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공부시간]- 詩에서 빈자리 보기
2016년 03월 29일 07시 46분  조회:4479  추천:0  작성자: 죽림
2. 관찰하는 방법

일상의 범상한 눈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리한 관찰이 필요하다. 순간순간 변하는 햇빛에 의해 몸을 바꾸는 사물,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는 나무의 섬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한다. 사물들이 항복을 할 때까지, 즉 작은 세계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예 : 달개비 떼 앞에 쭈그리고 앉아/꽃 하나하나를 들여다 본다/이 세상 어느 코끼리 이보다도 하얗고/이쁘게 끝이 살짝 말린 수술/둘이 상아처럼 뻗쳐 있다. - 황동규, <풍장?58 일부) 평소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지 한 번 살펴보자.


□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이토 게이치)

(1)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본다.
(2) 나무의 종류와 모양을 본다.
(3)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나무의 잎사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5) 나무 속에 승화되어 있는 생명력을 본다.
(6)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7)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그 의미와 사상을 읽어본다.
(8) 나무를 통해 나무 그늘에 쉬고 간 사람들을 본다.
(9)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1-4는 외형적 관찰임. 그나마 일상적 상식적 차원에서는 1-2의 눈으로 본다. 3-4는 한 걸음 앞선 태도이긴 하지만 외형적인 관찰이며 따라서 그다지 깊은 관찰이라 할 수 없다. 5-7은 그렇지 않다. 일상적 상식적 차원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나무의 모습이 우리 앞에 드러난다. 나무의 생명력이나 그 의미, 사상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대상이다. 즉 그 내면을 보는 시각. 상상력의 소산으로 나무가 변용 되고 있으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8-9에 이르러 비로소 눈부신 비약적 변용으로 나무는 자리를 옮긴다. 쉬고 간 사람들이 쉬는 그 동안에 이런 일, 저런 일을 생각해 본 인생의 갖가지 사연이 얽혀 있는 자리인 것이다. 9단계에서 상상력의 극대화를 기해 인생 만사와 우주의 삼라만상을 포괄할 수 있다. 한 나무를 통해 이처럼 광대한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적. 그 기적을 낳는 원동력이 상상력이다. (예 : 뉴턴의 만유인력은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


* 의인화된 나무가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 있는가.

그 잎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부비며 나무는/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자기의 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 정현종, <사물의 꿈 1- 나무의 꿈>


* 나무/꽃의 어떤 모습이 의미화 되고 있는가.

저 꽃의 영혼은/추워서 방으로 들어갔단다//추운 집밖을 나서다 보니/시든 꽃 한송이/영혼이 저만 따뜻한 곳 찾아 들어가버린//아니면 시들어가면서 꽃이/영혼 먼저 들여보냈나?//영혼이 놓아두고 간/시든 꽃잎들은/이제 아무데로나 떨어져내릴 것이다//추위를 견딜 마지막 힘조차 잃었는가//방 안에서 잠시 쉬었다/봄이 되면/다른 꽃을 찾아들리//꽃들은 끝내 시들고/시들지 않는 영혼만이 천년 만년 새로운 꽃으로 옮겨 다닌다
- 이선영, <시든 꽃>


가. 관찰하는 눈은 정확하고 선명해야 한다.

텔레비전을 끄자/풀벌레 소리/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그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브라운관이 뿜어 낸 현란한 빛이/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크게 밤공기 들이쉬니/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김기택,<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나. 사물만 보지 말고 그 빈자리를 보자.

사과를 손에 들고 꽃이 있던 자리, 향을 맡는다/꽃이 피던 자리에는 벌이 와서 울던 소리가 남아 있다/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다 꽃이 얼마간 피어있던/꽃받침을 아내는 기억 못 한 것 같다 벼껍질로 남은/몇 개 꽃받침은 사과의 배꼽, 오목한 상흔, 낙화보다/슬픈 시간이 갔다 꽃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가/한 입에 쪽이 지는 홍옥 소년의 향긋함,/해숙씨/사과엄마는 그 연분홍 어린 꽃이 아니었겠니 그리고/어린 그 꽃은 과수의 아이가 아니었겠니
- 고형렬, <꽃자리>

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빈집에는/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무늬들이다/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빈집의 문을 열고 닫는다/너무 엷디엷은 제 몸뚱이를 겹쳐/빈집을 꾸민다/때로 서로 부딪치며/빈집을 이겨낸다/언덕 아래 빈집/늦은 햇살이 단정히 모여든 그 집에는/무늬들이 매만지는 세상 이미 오랬다
- 이진명, <무늬들은 빈집에서>

==============================================================

311. 비밀 / 최영철













비밀

최 영 철

반찬거리 파는 할머니
조르지도 않았는데
주위 눈치 보며 얼른
새싹 몇 잎 더 넣어준다
할머니와 나만 아는 비밀
다른 사람 절대 알아선 안 되는
무슨 돌이킬 수 없는
불륜이라도 저지른 듯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최영철 시집 <찔러본다>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3 이육사 <<靑포도>>는 <<풋포도>> 2016-03-15 1 5083
1202 [ 이 아침 詩 한잔 드리꾸매]-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2016-03-15 0 3574
1201 내 인생은 처음부터 저주받았음이... 2016-03-14 0 3991
1200 詩공부시간- 詩퇴고 장소는 화장실... 2016-03-14 0 4007
1199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풍경 2016-03-14 0 3730
1198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목련꽃 우화 2016-03-14 0 3758
1197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그림자와 길 2016-03-14 0 3807
1196 조병화 시모음 2016-03-13 0 4458
1195 <아침> 시모음 2016-03-13 0 3999
1194 이시환 산문시 감상하기 2016-03-13 0 3899
1193 詩作初心 - 시에서 상투어를 사용하지 말기 2016-03-13 0 4370
1192 조선족 시문학 관하여(2000년 5월) 2016-03-12 0 4182
1191 윤동주, 아현동 굴레방다리 옛 간이역 앞 하숙방에서 詩 쓰다 2016-03-12 1 3950
1190 윤동주의 산문이 시와 함께 빛 발하다 / 연변에서 "동주" 소설이 나오다... 2016-03-12 0 5249
1189 詩作初心 - 텅빈것과 없음을 노래하기 2016-03-12 0 3825
1188 남영전 민족토템시 파헤쳐보기 2016-03-12 0 4649
1187 詩作初心 - 詩의 大空을 위하여 2016-03-12 0 4057
1186 시평론의 바른 자세와 "30년대 수준론" / 리상각 2016-03-12 0 4156
1185 詩作初心 - 詩에서 道와 깨달음 2016-03-12 0 3887
1184 詩作初心 - 詩로 상처를 어루만지기 2016-03-12 0 3918
1183 詩作初心 - 타령조詩를 알아보기 2016-03-12 0 3737
1182 詩作初心 - 한편의 시가 태여나기까지... 2016-03-12 0 3897
1181 詩作初心 - 시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기 2016-03-12 0 4110
1180 詩作初心 - 마음속 "여래"를 찾기 2016-03-12 0 3863
1179 詩作初心 - 로마로 가는 길 여러가지... 2016-03-12 0 4566
1178 詩作初心 - 시에서 비움의 미학 2016-03-12 0 4246
1177 詩作初心 - 기행시 알아보기 2016-03-12 0 4341
1176 詩作初心 - 물이미지 2016-03-12 0 4336
1175 詩作初心 - 바람이미지 2016-03-12 0 3695
1174 詩作初心 - 대지이미지 2016-03-12 0 3966
1173 詩作初心 - 광물이미지 2016-03-12 0 3987
1172 詩作初心 - 식물이미지 2016-03-12 0 4324
1171 생명의 씨를 뿌리는 시인 - 이시환 2016-03-12 1 3624
1170 詩作初心 - 시에서 생명의 표현 활유법 2016-03-12 0 4140
1169 詩作初心 - 牧人을 기다리며 / 반복의 미학적 시법 2016-03-12 1 3641
1168 산문시 몇다발 / 李箱 시모음 2016-03-12 0 3991
1167 詩作初心 - 뒤집어 소재를 찾고 행동하기 2016-03-12 0 3818
1166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진짜 어른 2016-03-11 0 3394
1165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인사 2016-03-11 0 3383
1164 詩作初心 - 시의 본문과 제목과의 은유관계 알기 2016-03-11 0 5975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