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를 더불어 사는 삶쪽에 력점을 두고 써라...
2016년 11월 26일 19시 36분  조회:3374  추천:0  작성자: 죽림
2. 시를 던지고 10년 동안 시골에 박혀 지내다

제가 문학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사실 단순합니다. 그 동안 저하고 함께 책을 읽던 선배가 진보당 사건으로 잡혀 들어갔어요. 죽산 조봉암 선생은 50년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남북통일은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분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다 북진통일을 주장했었습니다.
그 때 북진통일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지금 관계에서 한 자리씩을 하고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총칼로 다 뒤집어엎고 평양까지 가서 북한에 있는 사람 다 때려 죽여야지 통일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정서였습니다.

그 때 유일하게 조봉암 선생만이 "그래서는 안 된다. 북한도 같은 동포인데 싸우면 되느냐?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평화적으로 하지 않고 전쟁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이건 백년 천년이 가도 절대 통일이 안 된다. 소련이라는 나라도 약하지 않고 미국도 약하지 않은데 누가 양보하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참 합리적인 소린데 그런 소리를 했다고 해서 이 사람을 잡아다 죽였습니다.

이승만 정권 말기 때 일인데, 그 사건에 선배가 끌려 들어갔어요. 저는 겁이 많은데다 당장 맨 날 누가 잡으러 오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골로 도망을 갔지요. 시골로 도망갔다고 못 잡으러 올 리는 없지만, 일단 시골로 가면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까?

박혀 살다 보니까 점점 문학에 대한 정열도 식고, 문학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회의도 생겼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여러 가지 고생도 해봤습니다. 광산에서 일도 해보고, 노동판에도 가보고 농사도 지어보고 장사도 하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과연 문학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따위의 갖가지 회의가 일었습니다. "일단 문학을 관둬 버리자. 무얼 할 것인가는 다음에 생각하고 일단 관둬 버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의 10년을 시골에 박혀서 살았습니다. 제가 그 때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는, 지금도 그것만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물론 사람은 개인이라는 게 중요하지요.

결국은 마지막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결코 남과 함께 살지 않는 삶이라는 건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지요. 정리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더불어 혼자 산다. 말이 이상한 얘기지만 남과 더불어 혼자 산다. 남과 더불어 살지만 결국 혼자 책임지니까 혼자 산다. 그러나 이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 제가 막연하게 생각한 것은 앞으로 시를 쓸 기회가 다시 온다면 나는 이제 나 혼자만 사는 것, 나 혼자만의 생각, 혼자만의 뜻, 이런 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더불어 사는 정서, 더불어 사는 어떤 아름다움, 더불어 사는 의미들을 시로써 표현해야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아니고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다시 저한테 글을 쓸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렇게 시골서 영원히 떠돌다가 끝나겠지." "어쩌다 시 한두 편 써 놓으면 누군가가 앤솔로지 따위에 발표 해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예컨대 「해바라기의 비명」을 쓴 함형수가 있지 않습니까? 한 편밖에 남긴 것이 없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나온 사화집(詞華集) 가운데서 「해바라기의 비명」을 뺀 건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사화집에라도 다 들어가 있지요. 수만 편의 시를 쓰고서도 한 편도 건질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함형수처럼 한 편을 쓰고서도 우리 문학사에 남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러다가 제가 다시 시를 쓰게 된 것은 시인 김관식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그가 술김에 "야, 서울에 올라가자." 하고 잡아끄는 통에 둘이서 서울에 올라옴으로 해서였습니다. 김관식의 집은 홍은동에 있었습니다. 산중턱에 무허가로 집을 크게 짓고 살았습니다. 자기 마누라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 한 칸을 무조건 비워 주었습니다. "이 방은 앞으로 신경림이가 쓸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하며, 공짜로 방을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술김에 올라와서 같이 술먹고 놀았지만, 그 때 제가 결혼한 몸이어서 혼자 살 수는 없었습니다. 시골 가서 색시를 불러서 같이 왔지요. 그 집에 데려다 놓았는데 한심한 거죠. 김관식이 우선 쌀을 다섯 말을 주고 김치도 주고 해서 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래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시를 한 10여 년 안 썼다고 하지만 무척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속에서 뭔가 북받쳐 올라 시를 안 쓰면 못 견딜 때가 있었습니다. 시골 사람들은 돈벌이가 없으니까 양귀비를 재배했습니다. 그걸 집에서 조금씩 만들면 상당한 돈벌이가 되었습니다. 그걸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가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의 길 안내를 맡은 일이 있습니다. 길 안내를 해주면 돈을 주었습니다. 제가 원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성미인데다, 공짜로 먹고 돈까지 주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해서 주막에 들르면 일단 술 먼저 먹는 걸 생애 제일의 뜻으로 삼고 있을 때여서 잔뜩 취해서 잤습니다. 눈이 며칠 동안 퍼부어 길을 다닐 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 한 주막에서 사흘 동안 매일 술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그 집 주인이라는 사람은 남로당이라고 총 맞아 죽었고, 여자가 혼자 술집을 하는데 농담을 잘하고 걸직한 소리를 잘했습니다. 매일같이 동무해서 술 먹고 그랬는데,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눈이 다 그쳤어요. 울타리가 없는 시골 뒷간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하늘에 주먹만한 별들이 달려 있고 머리 위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밑에는 공사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공사장에서 불빛이 비쳐요. 그래서 마음이 얼마나 슬픈지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는 필기도구를 안 가지고 다녔으니까 일단 속으로 시를 썼지요. 그것을 나중에 조금 정리해서 발표한 게 「눈길」이라는 시입니다.
말하자면 시를 쓰고 싶은 욕망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10년 동안에 쓴 시가 그거하고 「그날」이라는 시입니다. 「그날」은 조봉암 선생이 사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절망적인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집 「농무」 속의 작품들은 거의 서울에서 썼지만 머리 속에는 메모가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메모가 되어 있던 것을 서울에 와서 옮겨놨을 뿐이지요.
「농무」를 두고서 어떤 이들은 농민의 저항 의식 등을 쓴 거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아니고 농촌에 살면서 농민들이 갖는 어떤 농촌적인 정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 남과 함께 하는 삶… 이런 것들을 시로써 한번 표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제가 첫번째 얘기한 것은 시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하는 대화라는 겁니다. 따라서 명확하고 힘이 있어야 된다는 것과 두번째, 삶이라는 건 혼자 꾸려가는 건 있을 수 없고 더불어 사는 삶, 이것이 내게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자기의 개인적인 삶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요. 결국 책임은 자기한테 있는 거니까. 혼자 생각하는만큼 혼자 책임지는 것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 혼자의 생각만 시로 다 표현한다면 시가 너무 왜소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그 때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앞으로 내가 시를 쓸 기회가 생긴다면 더불어 사는 삶 쪽에 역점을 두는 시를 쓰겠다고 하는 생각도 그 때 했던 것 같습니다.


======================================================================================= 
 
 
어머니의 휴가 ― 정채봉(1946∼2001)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만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봄이 되면 꽃구경을 간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을 골라서 신나게 간다. 휴가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 따르면 내가 누려야 할 좋은 휴가보다 더 소중한 휴가가 있다고 한다. 평생 받을 수 있는 내 모든 월차와 휴가와 병가를 다 반납해도 아깝지 않을 휴가가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하늘나라 어머니가 받으셨으면 하는 휴가다.


정채봉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유명한 동화작가다. 그의 동화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 어머니가 너무나 필요하고 그립고 좋다. 이유가 있어서 그립겠는가. 그냥 그립다. 자고 나도 그립고, 잊어버렸다가도 그립고, 힘이 들면 더 그립고, 힘이 들지 않아도 그립다. 그런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 참 좋겠는데 저 먼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다. 그러니 딱 하루만, 아니 딱 5분만이라도 어머니가 휴가를 얻어 나를 보러 오시면 참말로 좋겠다.

 
시인이 어머니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은 몹시 단순하다.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를 쳐다보고 싶다. 엄마한테 살을 비비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엄마’라고 부르고 억울했던 일을 일러바치고 싶다. 다 큰 남자 어른이 엄마가 오시면 엉엉 울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구절이 가슴에 콱 하고 박힌다. 이 말은 곧,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들어 늙어가도 마음속의 어린아이는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다. 시인이 유난해서가 아니다. 덜 성숙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원래 이런 것이다. 그러니까 곧 돌아올 5월 어린이날이 되면, 내 안의 어린아이 얼굴도 한번 어루만져 줄 일이다. 어린아이를 만들어 준 엄마의 얼굴도 한번 떠올려 볼 일이다. 아주 슬프고 불가능한 휴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3 이육사 <<靑포도>>는 <<풋포도>> 2016-03-15 1 5319
1202 [ 이 아침 詩 한잔 드리꾸매]-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2016-03-15 0 3848
1201 내 인생은 처음부터 저주받았음이... 2016-03-14 0 4152
1200 詩공부시간- 詩퇴고 장소는 화장실... 2016-03-14 0 4168
1199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풍경 2016-03-14 0 3876
1198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목련꽃 우화 2016-03-14 0 3898
1197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그림자와 길 2016-03-14 0 4026
1196 조병화 시모음 2016-03-13 0 4681
1195 <아침> 시모음 2016-03-13 0 4190
1194 이시환 산문시 감상하기 2016-03-13 0 3947
1193 詩作初心 - 시에서 상투어를 사용하지 말기 2016-03-13 0 4432
1192 조선족 시문학 관하여(2000년 5월) 2016-03-12 0 4245
1191 윤동주, 아현동 굴레방다리 옛 간이역 앞 하숙방에서 詩 쓰다 2016-03-12 1 4104
1190 윤동주의 산문이 시와 함께 빛 발하다 / 연변에서 "동주" 소설이 나오다... 2016-03-12 0 5328
1189 詩作初心 - 텅빈것과 없음을 노래하기 2016-03-12 0 3964
1188 남영전 민족토템시 파헤쳐보기 2016-03-12 0 4894
1187 詩作初心 - 詩의 大空을 위하여 2016-03-12 0 4154
1186 시평론의 바른 자세와 "30년대 수준론" / 리상각 2016-03-12 0 4271
1185 詩作初心 - 詩에서 道와 깨달음 2016-03-12 0 4075
1184 詩作初心 - 詩로 상처를 어루만지기 2016-03-12 0 4136
1183 詩作初心 - 타령조詩를 알아보기 2016-03-12 0 3950
1182 詩作初心 - 한편의 시가 태여나기까지... 2016-03-12 0 4043
1181 詩作初心 - 시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기 2016-03-12 0 4169
1180 詩作初心 - 마음속 "여래"를 찾기 2016-03-12 0 4021
1179 詩作初心 - 로마로 가는 길 여러가지... 2016-03-12 0 4791
1178 詩作初心 - 시에서 비움의 미학 2016-03-12 0 4517
1177 詩作初心 - 기행시 알아보기 2016-03-12 0 4437
1176 詩作初心 - 물이미지 2016-03-12 0 4379
1175 詩作初心 - 바람이미지 2016-03-12 0 3893
1174 詩作初心 - 대지이미지 2016-03-12 0 4053
1173 詩作初心 - 광물이미지 2016-03-12 0 4223
1172 詩作初心 - 식물이미지 2016-03-12 0 4443
1171 생명의 씨를 뿌리는 시인 - 이시환 2016-03-12 1 3814
1170 詩作初心 - 시에서 생명의 표현 활유법 2016-03-12 0 4367
1169 詩作初心 - 牧人을 기다리며 / 반복의 미학적 시법 2016-03-12 1 3847
1168 산문시 몇다발 / 李箱 시모음 2016-03-12 0 4078
1167 詩作初心 - 뒤집어 소재를 찾고 행동하기 2016-03-12 0 3964
1166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진짜 어른 2016-03-11 0 3563
1165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인사 2016-03-11 0 3532
1164 詩作初心 - 시의 본문과 제목과의 은유관계 알기 2016-03-11 0 6051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