없이 쏟아내고 너는 지금 
후회 없이 이승을 떠나는구나 
내 시가 너를 따를 수만 있다면…
잘 갈아 씨 뿌린 밭두렁에 
거품을 문 채 쓰러진 
착한 소 한 마리.


(오세영·시인, 1942-)


== 사슴의 뿔 ==

사슴의 뿔은 화려하다 
소의 그것처럼 단순하지 않고 
여러 갈래로 길게 뻗어 허공에 치솟아 있다 
이 얼마나 빛나는 무기인가
그러나 사슴은 그런 무기를 지니고 있지만
하나의 뿔도 갖지 못한 늑대 사자 무리들에게 먹히며 산다
아니 이 지상에서
사슴에게 지는 동물은 하나도 없다
풀잎만 씹고 사는 초식동물,
이 선량한 친구에게 먹힐 동물은 아무도 없다
사슴의 뿔은 전투용 무기가 아니다
그러면서 왜 거기에 그처럼 화려히 매달렸는가
그것은 하나의 관이다
무엇을 위한 관이냐고?
암컷들에게 보이기 위한 위용의 관
저 수컷들과의 뿔 겨루기를 보라
덜그럭 덜그럭
사슴의 뿔은 암컷을 얻기 위해서만 힘을 쓴다.


(임보·시인, 1940-)


== 인간의 웃음 ==

불타는 산
시뻘건 불덩이는 뒤를 따라오고
우두둑 떨며 내달리는 가엾은 목숨
가시에 긁히는 게 문제가 아니야
발가락쯤 부러지면 어때
살아야지
어서 빠져나가야지
뒹굴고, 엎어지고, 찢어지며,
오직 살길을 찾아 달리는
토끼 한 마리

그러나 기다리는 건
얼룩무늬 잠바 입은 젊은이가 쥐고 있던 몽둥이
죽음
두 귀를 잡아들고 술안주감 생겼다고 기뻐하는
잔인한 웃음
아,
아내와 자식과 부모와
모두 함께 
저 불구덩이 속에 타 죽어야 했는데.

(탁동철·아동문학가, 1968-)


== 자연을 위한 기도 ==

생명의 하느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그들이 숲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억하겠나이다. 
그들이 도시에서 겪는 푸대접을 기억하겠나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보호자, 섭리자의 역할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게 하소서. 
우리가 들짐승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도록 금지하소서. 
존경심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을 우리에게 주소서. 
나보다 약한 피조물을 경애하도록 가르쳐 주소서. 
모든 생명의 물줄기는 당신의 생명에서 흘러나오는 것. 
생명이란 지금도 우리에게는 신비일 뿐, 
우리가 짐승과 새와 친하도록 도와주소서. 
그들의 배고픔과 목마름, 피곤함과 추위, 
집을 잃고 헤매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도우소서. 
우리의 기도 속에 그들의 어려움도 끼워 넣도록 도우소서. 

(조지 마테슨·스코틀랜드 태생의 맹인 선교사)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동물 동시 모음> 박두순의 '다람쥐' 외 

== 다람쥐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조그만 
도토리도

두 손으로 
받쳐들고 먹지요 

(박두순·아동문학가, 경북 봉화 출생)


== 오리 ==

오리 세 마리가
연못에 글 쓰러 간다.

오리는 글 쓰러 갈 때는
꼭 줄을 서 간다.

오리는 
참 착한 학생이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사슴 ==

쫑긋, 귀를 세우고
먼 
시골학교의 
풍금 소리를 듣는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돼지 == 

고사 상에 오른 돼지가
웃고 있네

몸뚱이는
어디에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돈 봉투 물려 주니까
입이 더 벌어지네


(곽해룡·아동문학가)


== 쥐 == 

쥐는
쥐구멍에 살고
나머지 큰 집은
사람들에게 죄 빌려 줬대요

그래서
그 방값으로
쌀도 고기도 가져간대요
공짜는 없다지 뭐예요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미안해서 ==

우리집 밭에서
몰래
배춧잎 뜯어먹다 들켰던
숙자네 닭들

미안해서
미안해서

왕겨 뿌린 밭고랑에
따뜻한 달걀 한 개
놓고 갔다.

숙자 불러내
말할까 말까?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소·1== 

보리짚 깔고
보리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구리고
코로 숨쉬고

엄마 꿈꾼다.
아버지 꿈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리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소 ==

소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말도 잘 듣는데
매를 맞는다.
매 맞는 소를 보면
눈물이 나올라 한다.
우리 소가 아니라도
눈물이 난다.


(윤동재·시인, 1958-)


== 코끼리의 코 == 

코가 긴 코끼리 
생각도 코로 할까. 

주르르 코를 펼치면 
생각도 주르르 펼쳐지고 
도르르 말면 
생각도 도르르 말려지고 

생각이 건너가 
먹을 것도 가져오고 
생각이 뻗어가 
물을 퍼 샤워도 하고 

기다란 코로 하는 생각 
펼쳤다가 말았다가 
줄였다가 늘였다가 
마음대로겠지. 

맞아, 그게 자랑스러워 
팔락팔락 
바람을 부치며 
큰 부채 귀가 
박수를 치고.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염소 == 

구름 동동 
하늘이 
물에 잠기면 

떨리는 음성으로 
노랠 부르고 

아이들이 놀러 오면 
웃겨 주려고 
수염 달고 
할아버지 흉낼 낸다. 

애써 기른 뿔 
받아 보고 싶어도 
강물과 
산과 
하늘과 해 
모든 게 평화롭기만 해 

결국 
뿔은 뒤로 구부려 
하나의 장식물로 
만들고 말았다.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개구멍을 빠져나가다 ==

쥐똥나무 울타리에 난
개구멍을
도둑고양이처럼
살짝 빠져나가다 문득,

누군가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한 번도
나무에 똥을 싼 적 없는 
쥐와
울타리에 구멍을 낸 적 없는
개와
도둑질을 한 적 없는
고양이가.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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