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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화의 중국문화풍경 23
동정심이 제로인 중국인: 자소문전설(自歸門前雪)(23)
중국 동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면 간밤에 오는 눈은 천지를 덮었는데 부지런한 집들의 마당 눈은 금을 그어놓은 듯 경계선이 뚜렷하게 쓸어져 있다. 자기 집 앞 눈만 칼로 벤 듯 쓸어낸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매우 정상적이라 생각하며 또 먼저 나와 눈을 친 집을 부지런하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남의 집 지붕위의 이슬을 상관 말고 제집 앞 눈이나 쓸어라, 자소문전설(自歸門前雪)이다. 자아중심이란 개념보다는 동정심이 제로인 표현이다.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늘 처세의 도리를 음미하면서 자아완성의 길을 모색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편안하고 남의 말밥이 되지 않고 또 재물을 얻고 운수가 좋으면 명성까지 얻고 처자가 무사하겠는가를 늘 고민한다. 그 결론이 바로 적게 말하고 적게 참여하고 타인의 일에 무관심하는 것이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이다.
중국인들은 모든 화는 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화종구출(禍從口出)이다. 실생활에서 자신과 무관한 일에 대하여 적게 말하고 될수록이면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일사, 불여소일사(多一事不如少一事), 일이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못하다는 이들의 생활철학이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상대를 도와준다고 해도 결과는 예측 못할 오해가 있을 수 있고 이는 다시금 더없는 시끄러움을 초래하며 나아가 화로 된다는 것이다. 호심불득호보(好心不得好報), 좋은 마음이 좋은 보답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동사자 관계라 가정하자. 한국인은 우선 중국인의 도움을 바라는 심리를 없애야 한다. 내가 아무리 어렵고 바쁘게 지내도 중국인은 주동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건 당신의 지붕 위의 눈이고 이슬이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다는 사유이다. 오히려 당신이 도움을 청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당신을 무능하고 체면 없고 과욕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최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당신을 자기의 능력도 모르고 너덜대는 자불량역(自不量力)의 소인으로 안다. 한국인으로서는 ‘본전마저 처넣은’ 엄청난 적자를 보는 장사인 것이다. 도움을 빌지 못했을 뿐더러 나의 이미지까지 망가졌으니 말이다.
‘자소문전설(自歸門前雪)’; 나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지붕 위의 눈을 다 치고나면 자연히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오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죽지 않고 숨 쉬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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