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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를 여러 어종(語種)으로 세상에 들려주자
2017년 02월 10일 16시 45분  조회:1902  추천:15  작성자: 김혁


우리의 이야기를 여러 어종(語種)으로 세상에 들려주자
 - 연변작가협회 성립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한 발언

김혁(소설가연변작가협회 부주석소설창작위원회 주임)
 

 
몇해전 연변대학과 한국 제주대학교에서 공동으로 기획한 스토리텔링학술대회에 참석해 크게 감명을 받은적 있다.
여기서 우선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사건에 대한 진술이 지배적인 담화 양식”으로 작가의 이야기 전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쓰임에 따라 더 넓은 의미를 갖기도 해서 문학을 넘어 음악, 미술, 무용은 물론 영화, 연극, 만화 등 모든 문화 예술 령역에서 스토리 텔링은 어느 곳 어디에나 있다.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는 실례로 중국의 불멸의 고전 “삼국연의”를 들수 있고 우리 민족은 “춘향전”을 들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만화등으로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번안되면서 수없이 활용되고 있다. 그로서 창조된 거대한 효익은 스토리 텔링이 얼마나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 올수 있는가를 보여준 실례이다.
그 스토리에 새 옷을 입혀 번안한 작품 “춘향”으로 조선족 녀류작가 김인순도 몇해전 “준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었다.
 
정보, 뉴스의 과잉시대에 우리의 작품을 더 크게 알리려면 스토리의 옷을 입혀야 한다. 좋은 스토리는 독자들의 몰입과 공감도를 높이고 그 만큼 감정이입 효과도 크다. 이야기의 향연은 사람들을 절로 책을 들게 하는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문화 원형자료는 빈곤하고 생동한 이야기는 자리를 비웠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멋 등 문화원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우리만의 특산인 사과배며 황소며, 벼에 대한 마케팅은 아직도 원활하게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에 깃든 구수한 이야기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음식이야기도 없다. 한국에서는 음식테마를 이야기로 풀어내린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세아에서 폭넓은 성공을 거두었다. 아직도 연변의 CD점들에 가면 “대장금”은 현요한 위치에 놓여져 있고 이 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에 비해 우리에게는 김치며 랭면이며 찰떡등 타민족과 외빈들이 감탄해 마지않은 특색음식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민족처럼 우리 민족 역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민족이다. 설화, 민담, 전설… 우리의 산하, 우리의 력사에 깃든 그러한 것들은 매우 유용한 이야기 소재가 된다. 룡정은 우물 이야기, 도문은 두만강 이야기, 안도는 집단부락 이야기, 화룡은 청산리 이야기, 훈춘은 충청도마을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생산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는 원형들이다.
그동안 전해 내려오는 우리네의 다양한 인문자원에서 남들의 이목을 끌만한 이야기꺼리를 끄집어내는 작업에 투신할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유산에서 실질적인 콘텐츠를 찾는 스토리 라인 발굴이 요구되는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리해와 중시가 결여된 탓으로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고스란히 넘기고 있다.
일제와 맞선 15만원 탈취의거, 민생단사건의 교훈,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화가 한락연의 일대기, 지어 중국혁명의 성지 연안에서의 조선인들의 활약상등 우리의 주인공 우리만의 이야기가 이미 해외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장편소설로 엮어지고 연구론문으로 나왔다.
 
이제 문학창작에서 새로운 글쓰기 전략이 필요하다. 본격문학의 완결성을 지향하면서도 소설과 독자 더욱이 독자층이 빈곤한 우리 민족독자층을 넘어 외래의 독자와의 쌍방향성, 수용의 접점을 찾아내여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 우리 특색의 문학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이른바 우리 특색의 문학이란 곧 지역문학사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어떻게 간직할것인가의 문제라고 할수 있다. 그 지역특수성과 독자성을 밝혀내지 못하게 되면 변별성을 잃게 되고 반복적인 소재로 말미암아 우리의 문학은 매력과 탄력성을 잃게 될수있다. 그러면 주류문단과의 접목이며 세계로의 진출은 지상담론에 그칠수밖에 없을것이다.
우리문학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통해서 조선족문학의 본연의 모습을 우리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낼수 있어야 하며 그로서 자가(自家)의 독특한 경지를 새로 개척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말 작품의 번역의 진부함에 관해 감히 말해보고저 한다. 글로벌화시대, 번역의 중요성은 더 운운할 나위가 없이 중요하다. 우리 문학이 “중국문단과 접목하고 세계로 나가자”고 호소를 거듭한지도 수십년째 잘된다. “쌍수리개 전략”이요하고 거창한 이름을 달고 진척해보았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훌륭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전면적으로, 체계적으로 번역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해째 번역이 몇몇 같은 사람에만 국한적으로 그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아니다. 지어 윤동주나 김학철 같은 거목들의 보귀한 유산인 주옥같은 작품들에 대한 번역조차 빈약하다. 타민족은 이들이 누군지조차 잘 모른다.   
번역인재는 타지로 대도시로 빠지고 있고 번역의 후배양성도 미흡하다. 번역가들은 생계때문에 한국의 작품, 그리고 상업성에 치우친 작품을 번역하는데 많은 필봉을 바친다. 조선족의 번역가가 대도시로 나가서 타민족의 민족영웅을 소재로 한 대형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활약하는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은적 있다. 또 “민족문학”과 같은 소수민족작가들을 전문 소개하는 권위문학지를 받아들고 목록을 펼치면 조선족 작가가 가장 적고 때론 지어 작품 한편도 없을때면 그야말로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 작가들중에 중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수 있는 사람이 몇명 안된다. 근년래 우리 문학사에서는 중국말로 전문 창작하고있는 김인순, 전용선, 김창국등을 문학사에 보충해 넣음으로서 이면에서의 공백의 유감을 무마하려 하고있다.

이로서 번역에 대한 중시도를 다시금, 더 강도있게 호소하고 관련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소수민족문학치고는 비교적 많은 문학상을 갖고있는 우리의 허다한 작품상중에 번역상은 없다. 우리의 문학지들은 더불어 코너를 신설하여 조선족 번역작품도 중국어로, 외래어로 싣고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을 선정기획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상급과 기업가들의 호응과 찬조를 얻어내야 한다. 이면에서 연변의 가무와 축구는 좋은 본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작가는 “번역은 나를 국경 밖으로 데리고 가는 우방과도 같다”고 했다. 번역이 없다면 한 어종의 문학이 다른 어종의 나라로 뻗어나갈 방법이 없다.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문단과 접목하고 세계로 나가는 지름길은  좋은 번역가를 만나고 그에 따른 마케팅법을 기획하는 것이다.
 FTA, 즉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수출입 장벽을 낮춰 경제령토를 넓힌다”는것을 슬로건처럼 내걸었다. 이처럼 외국과 타민족과의 문학을 많이 읽을뿐더러 우리의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더 수준높게 번역되여 널리 읽힐수록 우리작가들에게는 높기만 한 언어 간의 장벽이 낮아지며 문학, 문화의 령토가 더욱더 넓어질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작가와 번역가들의 선전(善戰)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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