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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신비한 언어로 시행사이에 사색적인 공간을 엮어줘야...
2017년 05월 24일 00시 43분  조회:2533  추천:0  작성자: 죽림
[일반칼럼]

시와 시인 그리고





최 균 선





   시가 곧 그 사람이라면 시는 무엇을 간곡하게 바라며 뛰는 심장인가. 많은 시들이 울분과 슬픔을 표현하는것은 삶이 더 찬란한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착한 열망에서 비롯되는것이다. 한수의 시는 그런 마음의 예감과 기미를 보여주는것이기에 아무리 작은것을 노래해도 이미 뜨겁개 가슴에 와닿는 마술같은 힘을 가지고있다.


    횅창 밝은 달밤에 웃는 꽃을 노래하는것도 시이지만  대낮에도 서슴없이 벌리는 인간의 온갖 악행을 폭로하고 눈물젖은 아픔의 골짜기에서 솟아나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람들이 꿈꾸는 모든 훌륭하고 아름다운것을 그려보이는게 시이다. 언어와의 싱갱이질속에서 시어는 때론 잔잔한 봄비가 되기도 하고 한줄금 소나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 순간의 경이를 선지선각하여 표현하는 사람들이 시인이다.


    좋은 시가 참 좋은 리유는 비장함으로 진행되는데에도 있다. 비장하지만 희망과 활력을 손짓하는 그런 비장미가 우리를 더욱 격앙하게 하고 분발하게 한다. 옛시인들의 시는 왜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왜 여전히 울어버리고 싶도록 가슴막막하게 하는가. 그들은 우주의 생명공간에 목숨이 없는것들에도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들의 시에는 삶의 현장을, 인간의 심령을 투시하는 무엇이 있다.


    김소월이나 리상화의 시는 막 솟아오르는 아침해처럼 빛을 주고 언어의 시 (诗) 화는 그리도 현란하다. 우리 말 언어가 어떻게 조합되면 노래가 되는가를 보여준 시들이였다. 시속에서 울리는 그 소리는 인성을 깨우치고 미움과 갈등을 갈아버리고 강자와 약자가 상생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호소하는 시였다. 소월의 시는 언어를 우 겨넣거나 고의로 배배꼬아댄 흔적이 없다.


현상과 사물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것들의 목소리를 나직하게 들려준다. 소월의 시를 읽고있으면 물안개가 막걷히는 아침의 련못을 보는듯하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작은 여울에 누군가가 정성스레 놓아둔 징검돌을 보고있는것같고 사색과 정서는 그 징검돌들을 훌훌 건너뛰며 아름다운 정감의 대안으로 가게 된다. 김소월의 시는 삶은 부대낌과 갈등의 경전이다.


    깨우침의 문학이든, 소일문학이든, 자극문학이든, 인생현장의 모든것을 생생하게 그려내든, 애매모호게 에둘러 말하든 시는 삶의 현장의 투시경이기를 그만두지 못한 다. 따뜻한 눈빛으로 세상을 포옹하는 시들은 누가 읽어도 좋을것이다. 좋은 서정시 한수가 우리의 심령을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고 깊게 위로할수 있는지를 새삼스레 느끼게 하기때문이다. 보다 나아질것이라는 믿음을, 일어설수 있다는 용기를, 넓고 큰 세상을 향해 나가라는 호소를, 새 다짐으로 새날을 살아가려는 힘을 주고있는것이다.


    민초들의 인생에는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어두운 나날이 많다. 진실된 시인은 언어의 뜻을 롱간질하는것이 아니라 인간심령을 파고든다. 눈물과 탄식과 비애가 범벅이 되는 인생현장에서 그냥 알둥말둥한 소리로 뇌까려서는 무엇을 깨우치고 제시 할수 없다. 누구나 가슴에 미지라는 희망의 파랑새를 품고산다. 그 희망의 새를 시가 퍼덕이게 한다. 우리를 맑게 깨우치고 우리를 이끌어주는 시란 그래서 좋은것이다. 말하자면 시는 시핵에 어긋남이 없으면서도 무량무변한 내함이 있어야 한다.


    시의 신비는 언어의 신비라고 하지만 언어와 감각의 탁월한 계시가 될지언정 시어의 모호함에서 체현되는것은 아니다. 청각에 시각을 한데 버무리는 감각적이미지의 활용은 시창작의 현대적기법만이 아니다. 시는 의미적인 언어의 배렬로 엮어는 것이 아니라 말과 말, 시행사이에 사색적인 공간으로 엮어지는것이다.


    시인은 독자들의 머리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먼저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사람, 함께 인생을 탐구하는 사람일뿐이다. 시는 생(生)의 바닥을 파보고 가슴을 두드리며 꺼이꺼이 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의 언어는 분식하고 장식하고 감추기가 능사가 아니다. 아름다운것은 언제나 단순한것이다. 단순성으로 하여 더 성숙한 시가 될수 있다. 하다면 인생이니 삶이니 사랑이니 죽음이니 하는 말을 애매모호하게 표현할 리유가 나변에 있는가?


    시란 어둠을 진실한 어둠대로 쓰면서 어둠을 밝혀주고 시를 쓰면서 저도 몰래 해살을 이끄는 일임을 사색적으로 보여주면 안되는가? 시는 언어의 광석을 채굴하는 일이라 한다면 명백하게 사람들의 심혼을 흔들어놓는 경지에 이르러야 시를 쓴 리유 가 서게 된다. 시인은 무섭도록 정밀한 관찰과 예리한 투시를 앞세워야 하지만 대상을 랭정하고도 빠끔히 들여다보일수 있도록 은근하게 묘사할수는 있어도 감싸고 은닉하기에 골몰해서는 얻어지는게 없다.


    시는 치밀하고 내부가 끓고있어야 좋은 시이다. 예나제나 시들은 결사(結社)를 호소하는 선동력도 있어야 한다. 한결같이 매미처럼 서늘한 노래에만 도취되면 만족할수 있는 인생현장이 아니기때문이다. 시인, 자신의 시와 삶이 우주저편으로까지 이 어지기를 꿈꾸는 시인, 그런 시인들은 얼마나 우러러 보이는가?


    현대시 100년에 길이 남을 시인들을 꼽으라면 김소월과 리상화, 한용운, 김영랑, 리륙사 등 귀재들이 될것이다. 그들은 우리 말 현대시의 다양한 변화에 마멸될수 없는 영향을 주었는바 그들부터 우리 민족의 현대시의 회화성과 내면의식의 표현, 사상 이 참신한 단계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들은 시는 최적의 언어예술이 되여야 한다는것을 시적언어의 형상성, 정확성, 음악성으로 빛나게 보여주었다.


    시에서 리성이 형상을 압도해서는 안된다. 심각한 사상만 있어도 안되고 미사려구만 있어도 안된다. 사상전달에만 몰두하면 시의 외재적형식미가 소외될수 있고 시형식만 추구한다면 시적전달이 문장유희로 전락될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뛰여난 시어는 명쾌한것인 동시에 천하지 않은것”이라고 했고 발레리도“아주 아름다운 문장에서는 구절이 떠올라있는것처럼 보이고 심정을 자동적으로 알수 있으며 물체도 정신화되여 나타난다”고 하였다. 이는 매개 시창작자들에게 금과옥조가 될것이다.


    자고로“시에서의 절주는 그의 외형이며 생명”이라는 특징은 시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잠규칙이 되였다. 산문이 말을 최적의 순서로 엮은것이라면 시는 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배렬해놓은것이라고 할수 있다. 세계 어느 민족의 언어들이 미칠수 없을만큼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고 신록처럼 아름다운 정취를 주는 우리 말 시에서 리듬을 외면한다면 우리 민족시로서의 독특성을 상실게 될것은 자명하다.


    경향성적으로 주류가 된 현대파시라 해서 시의 내재적특징을 도외시 내지는 배척해서는 아니될 일이다. 시가 시로되는 근원은 정감성이다. 사색의 결정인 모종 사상이 중요하지만도 정감과 격동이 없으면 서정시도 없고 시인도 없다. 주다싶이 시는 감동과 감정의 글, 가장 아름답고 짧은 말로 문자화된 사상 즉 사상과 형상의 융합으로서 곧 시인의 심령의 외재세계이기때문이다.


    따라서 시는 어디까지나 미적절주의 창조이고 시인의 정감의 연장선으로서의 심령의 노래, 진실하고 착하고 아름다운것의 메아리가 되여야 바람직하다. 시가 추구하는것은 일종 경지이다. 유성유색(有声有色)의 시혼은 시의 절주와 음악적선률과 경지중에 존재할뿐이다. 시를 노래한다고 하는것은 우선 시의 음악성을 두고 한 말이다. 시는 글속에 물결같은것이 있는 춤추는 글이다. 시의 음악성도 정감성에서 온다. 시 가의 음악성은 여러가지 인소의 융합이지만 가장 주요한것은 절주와 운률이다.


    시의 절주는 정감절주의 반영으로서 정감의 기복이 시의 절주의 기복을 결정한다. 우리 말 시의 전통적인 운률에는 정형률과 자유률이 있는데 지금은 일매지게 자유률이 능사로 되는듯싶다. 시의 외재미를 체현하는 시행이나 련을 나누는 근본원인 은 바로 이런 운률 즉 시의 음악성을 살리려는데서 비롯된다. 우리 말 시에서 그 형식을 극치에 이르게 하고 아름다운 시어와 가장 우아한 리듬이 시적정서와 조화되여 울려나오게 한 시인으로서는 김소월을 릉가할 시인이 없을게다.


    시에서 시로 하여금 생명을 갖게 하는 가장 주요한 특징은 시적형상이지만 운률은 시에 형식상에서의 존재리유와 가치를 부여하기때문이다. 시의 구성을 이루는 요소의 일체화에서 감성에 직접적영향을 줄수 있고 감흥에 직접 자극을 줄수 있는것은 소리와 뜻이며 음악성이므로 음악성이 짙은 시일수록 감성자극이 크고 폐부에 전달되여 깊이와 넓이가 정비례된다. 바로 그러한 리유로 전통적작시법상 리듬과 운률을 일시동인해 오면서 다루어왔다. 그로써 전통시는 자체매력을 확보하고 있는것이다.


   시의 구조적특징상에 말한다면 시는 시각적인것이 자못 중요하다. 그러므로 시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시적구성의 형태미도 추구해야 한다. 눈앞에 나타난 한편의 시의 정서는 아기자기해야 하는데 시각적, 미각적, 후각적, 촉각적, 색채적, 감각적이미지 를 기존의것에서 탈피시켜 력동적이며 파격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데서 소기 의 목적이 실현될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정형시가 자유시로 번지고 작시법의 초점은 운률에서 내재적인 리듬쪽으로 옮겨졌다. 특히 낯설게 하기를 선호하면서 정형성에서 이루어지는 운률미는 뒤로 밀리였다. 아니 밀어버린것일수도 있다.


    세인이 공인하다싶이 시란 근본적으로 계시적인 예술화폭이다. 시인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독자로 하여금 오해없이 접수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전제이다. 시는 오묘한 뜻을 담아야 하지만 뇌즙을 짜내지 않고도 똑똑히 감수할수 있어 야 한다. 비유한다면 우물처럼 깊어야 하지만 그 시원한 물맛을 볼수 있어야 한다


    숨김의 원리에 의한 암시성의 본질을 몰각한채 될수록이면“낯설게”하느라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사이에 넘기어려운 장벽이 설치되여야만 좋은 시가 되는것은 아니다. 머리에서 나온 시행조직은 머리로 풀이하게 되고 심장으로 피운 정감의 꽃은 페부로 그 향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들어주는 사람도, 따라오는 사람도 없는데 무욕이니 초월이니 달관이니 관조니 하는 말로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놀라게 하지 말자.


    이슬이랑 노을이랑 구름이랑 손짓하며 가는 그런 자태가 여실히 드러나는것이 아름답지 않을 리유가 있겠는가. 그처럼 마음의 산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가 흥미롭지않을 리유가 있겠는가. 리백. 도연명, 김소월, 박목월 등의 시는 지금도 향기만방한다. 그들의 시는 독특한 정서들을 함축하여 새로운 정서적의미를 창출하고 창출된  최첨단의 예술창조세계라는것을 잘 보여주고있다.


    시자체보다 더 화려하고 그럴듯하게 해석하고 의미를 띄워주어야 하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다. 회심의 미소도, 속으로 우는 울음도 짊어지고 가는 시인은 자기를 면사포속에 감출필요가 없다. 툭터놓고 말하는 시는 맑고 정직한것이 그 자체의 미가 되는것이 아니며 파손되여서는 안될 시 고유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2013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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