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2016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모내기
김종훈
모내기 하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큰
밥상보를 만드는 날입니다
황새가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며
치수를 잽니다
아빠는
이앙기로
탈탈탈탈
초록 천을 펼칩니다
엄마는
못짐을 들고
논둑을 따라
시침질이 한창입니다
때마침 내리는 비가
은침으로 박음질을 끝내면
들판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밥상보입니다
한 여름 땡볕을 견디고
가을 햇살이 익을 무렵
저 큰 밥상보를 가만히 들추면
푸짐한 밥상이
들판 가득 차려지겠지요
[2016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콧구멍에 낀 대추씨
안안미
우리 할머니 집 세탁기는
덜커덩덜커덩
참 요란스럽게도 일한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집 수리기사가 되는
우리 아빠
두리번두리번
세탁기 한 쪽 받칠 만한 걸 찾는다
-쪼매만 있어봐라잉
창고에 다녀온 할머니 손에는 내 손바닥만한 장판 한 조각
-콧구멍에 낀 대추씨도 다 쓸 데가 있제잉
한 번 접고 두 번 접어
세탁기 밑에 끼어 넣었더니
수평이 딱 맞는다
세탁기에 낀 장판 조각
콧구멍에 낀 대추씨
[2016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털장갑
윤형주
오래 기다렸어요.
깜깜하고 답답한 곳에서.
다른 친구들이 바깥 구경을 하고
이야기 한 보따리 안고 올 때면
슬펐어요.
날 잊은 게 아닌가 걱정도 했구요.
오늘 나를 찾아온 걸 보니
첫 눈이 왔군요.
손에 잡힐 만큼 펑펑.
손을 내밀어요.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
마음껏 만져요.
너무 신나서 차갑지도 않아요.
눈싸움도 하고,
손도장도 찍고,
눈사람도 만들고,
내 이야기에 모두들 부러워 하겠죠?
하지만 내일 들려주어야 겠어요.
지금은 눈사람 아저씨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거든요.
[2016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엄마의 마음
김대성
나사못이
나무를 뚫고
들어갑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빙글빙글 돌다가
더는 돌 수 없어
딱, 멈춘 곳에서
나무가
나사못을 안아줍니다
꼬옥
안아줍니다
[2016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숙제 안 한 날
박미림
친구랑 둘이 남아 벌 청소 한다
하늘을 나는 대걸레
배는 점점 고파오고
대걸레 휘휘 돌리니
아하,
대걸레가 몽땅 짜장면이다
꿀꺽, 침 삼키고 바라보니
세 그릇쯤 된다
색종이로 오이 송송
단무지 한 쪽
후루룩 쩝쩝
하하하
일기 안 쓴 예찬이 한 그릇
나 한 그릇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도 드리자.
에궁에궁
신기한 짜장면, 배는 안 부르고
예끼
선생님이 주신 짜장면 값
꿀밤 한 알
미소 한 접시.
[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엄마 생각
이상윤
오늘도
엄마는 오지 않는데
잠들기 전
엄마에게 편지를 써
발자국이라 쓰고
귀를 대면
엄마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
쓰다만 편지를
아침에 다시 펼쳐 보면
엄마에게로 가는
길 하나가 나 있을 것 같아
내 발자국이란 글자를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들어
문밖에다 내다 놓으면
또각또각
엄마에게로
걸어갈 것 같은 밤이야
[2016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