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 대혼란을 극복할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다”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운데 올해 노벨평화상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돌아갔다. 심각한 기아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가 불러온 빈부 양극화 심화, 국제 연대의 약화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WFP를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기아 퇴치에 노력하고 ,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여건 마련에 기여했으며,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WFP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항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WFP는 1963년 기아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식량 지원 기구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지구촌에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도 2011년부터 집행이사회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83개국 1억 3400만명 이상이 WFP의 원조를 받았다.
노벨위원회의 언급대로 코로나19 이후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빈곤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전세계에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전염병과 분쟁까지 덩달아 늘면서다. 특히 예멘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등에서는 아사 직전까지 내몰린 주민들이 급증했다. 최근 세계은행(WB)는 전세계 인구의 4분의1이 하루 3.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WFP도 올해 말까지 2억 6500만 명이 기아에 가까운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월에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에서 각국 정부에 대응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2020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 위기에 있어)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며 추가 지원과 함께 식량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WFP도 악전고투를 벌였다. 하늘길이 끊기고 이동이 중지된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해 가며 식량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등 기존의 주요 배급 거점이 문을 닫은 것도 큰 문제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WFP는 자체 운영하는 인도적 지원 항공 서비스(UNHAS)를 확대해 물자를 날랐다. UNHAS는 공항이 지어지기 어려운 오지나 고립된 지역에도 착륙할 수 있는 경비행기, 헬리콥터, 화물기 등을 운영해 물자를 나르는 방식이다. 손광균 WFP 한국사무소 공보팀장은 "UNHAS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감염 예방을 위해 배급 일정을 세분화하고 중간 거점을 마련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며 배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 WFP의 도움을 받은 식량 취약계층은 전세계에 1억명이 넘는다. 우리 외교부도 UNHAS 사업에 3년간 500만달러(약 57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WFP측은 수상 직후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톰슨 피리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서) 봉쇄조치가 시행되고 교통이 제한된 상황에서 WFP는 주어진 의무 이상을 수행했다”면서 “거의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한때는 WFP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11명, 단체 107곳 등 318명으로 역대 4번째로 많았다. 이런 가운데 노벨위원회가 WFP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희미해져 가는 국제연대의 정신의 되살리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지구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적 국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WFP란 단체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유엔 등 다자기구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WFP는 국제주의 신조가 넘쳐나던 시절 미국이 사실상 주도해 만든 기구이기도 하다. 최근 외부 지원을 일절 안 받겠다고 선언한 북한조차도 WFP의 지원은 받는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국가 간 친선, 군대 폐지와 감축, 평화회의 설립과 증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현직 국가원수 등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개인과 단체라면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추천자와 후보 명단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미국 인종 차별에 맞선 마틴 루서 킹,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이끈 넬슨 만델라 등이 있다. WFP가 올해 평화상을 받게 되면서 평화상을 받은 단체는 모두 25곳으로 늘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각각 3차례와 2차례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12월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민정·정은혜 기자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운데 올해 노벨평화상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돌아갔다. 심각한 기아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가 불러온 빈부 양극화 심화, 국제 연대의 약화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4년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여성들이 다르푸르 인근의 실향민을 위한 킬마 캠프에서 WFP가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받는 모습. [AFP=연합뉴스]
WFP는 1963년 기아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식량 지원 기구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지구촌에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도 2011년부터 집행이사회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83개국 1억 3400만명 이상이 WFP의 원조를 받았다.
노벨위원회의 언급대로 코로나19 이후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빈곤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전세계에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전염병과 분쟁까지 덩달아 늘면서다. 특히 예멘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등에서는 아사 직전까지 내몰린 주민들이 급증했다. 최근 세계은행(WB)는 전세계 인구의 4분의1이 하루 3.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WFP도 올해 말까지 2억 6500만 명이 기아에 가까운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월에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에서 각국 정부에 대응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2020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 위기에 있어)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며 추가 지원과 함께 식량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WFP도 악전고투를 벌였다. 하늘길이 끊기고 이동이 중지된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해 가며 식량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등 기존의 주요 배급 거점이 문을 닫은 것도 큰 문제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WFP는 자체 운영하는 인도적 지원 항공 서비스(UNHAS)를 확대해 물자를 날랐다. UNHAS는 공항이 지어지기 어려운 오지나 고립된 지역에도 착륙할 수 있는 경비행기, 헬리콥터, 화물기 등을 운영해 물자를 나르는 방식이다. 손광균 WFP 한국사무소 공보팀장은 "UNHAS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감염 예방을 위해 배급 일정을 세분화하고 중간 거점을 마련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며 배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 WFP의 도움을 받은 식량 취약계층은 전세계에 1억명이 넘는다. 우리 외교부도 UNHAS 사업에 3년간 500만달러(약 57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아미르 압둘라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차장이 9일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11명, 단체 107곳 등 318명으로 역대 4번째로 많았다. 이런 가운데 노벨위원회가 WFP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희미해져 가는 국제연대의 정신의 되살리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지구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적 국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WFP란 단체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유엔 등 다자기구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WFP는 국제주의 신조가 넘쳐나던 시절 미국이 사실상 주도해 만든 기구이기도 하다. 최근 외부 지원을 일절 안 받겠다고 선언한 북한조차도 WFP의 지원은 받는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국가 간 친선, 군대 폐지와 감축, 평화회의 설립과 증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현직 국가원수 등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개인과 단체라면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추천자와 후보 명단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미국 인종 차별에 맞선 마틴 루서 킹,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이끈 넬슨 만델라 등이 있다. WFP가 올해 평화상을 받게 되면서 평화상을 받은 단체는 모두 25곳으로 늘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각각 3차례와 2차례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12월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민정·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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