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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화의 중국문화풍경 18
‘의(義)’의 힘: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18)
중국인은 속마음을 잘 열어놓지 않으며 우리와 비교하여 볼 때 많은 교류를 꺼린다. 그러기에 이들과 사귀기란 어느 정도 힘든 것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중국인은 ‘의(義)’를 중하게 여기며 의를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삼국지의 관우 -관운장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잠시 조조의 슬하에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서도 유비가 선사한 낡은 옷을 항상 속옷으로 입고 다녔으며 화용도에서는 또 의를 저버릴 수가 없어 역여번장(易如飜掌)-손바닥을 번지듯 쉽다. - 의 일을 버려 끝내는 조조의 목을 베지 못하고 유비 앞에서의 죽음을 각오하면서 한 가닥 살길을 내어준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진나라 때 위랑(豫讓-예랑)이란 종이 주인 즈버어(知伯-지백)을 섬기고 있었다. 훗날 삼진이 멸하자 즈버어를 가장 미워하던 쪼오양즈(趙讓子)는 즈버어의 해고를 변기로 만들어 썼다. 이에 모독감을 느낀 위랑은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즈버어의 원쑤를 갚겠노라 맹세하였다.
그 후, 위랑은 이름을 바꾸고 쪼오양즈의 궁궐로 입궁하여 화장실 벽을 칠하였다. 몰래 비수를 품고 기회를 노렸으나 결국 발각되고 말았다. 그러나 쪼오양즈는 ‘이 사람은 의인(義人)이다. 내가 조심하면 될 것이다. 즈버어는 이미 죽었고 또 후손도 없는데 가신(家臣)이 원쑤를 갚으려 하는구나.“ 크게 감탄하면서 위랑을 풀어주었다. <전국책(戰國策)>에 실린 이야기이다.
이 같은 이야기는 백락솔금(伯樂摔琴)에서도 잘 나타난다.
거문고의 달인 진나라 사람 백아는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도중 고향 초나라에 들리기 되었으며 때마침 추석이라 달빛아래서 거문고 뜯었고 이곳에서 그는 거문고 음악을 이해하는데 뛰어난 허름한 나무꾼 종자기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내년 이쯤 때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백아가 이듬해 어김없이 찾아갔을 때 종자기는 이미 죽어 없었고 백아는 그의 무덤을 찾아가서 최후로 한 곡조 타고는 거문고를 산산이 박산 낸다. 내 음악을 알아듣는 지기가 없으니 더 이상 연주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쇼허(簫何-소하)가 달밤에 말 타고 한씬(韓信-한신, 한고조 유방(劉邦)을 위해 한나라를 세운 장수)을 쫓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더라.
중국인은 정(情)이 통하면 우린 한집식구라고 말하며 의를 위해서는 죽지는 않더라도 자기의 일생을 바쳐가며 충성을 다한다. 바다는 깊을수록 파도가 잔잔하다고, 표현을 싫어하고 쉽게 충동하지 않는 기질이 중국인의 보귀한 장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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