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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아시아 세 나라와 미국 알래스카에서 23일 잇따라 화산이 분화하거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59분 일본 중부 군마현의 모토시라네산(2171m)이 35년 만에 분화하면서 용암 조각과 암벽 파편 등이 최대 1㎞ 지점까지 날아갔다. 이 분화의 충격으로 눈사태가 일어나 인근에서 설상 스키 훈련 중이던 자위대원 한 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화산 분화로 분출된 바위가 인근 스키장 휴게소 지붕을 뚫거나 곤돌라 유리창을 깨면서 스키장 이용객들도 최소 5명이 다쳤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분화 지역 반경 2㎞에 대해 입산 규제에 해당하는 '레벨3' 경보를 내렸다. 일본의 화산 경보는 심각도에 따라 레벨1(유의)부터 레벨5(피난)까지 다섯 단계로 나뉜다.
앞서 전날 거대한 화산재 기둥을 뿜어냈던 필리핀 중부 알바이주 마욘산(2421m)도 대규모 폭발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마욘산 분화구에서는 화산재와 용암 기둥이 각각 3㎞, 700m까지 상공으로 치솟았다고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는 밝혔다. 연구소는 마욘산의 위험 단계를 3단계(위험한 폭발 가능성 증가)에서 4단계(위험한 폭발 가능성 임박)로 상향 조정하고 반경 8㎞ 이내를 위험 구역으로 지정했다. 알바이주 전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인근 지역 주민 5만6000여명이 긴급 피난길에 나섰고, 인근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들도 모두 우회 항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마욘산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한국 외교부는 이 지역에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를 발령했다.
지진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35분(현지 시각)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인도양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자카르타 도심의 빌딩들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몰려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앞서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는 아궁화산 폭발로 공항 폐쇄 사태까지 벌어졌다.
알래스카에서도 이날 오전 0시 31분(현지 시각) 알래스카주 남부 도시 코디악에서 남쪽으로 28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7.9의 지진이 발생했다. 알래스카 전역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부 지역에는 쓰나미 경보가, 하와이주에는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지진·화산 분화 지역이 속한 환태평양 지진대(불의 고리)는 전 세계 활·휴화산의 75%가 몰려 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담당분석관은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에너지가 일시에 움직이면서 대규모 화산·지진 현상이 관측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동시다발적 활동은 불의 고리 지역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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