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겨레자랑] - "사전동행자" = "사전사나이"
2019년 11월 13일 22시 15분  조회:3200  추천:0  작성자: 죽림
'마음의 부자'
김성규씨의 사전 사랑
(ZOGLO) 2019년11월13일 
인물이름 : 김성규

 

“숙명이라 할가…”

 

1983년 21세 때다. 중앙민족대학 조선어학과 3학년생 김성규(1962년 생)는 시간 날 때마다 훑어보는 《조선말사전(6권사전)》 속의 낯선 외래어에 점차 호기심을 갖게 되였다.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사전 속 외래어들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베껴보는 것.

 

무작정 베끼다 보니 어느새 3, 4천개 외래어를 접하게 됐다. 워낙 언어에 애착이 있어서 그는 그 외래어에 상응한 중국어도 알고 싶어 외래어 단어 번역을 취미삼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훗날의 사전편찬으로 이어지고 평생직업으로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대학교 4학년 때다. 우연 속에도 필연이 있다고 했던가? 졸업실습을 출판사에서 하게 되였고 출판 업무를 접촉하면서 외래어사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출판계통이 아닌 정부기관에 배치받았다. 그러나 사전에 대한 애착은 가셔지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김성규씨는 낮에는 맡은 바 사업을 착실히 완수하는 한편 저녁시간을 리용하여 사전편찬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사전 편찬은 인내력과의 싸움이였다. 표현의 자유가 무한한 문학작품과 달리 사전 편찬은 티끌 만한 상상력도 용납할 수가 없다. 무미건조하게 기계적으로 한페지 한페지씩 쌓아가는 과정이 혹독한 마음 수련의 과정이였다. 출근시간을 제외하곤 매일 6~7시간 정도 사전편찬에 심혈을 몰부은 결과 1년 만에 원고를 마무리지었다.

 

이내 들뜬 마음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했으나 결국 ‘퇴짜’를 맞았다. 무어라 간곡하게 당부하던 편집선생의 말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공든 탑이 일조일석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다시는 이런 헛고생을 하지 않겠다고 원고를 트렁크 속에 처박아두고 몇년 동안 필을 놓았다.

 

그런 와중에 중국과 한국간 민간래왕의 문이 차츰 열리면서 그는 신문과 간행물을 통해 다시 낯설은 외래어를 접촉하게 되였다. 마음 속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사전 편찬’이란 소망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다. 중한 교류에 외래어사전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다시금 사전 편찬 작업에 뛰여들었다.

 

원고 작성에 이어 조판까지 스스로 마쳤다. 리유는 단순했다. 활자조판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여기저기서 모은 돈으로 ‘386 컴퓨터’ 한대를 마련하고 조판프로그램을 깐 후 직접 조판에 들어갔다. 드디여 《한중외래어사전》이 1996년 료녕민족출판사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150만자 되는 이 사전은 국내 여러 대학 조선어(한국어)학과로부터 필수 공구책으로 선정되여 각광을 받았다.

 

사전 편찬에서 행복감, 획득감을 느낀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출판사로 자리 옮겨 매일매일 사전 만드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다 2001년 출판사에서 사직하고 지금까지 자유작가로 지내오고 있다.

 

《한중외래어사전》을 시작으로 그는 계속해서 2000년에 《한중외래어사전(중한대조편)》, 2001년에 《영-한-중 컴퓨터용어사전》(공저), 2005년에 《뉴밀레니엄 한국어외래어사전》, 2011년에 《신편 한국어외래어사전》, 2019년에 《포켓 한국어외래어사전》 등을 펴냈으며 큰 공을 들인 《중한대사전》(공저)도 출판을 앞두고 있다.

 

 

총 천여만자에 달하는 사전들을 펴낸 그는 지금도 매일 사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휴식 삼아 텔레비죤 방송을 시청할 때도 새 단어들이 나타나면 꼭꼭 메모하군 한다. 사전이 나오는 순간에도 세상에 새로운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사전 편찬은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남자의 성공 절반은 녀자의 공로”라는 말은 김성규씨에게 너무나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모든 정력을 사전 편찬에만 쏟아붓는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아내는 소리없이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았고 짬만 나면 책상에 마주 앉아 원고를 정리해 주기도 했다. 아내의 든든한 뒤바라지가 그에게 큰 조력임이 틀림없다.

 

사전과 수십년간 인연을 이어오면서 비록 부와 지위 등 세속적인 성공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후대들에게 무언가 남겨줄 수 있는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며 ‘마음의 부자’라 자칭했다.

 

///료녕신문 /최동승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077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영화 황제 김염과 제주도 2021-05-08 0 2423
3076 [별의별] - 국경과 농부 2021-05-07 0 2572
307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고구마혁명",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4-28 0 2368
307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유산모으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4-28 0 2551
3073 [그것이 알고싶다] - 오스카상... 2021-04-27 0 2574
3072 [그것이 알고싶다] - 윤여정과 "선물가방" 2021-04-27 0 4286
3071 [그것이 알고싶다] - "팔도 김치" 2021-04-16 0 2877
3070 [고향소식] - 화룡 길지 "돌"로 뜨다... 2021-04-01 0 2786
306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바다환경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3-30 0 2649
3068 [그것이 알고싶다] - 수에즈 운하 2021-03-30 0 3407
306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치마 시위" 2021-03-30 0 2880
306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다 잘 될거야"... 2021-03-30 0 2851
306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차라리 날 쏴라"... 2021-03-30 0 2509
3064 [세상만사] - 눈사람과 환경미화원 2021-01-30 0 2429
306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폐의약품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1-28 0 2465
306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철조망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1-28 0 2790
3061 "시는 그림자도 춤추게 하는 메아리" 2021-01-26 0 2224
3060 [세상만사] - 하면 된다... 2021-01-26 0 2391
3059 [그것이 알고싶다] - 색... 2021-01-21 0 2455
3058 [그것이 알고싶다] - 22... 계관시인... 2021-01-21 0 2764
3057 [그것이 알고싶다] - 그림자... 2021-01-21 0 2588
3056 [그것이 알고싶다] - 4... 8... 2021-01-19 0 2245
3055 [타산지석] - 본받을만한 훌륭한 아버지... 2021-01-17 0 2386
3054 [회초리] - 표절, 도용, 저작권, 량심... 2021-01-17 0 2729
3053 [그것이 알고싶다] - "김"씨냐, "금"씨냐... 2021-01-15 0 2518
3052 가장 진실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야... 2021-01-15 0 2523
3051 [그것이 알고싶다] - 돌잔치와 돌잡이 2021-01-14 0 3924
3050 [세상만사] - "아리랑과 외국인" 2021-01-14 0 2377
3049 [그것이 알고싶다] - 지방 쓰는 법, 명정 쓰는 법 2021-01-11 0 4000
3048 [세상만사] - "꽁꽁" 2021-01-11 0 2364
3047 [세상만사] - "영화와 경계선" 2021-01-09 0 2652
3046 [세상만사] - "기부자와 기부금" 2021-01-08 0 2468
3045 [그것이 알고싶다] - "민주와 민주" 2021-01-07 0 2693
304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 2020-12-29 0 3171
304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범"아, 어서 어서 돌아오라... 2020-12-26 0 3454
3042 [세상만사] - "지문" 있다?... 없다!... 2020-12-26 0 2972
3041 [록색문학평화주의者]-백두산 호랑이 = "두만"아, 잘 가거라... 2020-12-20 0 2728
304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비닐쓰레기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12-20 0 2872
3039 [세상만사] - "유산 싸움과 월드컵 축구경기..." 2020-12-18 0 2559
3038 [세상만사] - "연등 = 인류무형유산" 2020-12-16 0 2736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