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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時와 空을 초월해야...
2016년 06월 23일 21시 00분  조회:4780  추천:0  작성자: 죽림

소재를 보는 안목을 키우라 



문학의 소재 발견이나 창작에 있어서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 등 5감각(感覺) 기능을 잘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보는 것은 글을 쓰고 싶은 동기를 제공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정보기능을 한다. 
숱한 소재들 중에서 어떤 것을 제재(題材)로 선택할 것인가? 
이는 사람마다의 안목과 경지에 따라 달라지며, 작품의 성패와 직결된다. 
여행지에서 유적이나 풍경을 함께 접했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의 안목과 시각에 따라 
보석처럼 빛나는 제재를 얻을수도 있고, 그냥 스쳐버릴 수고 있다. 
한번 보는 것이 백번 듣는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사물이나 사건을 보되,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 문학을 하는 것은, 보는 법을 배우는 것에 다름없다. 
18세기 독일의 시인 노발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접촉되어 있다. 
들리는 것은 들리지 않는 것에 접촉되어 있다. 
그렇다면 생각되는 것은 생각되지 않는 것에 접촉되어 있다.’ 
어떤 사물을 볼 때,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일지라도 어떤 사람은 앞면만, 어떤 사람은 측면만, 어떤 사람은 뒷면만 볼 수 있다. 
어떤 사태나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일부분만 볼 수 있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주관적으로 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본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될 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의 삶을 통한 총체적 경험과 
지식 정보를 투과해서 인식하는 행위이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본다고 할 때, 한쪽에서 보는 한, 4면을 보지 못하고 항상 3면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꺼번에 어떤 사물에서 얻어지는 측면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쪽에서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성급한 일이고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한 바퀴 돌아야 하며, 공중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피라미드들 그냥 거대한 입방체의 구조물로만 보아선 안된다. 

도대체 망망한 사구(沙丘) 위에, 인간의 힘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을 왜, 
무엇 때문에, 세워 놓았으며 그 용도는 무엇인가 하는 불가사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리스의 정복자들이 처음으로 이집트를 누비고 지나가다가 
사막의 하늘을 찌르고 있는 피라미드와 마주쳤을 때, 그들은 멍하니 숨을 죽여 바라보았다. 
알렉산더 시대에 그리스의 성현들이 세계의 7대 불가사의의 목록을 작성할 때, 
피라미드를 그 첫째로 꼽았다. 
피라미드가 불가사의한 것은 이 구조물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에 있다. 
피라미드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였지만, 
정확히 그 용도와 위치 선정, 건축 방법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침략할 때 데리고 간 과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이집트의 국토 조사를 위임했을 때 그들은 대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삼아 거기서부터 경도를 재었다. 
하류 이집트의 지도를 완성했을 때 이 중심 경선이 나일강 하구에 의해 형성된, 
사실상 하류 이집트 전역을 이루고 있는 델타 지역을 정확하게 이분하고 있다는 우연의 일치에 놀랐다. 
그리고 피라미드에서 직각으로 대각선을 그으면 그 안에 델타 지역이 
완전히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더욱 놀랐다. 
또한 연구 끝에 대피라미드의 위치가 단지 이집트의 중심 경선으로서만 적합한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중심 경선으로 적합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피라미드는 정확히 세계지도의 중앙분할선 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은 대피라미드의 위치에서 기인한다. 
피라미드를 통과하는 세로 선을 그으면 그 동편에 있는 육지의 면적은 
서편의 육지 면적과 동일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피라미드의 경도는 자연히 지구를 통틀어서 제로 선이 된다. 
지구에서 대피라미드가 접하고 있는 위치는 ‘특이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은 피라미드의 
네 사면(斜面)이 나침반의 네 방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물이 세계의 중심선에 놓여야 한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 힘으로써 상상을 강요한다. 
인간은 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매달린다. 
사막 한 가운데 마주치는 고대 인류가 세운 가장 거대한 구조물인 이 피라미드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물음표로 탐구와 명상의 화두를 던져 준다. 
피라미드는 이 불가사의성으로 인류가 피운 고대 문명의 꽃이 되고, 
명상의 한 복판에서 삼각뿔의 위용을 조금도 변색시키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나일강만은 알고 있을 테지만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 낸 것 중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가 있다면, 이는 곧 신비성의 획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막 가운데서 조우하는 피라미드는 기하학적 단순성을 취하고 있지만, 
쉴새없이 불어닥치는 모래 바람에 견딜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견고한 구조체인 것만 분명하다. 
이것이 무덤으로 ‘영혼의 집’으로 건축된 것인지, 
아니면 파라오들이 자신의 권능과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기념물로 지어진 것인지 단정할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 구조물은 인류가 보여줄 수 있는 영원성의 꽃으로 
당시의 모든 역량과 총체성을 다 기울여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으며 수많은 재화가 투입되었다. 
거기에다 모든 지혜와 경험이 보태어졌다. 
사막의 한 가운데 덩그랗게 하늘 높이 치솟은 피라미드를 보면서, 
한 시대의 총력을 다 끌어 모아 저것을 세워 놓지 않으면 안될 절대적인 의미나 가치가 있었던가, 
생각해야 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 엄청난 역사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되었을가. 
생사(生死)와 물질과 정신을 초월하는 영원한 가치와 믿음을 포용한 신앙적인 힘을 터득한 소치였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의 한가운데엔 언제나 ‘인간’이란 화두가 있다. 
피라미드를 보면서 그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 앞에 서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이며, 
사후의 세계란 또한 무엇인가. 
인간으로 풀 수 없는 영원한 물음 앞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고 
모든 힘을 기울인 끝에 건립해 놓은 것이 바로 피라미드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피라미드는 불가사의한 의문체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피라미드의 외형만을 보지 않고, 신비속에 가려져 있는 불가사의한, 
보이지 않는 내면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나무』를 본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지상의 가시영역의 것일 뿐, 지하의 불가시영역의 뿌리는 보지 못한다. 
또한 나무의 보이는 모습과 접촉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 
이를테면 햇빛, 바람, 비, 세월, 새, 나무의 일생을 연상해서 보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뿌리와 닿아있는 세계까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보는 것은 눈을 통한 ‘가시영역’에만 국한돼 있다. 
그리고 가시영역의 대상물은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보이는 것과 접촉돼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보는 눈이고, 수필을 쓰는 법을 깨닫는 일이다. 
새를 보면서 단순히 보이는 외양만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보이는 것과 접촉돼 있으나, 
보이지 않는 하늘, 구름, 자유, 방향, 바람, 새의 삶, 
이런 불가시영역의 것까지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꽃의 외양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꽃의 보이지 않는 세계, 꽃씨가 새싹을 튀워 성장하기까지의 과정, 
햇빛, 물, 바람, 나비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꽃이 져야 할 때와 의미까지를 보아야 한다. 
‘본다’는 것은 충동, 발견, 관찰, 탐구와 관련이 돼 있다. 
‘본다’는 행위가 오감과 닿아있을 뿐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다음 동시, 시 한편에서 ‘소재’를 선택하여 어떻게 형상화하였는가를 살펴본다. 

꽃씨 속에는 !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 노오란 나비 떼도 숨어 있다. 
< 최계락 ‘꽃씨’ 전문> 

답답할 땐 귀 대고 / 바다 소리를 듣노라/ 네 목소리 듣는다 
격정의 성난 파도/ 어떻게 잠 재웠나 
피가 맺혀 뼈가 된 /빠알간 산호초 
비늘 고운 물고기떼/ 헤일 길 없는 네 가슴 속 
그 세상이 꾸는 꿈은 / 미주알 고주알까지 
알고 싶어 슬픈 날엔 / 귀 대고 듣는다 
<유안진 ‘소라 껍질’ 전문> 

‘꽃씨’라는 소재에서 외형적으로 보는 것은, 꽃씨의 모양(생김새)이지만, 
이 보이는 것과 접촉해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은 ‘파아란 잎’ ‘빠알간 꽃’ ‘노오란 나비떼’가 있다. 
글쓰는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또한 ‘소라 껍질’이란 소재는 그냥 외형적으로는 한낱 조가비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바다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성난 파도, 천길 물속, 헤아릴 길 없는 네 가슴속을 응시하고 들을 줄 아는 
눈과 귀를 가져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소재를 발견하였다고 하여, 단번에 글이 씌어지지 않는다. 
이 소재를 면밀히 관찰하여 속속들이 알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 
오랜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소재와 친근해지지 않으면 그 소재가 지닌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를 알 수가 없다. 
예컨대, 어떤 집에 할아버지가 정성껏 기르던 난초에 꽃이 피었을 때, 
할아버지에게선 1년만에 감격과 전율을 느끼는 큰 일이 되겠지만, 무관심했던 다른 가족들은 감격하지 않는다. 
미지의 별 하나를 찾기 위해 밤마다 망원경으로 우주공간을 탐색했던 천문학자가 
드디어 새로운 별을 찾아냈을 때, 충격과 감동의 소용돌이 속에 눈물을 흘리게 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처럼 관심과 정성을 얼마나 쏟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좋은 소재를 찾았다고 해서, 곧 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그 소재와 대화를 나누고 정을 들여야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도 사회학자, 법률학자, 의사, 생물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는 각각 자신의 학문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해석하려 할 것이다. 보는 법과 시각을 달리한다. 
사람마다 다른 시각과 안목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새로움과 개성이 빛을 말한다. 
보는 법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과 이치를 깨닫는 일이며 글을 쓰는 법을 깨치는 것이 된다. 
가시영역의 것만 보지 않고 불가시 영역의 것을 보는 법, 가청영역의 것만 듣지 않고, 
불가청영역의 것도 듣는 법을 터득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보는 법’을 예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부만 보지 않고 전체를 본다. 
*바깥만 보지 않고 내부를 본다. 
*시(時), 공(空)을 초월해 본다. 
*정면에서만 보지 않고 거꾸로 본다. 

*일시적으로 보지 않고 오랫동안 본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본다. 
*형식만 보지 않고 내용을 본다. 

사물을 보는 눈썰미가 있어야 하며 새로운 발견과 해석과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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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 부손의 하이쿠 작품 / 시인 최윤희

 

 

 

 

요사 부손 與謝蕪村 (1716~1783)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여름 장맛비 큰 강을 앞에 두고 집이 두 채
저녁 바람에 물결이 왜가리의 정강이 친다
꿈속 일인 듯 손끝으로 잡아 본 작은 나비
모란꽃 져서 고요히 겹쳐지네 꽃잎 두세 장
나팔꽃 한 송이 깊이 모를 심연의 빛깔
외로움에 꽃을 피웠나 보다 산벚나무
봄날의 바다 온종일 쉬지 않고 너울거리네
한 촛불을 다른 초에 옮긴다 봄날 저녁
짧은 밤 벌레의 털에 맺힌 이슬방울들
몸에 스민다 죽은 아내의 빗을 안방에서 밟고
모기 소리 난다 인동초 꽃잎 떨어질 적마다
큰 짐수레가 요란하게 울리자 떠는 모란꽃
홍매화 꽃잎 떨어져 불타는 듯 말똥 위에서
가을의 시작 무엇에 놀라는가 점치는 사람
초겨울 찬 바람 무엇으로 세상 건너나 집 다섯 채
문을 나서면 나도 길 떠나는 사람 가을 저물녘
국화 키우는 그대는 국화의 노예여라
가엽은 민들레 꽃대가 부러져서 젖이 흐르네
재 속의 숯불 숨어 있는 내 집도 눈에 파묻혀
파를 사 들고 겨울나무 속을 돌아왔다
꽃에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들길
큰스님께서 똥을 누고 계신다 마른 들녘에
앉아서 졸며 내 안으로 숨어드네 한겨울 칩거
내가 나를 손짓해 불러 본다 가을 저물녘
이 달팽이 무얼 생각하나 뿔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고
시원함이여 종에서 떠나는 종소리
외로움에도 즐거움이 있어라 저무는 가을
혼자서 오는 술병이라도 있다면 한겨울 칩거
짧은 잠이여 갈대 사이 흐르는 게들의 거품
상자를 나온 얼굴 잊을 수 없다 인형 한 쌍
인형 가게가 불 끌 무렵 봄비 내리고
두 그루 매화 그 느림과 빠름을 사랑하노라
느린 날들이 모여서 멀어져 간 옛날이어라
여름 장맛비 이름도 없는 강의 무서움
겨울비 내리네 옛사람의 밤도 나와 같았으려니
쫓 질 때마다 늙어 가는 매화의 우듬지여라
석공의 손가락 찢어져 철쭉은 피고
유채꽃 피었다 달은 동쪽에 해는 서쪽에
화장한 뼈를 줍는 사람 가까이 제비꽃
흰 이슬 찔레나무 가지마다 하나씩 맺혀
봄비 내리네 물가의 작은 조개 적실 만큼만
마른 정강이 병들었다 일어난 학의 추위여
지고 난 후에 눈앞에 떠오르는 모란꽃
우물 바닥에 얇은 식칼 떨어뜨린 한기여
휘파람새 운다 그토록 작은 입을 벌려
휘파람새 운다 서쪽을 보고 이쪽을 보고
종이 연 어제의 하늘에 있던 그 자리에
연못과 시내 하나가 되었어라 봄비 내리고
가는 봄이여 머뭇거리며 피는 철 늦은 벚꽃
여름 소나기 풀잎을 부여잡은 참새 떼들아
다리 없는데 해 떨어지고 있는 봄날의 강
눈에 부러진 가지 눈 녹여 물 끓이는 가마솥 아래
겨울 강으로 부처님께 바친 꽃 떠내려오네
연꽃 향기 물 위로 솟아오른 줄기 두마디
흰 팔꿈치 괴고 승려가 졸고 있네 봄날 저녁
흰 매화꽃에 밝아져 가는 밤이 되리니
두견새가 관을 붙잡고 구름 사이에서
떡국 세 그릇 돌아오는구나 가장의 모습
떡 곰팡이를 없애면 새 축하의 나무
아침 햇살 비치는 궁인의 가게에 복수초
귀족의 종자도 보이는구나 꽃과 같은 봄
귀향길이여 나니와를 떠나 나가라강
봄바람이여 둑이 길어 집이 멀구나
한 채의 찻집 버드나무 늙었어라
귀여운 민들레 줄기 꺾으니 젖이 흘러라
찔레꽃 고향 길을 닮았어라
근심스러워 언덕에 오르면 찔레꽃
흰 이슬이여 찔레꽃 가시에 하나씩
바지를 발로 벗는 밤이여 으스름달
토바전으로 대여섯 기마 서둘러가는 세찬 바람이여
더운 날 칼을 바꾸는 부채인가
색종이 못자리에 노니는 개구리인가
봄비여 이야기하며 가는 비옷과 우산
꽃을 밟았던 짚신에도 보이고 늦잠을 자는 구나
모란꽃 떨어져 겹쳐져 있는 두 세 잎
연꽃 향기여 물을 벗어나 줄기 육 센티
일행의 기러기 서산에 달을 가리킨다
나부끼는 매미의 양 날개여 산바람에 날려
두견새 호박을 이루고 가고
아침 안개여 마을 집 천 채의 시장 소리
목도리의 누런색에 남은 추위인가
봄물이 산하를 흘러가도다
물이 빠지자 허수아비 다리가 가늘고 길어라
모란 꺾으니 뜰에는 아무것도 안 남았어라
어제도 저물고 오늘도 또 저물어 가는 봄이여
작은 새 오는 소리 반가움이여 판자의 차양
둥근 엉덩이 빛을 발하며 가는 반딧불이여
걸인의 아내 이를 잡고 있다 매화꽃 아래
초겨울 찬 바람 종에 작은 돌들 불어 가 부딪치네
봄바람 불고 둑이 길기만 하여 집도 멀어라
잠깐 졸다가 추워서 깨어 보니 봄은 저물고
문을 나서서 죽은 사람을 만났다 가을 저물녘
저녁 어스름 빗속에 말없이 핀 제비붓꽃
이 드러내고 붓 끝의 얼음 씹는 밤이여
초겨울 찾아가려 했던 사람 찾아왔네
짧은 밤 지나고 얕은 우물에서 감꽃 길어 올린다
밭을 간다 길을 묻던 사람 보이지 않고
별꽃잎 지는 못자리 물 위에 별 비치는 밤
인형도 나와서 잠시 덧없는 세상의 먼지를 쓰네
부모님이 손가락으로 집었구나 인형의 코
봄비 내려서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오늘이어라
초겨울 바람 아가미에 분다 갈고리에 매달린 물고기
화로에 태워 연기로 잡아 보는 단풍잎이여
연인이 살던 집 울타리에 냉이꽃 피었네
피는 것으로도 지는 것으로도 보이는 산벚꽃
지는 해보다 더 쓸쓸한 가을 저물녘
차꽃 피었네 흰색인지 노란색인지 의심스러워
씨앗 든 자루 적시며 봄비 내리네
봄비 내리네 사람 사는 집 벽에서 연기 새어 나오고
첫서리 내려 병든 학을 멀리서 보네
모란꽃 꺾어 기운 아주 없어진 저녁이어라
적막하게도 손님 끊긴 사이의 모란꽃이여
저 뻐꾸기도 나무 가랑이에서 태어났겠지
저기에서 어제도 울었던 뻐꾸기
봄비에 젖는 지붕 위에 얹힌 공놀이 공
매화꽃 꺾어 주름진 손 안에 향기를 가둔다
한겨울 매화 어제쯤 져 버렸나 돌 위의 꽃잎
봄의 물줄기 산이 없는 고향을 흘러서 가네
재 속의 불 마침내 끊는 냄비 요리
오월 장맛비 고인에게 바친 꽃 버리러 가네
개연꽃 두 줄기 꽃이 피었네 내리는 빗속
동백꽃 떨어져 어제 내린 비를 엎지르네
나도 죽어서 비석 근처에 서 있으리 마른 억새꽃
민들레 하나 잊혀진 꽃 있구나 서리 내린 길
모기장 안에 반딧불이 날리니 재미있구나
비 그친 달밤 누군가 밤낚시하는 하얀 정강이
구름 삼키고 꽃잎을 토해 내는 요시노 산
도끼질하고 향기에 놀랐어라 겨울나무 숲
하얀 연꽃을 꺾으면 마음먹네 때중 녀석이
국화에 고인 이슬 받아서 쓰는 벼루의 목숨
병든 사람의 가마도 지나간다 보리의 가을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도 움직여 걸어가네
밭 주인이 허수아비 안부 묻고 돌아오네
초겨울 찬 바람 들여다보고 달아나는 연못의 색
어제 떠나고 오늘 떠나 기러기 없는 밤이여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추위여 매화꽃 피고
복어 국 먹고 나 살아서 잠에서 깨어났다
겨울비 내리고 귀는 거문고 위를 건너가고
온천 밑바닥의 내 발을 보는 오늘 아침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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