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단편소설 ‘뿌리’로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가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으로 도용됐다고 폭로해
17일 온라인에서 논란이다.
김 작가는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2018년 단편소설 ‘뿌리’로 백마문화상을 받았다. 백마문화상은 명지대학교 명대신문사가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문학 공모상이다. 김 작가는 서울대 정보문화학과 출신이다.
명대신문사에 따르면 ‘뿌리’는 가진 건 몸 뿐인 주인공이 우연히 갖게 된 식물을 할 수 없이 척수에 심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명대신문사는 심사평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과 상상과 현실을 조율하는 능력, 그에 걸맞는 깊이 있는 해석까지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동아일보DB
“표절 수준 넘은 명백한 도용”
김 작가는 페이스북 글에서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라며 “제 글을 도용한 분은 저의 소설 「뿌리」로 『제
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
2020포천
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이렇게 다섯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도용된 소설에서 이 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
38문학상』에서 기존 제 문장의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꿔 칭한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작가는 “몇 줄 문장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이다. 글을 쓴 작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몇 줄 문장’ 정도의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저는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되었고, 제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제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었기에, 저 스스로를 지키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며 “도용은 창작자로서의 윤리와도 명확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표절-도용,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
김 작가는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한다”며 “타인의 창작물을 짓밟고 유린하는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뿌리」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고,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되어 문장을 구글링만 해 보아도 전문이 나온다. 이것은 문학상에서 표절, 도용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함을 시사한다”며 “제보를 해 주신 분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일을 끝까지 몰랐을 테고, 남의 작품으로 금전적 이득과 영예를 취하며 수상작품집까지 발간되는 이 기형적인 행태가 자정과 반성 없이 계속 자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란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이 일에 맞서고 제 글과 자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글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입니다. 제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되었으며, 제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입니다. 제 글을 도용한 분은 저의 소설 「뿌리」로 『제 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이렇게 다섯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제목을 제 원 소설의 제목 「뿌리」에서 「꿈」으로 바꾸어 투고했고, 나머지는 제목과 내용 모두를 도용하였습니다. 즉 같은 소설로 여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소설은 본인의 작품이 아닌 저의 소설을 무단도용한 것이었습니다. 도용된 소설에서 이 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38문학상』에서 기존 제 문장의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꿔 칭한 것뿐입니다.
몇 줄 문장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입니다. 글을 쓴 작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몇 줄 문장’ 정도의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작가의 사유가 글을 통해 서사를 가지며 총체적으로 녹아드는 장르입니다.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응축되어 시작하는 것, 고민하고 사유하지 않고서는 감히 첫 문장을 뗄 수 없는 것이 문학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되었고, 제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제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었기에, 저 스스로를 지키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도용은 창작자로서의 윤리와도 명확히 어긋나는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문학 외의 다른 창작 장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창작물이든 그 속엔 작가의 사유가 담겨 있으며, 남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곧 원작가의 사유를 짓밟는 것입니다. 창작을 하거나 창작물을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테제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창작물을 짓밟고 유린하는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투고자 개인의 윤리의식뿐만 아니라, 문학상 운영에서의 윤리의식도 필요합니다. 문학상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당선작이라 칭하는 작품엔 그에 맞는 표절, 도용 검토가 필요합니다. 「뿌리」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고,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되어 문장을 구글링만 해 보아도 전문이 나옵니다. 이것은 문학상에서 표절, 도용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함을 시사합니다.
제보를 해 주신 분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일을 끝까지 몰랐을 테고, 남의 작품으로 금전적 이득과 영예를 취하며 수상작품집까지 발간되는 이 기형적인 행태가 자정과 반성 없이 계속 자행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 사건의 의미라 믿습니다.
이 도용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시고 계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저 또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이 일에 맞서고 제 글과 자신을 지키겠습니다.
2021.01.16. 김민정
[출처] 창작 '뿌리' 김민정씨와 도용 '뿌리' 손창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