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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와 말똥으로 그려낸 "쨍한" 겨울 -윤동주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1936년. 겨울) 윤동주(1917∼1945)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사후 단 한 권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를 냄으로써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특히 "서시"는 청순하고도 고결한 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애송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윤동주가 한 때 동시를 쓴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윤동주가 동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고향 용정에 있는 은진 중학에 재학할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는 당시 간도 연길에서 발행되던 <카톨릭 소년>에서 "오줌싸개 지도"를 비롯한 수 편의 동시를 발표한다. 이후 연희 전문 재학 중에 <소년>지에 동시 "산울림"를 싣기도 했다. 은진중학 시절의 급우였던 문익환의 회상에 따르면 윤동주는 1,2학년 때 윤석중의 동요 동시에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소년이었을 윤동주에게, <어린이>지 소년문사에서 출발해 30년대 개성 있는 시인으로 거듭난 윤석중은 훌륭한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동시 "겨울"에서 우선 돋보이는 것은 추운 겨울 풍경을 너무나도 실감나고 선명하게 제시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인즉슨 그 추운 풍경은 단 두 개의 사물 "시래기"와 "말똥"에 의지해 있을 뿐이다. 하찮고 천하기만 한 처마 밑 시래기와 길바닥에 떨어진 말똥 말이다. 이 작고 하찮기만 한 사물들은 그러나 시인의 눈에 포착되는 순간 영하 십 몇 도의 겨울 이미지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오른다. 처마 밑에 매달려 바삭바삭 추운 시래기 말고, 길바닥에 떨어져 달랑달랑 어는 말똥 말고 그 무엇이 추운 겨울을 더 "춥고 꼬숩게"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얼핏 보면 단순한 시이지만 이 시는 댓구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다. 처마 밑과 길바닥, 시래기와 말똥, 다래미와 동그래미, 바삭바삭과 달랑달랑, 추워요와 얼어요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이 시가 예사로 쓰여진 시가 아니라 상당한 공력을 들인 시라는 것을 증명한다. 20년대 우리 동요에 나타나는 가을의 정조는 대개 쓸쓸함이었다. 가을이 쓸쓸한 것은 뒤에 올 겨울이 죽음과 이별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겨울이 "쨍"한 울림으로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있다. 바삭바삭 추운 시래기와 달랑달랑 어는 말똥에서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대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뿜어져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윤동주의 대표작으로 거론하는 시들은 대개 그의 생애 막바지에 쓴 것들이다. 상대적으로 청소년기에 쓰여진 그의 동시들을 유년기로의 퇴행이나 습작기의 부산물쯤으로 깎아 내리고자 하는 의식이 아주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동시 "겨울"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 숨겨진 천진난만함이야말로 이후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청순하고도 참담한 고뇌를 부여안는 따스하고 넉넉한 자산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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