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e 블로그홈 | 로그인
김혁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니스트

일송정 푸른 솔
2015년 01월 09일 07시 55분  조회:3282  추천:22  작성자: 김혁

칼럼
 
일송정 푸른 솔
 
김 혁 
 

1,
 
양처럼, 수굿이 걸음을 옮겨 을미년 새해의 첫 등산을 했다. 고도(古都) 룡정에서 서남쪽방향으로 약 4키로메터쯤에서 룡정을 보듬어 안은 세전이벌과 평강벌의 복판에 분수령으로 솟았는 비암산이라는 고운 이름의 산에 올랐다.
막상 이 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것은 한 그루의 나무때문이다. 물론 산에 오르면 사처에 사철 푸른 소나무 투성이지만 이 소나무만은 그 위상이 남다르다.
1930년대에 이미 있었던 이 소나무는 흡사 큰 기둥에 청기와를 얹은 정자와 비슷하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은 “일송정(一松亭)”이라고 부른다.  
 
일송정 푸른 솔은 흘러 흘러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저 유명한 “룡정의 노래”의 첫구절에 나오며 세간에 더욱 알려진 나무, 룡정사람들에게 있어서 일송정은 그야말로 룡정을 징표하는 “마스코드”이다.

2,
 
일찍 룡정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고색찬연한 일송정은 룡정을 지켜주는 “당산나무"격이였다. 결혼하여 젊은 녀인들은 "일송정”이 뿌리를 박은 바위를 기자석(祈子石.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바위)으로 삼았고 가물이 들면 농부들은 일송정을 기우제를 지내는 신주나무로 모셨다.
비암산은 언젠가부터는 반일투사들의 비밀아지트 역할도 했다. 반일지사와 학생들이 일제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멀리 산에 올라 일제를 쳐부시고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기원하던 곳이 일송정나무 아래였다.   
일송정이 룡정사람들의 드높은 기상을 보여주는 징표로 부상하자 불안한 일제는 나무에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잔악한 일제경찰은 일송정에 대못을 박아넣고 구멍을 내고 후추가루를 넣고 급기야는 나무에 대고 사격련습을 하는등 악랄한 수단으로 나무를 고사(枯死)시켰다.
1930년대 “조선일보” 기자로 활약하면서 취재차 룡정행차를 하였던 김기림의 “간도기행” (조선일보 1930년 6월13일~26일) 에서도 당시 일송정의 모습을 찾아 볼수 있다.
“평강령 남단을 가로막고 앉은 일송정 봉오리는 고절을 자랑하던 소나무도 옛이야기. 지금은 마른 거루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리하여 간도에 남아있던 최후이며 유일한 소나무도 다만 일송정 이름속에 남아있는것이다.”

3,
 
1980년대 룡정시의 사회단체들은 그 옛날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설화가 담긴 소나무를 복원하기로 합의를 보고 복원식수를 하였다. 소나무를 떠다 심었고 나무곁에 팔각정자도 세웠다. 하늘향해 비첨이 건뜩 들리고 단청무늬가 아름다운 정자의 천정에는 가곡 “룡정의 노래”에 나오는 주요한 줄거리를 소재로 하여 우물, 말 탄 사람, 달빛 어린 해란강, 룡주사, 룡문교, 대성중학교등 룡정의 경관들을 그려넣었다. 이후 일송정이 섰는 산정에로 오르는 돌층계, 일송정 기념비, 팔각정자, 조선족 유명 작가 시인들이 지은 룡정관련 시구를 새긴 노래비등을 건립하여 한동안 인적기 드물던 산정에 제법 하나의 풍경구가 조성되였다.
지금 룡정시의 텔레비중계탑, 강경애 문학비와 함께 비암산에 자리잡은 일송정은 룡정의 빠칠수 없는 하나의 주요한 경관으로 되였고 일송정은 정녕 유서깊은 룡정과 더불어 중국조선민족의 애환과 분발을 상징하는 문화유물로 민족의 전설과 력사를 이야기 해주는 신목(神木)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였다.  
지난해 말, 룡정시에서는 또 한번 일송정을 새롭게 수선하였다. 300여만원을 투입하였고 한국의 저명한 조경사를 초빙하여 일송정기념비주변을 새롭게 조경하였다.
사철 푸르른 잎새, 철갑을 두른 듯한 몸체, 소나무는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도 잘 견뎌내며 허연 눈발을 떠이고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그래서 모진 력사의 시련을 견디며 오늘에 이른 우리 민족정신과도 많이 닮았다.
새롭게 조경한 일송정은 오늘도 비암산의 창공 한 자락을 떠인채 그 전설을 읽으며 찾아드는 유람객들을 맞아 주고있다.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3 김학철을 다시 읽다 2015-03-02 20 5002
42 흑백 오스카 2015-02-26 11 3228
41 “윤동주 데이” 2015-02-14 14 4781
40 731 닷컴 2015-02-09 11 3724
39 스크린에 오르는 정률성 2015-02-02 11 3924
38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2015-01-22 13 4057
37 일송정 푸른 솔 2015-01-09 22 3282
36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2015-01-05 13 3803
35 달맞이 꽃(夜來香), 지다 2015-01-03 15 4410
34 나 홀로 집에 2014-12-25 12 4092
33 잔혹 "흑백 스토리" 2014-12-18 12 4109
32 다카쿠라 겐, 천국의 강을 건너다 2014-11-19 46 6318
31 로총각 증후군 2014-09-16 11 2745
30 천재지변 그리고 ... 2014-09-16 10 2904
29 횡단보도 풍경 2014-09-12 11 3439
28 아하! 헤밍웨이 2014-09-12 15 3160
27 [월드컵 別曲- 4]패자만가(敗者挽歌) 2014-07-16 11 3365
26 [월드컵 別曲- 3] 월드컵을 보며 로자를 생각하다 2014-07-15 13 3359
25 닭울음소리 한 가닥 들을작시면 2014-07-14 16 5571
24 [월드컵 別曲- 1] 자책꼴 2014-07-11 13 3599
23 악플러들의 초상화 2014-06-09 20 5503
22 인터넷 마녀사냥 2014-06-06 13 11815
21 악플이라는 독버섯 2014-06-06 20 5049
20 우리들의 딜레마 2007-06-29 73 4000
19 남자의 목젖 2007-06-29 73 4512
18 후생가외(後生可畏) 2007-06-29 73 3986
17 고도를 기다리며 2007-06-29 73 4274
16 월드컵단상(1) 엔돌핀 제조기- 축구 2007-06-29 74 3407
15 월병소고 (小考) 2007-06-29 73 3855
14 용두레우물 2007-06-29 73 4068
13 축배가 2007-06-29 73 3653
12 원앙새 쌍쌍 2007-06-29 76 4342
11 장백산 화산의 폭발 2007-06-29 80 5693
10 거장들의 죽음 2007-06-29 74 4189
9 우보천리 2007-06-29 74 6358
8 령혼의 방 2007-06-29 78 4359
7 사라지는 전통농가 2007-06-29 73 4010
6 귀소본능 2007-06-29 73 3793
5 잃어버린 세대 2007-06-29 73 5655
4 조선족 “야인시대” 2007-06-29 74 4436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