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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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에 열리는 아침
2014년 11월 29일 16시 09분  조회:2823  추천:4  작성자: 허창렬
법문에 열리는 아침
 
하늘을 원망하다 하늘끝
너럭바위ㅡ
그 너부죽한 옆꾸리에다
오줌 한대야 
질끔 내 갈기고
종다리 꾀꼬리 정답게 우짖는
어느 버드나무숲을 가로질러
내 고향으로 흘러가는
개울물에 깨끗이 손을 씻고
신 들린 무당같이
법문으로 중얼중얼
아침을 열어갑니다
 
심장마저 싸늘한 도마뱀이
스르륵 스르륵 기여가는
새벽길엔 안개가 자욱합니다
화살에 놀란 꽃사슴이 엉겹결에
후닥닥 뛰여가는 저녁길엔
눈 먼 이슬이 축축합니다
사람이 그리워 사람이 걷는 길엔
모래방울만한 눈물이 아무런 리유없이
옷섶에 뚝뚝 떨어집니다
향수에 줄 끊어진 연은 지금
어디로 날아갈가 바람과 함께 더욱
깊은 고민중입니다
 
산이 두런두런
여래 약사불의 심주를 넋두리 삼아
읊고 또 읊습니다
구름이 또랑또랑
관세음보살님의 륙자대명주를
가슴에서 술술 풀어냅니다
강물이 손에 손 잡고
갈증으로 벌떡벌떡 일어섭니다
석가의 깨우침에
능구렁이는 마음이 비단결같이
한결더 부드러워 집니다
 
무릇 세상의 뱀이
마신 물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신 물이 우유가 되듯이
이 세상 리치가 훤히 눈앞에
다시 보입니다
내 안에서 나를 부르며 매일
먼데서 찾아온 손님같이 성큼
내 안으로 들어서는 이여
내 밖에서 차가운 내 손발을 찾아
평생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는 내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다가
결국 내 먼저 리유없이 지쳐 쓰러질
안방 마님같이 너무 무거운 내 이름이여
 
개나리
 
너를 보면
말뚝같던 내 마음마저
황홀해질수
있다는것이
왜ㅡ 이다지도
스스로
신기하기만 할가?
 
조르르
발끝까지 흘러 내린
노오란 치마 저고리
가슴위에 끌어 올리고
길섶에서 헤매는 꿀벌에게까지
맑고 하르르한 속살
서슴없이 웃음으로
열어주는 당신
 
그대 제 철에 피여
제멋에 마음이 뜨거울뿐인데
왜 처음부터
내 일인것처럼
내 마음이 이처럼
파르르 파르르
떨리고 또 떨리는걸가?
 
모용한 자태
천하디 천한 그 이름
하루종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훔쳐보는 하오의 햇살은
가슴이 시리도록
가슴이 멍멍하도록
황홀하여 너무 좋다
 
우영 부영 너영 나영
 
사상이 메마른
남쪽 나라 어떤 집 낡은 우물가에서
성이 난 아침해 찾아
거울 한쪼각을 멍하니
넋없이 들여다 보던
모가지가 너무 길어
슬픈 사슴 한마리ㅡ
할아버지들이 쪽지게로
지고온 수많은 령혼들을
바가지에 풀썩 담아
꿀꺽꿀꺽 들이 마신다
바늘 구멍같은 목 구멍을 털썩
뛰쳐나온 누군가의 유리심장
그렇게 파삭파삭 금이 가기 시작한
우리네 젊음은 지금ㅡ
 
빨간 바람
하얀 바람
노란 바람
파란 바람속에서
전생을 추모한다
금생을 회개한다
래생을 갈구한다
영생을 기원한다
 
인류의 력사에
다시금 큼직한 의문부호를 찍는 아담,
긍휼의 산고를 가난한 행복으로
노래 부르는 이브,
모세의 수다와 유다의 반역에
스스로 발목이 꽁꽁 묶이신
전지전능 여호와ㅡ
 
우영 부영
너영 나영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쪽배앞에 서서
바람 한바구니씩 호주머니에 넣고
훈민정음을 줄줄 내리읽고 있는
키가 덜썩 크고
눈이 너무 밝아
슬픈 짐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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