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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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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2016년 02월 05일 23시 24분  조회:5043  추천:1  작성자: 죽림
1.산문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산문시(prose poetry)란 무엇인가?
-리듬을 의식하지 않는 운(韻)이 없는 줄글로 된 시형식
-서정시의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는 산문 형태의 시
-자유시와 시적 산문과 구별 되는 차이점을 인정
--자유시 : 정형시의 엄격한 운율을 해체해 가는 과정에서 발전
--산문시 : 산문이 시에 보다 가까이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남
--시적 산문 : 시적 특징(요소)을 부분적으로 갖고 있지만 시의 본질적 요소가 불비


*산문시의 특징

-시적 산문보다 짧고 요약적이다
-시적 요소(은유, 상징, 이미지, 역설)를 구비한 산문 형태
-행 구분이 전혀 없는 점에서 자유시와 구별(행과 연이 아닌 단락에 의존)
-운율적 특성이 강조된 산문이나 자유로운 율격을 갖는 자유시와 구별


*산문시의 역사적 고찰

-최초의 산문시 : 프랑스 시인 “베르랑”의 시집 <밤의 성 가스파르>(1842)
-최초의 산문시 용어 :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서 사용 됨
-시 장르로 인식된 시기 : 프랑스 상징주의 시대(1850년대)
--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 클로렐, 투루게네프 등에 의해 활발하게 창작


*우리의 산문시

-주요한의 “불놀이“이후 이상화, 한용운, 정지용, 이 상, 백 석, 오장환, 윤동주,
서정주, 박두진 등의 시인이 산문시를 많이 발표함
-주목되는 산문 시집들 :
--정진규의 <들판의 빈 집이로다>
--최승호의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
--김춘수의 <서서 잠자는 숲>
--이성복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등의 시집들이 산문시 영역을 확대 시킴


2.산문시


<예시 1>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 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레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는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풀린 꾼들은 빈 술병에도 얽히며 술집 밖으로 사라진다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 수 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처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감태준<흔들릴 때마다 한 잔> 전문
**(분석) 소외받는 자의 흔들리는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면서 인간 존재의 내면 세계를 감각적으로 형상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라는 반어법과 나무를 의인화 시킨 비유법.

<예시2>
* (1)그대가 결혼을 하면 여인은 외부로 열린 그대의 창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 그대가 그 여인에게서 아이를 얻으면 그대의 창은 하나둘 늘어난다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대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또한 그대는 아내와 아이들의 외부로 열린 창 그대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그대를 만나지 않을 때 그대는 벽이고 누구나 벽이 된다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18> 전문

*(2) 세상에는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 이런 세상에, 어쩌자고, 이럴 수가 세상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가 보는 들판에는 깨알만한 작은 희 꽃들이 잠들었는지, 보채는지 널브러져 있다 그 길을 나는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걷고 있다 언제는 혼자 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깊이 묶여 떨어질 수가 없구나 이런 세상에, 어쩌자고, 세상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이성복<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전문
--(분석)
(1)의 중요한 의미는 가족 관계가 구속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통로이자 자유이고 빛이 된다는
점이며, 가족이 없는 상태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벽이며 어둠이라는 것이다.
(2)는 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 길이 삶의 길이건 몽상의 길이건 그 길을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걷고“ 있었다는 인식을 들어내 보이고 있다. 시인은 혼자가 아니고 현실 속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아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복합적인 의미를 표현해 준다.


* <예시3>
*(3) 무너진 고향집 흙담 곁에 고요로 멈추어 선 우물 속을 들여다 본다. 물을 퍼올리다 두레박 줄이 끊긴 자리. 우물 둘레는 황망히 뒤엉킨 잡초로 무성하다. 그 오래 올려지고 내려지다 시신경이 눌린 곳, 깜깜한 어둠만 가득 고여 지루한 여름을 헹구어낸다. 하품이 포물선처럼 그려졌다 사라진다. 내가 서서 바라보던 맑은 거울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몇 겹인지 모를 시간의 더께만 켜켜이 깊다.
지금처럼 태양이 불 지피는 삼복더위에 물 한 두레박의 부드러움이란, 지나간 날 육신의 목소리로
청춘의 갈증이 녹는 우물 속이라도 휘젓고 싶은 것. 거친 물결 미끈적이는 이끼의 돌벽에 머리 부딪히며 퍼올린 땅바닥의 모래알과 물이 모자란 땅울림은, 어린 시절 나를 놀라게 하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과 물로 아프게 꼬여 간 끈, 땅 속으로 비오듯 돌아치는 투명한 숨결들 하얗게 퍼올리는 소녀, 시리도록 차가운 두레 우물은 한 여자로 파문 지는 순간부터 태양을 열정으로 씻고 마시게 된 것이었다. 밤이면 하늘의 구름 한 조각도 외면한 채 거울 속으로 흐르는 달빛, 가로 세로 금물져 가는 별똥별의 춤만 담았다. 그 속에 늘 서 있는 처녀 총각, 어느 날 조각이 난 물거울 속 목숨은 바로 그런 게 아름다움이라고 물결치며 오래 오래 바라보게 했다.
고인 물은 멈추지 않고, 시간의 때를 축적한 만큼 새까맣게 썩어갔다. 소녀가 한 여인으로 생을 도둑질당하는 동안, 우물도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퍼올리고 내리던 수다한 꿈들이 새로운 물갈이의 충격으로 흐르다 모두 빼앗긴 젊은 날의 물빛 가슴, 습한 이끼류 뒤집어쓴 채 나를 바라본다. 쉼없이 태어나고 흘러가는 것도 아닌, 우물 속의 달빛을
깔고 앉아서.
무너진 고향집 흙담 곁에 그리움으로 멈추어 선 우물 속, 젊은 날의 얼굴을 비춰본다. 생은 시 한 줄 길어 올리기 위해 두레박 줄이 필요했던가. 인적이 끊어지고 잡초만 무성타 한들 그 아래 퍼올려지고 내려지던 환영들, 물그리메의 허사로 증발하는가. 깜깜한 우물 속 어디선가 끝없는 고행의 길로 일생을 바친 소녀의 빈 웃음들이 둥글게 받는 하늘에 기러기 한 줄 풀어 놓고 있었다.

그대의 우물은 아직도 갈증의 덫에 걸려 있는가?

최영신< 우물> 전문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
(분석) 문제의식을 집요하게 끌고가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시정신이 돋보이는 시. 관찰과 경험을 시적 대상에 투사시켜 삶 전체를 용해시킨 정열.


* <예시 4>

*열대여섯 살짜리 소년이 작약꽃을 한 아름 안고 자전거 뒤에 실어 끌고 이조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내가면서 연계 같은 소리로 꽃 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들여진 옥색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맥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찾는 아주머니가 백지의 창을 열고 꽃장수 꽃장수 일루와요 불러도 통 못알아듣고. 꽃사려 꽃사려 소년은 그냥 열심히 웨치고만 가오. 먹기와집들이 다 끝나는 언덕위에 올라선 작약꽃 앞자리에 넹큼 올라타서 방울을 울리며 내달아 가오.
-- 서정주 “漢陽好日” 전문


*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팍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북쪽 제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울안 배나무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여 달고 부뚜막의 큰 솥 적은 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백석 “외갓집” 전문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레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끈따끈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 여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발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 요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모가 잘도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 백석 “동뇨부(童尿賦)” 전문



*한 십년 만에 남쪽 섬에도 눈이 내린 이튿날이다. 사방이 나를 지켜보는 듯싶은 황홀한 푼수로는 꼭 십년 전의 그때의 그지없이 설레이던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나 엄살도 없는 지엄(至嚴)한 기운은 바다마저 잠잠히 눈부셔 오는데......

그렇다며, 한 십년 전의 이런 날에 흐르던 바람의 한 자락이, 또는 햇살의 묵은 것이, 또는 저 갈매기가, 이 근처 소리 없이 죽고 있다가, 눈물 글썽여 되살아나는지는 어느 누가 알 것인가.

만일에도 그렇다면, 우리의 어리고 풋풋한 마음도 세월따라 온전히 구김살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바람의, 또한 햇살의, 또한 갈매기의 그 중에도 어떤 것은 고스란히 십년 후에 살아남았을 것처럼, 흔히는 그 구김살져오게 마련인 마음의 외진 한 구석에 어리고 풋풋한 마음이 곁자리하여 숨었다가 기껏해야 칠십년의 그 속에서도 그야말로 이런 때는 희희낙락해지는 그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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