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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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욕실안에서 1
2014년 07월 02일 14시 42분  조회:2667  추천:10  작성자: 허창렬
욕실안에서 1
 
때를 벗긴다!
욕실안에서 너나없이
이것 저것 다 벗고
열심히 때를 벗긴다
 
굴원이 때를 벗긴다
두보가 때를 벗긴다
리백이 때를 벗긴다
단떼가 때를 벗긴다
헤세가 때를 벗긴다
밀컨이 때를 벗긴다
랭보가 때를 벗긴다
 
니사와끼 준자부르
슬픈 노래를 다 잊고
천상병
하늘로 돌아가련다를 다 잊고
아폴리네르
개구리를 다 잊고
보들레르
보석을 다 잊고
샌더버그
우리의 지옥을 다 잊고
발레리 해변의 묘지에서 벗어나
 
때를 벗긴다
허울을 벗는다
고대인 근대인 현대인
위인 소인 인력거꾼
지어 심성이 너무 고와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료녕조선문보 덕권이형마저
마지막 한장 남은 지옥같은 자존심따위를
주저없이 팽개치고
열심히 때를 벗긴다
 
여기에는
더 이상의 남과 북
리산가족도 없다
살벌한 아귀다툼도 국경도 없고
노천명의 사슴같은 슬픔은 더욱 없다
다무라류이찌 4000의 날과 밤
너는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아는가 욕실안에서
모두가 허울을 벗고 때를 벗기면
너와 나의 고운 심성
푸른 아침 푸른 이슬처럼
더욱 빛나는것을
 
다 벗고 다 내려놓고
욕실안에서는 항상
인류의 가장
진솔하고
참된 넋들이
반짝반짝
보석처럼 진주처럼
빛나고 있다
 
 
 
  2012년7월 18일
 
 
 
욕실안에서 2
 
작디 작은
우주의
희고 큰 고기덩이를
이리 저리
이쪽 저쪽
빈ㅡ틈 하나없이
빈구석 하나없이
열심히
딲고 또
딲는다
 
령혼의
아픈 피
아픈 살
아픈 뼈
기적처럼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
일조팔천억의
향기 그윽한
생명 유기체
 
우주의
귀며
코며
눈이며
입이며
손 발

다리
얼굴ㅡ
그리고
 
힘의
자궁을 꼭 빼 닮은
진리며
량심이며
뻔한 거짓말처럼
너무나도 진실한
현실을
수건으로 열심히
딲고 또
딲는다
 
이 몸이
비록 작고 작아도
우주의 작은
박물관이기에
지금 욕실안에서
어젯날
게을렀던 시간들이
열심히
재수업
중이다
 
 
 
2012년7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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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허창렬
날자:2014-07-03 17:12:58
잡초님:감사드립니다
1   작성자 : 잡초
날자:2014-07-03 09:19:38
허창렬선생님:
첫번째 시 좋습니다.
호방하고 개성이 넘치는 시, 시적상상이 자유분방하고 서정성도 짙으면서 깨우침(주제?)을
주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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