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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2017년 10월 17일 01시 40분  조회:2106  추천:0  작성자: 죽림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시인 오장환의 발자취를 찾아서

 

 

 

 

오장환문학관과 생가 전경

 

      

 오장환시인은 백석(1912~1955),
이용악(1914~1971)과 더불어
193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시인이지만

 월북작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었기에 
우리사회에서는 이름을 부르는게 금기시돼 있었으니까요.       

 

오장환 시인의 생가

 

1918년 보은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시인은 안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향수"로 잘 알려진 정지용에게서 시를 배웠습니다. 

 

1933년에는 "조선문학"에 "목욕간"을 실으며 문단에 정식 데뷔했고 서정주(1915~2000) ,

 이용악과 더불어 1930년대 시단의 3대 천재, 또는 삼재(三才)로 불렸답니다.

 

1930년대 데뷔 당시에는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서정적인 시와 동시를 발표했으나 해방 후에는 현실적인 참여시를 많이 발표했습니다.

 

시집으로는 성벽1937년), 헌사(1939년), 병든서울(1946년), 나사는곳(1947년) 등이 있구요. 

 

오장환은 서정주, 유치환과 함께 생명파면서도 식민지 현실, 이 땅과 사람들에 대해서

 치열한 현실인식을 가졌기에 생명파에 속하면서도 생명파와 구분되며 

모더니즘 시에 속하면서도 모더니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오장환문학관 홈페이지 발췌

 

 

 

    오장환문학관

 

 

      

  오장환의 시는 리얼리즘 시가 많으며 현실에 대한 관심이 시에 스며 있는데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대와

 전쟁의 비참한 현실 고발, 반봉건의식, 식민지 근대도시에 대한 비판, 농촌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합니다.

 

 

 

   휘문고 2학년 재학시 문예반과 함께 한 오장환(맨 오른쪽)

 

 

 휘문고등학교가 한국문화의 요람이었네요.

 저는 소월 김정식을 배출한 저의 모교인 배재가 한국문학의 요람인줄 알고 있었는데........

 

어린이

1923년 3월에 창간되어 1949년 12월에 통권 137호로 폐간, 창간 초기에는

 천도교소년회의 "새싹회" 회원들이 주관하였으며 방정환이 중심 인물이었다.

주요 집필자는 고한승, 마해송, 정인섭, 윤극영, 이원수 등의 아동문학가들이었고

 1930년대에는 이광수, 주요한, 주요섭, 이태준, 정지용 등의 문인들이 참여하였다.  

 

삼일기념시집

1946년 3월 문학가동맹 시부의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김광균, 김기림, 이용악, 서정주 등 16명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오정환의 시 "나의 길(부제-삼일기념일을 맞으며)"이 실려 있다.

 

인문평론

1939년 10월에 창간, 1941년 4월에 통권 16호로 폐간,

편집겸 발행인은 최재서이고 인문사에서 발행했다.

 

주요 집필자는 김기림, 김남천, 박영희, 백철, 이원조, 임화였다.

1940년 1월 1일 신년특대호 10권에 오장환의 시 "신생의 노래"가 실려 있다. 

 

해방기념시집

1945년 12월 "중앙문화협회"에서 광복을 맞아 해방후 3개월간 발표되었던 작품을 한데 모은 시집

오장환의 시 "연합군 입성 환영의 노래"가 실려 있다.

 

 

오장환 시인이 최초로 쓴 작품으로 보이는 시

 

1937년 발간한 첫 시집 "성벽"

 

1939년 발간한 두번째 시집 "헌사"

 

1947년 발간한 네번쩨 시집 "나사는곳"

 

 

 

 

♧순수한 시어를 사용한 오장환 시인의 동시들을 감상해 보세요.

 

 

 

 

 

 

 

 

 

 

 

  

  아뭏든 감사드리고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오장환문학관을 만들고 운영 중인 보은군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오장환 문학관 주위에는 감나무가 많아 10월 중순 무렵이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다는데 그 때 다시 가거들랑

시 한 수 지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위의 동시와는 또 다른 파격적인 오장환 시인의 "병든 서울"을 감상해보세요.

 

 

        병든 서울

                                               오장환

       

        8월 15일 밤에 나는 병원에서 울었다.

 

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 천황의 방송도,

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내게는 곧이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병든 탕아(蕩兒)로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

 

그러나 하루 아침 자고 깨니

이것은 너무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이었다.

기쁘다는 말,

에이 소용도 없는 말이다.

그저 울면서 두 주먹을 부르쥐고

나는 병원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째서 날마다 뛰쳐나간 것이냐.

큰 거리에는,

네거리에는, 누가 있느냐.

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 씩씩한 웃음이 있는 줄 알았다.

 

아, 저마다 손에 손에 깃발을 날리며

노래조차 없는 군중이 만세로 노래를 부르며

이것도 하루 아침의 가벼운 흥분이라면……

병든 서울아, 나는 보았다.

언제나 눈물 없이 지날 수 없는 너의 거리마다

오늘은 더욱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나다니는 사람에게

호기 있이 먼지를 씌워 주는 무슨 본부, 무슨 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자동차.

 

그렇다. 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두 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밑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청춘의 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반항이여! 반항이여!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그리고 정들은 나의 서울아

나는 조급히 병원 문에서 뛰어나온다

포장친 음식점, 다 썩은 구루마*에 차려 놓은 술장수

사뭇 돼지 구융*같이 늘어선

끝끝내 더러운 거릴지라도

아, 나의 뼈와 살은 이곳에서 굵어졌다.

 

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네 품에 아무리 춤추는 바보와 술취한 망종이 다시 끓어도

나는 또 보았다.

우리들 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려 힘쓰는 이들을……

그리고 나는 외친다.

우리 모든 인민의 이름으로

우리네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우리들은 얼마나 이것을 바라는 것이냐.

아,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

 

8월 15일, 9월 15일,

아니, 삼백예순 날

나는 죽기가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울겠다.

너희들은 모두 다 내가

시골 구석에서 자식 땜에 아주 상해 버린 홀어머니만을 위하여 

우는 줄 아느냐. 

아니다, 아니다. 나는 보고 싶으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늘아

그때는 맑게 개인 하늘에

젊은이의 그리는 씩씩한 꿈들이 흰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아,

나라 없이 자라난 서른 해

나는 고향까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길거리에서 자빠져 죽는 날,

‘그곳은 넓은 하늘과 푸른 솔밭이나 잔디 한 뼘도 없는’

너의 가장 번화한 거리

종로의 뒷골목 썩은 냄새 나는 선술집 문턱으로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처럼 살았다.

그리고 나의 반항은 잠시 끝났다.

 

아 그 동안 슬픔에 울기만 하여 이냥 질척거리는 내 눈

아 그 동안 독한 술과 끝없는 비굴과 절망에 문드러진 내 쓸개

내 눈깔을 뽑아 버리랴, 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상아탑 창간호, 1945.12)

 

               * 구융 : ‘구유’의 사투리로 마소의 먹이를 담아 주는 나무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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