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생일 축하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에 채워졌던 ‘저작권 족쇄’가 마침내 풀렸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저작권 보유업체인 워너/채펠(Warner/Chappell)이 3년 여 소송 끝에 저작권료 반환에 합의했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워너/채펠은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업체 워너뮤직 자회사다.
보도에 따르면 워너/채펠은 더 이상 ‘해프 버스데이’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미 받은 저작권료 1천400만 달러도 돌려주기로 했다. 워너/채펠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 문건을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했다.
그 동안 TV 방송이나 영화에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음악이 나올 경우 저작권자인 워너/채펠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생일 축하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의 모태가 된 굿모닝 투 올 악보.
■ 미국 영화감독 제니퍼 넬슨, 2013년 무효 소송
이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 영화 감독 제니퍼 넬슨이었다. 넬슨은 지난 2013년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저작권을 워너/채펠이란 특정 업체가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저작권 무효 및 저작권료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넬슨은 2013년 자신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에 ‘해피 버스데이’ 노래 부르는 장면을 포함시키자 타임/채펠 측이 저작권료 1천500달러를 요구했다. 넬슨은 어쩔 수 없이 그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타임/채펠은 이런 방식으로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래 저작권료로 연간 200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제니퍼 넬슨은 저작권료를 낸 뒤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란 노래 자체가 워너/채펠의 고유 창작물이 아니란 게 소송 이유였다.
실제로 이 곡은 1893년 교사였던 밀드레드 힐과 패티 스미스 힐 자매가 작곡한 '굿모닝 투 올(Good morning to all)’의 멜로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900년대 초, 이 곡에 붙은 ‘해피 버스데이 투 유’란 노랫말을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는 '작자 미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이후 ‘해피 버스데이 투 유’는 1911년, 어린이 노래책에 수록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굿모닝 투 올’ 저작권은 여러 단계를 거쳐 1988년부터 워너뮤직 손에 들어갔다. 이후 자회사인 워너/채펠이 저작권을 행사해 왔다.
소송을 제기한 넬슨 측은 이 곡이 인기를 끈 것은 힐 자매의 멜로디가 아니라 ‘해피 버스데이 투 유’란 가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작곡자가 저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소송 요지였다.
■ 워너/채펠, 1심 패소한 뒤 합의로 끝내
1심 소송에선 넬슨 측이 승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지역법원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저작권이 무효란 판결을 한 것. 넬슨 측이 승기를 잡자 워너/채펠은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결국 양측 변호인들은 지난 해 12월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2개월 여 기간 동안 구체적인 자세한 합의안을 조율한 뒤 공식 발표하게 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합의에 따라 워너/채펠은 이미 받은 저작권료 1천400만 달러를 반환하기로 했다.
합의금 1천400만 달러는 2009년 이전 저작권료를 지불한 사람들과 이후에 지불한 사람들에게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09년 이전에 저작권료를 지불한 사람들은 15% 가량을 돌려받게 된다. 반면 2009년 이후 지급한 사람들은 전액 반환을 받을 전망이라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이번 합의는 1심이 열린 캘리포니아 중부법원 승인을 받을 경우엔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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