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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시인 - 롭상도르징 을찌터그스
2017년 02월 19일 15시 43분  조회:3321  추천:0  작성자: 죽림

무제 
        - 롭상도르징 을찌터그스(Luvsandorjiin Ulziitugs)

 

 

 

 

***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그가 없이는 살 수 없음을 느낀다는 것은

끝없이 불안한 일이다

사랑이란 황홀한 두려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뾰족한 가위로 제 눈을 찌르는 일이다

그러고서 더듬더듬하며

희망을 붙들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꿈을 지어내고

죽도록 그것을 믿어주는 것이다

제 심장을 자신이 쥐락펴락하며

피를 부드럽게 움켜쥐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끝없이 높이 올라가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제 몸이 산산조각 부서진다는 것을 알지만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는 용기다

열쇠는 아주 많이 있지만

굳게 잠겨 있는

인생에 단 한번, 그러나 언제라도 열린 수 있는 문이다

그것은 한번 들어간 사람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깊고 캄캄한 동굴 속에서

어디선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고통스런 웃음이다

 

***

나의 마음은 메말랐고

나의 눈은 흠뻑 젖어 있고

나의 심장은 적막하고

나의 살갗, 머리카락, 손, 발, 입술, 혀는 이미 생명이 끊어졌는데도

아아, 이 돌, 잠자리, 작은 새, 영겁을 버텨온 산들

손에 손을 맞잡고 서 있는 무수한 나무의 그림자들

내가 이리도 마음 아파하는 줄 알면서도 아무 말 없는 하늘

아무리 바라보고 있어도 단 한사람도 걸어오지 않는 저 길....

아아, 이 모든 것들이

무엇에 비할 수 없이 고요하니

무슨 연유일까?

 

***

벗어서 의자에 걸쳐놓은 드레스 자락이

갑작스런 바람에 휙 들춰졌다

아무렇게나 꾸겨서 던져놓은 스타킹이

가지런히 펴졌다

무슨 일일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데

사내의 억센 팔이 뒤에서 나를 꽉 껴안는다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이 밀착되었고

거칠고 긴 숨결이 나의 목덜미를 점령했다

빨간 손을 내 상반신으로 뻗어

여태껏 한번도 배반해본 적 없는 나의 심장을

아프게 움켜잡고 어루만졌다

얼굴을 가렸던 커튼이 본능적으로 창문을 차단하자

나는 눈을 감고 "안돼요"하고 나지막히 외쳤다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소리, 엄마의 자장가가 들린다

문이 갑자기 흐느껴 운다

벽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삐걱대던 마룻바닥이 순식간 조용해졌다

 

***

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날

나는 큰 소리로 흐느껴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하늘의 신들에게 들렸다

그 울리는 메아리가 하늘에 도달해서야 멈췄다

어디선가, 어느 어두운 별 근처에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듣고, 또 듣고, 또 들었다

누군가 이 광경을.

 

나는 동이 틀 때까지 그렇게 아파했지만

너는 대문을 다시 노크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를 떠나보내는 건지 분명히 알았지만

너는 지금 누구를 잃은 건지 전혀 몰랐다

벽과 문에 걸려 있는 거울들에 비치는

어두운 표정의 삶의 목전에서

내 어린 가슴에 감내하기 힘겨운

순진한 사랑을 집어넣어 잠그고는

그 열쇠를 눈물로 부러뜨려버렸다

 

 

 

 

 

 

 

롭상도르징 을찌터그스(Luvsandorjiin Ulziitugs) 
1972년 다르항 시에서 태어났다.
몽골지식정보대학과 국립사범대학을 졸업했으며 몽골작가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제 일 장' '하늘에서 자라는 나무' '나의 외로움의 역사'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안경에 남은 영상'이 있다.

 

 

 

'귀고리'에서 너의 이름이 맑게 울릴 때

 

 

     

롭상도르징 을찌터그스(Luvsandorjiin Ulziitugs) 1972년 다르항(Darkhan) 시에서 태어났다. 몽골지식정보대학, 국립사범대학을 졸업했으며, 몽골작가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제 일 장』『하늘에서 자라는 나무』『나의 외로움의 역사』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안경에 남은 영상』이 있다.

2007년 아시아 시낭송 속초대회에 초청되어 몽골의 노래와 시를 낭송했다.

 

 

아시아 시인 서면 인터뷰

 

 

 

           

     아시아 시낭송 속초대회: 을찌터그스 시낭송 모습

                                타이안 편집위원 옌아이린 계간 시평 주간 고형렬 시인 몽골 편집위원 럽상도르징 을찌터그스

 

 

 

 

몽골이란 끝없이 펼쳐진 초원, 새파란 하늘, 낙타, 고비 사막, 민요를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노인,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 말을 타고 달리는 다섯 살 난 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혹독한 경울, 봄네 부는 거친 모래바람 그리고 초원의 평온함, 이 모든 것들이 저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어요.(중략)

 

여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이를 낳지요. 무수한 나날의 기다림 후에…… 기다림이란 끝없는 믿음, 거짓없는 순수한 마음, 인내심, 역경을 헤치고 나가는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중략)

 

매일 , 매순간 나는 그 어떤 아름답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지요. 지금 이 순간 제가 기다리는 것은 몽골 사회에 밝고 환한 빛이 비치는 것입니다. (중략)

 

시는 그 자체가 자유라는 거예요. 우리는 시를 통해 어디든지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요. 시의 언어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고 그 세상에서 언제가지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요. 이것이 자유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자유를 향한 갈망이 인간의고귀한 소원이라면 이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기다림이라고 생각해요.

                                                          

                                                                            ― 시평 2009년 가을호 아시아 시인 서면 인터뷰 중에서

 

 

기다림 - 롭상도르징 을찌터그스

 

 

 

 

밖에 서 있고만 싶다.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고만 싶다.

 

나무처럼 함박눈에 폭 파묻혀

서 있고만 싶다.

 

나의 얼굴에

시간의 형상이 아로새겨질 때까지

서 있고만 싶다

 

빨강 스카프가

하얗게 바랠 때까지

서 있고만 싶다

 

흘러서

흘러서

사라질 때까지

비를 맞으며 서 있고만 싶다

 

너의 향기를 싣고 간 바람이

나에게 되돌려줄 때까지

서 있고만 싶다

 

나의 귀고리에서

너의 이름이 맑게 울릴 때까지

서 있고만

서 있고만 싶다.

 

오지 않겠다던 네 말이

부끄러워 숨어버릴 때까지

서 있고만 싶다.

 

네가 오는 길을 부드럽게 하는

고운 모래가 될 때까지

서 있고만

서 있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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