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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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 현대시 하이퍼시 묶음
2014년 03월 13일 15시 11분  조회:2122  추천:2  작성자: 허창렬
전통시묶음

우리 가끔 한번쯤은 1
 
너무 쉽게 사랑하고
너무 쉽게 헤여지며
너무 쉽게 마주서서
너무 쉽게 다시 만나자 말하지를  말자
 
따지고보면
우리네
인생은
허다한 막무가내ㅡ
 
준것 없이 밉고 미운
그저 그런 사람에게도
때로는 그 악연마저
코마루가 시큼하도록
고마울때가 더욱 많더라
 
너무 쉽게 하나 얻고
너무 쉽게 하나 버리며
너무 쉽게 이 세상을 손가락질해가며
너무 쉽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척도 하지를 말자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인연이란 
항상 바늘과 실같은것ㅡ
바늘 없는 실이 무슨 소용있으랴?
실 없는 바늘이 또 무슨 소용있으랴?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크나큰 고통이 없이는
작디 작은 행복마저 없는 법
마음이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가슴이 미여지면 또 미여지는대로
 
저 작은 숲의 움직임에도 순리를 알며
차 한잔 시 한수에라도 만족해하며 살자
풀잎에 손을 베고 터벅터벅 혼자
걷는 날이면 너무 슬프다
 
우리 가끔 한번쯤은
가슴이 미여지게 아프고 쓰라리더라도
너무 쉽게 만났다가
너무 쉽게 돌아서며
다시 만나자는 말을 쉽게 하지를 말자
 
존재의 리유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사람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배려할줄도 알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미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시기질투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나
사람답게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처럼 떳떳이 살아야 내 너를
사람이라 하리라ㅡ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터진다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쏟아진다
그러다도 하루종일 옹색한 너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노라면
종내 울음이 나온다
종내 울음이 터진다
종내 울음이 쏟아진다
필경 너역시 이 세상의
미물도 아닌 인간이기때문에
필경 너역시 이 세상의
추물도 아닌 인간이기때문에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사람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이 사람을 서로 아끼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배려할줄도 알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시기하고 질투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사람처럼
사람답게 그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답게 살아야 내 너를
사람이 하리라ㅡ
                                    2013년6월16일
 
어떤 문단 풍경 1
 
파리가 복뚜꺼비 꿀꺽 삼킨격
여우가 돼지를 꼴깍 삼킨격
속까지 새까만 생쥐 몇마리 잡아놓고
오늘도 저 쥐 잡은 포수들의 우렁찬
개선가는 듣기조차 너무 민망하고
요즘은 또 이렇게
정신이 온건한 사람이 되려
이상한 취급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신작로 대통로로 활개치며 걷는 이를
절름발이 행군에 땀동이 펑펑 쏟고있는 이들이
코 막고 답답하다 풉풉 웃고
해마다 열리는 어느 캠퍼스안
이상한 세미나에서는 뒷골목 고스톱천재들과
이데올리기천재들이 얼큰한 소주에
시며 소설이며 수필이며 평론을 낙지처럼 구워놓고
한 세상 푸념끝에 저마다 제 털이
검붉고 제일 독창적이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전통은 언녕 이발빠진 사발
현실주의는 어느사이 쓰고버린 콘돔
사생아취급에 모더니즘이 비루먹은
당나귀신세 되여 한켠에 물러 서서
눈치보기에 너무 바쁘다
새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어설픈 축사ㅡ
이게 무슨 개 뼉다귀 갉아먹는 소린지
도통 알아 들을수조차 없건만
 
객 하나없는 큰 잔치판에서
짝짓기 급한 숱한 홀애비들과 살만 피둥피둥 찐 과부들이
어절씨구 북을 치고 어화둥둥 장구치고
제 멋에 흥겨워 춤 추고 노래 부른다
말 없는 랭보
할말을 잃은 밀턴
이런 잔치엔 결코 참여치도 않는다며
지나가던 이웃집 개가 전봇대밑에 멈춰서서
껄껄껄 하루종일 웃고 있다                            

2013년3월20일  
 
 
주해; 랭보와 밀턴 모두 현대시 주장파들임             
 
어떤 문단 풍경 2
 
벼룩이 간 듬뿍 소금찍어 빼여놓고
한다하는 식객들이 줄줄이 모여든다
선생《先生》은 많으나 의인《义人》하나 없다
한치 두치 세치 길어봤자 네치ㅡ
결국 한치 앞도 제대로 못보는 날쌘
준치들에겐 지금 아무런 사상이
준비되여 있질 않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또
어느 하늘아래 똥별만큼 눈물이 너무 헤픈 녀인네들과
궁중의 내시마냥 지조 높으신 꽤 듬직한 분들이
아이러니하게 시인 학자 수필가 소설가 평론가
온갖 간판 죄다 내다 걸고
21세기 종족번식을 위한
심포지엄이 한창이다
 
쩍하면 된장에 고추장타령
부를줄 아는 노래라곤
세치네타령뿐인
그대 지금 철학하는가?
헤세나 피타고라스 저작
한두권정도 아니 읽고
칼을 막 쓰는 <칼 맑스>사람처럼
그대 지금 철학하는가?
 
노루가
제 방귀에 깜짝 놀라
이상하게
까무러치던 날
방귀다운 말씀에
그들은 언제나
제법 큰
전설이 된다
 
 
                      2013년3월30일


현대시묶음


지구
 
감기라도 드셨나요?
손발이 너무 차거웁군요
밤이불이 너무 얇은건 아닌가요?
 
뭐라구요?
살기가 너무 힘이 든다구요
왜서일가요?
 
직장에선 스트레스
집에 가면 마누라 바가지
아직 대학 갈 아들애의
학비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구요?
 
그럼 어쩌죠?
리자돈이라도 꿔드릴가요?
뼈빠지게 너무 부담스러울텐데ㅡ
 
지구는 말이 없다
하루종일 그는 지구의를 돌려가며
혼자 중얼거린다



 
당신이 부르실때 1
 
우리 이대로 정말 좋을가?
우리 이대로 정말 행복할가?
식상한 맨트보다도
더욱 근사한
아침에
과거를
초대한다
 
력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코미디언
추억은 언제나 쓰다버린 콘돔
말쑥한 꽃향기에 흠뻑 취한
꿀벌처럼 부지런한 숱한 아낙들이
벌써 흡혈귀처럼 끈적끈적한 오르가즘을
하얗게 분칠을 한 하늘가에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천공십삼년
계사년팔월이십구일
여름은 아무런 리유도 없이
외도같지도 않은 리유 하나때문에
낯이 뜨겁고 유치한 몽상속에서
안타깝게 젊은 시간들을
헐값으로 팔고 사며
그렇게 축축히 젖은 래일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보게
마이거스 뮤러ㅡ
우리들의 이야기 시작은
언제나 날쌘 돌멩이였지
그러나 결말은 언제나 발기부전
신이 아직 살아있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고
나는 이제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하는가?
 
진군의 저 나팔소리에
천사들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천국과 지옥의 상공을 오르락 또 내리락
우르릉 쾅쾅 번개치는 심장
우르릉 쾅쾅 우뢰 우는 부름소리
이제야 나는 드디여
게으른 잠속에서 깨여나 보네
 
아아 우리 이대로 살다가 떠나가면
얼마나 원통할가
아아 우리 이대로 살다가 훌쩍 떠나버리면
또한 얼마나 억울할가?
스펀지에 조심스레 새겨놓은 깨달음의 락서
미래의 또 다른 반쪽얼굴에서
미련이 조심스레 깨여나고 있다
 
 
 
2013년6월19일
 
 
 *마이거스 뮤러(麦克斯.缪勒); 영국적 독일인 동방 종교학자 <<하나만 안다는것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것이다(只知其一,一无所知)he who knows one,knows none>>는 명언이 있다*

당신이 부르실때 2
 
네가 여직 모르고 있는
진실 하나 말하면
너 이제 정말 믿겼니?
 
전생에 우리 집 꼴 머슴이였던 너는
그 잘난 꼴값 다 하느라
언제나 내앞에서 온갖 꼴값을 다 떨고
 
전생에 우리집 문지기였던 너는
나만 보면 으르렁대며
노려보고 있구나
 
또 내 귀한 도령시절 방자였던 너는
오늘날 불쑥 나의 상전이 되여
나의 일거수일투족 낱낱히 살펴보고
 
향단이였던 너는 오늘날
도고한 녀인이 되여 마주치면 언제나
못본척 외면하고 있구나
 
심은만큼 거두는 리치
모두다 아는 법
이제는 치가 떨리게
 
신물이 나는 이 세상사ㅡ
래생에는 우리 다시
귀한 손님이 되여 다시 만나자
 
남은 여생 내가 이제
너희들의 종이 되고
머슴이 되고ㅡ손발이 되고
 
륜회의 강가에서
쪽배 한척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태초의 여름
 
태초의 여름
우주의 자궁에서
알몸뚱이 너와 나는
발가벗은 진실앞에
웃고 떠들고 까부러치며
그렇게 아무런 후회도 없이
그렇게 아무런 미련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이글거리는 숯불에
부지런히
굽고 있었다
 
태양은 존재의 의미로
그냥 빛났고
별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취해 두눈을 계속 깜빡거렸고
시대의 목마른 갈증에
뼈마디 굵직한 좌우명들은
누군가의 목에
무거운 십자가를
진주 목걸이인양
척 걸고 있었다
 
얼마나 찬란한
우리들의 사명이였던가?
얼마나 눈이 부신
우리들의 과거였던가?
또한 얼마나 유치하고도 서러운
신들의 통곡이였던가?
어느사이
숲을 이룬 문명
칼춤이 류행처럼 란폭해져가는
인심ㅡ
 
이제는
팔고 사는 인정보다
오히려 추억이 더욱 지혜로운 시기
이제는 질투나 배신보다는
포용이 더욱 필요한 시기
태초의 여름이 잠을 깨고 불쑥
우리들곁에서 조용히
일어서고 있다…  

2012년 10월12일


태초의 가을
 
네가 알수 없는
비밀 하나 더 말해줄가?
위대한 시인의 심장은
가난해도 쿵쿵 뛰고
어리석은 저 세월의 어리광대들은
량심의 빈 터전에
궁전을 짓고 
부를 축적하고 있다
 
태초의 가을도
오늘처럼 오곡이 무르익었고
우유와 빵으로 허기진 배를 겨우 달랜
무함모드나 요셉의
그 거짓같은 설교는 오히려
거짓에 거짓하나 없는
너무나도 새빨간 거짓말같은
진실이였다
 
또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힘들게 하고 있는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답인가?
그것을 알려고 했던 자들은 이제 아예
알려고도 하지를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차려놓은 술좌석에서는
언제나 하느님마저 
항상 말석이다
 
그렇게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렀고
<<달려가는 화살은 움직이는것이 아니라>>며
굼벵이 한마리
화려한 나비의
새로운 몸짓을 꿈꾸며
이 세상 이 끝에서
이 세상 저 끝으로
부지런히 기여가고 있다
 
 
 
2012년10월12일

 
하이퍼시 3수 

  2
 
구월의 꽃장대우에 팔월의 입술이 떠올라
손목이 파르르 눈섭이 자꾸 떨린다
 
로련한 뻐스기사의 그 헬쓱한 미소를
길섶의 돌멩이며 참개구리들이 아무도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반디불이 호박잎 하나 따들고 서성이는 어느마을 동구밖
개짖는 소리가 문득 총포소리로 들린다
 
찌르륵ㅡ찌르륵 ㅡ
짜르륵ㅡ짜르륵ㅡ
 
귀뚜라미 손 씻는 소리는
변형된 상형 문자체
 
어둑시레한 뜨락에서 암탉이 수탉의
손을 잡고 알을 똘똘 굴린다
 
 
 
 
무지개
 
피, 피, 수술칼이 하늘을 긋자 별들이 와르르ㅡ 와르르ㅡ
호주머니속으로 쏟아진다. 금시 심장들이 살아서 팔딱팔딱 숨을 쉰다.
단단한 부리로 노래를 골라 부른다. 콜롬부스와 해적의 노래,
병마개 딴 아버지의 노들강변, 아코뎅에 발목 묶인 창녀촌의
긴 창부타령, 노숙자의 숫구멍마다 <<아리랑>> 금박상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상복을 차려입은 나무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볼륨을 높여가며 짝짝짝 박수를 친다. 빗물은 빛의 속도로 빨갛고
파란 신호등을 넓은 잔등으로 서슴없이 켜댄다.
잠시 우리에 갇힌 짐승떼. 다시금 포효하는 젊은 바다ㅡ
 
심장이 딸깍 멈춰버린 흰갈매기 한마리 겁에 질린채 허름한
비파를 안고 바위곁에 쭈크리고 서 있다


비속의 안경, 그리고 나무가 되여버린 남자
 
뿌옇게
개구리 울음 슽피 우는 어떤 곰바위우에
흰광목옷 차려입은 신단나무 한 그루 어두커니 서있다
언제 어느때부터 손발을 꽁꽁
묶어버린 빨간 댕기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그는 포도밭 넌출사이에 서서
까만 눈을 깜빡거리는 그녀 몰래 살짝
샤타를 눌러간다
머루가 다래보다 달다는 사실 여태 몰랐다며
포도밭에서 그녀는
하ㅡ손을 벌리고 또다시 앙탈을 탄다
 
실내의 가구들이 깨끗한 걸레로
얼굴을 말끔히 딲는다
마른벽이 축축히 땀에 젖는다
정자밖의 오동나무숲에서
멧새 한마리 봉황의 꿈을 꾸며
흠뻑 젖은 깃을 훌훌 입김이 더운 안개속에서 털며
근시안경을 건 나무에 기대여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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