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돌 한글날인 9일까지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소장자인 배익기 씨만 아는 곳에 잠자고 있다. 배 씨가 지난 8월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이철영 기자
'훈민정음 상주본 미스터리' 보도 그 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제573돌 한글날까지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원리와 사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국보급 고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이야기다. 유이한(동일본 '간송본', 국보 70호) 문화재인 상주본은 11년 전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사라졌다.
그 위치는 소장자인 배익기 씨만 알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달 상주본 사태 11년간의 기록과 의문점을 파헤치고, 해법을 모색한 기획 4편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부터 한글날까지 상주본 사태와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을까.
◆문화재청 "환수 위해 노력" 되풀이
"그동안 상주본의 안전한 환수를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배익기 씨와 45차례 직접 면담을 했고, 프로파일러까지 동원해 배 씨의 심리상태를 짚어내려 노력했지만 돌려받을 합리적 방법이 없었다. 문화재청 혼자선 해결이 안 돼 법원, 검찰 등과 함께 지속적 회의를 거쳐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한글날을 목전에 둔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문화재청은 배 씨가 제기한 상주본 강제집행 불허청구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올 7월 11일)한 직후 배 씨를 찾아가 조속한 반환을 재차 요구하면서 계속해서 반환을 거부할 경우 강제집행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당시 배 씨는 자신도 추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시도는 없었고, 배 씨의 추가 법적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기존 상황이 이어진 셈이다.
지난 2015년 3월 배익기 씨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부에 불에 그을린 상주본. /배 씨 제공
배 씨는 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화재청에서 소송비용을 내라는 요청은 있었지만, 강제조치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다"며 "안민석 국회 문체위원장이 상주본 상태를 공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 외에 특별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나섰다. 지난 8월부터 상주본 국민반환 서명운동을 벌인 경북 상주시 상주고 학생들은 이에 동참한 상주 우석여고, 서울 해성여고 학생들과 함께 한글날인 9일 배 씨를 직접 찾아가 상주본 반환 및 공개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배 씨는 더팩트에 보낸 '학생들의 오도된 서명요청에 대한 훈계답변서'에서 "일제의 항복으로 광복이 되자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당시까지 일제치하 교육을 받아 오던 학생들은 나라가 망했는데 어른들이 왜 저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고등학생이면 주위 어른들의 부추김이나 선동에 수동적으로 따르려고만 할게 아니라 다른 사정도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보다 객관적 진실에 따라 행동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배 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훈민학당 블로그를 통해 "(상주본 사태 해결을 위해) 청문회를 요구한다"며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이 사건의 진상을 국민들이 바로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사건 해결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안민석 "세종대왕에게 부끄러운 일"
'청문회 개최'는 지난달 20일 보도된 <[TF기획-훈민정음 상주본 미스터리④]>에서도 언급한 부분이다. 그러나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더 이상 중재 의사가 없고, 강제집행이 답"이라고 언급해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10년간 상주본을 회수하지 못한 절반의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며 "세종대왕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법과 원칙에 따라 상주본을 회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한글날까지는 끝장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문화재청은) 맨날 연구하고 방법을 찾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문화재청장이 결단을 내려서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조속한 강제집행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훈민정음 상주본 미스터리' 보도 그 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제573돌 한글날까지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원리와 사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국보급 고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이야기다. 유이한(동일본 '간송본', 국보 70호) 문화재인 상주본은 11년 전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사라졌다.
그 위치는 소장자인 배익기 씨만 알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달 상주본 사태 11년간의 기록과 의문점을 파헤치고, 해법을 모색한 기획 4편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부터 한글날까지 상주본 사태와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을까.
◆문화재청 "환수 위해 노력" 되풀이
"그동안 상주본의 안전한 환수를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배익기 씨와 45차례 직접 면담을 했고, 프로파일러까지 동원해 배 씨의 심리상태를 짚어내려 노력했지만 돌려받을 합리적 방법이 없었다. 문화재청 혼자선 해결이 안 돼 법원, 검찰 등과 함께 지속적 회의를 거쳐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한글날을 목전에 둔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문화재청은 배 씨가 제기한 상주본 강제집행 불허청구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올 7월 11일)한 직후 배 씨를 찾아가 조속한 반환을 재차 요구하면서 계속해서 반환을 거부할 경우 강제집행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당시 배 씨는 자신도 추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시도는 없었고, 배 씨의 추가 법적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기존 상황이 이어진 셈이다.
지난 2015년 3월 배익기 씨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부에 불에 그을린 상주본. /배 씨 제공
배 씨는 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화재청에서 소송비용을 내라는 요청은 있었지만, 강제조치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다"며 "안민석 국회 문체위원장이 상주본 상태를 공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 외에 특별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나섰다. 지난 8월부터 상주본 국민반환 서명운동을 벌인 경북 상주시 상주고 학생들은 이에 동참한 상주 우석여고, 서울 해성여고 학생들과 함께 한글날인 9일 배 씨를 직접 찾아가 상주본 반환 및 공개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배 씨는 더팩트에 보낸 '학생들의 오도된 서명요청에 대한 훈계답변서'에서 "일제의 항복으로 광복이 되자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당시까지 일제치하 교육을 받아 오던 학생들은 나라가 망했는데 어른들이 왜 저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고등학생이면 주위 어른들의 부추김이나 선동에 수동적으로 따르려고만 할게 아니라 다른 사정도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보다 객관적 진실에 따라 행동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배 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훈민학당 블로그를 통해 "(상주본 사태 해결을 위해) 청문회를 요구한다"며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이 사건의 진상을 국민들이 바로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사건 해결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안민석 "세종대왕에게 부끄러운 일"
'청문회 개최'는 지난달 20일 보도된 <[TF기획-훈민정음 상주본 미스터리④]>에서도 언급한 부분이다. 그러나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더 이상 중재 의사가 없고, 강제집행이 답"이라고 언급해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10년간 상주본을 회수하지 못한 절반의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며 "세종대왕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법과 원칙에 따라 상주본을 회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한글날까지는 끝장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문화재청은) 맨날 연구하고 방법을 찾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문화재청장이 결단을 내려서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조속한 강제집행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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