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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색문학평화주의者]-"하늘 길 여는 문제",남의 일이 아니다...
2018년 05월 03일 23시 22분  조회:4609  추천:0  작성자: 죽림
남북한 직항로는 왜 바다로 돌아갈까
(ZOGLO) 2018년5월2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영공 개방과 국제항로 신설을 요청한 것으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올해 3월 ‘날飛’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전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북한이 예상 외로 빠르게 자국 영토와 영공을 개방하고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북한이 ICAO에 영공 개방과 국제항로 신설을 요청했다는 동아일보 2018년 5월 2일자 단독 보도.


▷관련기사 : [이원주의 날飛] 北 하늘길도 다시 열릴 수 있을까
▷관련기사 : [단독]北 “해외항로 늘리고 영공 열겠다” 하늘길 제재풀기 나서 

북한 영공이 열리고 남북 항공기가 교류할 수 있어도 남북을 잇는 항로는 한동안 여전히 ‘서해 직항로’, ‘동해 직항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월 평창 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 협의를 위해 남한을 찾았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서해 직항로’를 이용했습니다. 그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 가서 전지훈련을 했던 남한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은 ‘동해 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갔죠. 올림픽 기간 모란봉 예술단의 남한 공연에 대한 답방으로 북한 공연을 떠났던 남한 공연단 역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에 갔고요.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단일팀 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남했던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태우고 서해직항로를 건너 인천공항에 내린 북한 김정은 전용기. 동아일보 DB


서울 인천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직선으로 이으면 200km가 살짝 넘는 거리가 나옵니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보니 고속철도에 손님을 크게 빼앗긴 김포-대구 직선거리(약 250km)보다 가깝죠. 이 가까운 거리를 두고 남북한을 오가는 비행기는 서해로 동해로 일부러 빙 둘러서 오갔습니다. 40분이면 될 비행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로 두 배나 더 걸립니다. 하늘에는 장애물도 없는데, 왜 남북 직항로는 ‘직항로 아닌 직항로’가 되었을까요. 


남한과 북한을 항공기로 오갈 때 쓰는 직항로. 각각 서해와 동해바다로 빠져나갔다가 북한으로 올라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휴전선이 하늘 끝까지 뻗어있기 때문입니다. 휴전선 비무장지대 상공은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서 어떤 민간항공기도 이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지 못합니다. ‘P-518 한국전술지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 비행제한구역에는 군 작전에 꼭 필요한 항공기나 응급구조, 산불진화 같은 특수목적 항공기만이 지극히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아 이 공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휴전선 상공에 배치된 비행금지구역. 군 작전이나 화재·긴급구조 등 특수임무를 제외하고는 어떤 항공기도 지나갈 수 없습니다. 자료 : 주한미군 육군 제8군


따라서 휴전선을 넘어 비행기가 오가려면 먼저 이 비행제한구역이 해제되거나, 아니면 민간 항공기가 상시 오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허가는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마음대로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P-518 비행제한구역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 유엔군 사령부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이 공간에 항공기가 드나들기 위해서는 UN과 미국(주한미군), 한국이 한꺼번에 협의를 해야 합니다. 


※P-518 한국전술지대를 비행할 때 지켜야 할 비행 절차 문건에 표시된 이 지역의 관리 주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군이 공동 관할하고 있습니다. 자료 : 주한미군 육군 제8군


그렇다고 휴전선 상공을 오가는 직항로를 아예 생각조차 않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 정부는 예전부터 육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직항로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평양, 양양에서 청진-나진을 잇는 직항로를 개설하는 구상입니다. 

※동해·서해 직항로가 아닌 육상 상공에 직항로를 신설할 경우의 항로 구상안. 서울(안양VOR)과 평양(순안공항), 양양(강원VOR)과 북한의 청진·나진을 잇는 항로가 유력합니다.


이 구상안은 남한과 북한의 주요 방문지역, 그러니까 평양이나 백두산, 청진·나진 등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항로인 동시에, 남한 국적기가 미주나 유럽으로 향할 때 최단거리로 주파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는 역할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미주로 가려면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으로 건너간 뒤 태평양 상공으로 빠져나가는 항로를, 유럽으로 가려면 반대로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으로 건너간 뒤 러시아 상공으로 진입하는 항로를 쓰고 있습니다.

남북 직항로가 신설되면 유럽과 미국 동부로 가는 비행기의 최단 경로(노란색)와 현재 항공로(흰색). 직항로가 개설되면 양대륙으로 가는 장거리 항로가 상당히 단축될 전망입니다.

남북 직항로가 신설되면 유럽과 미국 동부로 가는 비행기의 최단 경로(노란색)와 현재 항공로(흰색). 직항로가 개설되면 양대륙으로 가는 장거리 항로가 상당히 단축될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통일이 될 경우에 대비해 통일 이후 북한의 항로를 크게 늘리는 방안도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로 방향으로만 연결된 현재의 북한 항로를 9개 간선으로 크게 늘려 ‘통일한국’ 국내선뿐만 아니라 유럽-일본이나 미주-중국 중부·동남아 등지를 잇는 항공기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힙니다.

통일이 된 이후 북한 지역(現 평양 비행정보구역)에서 운용될 항로 구상안. 남북 방향 항로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자료 : 통일된 남북한의 효율적인 항공교통흐름관리에 관한 연구(국토교통부)


정상회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여러 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남북 직항로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한아름입니다. 하지만 남북이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비행기를 타고 북한 하늘을 통과할 수 있는 날이 정말 머지않은 시기에 올 수도 있습니다. 조만간 비행기를 타고 북한 하늘을 지나가면서 ‘하늘에서 본 백두산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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