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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막다른 골목에서의 정신과의 싸움이다...
2016년 10월 14일 20시 04분  조회:3520  추천:0  작성자: 죽림

 

막다른 골목에서의 정신과의 싸움/송정란



아마추어 때의 일이었다. 시에 대한 열정은 나날이 깊어가는데, 씌어지는 시는 그 열의에 미치지 못하여 늘 답답하고 아타까움만 일곤 했다. 기성 시인들의 시와 비교해 보면 나의 시는 무엇인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가 없었다. 시의 어디서부터 잘못 풀려나간 것인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하루종일 시를 고치는 작업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쓴 시를 모두 꺼내 놓고 밤을 새워가며 들여다보았다. 그 다음날까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충혈된 눈으로 시를 고치고 또 고치기를 거듭했다. 퇴고에 집착하자 나의 밖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면의 언어들만이 현실 세계인양 착각을 일으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고친 것들이 과연 정확한 수정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매달려 있는 이 모든 작업들이 물거품처럼 소용없는 짓거리란 말인가.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어 한동안 자포자기와 같은 심정으로 시를 멀리 했다. 그 뒤 문학사숙에서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기에, 다행히도 나는 시의 광신도와 같은 잘못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습작기 때에는 누구나 다 이런 경험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자신을 이끌어주는 스승이 없으면 어두운 숲속에서 가시에 찔리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온 사방을 헤매고 다녀야 한다. 다행히 길을 찾아 나오는 수도 있겠지만, 영영 그 숲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저급한 시의 세계에 머물고 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를 다시 다듬는 퇴고의 고단함은 아마추어 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스스로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그 성가심은 내내 따라다닌다. 이때의 문제는 또다른 방향에서 제기된다. 어느 부분에 결함이 있는지 눈에 환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교정해야 할 지 막막한 것이다. 아마추어 때의 문제가 시어의 선택이나 통일된 이미지의 구축, 시의 구조 등 주로 표피적인 것이라면, 이제는 주제의 뜻을 더욱 깊게 하고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내용적인 문제에 천착하게 됨으로써, 정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미흡하다고 느끼는 부분에서 자신의 정신적인 행보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지는 막다른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상상력이나 지적인 바탕이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한쪽으로 밀어놓는 수밖에 없다. 이런 작품 중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씌어지는 작품도 있기도 하다. 또 어떤 작품은 욕심이 나 계속 매달려 첨삭을 가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읽어보면 원작보다 오히려 못한 경우도 많다. 
요 근래에 나는 한 편의 작품을 쉽게 얻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시가 쑥 빠져나오는 경우는 횡재를 한 것같은 기분이다. 짧은 시이지만 첫연부터 마지막 연까지 단번에 씌어졌고, 약간의 개작을 거쳐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시를 완성할 수 있었다. 퇴고의 과정이 비교적 분명하므로 여기 소개하기로 한다.

철담산 아랫자락
계곡을 타고①
달빛이 흘러내렸습니다
만월의 둥근 沼가 되었습니다
연못 밑에서 유유히
달을 받아먹고 살이 오른
잉어 한 마리
비린 사랑의 지느러미를 놀리며
물의 길을 따라 흘러②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시는 맨처음 ‘연못 밑에서 유유히 달을 받아먹고 살이 오른 잉어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 망망대해와 같은 가슴 밑바닥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들, 나는 시란 시인의 마음속에 운명적으로 담겨 있다고 믿는다. 마치 무당들이 계시를 받아 주절주절 풀어내듯, 영감처럼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구절들은, 언젠가는 그 실꾸리가 술술 풀려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슨 뜻인지 모를 ‘잉어 한 마리’를 늘 가슴에 담고 다니던 어느 날 ‘비린 사랑의 지느러미를 놀리며’라는 다음 구절이 떠올랐다. 그때서야 그것이 생명의 탄생을 이르는 것임을 알았다. 우리의 옛설화에 우물물에 비친 달을 두레박으로 떠마시고 아이를 잉태한 여인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달은 또한 오행으로도 陰이 되며 여성을 상징하며, 둥근 보름달은 만삭의 의미를 띠고 있기도 하다. 
상징의 의문이 풀리자 ‘철담산’으로 시작되는 첫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한번에 씌어졌다. 철담산은 나의 고향에 있는 산으로, 사실 그곳에는 계곡이 없다. 그러나 생명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계곡이라는 시어를 선택했다. 뒤따라 노자의 ‘곡신(谷神)’이 떠올랐다. 제목으로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히려 현학을 피해, 자연스럽게 생명을 잉태하는 장소인 「자궁」으로 결정했다. 그러고보니 ‘철담산 아랫자락’이라는 첫행의 이미지가 여인의 몸을 떠올리게 했으며, 계곡은 마치 ‘女根谷’을 연상시켰다. 그러한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하여 계곡의 ‘허벅다리’라고 덧붙이고 보니, 풍만하고 농염한 여인의 모습과 ‘비린 사랑의 지느러미를 유유히 놀리는 살진 잉어 한 마리’가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하나의 낱말만 덧붙여도 이미지가 완연히 바뀌는, 시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이 모든 것을 든든하게 떠받쳐 주어야 할 결말 부분에 힘이 없었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경이롭고도 역동적인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의 길’은 생명의 줄인 탯줄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잉어가 물을 차고 바깥으로 튀어오르는 모습에 직접적으로 비유하여 역동적인 생명력을 나타내 보기로 했다. 첫번째 개작된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계곡의 허벅다리를 타고
② 은빛 물의 탯줄을 휘감은 채 
달빛을 따라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치고도 ②번은 계속 미진한 상태로 마음에 걸렸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동(動)한 가운데 정(靜)한 것이 아니라, 정(靜)한 가운데 동(動)이 일어난다 하지 않았던가. ‘연못 속에서 유유히’부터 문장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도 리듬감을 해쳤다. 또한 생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달빛 역시 마지막까지 연결고리를 가지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물결과 하나가 되어가는 잉어, 달빛과 하나가 되어버린 물결, 그속에서 생명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두번째 개작을 거치자 어느 정도 마음이 흡족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연을 가르는 것으로,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했다.

자궁 

철담산 아랫자락
계곡의 허벅다리를 타고 
달빛이 흘러내렸습니다 
만월의 둥근 沼가 되었습니다

연못 속에서 유유히
달을 받아먹고 살이 오른
잉어 한 마리
비린 사랑의 지느러미를 놀리며 
은빛 물의 결로 흐르고 있습니다

달빛 잔잔한 물의 탯줄을 휘감아
하류로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송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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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이성선(1941∼2001)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아이를 앉히고 동요를 불러주면 예쁜 입이 오물오물 따라 부른다. 그렇지만 너무 미안하다.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줄 수는 있어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아서다. 어느 하늘에 별이 있느냐고, 아이는 금방 자라 물어볼 것이다. 도대체 별이 반짝이긴 하느냐고, 응당 아이는 물어볼 자격이 있다. 어른은 대답이 궁색하여 난감하다. 난감할 때는 속으로만, 아이에게 술과 가난을 설명하기란 더 난감하니까 속으로만, 이성선의 이 시를 읊어 보리라.

이성선 시인은 ‘맑음’에 특화된 시인이다. 맑음 중에 으뜸은 ‘별’이니까, 이 시인은 별에 특화된 시인이기도 하다. 높고 맑은 것을 즐겨 노래했던 이 시인을, 세상에서는 ‘설악의 시인’이라고 불렀다. 그는 설악산 아래에 살았는데, 마치 높은 산이 도시의 욕망 같은 것을 차단해 주는 듯이 시를 쓰고 살았다.
 

 

하지만 세상에 돈이 좋고 명예가 좋은 줄 모르고 살았을까. 세속적 욕망이 드세질 때, 시인은 휘청거리며 밤거리를 걷는다고 썼다. 가진 것 없어 세상에서 홀대받을 때, 시인의 마지막 보루는 오직 ‘별빛’뿐이었다. 저 별빛에게 부끄럽지 않는 한, 시인은 아직 진 것이 아니다. 별만큼 깨끗하지는 못해도 지상에서 가장 덜 더러운 사람이 되겠다, 시인은 마음을 표백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윤동주의 시를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별에 관한 시 중에서 첫손에 꼽힐 만큼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이렇게 고결하게만 고결을 노래한 시를 읽으면 초라함은 위로받고 욕망은 추악한 몰골을 드러낸다. 어느 쪽이든,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밤을 지내기에 이 시는 더없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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