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소설속에 들어있는 이 소설은 동강대학 도인력사문화연구센터 ***의 제목도 없는 소설을 옮겨온것임.
제1장 부족장의 죽음
1
달이 껑충 밝았다.밤인데 하늘은 대낮때처럼 푸르다.잠을 깬 부족민은 돌집 뙤창으로 푸른 밤하늘을 쳐다보았다.도산의 하늘은 무엇때문에 달밝은 밤에도 도산녀인들 커다란 엉뎅이처럼 푸르기만 할가? 도산의 하늘이 우리의 얼굴색과 몸뚱이색을 도적질한것일가? 우리의 얼굴과 몸뚱이가 도산의 푸르른 하늘빛에 그슬린것일가?
부족민은 품속을 달게 자는 녀인을 멍청하니 들여다보았다.녀인의 푸른 얼굴에는 누우런 주근깨가 점점이 널려있었다.부족민은 녀인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이봐! 이봐! 너의 푸른 얼굴 주근깨들이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고 있어!
단잠을 설친 녀인은 부족민의 푸른 잔등을 철썩철썩 때렸다.너놈의 고운 녀인을 보면 호색빛을 번뜩대는 두눈과 시커먼 코구멍을 호두죽으로 땜질해버려! 그리고 호두나무요강에 오줌을 싸넣고 자기 몰골을 한번 비춰봐! 너놈의 얼굴도 도산의 푸른 하늘보다 보기 좋을데가 있어?!
녀인은 부족민을 윽박지르고 돌아누웠다.다시 잠들려는 모양이였다.녀인이 드러내보이는 잔등과 엉뎅이는 여전히 바깥의 하늘빛이다.부족민은 저도 모르게 자기의 몸뚱이를 훑어보았다.그것도 멀고 가까운 하늘빛이다!
그만하자! 그만하자! 도산의 하늘이 우리의 얼굴색과 피부색을 떼여닮았는지 우리의 얼굴색과 피부색이 도산의 하늘을 떼여닮았는지 그 누가 알어? 조상들도 수천년 풀어내지 못한것을 나같은 놈이 생각할바가 있나!
푸른 부족민은 푸른 녀인을 끼고 다시 잠들었다.
2
껑충 밝었던 달이 서천으로 기울어지는 자정이였다.대근산이 떠인 푸른 밤하늘에 네모 큰별이 뛰여올랐다.네모꼴 큰별은 불새처럼 불타올랐다.네모꼴 큰별이 불새처럼 불타 르자 푸른 밤하늘에는 갑자기 광풍이 터져올랐다.광풍은 굶주린 늑대무리 괴성을 울부짖으며 끝없는 먹장구름을 몰아왔다.먹장구름에 뒤덮힌 공간은 습기찬 호두나무를 태우는 시커먼 연기만이 몰려있는듯이 캄캄하다.숨막힌다.
광풍의 울부짖음에 잠을 깬 부족민들은 바깥을 내다보았다.먹장구름에 지지눌린 공간은 캄캄하게 헐떡거리고 있었다.금방 비가 내리려나? 오랜 왕가물 뒤에 큰비가 내리려나?
3
부족장이 죽었다.
대근산이 떠인 푸른 밤하늘에 네모꼴 큰별이 뛰여올라 불새처럼 불타오르고 광풍이 몰 아온 먹장구름에 공간이 습기찬 호두나무를 태우는 연기만이 몰려있는듯이 캄캄하던 밤에 부족장이 죽었다.
화덕불은 꺼져있었다.화덕곁에 놓인 호두나무사발 밑굽에는 부족장이 먹다남긴 호두죽 이 게발려져 있었다.그속에는 사람피 몇방울이 튕겨들어 있었다.피비린 맛을 좋아하는 하늘빛 개미들이 바글거린다.
부족장이 어떻게 죽은거지? 웬놈이 우리 부족장을 죽였어? 부족장의 얼굴은 푸른 하늘빛을 털어버리고 서리맞어 말라든 호두나무잎처럼 시허옇다.뒤번져진 눈동자에는 죽음의 순간에 질려올랐던 공포와 분노가 고스란히 굳어져 있었다.누군가 부족장의 시신을 덮 어주었던 노루가죽을 조심스레 열어젖혔다.사타구니에는 아직도 검붉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런데 남자물건이 없다!
10년 자란 호두나무만큼 굵은 사람 모가지도 떨어져나가면 구멍 하나가 펑 보이든데, 모가지보다도 대단한 물건이 매달렸던 자리에 그것이 영원히 사라지였다는 표식으로 작은 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것 같았다.부족장의 남자물건 자리에 아무런 유표함마저도 남겨지지 않았다는것은 부족민들의 신경을 아프게만 건드렸다.
부족장은 참근(斬根)을 당하여 죽었음이 분명하다.일반 부족민도 아닌 부족장에게 참근을 내린다는것은 부족장이 인솔한 소금부족이 씨종자 하나 남기지 말고 멸종하라는 지독스러운 저주가 아닐수 없다.
푸른 구름처럼 모여드는 부족민 남녀로소들은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4
부족장의 죽음이 소금부족내 살인이 아닐가고 근심하던 나이 많고 명망높은 부족민 몇은 시름을 덜었다는듯이 꺼이꺼이 울었다.한식경을 울고서 지쳤는지 아니면 그만큼 울어주어도 족하겠다고 생각되였는지 울음곡을 뚝 멈추어버렸다.그들은 부족장이 죽은 틈을 타서 이웃 부족들이 겁탈을 기습할지도 모른다고 수근거렸다.그러더니 건장하고 약삭빠른 부족민 몇을 날씨가 쾌청하면 수백리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대근산 산정과 여러 길목으로 망보러 보내였다.
부족장 돌집 근처에는 몇마리 개가 꿋꿋한 주검으로 널려있었다.개주검들은 눈동자를 시뻘건 불덩어리처럼 크게 흡뜨고 있었다.개주검들을 살펴본 부족민들은 개들의 주검들에 박혀있는 화살들은 무조건 독화살일것이라고 하였다.
자객들이 독화살을 날렸다는것은 그들이 달이 껑충 밝았을 때 숨은 선손을 걸었다는 짐작이 된다.그런데 어느 잡귀신이라도 작간을 부린것이 아닐가? 어느 잡귀신의 작간이 없었다면 부족장은 참근을 당하면서도 어째서 비명소리 한마디 내지르지 못하였을가?!
부족민들은 부족장의 개들이 독화살에 즉사하면서 아무런 기척도 내보이지 않았다는것은 얼마간 납득이 되였다.그러나 독화살도 맞지않은 부족장이 아무런 반항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것은 마음에 넣기가 불만스러웠다.그들더러 분노와 치욕감으로 부들부들 몸떨 게 하였다.
부족장의 원쑤를 갚아야 한다! 피는 피로 받아내야 한다! 남녀로소들은 돌집 마당에서 고함을 질러대였다.
개들도 모여들어서 부족민들속을 어슬렁거렸다.그러다가 부족민들 발길에 채이여 캐애캥-캥캥 슬픈 소리를 짖어대였다.
부족민들은 혹시는 독화살에 자객들이 소속되는 부족의 표식이라든가 또는 그러한 단 서를 만들어줄만한것이 남겨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그들은 개주검들에서 독화살들을 뽑아내여 호두기름 홰불아래에 벌려놓고 살펴보았다.그러나 곧은 호두나무가지를 새로 다 듬어서 만든 화살대와 시퍼런 독빛만을 번뜩대는 활촉에서 아무런 부족표식도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부족장 돌집내에는 부족장의 남자물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부족민들은 어느 으슥진 곳에 부족장의 남자물건이 자객들이 던져버린대로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떠들었다.부족민들은 도처를 벌컥 뒤집기 시작하였다.그들은 호두기름 홰불을 밝혀들고 돌집 근처를 샅샅이 뒤져보았다.돌밭의 작은 돌멩이는 발로 툭툭 차번졌고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돌은 두 손으로 들어내였다.큰돌은 여럿이서 뿌리채로 뒤번져보았다.돌밭수색을 끝내자 부족민들은 풀숲을 참빗질하였는데 그러다가 호두나무 몽둥이만큼 굵은 뱀 한마리가 풀숲을 스르렁 굴러가는것을 발견하였다.
뱀이 있어! 도사(桃蛇)야, 도사! 뱀을 발견한 부족민의 목소리는 크게 흥분되여 있었다.
부족민은 도사를 잡아두었다가 날이 밝으면 구워먹으려는 생각으로 쑥대를 뽑아들었다.그런데 누구인가 도사를 잡지말어! 오랜 왕가물 뒤에 도산에 요행으로 나지는 도사야! 하고 소리질렀다.호두나무 몽둥이만큼 굵은 도사는 재빠르게 도망가버렸다.
부족민들은 근처의 수십그루 호두나무들까지도 지나치지 않았다.애들이 호두나무에 기 여올라 호두나무 가지를 힘껏 흔들었다.호두나무들에서는 벌레먹은 호두알들만이 후둑후둑 떨어졌다.수색은 헛수고로 돌아갔다.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찾아내지 못한 부족민들은 마치도 자기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것처럼 나이 많고 명망높은 부족민 몇의 앞을 줄느런히 서주었다.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끽 소리 하나 없었다.
부족민들은 자객들이 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참근이 성사되였다는 표식으로 지니고 도망갔을것이다.공을 청하는 증명물로 사용하고서 개들에게 미식거리로 던져주었을거라고 수근거렸다.
5
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찾아내서는 무엇을 할건가?사람 모가지에서 털렁 떨어져나간 사람 머리를 모가지에 다시 꿰매여주어도 사람이 되살아나지는 못하던데! 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찾아내는 일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족민들도 있었다.
우락부락하는 나젊은 부족민 몇은 어느새 검을 차고 활과 화살통을 둘러메고 나왔다. 그들은 부족장의 원쑤를 갚으러 떠난다고 하였다.
부족장의 원쑤를 갚으러 떠난다고? 부족장 원쑤를 갚는것은 도산의 푸른 하늘아래 둘도 없이 좋은 일이다.그런데 누가 흉수인지도,어느 부족 자객들이 한짓인지도 깜깜하게 모르는데 누구하고 어느 부족하고 부족장의 원쑤를 갚을것인가?
우락부락하는 나젊은 부족민 몇은 도산 사방천리의 모든 부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키자고 떠들었다.그들은 부족장에게 참근을 행한것이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도산 사방천리의 여러 부족들이 단합하여 저지른 짓일수도 있으므로 도산 사방천리의 모든 부 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키면 될것이 아닌가고 하였다.
소금부족이 도산 사방천리의 모든 부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킨다고?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돼지 한마리를 잡아먹는데도 칼을 시퍼렇게 갈아놓고 사람 몇이서 서로 거들어주어야 하는데 사람수가 적은 소금부족이 무슨 수로 도산 사방천리의 모든 부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킨단 말인가? 호두알을 호박만큼 키워내는 일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만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이 많고 명망높은 부족민 몇은 입술이 닳아떨어지도록 사리를 밝혔다.우락부락하는 나젊은 부족민들을 주저앉혔다.
6
먼동이 터올 때가 되였다.그러나 호두나무 우둠지까지 무겁게 내리드리운 먹장구름에 공간은 캄캄하다.숨막힌다.
나이 많고 명망높은 부족민 몇은 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찾아내는 일은 가망이 없으므로 그만두기로 결정한다고 선포하였다.부족민들은 꺼풀꺼풀 타고있는 호두기름 홰불아래에서 서로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부족장의 남자물건을 찾아내기는 글렀다고? 그러면 부족장의 시신에 호두나무를 깍아 만든 남자물건을 맞추어주면 될것이 아닌가! 무당이 대근산 아래 굿거리춤 제사는 잘해주어야 하는데!
남자물건도 없는 부족장의 시신을 어떻게 매장한단 말인가? 남자물건이 없는 부족장을 매장하는것은 소금부족이 큰 죄를 만날 일이다!
부족민들의 술렁거림이 언쟁으로 변해가는 순간,캄캄하던 밤하늘이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졌다.부족민들은 너도나도 하늘을 쳐다보았다.우르릉 꽝! 우르릉 꽝! 천둥소리속에서 덩어리 번개불 하나가 우뚝 솟은 대근산 산정으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에이크! 저 번개불이 도산속 돌벼랑에 새겨진 하늘개 모양새다! 어느 부족민이 소리질 렀다.대근산 산정으로 곤두박질하는 덩어리 번개불은 과연 꼬랭이를 한자루 보검처럼 치켜들고 내달리는 한마리 하늘개처럼 보였다.개들이 번개불 하늘개를 쳐다보면서 미친듯이 짖어대였다.하늘개 번개불이 사라지고 천둥소리가 멎자 개들은 드디여 짖음을 멈추었다.그러자 캄캄한 하늘에서는 3년을 산 호두나무만큼 굵은 창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부족민들은 돌집 마당에 펄썩펄썩 꿇어앉았다.하늘을 우러렀다.하늘이여! 비를 내려주어 감사합니다! 부족장이여! 비를 내려주어 감사합니다!
7
오랜 왕가물 끝에 내리는 창대비는 사흘밤 사흘낮을 쏟아지였다.부족민들은 자기들의 푸른 얼굴과 몸뚱이를 채찍처럼 때려주는 창대비가 아프다고 아우성쳤다.그러나 너무나도 즐거웠다.
창대비가 지나가면 도산의 산야에는 목초가 파릿파릿 돋아날것이다.우리는 우리의 얼굴색과 몸뚱이색을 떼여닮은 도산의 푸른 하늘 아래서 가축들을 방목하게 될것이다.그러면 도산의 어디든지 살진 마소들로 우글거릴것이다.창대비가 지나가면 왕가물에 말라든 도산속 소금골짜기 염천수가 또다시 펑펑 솟구칠것이다.수십개 염천지는 시허연 소금빛을 번뜩거릴것이다.그러면 도산 사방천리 여러 부족들이 마소를 끌고와서 소금교역을 할것이다.
부족민들은 살진 가축들을 잡아놓고 호두술을 퍼먹을 잔치를 벌릴것을 생각하자 저마다가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모두가 코노래를 흥얼거렸다.
억수로 쏟아지는 창대비에 부족민들만이 즐거운것이 아니였다.배가죽이 등에 달라붙은 가축들도 산야에 파릿파릿 돋아날 목초를 배불리 뜯어먹을 일을 생각하면서 즐겁기가 짝이 없었다.가축들은 도산의 목초가 풍족하여지면 자기들의 자손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싱숭생숭해졌다.가축들은 오랜 왕가물중에 주인들이 가축들의 마리수가 늘어날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숫컷들과 암컷들을 갈라놓던 우리속을 죽기내기로 뛰쳐나왔다.창대 비속에서도 수컷은 암컷을 찾아내고 암컷은 수컷을 찾아내여 끼리끼리 짝을 무었다. 놈들은 주인들의 허락도 받지않고 모두가 몸붙이기를 시작하였다.
부족민들은 호두나무 몽둥이를 휘두르고 호두나무통을 두드려대였다.몸붙이기에 열중하는 가축들을 떼여놓으려고 허둥대였다.그런데 나이많고 명망높은 부족민 몇은 크게 외쳤다.우리의 가축들은 창대비뒤에 자손들을 많이 늘이려고 몸붙이기를 하는것이다! 이제 는 놈들이 몸붙이기를 하는건 상관도 말어!
부족민들은 창대비속에서 빼빼 여윈 가축들의 몸붙이기를 구경하였다.그들은 흥미진 진한 구경중에 갑자기 한결같이 깨닫은것이 있었다.
창대비가 멎으면 우리들도 또다시 굶주리지는 않을것이다.그러면 우리들도 자손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소금부족은 이런 일에서 가축들에게 뒤져서는 안된다!
부족민들은 호두나무 몽둥이와 호두나무통을 내버리고 창대비속을 뛰여다녔다.남편은 마누라를 찾아내고 마누라는 남편을 찾아내여,사내는 녀인를 찾아내고 녀인은 사내를 찾 아내여 끼리끼리 으슥진 곳을 마련하느라고 갈팡질팡 헤매였다.
가축들의 몸붙이기를 동반하려는 부족민들의 집단적인 몸붙이기가 바야흐로 시작될 무렵, 때아닌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졌다.
사흘밤 사흘낮을 쏟아진 창대비에 도강에 큰 홍수가 지고 고기잡이 쪽배들이 죄다 떠내려갔다고 한다! 대근산 기슭 소금골짜기에 나진 산사태가 수십개 염천지를 쓸어가버리고 염천수가 흘러나오던 돌구멍들을 깊게 묻어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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