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쇠사슬은 노예의 령혼까지 묶어 놓는다...
2017년 02월 04일 17시 50분  조회:2744  추천:0  작성자: 죽림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상호 계기적인 주체다
 
늘샘의 명시단평:
                -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상천 문예비평가      
 
 
 

 

▲ 김상천     ©브레이크뉴스
 

노예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 살 것인가?
나는 시인 백석에게서 주체의, 욕망의 변증법을 본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높은 것이 있어서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한탄이며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노예는 쇠사슬에 묶인 존재다쇠사슬은 노예의 영혼까지 묶어 놓는이런 불행은 자본이라는 물적’ 현실이 그 지배적 폭력의 형식으로 현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즉 시적 화자는 지금 일제 치하라는 폭력적 현실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아내도 집도 모두 잃고 부모와 가족과도 멀리 떨어져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는 한없이 외로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이렇게 물적지배적 현실에서 소외된 이상 그는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하여 그는 어느 목수네(박시봉집 헌 삿을 깐한 방에서 쥔을 붙일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방(方)은 방(房)이다즉 그는 남의 집에 세를 얻어 기거하게 된 기생적 존재잉여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잉여적 존재가 꾸는 너무도 많은 생각들무의미한 기표에 불과하고뜻없는 글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즉 그는 이렇게 환멸적 자기애라고 할 수 있을 상상적 거울에자폐적 기호놀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환멸적 자기애의 끝은 죽음이다여기환멸적 자기애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에서 우리는 '거세와 좌절박탈은 모두 주체의 소외'라는 정신분석학자 라캉Lacan의 전언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중요한 것은 그러나예술은 해방을 그 고유의 존재 조건으로 하는왜냐하면 체계는 인간과 예술의 적이기 때문이다-본질적으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지향한다주체의 자기소외는 자기도취다죽음에 이르는 나르시시즘이다자기도취에 출구는 없다. 

 

그러나 여기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고 나와 주위를 인식의 대상으로 설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는 더 이상 이기를 그치고 나는 타자가네가 될 수 있는왜냐하면 나는 너의 욕망의 구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전이displacement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그리하여 나는 단순히 나이고만 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더 크고 높은’ 어떤 존재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대의식solidarity consciousness에 다다르는 순간나는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매개적 지평의 세계로 넘어간다그리하여 점차 '고립된 자아'의식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열린 자아'의 단계로 의식이 전화하는 순간그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상징'이라는 세계 이미지다라캉이 말하는 상징계다. 가령, 김수영이 '귀족'이라는 자기도취의 거울적 상상의 단계를 벗어나 이라는 상징에서 거대한 뿌리라는 역사의 주체를 발견하게 된 과정처럼 

   

그것은 분명 자신과는 다른 존재(타자)이지만 동시에 이 크고 높은’ 그 무엇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그 마른 잎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다시 말해 외롭고 춥고 고독한 가운데서도 굳고 정하게 버티고 서 있는 '갈매나무'라는 존재들에 대한 유적 인식의 전화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과 관련하여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은 문체의 영역이다왜냐하면 문체는 단순한 기술의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여기서 우리는 또한 언어도 무의식처럼 구조화 되어 있다는 라캉의 금칼 같은 명제를 마주한다. 그리하여 여기구조화된 형식으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바로 콤마 ‘,’의 빈번한 사용이다이는 의식무의식 중에 물적폭력적 현실이 압도하는 현실에서 무의미의 나락으로 떨어진 시적 화자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조급하고 간절한 염원처럼, 의미있는 세계에 대한 매우 강렬하고도 집요한 열망에 휩싸였다는 것을 방증한다즉 여기서쉼표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물적 현실이 압도하는 현실에서 그 물적 현실을 넘어 새로운 욕망을 실현하려는 끈질긴 의미화 기제mechanism라고 볼 수 있다 

   

서술narrative 또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서술은 산문정신즉 실용적 목적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를 그 핵으로 하는 표현방식이다즉 그는 서술을 통해 자신이 처한 외적지배적 현실을 정확하게 파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현실을 서술을 통해(나는~헤매이었다쌔김질하는 것이었다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외로운 생각이 드는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자신의 지리멸렬한 삶을 개념화함으로써 그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의 전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희망의 지렛대를 형성하고 있다이 새로운 관점의 전이의 정점에서 우리는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루를 만나다.

   

더욱 중요한 것은what matters more '그'. '그the'는 선험적 기표다즉 는 그가 익히 갈매나무를 알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다시 말해 는 기억이고대치이고욕망에 다름 아니다. '그'는 하나의 변형, 이형으로서의 반복이자 새로운 전망으로서의 차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그를 통해 환기된 갈매나무로 인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의 빛a ray of hope을 본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50 시는 식물과 동물이 말을 걸어 올때 써라... 2017-08-18 0 2255
649 동시로 엮는 어린 시절 색깔들... 2017-08-18 0 2295
648 시는 바람을 그리는 작업이다... 2017-08-17 0 2238
647 쓰는 행위와 읽는 행위는 시간의 증언이며 자아의 확인이다... 2017-08-17 0 1822
646 "풍랑,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2017-08-17 0 2110
645 나이테야, 나와 놀자... 2017-08-17 0 1980
644 좋은 시는 개성적인 비유와 상징성에서 환기된다... 2017-08-17 0 2060
643 제재를 잘 잡으면 좋은 시를 쓸수 있다... 2017-08-17 0 1928
642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기 위하여... 2017-08-17 0 2370
641 "한마디 시어때문에 몇달간 고민 고민해야"... 2017-08-17 0 2020
640 시인은 올바른 시어의 선택에 신경써야... 2017-08-17 0 1807
639 "아름다운 시를 두고 차마 죽을수도 없다"... 2017-08-17 0 1827
638 문학하는 일은 "헛것"에 대한 투자, 태양에 기대를 꽂는 일... 2017-08-17 0 1985
637 문학의 힘은 해답에 있지 않고 치렬한 질문에 있다... 2017-08-17 0 1996
636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이다... 2017-08-17 0 2136
635 좋은 음악은 시를 쓰는데 령혼의 교감적 밑바탕이 된다... 2017-08-17 0 1820
634 사람들 놀라게 시를 써라... 2017-08-17 0 1881
633 보여주는 시와 말하는 시... 2017-08-17 0 1928
632 소통 불능의 시는 난해한 시가 될수밖에... 2017-08-17 0 1767
631 산이 태양을 삼키다... 2017-08-17 0 1955
630 남자를 돌려주고... 녀자를 돌려다오... 2017-08-17 0 1938
629 문학은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2017-08-17 0 2052
628 시와 산문은 다르다... 2017-08-17 0 2299
627 글쓰는 재주는 비정상과 불당연에서 나온다... 2017-08-17 0 1959
626 하이퍼시 창작론 / 최룡관 2017-08-17 0 2010
625 "죽은 개는 짖어댄다"/ 박문희 2017-08-17 0 1793
624 안개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55
623 시를 찾아가는 아홉갈래 길이 없다...? 있다...! 2017-07-27 0 1951
622 할미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140
621 련금된 말과 상상과 이미지화된 말과 만나 만드는 시세계... 2017-07-27 0 1931
62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새야, 나와 놀쟈... 2017-07-25 0 2170
619 5 + 7 + 5 = 17자 = 3행 2017-07-24 0 2181
618 나팔꽃아, 어서 빨리 띠띠따따 나팔 불며 나와 놀쟈... 2017-07-24 0 2162
617 "이 진흙별에서 별빛까지는 얼마만큼 멀까"... 2017-07-24 0 2130
616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017-07-24 0 2407
615 시인은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켜야... 2017-07-24 0 1938
614 나무야, 네 나이테 좀 알려주렴... 2017-07-24 0 2297
613 시는 쉽고 평이한 언어로 독자의 감흥을 불러 일으켜야... 2017-07-24 0 2198
612 여름아,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아이스크림 사 먹는가... 2017-07-24 0 2498
611 모든 비유는 다 시가 될수는 있다?... 없다!... 2017-07-24 0 1909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