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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랑송하는 법
2016년 05월 29일 20시 01분  조회:4170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낭송하는 법

 

첫째, 바른 소리로 말 맛을 제대로 살려야 합니다.

  

낱말 하나하나의 소리내기가 바르고, 그 높낮이와 길고 짧음이 정확해야  듣기 좋으며 뜻이 바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말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으며 마치 물 흐르듯 하면서 힘참, 고요함, 평화로움, 기쁨, 그리움 등을 나타내야 듣는 이가 매력을 느껴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것은 시 낭송의 바탕입니다.

 

둘째, 마음의 악보를 가져야 합니다.

  

시 낭독과 시 낭송은 다릅니다. 시 읽기가 아니라 시 노래니까요. 낭송하고 싶은 시를 여러 번 읽고 뜻을 새기다 보면, 그 뜻을 목소리에 실을 수 있는 악보가 절로 가슴속에 떠오릅니다. 이 악보에 따라 듣는 이의 느낌에 깊이와 여운이 생겨나며, 거기다가 낭송하는 이의 개성이 살아 어울려 주면 '아, 아름답구나!' 하는 감동을 자아나게 하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셋째,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당당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같은 자연스런 표정의 드러남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안정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낭송하는 이의 들뜸이 지나쳐 불거지거나, 어색한 손짓 몸짓들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넷째, 예의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몸가짐이 반듯하고 옷차림도 단정하며, 무대 오르내리기와 인사법에도 어긋남이 없도록 애씁니다. 여기서 서로의 믿음이 싹트거든요. 낭송하는 이의 이러한 모습에서 듣는 이들은 마음의 옷깃을 바로잡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 시인의 시를 빌려서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를 '나의 노래'로 만들어야 합니다.

  

낭송하고 싶은 시를 수십 번씩 써 보고, 수백 번 외워 오랫동안 빈틈없이 준비해 나의 노래로 되살려야 맥박 같은 힘과 햇볕 같은 위안과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색깔이 있는 낭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도 연습을 되풀이 해야 실수가 없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낭송을 하다 막히거나, 잘못하는 것은 연습이 모자라는 탓입니다. 여럿이 함께 같은 시를 낭송하는 합송일 경우에는 소리결, 숨결, 마음결까지 맞춰야 조화로움에서 아름다움을 풍기게 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시 낭송은 어떤 성악가의 노래, 어떤 배우의 명연기보다 훌륭한 예술이라는 믿음입니다. 이런 자리매김은 공연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의 시 낭송, 예술가로서의 낭송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술혼으로 달궈진 시 낭송만이 명시의 감동을 진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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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송시 모음>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 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침 / 박진환




푸석한 의식의 가장자리를
쪼아대는 새소리 부리 끝에
날이 물렸다



단단한 각질로 포장된
어둠의 껍질들이
물린 날에 다시 물려
산비늘로 깎여져 나갔다



매운 눈 비벼 잠깬
매화꽃 입술연지가
묻어나는 봉창에
향이 배었다



밤새 칠흑을 걸쳤다
벗어 던진 가지들이
발기한 알몸을 이슬로 닦아
목욕하는 아침



큰 기지개로 토해내는
한숨에 씹힌 노곤한 체온이
전신의 마디를 풀며 눈금으로 기어다녔다



한밤내 어둠을 헹궈내던 우물물로
주말의 고단한 잠을 닦아내며
놋대야에 넘쳐나는
금박된 아침을 가득히 퍼낸다





귀로(歸路) 아홉 / 박진환

     

하나씩 램프가 꺼져가고 있다
하나씩 새로 돋아나고 있다
나의 귀로는 불빛이 明滅하는
그런 뒤안길이다



한 생애를 불질러 어둠을 밝힌
더러는 작은 生命의 불꽃인 램프
창밖에 밀려든 四圍의 어둠은 크고
오늘의 램프는 파랗게 不安하다



하나씩 별이 떨어져 가고 있다
하나씩 새로 별이 돋아나고 있다
별은 어둠을 사는 오늘의 위안이다



명멸하는 별들의 뒤안길에서
별에 미치지 못하는 램프는 깜박이고
바람 이는 날엔 차갑게 흔들리고 있다



세 살짜리 꼬마가 그린 흑칠의 태양
한낮의 검은 태양을 자각한
저능의 내 세 살
유년의 망향(望鄕)이다



돌아서도 돌아서도
명멸하는 불빛의 뒤안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별아래 모일 행려(行旅)는 고달프고
꺼지지 않는 지혜의 램프가 걸린
고향은 아직 먼곳에 있다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 김기림시

                     
들과 거리 바다와 기업도
모두다 바치어 새나라 세워가리
한낱 벌거숭이로 도라가 이나라 지주를 고이는
다만 쪼약돌이고저 원하던
오!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명예도 지위도 호사스런 살림 다 버리고
구름같이 휘날리는 조국의 기빨아래
다만 헐벗고 정성스런 종이고저 맹세하던
오!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어찌 닭 울기 전 세번 뿐이랴
다섯 번 일곱 번 그를 모른다하던 욕된 그날이 아퍼
땅에 쓰러져 얼굴 부비며 끌른 눈물
눈뿌리 태우던 우리들의 8월.



먼나라와 옥중과 총칼사이를
뚫고 헤치며 피흘린 열렬한이들 마저
한갓 겸손한 심부름꾼이고져 빌던
오!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끝없는노염 통분속에서 빚어진
우리들의꿈 이빨로 묻어뜬어 아로새긴 형극
아무도 따를이없는 아름다운 땅 만들리라
하늘우르러 외치던 우리들의 8월.



부리는야 부리우는 이 하나 없이
화혜와 의리와 착한마음 꽃처럼 피어
천사들 모다 부러워 귀순하는나라
내 8월의 꿈은 영롱한 보석 바구니

오! 8월로 돌아가자


나의 창세기 에워싸던 향기는 계절로
썩은연기 벽돌데미 몬지 속에서
연꽃처럼 홀란히 피어나던 8월
오!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무슨 어둠과 함께 들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국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소리도 차츰차츰 멀어져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 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인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습니까?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 드리며 / 이승하시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깍아드린다
일흔 다섯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나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깍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않는다

맞 닿은 창문이
온몸을 흔들며 몸부림 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 다섯 해 동안의 된 바람소리를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시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아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묻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 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츰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불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나던,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
비들기와, 꽃다발과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너는 늴 늴 늴 가락 맞춰 풀리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옛날을 옛날을 딩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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