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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의 해설을 공부하기
2018년 10월 13일 00시 54분  조회:3082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의 정수를 품은 다채로운 일본시

 

                                                           /한성례

 

 

일본의 현대자유시는 1882년『신체시초新体詩抄』부터 첫 발을 내디딘다. 이는 그 이전의 전통시가인 구체시旧体詩와는 다른 형태를 서구의 포에트리Poetry에서 이식해온 것을 말한다. 신체시 시대에는 주로 서사시나 극시였다.
이후로 낭만시, 구어자유시, 이상주의시, 자연주의시, 상징시, 민중시, 예술파의 시, 프로레타리아시, 전위시, 모더니즘시, 저항시 등의 다양한 실험과 경향을 거쳐 근대시가 완성되었고, 이것이 현대시로 이어진다.


일본 현대자유시의 위치

 

패전 후 일본시단은 ‘아레치파’와 ‘렛토파’로 나뉜다.
1947년에 창간한 시 잡지 『아레치荒地』를 중심으로 모인 모더니즘 시인들은 문명이나 사회비판을 시에 도입하기로 한다. 주로 영국시인 엘리엇이나 오든, 파운드 등의 영향을 받은 시인들이었다. 일본어 '아레치'는 '황무지'를 뜻하며 엘리엇의 시집명에서 따온 말이다.
이들은 일본제국주의가 전쟁 중에 행한 전체주의를 외면하고 시 창작을 핑계 삼아 도피했던 점을 처절하게 참회하고 반성하였다. 그런 연유로 개인주의적인 입장을 관철했고, 시의 표현은 암유를 중시했다. 그로 인해 시가 몹시 난해해졌다. 현재의 모더니즘은 훨씬 더 난해해졌다. 이는 현대시가 일반대중에게서 멀어진 한 요인이기도 했다.
『렛토(列島)』는 전후 사회파를 대표하는 시 문학지였다. 사회파 시인들은 전쟁 중에 프롤레타리아 시가 정치에 종속해서 예술적으로 빈곤했음을 반성하였고, 예술과 정치 혁명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들은 프랑스의 저항시 쉬르리얼리즘을 중시했다. 1960년대의 미국안보반대운동까지는 일본의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했으며 리얼리즘의 시 작품도 많았으나 이 운동이 패배한 후에는 모더니즘 시가 우위를 점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후세대 시인들은 대부분 모더니즘적이거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성향이 강하다.
두 그룹 모두 언어를 중시했다. 인생, 자연, 감정 등이 아니고, 언어 그 자체의 자율성을 중시하여 언어기호로서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구했다. 무엇을 표현할까 보다는 ‘어떻게 표현할까’였다.
1970년대 이후에는 서구에서 유행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이 일본에도 들어온다. 이는 모더니즘적 완성보다는 해체를 중요시했고, 이질적인 요소를 배제하지 않고 경계를 허물며 접합시켰다. 하지만 전통적인 문맥이나 통상적인 논리를 부정하고 해체를 목적으로 삼았으므로 한층 난해해졌다. 이처럼 해체시나 반시의 힘이 강해지면서 일반적인 독자가 감소했다.
이러한 현대시의 빈자리를 전통 시 하이쿠(俳句), 단카(短歌), 와카(和歌)가 차지했다. 하이쿠 인구는 천만 명에 달할 정도이며 하이쿠 동인이나 모임은 일본 전국에 수도 없이 많다. 하이쿠는 이미 세계로 뻗어나가 여러 나라에서 하이쿠를 쓰고 읽고 즐긴다. 해외의 하이쿠 인기는 유럽인들에게 가장 높다. 의외로 아시아에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시가 강한 한국에서는 유독 인기가 없다. 1987년에 출간한 타와라 마치俵万智(1962~)의 하이쿠집 『사라다 기념일』은 280만부가 팔릴 정도로 대베스트셀러였다.

 

신서정新敍情의 사회시


 

난해한 시가 주류를 이루는 일본시단에서 독자적인 시 창작의 길을 걸어온 시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취해 인생, 자연, 감성 등을알기 쉬운 언어로 표현했다. 독자도 많았고 시집이 출간되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90년대 이후 화제에 올랐던 주요 시집은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1926~2006) 『기대지 않고』, 이시가키 린石垣りん(1920~2004) 『표찰 따위』, 타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1931년~)『세상모르는 사람』등이 있다.
이들 중 이바라기 노리코는 50세가 넘어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여, 다수의 한국시를 번역하여 일본에 알렸다. 주로 신서정의 사회시를 써서 많은 사랑을 받은 여성시인이다. 대표작 한 편을 살펴보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황당한 곳에서
푸른 하늘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놓쳐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멋진 선물을 해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하는 예절밖에 모르고
아름다운 눈길만을 남겨둔 채 다들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차가워서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 졌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활보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흘렀다
금연을 깨고 담배를 다시 피었을 때처럼 어질어질하게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도 행복하지 못했다
나는 몹시도 엉터리였다
나는 몹시도 외로웠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어찌 됐든 오래오래 살기로
늙어서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말이지

 

 

후쿠이福井의 시인들

노리타케 가즈오則武三雄(1909~1990)는 돗토리鳥取 현에서 태어났으며 패전 전에는 조선에서, 패전 후에는 후쿠이 현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그는 19세가 되던 1928년에 조선에 건너와 약 17년간을 살았다. 조선총독의 촉탁으로서 평안북도 경찰부에 근무하면서 압록강을 배경으로 쓴 시를 많이 남겼다. 패전 후에는 후쿠이 현에 피난 가 있던 스승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1900~1964)를 방문했다가 그의 권유에 의해 이 지방에 자리를 잡고 지방주의를 제창하며 후쿠이 현에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오카자키 준岡崎純(1930~), 가와카미 아스오川上明日夫(1940~), 아라카와 요지荒川洋治(1949~) 등 현재 일본시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인들이다. 노리타케는 살아있을 동안에는 일본시단을 대표할 만한 큰 시인은 아니었으나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후진들의 시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후쿠이 현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문학상인 ‘H씨 상’ 수상 시인을 다수 배출한 지역으로도 유명한데 주로 그의 제자들이다.
노리타케는 조선에 살 때 조선시인 백석과 절친했다. 백석은 당시 노리타케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써주었다.

 

나 취했노라
- 노리타케 가즈오에게 -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코틀랜드산 술에 취했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해진다는 생각에 또한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
나 이 밤 공허하고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


패전 후 일본에 돌아간 노리타케는 1978년 69세에 출간한 『파葱』라는 시집 제목을 백석을 생각하며 지었다. 백석이 파를 든 모습을 본 것은 조선과 만주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였다고 한다. 백석이 만주에서 산 십여 알의 파를 한 손에 들고 다리를 건너 조선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노리타케가 조선 시절의 백석을 추억하며 쓴 시이다.

 

 

 

 

 

 

파를 들고 있던 백석
백白이라는 성에 석石이라는 이름의 시인.
53세가 되어 나도 파를 한 번 들어본다.
뛰어난 시인 백석. 무명이었던 나.
아득하게 20 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친구 백석이여. 살아 있는가?
부디 살아 있기를.
백이라는 성, 석은 이름인 조선의 시인.


노리타케가 길러낸 제자 중에 현재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인이며, 시단 뿐 아니라 문화평론가, 방송인 등 문화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아라카와 요지 시인이 있다. 그는 ‘H씨상’을 와세다早稲田대학 재학 중에 최연소로서 수상하여 크게 관심을 모았다. 시를 한 편 소개하겠다.

 

 

 

달빛

남자가 늘어났다
달빛이 쏟아지고
부랑자 곁에 눕는다
늘어났다

감은 머리카락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었다
그 사람을 오롯이 원하기만 하면 된다
헤쳐 나가는 중에
점차 혼자가 되어
그녀는 수없이 그 머리카락으로
내 머리를 휘감고
나를 안정시켜 주었으나

머리카락의 틈새로
스스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와의 첫 성교는 실패로 끝났다
달빛은 어디를 비추고 있을까
시간의 머리를 눌러 줘
그녀는 눈 안으로 올랐다
가끔 멈춰 서서
나를 응시하면서
남자가 늘어났다
그녀는 도모미라는 사람과
결혼을 전제로 완벽한 성교를
하고 있다
완벽한 성교다
둘은 가구처럼 딱 맞게 제 자리에 들어간다
바람 방향에서
그 기록이 돌아와
내 눈 앞을 통과하고
세상의 한구석으로 흘러간다
결혼을 전제로 한 두 남녀의
슬픈 감상도 없이 몸을 묶어놓은 장면이
너무 무거워서
바람을 타다니
그것은 오늘도
관을 통해
한구석으로 흘러간다
길가에는
달빛을 주워 든 부랑자가
반짝이는 벤치 위에 누워
젊은 그들이 벗어놓은 구두를 응시하고
기록을 응시하지만
다가가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응시하려고만 한다
감기에 걸린 듯한 홀쭉한 몸으로
머리를 누르고
올라가는 그녀를
남자들은 시야를 넓혀 더욱 깊이 응시한다
다시 포착했을까

노리타케의 제자 중 또 한 사람 가와카미 아스오는 아름답고도 깊이 있는 시를 쓰며 많은 노랫말을 쓴 시인으로서도 유명하다 그의 시를 한 편 감상해보자.

 

 

 

토끼풀


어이, 영혼, 하고 불렀다 예, 하고 어둠속에서 귀신이 얼굴을 내밀었다
불러 본 보람이 있었다 좋은 얼굴이었다
이 세상 물가에 오래 살았던 것 같다 뿔도 보였다 호의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돌고 도는 계절의 외로움을 가만히 바람에 풀어헤치고
램프를 켜고
그런 식으로 조용히 마음의 남포등과 마주해본 적이 있었던가
영혼과
아아, 영혼이여,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옷깃을 단정히 하고 돌보지 말기를
나를, 내 몸을

희미한 바람의 흔들림에 슬퍼하지 말기를, 거기에 비친 가슴속 불길의 너울
한가운데쯤
지금 건너편 물가에서 눈물지으며 조용히 손 흔드는 나를 더 이상
망연하게 부르지 말아주기를

나락의 끝, 토끼풀이 베개 맡에 피어 있는 곳이었다

 

 

 

현재 일본시단의 중심에 선 전후세대 젊은 시인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후세대 여성 시인으로서는 이토 히로미伊藤比呂美(1955년생), 히라타 토시코平田俊子(1955년생),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1959생), 하치카이 미미蜂飼耳(1974년생), 후즈키 유미文月悠光(1991년생) 등이며, 새로운 시 세계를 탐색해 나가는 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소설가로서도 활동하며 시집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인이기도 한 고이케 마사요의 시를 한 편 감상하겠다.
또 1991년생으로서 고등학생이었던 2008년에 ‘겐다이시데쵸現代詩手帖상’을 수상하였고, 첫 시집 『적절한 세계의 적절하지 못한 나』로 ‘나카하라츄야中原中也상’과 ‘마루야마유타카丸山豊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후즈키 유미의 시도 한 편 감상하겠다.

 

 

 

누─, 아프리카의 소리
고이케 마사요


왜 그때
누─가 화제에 올랐을까
결혼해서 탄자니아로 간다는 가나코 씨가
그때 문득 말을 꺼냈던 것이다
누─라는 야생동물을 아시나요?
누─
얼굴이 못생기고,
새까맣고,
이름처럼 멋대가리 없는 목소리로 울부짖고,
무리를 지어 사반나를 이동하며,
먼 곳에서 내리는 비 냄새를 맡을 줄 안다는,
소인지 산양인지 분간이 안 가는,
산양처럼 수염이 나 있고,
어깨 부근에 낙타 같은 혹이 있는,
이를 테면 어느 동물 측에도 끼지 못하는,
왜 그때
누─가 화제가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지만
가나코 씨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러니까 누─는 신에게 벌을 받은 거야, 라고 말했다
모두들 잠자코
멀리 아프리카에서 시공을 넘어 다가온
누─의 침묵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몸 깊숙이에서 뿔이 달리고 검은 털이 수북한 동물이 태어나
누─
하고 칠흑 같은 소리를 냈다
누─가 무슨 짓을 했을까
뭔가를 했다
뭘 했을까
그 뭔가를
가나코 씨는 그때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말하지 않은 듯도 하다
떠오르지 않는다
가나코 씨는 탄자니아로 떠나 버려서
누─가 무슨 짓을 해서 못생긴 동물이 되었는지는
탄자니아에 가서 물어봐야 한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중앙의 동부에 있다
그래, 여기야
지도 위에
그때 누군가 와인을 떨어뜨려서
빨간 와인은 지도 속
보이지 않는 나라를 얼룩자국으로 뒤덮었다
사람과 헤어진다는 게
요즘에는 내 팔이
잘려 나가는 듯 슬픕니다
제발 가지 마, 그런 곳에
가나코 씨는 내게 오른팔이었는지도 모른다
서로 별나게 무슨 일을 하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이루는 발이기도 하고 손이기도 하고 팔이나 눈이기도 해서
잘려나간 후에야 비로소 알아차립니다
오른팔은 금방 자라날 리가 없으니
나는 없는 팔을 문지르면서 안녕이라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크게 떼를 지어 이동하는 누─는
한 마리 한 마리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자, 여기 내가 있잖아요
상하로 혹을 흔들면서
걸어가는 나, 누─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짓인가를 했다
비 냄새가 맡아지는
아프리카의 비
그 비는 죄의 냄새가 난다

 

 

 

 

 

 

 


낙화수落花水

후즈키 유미


투명한 빨대를 통해 미술실에 울리는
“푸우, 푸우” 하는 내 호흡소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면
이렇게 숨으로 불러 보자.
도화지 위의 붉은 색 물은 희미하게 몸을 떨고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내 호흡의 끝을 만져버린 것처럼
슈우, 하고 멈춘다.
새끼손가락 손톱만큼도 안 되는 수채화 물감은
물에 풀어져 옅고 짙은 다채로운 붉은 색으로
황혼을 팔레트에 그려낸다.
그 한 조각을 붓으로 따내어 도화지에 떨어뜨리고
새하얀 살이 붉은색을 다 받아들일 때까지
잠깐 얼굴을 편다.
빨대를 움직여서
제 멋대로 흐르는 수맥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 본다.
내 푸른 셔츠에 붉은 색 물감이 튀어
동그랗게 번진다.


(물들인다는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는 몸.
“너에게 색 따위는 어울리지 않아”
지적하는 교실 문을 향해 “나도 알아!”라고 소리치며 부수고 불태워버릴 만한
다홍색을 찾았다. 낡은 팔레트를 확인하듯이 몇 번이고 열어 보지만
거기에는 나밖에 없다. 그것은 빗속에서 적막하게 옷을 벗는 소년인
쪽빛)

색깔에 빼앗긴 내 숨결이
도화지 위에서 되살아난다.
물이 되어 뻗어 간다.
이 수맥이 닿는 곳이
누군가의 건조한 왼쪽 가슴이라면
나 또한 찾을 게 있다.
찾기 위한 입구가
눈꺼풀 안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물이 되고 싶어!”
바람에 섞여 구름을 향해 뛰어오르는 나.
흰 구름의 정상에서 손을 짚고
비밀스럽게 주저앉는다.
어느 땐가 붓에 채여
거리를 향해 툭 떨어진다면
바람에 부풀어 오른 스커트처럼
나는 활짝 피워서 보여주리라.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후세대 남성 시인으로서는 노무라 키와오野村喜和夫(1951년생), 키도 슈리城戸朱理(1959년생), 다카가이 히로야高貝弘也(1961년생), 와고 료이치和合亮一(1968년생), 오가사와라 조루이小笠原鳥類(1977년생) 등이며, 모더니즘, 쉬르리얼리즘 계열의 시가 중심을 이룬다.
그들 중에서 다카가이 히로야와 오가사와라 조루이의 시를 한 편씩 감상하겠다.

 

 

 

 

 

 

 

인연이라는 씨앗의 노래

다카가이 히로야


인연의 기댈 곳 없음이여
부드러운 표적으로 울고 있다

그 무른 귀 울음을──


  돌아라 메아리
   돌아라 메아리
바람을 자르고 산을 넘어
 치고 돌아와 둘러싸라


급류를 타고 내려와 바다를 건너
다시 돌아와서 둘러싸라


    한탄은
  평온함을 위해
  슬픔은
    온화함을 위해
검은 열매를


 납작해진 그
 하늘, 팽이를 돌려라
 어려서 더듬거리다
 태어날 기회를 놓쳤다

회전하면서

 

 

 


(나는 그림을 그렸을 뿐이다 / 배에 원격조정 시한폭탄을 장치했던 게 아니다)
  오가사와라 조루이

(해안일까 그곳은,
환한 콘크리트가 새로운 요리콘크리트 우유·생선대구)
하늘에서 내려오는 건 ‘보리새우’처럼
흩어지는 깃털, 깃털폭발과 같은

안녕하세요, 그물고기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인사를 하면 폭발합니다, 구멍에서 튀어나온 언어가……
해수를 써서 작은 배와 큰 선박을 그렸는데>
당신은 접배주인 인거죠착제인가요? 부드러운 검물고기은고양이 사전에 침입한 것 같군요,
(당신이 배 주인인거죠?
내가 다 그릴 때까지 배를 쓰지 못해서 난처한 모양이다)
“배가 가라앉는다!” “그러므로 바다가 뜬다”
새로운 바다의 반향反響거리를, 미안합니다.(나는 나쁜 아이다).
잡생각을 하면서 판자 위에 얹은 푸른 종이를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 낮에 물렸다고 생각하지만,
바물고기의 내장다가까이에서 자무엇입니까?라면 기내려 오는본적인 색은 흰색이 아니라 청대롱 같이색이 됩니다.
(내려오는 새의 내장과 같은 그 작은 대롱이 뭐죠?)


“실은 배 소유자인 최신형 까치 투명透明과
부서진 조개껍데기 위에서 나는 나쁜 말물고기 무리가을한게 아니었다”

바다의 거품은 심안녕히 주무셨나요?각한장소다, 아니 그렇지 않은데도
어떤 물건처럼 보이고(그렇다는 것도 또 하심각한 장소로서의 바다 거품나의거짓말이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고래의 새로운 종류가.
고래의 목소리와 고래의 빛과의 시간차를 천둥이라 불렀고……
언어는 순간의 축이 아니라서 비·광선총 기타 등등.
<예를 들어 공 모양은 이쪽에 도착했다,
몇 초 후 폭발이(하하하, 그몇 초 후 폭발것도한단어잖아) “누구?”>
아아, 새가 폭발했던 아주 오래 전 기법이군
“이 또한 늦어지는 전화와 같으니 새의 녹아아 물고기는내장은
적당량의 해수를 부어 콘크리트 구멍에 흘려 넣어 버려”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대강 끝내고 먼 곳을
통과하려는 몇 명의 주방장에게(낮의·더구나 계단)


안녕하세요. 더욱 이상하게 만드는
“것에 의해 입체화 한 폭레스트란발계획을 다시 만들고,”
감사합니다. 그것의 중심에서
적당한 거리까지 확물고기들산되는것으로 만들어 가렵니다. 청색종이를
<사람들은 작적당한 거리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그것에 의해은배를탔다·사람은큰선박을 탔다>
안녕히 가세요. 육지에서 버튼을 누른다

 

 

 

외국인에게도 일본의 문학상 수여

일본은 이전부터 자국의 문학상을 외국인에게도 수여해왔다. 주로 일본 영주권을 가진 문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일본국적도 아니고 일본어가 모국어이지 않은 문인들에게도 상을 수여한다. 2008년에는 중국 국적의 양이楊逸가 유학생으로서 소설문학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芥川상’(제139회)을 수상했다. 시문학상에서도 2010년에 중국인 티엔위안田原이 ‘H씨상’을 수상했다.
티엔위안의 ‘H씨상’ 수상시집에 실린 시를 한 편 감상하겠다.

 

 

 

무 덤

지저귀던 몇 마리 새가
주위의 적막을 깨고
무덤 위로 내려앉는다

청량한 바람이 한차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빗처럼
무덤 위 마른풀을 쓸어넘긴다

죽은 자는 실려와 묻히고
슬픔과 기억은
그때부터 여기에 정착한다

산자는 찾아와
묘비 앞에서 손을 모으고
발자국을 남긴 채 떠나간다

사막은 낙타의 무덤
바다는 어부의 무덤
지구는 문명의 무덤

무덤은 죽음의 또 다른 형태
아름다운 유방처럼
대지의 가슴에 봉긋이 솟아오른다

무덤도 성장한다, 그 자리에 솟은 채로
홍수가 밀려들어도
폭풍우에 모래 먼지가 뒤덮어도


무덤은
지평선에 자라난 귀다
누구의 발소리인지를 금방 알아차린다

 

 

 

 

 

 

 


일본이라는 국경을 뛰어 넘은 시인들

시단이나 문단의 인기나 관심과는 별개로, 대중과 직접 호흡하며 대중 속에 뛰어들어 삶과 시가 하나인 시인도 있다. 일본이라는 국경을 뛰어 넘어 지구를 방랑하여 얻은 혜안으로서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세계를 시를 쓴 나나오 사카키(1923~2008)가 있다. 손과 머리로 쓴 시가 아니고 발과 가슴으로 쓴 시이며 지성이나 교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의 궤적으로서 쓴 시를 말한다. 세계적인 시낭송가이자 반핵과 반전을 외치고 평화와 환경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나나오 사카키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드
와 친교했던 시인으로서도 유명하다.
미래로 발신하는 듯한 나나오 사카키의 시를 두 편 맛보겠다.

 

 

 

헤노헤노모헤노*


쓸모없는 말 할 시간 있으면
책을 읽어라


책 읽을 시간 있으면
걸어라 산을 바다를 사막을

걸어 다닐 시간 있으면
노래하고 춤춰라

춤출 시간 있으면
입 다물고 앉아 있어라

경사스러운
헤노헤노모헤노
독자 여러분

* 헤노헤노모헤노 : 일본 문자 히라가나의 헤へ, 노の, 모も로 그린 사람의 얼굴. 여기서는 수많은 일반인을 가리킨다.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중얼거렸다

7분 지나면 너는 잠들었다
7시간 지나면 너는 눈을 뜬다
7일 지나면 너는 일에 질린다
7년 지나면 너는 친구를 잊는다
70년 지나면 너는 아무 데도 없다
700년 지나면 너를 아무도 모른다
7만 년 지나면 인류는 어디에도 없다
7억 년 지나면 은하계가 위험하다
7억 광년 지나면
        누군가가
            네 침대에서 자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현대시는 다양한 모습으로서 다채롭게 빛난다. 대중적이지 않을지라도 시의 정수를 품은 빼어난 시가 있는가하면 전지구적이며 우주적인 영혼을 노래하는 시도 있다.

 

 

 

 

 

 

 

 

 

 

 

한성례
1986년 『시와 의식』 등단
시집 : 『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외
번역서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외 허난설헌 문학상, 일본 시토소조詩と創造상
현 : 세종대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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