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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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외 5 수
2014년 02월 10일 15시 49분  조회:2290  추천:20  작성자: 허창렬

1
 
스스로 말이 말같지를 않고
말이 조금씩 빗나갈때면 조용히 입을 다물라

마음이 번거롭고
마음이 초조하고
마음이 흔들릴때면
아예 말을 아끼라
우리네 인생은 새옹지마
부질없는 욕망
내려놓을수 없는 비교
이름모를 적막과
형언키 어려운 새로운 고충
 
급할때일수록 말을 천천히 하라
큰일에 부딪치면 말을 항상 똑똑히 하고
파악되지도 않은 말은 신중히 하라
작은 일은 언제나 유머넘치게 말하고
발생하지도 않은 말은 아예 지껄이지도 말라
남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은 하지를 말고
아무리 기쁜 일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말하라
남의 말은 언제나 조심스레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라면 아예 입을 봉하라
그리고 아무리 가슴아픈 일일지라도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하소연을 하지 말고
자신의 일은 언제나 진정 가슴에서 우러날때 말하라
현재 진행중인 일은 겪고나서 말하고
미래의 일은 미래에 다시 말하자
 
아무리 즐거운 말도
아무리 슬픈 이야기도
문자로 옮겨놓으면 늘 창백하거늘
진정 소통이 필요할때
진정 교류가 필요할때
그때가서 우리 서로 조심스레 말을 하자

가슴에 피는 꽃은 이 세상
그 어떤 말보다도 아름답다
 
 2013년10월13일

2
 
요즘
말이
말주머니를 풀어헤치고
말문을 자꾸
연다
 
미꾸라지는 말이 아무런 필요조차 없고
잉어는 말이 너무 빠르고
붕어는 말에 거품이 너무 많고
메기는 말이 너무 미끄럽고
가물치는 또한 말을 너무 삼킨다
 
메뚜기는 말이 너무 다사하고
귀뚜라미는 말이 너무 헤프고
개구리는 슬프면 말이 골똑 목구멍까지 차고
송충이는 항상 말보다 발이 더 빠르다
나비는 말없이 꽃잎에 내려앉고
꿀벌은 항상 말도 잊은채 꿀 빚기에 너무 바쁘다
 
이 세상의 말은 아ㅡ가 다르고
이 세상의 말은 어ㅡ가 다르고
말이 사람보다 많은 세상을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아무런 말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2012년11월2일
 
  3
 
말 말 말 말 말 말 말 말
요즘 말들이 너무 많다 !
요즘 말들이 너무 길다 !
요즘 말들이 너무 헤프다!
 
말 많은 자가 여는 아침은 언제나
방아간 지나친 참새들이
이쪽ㅡ저쪽ㅡ여기서도 저기서도
모두가 한결같이 제 잘났다고 짹짹들이고
 
말 없는 자가 여는 아침은 언제나
부처님처럼 항상
입ㅡ
무겁다!
 
얘들아 이젠 그 입 좀 다물어라
할말을 다 하면서 사는 세상이 아니다 또
할말을 다 삼켜야 사는 세상도 아니다 또
할말을 다 버려야 사는 세상도 아니다 또
할말을 다 잊어야 사는 세상도 아니다 또
 
이제는 바른 말 고운 말이 너무나도 필요한 시기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거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거니
아낄수록 말은 더욱 빛나는 보석이 된다
 

2012년11월5일
 
 4
 
버리는것이 아니라
안으로 가두는것이다
 
속으로 가두고 또 가두노라면
가슴속의 큰 어혈덩이는 어느사이 고요한 호수가 되고
기슭에 허옇게 떠있던 은빛 잉어들이
부레로 아픈 세월 골깍꼴깍 마시며
다시금 살아서 팔딱팔딱 뛴다
 
자 이제 조심스레 세상에 내놓을 차례ㅡ
생명력있는 말은 우리를 혼돈에서 벗어나 더욱 정진케 하고
원동력있는 말은 우리를 허영에서 벗어나 더욱 참되게 하고
영향력있는 말은 우리를 암흑에서 벗어나 더욱 밝게 한다
 
이런 날 웬일인지 노천명의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이 더욱 그립다…
 
 
  2012년11월 12일
 
 
  5
 
나는 말을 하리라ㅡ
이 세상 <<자유>>를 앓는
저 인간들의
간교한 하루일과를ㅡ
 
자연의 말씀이 못내 그리워
공원의 새파란 가슴에 싯누런 대못을 박아놓고
날마다 새초롱 걸어두고 한가한
저 로자(老者)의  아침을
 
도시인의 건강체크를 위하여
아직 혼자 서있기도 버거운 숨결이 여린 나무에
팔이며 등이며 지어 사타구니마저 마구 부벼대는
저 싱거운 로파들의 철딱서니없는 점심을
 
조어도는 우리땅이라고 불타오른는 애국심에
너나없이 한껏 목소리 높였다가도
어느새 방생못에 낚시를 뿌려 세월을 낚는
저 번대머리아저씨의 뻔뻔스런 저녁을
 
말하다 듣지않으면 내 입을 닫으리
그리고 아예 두 눈도 감으리
량심이 칼날이 되여 시퍼렇게 날이 서는
그런 날이 너무 그립다
 
하루해가
우리들의 불안한 량심속에서
또 하루
저물어가고 있다
 
 
 
 
 
 
            2012년11월14일
 
 
6
 
말을 말이라 하지않고
말씀이라 함은
말이 그냥 말다워서가 아니라
말씀이 말씀답게 무게 있기때문이다
 
공자님 가라사대
아버님 말씀은 말씀
말이 많은 네가 하루종일 마구 지껄이는 말을
이제 무엇이라 해야 하나?
 
잡소리ㅡ
아니면 방귀ㅡ
위인도 왜서 그때 랭소하며 수정주의자들에게
<<개나발 불지 말라>>했는지
이제는 알것만 같다
 
똑같은 말도
사람다운 사람이 해야
값지고
더욱 더 멋진 법
 
차라리
두 눈을 감고
입을 꾸욱 다물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
 
 
 
 
 
 
        2012년1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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