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구리 함유 레코드판 ‘골든 레코드’
ㆍ외계 생명체 찾기 일환으로 탑재
ㆍ55개국 인사말·음악 27곡 등 담아
보이저 2호 동체 겉면에 붙어 있는 골든 레코드. NASA 제공
국내에 2017년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미국 영화에는 어느 날 갑자기 각국 영토로 진입한 외계 비행물체가 등장한다. 여기서 내린 생명체는 문어를 닮은 몸을 지녔지만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췄다. 생물학적·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인간과는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외계 생명체들과 끊임없이 접촉한 지구인 언어학자가 그들의 기호 체계를 하나둘 익힌다. 외계 생명체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진보된 지적 능력까지 얻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지구인은 외계인을 깊숙이 연구한 영화 속 박사가 유일하다. 완전히 다른 별에서 생겨난 문명과 대화를 하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 20세기 중반 우주 시대를 열면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가능성은 과학계의 화두였다. 19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계획(SETI)’이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에 속한 과학자들은 접시처럼 생긴 크고 작은 전파망원경에 눈과 귀를 고정하고 외계인이 만들었을 법한 인공적인 전파를 찾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만 외계 생명체가 전파를 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특정 천체로 전파를 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좀 더 능동적인 외계 생명체 찾기다.
지난해 11월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의 영향권, 즉 ‘태양권’을 벗어난 보이저 2호에는 조금 특별한 방식의 외계 생명체 찾기 프로그램이 실려 있다. 바로 동체에 부착된 레코드판이다. 비슷한 시기 발사된 보이저 1호에도 실린 이 레코드판은 구리로 만들어졌고 지름은 30㎝이다. 레코드판 전체에 금이 입혀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골든 레코드’라고 부른다.
골든 레코드의 목적은 명확하다. 외계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우연히 발견할 경우 지구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레코드 탑재를 주도한 건 유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섰던 칼 세이건이다.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 같은 스테디셀러의 저자이다. 그는 NASA와 협의해 음악 27곡, 사진 115장, 55개국의 인사말 등을 실었다.
음악은 클래식이 많다. 모차르트와 바흐, 베토벤의 곡을 짤막짤막하게 녹음했다. 음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외계 생명체라면 감정이 움직일 만한 것들이다. 사진들은 매우 다채롭다. 우선 달 표면과 목성, 지구의 사진을 넣었다. 남녀로 구분되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는 정보도 실려 있다. 사람의 일상을 표현한 사진들은 무척 구체적이다. 어린이의 공부를 지도하는 교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 트랙에서 전력 질주 중인 육상 선수, 교통체증 상태에 놓인 도로의 모습 등이 내장돼 있다.
인간이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인 만큼 인사말도 수록됐다. 지금은 쓰지 않는 고대어부터 중국 방언까지 다양하다. 한국어도 실려 있다.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NASA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금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여성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는 워낙 방대해 이 메시지가 외계 생명체에게 발견될 확률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주를 향한 인간의 의지를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ㆍ외계 생명체 찾기 일환으로 탑재
ㆍ55개국 인사말·음악 27곡 등 담아
보이저 2호 동체 겉면에 붙어 있는 골든 레코드. NASA 제공
국내에 2017년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미국 영화
그런 와중에 외계 생명체들과 끊임없이 접촉한 지구인 언어학자가 그들의 기호 체계를 하나둘 익힌다. 외계 생명체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진보된 지적 능력까지 얻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지구인은 외계인을 깊숙이 연구한 영화 속 박사가 유일하다. 완전히 다른 별에서 생겨난 문명과 대화를 하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 20세기 중반 우주 시대를 열면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가능성은 과학계의 화두였다. 19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계획(SETI)’이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에 속한 과학자들은 접시처럼 생긴 크고 작은 전파망원경에 눈과 귀를 고정하고 외계인이 만들었을 법한 인공적인 전파를 찾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만 외계 생명체가 전파를 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특정 천체로 전파를 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좀 더 능동적인 외계 생명체 찾기다.
지난해 11월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의 영향권, 즉 ‘태양권’을 벗어난 보이저 2호에는 조금 특별한 방식의 외계 생명체 찾기 프로그램이 실려 있다. 바로 동체에 부착된 레코드판이다. 비슷한 시기 발사된 보이저 1호에도 실린 이 레코드판은 구리로 만들어졌고 지름은 30㎝이다. 레코드판 전체에 금이 입혀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골든 레코드’라고 부른다.
골든 레코드의 목적은 명확하다. 외계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우연히 발견할 경우 지구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레코드 탑재를 주도한 건 유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섰던 칼 세이건이다.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 같은 스테디셀러의 저자이다. 그는 NASA와 협의해 음악 27곡, 사진 115장, 55개국의 인사말 등을 실었다.
음악은 클래식이 많다. 모차르트와 바흐, 베토벤의 곡을 짤막짤막하게 녹음했다. 음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외계 생명체라면 감정이 움직일 만한 것들이다. 사진들은 매우 다채롭다. 우선 달 표면과 목성, 지구의 사진을 넣었다. 남녀로 구분되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는 정보도 실려 있다. 사람의 일상을 표현한 사진들은 무척 구체적이다. 어린이의 공부를 지도하는 교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 트랙에서 전력 질주 중인 육상 선수, 교통체증 상태에 놓인 도로의 모습 등이 내장돼 있다.
인간이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인 만큼 인사말도 수록됐다. 지금은 쓰지 않는 고대어부터 중국 방언까지 다양하다. 한국어도 실려 있다.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NASA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금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여성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는 워낙 방대해 이 메시지가 외계 생명체에게 발견될 확률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주를 향한 인간의 의지를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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