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http://www.zoglo.net/blog/jinsongzhu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631 ]

371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4) 댓글:  조회:2563  추천:0  2014-12-30
          4.                   까풀눈에 깜찍스런 단발머리 처녀애가 군복을 먼저입고는 어린애모양으로 멋을 피우며 좋아했다.        체경앞에 마주섰던 머리태 짤막한 옥금이가 놀려주고나서 손벽치며 깔깔 웃었다.    혜옥이는 춘자의 머리에다 귀덥개를 올린 털모자까지 씌워놓고서 보면서 찬사를 올렸다.        춘자는 경대앞에 달려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몽땅 변해버린 자기의 모양을 발견하고는 토끼처럼 뛰면서 기뻐했다. 이들 세 처녀는 항승병원에서 일주일간 꾸리는 단기위생훈련반에 참가했다가 지금 이렇게 똑같이 군복을 타입는 판이였다. 혜옥이도 군복을 얼른 갈아입고나서 모자까지 쓰고는 체경앞에 척 나섰다.            옥금이와 춘자는 군복을 입으니 맵시 더나는 혜옥이를 보며 시샘하듯 찬탄했다. 혜옥이는 곱게 자란 자기 몸매와 달걀같이 환한 얼굴을 보고 뉘 집딸인데 이렇게 멋스러운 위생병이 되었나 하고 기뻐하면서 스스로 붉어나는 낯을 손으로 가리웠다.    (그인 나를 인차 알아보지 못할거야.)    자기처럼 군복을 입고있을 려홍이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의젓한 그를 문득 만난다면 인차 알수 있을가?... 아니, 아니다, 세월이 아무리 험악하다 해도 언제 어디서든 그이만은 꼭 나를 알아보리라!... 얼굴만이 아니라 몸가짐이나  걸음걸이만보더라도... 그러자 꿈자리에서도 만나군 하던 그이의 모습이 생생한 표상으로 떠올랐다. ...    혜옥이는 도시로 온 후 김려홍을 만나볼 시간적여유도없이 이번 학습반에 참가했던 것이다. 이번 단기훈련이 끝나는 즉시로 80여명의 보건일군들이 부대에 편입될것인데 대부분이 끌끌한 남성들이였다. 혜옥이는 전념병퇴치사업에 동원되였던 친구들을 10여일간 따라다니면서 약이름을 한가지라도 먼저배운데다 나이도 우였으므로 아주 생둥이처녀들에게 존경받는 처지로 되어버렸다.        쾌활한 성격이고 늘 웃기를 좋아하는 옥금이가 꿈얘기를 불쑥 꺼내면서 눈을 크게 떠서 여느때는 잘 보이지 않던 오른눈 안쪽 흰자위에 박힌 자그마한 깜장점까지 드러나보였다.                    옥금이는 꿈을 꾸고나면 그걸 잊어버리기가 일쑨데 이번에 꾼 꿈만은 웬 일인지 생생히 되생각히운다는것이였다.        하고 헤옥이가 익살맞게 끼여들었다.            딱친구며 함께 참군한 춘자가 어물쩍하게 거짓말을 했다.            옥금이는 말만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면서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고는 자기가 꿈꾼것을 되새기다가 혜옥이보고 물었다.                방금 남을 놀라게 만들려던 춘자가 되려 겁먹은 소리를 했다.        하고 옥금이가 진심스레 걱정하면서 요전날 자기도 토비숙청하러 나가자고 오빠를 찾아와서 부대에 넣어달라고 다랑귀를 뛰였던 일을 말했다.            혜옥이는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그리고는 언니답게 뒤끝을 달았다.        전날 황숙금주임이 위생병의 간거한 임무를 말해주면서 이를 혁명이라는 경의로운 단어와 함께 해석해주던 일이 새삼스레 상기되였다. 혁명이란 무엇이냐? 혜옥이는 혁명이란 평범하게 리해하려여둘 간단한 이름이 아니라 아주 심각하고도 위대한 뜻을 내포하고있으며 따라서 그 무엇으로도 당해낼수 없는 거대한 힘과 무진장한 생명력을 갖고있는 무엇인것 같았다.    (혁명하는 사람을 혁명자라고 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헤옥이는 무언간 이름할수 없는 신심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면서 다시한번 스스로 크낙한 긍지를 가졌다. 청춘은 이같이 약동하는 세찬 물결이였던 것이다.            춘자와 옥금이는 서로 찧고 까불었다.        혜옥이는 꿈많은 그들에게 기분좋게 응수했다. 과연 얼마나 희망찬 삶인가! 집을 떠나올때의 일... 그리고 그 어떠한 고해라도 넘어서 찾아보고야말리라던 정든 사람을 이젠 만날 수 있게되였으니 그저 막 기쁘기만 하였다. 상봉할 때의 그 기쁜 정경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것만 같았다. 태여난 본성에 어긋남이 없이 순진하게 살아가리라 맘먹었던 혜옥이는 자기가 찾으려던 사랑도 청춘도 희망도 행복도 모두가 지금은 자기가 걸으려는 길우에 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하면 지금 만백성은 깊은 도탄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있다. 눈물과 고통과 죽음만을 강요하고있는 그네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가져다줄 때, 이 해방의 기쁨은 얼마나 크랴! 사랑하는 사람, 친밀한 전우들과 함께 인민의 원쑤들을 족치는 장쾌한 싸움터에서 보내게 될 그 앞날의 생활들은 또 얼마나 의의있고 자랑찬 것인가! 희망은 이같이 아름다운 감빛 속에서 훨훨 나래쳤다.    이틑날 점심때였다. 혜옥이는 춘자, 옥금이와 함께 식사를 방금 끝내고 강의실로 가는데 웬 사람이 병원에서 나오고있었다. 멀끔하게 생긴 젊은 사나이였는데 총도 아무것도 없는 빈몸이였다. 어디사람일가?...        서로의 거리가 썩 가까워졌을 때 그가 머뭇거리다가 묻는 말이였다.        춘자가 알려주었다.        그 젊은이는 씩씩 두덜거리며 지나갔다. 참을성이 없는 옥금이 고개를 번쩍 들고 입을 삐죽했다.        혜옥이가 팔을 툭 치고 핀잔했다.        세 처녀는 강의실에 들어서자 까르르 웃어대며 방금 본 그 사람이 멋을 부리겠다는 둥, 신경질이 많겠다는 둥 하며 잡담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범이 제 소릴 하면 온다더니 그 젊은이가 쑥 들어섰다. 그래서 처녀들은 그만 속이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한데 그는 분명 자기를 흉보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모양이였다. 하기에 제쪽에서 도리여 쑥스러워하면서 미안해하는 투였다.            혜옥이가 이렇게 말했더니 그는 레절바르게 공손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정말 다가왔다. 난로주위에 섰던 처녀들은 자리를 냈다. 젊은이는 처음에 좀 머쓱해하는 빛이더니 인차 기분을 돋구어 입을 열었다.         그러니 시경비대가 아니라 인민무장부대에 있는 군인이구나. 그런데 왜서 군복은 입지 않았을가? 혜옥이는 속으로 반가와하는 한편 의문을 품었다.    (부대에 있다면 전사일가 군관일가?... 아무리봐도 군관같지는 않다. 해말쑥한 얼굴을 보지. 시내에서 공부하고 무슨 직원질이나 하다가 들어온 사람같애. 인민무장부대는 한 개 퇀인데 2천명이나 된다니까 저렇게 의젓하게 점잔을 빼는 팔팔한 청년들이 얼마나 많을가!... 저 청년은 어느 영 몇 련에 있느가고 물어나 볼가. 아니 그만두자, 초면에 여자라는게...)    젊은이는 활발한 옥금이보고 집은 어디에 있는가, 이름은 무엇인가, 부대에 있다는 오빠는 몇 살인데 이름을 무엇이라 하는가 하고 이것 저것 캐물으면서 탐욕스런 딴눈으로 혜옥이를 은근히 훔쳐보았다.    (별 멋없는 사람 다 보겠네.)    혜옥이는 외면해버렸다. 그리고는 자기도 여직 남을 가늠해보고있었던것을 스스로 창피스럽게 여기면서 귀밑을 살짝 붉히였다.    혜옥이는 그들 셋의 주고받는 말에 끼여들지 않았다. 어느덧 초면인사의 말은 자신의 출신에 대한 소개에까지 이르렀다.        하고 옥금이가 왈패스레 떠들었다. 그 젊은이는 목을 약간 음츠리며 네가 보통내기 여자는 아니구나 하는 놀란 눈으로 보다가 괜히 놀림당할것 같았던지 웃음지으며 반죽좋게 말했다.                춘자가 이렇게 말해서 옥금이는 입을 다물었고 최재명은 도람통난로아궁에 석탄을 퍼넣었다.    이때 남성위생병들이 강의실에 들어왔다. 멋쩍어진 최재명은 일후에 다시만나자는 인사말을 남기고 인차 나가버렸다.    (제 자랑을 꺼내놓다말았는데 어쩐지 정직한 청년같지 않구나.)    최재명에 대한 혜옥이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그가 병원에 왔다간지 3일되는 날 오전에 짧고 긴장했던 단기훈련반학습이 끝났다. 이틑날에는 항승병원에서 부대에 편입될 위생병들을 환송할 겸 총결대회가 있으리라 했다. 그 대회가 끝나는 즉시로 모두들 부대에 가게될 것이고 부대에 가면 그곳의 규률과 제도에 복종해야하는건 물론이며 해야할 일들이 태산같아 마음놓고 휴식할 시간이 있을것 같지 않기에 이번 강습뒤의 반날은 자유휴식으로 선포했던 것이다. 모두가 이 휴식날을 기다렸다. 혜옥이도 더 말할것없이 고대했다.            옥금이가 일부러 롱담하니 춘자가 약이 올라 툭 내쏜다.                    혜옥이는 춘자의 얄궂은 대구질에 배를 안고 웃었다. 준비할것 없었다. 옷만 단정히 입으면 되었다. 항승병원뜨락을 나선 세 위생병처녀는 시내를 들이쳤다가 실패한 안장코도배에게 무리죽음을 주었던 를 지나 시내복판으로 들어갔다. 도시의 겨울은 오늘따라 유난히 황홀한 경치를 펼쳐주었다. 밤에 내린 서리에 정원의 뽀뿌라나무며 가로수들이 온통 새하얀것이 그야말로 진짜 은세계와도 같았다. 찬란한 태양이 비치여 눈부신 이 은세계에서 생활이 들끓고있었다.        옥금이는 두 동무와 어깨나란히 하고 걸으면서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시계를 그린 간판이며 양복입은 남자와 파마머리의 멋쟁이녀자를 그린 간판, 희고 푸른 얼룩선을 그린 널문이며 붉은 종이술을 날리는 동그란 채통을 단 관자집들로 거리는 장식되여 있었다. 처음보는 거리의 이같은 풍모는 시골에서 태여나 그곳에서 자라면서 여지껏 단조로운 환경에만 습관되여온 순박한 처녀에게 잡다하다는 인상을 주는 한편 생활이 다양하고 풍만한 다른 한 형태의 인간세계를 보여주기도했다.    세 처녀는 허술한 단층집들이 줄느런히 잇닿아있는 길좁은 향련가에 이르렀다. 이 거리의 서쪽어구에 2층집이 한 채있는데 그것이 학교였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러퍼졌다.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                    평화의 락원에서 꽃피려하는                    새 나라 어린 동무 노래부르자                    세상에 부러울것 그 무엇이냐      헤옥이의 가슴속에서 눈물겨운 감격이 사무쳐올랐다.    (저 애들은 얼마나 좋겠나! 뛰놀고 마음껏 배우고... )    이것이 오빠한테 뜨덤글을 배워 겨우 판무식쟁이를 면할수 있었던 그의 감정이였다.        옥금이의 말이였다.        시내에는 잔골목들이 많았다. 인민무장부대청사는 정거장구역에 있어 곧추갈수도 있으련만 속담에 질러가는 길이 돌아가는 길이라고 익숙하지 못한 도시에서 괜히 길을 잘못들어섰다가는 땀을 더 뺄것 같아서 옥금이는 다리품을 더 팔더라도 자기가 전번에 오빠와 함께 걸어보았던 큰길을 택했다. 하여 그들은 향련가를 벗어나서는 벽돌담을 높직하게 쌓고 들어앉은, 삿갓모양의 둥글고 웃끝이 뾰죽한 푸른지붕이 있는 시정부를 목표로 해서 한참 걸었고 그앞에 이른 후에는 남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춘자가 옥금의 오빠를 만나보러 들어가려다가 보초병한테 제지당했던 일을 말했다. 보초병은 오늘도 여전히 초소를 굳게 지켜섰고 벽돌담장안 한쪽마당에서는 경비대전사들이 지금 한창 롱구뽈을 치느라고 뛰여다녔다.                춘자가 까풀진 눈에 웃흠을 가득 담고 이렇게 자랑하고있을 때, 몇발 앞에서 걷고있던 사람 셋이 뒤를 자주 돌아보았다. 한사람은 남보다 이마가 좀 나온것 같고 한사람은 작은 키에 담차게 생겼으며 한사람은 키는 커도 나이는 퍽 어려보였다. 분명 조선족청년들인데 자기네끼리 뭐라 말하고는 소리까지 내며 웃었다.        옥금이는 목소리를 낮추었건만 그 비난의 소리를 잡아들었는지 키작은 청년이 힐끔 돌아다보았다. 그들도 인민무장부대쪽으로 가고있으니 필시 군인인것 같았다. 그래서 옥금이는 당황해났다. 자기가 입조심하지 않아 만신한것을 깨닫고 게면쩍어서 어쩌면 좋을지 몰라했다.    얼마를 더 가니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목적지에 이른것이다. 광장남쪽 커다란 3층집 정문꼭대기에서 붉은기가 바람에 펄펄 나붓겼다. 인민무장부대청사였다.    광장에서는 지금 한창 행진훈련을 하고있는 중이였다. 4렬종대의 긴긴 대렬이 구령소리에 맞추어 지축을 울리면서 움직이고있는데 그야말로 강철대하의 도도한 흐름같았다.                      우리의 가슴에서 붉은피 끓는다                    동무들아 나가자, 혈전의 길로!                    원쑤들을 무찔러 만리재화 꺼버리고                    이 땅우에 인민의 붉은 정권 세우자!      우렁찬 노래소리는 천지를 진감하고 어깨우에는 서리찬 총창이 번쩍거렷다.    세 처녀는 한동안 넋을 잃고 서서 행진대오만 구경하다가 다시 발길을 떼였다. 그들은 북켠에 동서길이로 길게 앉은 2층집앞을 지나 그 집과 본채를 이어줄 듯 딸려있는 나지막한 단층집문앞에서 멈춰섰다. 한켠에 기다란 흑판이 있는데 그 흑판에는 결심서니 창의서니 선전화니 하는것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옥금이는 후근처에 있는 자기 오빠가 이 집에서 근무한다면서 들어가보자고 했다. 세 처녀는 노크하는 법도 모르고 문을 뚝 뗐다. 회벽이 연기에 그을른것 같은 자그마한 방안에 사무상 네 개가 벽가에 붙어있었고 방복판에 있는 난로에서는 불이 활활 피고있었다.    문소리를 듣고 안쪽 사무실에서 한 군인이 나왔는데 늙수그레한 사람이였다.     세처녀는 똑같이 인사를 하고는 서먹해하였다. 그 사람은 옥금이를 알아보고 반색하며 오빠보러왔는가고 물었다.        거리에 볼일있어 나갔는데 퍼그나 오래있어야 돌아오리라는것이였다.        그들이 실망한 표정을 띠우며 망설이게 되자 그 군인은 무슨일에 그러는가고 재차 물었다.            혜옥이가 무밋거리다말고 이렇게이름을 대며 그 군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군인은 이윽히 생각을 굴리더니 도리머리를 저으며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말소리와 함께 한손에 철필대를 쥔 젊은 사람이 나타나더니 문설주를 짚고 선채 의아쩍은 눈매로 되물었다.        보아하니 그도 똑똑히는 모르는것 같았다. 그래서 혜옥이는 자기가 찾고있다고 대답하고는 인차 나와버렸다. 마침 이때 휴식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났다.    세 처녀는 퇀부에 찾아가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리라 잡도리했다. 그들이 이렇게 망설이고있는데 마침 저쪽에서 턱수염이 더부룩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이있는 어른이니 꼭 병사는 아니고 군관일것 같아서 혜옥이는 다가오기를 기다리고섰다가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나서 말을 건늬였다.            그 사람은 웅글고 툭한 음성으로 이렇게 되물었다. 혜옥이는 웬 일인지 갑자기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해서 주저주저했다. 그러나 말은 이미 내친것이고 또 그가 뚝 멎어서서 기다리는판이니 그냥 우물거리고만 있을수는 없었다. 그래서 혜옥이는 다시 용기를 내서 자기가 만나려는 사람의 이름을 대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하면 찾을수 있겠는가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매우 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젊은군인 몇이 욱 달려왔다.        혜옥이는 어리둥절해져서 혀끝까지 나왔던 말을 되삼켜버리고말았다. 이제 보니 투박한 사투리를 쓰고있는 이 사람도 무식한 병사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집안에 있던 한 사람이 무슨 일이 발생한줄로 알고 달려나왔다가 곤경에 빠진 혜옥이와 그의 두 친구를 구해냈다. 그는 전번날 병보러 항승병원에 왔던 최재명이였다.        세처녀를 훈훈한 방안에 들여놓고 그는 벌써 구면의 사이라고 친절을 다했다.                춘자의 대답을 이어서 옥금이가 말끝을 달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최재명은 이마살을 찌푸리더니 군인들이 규률준수가 도무지 말이 아니라면서 머리를 저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어떤 군인은 청시도 없이 몰래 색시보러 집에 갔다왔고 어떤 군인은 남의 탄알을 훔쳐내서 비판을 받았다고 하면서 이러한 불량한 일들이 생기는 원인은 학교물을 먹은 사람이 적고 말짱 촌에서 온 난민들이 아니면 막벌이나 해먹으며 돌아다니던축들과 공장의 로동자들과 같은 무식한 사람들이 많기때문이라고 했다.    혜옥이는 자기 때문에 최재명 한사람을 제외한 전체 사람들이 공연히 값낮은 평가를 받는것 같아 분하고 미안한 감까지 들었다.            하고 최재명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옥금이가 얼른 대신 대답하고나서 한결 쾌활해진 기분으로 말했다.            혜옥이는 황급히 말을 채며 민망스러운 눈총을 쏘았다.        최재명은 어색하게 물으며 빙그레웃었다. 혜옥이는 어쩐지 그한테는 말하고싶지 않아서 주저하다가 무례한짓을 하는것 같아서 간단히 응대했다.    
370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내용소개 댓글:  조회:2579  추천:2  2014-12-28
  장편소설 내용소개   장편소설 은 해방직후 조선족인민들이 당의 령도밑에서 사문동, 마희산 등 토비무리들과 영용히 싸워이긴 피의 력사를 기록한 작품이다. 조선족청년 김려홍은 일제놈들의 강제근로봉사를 거역한 죄로 한간 경찰서장에게 잡혀 일본헌병대감옥에 투옥되였다가 감방에서해방을 맞는다. 고향에 돌아온 려홍이는 마적출신이며 악질지주인 손창유가 조직하는 수향대를 반대해 싸우다가 놈들에게 잡혀 갖은 혹형을 받다가 남천오와 한족청년 양운파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범의굴에서 빠져나온다. 한가슴에 계급적복수심을 안고 인민무장부대에 참가한 려홍이는 당의 무육하에 전사로, 반장으로, 정찰패장으로 성장하면서 사문동을 두목으로 한 국민당중앙선견군 별동대대장인 손창유와 피어린 박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끝내 놈들을 깡그리 소멸하고 동북해방의 서광을 맞게 된다.     책임편집:  강정일 책임교정:  안석봉                    연변인민출판사    1983년 3월   
369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3) 댓글:  조회:2524  추천:1  2014-12-27
     3.      2개월전부터 아르금시정부와 경비대에서는 공작대를 무어가지고 시골농촌들에 내려가 난민구제사업을 하였다. 그 사업은 복잡하고 힘겹기는해도 공작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억센 투쟁에 의하여 차츰 성과를 거두게되였다.    산간마을에 난 눈길우로 절따말을 메운 말파리 하나가 달리고있었다. 그것은 지금 이곳 마을들에서 류행되기 시작하는 무서운 질병을 퇴치하는 사업에 나선 항승병원의 적위대소조였다.    사람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고있는 장티브스ㅡ 이것은 하다고 자랑하던 일제가 패망하면서 산포한 세균에 의하여 퍼진 악성전염병이였다. 열이 몹시 오르고 피부에 장미발진이 돋으면서 창자에 구멍까지 뚫어지게 하는 이 병은 여름과 가을철에 시내에서 먼저 발생하여 류행되다가 근치되였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산간마을에가지 옮겨와 몹시추운 겨울인데도 병균은 죽지 않고 사망률을 많이내고있었다.    오늘이대설이라 과연 큰눈이 한바탕 쏟아지려는지 사위가 주옥히 흐려난다. 북만에는 는 말이 있다.    눈길은 낮고도 자그마한 산들을 에돌아서 마을데 닿고있는데 가담가담 웅뎅이진데는 메워졌다. 이런데서는 눈이 배밑에 닿을지경 빠졌지만 김려홍이 이전에 병원에다 들여놓앗던 그 절따말은 워낙 근기있고 억대세서 쭉ㅡ 쭉ㅡ 빠져나오군했다. 말파리에 앉아서 눈길우를 달려가는 시간이 이 구역에 파견되여 온 회색군복입은 3명의 의료일군들에게는 좋은 휴식시간이였다. 세사람중 두사람은 한족청년이고 한사람은 조선족녀성이였다.                    청년이라고 곤하지 않을가요. 외고집을랑 부리지 말고 타이르는 말 들어요. 몸도 돌보지 않고 너무 무리하다가는 그만 지쳐 드러눕게 될거예요.>>                                        황숙금과 어깨에 기병총을 멘 젊은 위생병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얼굴이 가량가량하게 생긴 다른 한 위생병은 불근 십자표를 그린 직방체모양의 가죽가방을 부등켜안은채 그냥 코를 골고있었다. 곤하게, 그리고 달콤하게잤다....    황숙금은 강의하고 미더운 이 젊은 위생전사들과 함게 사업해온것을 돌이켜 볼 때마다 가슴은 긍지에 가득찼다.    황숙금은 23살나던 해 여름, 항일전쟁이 폭발한지 2년만에 왜놈토벌대에 살해된 부모들의 원쑤를 갚자고 항일에 나섰다. 부대의 부상치료소 위생원으로 들어간 그는 그 이듬해에 자기에게 생의 길을 가르쳐주었고 군중조직사업에 나갔다가 일본수비대의 추격을 받아 한쪽 팔에 심한 총상을 입은 항일간부인 박호철을 맡아서 살뜰이 간호해주었고 그 연분으로 한해 지나서 그와 결혼했던 것이다. 온 부대에서 부부전사는 그들뿐이였기에 상급에서도 각별히 보살펴주려고했으나 그들은 자기들의 부부생활로 인하여 전반에 영향이 않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실로 병마공총의 그 유격투쟁과 생활속에서 깨여질수 없는 튼튼한 혁명투사일가의 전범으로 되었던 것이다. 박호철은 한때 항일련군 제3군의 모 부대에서 정치사업을 했고 후에는 줄곧 부대를 쥐휘하여 일본침략자와 싸웠다. 황숙금은 이루 혜아릴수 없는 난관을 이악스레 이겨내면서 자기의 사업을 해왔다. 그는 극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의료집단을 지도해왔고 지금도 의연히 지도하고있다.    말이 갑작스레 효용하며 섰다.            젊은 위생병이 손에 쥐였던 채찍을 놓고 파리에서 얼른내렸다.        황숙금이 머리까지 덮어쓰고있던 털외투를 번어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잠자던 위생병마저 놀라깨여나 파리에서 내렸다.    길한복판에, 바로 말앞에 웬 녀인이 쓰러진것을 먼저내렸던 위생병이 안아서 일으키는데 광택이 조락한 녀인의 두눈은 자기를 갑자기 둘러싸는 사람들을 보고는 맥없이 감겨져버렸다.        황숙금은 파리에 오른후 자기 몸의 온기로 그를 녹여주려고 털옷속에 끌어안았다. 말파리는 눈길우에다 얇고도 매끄러운 두줄기의 평행선을 내처 그으면서 뻔질나게 내달렸다. 한참가다가 황숙금은 털외투를 살며시 들고 자기가 안고있는 녀인을 다시금보았다. 빛깔이 난 분홍색 양털수건을 머리에 친 조선처녀인네 음전하게 생긴 동그란 용모에 궁기와 극도의 피로가 끼였고 머리태도 풀어져 있었다.    (뉘 집의 새기길래 이런 모양으로 길을 떠낫을가? 이 근처에는 조선마을이 없던가본데... )    황숙금은 이곳 산간마을들에서 기아와 엄한과 질병을 이기지 못해서 죽는 사람을 여럿을 보았길래 이 처녀의 운명도 걱정했다. 말파리가 낮익은 마을어구에 이르럿을 때 삽살개를 데리고놀던 애들이 우르르 달려오며 반갑다고 소리쳤다.        애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한 늙은이가 털모자도 쓰지 않은채 밖에 나와 반색하며 맞았다.        황숙금은 공작대가 처음 왔을 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가리지 못하고 집안에 들여놓지도 않았다는 이 주름살많은 로인의 환대에 사의를 표시하면서 대원들을 데리고 집안에 들어갔다.    집안은 장작을 때서 훈훈했다. 지금 마을에서 자위대 대장으로 사업하고있는, 령감의 아들 여광진은 아침먹고 집을 나간것이 들어오지 않았고 질병을 앓다가 나은 로파가 반가와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아궁이에 나무를 더 지핀다. 더운물을 떠온다 하며 수선스레 인사를 차렸다. 황숙금은 더운물도 마실새없었이 가마목에 눕혀놓은 녀인을 자세히 진단해보았다. 진단결과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고 몹시 지친데다 손과 발이 동상을 입엇다는것이 판명되였다. 어떻게 할것인가? 갖고왔던 동상약들은 이미 다 써버려서 남은것이란 없었다. 이렇게 미처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판에 주인령감이 뒤울안에서 마른 가지대들을 들고들어와 잘게 토막쳐 가마에 넣고 끓였다.    처녀는 내처 정신차리지 못하고 누워있다가 가지대 달인 물로 자기의 발을 씻어줄 때에야 눈을 떴다. 모두들 그의 소생을 보고 기뻐했다. 처녀는 자기가 죽음에서 구원되였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처음에는 신음소리를 몇마디냈다가 입술을 감쳐물고 점직스러워했다.        황숙금이 속삭이듯 조용히 물어봤더니 처녀는 놀란 눈으로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인차하지 않았다.        한족위생병이 다그쳐 물었다. 처녀는 겁기있는 눈으로 치떠볼 뿐 의연히 어리둥절해하면서 대답이 없었다.        위생병 쑈장이 가마무르틈한 얼굴에 좀 의아해하는 기색을 띠우며 집요하게 캐물으니 처녀는 웬 일인지 입을 더욱 꼭 다물고 말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황숙금은 소생의 환열에 의혹과 불안이 함데 엉켜드는 복잡한 그의 정신상태를 인차 진단해냈다. 처녀의 눈길은 자기의 신분을 조사하고있는 위생병에게서 다른 위생병에게로, 그다음에는 황숙금에게로 옮겨졌다가 적십자가방에 이르러 멎어버렸다.            처녀는 비로소 입을 벌리고 한마디를 하였다.        황숙금은 그의 언 발과 언 손을 가지대 달인 물로 다시한번 씻어주었다. 처녀는 언자리가 아파났으나 이를 강물며 참았다. 여광진의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걸었다.        처녀는 우유부단으로 말이 없다가 새하얀 붕대로 자기의 언발을 정성스레 감아주고있는 황숙금의 어진 모습을 보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였다.        황숙금은 붕대를 다 감고나서 측은한 얼굴로 처녀를 보면서 물었다.                    황숙금은 놀랬다. 다른 사람들은 조선말을 알아들을수 없어서 황숙금에게 이 처녀가 무엇이라 하는가고 물었다. 그랬다가 그가 손가장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역시 놀라는것이였다. 다가 알다싶히 손가장은 비적굴이 아닌가, 거기에서 어떻게 나왔는가, 지금 그래 어디로 가는 길이길래 홀몸으로 나섰느냐고들 했다.        처녀는 의연히 조선말만했다.        처녀는 주저했다. 갑자기 무엇을 놓았다가 걷잡으려 하는것 같았다.    황숙금은 그의 들먹이는 가슴과 빨갛게 상기된 얼굴빛에서 몹시 흥분되였고 또 그 자신이 흥분은 진정시키려 함을 보고 다시 캐묻지 않았다.    저녁무렵에야 집을 나갔던 여광진이 들어왔다. 소가죽오리로 끈을 단단하게 만든 장총을 어깨에 멧는데 코가 덩실하고 두눈이 부리부리한 혈기좋은 청년이였다. 그는 집안에 들어오자 위생병들을 알아보고 아주 기뻐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에 귀를 솔깃했다.    여광진이 말한 호팔세란 작자는 어떤놈인가? 그는 이 마을에서 소문난 사기군이고 건달뱅이였는데 약 둬달전에 창귀모양으로 비도 한무리를 마을에 끌어들이여 말끔히 털어가게했던 것이다. 그후 그는 또 복리툰에 있는 천지주의 밀정한테 자기 마을 가가호의 정황을 일일이 알려주고 그와 공모해서 략탈대를 끌고 불시에 뛰여들어 마을에 말할수없는 재난을 입혔다. 그런데 그후 이 사실이 탄로나서 그는 끝내 마을사람들의 몽둥이에 맞아죽고말았다. 악당들이 그때 략탈해간 것이 첫째로 말이였고 그다음은 이불과 솜옷이였다.            쑈장이 이렇게 조급증을 내니 여광진은 히쭉 웃고나서 흉내까지 내가며 말을 이었다.                두 위생병은 이렇게 주고받으며 다시금 여광진을 쳐다보았다. 여광진은 시물 웃으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여광진은 류곰보와 호룡산특파원을 꼼짝달싹못하게 붙잡아서 꽁꽁 묶어서 오늘아침에 도시로 보냈다고 했다.        황숙금이 칭찬하고나서 의미있게 말했다.        여광진은 힘있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위생병들은 련 2일간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전염병이 없어지고있는 정황을 료해했다.    사흗날 이른아침.    위생병들이 류화촌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자고 아침을 일찍먹고있는데 한 자위대원이 손에 총을 들고 급히 뛰여들어왔다.        캉틀에 걸터앉았던 여광진이 밥뜨던 공기를 덜렁 놓고 일어나 총을 찾아쥐였다.        집안에 뛰여든 자위대원은 급하고 숨차서 말까지 떠듬거렸다.            언 대기를 찢는 야무진 총소리가 두방났다. 밥만 먹으면 떠나갈 차비로 신끈을 땅땅 동인채 구들에 앉았던 두 남성위생병이 총소리를 듣고 펄쩍 뛰쳐일어나더니 어느새 총을 쥐고 밖으로 뛰여나갔다. 이어서 땅을 구르며 달리는 발구름소리, 누구를 부르는 다급한 웨침소리가 엇갈려 들려왔다.    황숙금은 전혀 당황해하는 빛이 없이 침착했다. 구들 한켠에 있는 자기 털외투속에서 권총을 찾아 재워 들고는 누구에게라없이 총알이 나라다니는데 서뿔리 밖에 나와 덤비지 말라 주의주고 밖으로 나갔다. 여령감은 말을 듣지 않고 그를 뒤쫓아 뛰여나갔다.    집안은 갑작스레 휑뎅그렁해졌고 남은것은 병을 앓고있는 여광진의 어머니와 혜옥이뿐이였다.        여광진의 어머니는 부뚜막에서 식칼을 찾아 단단히 쥐였다. 이번에는 죽든살든 맞다들어보리라는 사나와진 몰골이였다. 혜옥이는 불안에 몸이 떨렸다. 갑자기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건너칸 궤짝우에 놓여있는 낫을 보고 달려가 거머쥐고 사뭇 마음을 도슬렸다.    (달려만들어보라지.... 거저죽진 않을테다!)    짧은 한순간 침묵이 내리눌렀다.    바깥 먼곳에서 총소리 한바탕 콩볶듯하더니 뚝 끊고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되어가고있는 판국인지 전혀 알수 없었다. 혜옥이는 여광진의 어머니가 굳이 말리는것도 막무가내하고 밖에 나가보려고 서둘렀다. 바로 이럴 때, 문열라는 소리가 나더니 여령감이 한 자위대원을 업고 들어왔고 뒤를 따라 황숙금이 인차 들어섰다. 혜옥이는 놀란 눈으로보다가 낫을 던지고 함깨 부상자를 받아 구들에 눕혔다. 부상자는 보초서던 다른 한 자위대원인데 혼자서 초소를 지켜 대적하다가 팔을 탄알에 맞은것이였다.    황숙금은 응급처치를 했다.    이때 위생병 쑈장이 달려들어오며 알려주었다.            여령감이 기뻐했다. 이에 다른 위생병도 들어와서 토비들이 서뿔리 달려들었다가 강렬한 저항에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버렸다면서 자위대장 여광진이 지금 대원들을 집합시켜놓고 처음 보고하러 왔던 보초병이 신호총도 쏘지 않고 덤비기만 한것을 단단히 비판할 예산인것 같더라했다.        황숙금은 두 위생병을 데리고 밖으로 다시나갔다. 혜옥이도 따라나섰다. 이대로 가만있을 기분이 아니였다. 무엇이든 도와주고싶었고 또 토비들을 쫏아보냈다는 이 마을의 자위대원들을 보고싶었다. 자기 손에 총을 잡고 자기 마을을 지킨 그들은 혜옥이가 상상하고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훈련된 군인은 아닐것이다.    자위대원들이 모인 앞에서 황숙금은 적의 습격을 물리친 한차례의 승리에서 신심과 용기를 갖는건 옳지만 자만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작은 무리의 토비도 략탈하고 살인하는 본성은 큰 무리의 토비들과 똑같으니 경솔히 대하지 말고 무자비한 반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나서 집단적인 규률성과 경각성을 더 높일데 대해서 건의했다.        돌아와서 그는 쑈장에게 명령했다.        털옷을 입는 황숙금에게 매달리듯 혜옥이는 애원했다.        황숙금은 다정하고 엄숙한 태도로 혜옥이의 청을 거부했다.    혜옥이는 금시 눈물이 막 쏟아질것만 같았다. 이 한족지에 맡겨 며칠간 몸조리시키려는 좋은 뜻은 알리나 혜옥이는 그네들과 갈라지고싶지 않았다.        황숙금은 말을 채 하지 않고 가늠하는 눈매로 재빨리 처녀의 자태를 훑었다. 혜옥이는 그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활랑거렸다. 애달픈 그리움과 조급한 마음이 소란한 바람같이 일었다.        혜옥이는 황숙금이 훌쩍 날아가버리기나 할가 저어하듯이 꼭 붙잡았다.            황숙금은 놀랍고 반갑게 부르짖으면서 포옹할때처럼 혜옥이를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웃음가득한 환한 얼굴에 유퇘한 목청으로 말했다.            위생병 쑈장이 쾌활하게 웃었고 다른 위생병이 그의 웃음을 받아 말깃을 달았다.        혜옥이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면서 제꺽 올라탔다.    말파리는 류화촌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는 눈길우를 달렸다.    
368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2) 댓글:  조회:2723  추천:0  2014-12-27
  2.    한로, 상강이 다 지나가고 립동이 가까워오는 마가을 검은 구름이 해를 가리워 날시가 한결 음산한데 손가장마을안 벽돌로 담을 쌓은 손가장원의 높은 대문추녀밑에 매달아놓은 청천백일기가 아래로 축 처져 바람에 펄럭이고있다. 멀리 타고장에까지 알려지고있는 중앙선견군의 별동대지휘부가 바로 이안에 있다.    일제가 동북을 강점한후 만들어놓았던 집단부락이 오늘은 별동대의 요새로 변해버렸기에 그안에서 살고있는 백성은 집중영에 갇힌거나 다름없었다.    추위가 닥쳐와 이젠 땅이 얼어들기 시작하건만 제 집 겨울차비는 할 새도없이 고된 부역에 그냥 나가야 했다. 별동대는 장차 기병부대로 될테니 적어도 말 1천필을 넣을수 있는 마구간 10채를 죽든살든 땅이 얼기전에 다 지어놓아야 한다는 손창유의 엄명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처음으로 강철고락지에 넙죽한 가죽을 단 채찍을 보았고 더러는 벌써 등과 어깨죽지의 살점을 뜯기웠다. 하기에 일본이 망했다고 좋아하며 새 희망을 품고 안존한 삶을 심원해오던 사람들의 숙망은 구중천으로 날아가버렸다. ...북만에서 흔히 볼수있는 것이 떼장집이 아니면 타래벽집이였다. 타래벽집은 새로 타래쳐서 걸죽한 흙물구덩이에 넣고 짓밟았다 끄집어내여 벽체를 만든것인데 두께가 보통 한자가 넘고 마른후면 든든하고 오래 견딜뿐더러 겨울에 한기를 제일 잘 막는다. 그래서 촌창유는 마구간도 타래벽으로 만들게 했다.        누군가 두덜대면서 흙나르던 쪽지게를 벗어 동댕이치고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니 같이 등짐으로 흙을 져나르던 사람들이 놀랍고 두려운 시선으로 주위를 얼핏 살피더니 쪽지게를 작개기로 받치고 뿌리워간 삼태기를 주어 올려놓으면서 갈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타래를 땋아 벽을 만들고있던 사람이 한숨젖은 불만을 내뿜고나서 벌겋게 얼어 감각마저 잃을 지경이 된 손을 녹여보려고 입김을 쐬였다. 이어 사람들이 불평에 찬 소리가 섞갈려 들려왔다. 마구간짓는데 동원된 사람은 말짱 장년과 늙은이들뿐이였다.    젊은 사람들은 총을 메고 훈련을 받고있었다. 모두 수향대에 들었다가 이젠 별동대의 병졸로 되었다. 마을에서는 지금 장삼이 안장코와 함께 아르금시를 들이쳤다가 실패한 후 각처로 쏘다니며 긁어모아온 그 500명에다 부엉이니 살모사니 설파장군이니 하는 옛마적들이 거느리고 온 들을 합쳐서 5개 련이 있고 제바닥사람으로 편성된 한 개의 조선족련이 있었다. 이 조선족련의 련장이 바로 남천오였다.    혜옥이는 오빠가 수향대에 들었고 게다가 련장노릇까지 하고있으니 모순되는 착잡한 사념에 빠졌다. 죽어도 수향대에 들지 않겠다 맹세했던 오빠가 수향대에 들었고 그 수향대가 별동대로 된 지금도 의연히 손가네 충복질을 하고있는게 마음에 아니꼬왔다. 그렇다고 욕할수도 원망할수도 없는 형편이였다. 려홍이가 손가장을 탈출한 뒤 오빠는 혐의자로 지목되여 장원에 잡혀갔었다. 벌방에 갇혀 매맞고 조련도 당했다. 그러나 자기는 려홍이와 무척 가까운 사이긴해도 절대 빼돌린 일은 없다고 딱 나눕고 끝까지 내뻗쳤다.  그랬더니 손가네는 아무런 근거도 쥐지 못했던터로 하는수없이 형벌을 리용하는 수단으로 바꾸었는바 도망치지 않았거나 도망쳤다가 집으로 되돌아온 청년들로 겨우 수향대를 조직해놓고 조선족련을 그한테 맡긴것이다.        수향대가 조직되여 취임식이 있은 그날 장원에 들어가 연회에까지 참가했던 오빠는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던것이다. 그때 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얼빠진 사람 모양으로 멍청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고 그랬다가는 또 무슨 생각에 깊이 빠진군했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는 칭찬까지 받고있으니 손가네한테 다소 신용을 얻은셈이였다. 그렇다해도 그자들에게 충성하려는것이 결코 그의 본의가 아님이 뻔했다. 혜옥이도 말없는 오빠의 고통이 크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오빠가 불쌍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려홍에 대한 그리움이 날이갈수록 점점 더 절절해났다. 손가네는 도망간 그를 붇잡아오려고 사람들을 산지사방에 풀어놓아 찾아보게했으나 헛물만켜고말았다. 행방불명이라던것이 썩 후에 조률개가 아르금시에 갔다와서 자기 눈으로 려홍이를 직접 보았노라고 마을에 소문을 펴놓았다. 혜옥이네 온집식솔이 이 소문윽 듣고 그의 행방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거기에 가있구나!... 도시에서 어떻게 지내고있는지?...)    혜옥이는 마치도 신혼부부간에 생리별을 해서 마음괴롭고 허전한것 처럼 언제가면 다시만날가 하고 애간장을 태웠다.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날은 지지리 꼬리를 물고 지속되여갔다.    하루는 바깥사돈이 드러누웠다기에 혜옥이는 올케와 함께 가보았다.    오칠성령감은 부역에 지칠대로 지쳤다. 본래 살결적은 얼굴에 눈확이 우묵하니 꺼져들어가 흡사 염병하는 사람의 몰골과도 같았는데 게다가 기침까지 나서 장밤을 눕지도 못하고 앉아새웠다는 것이다. 하니 이 모양으로 드러누웠다가는 아예 일어나보지도 못하고 황천길을 걸을것 같았다. 그래서 마누라는 갑자기 어쩌면 좋을지 몰라 청승스러운 살림살이를 원망해봤다, 혹독한 손가네를 원망해봤다 하면서 안절부절을 못했다.    이러는판에 급살맞을 털보녀석이 졸개 둘을 데리고 미친개모양으로 풀쩍 뛰여들어 사람을 놀래웠다.        털보는 들어오자바람으로 눈을 흡떴다. 혜옥이는 던지러운 그자를 보기만해도 소름이 끼쳐서 놀란 가슴을 부등켜안고 얼른 한켠에 숨어섰다.        올케가 나서면 항변했다. 그랬더니 털보는 고개를 탈고 눈살을 곤두세웠다.                        털보는 을러메면서 채찍 든 손을 번쩍 올렸다. 질겁한 오칠성마누라가 그의 팔을 붙잡고 제발 때리지 말라고 사정했다. 그래도 무가내하고 채찍을 다시들던 털보는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소리치는 혜옥이를 보자 행패를 더 부리지 않았다. 그는 눈을 흘기면서 오칠성령감더러 애 허가없이 맘대로 일하러 가지 않았느냐고 한바탕 욕지거리하고는 두 졸개보고 끌어일으키라고 했다.           식솔들이 앓는 사람이니 그러지 말아달라고 사정해도 소용없었다. 공사를 빨리 끝내라는 손대감의 명령이니 앓아도 집안에 누워있지는 못한다는것이였다.    혜옥이는 그자들이 오칠성령감을 사정없이 끌어 일으키는것을 보고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애타는 가슴을 쥐여뜯다가 이 일을 빨리 오빠한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피뜩 나서 별동대훈련장으로 되어있는 학교마당으로 장달음쳤다.    남천오는 마침 훈련을 시키던 중인데 혜옥이가 급히 달려와 털보가 방금 앓고있는 장인을 일터로 끌고갔다고 하니 밸이 불끈나서 침을 뱉고는 훈련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말았다.    마을동남쪽귀퉁에 있는 허름한 농가 몇채는 큰 마구간을 짓는데 터전을 빼앗겨 사면초가의 신세로 되어버렸는데 마가리안에서는 지금 제세상이노라 거만스레 놀아대는 장삼의 졸병들이 쌈지거리를 하고있는지 아니면 도박을 하는지 버짝 떠다고와치고있었다.    남천오가 헐헐하고 공지에 이르니 사람들이 하던 일을 중지하고 덤덤히 둘러앉아있었다. 팔에 흰 완장을 낀 공사감독이 마치 큰 죄범이나 잡아온것 처럼 득의양양해서 으스대는데 털보녀석이 가뜩이나 험상굳은 상판대기에 식헤먹은 고양이상을 하고 채찍쥔 손을 내저으면서 고래고래 소리질러댔다.            완장낀자들이 말을 못하게 막아도 오령감은 악을 품고 발명했다.        털보가 서리를 빽 지르더니 채찍을 번쩍들어 내리쳤다. 오령감은 뒤잔등을 한 매 되게 얻어맞고 하며 몸을 비츨거렸다. 딸이 울음을 터치며 달려가서 채찍을 자기몸에 받으며 아버지를 그러앉았다.                사람들이 털보의 폭행을 보고 참을수 없어서 떠들며 욱 모여들었다. 분노의 눈들이 번득이였다.        털보는 얼음판에 쓰러진 소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채찍을 다시금 쳐들었다. 이때 천오가 달려가며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천오는 덮치듯 그한테 달려들어 다짜고짜로 채찍을 손에서 악아냈다. 그러고는        하며 어리둥절해서 돌아치는 털보의 상판을 냅다 후려갈겼다. 털보는 갑자기 선불맞은 호랑이소리를 줴치면서 손으로 제 얼굴을 감사쥐였다. 천오는 분김을 억누를수 없어 한 대 더 답새기려는데 안해 금련이가 팔을 꼭 붙잡으며 괜히 일나겠으니 이러지 말라고 만류해나섰다. 천오는 다시 몸부림치려다 말았다. 참아야했다. 이까짓 털보녀석 하나를 없애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천오는 어금이를 으드득 갈며 채찍을 발로 밟고 끊어 동댕이쳤다.    털보도 드의 졸개들도 감히 접어들지 못했다. 훈련을 집어치우고 달려온 청년들, 일을 그만두고 겹겹이 둘러싸는 장년들과 늙은이들, 그들 모두가 증오의 빛이 번쩍이는 차고 매서운 눈길로 털보를 쏘아보았다.        털보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걸음을 쳤다. 그러다가 무어라 입속말로 씨부렁거리더니 황급히 꽁무니를 빼고말았다. 그러자 겁을 집어먹은 다른녀석들도 달아나버렸다.    누구나 일을 계속하려하지 않았다.    장원대문안에 있는 첫집이 였는데 털보는 씨근거리며 뛰여들어갔다.                리경광은 펄쩍 뛰여일어났다. 방금 태화전에 불리워가서 손창유에게 마구간이 되어가고있는 형편을 보고하고나서 그한테서 마을사람들을 잘 다스려 변고가 없이 힘겨운 이 건축공사를 끝맺도록하라는 지시를 받고 왔는데 느닷없이 뛰여든 털보의 거동이 신통치 않았다. 털보는 차렷자세도 하지 않고 덤벼쳤다.        리경광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느라고 애쓰는 한편 상관다운 틀을 차리기 위해 느리고 엄하게 물었다.        털보는 매맞은 분을 풀지 못해 풀풀거리면서 푸덕거리다가 자기가 지금 겁쟁이짓을 하고있구나 느끼고 병신성스레 걸상에 주저앉았다. 그랬다가 분을 참지 못해 다시 일어나 수치도 모르고 일러바쳤다.            리경광은 그제야 덩달아놀라면서 털보의 얼굴을 여겨보았다. 맞은 자리에 열과 독이 튀여나는지 뻘건 줄이 쭉 일어섰다. 리경광은 자기가 얻어맞지 않은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볼수록 끔직스러워 웃음을 참아가며 책망하듯 물었다.            털보는 자기가 미처 어쩔새없이 빼앗겨 그것으로 되얻어맞던 일을 생각하니 창피해서 아파나는 얼굴을 보기흉할정도로 이지러뜨렸다. 그리고는 천오가 련장이니 가만두었지 그렇지만 않았더라면 당장에서 권총으로 쏴서 죽였거나 대들보에 달아매고 혀를 가로물때까지 뚜드려팼으리라 했다.    리경광은 모지락스러운 위인이 이제 와서 분풀이하지 못한걸 밸쓰며 한탄하니 아마 되게는 혼낫던모양이구나 짐작했다.            털보는 약이 올라 발명을 들이댔다.                    리경광이 말을 앞질챘다.            털보는 눈이 둥그래졌다. 일시에 손맥이 탁 풀리였다. 이제와서 리경광이가 바보라고 조롱해도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 오령감이 남련장의 장인인줄만 알았더면 건드리지도 않았을거라는 후회가 머리를 쳐들었지만 엎어지른 물이였다.    좀 이윽해서 제9호마구간건축 장소에서 사람들이 일은 하지 않고 떠든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보고를 접한 리경광은 화가 동해서 털보를 손가락질하며 곰처럼 미런하고 우둔한 인간이라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털보는 당장 권총을 빼앗기우고 급이 떨어질가봐 겁을 집어먹고 쩔쩔매면서 물러나갔다.    리경광은 그이 뒤모습을 쏘아보면서 무언중 조소를 던졌다. 생각하면 망탕굴러먹어서 상관도 알아봄이 없이 아무렇게나 그 말버릇부터 고쳐놓아야했다. 리경광은 털보의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밸이 꼬여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골치아프게 된 이 사건을 어떻게 하면 말성없게 눌러놓겠는가가 근심되였다.    리경광의 출생지는 조선이나 중국이 아니라 일본의 중부지방인 이시가와현소재지인 가나자와였다. 그는 당시 그곳의 한 검찰관의 정부이며 극장배우였던 곱살하게 생인 일본녀자와 일본에 류학간 조선대학생사이에 생겨난 사생아였다. 검찰관은 그때 시내판에서 돌아치는 한 건달뱅이를 매수하여 그의 손으로 자기 정부를 꼬여낸 류학생을 죽여버림으로써 자기가 모욕당한데 보복했던 것이다. 때마침 향항에서 일본으로 노상 건너다니는 이름있는 거간군인 리아무개란 사람이 그곳에 갔다가 거리바닥에 던져진 이 조선사람의 피줄을 타고난 아이를 보계되자 생김새가 못나지 않은데다 몇 달을 보양할수있는 돈마저 보자기에 싸여있기에 가져다 길러보았다.; 거간둔은 아이를 다섯 살 먹을때까지 기른 뒤 할빈으로 이사가는 같은 성씨의 사람에게 양아들로 삼게 팔아버렸다.    리경광은 사생아로 태여난것을 최대의 수치와 불행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기구한 운명을 낳은 사회와 보복하려 하였으나 결국은 그 사회의 순복자로 전락되고말았다. 자기 몸에 일본사람의 피가 섞여있다는 것으로 하여 그는 일본이 동북에 들어왓을 때에는 그네들에게 호감을 가졋더랬고 그네들이 가고 없어진 지금에는 또 나에게 어디 조국이라는게 있느냐 이 세상을 희롱하며 살아야 할 사람이라고 마음먹고 출세만을 지고무상의 신조로 삼고있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에게는 매한가지였다. 그야말로 아무 주인에게나 붙어서 살바하고는 충복으로 되리라는 것이 그의 처세술이였다. 그의 이같은 처지와 사상에서 아마 그의 약고도 지독스런 성미가 생긴 모양이다.    손창유는 자기가 별동대 대장으로 된 후 아들을 부대장으로, 장삼을 참모장으로, 리경광을 부관으로 삼았다. 리경광은 자기가 부관으로 된것이 어떤 특출한 군사적재능이 있기때문이 아니라는것을 똑똑히 알고있었다. 그것은 자기가 경찰학교를 나왔으므로 백성들을 어떠한 폭압조치에든 무조건 순종케하는 수완을 배웠을뿐만아니라 잔인한 정횡도 서슴없이 감행하는 기질을 갖고있다는것을 손창유가 믿고있기때문이라는것을 짐작하고있었다.    리경광은 제정때 훌륭하게는 몰라도 괜찮았다고 평가받으리만큼은 경찰노릇을 해왔었다. 또 이런 형편을 잘 알고있는 손창유이니만큼 이번의 별동대마구간건축공사도 두말할것없이 리경광에게 책임지워 그의 능력을 한번 과시애보게끔 하였다. 인력, 물력을 조직하고 배치한 후 과 으로 냅다몰아 일이 그럭저럭 무사고로 되어가는 판인데 오늘 털보녀석이 그만 그르쳐놓았으니 두통거리가 아닐수 없었다. 쇠도 너무강하면 부러지고 참대도 너무휘면 꺾어지는 법이다. 감독녀석들이 너무 엄하게하여 불만을 잔뜩 야기시킨 모양이였다. 리경광은 마을사람들의 불만을 막고 소란된 민심을 다소 안정시켜볼 예산으로 직접 공사장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털보가 한 대 얻어맞고 갔으니 꼭 좋지 않은 후과가 있으리라 걱정하면서도 일장소는 떠나지 않았다.    누런 스프링코트를 걸친 리경광이 나타나자 모두들 하던 말을 중단하고 잠잠해졌다.        리경광은 웃는 얼굴로 여러 사람들을 너그럽게 둘러보았건만 반겨주는 얼굴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항의하는 차디찬 눈길에 부딪쳤다. 속이 꿈틀하고 당황해났다. 그러나 그는 당황한 빛을 보이지 않고 애써 화애로운 자태를 꾸미면서 남천오가 어디 있는가고 찾았다. 처음엔 누구도 입을 봉한채 응하지 않았었는데 두 번다시 거듭 묻게 되자 누군가 장인을 모셔다드리러 갔다고 알려주었다.        이때 누군가 몸을 돌리려는 리경광을 주춤 서게 하였다.                웅쿨진 목소리가 튀여나와 누군가 보았더니 억척스레 생긴 신병호였다. 그의 말속에는 네가 제정때는 서장이 되어서 왜놈앞에 개질을 하더니 이젠 또 부관이 되어 누구의 개질을 하느냐 하는 증오와 조소가 가득 담겨져있었다. 그래서 리경광은 미간을 모으고 가시발 돋힌 눈으로 한동안이나 그를 소아보았다.            리경광은 참지 못하고 어성을 높혔다.        위협적인 말을 남기고 거기를 떠났다. 오칠성령감네 집으로 가는 걸음에 장소에 들려보니 거기에 털보가 있었다. 리경광은 일을 감독하고있는 그를 건드리지 않고 오칠성령감네 집으로 갔다. 그 집 마당에서 마침 집안에서 나오는 천오를 만났다.        천오는 거친 음성으로 물었다.            상관이니 규칙상 응당 존경으로 대해야했지만 천오는 화가 채 사그러지지 않았고 게다가 이전부터 늘 밉살스레 보아온 그였기에 꼬물만큼도 존경의 태도를 보이고싶지 않았다. 한편 리경광은 천오의 말투가 귀에 몹시 거슬려 당장 따귀라도 붙이고싶었지만 지금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참았다. 아직은 상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위엄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통감하면서 리경광은 이 유순치않은 놈을 어떻게 하면 노근노근하게 만들어놓겠는가만을 생각했다.        퍼런 기가 펄럭이는 장원대문을 들어서면서 리경광이 입을 열었다.            집안에 들어와서 안경을 벗어 닦으면서 리경광이 하는 말이였다.    천오는 보름전에 감독이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하지 않을뿐더러 그와 맞서 대항했던 정지항을 잡아가두고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차고 때렸다는 이 방안을 불쾌하게 휘둘러보다가 리경광이 지금 손에 쥐고있는 한쪽알이 깨진 안경에 시선이 멎자 히죽이 웃음을 띠웠다. 요즘 어떻게 되어 나온 말인지는 몰라도 그 안경은 여기서 려홍의 채찍에 얻어맞아 깨진게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려홍이는 분명 채찍까지 가지고 달아난건 아닌데 말대로 그한테 얻어맞았으면 참 시원한 노릇이였다.        리경광은 천오가자기의 친절에 감격하는줄로 알고 빙그레 마주웃더니 털보를 두둔해서 화해시키려들었다.        이로써 별동대 제1련 련장 남천오와 마구간건축공사감독 곽기무사이에 발생되였던 문제는 크게 말성이 되지 않고 가라앉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이 또 발생했다.    그것은 마구간건축공사가 끝난 썩 후인 12월상순 어느날이였다. 혜옥이가 성냥사러 가게방에 가보니 공교롭게도 앞문이 다 닫겨버려 들어갈수 없었다. 혜옥이는 이 가게방주인이 이제는 도부장사노릇을 하느라고 여러날째 문을 닫고잇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전에는 이렇게 앞문을 널로 막아버린후에도 사정만 하면 물건을 팔았기에 혜옥이는 뒤쪽 출입문에 가서 불렀다.        사이를 두 번불러서야 조률개가 문을 빠금히 열고 내다보았다.        조률개한테서 술내가 물큰났다. 혜옥이는 불쾌한 생각이 들어 물건을 진렬해놓은 남쪽방으로 따라들어가지 않고 그에게 돈을 넘겨주고는 부엌간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변이라두야, 부엌이 달린 안쪽방에서 웬 술취한 녀석이 불쑥 나오더니 팔을 쩍 벌리고 덥석 끌어안는게 아닌가! 털보였다.        간이 뒤집힐지경으로 놀란 혜옥이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질렀다. 급해맞은 털보는 가래짝같은 손으로 혜옥의 입을 막고 안방으로 막 끌었다. 혜옥이는 빠져 나오려고 젖먹던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쳤다.    한참 이러는판인데 때마침 집에 왔다가 장원으로 돌아가던 양운파가 소리를 듣고 달려들어왔다.            털보는 혜옥이를 놓고 뻘건 입을 벌려 악마같이 웃었다.        천오는 이 일을 알고 격분해서 치를 떨었다. 혜옥이의 머릿속에 더더욱 차고 넘치는것은 오로지 려홍이를 찾아가려는 단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그어떠한 고해라도 넘어서 그를 찾아가고푼 마음이 불붙듯했다. 하여 그는 오빠보고 자기가 잃어져도 찾지 말라해놓고는 어느날 부모몰래 집을 훌쩍 떠나고말았다.    
367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1) 댓글:  조회:2702  추천:1  2014-12-27
  1.      손옥란이 자장붙이보다 더 귀중히 여기던 비파가 옹근 한달째 소리를 끊고 벽에 걸려있다. 옛말에 외모가 요조숙녀로 보이는 한 요귀가 있었는데 마음이 어찌나 요변스럽고 사악한지 한번 굴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아흔아홉사람의 간을 빼먹고서야 하늘을 우러러 빌고 사람의 몸으로 변하여 돌아오군했다고 한다. 손옥란이 이제 그 모양이 되는판인가싶다.    >    수양대지휘소로 사용하고있는 평천부(平天府)에 갔다온 그는 제 몸종애를 불렀다.    불갑사댕기를 머리에 맨 귀엽고 깜찍스런 계집애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얼굴에 놀란 빛을 띠였다.            손옥란은 눈을 할기며 핀잔하고나서 제 오래비가 선사한 륙혈포를 구식권총이라 나무라고 던진후 벌서 일곱 번째나 고른 죄꼬마한 권총을 손에 쥐고 보았다.        소녀애가 손옥란의 새 권총을 보자 놀라떠는 소리를 냈다. 손옥란은 그를 할끗 보고나서 새 탄알을 탄창에 재워넣으려 했다. 소녀애는 콩알만한 탄알이 널려있는 연록색 비로도카바를 씌운 원탁우에 손을 가져가며 주인이 노리개로 주었던 부전조개를 쥐려고 했다.        손옥란이 탄알을 얼른 쥐며 어딘가 위협적인 음성으로 앙칼지게 말했다. 소녀애는 마치 불에 데기라도한듯이 손을 얼른거두고 제 가슴을 짚었다. 성격이 괴상하게 돌변해버린 녀주인의 표독스런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는 무서워 몸을 떨었다.    손옥란은 요즈음 각별히 자주 외출하군했다. 소녀애가 한번은 우연히 농군들이 거처하고있는 사랑채 들창앞을 지나다가 손옥란이 제 손으로 길가는 웬 사람을 쏴죽이더라고 힐난하는 말을 피뜩 훔쳐들은적이 있었다. 그때로부터 각별한 조심성이 생기게 된 소녀애는 웬 일인지 말못할 일종의 공포증이 생겨 병처럼 은연중 몸을 떨군 했다.        손옥란은 야유하듯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소녀애는 여리고 가냘픈 손으로 도근거리는 제 가슴을 짚으며 가까스로 진정했다.                손옥란은 저의 몸종을 마뜩잖게 흘겨보고나서 손을 재게 놀려 탄알을 마저 재워넣었다. 소녀애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쉬였다. 그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까닭모를 일이였다. 그래서 벽에 걸린 비파를 다시 보고나서 물었다.            손옥란은 성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녀인으로서는 찾아보기 드믄, 지독한 야심이 숨겨있는 무거운 음성으로 단정하여 말하는 것이였다.        이 소리까지 들으니 소녀는 소름이 끼쳤다. 사람목숨밖에 빼앗을줄 모르는 저따위것을, 생각만해도 무서운 저따위 흉기를 왜서 저렇게 좋다고 하는걸가?...    소녀는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애고사리같은 손에 걸레를 쥐고 많은것을 새로닦아야 했고 자기키보다 갑절높은 그 큰 경대 하나를 닦기 위해서도 그는 걸상을 놓고 올라서야만했던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키도 커지고 기운도 좀 더 세지리라 여겼지만 그것은 알리지 않고 어찌된 일인지 힘에 부치는 일만이 점점 더 생겼다. 그래서 소녀의 가슴속에는 각가지 근심들이 어수선하게 맴돌이쳤다.    (옥란아씨는 나더러 자기를 더 잘 보살피라는데 어떻게 해야 한담?... 그인 무슨 장교인지 하는 어른한테 시집을 가리라는데... 그 장교님은 나를 어떻게 대해줄가?... )    총가진 사람이나 칼찬 사람이나 이 손가장원에 있는 모든 나리들과 어른들은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있으니 누구를 찾아가서 속타는 마음을 하소연할수 있으랴. 하여 그는 막연한 비탄에 빠지면서 가슴이 꺼질듯한 한숨을 후 내쉬였다.    (나한테 주인이 많이 생긴건 고통이야. 눈을 부라리며 서로들 제 심부름을 더하라고 죽닥질을 할거야. 그러면 난 고달퍼. 난 어쩌다나니... )    소녀는 경대앞에 오도카니 않은 손옥란의 날씬한 몸매무시를 보니 왜ㅔ선지 예전에 없었던 염오감이 불쑥 생겼다. 그의 눈앞에 상판이 객주집칼도마같이 우무러들어간 장삼이란 사나이가 바로 어제 어리칙칙하게 손옥란의 저 가느다란 허리를 글어안아보려고 징글스레 놀아치던 모양이 자꾸 떠올랐다. 어찌된 연고인지 그가 5백명되는 제 부하를 데리고 이곳으로 찾아오자 평소에는 과묵하던 늙은 손대감이 너무도 반가와 지어는 분수에 넘게 춤이라도 출 지경이였고 그의 아들 손도령은 또한 온 장원이 들썽하니 무슨 라는것을 갖추어 그를 공손히 맞아들엿던 것이다. 장삼이 데리고 온 졸병들은 오자마자 본지방에 있던 6백명 수향대 대원들처럼 깜장복장으로 바꿔입었다. 토성안이 너르기 다행이엿다. 지금 손가장원안은 원래의 수향대인원에다 장삼이 거느리고 온 무리를 합쳐놓으니 그야말로 구정물독안에 악마구리끓듯하였다. 그런데다 또 무슨놈의 들이 찾아온단말인가?... 그네들을 잘 맞아들이라는 늙은 손대감의 지엄한 명령이 내렸다고 어제오늘은 성미가 결패스러운 청지기가 앞장서서 농군, 종, 식모, 과방군, 동자아치... 무엇무엇 근 200여명이나 되는 사람을 동원시켜 소잡는다, 돼지잡는다, 닭잡는다... 갖춤새에 내모는데 지어는 앞잡이를 시켜 회초리까지 들고 분대질치는 판이니 그놈의 등쌀에 사람들은 목구멍에서 단 겨불내 날 지경, 사타구니에서 행금소리 날 지경 달아다녀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무도 지치고 들볶아대니 자칫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까지 칠 지경... 이런 현상을 보고잇는 소녀는 이 손가장원에서 하여튼 무슨 큰일이 벌어지고있다는 것은 짐작했으나 손창유가 사문동으로부터 보내온 비밀답신을 받았다는것은 알리만무였다.      
366    내 습성의 유래 댓글:  조회:3690  추천:4  2014-12-14
                     내 습성의 유래                                    김송죽       숙명이랄가, 나는 어느덧 남들은 리해못할 정도로 유별란 인생궤적을 달리는 사람으로 되고말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곤하면 잠을 자는 외 눈만 뜨면 컴퓨터에 마주앉거나 아니면 손에다 책을 든다. 그 외 하루의 행사로는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것 뿐. 그밖에는 설정된 다른 프로그램이 거의없는 것이다. 춤은 아침이거나 저녁에 운동으로 대체하고, 술은 때마다 빼놓지 않고 마시는데 량은 그리많지 않다, 고작해야 두잔이니 한량을 좀 넘길 정도, 2량도  안되니까 약간 알딸딸한 기분으로 피로를 푸는 정도인 것이다.    꼭마치 요지부동의 자세로 판에 박힌듯한 그 세가지가 지금은 어느덧 나의 일상으로 돼버렸다. 하길래 어떤때는 내가 스스로 나에게 너는 그 세가지의 생활을 영위하느라고 이 복잡다난한 인간세상을 사느냐고 자문 할 때가 여러번인 것이다. 기껏해야 한주일에 한번인 로인회활동에 참가하는게 고작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면서도 여지껏  단조롭거나 고독감같은것은 느껴본적이 없는 것이다. 남들이 보면 이상해 할 정도로.   작가로 되자는 것이 소년시절부터 품어 온 내 꿈이였으니 그것이 곧바로 내리상이였던 것이다. 나는 그 꿈 , 그 리상을 끝끝내 이루고야말았다. 하기에 기쁨이 있을 뿐 내 길을 택함에 유감이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어떠한 여한도 있을수 없다. 용광로에서 강철이 제련되듯이 나는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인간사회를 살면서 남달이 고초를 맛보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나로, 말하자면 어느덧 나만의 독유의 성격을 갖춘 인간으로, 사나이로 성장 된 것이다. 회피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그 모질고 무자비한 시련을 나는 다 겪어냈으니 보면 영광스러운 인간대학을 과연 용케용케 졸업한 셈이겠다.   한데 나에게 있는 그 세가지의 짓꿎은 습성ㅡ 글을 쓰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습성이 생겨난 경위를 보면  남과는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기에 오늘 터놓고 말하게 된다. 소시적 부대에서 자라면서 특공훈년을 받을 때 안충모아저씨는 “손가락으로 연필을 쳐 끊건 손날로 벽돌장을 두동강내건 너는 그것들을 바로 네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원쑤로 보거라, 너는 바로 그 원쑤를 갑는다고 생각하라, 원쑤와는 추호의 자비도 갖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너는 목적을 이루고 승리할 것이다" 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나의 굳센 의지는 분명  그때로부터 생겼고 단련이 된 것이다. 그 단련이 없었더라면 나는 나약한 연체동물이 되어 보증코 작가는커녕 인간페물로 되고말았을 것이다. 나는 원래 문화혁명전에는 술을 그닥좋아하지 않던것이 지금은 아주 영 달라졌다. 술을 떠나서는 하루도 못살지경 한심한 술군으로 변해버리고만 것이다. 남이 알면 아주 고약한 습관이라겠지만 나는 그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내가 지금의 이모양으로 변해버린데는 숨겨둘 필요없는 연유가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나는 평소에 아무 원쑤진일도 없었건만 문화혁명이 오니 왜서인지 나와 우리 가정을 기를 쓰고 해친 무지막지한 악한 자들이 내먼저 하나하나 저세상으로 갈 때마다 속이 시원했다. 그렇지, 네놈도죄를 졌길래 끊내 천벌을 받는거다, 황천에 가서는 제발 악한짓을 말거라 하면서 권주(勸酒)를 마셨던 것이다. 그러면서 작품이 하나 발표되면 그것을 경축해서 경주(慶酒)한잔, 원고 한편을 써놓고는 피곤을 푸느라 피로주(疲勞酒)한잔... 그러노라니 자연스레 빈번해진 그것이 뗄수도 버릴수도 없는 습관으로 자라나 어느덧 희한스레 굳어진 버릇으로 되고 만 것이다.    나는 워낙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 누구보담 운동을 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니 아들 며느리 온 식구 다 가 좋아한다. 일년가도 아프다는 소리없으니까. 내가 그같이 운동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되어버린데는 그럴 연유가 있는 것이다. 1992년도 겨울이였다. 한번은 “흑룡강신문”사에 회의가 있어서 간건데 새벽차에 내리고 보니 그날따라 어찌나추운지 식전아침때라 역전으로부터 신문사에 이르고보니 온몸이 얼어서 말이 아니였다. 나는 단통 감기에 걸렸다. 회의가 끝나서 집에 돌아와 약을 쓰니 감기가 낳아지는데 코는 자꾸메였다. 그러기를 5년가량, 안되겠다싶어 할빈에 이사를 하자마자 곧바로 성립병원을 찾아가 코검사를 했더니 의사가 보고 하는 말인즉은 “死到临头了"하고는  "왜서 인제야 오는거야? 넌 비암이다”라고 알려주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의사는  나더러 당장 수술을 해야 산다고 했다. 예측은 했지만 정작 그런 소리를 들으니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의사의 말을 제꺽들을수는 없었다. 리유가 있었던 거다. 우리 중학교에서 력사를 배원주는 녀선생이 비암에 걸려 수술을 했는데  그녀선생은 겨우 2년을 살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녀뿐이 아니였다. 신문사에 있은 내 동갑이자 기자인 오아무개도 비암에 걸려 수술을 했는데 오래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던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바에야  젠장!.”    나는 속으로 이같이 부르짖으면서 의사가 하라는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숨이 크게 드나들면 코구멍이 열리겠지 하는 생각이였다. 하여 나는 이틑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멀리걷기였다. 그러다가 아침마다 공원에 가서 한족녀성들 속에 끼여 광장무(廣場舞)를 추기시작했던 것이다. 그러기를 4년. 북경에 이사와서는 내자신이 록음기를 사서 끌고 다니면서 저녁이면 광장무를 배워주고 함께췄는데 참여자가 무려 80~100명에 이르었던 것이다. 그렇게 견지하기를 옹근 6년. 지금은 내가 다른 젊은 아가씨한테 기계들을 맡기고는 아침이면 “만춘원공원”에 가 근년에 새로사귄 한족춤반려와 함게 춤을 춘다. 나에게는 춤기초가 있었던 것이다. 10년전인 2004년도 초가을에 나는 북경에서 있은, 7706명이나 동원된 대형의 아일랜드탭댄스 집체표연에 참가해 우리 나라가 기네스북세계기록을 창조하는 영광을 따냄에 재간을 바친것이다. 하여 나도  남과같이 를 받은바있다. 그때  내나이 65살였다.   몸은 늙었어도 웬일인지 맘은 내내 늙지를 않아 지금은 사교무를 제쳐놓고 스윙(吉特巴)을 춘다. 이 춤은 동작이 빠르고 활달한것이 젊은이들이 추기에 적합해서  한창 류행인데 나는 사교무보다 외려 그것을 더 즐기고있다.  젊은것들속에 끼여 너덜대건만 미워하지 않으니 고맙다. 주착없다할지 내같이 나이를 가득걷어먹고도 젊은것들을 감히 따르려고 도전하는 령감은 아마 흔치않을것이다. 네가 과연 75살이 옳으냐고  묻는 사람이 적잖다. 남이야 어떻게 보던 내가 마음즐겁고 몸단련이 잘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구멍이 거진메여있다. 그러면 나는 죽염(竹鹽)물이 묻힌 솜막대기로 한바탕 뚜지군한다. 그러면 코구멍은 또 열린다. 그모양으로 살아오기를 이제는 20년. 하지만 나는 내가 암환자라 생각하고 근심해본적이 없다. 보아하니 사정없이 무섭다는 그놈의 암(癌)세포가 되려 나를 무서워 피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런 정신승리법에 끌리여 매일 매일 마음편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인물사해에 올라 “영에증서”를 탓고 춤을 춰 기네스북기록을 내  “영예증서”를 탓는데 이제는 하나 남았다. 술을 잘먹는다고 “영예증서”를 주는데는 없는지? 나는 우리 신화로인회에서 하나 만들어줄수 없겠는가고 건의했다. 아무튼 우스개라도 할수있는 곳이 있고 받아주는데가 있어서 나는 하냥 즐겁다.     
365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11)끝 댓글:  조회:3537  추천:2  2014-11-27
   11                그번 소란이 평정되자 도시는 한동안 잠잠해졌다. 사람들은 좀 시름을 놓았다. 다음번 소란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적 여우가 있다고들 여기고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이제 또 소란이 생기리라고만 생각하고있었지 그 소란이 이제 다시는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하고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그건 소란이 멎기는 했지만 비적이 다시쳐들어로리라는 소문이 나돌고있기 때문이였다.    요언날조자를 잡아내기는 힘든 일이였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직접 당해본 공포기 때문에 자연히 억측들을 하게마련이였으니말이였다.    려홍이는 자기의 힘을 확고히 믿는 경위대전사였다. 우리에게는 력량이 없는가, 적들이 다시 쳐들어올줄 알면서 반격할 준비를 하지 않겠는가고 여기는 그는 수년간 항일을 해온 시경비대전사들과 지도자들을 투쟁의 시련속에서 단련된 영웅으로 보고있었으며 마치 렬화속에서 제련된 강철거인처럼 믿어왔다.    오늘 금록이가 어머니를 연변으로 모셔다드리러 떠나기로 했기에 려홍이는 배웅하러 찾아갔다.        려홍이는 허리를 굽히고 부엌문으로 들어가면서 인사했다. 금록이네 모자간은 떠날준비를 다해놓았다면서 려홍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려홍이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접은 종이를 금록에게 넘겨주었다. 금록이는 그걸 받아서 제꺽 펼쳐보더니 기뻐하면서 어머니한테 말했다.        그것은 아르금시경비대의 큼직한 도장이 찍힌 소개신이였다. 소개신에는 두 모자간의 신분과 외출리유가 똑똑히 밝혀져있었다. 승객이 많아 차가 언제나 초만원이 되어 웬만한 재간으로는 탈수도 없었기에 려홍이가 힘을 써서 경비대에서 이렇게 든든한 소개신을 한 장 떼온것이였다.        금록이와 한마을에 있는 김청송이란 청년이 문턱우에 있는 하모니카를 얼른 잡아쥐고 묻는 말이였다. 려홍이는 그를 벌써 전부터 알고있었다.                    청송이는 자기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날가죽은 아니라면서 꾸려놓은 집을 하짝 들었다.    네사람은 정거장으로 나갔다.                                        려홍, 청송, 금록이는 가면서 이러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정거장에 이르러보니 사람들로 끓었다. 대합실에 차고넘쳤고 정거장뜨락 구석진데까지 사람들이 있었다. 차가 정기적으로 통하는것이 아니여서 객은 여러날 묵기가 일쑤였다. 차표는 떼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올리매달리기만하면 되는판이였다. 그런데 먹을것을 대주는 사람이 없어서 곤난했다.    집차와 객차바곤을 섞어 단 차가 구내 대기장에 들어서자 그 차를 기다리던 객들이 서로 먼저타겠다고 덤벼치는데 짐짝들을 많이 가진 간상뱅이들이 차를 놓치지 않겠다고 답치기를 놓는통에 더욱 말이 아니였다. 란리판에서 란리난것 같은 이 혼잡은 실로 일대 수라장이라 해야 옳겠는지...    려홍이와 청송이는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태우려고 개찰구를 빠져나가보니 사람들이 어찌도 붐비는지 정신마저 얼떨떨해날 지경이였다. 이런 복새판에서도 팔에다 라는 두글자를 쓴 붉은 완장을 낀 철도경비대사람들이 다소라도 질서를 잡아보여고 무진 애를 썼다. 그들은 짐짝이 많은 사람들을 차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그들 대부분이 투기상들이였는데 어떤자는 승강대에 간신히 매달려보려고 부득부득 애를 썼고 어떤자들은 지어 경비대원에게 대들기까지 했다.    금록이는 소새신덕분에 어머니를 모시고 무사히 차에 오를수 있었다. 려홍이와 청송이는 그들이 자리까지 잡는것을 보고서야 한시름놓았다.    유리가 산산이 깨져버린 차창에 붙어서 떠나가는 그들과 얘기하고있는데 뒤에서 벅작 고와대는 소리가 났다. 려홍이가 얼핏 뒤를 돌아다보니 몇몇 투기상같아보이는 자들이 왜 여느 사람은 짐을 갖고 올라가게하고 자기들은 올라 못가게 가는가고 경비대원에게 따지고드는 판이였다.        이렇게 참을성있게 해석하는 사람은 방금전에 시경비대의 소개신을 보고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오르게 한 그 몸집이 균형잡히고 날렵하게 생긴 젊은 경비대원이였다. 그는 필경 짐을 가진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태운걸로 해서 이들 사나운자들의 공격을 받고있음이 틀림없었다.        한자가 려홍이쪽으로 등을 대고 경비대원과 계속 야료를 피우고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귀에 익은것 같아서 모여든 사람들을 헤치고 옆쪽에 가보니 아니 이게 손가장가게방주인 조률개가 아닌가?... 보아하니 물건들을 잔뜩 사가지고 돌아감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역전경비대원은 그의 소지품을 당장에서 검사해보려고는 하지 않고 젊은 사람치고는 대견하다 할만큼 침착성을 가지고 인내성있게 그를 설복시키고있었다. 헌데 조률개는 자기와 같은 부류의 시정배들이 곁에서 편을 드니 더욱 기가 살아서 자기는 선량한 백성이고 투기상이 아니라는지 청빈한 농군이고 장사아치가 아니라는지 하면서 점점 사납게 대여들었다.    그래서 역전경비대원은 혼자서는 대처하기가 어렵게되였다. 려홍이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저 지나쳐버릴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섯다.        느닷없이 들이대는 웅근 소리에 조률개는 깜짝 놀랐다.    조률개는 정말 뜻밖이였다. 이런 장소에서 려홍이와 맛서게되니 그의 얼굴은 삽시간에 백지장이 되었다.    려홍이는 그가 제 정신이 들어 알은체를 해도 그런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게속 호되게 꾸짖어댔다.        역전경비대원은 이 말을 듣자 조률개의 짐을 꼭 검사해봐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조률개는 단통 진땀을 빼면서 제발 물건만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그러는 꼴을 보고 려홍이는 개찰구를 지나 총망히 거리로 들어왔다.    (일은 공교롭게 되었구나. 내가 저녀석을 여기서 만날줄이야?...)    려홍이는 곁에서 청송이가 따르고있는것마저 잊은채 혼자생각에 잠겼다. 조률개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발가놓지 않았을것인데 너무도 철면피하게 뻔뻔스러우니 보고서 가만 놔둘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있자, 저자식이 그저 물건만사러 왔을가?... 혹 손가놈이 파견해서 여기로 정탐하러 온게나 아닌지?... 저자식을 붇들도록 할가?... 아니, 그러진 못한다. 아직 그럴만한 근거가 없으니까.)    거리에서 달리던 차량들이 길이 막혀 섰다. 시경비대사령부에 채 이르지 못한 십자길에 행인들이 모여들고있었다.        청송이가 팔을 툭 쳤다. 려홍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 둘은 달려가보았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가보니 사고가 생긴게 아니라 사람들은 3층집꼭대기에 달아매놓은 확성기에서 울려나오는 녀방송원의 맑고도 챙챙한 목소를 듣느라고 웅게중게 모여선것이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려홍이는 좀 똑똑히 들어보려고 몇걸음 다가섰다. 국공량당이 43일간 담판하여 을 체결하였는데 오늘 거기에 대한 내용을 방송으로써 세상에다 공포하고있었다. 방송은 에 조목은 나눈대로 력점을 찍어가면서 똑똑하게 공포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자 노래소리가 유유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얼굴마다에는 흥분이 어리였다.        하면서 누군가 마치 자기의 어깨를 내리누르던 무거운 집이나 벗어메친듯이 거뿐해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또 그의 말을 받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자기 머리우에 영원한 평화의 월게관이 얹혀진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였다.    (만백성이 정말 시름놓고 살수 있단말인가?...)    려홍이는 어쩐지 그런 말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각따라 더 천진해진것은 청송이였다. 그는 고수머리를 쑥쑥 춰올리며 본시 곱게 생긴 눈을 새물거리면서 제혁공장에 함게 있는 전공비슷한 청년과 마주서서 몸짓손짓해가며 무어라 신이 나서 중언부언하고있었다. 얼핏 들으려니 국가의 평화적건설과 발전은 당전 나라의 특등대사라는것이였다.        청송이가 생글거리며 묻는 말이다.        려홍이의 대답에는 어딘가 무뚝뚝한데가 있었다.        청송이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면서 자기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아무리 잘 체결되였다 해도 이 북만에서 비적은 의연히 비적질을 할것이고 백정은 의연히 백정의 칼을 들고있을게 아닌가. 세상에는 신선으로 된 강도가 없고 부처로 된 백정이 없다.    두 청년이 그곳을 떠나 얼간을 가느라니 한 한족늙은이가 길섶에 쭈크리고 앉아 머루를 팔고있었다. 광주리안에 머루가 반나마있었는데 청송이 그것을 들여다보며                      하고는 허리를 쓱 굽히더니 머루알이 다다귀다다귀 달린 큰 송이 몇 개를 골라잡았다.        그래도 청송이는 막무가내였다.    로인은 꾀죄죄한 얼굴에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돈을 받아넣었다. 주름살많은 그의 얼굴에 세파에 시달린 고생티가 력력히 드러나보였다. 려홍이는 로인의 경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느라니 가엽다고 해야 할지, 동정이 간다고 해야 할는지 측은한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머루를 먹을수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로인의 대답이 자기는 이도하자(二道河子)에서 왔다는것이였다. 이도하자라면 이 도시에서 서쪽으로 백여리 착실히 되는 곳에 있는 산간마을인데 려홍이는 아직 그곳으로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로인은 수일전에 비적들에게 집안이 몽땅 털리우고말았는데 젊은 며느리마저 옷을 벗기워 거의 벌거숭이로 된 형편이여서 이렇게 머루를 따다 팔아 다문 옷감 한견지라도 사가려 한다는것이였다. 실로 눈물나도록 한심한 일이였다.        마음놓고 일만 하면 되리라던 청송이의 입에서 자연히 이런 분노가 튀여나왔다. 마루닦는 걸레같이 해지고 형편없이 더러운 옷을 걸친 거지애가 다가왔다. 청송이는 다른때같으면 거만스레 손등으로 밀어 쫓았으련만 그러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훅 내쉬다가 머루를 죄다 거지애의 손바닥에 놓고말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전번날 을 공보하던 확성기를 달아매놓은 층집아래벽에        라는 구호가 나붙었다. 그리고            하는 격문과 삐라들이 시내에 뿌려졌고 어떤 구역들에서는 생명과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 토비를 숙청해야한다는 포스터들이 나붙었다. 그리하여 중경담판소식후 잠시나마 평화로운 기분이 덮였던 시내의 분위기는 삽시에 변했다. 사람들은 이런 급격한 변화에 몹시 놀랬다. 어떤 사람들은 국민당의 행위에 격분했고 어떤 사람들은 장래를 근심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사태는 보통사람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해갔다.    바로 시경비대에서 전반 국세에 대한 분석보고회가 있은 그 이틑날에 아르금시에서는 이 도시가 생겨서 처음으로 되는 력사적의의를 띠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그것은 즉 광복후 이 지방에서 첫 번째로 되는, 조선족의 를 건립하기 위한 대중적궐기였다.    려홍이는 마길준참모장을 따라 시내조선족들이 제일 많이 집거해있는 향련가로 갔다. 마참모장은 원거리정찰임무를 방금 완수하고 돌아온 려홍에게 이도하자부근에 출몰하고있는 비도들의 수자와 그자들의 활동범위, 무리와 무리사이의 관계 등을 탐지해온것을 회보받고나서 그한테 인민무장부대를 건립하기로 결정짖고 군인모집사업이 당장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던 것이다. 이 소식은 가슴속에 여지껏 복수의 칼날을 벼려온 려홍이를 몹시 기쁘게 하였다. 려홍이는 이날이 있기를 고대해왔다. 그는 휴식하라는 마참모장의 지시마저 이러저러한 구실을 달아 뿌리치고 부득부득 따라나섯다.        문을 나서자 마참모장의 경위원이 비판쪼로 말했다.        려홍이가 되려 일깨워주면서 이마까지 슬쩍 뚱겨놓아 경위원은 낯이 빨개졌다. 청송이보다도 나이가 더 어린 이 경위원은 항일렬사의 자제였는데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만 부대생활이 짧다는 리유로 려홍이를 로병을 대하듯 받들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마참모장한테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잇음으로 하여 은근한 시기와 흠모를 가지고 존경하는 터였다.        한참동안 가다가 경위원은 또다시 이렇게 말을 걸었다. 려홍이는 말없이 권총을 감춘 자기 앞배를 툭 쳐보였다. 자신을 보통백성처럼 보이도록 잘 변장하는것이 정찰병의 풍모라는 뜻이였다.    세사람은 장군들이 들썽거리는 장거리를 꿰지르고 나가서 향련가에 이르렀다. 층집이라곤 보이지 않는 빈민굴이였다. 이곳은 장거리도 아니건만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서로 붐비지 않다뿐이지 분잡한 분위기에 처참한 그늘이 내리덮여있음을 인차 감득할수 잇었다.    거리는 차량마저 통할수 없게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태반이 산지사방에서 쓸어든 난민들이였다. 식솔을 거느린 사람, 홀몸으로 온 사람, 어떤 사람들은 괴나리보짐이라도 갖고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빈털터리 빈주먹뿐이였다. 초신짝벗어놓고 앉아서 누구하고 장탄식을 하고있는 로파, 보짐베고 누워서 세상버린듯 자고있는 늙은이, 보채는 아이를 업고 달리는 처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있는 아낙네... 그러나 동란의 세월에도 애들만은 철없이 뛰놀고있었다.                             란간이마에 우먹눈                           개발코에 주걱턱                           넝마같은 미알할미는                           까마귀같은 로친네란다          갑자기 터진 고함소리에 노래하며 뛰놀던 애들은 뿔뿔이 달아났다. 간판을 떼버린 조선인잡화점 맞은켠에 있는 국수집에서 웬 사람이 동저고리바람으로 나왔는데 술을 퍼마셨는지 아니면 지각이상이 생겼는지 비틀거리며 이렇게 소리질러 애들을 놀래워놓고는 혼자 얼빠진 사람처럼 웃어댔다. 그리고는 길가 전주대에 기대여 하늘을 멀거니 쳐다보면서 입을 놀려 흥얼거렸다.                            한도 많고 설음도 많은                            이내 신세 누가 알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는 눈물의 고개      허나 그것이 노래소리인지 울은소리인지 도무지 분간할수 없었다. 누군가 그를 달래면서 끌어다 곁에 앉혔다. 려홍이는 눈이 푸들푸들 떨었다.            마참모장은 려홍에게 주의주고나서 저기 장년과 청년들이 모여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려홍이와 경위원은 묵묵히 그를 따라갔다.    모여섯던 사람들은 웬 낯선 사람이 젊은이 둘을 데리고 나타나자 하던 말을 뚝 끊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더욱이 청년하나는 밖에다 권총까지 척 찼으니말이였다.        마참모장이 부접좋게 먼저 입을 열고 인사했다.        때마침 그와 한마을서 왔다는 중년사나이가 한숨을 훅 쉬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더 묻지 않아도 알수잇는 일이였다.        하고 다른 사람이 비감한 목청으로 말하면서 자기곁에 앉아있는 한 청년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앞뒤골이 튀여나오고 살색이 검실검실해서 무척 단단해보이는 청년인데 사람들은 방금 그가 하는 얘기를 듣고있던 참인 모양이다. 마길준이 재삼 묻자 청년은 다소 당황해진 표정이더니 자기 이름은 리홍석이라면서 눈물겨운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집은 필가툰(筆茄屯)에 있었다. 그 마을은 조선족, 한족이 섞어사는 혼성툰인데 닷새전에 온 마을이 비도들 손에 잿더미로 되고말았다. 오전 8시경에 이름이 이라고 하는 한무리의 비도들이 뛰여들어 회의를 연다면서 마을사람들을 강박적으로 한군데 모이게 했다. 그러고는 마을사람들 앞에서 국민당이 좋다느니 중앙군이 좋다느니 한바탕 선전하고나서 군대를 모집한다고 했는데 이 중앙군이라는것이 본래는 략탈을 일삼아온 비적패라는말이 나서 누구도 자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 우두머리의 분통을 분통을 텃쳐놓았는데 그자는 참혹한 살육과 략탈로 분풀이를 하고 달아났다. 그자들은 말과 량식과 옷견지들을 마구략탈했다.    리홍석이네 집은 세식구였다. 그의 부모들은 쌀을 감추고 내놓지 않았다가 그놈들 손에 살해되였다. 리홍석이네 이웃에 사는 왕유라는 사람은 대들보에 목이 달려 죽었고 류지청이라는 사람은 자기 집 닭과 오리를 죄다잡아서 튀하여 끓이는것을 참고 볼수 없어서 분김에 돌을 들어 가마를 깨버렸다가 잘못되였다. 놈들은 그를 기둥에 달아매놓고 집에 불을 놓아 함께 타버리게했던 것이다. 백여호 동네가 하루에 50여명의 주검을 냈으니 그 참상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    려홍이는 피눈물겨운 리홍석의 공소를 들으니 피대가 쿡쿡 쑤시고 눈앞에서 수천수만개의 불찌가 튕기면서 그모양으로 손가네 손에 무참히 살해된  아버지의 몰골이 삼삼히 되새겨졌다. 난민들의 가련한 정상을 통감하게 되는 이 시각에 그의 온몸을 사르는 것은 오로지 수난자들에 대한 그지없는 동정과 심장밑바닥으로부터 불타오르는 복수심뿐이였다.    리홍석의 피발이 일어선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리더니 흐느낌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굽도 젖어들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갈았고 어떤 사람은 부르쥔 주먹을 떨었다. 가슴뜯는 비분은 비도들에 대한 한없는 저주로 이어졌고 그다음은 살아가기 막연한 앞날에 대한 근심과 탄식으로 번져갔다.    
364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10) 댓글:  조회:2963  추천:1  2014-11-27
    10      낮에 그처럼 생기에 넘쳐 떠들썩하던 거리는 밤이 되자 조용해졌다. 밤이 없으면 도깨비가 뛰놀지 못하는 법이다. 이지러진 달빛이 어슴프레 비치고있는 요즘도 야맹금같이 심보사나운자들이 박쥐처럼 활동하고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호철은 잠을 잘수 없었다. 그는 여러날의 수면부족으로 인하여 두눈에 피발이 일어섰다. 침식을 거의나 잃다싶이 한 그는 깔깔하고 쓰려나는 눈을 손으로 지긋이 누르고있다가 찬물에 담가놓은 수건을 짜서 다시 한번 얼굴을 문지른 후 창문을 활짝 열었다. 뽀뿌라나무가지를 가볍게 흔들고있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방안으로 몰려들어오자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박철호는 뒤짐을 지고 방안을 뚜벅뚜벅 거닐기 시작했다.    올해 마흔인 그는 에 일본침략자들 손에 량부모를 다 잃자 격분해서 삼림경찰대의 총을 빼앗아 메고 항일에 나섰던 사람이다. 전투적인 생활은 그를 시련을 겪게 했고 견강한 혁명투사로 자라게 했었다.    그는 항일에 참가한 첫날부터 자기 한 가정의 복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탄속에 헤매고있는 수천만의 피압박인민의 숭엄한 해방을 위해서 싸워왔다. 임무를 맡고 적정을 정탐하거나 군중을 계몽시키기 위해 북만일대의 도시와 농촌을 거의 편답했으니 항일구국투쟁에로 궐기시킨 사람은 얼마이며 희생된 동지의 총을 받아쥐고 부대를 지휘하여 천산만수를 넘어 간악한 원쑤를 무찔러 싸운 전투는 또 얼마였던가!... 실로 그는 언제나 굴함없이 싸워온 항일의 투사였다.    새것은 언제나 낡은것의 저애를 받기 마련이니 량자간에는 필연적으로 사활적인 투쟁이 벌어지게되는 것이다. 500명 비도들의 습격을 분쇄하고 암해결사단을 복멸한것은 이제 첫 승리에 불과했다. 일제가 남긴 험상한 페허들이 군데군데 있는 아르금시에는 그 페허와 함께 낡고도 진부한 잔재가 적지않게 남아있었다. 한간과 특무, 매춘부와 유곽경영자들이 남아있는가 하면 협잡군과 도매상들, 턱없는 풍우란설을 퍼뜨리기 좋아하는 날부란당무리들이 욱실거렸다. 이같은 정황하에서 위만시절에 일제의 괴뢰노릇을 했던 시정부와 그에 딸렸던 부속들을 청리하고 시내에다 방금 건립해놓은 인민의 새 정권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분투하고있는 공산당사람들은 새로운, 더욱 복잡하고도 어려운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치안의 만전을 기하기 위하여선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생산을 파괴하는 일체 적대분자들에게 적시적으로 타당한 진압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고 상급지도원은 당전의 국내정세를 분석하고나서 이엏게 거듭 강조하여 말했던 것이다.    중국공산당중앙위원해는 지난 8월 25일에 의 3대구호를 내놓고 전국의 통일을 실시하며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국공 량당간의 투쟁은 불가피적으로 치렬해지는 방향으로 나가고있었다.    총을 들고 사선을 넘나들며 십여년동안이나 싸워온 그는 일본침략자의 손에서 동북인민을 해방하는 사업도 간고했지만 앞으로 홀시해서는 안될 곤난들이 많으므로 충분한 정신적준비를 하고있어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한간을 청산하고 경제를 회복하며 도시의 치안사업을 잘하는 한편 날로 횡행하고있는 토비를 숙청하기 위해선 무장대오도 황대해야했다.    박호철은 상자안에 수구히 찬, 시경비대에서 암해결사단과 테로분자들의 손에서 빼앗아낸 권총과 탄알들을 야멸에 찬 눈찌로 쏘아보았다.        적들은 결코 멸망을 달가와하지 않고 최후의 발악을 기도할 것이니 이 계급투쟁이야말로 얼마나 준엄하고 무자비한가!    벽에 걸린 괘종이 벌써 밤 12시를 알렸다. 박호철은 가로등불이 졸고있는 밤거리를 다시한번 내다보고나서 창문을 닫으며 초조한 심정을 가까스로 진정했다.    반시간이 더 니나서야 임무를 맡고 나갔던 마길준 등 7명이 돌아왔다.        박호철은 물 한고뿌를 따라주고나서 두손으로 탁상을 짚으면서 갔던 일이 어떻게 되었는가고 묻는 눈길로 그들 일행을 휘둘러보았다. 마길준은 우선 물고뿌에 담긴, 이미 식어버린지 오랜 물을 다 마시고나서 입을 열었다.            나갔던 사람들은 잠자리로 갔다. 방안에는 잠을 방금 깬 경위원과 박호철, 마길준 세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마길준은 자기의 말에 각별한 흥미를 갖고 귀를 모으는 로전우를 경모하는 눈길로 마주보다가 이렇게 자기의 판단을 내놓았다.                        박호철은 이것만은 예상못했던 일이기에 고개를 기웃거렸다.            마길준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마길준은 갑자기 담배생각이 나서 호주머니를 만지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박호철은 궐연 한 대를 뽑아주고나서 성냥까지 켜주었다. 마길준은 둬모금 길게 들이빨았다.        그의 음성은 갈증을 푼 목구멍에서 울려나올 때처럼 풍만하고 맑지였다.            박호철은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여 이미 그려진 술집과 자선병원사이에다 만연필로 줄을 쳐 이어놓았다. 마길준은 그가 그리는것을 건너다보고나서 자기가 건사했던 권총을 꺼내여 상우에 놓았다.        마길준은 이렇게 말해놓고 어깨를 들썽거리며 한참이나 웃었다.                마길준은 자기가 방금 내놓은 권총을 넌지시 보다가 쓰겁게 웃었다.            박호철은 입가에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엇다가 문득 아직밝혀내지 못한 이 떠올라 엄굳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니다. 과연 담이 크지 못한 자들의 서투른 연기술이라 할수 잇겠는가?)    어떤 사람은 그 안건을 그닥 엄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그것이 정말 불량한자들이 재물을 탐냈거나 어떤 개인적인 알륵으로 사람을 죽이려 한것이란말인가? 절대 그럴것이 아니라 보여졌다. 사실이 엄연한바 왜 하필 염낭에 동전한푼없는 사람을 살해하려들었겠는가? 지금 이 도시에서뿐아니라 할빈, 목단강 등 도시들에서도 련속발생되고있는 국가공무원에 대한 암해와 이미 접관된 구(舊)정부의 기밀문건절취 등 사건들을 련게시켜놓고 볼때, 전번의 그 안건은 결코 협착한 판단에 밀어 처리해버릴 경한것이 아니였다.    박철호는 이것을 좀 더 넓은면으로부터 분석하고있었다. 지금 국민당은 애써 구실을 찾아서 공산당을 배척하려 하며 더욱이는 국내안정과 단결을 운운한 장개석자신이 국민당의 일당독재를 주장하면서 자기 대변인의 입을 빌어 팔로군과 신사군을 이라고 공공연히 중상한 사실만을 보더라도 성군작당하고있는 사회상 잡귀신들의 행위가 절대로 우연적인것이 아니라 여기기는 필시 다른 중대한 정치적야심을 품은 자들의 계요와 막후지위가 있음이 분명한것이였다.    위만경찰서보존서류에는 방금 체포해온 인물은 경찰서 특무계에 들어있는 특무였고 일찍 일본에 류학가서 어느 상업학교를 다닌후, 상해와 남경일판을 쏘다니면서 영업을 하려다가 실패했던 자였다. 본성이 간특한 자는 하는짓이 사사스러운 법이다. 자기의 정체를 감추려고 천방백계를 다하여 변색토끼모양으로 궤변을 부리면서 대방을 교묘하게 속여넘기는것이 그런자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상투적인 대항술법이기도했다.    박호철은 숙였던 머리를 건뜩 들고 사색에 골몰하고있는 마길준에게 눈길을 던졌다.            박호철은 미간을 모았다가 탁상우에 있는 권총을 집어 자기의 서랍속에 넣었다.        마길준은 나갔다가 얼마안되여 들어왔다. 이윽고 두 전사가 포승으로 뒤짐을 지운 사나이를 끌어왔다.    일견 그리 못난 상판은 아니였는데 입술이 터진데다 이마니 볼따귀니 어데나 멍이가 진 것으로 보아 체포때 반항하다가 되게 얻어맞았음이 분명했다.    박호철은 탁상건너편 쪽걸상에 옹송그리고 마주앉은 그자에게 차가운 눈길을 던졌다. 저쪽은 머리들고 피끗보더니 은근히 불만스러운 심리를 감추지 못한채 몸가짐을 바로하면서 머리를 다시 푹 수그렸다. 심문이 시작되였다. 묵직하고도 위압적인 첫질문이 그의 앞에 떨어졌다.                        박호철이 짐짓 이렇게 딴전을 쳐서 질문하자 그자는 적이 안도감이 드는지 가벼운 숨을 내쉬였다. 하지만 무릎우에 올려놓은 손만은 그냥 떨어대는것을 어쩌지 못하면서 떨떠름하게 대꾸하는것이였다.                        범인은 일부러 얼떨떨해진 눈을 치뜨며 자기를 심문하고있는 경비책임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반문하고나서 박호철은 돌연적인 역습을 들이댔다.        그자는 흠칫 놀라더니 이어 교활한 웃음을 띠우며 어리석게도 한번 능갈친 수작을 피워보려했다.                    박호철은 방안이 쩌렁쩌렁 울리게 호통빼며 자리에서 벌컥 일어났다.    
363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9) 댓글:  조회:3237  추천:0  2014-11-27
    9     려홍의 상처는 재빨리 회복되여갔다. 침상에 누워있지 않은지는 벌서 오래고 그자신이 마당을 사이두고 9호 외과병실과 마주하고있는 처치실에 가서 붕대를 풀고 약을 갈아대군했다. 그 일을 어떤 때는 녀간호원이 해주었고 어떤때는 남간호원이 해주었다. 의사들은 모두가 매일 바삐 서둘렀다. 려홍이가 황숙금을 못본지도 며칠된다. 닷새전인가 어쩌다 처치실에서 그를 피뜩 만났었는데 그는 려홍의 상처가 거진 완쾌되는것을 보고        라고 간단히 말하고는 총망히 나가버렸던 것이다. 려홍이는 좀 섭섭한 감이 나긴 했어도 그건 황주임이 등한해진 탓이 아니고 사업이 몹시 븐망해졌기때문이기에 리해할수 있는 일이였다.    듣자니 난민들이 시내로 쓸어들고있기에 시정부는 그들을 미처 받아내지 못할 지경이고 황숙금주임은 새로 설치한 의 일까지 겸해서 맡다나니 일신량력으로 동분서주한다는 것이였다.    병원에 있는 성이 장가라는 중국젊은이가 하는 말이 황숙금은 려홍이를 병원에다 그냥 눌러둘 뜻인것 같다는 것이였다. 감사한 일이긴하지만 려홍이는 병원에 남아 있고푼 마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여기서 할 일이 무엇인가? 뼈다구에 피가 한동이씩 개핀 녀석이 멀쩡하게 남의 뒤수습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낸단말인가? 금록이를 찾아가 이 일을 말하고 그와 함께 시경비대로 가서 그곳에 있는 그 라던 사람을 만나볼 생각이 간절할 뿐이였다. 그래서 어제 박금록이를 만나러 걸어서 시교에 있는 발전소까지 가보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버렸다. 악당들이 남으로 나가던 짐차를 정복하여 화물들을 략탈해 간 후 차가 여러날을 통할수 없었기에 발전소로동자들이 동원하여 철길을 수건하러 갓기 때문이였다.    그곳으로 한번 다녀오는데 다리품을 착실히 팔아야 하였기에 려홍이는 래일 다시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아무데도 나가지 않았다.    오전 10시쯤되여 완전무장한 시경비대전사들이 느닷없이 자동차를 타고 달려와서 거의 숨져가는 중상자 둘과 다리부러진 사람 하나를 병원에 얼른 맡겨놓고 돌아갔다. 의사와 간호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느라고 분주히 돌아쳤다.    부상자들은 시운수대의 직원과 로동자들이였다. 오늘아침에 도시에서 동남쪽으로 200여리 상거해있는 지점으로 짐실으러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중도에서 매복했던 악당들을 만났는데 운전수를 비롯한 세사람이 당장에서 죽고 차를 빼앗겼다는 것이였다.    다리부러진 사람이 9호 외과병실에 입원한 탓으로 려홍이는 그를 면목익히게 되었는데 그는 보매 억센 중국로동자였다. 수술이 끝나 부러진 디리에 판자를 대고 붕대를 팅팅 감은 그는 진통되지 않아 오래도록 신음소리를 내더니 한잠자고나서야 즘즘해졌다.        그가 자기를 걱정스레 보고있는 려홍에게 말을 건늬기까지 했다.        려홍이는 그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면서 측은히 물었다. 그 중국로동자는 묻는 말에 대답이 없다가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이 부르르 떠는 입술을 고통스레 깨물면서 악당들을 급살이나 맞으라고 저주했다.        려홍이도 자기 감정을 토로했다.            부상자는 아픔을 참느라고 그러는지 격분해서 그러는지 입술을 다시금 피날지경으로 깨물었다.        려홍이는 갖은 방법으로 그를 위로해주고싶었다.    저녁해가 설핏할 때 금록이가 찾아왔다.        이렇게 묻고나서 금록이는 뒤를 덧붙였다.        사실 려홍이도 그럴 마음이였다. 그래서 그를 따라 정원에 오자 그록이는 악당들이 끊어놓은 철길을 수리하던 이야기를 했다.    육중한 기관차대가리가 탈선하는바람에 뒤에 딸린 바곤들이 서로 맞쪼으면서 철길아래로 나딩군것이 보기조차 한심하더라는 것이다. 그런것을 수천명이 달려들어 기계로 뜨고 움직여서 겨우 정거장까지 가져왓다고 하며 철길도 원모양대로 수리해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모두들 철로호위대가 든든치 못하다고 떠들면서 어떤 사람들은 비도들의 만행에 격분해서 그 장소에서 이제 철로경위병을 더 모집하면 자기를 넣어달라고 탄원까지 했다는 것이였다.    피만민들을 한군데 가두고 물건을 털어낸다, 대낮에 사람죽이고 자동차를 빼앗아간다, 지어는 기차까지 전복하고 략탈한다... 이루 헤아릴수 없는 무시무시한 끔찍스런 일들이 날에 날마다 꼬리물고있으니 악당들이 저지르고있는 그 죄악적행위는 천만백성들의 한결같은 증오와 격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몇백 몇천의 손창유가 있고 손자량이 있고 장삼이 있고 리경광이 있으며 백납먹은 자에다 털보, 게뚜더기, 곰보가 있다. 그러니 려홍이 혼자서만도 익슥히 알거나 친히 눈으로 보아 알고있는 마적, 한간, 불한당만 해도 이같이 적지 않은데 이 세상에 어두귀면지졸같은 도적놈, 건달, 사기군과 협잡군, 강도와 살인백정들은 또 얼마나 많을것인가? 이런자들이 하나,둘 짝패를 짓고 그 짝패가 합쳐 무리를 짓고 그 무리들이 또 합쳐서 집단이 되고있다. 악당ㅡ 비적들, 이름만들어도 흉악한 이리떼를 련상케 한다....        금록이가 갑자기 놀란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프렸다.        려홍이도 굳어진 얼굴로 귀를 강구었다.    처음엔 정거장에서 나는 기차고동소리였는데 뒤이어 들려온것은 총소리같았다. 웬 일인지 몇초간은 아무 소리도 없더니 어데선가 갑자기 기관총소리가 콩볶듯 나기 시작했다.        려홍이는 그 어떤 강한 충격에 갑작스레 올리튀는 용수철마냥 벌떡 일어나면서 웨쳤다.    이때 벌써 의사와 간호원들은 밖으로 뛰여나오고 있었다. 병자들더러 까딱말고 집안에 있으라는 명령소리, 누군가를 찾고있는 다급한 부름소리, 게다가 수직인원이 개까지 악패듯 짖어서 병원뜨락은 갑자기 소란해졌다.        려홍이는 어쩌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이때 간호원 한명이 달려오더니 려홍이한테 아무런 지시도 없이 병실로 들어갔다가 인차 도로 나와 어디론가 급히 뛰여가버렸다.    의사와 간호원들이 손에 총을 잡고 한군데 모이더니 대문쪽으로 달려갔다. 외과의사가 모두를 지휘하고있는데 그들의 행동은 놀랄 정도로 민첩했다.        면목을 익혀둔 중국간호원 쑈장이 총 한자루를 들고 달려오더니 그것을 려홍에게 주고 금록이보고 따라오라해놓고 어디론가 날파람나게 달려갔다.    려홍이는 의사와 간호원들이 지키고있는 대문가로 갔다. 이 병원에서 어느새 벌써 반격준비를 다해놓고있음에 실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총소리가 끊지 않고 그냥났다. 정거장구역너머 거의 시내중심에 이르는 한 거리에서 싸움이 벌어진 모양이였다.    손에 짧은 기병총을 들고 땀벌창이 되어 달려온 시경비대의 련락병은 여기서 쫓겨갔던 안장코가 마병과 보병합쳐 500여명을 휘동해서 시내를 갑자기 들이치고있다고 알렸다.    외과의사는 놀라거나 덤비는 기색도 없이 보통때의 음조에다 약간 비웃음을 섞어 말하고는 겁을 집어먹은 행인들이 정신없이 들고뛰고 헤덤비면서 숨어버린 휑뎅그렁해진 거리쪽에 눈총을 쏘았다.    려홍이가 유저를 절컥거리며 간단히 무기조법을 익히고있을 때 시내로 들어갔던 한무리의 비도들이 밀려나왔다. 구석진 이곳에서 어물거리는 꼴을 보니 흩어진 대오를 수습해가지고 다시들어칠 잡도리임에 틀림없었다.    그자들이 황황히, 그러면서도 완강하게 맞불질해대면서 어둠이 깃들고있는 병원가까이로 바투 접근해 왔을 때 사격명령이 떨어져 뒤통수를 잔뜩 노리고있던 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고 아주 가까운데서 날아온 수류탄들이 놈들의 무리속에 떨어져 비도들은 더욱 비참한 혼란에 빠져버렸다. 어느 거리에선가 쫓겨온 마병들이 혼란에 빠진 자기 편 무리를 뀌뚫고 달아나버리자 포위에 빠진줄알고 아우성치던 놈들이 필사적으로 사격구를 빠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죽을 놈은 죽고 달아날 놈은 달아나 전투는 째빨리 일단락을 짓고말았다.    이틑날 려홍이는 난생처음으로 겪어본 전투에 대해서 흥분해서 담론하였다. 려홍은 여럿을 둘러보며        하고 말해서 이야기꺼리를 만들었다.        누군가 묻는 말에 제꺽 중간채여        하고 한 처녀간호원이 동을 달아 모두들 폭소를 텃쳤다.    비도들을 격퇴시킨 환락속에서, 가시덛힌 비웃음도 조롱도 아닌 우스개소리였지만 려홍이는 그만 얼굴에 모닥불을 끼얹는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길할, 등신같은게 치마입은 여자만도 못했으니 원!)    급작스레 발생했다가 급작스레 종말지은 접전이여서 그것이 처음에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가 후에는 흥분과 가지가지 잡다한 의론속에 휘몰아넣었다. 시경비대를 절찬하는 말이 대단했다. 렬세하다고 보아온 시경비대가 악착스런 보복자들의 돌연습격을 분쇄해버린것이 대단한 영웅적행위로 말밥에 올랐다.    시경비대에서는 이번 반격전의 전과를 조사보도하였다. 빼앗은 말이 30여필이고 살상한 비도가 근 백명에 달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니 5분의 1이 섬렬된 셈이였다.    안장코는 시경비대를 만만히 보고 서뿔리 덤벼들었다가 어쩌지도못하고 붙잡히우고말았다. 만용과 잔인으로써 광포해진 이 마적출신은 병사를 1천명 달라고 사정햇건만 절반밖에 주지 않은 사문동을 죽어라고 욕했다. 예산대러 1천명만 거느리고왔더면 패배당하지는 않았을게고 아직은 방비도 든든치못한 이 도시를 손안에 넣엇을 것이다. 그랬더면 오늘아침쯤은 벌써 아르금시의 새시장은 고 아무개라고 선포하지 않았겠는가. (안장코는 성명이 고현발이였다.) 이제 이 안장코의 신세가 정말 자기 코처럼 납작하게 되었구나 하고 안장코는 분해서 창자마저 끊어질것 같은 비탄에 빠지고말았다.    사문동은 허풍떠느라고 5천명보안대를 조직했다고 요언을 펼친것이지 기실은 이제 겨우 1천 5백여명밖에 끌어모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것을 안장코가 1천명이나 요구했으니 들어줄 리가 없었다. 먼저 500명을 주어 집적거려보게 하고 장차 준비되는 것으로 보아 자기가 직접 출마해서 도시를 공점하여 발을 튼튼히 붙일 생각이였던 것이다. 사문동은 자기가 이름지은 를 5천명이 아니고 5만명도 아니라 50만명으로 되게 만들어 장차 온 북만, 나아가서는 온 동북을 한번 통치해보자는 야심을 품고있었다. 시민들은 사문동의 졸개이며 이번에 공포와 불안을 가져다 준 장본인인 안장코를 붙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물짝인가 보았으면 하고 갈망했다.        황숙금을 만나지 못해 사정도 애기하지 못하고 그저 의사와 간호원들에게만 진심어린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온 려홍이는 금록이와 함께 시경비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싸움도 보복도 개인과 개인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집단과 저 집단간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몸을 커다란 집단속에 넣어야만 그것을 해낼수 있을것 같게 믿어졌다. 실로 다른 방법은 없어보였다. 그리하여 려홍이는 먼저 경비대에 들어가서 복수할 기회나 방법을 찾자고 마음먹었다.        금록이가 하는 말이였다.        그는 연길에 외삼촌이 있다고했다. 몇해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한분만을 모시고 살아온 금록이는 일찌감치 어머니를 그곳에 피난시켜놓고 려홍이와 함께 지내자고 벌서 세 번이나 곱씹고있는 판이였다. 유별나게 소란스러운 이곳 북만의 형세를 고려해서는 그렇게 하는것도 랑패없을것 같았다.              어느새 시경비대가 자리밥고있는 거리에 이르렀다. 어제 여기서는 안장코도배와 일장격전이 붙었으므로 싸운흔적이 뚜렷하게 눈에 띄였다. 길량켠 층집의 유리창들이 깨졋고 어떤 지붕은 기와장들이 반남아 없어져버렸다. 지붕꼭대기에서 기와장까지 내려뿌리며 싸웠던 모양이다. 거리에 지저분히 널렸던 비도들의 시체는 벌써 다 치워버렸고 지금은 가두주민들이 거리바닥에 널린 깨진 기와장이며 벽돌장이며를 수습하며 청소를 하고있었는데 장난꾸러기아이들은 탄알깍지를 줏느라고 뛰여다니며 떠들어댔다.    중국아낙네들이 어제저녘때 싸움이 붙는통에 혼빵나던 일을 이제와서는 즐거운 회상거리로 삼고 얘기를 하고있었다.            깨진 기와장가운데서도 쓸게있는가고 큰것을 고르고있던 아낙네가 남의 말끝을 잡고 원망섞인 소리를 했다. 그저자 앞이빠진 늙수그레한 아낙네가 그의 말을 분질러버렸다.        이때 저쪽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몰켜다니며 버쩍 떠드는 소리가 났다. 려홍이와 금록이도 걸음을 멈추고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저기 시경비대쪽으로부터 뒤짐을 단단히 묶은 사람 하나를 어디론가 압송하고있었다.    묶이운자는 초리 짧은 흰머리가 마치 고슴도치바늘모양으로 빳빳이 일어서고 상판이 네모지게 생긴 나먹은 두상이였는데 사람들은                하고 소리치고 욕질하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시경비대사령부는 벽에 누른색나는 장방형의 사기를 박은 2층집이였다.            한길되는 벽돌담밑을 걸으면서 두 청년은 기분좋게 주고받았다. 어느덧 대문가에 이르렀다.        팔에 붉은완장을 낀 보초병이 버럭 소리를 쳤다. 그의 찌르는듯한 시선이 몸을 재빨리 훑었고 억센 손에 틀어쥔 무시무시한 총끝은 두 젊은이쪽으로 향했다.        금록이가 자주 깜박거리는 눈으로 총끝을 보면서 급하게 떠듬거렸다.            금록이가 우물거리며 미처 대답못하기에 려홍이가 한발 나서며 말햇더니 보초병은 미간을 찌프렸다가 도로 펴며 어처구니없는지 피식 웃고말았다.            려홍이가 약이 올랐을 때 처럼 얼굴을 붉히며 변명도 하고 해석도 했다. 그랬더니 보초병은 총끝을 숙이고 한걸음 다가서면서, 그러나 몹시 경계하는 예리한 눈길로        하고 물었다가 인차 양보없는 쌀쌀한 어투로 명령했다.            려홍이는 밸이 꼬여나서 이사이러 침을 찍 갈기며 두덜거렸다. 그랬더니 조선말을 알아듣지 못한 보초병은 험상한 표정으로 당장 무슨 요정을 낼듯이 쏘아보는것이였다.        금록이가 제꺽 나서서 푸푸거리는 려홍이의 잔등을 밀었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 려홍이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실로 보초병이 그렇게까지 엄하게 단속하고 들여놓지 않을줄은 몰랐다. 물론 금방싸우고난 뒤끝이여서 형세가 복잡하니 경계가 심한것도 있겠지만 그러나 보초병이 지내 사람도 가려봄이 없이 의심하고 믿어주지 않는게 일면 서운하였다.    (내같은 인간은 만나볼수도 없는 높은인물이란말인가?)    눈물겨운 고난사로 가득찬 이 청년에게 숭엄한 감정의 불씨를 숨어주고 걸어나갈 훤한 앞길을 가리켜줄 그 어였한 영상이 눈앞에 우렷이 떠오르지만 어쩐지 그와 자기와의 사이에는 무너뜨릴수 없는 장벽이 가로막혀서 쉬이 만나긴 힘들것 같은 생각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이틑날도 가보았더니 다른 보토병도 역시 들여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지치고 락심해서 다시 돌아오는수밖에 없었다.    (이려홍이가 그래 정말 그분을 만나보지 못하고만단말인가?)    화가 뒤번지는 려홍의 가슴속에서는 그 어떤 엄혹한 시련도 이겨내면서 무자비한 복수를 하고야말리라는 맹세만이 굳어져갔다.    드팀없는 계절은 도시에서도 자기의 빛이 짙어가게했다. 잎이 노랗게 단풍들고있는 가로수들을 보면서 려홍이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가슴아픈 추억을 다시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저으며 애를 썼다.    금록이가 다니는 화력발전소는 유유히 흐르는 송화강남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가남쪽에 있는 정거장으로부터 도시주위를 활등모양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뻗어들어온 철도가 그 발전소의 허여스름한 벽밑까지 닿았는데 레루장을 울리면서 가끔 검은 기관차대가리가 무개차바곤을 끌고 미끌듯 달려와서는 석탄을 부리워놓고 돌아가군 했다.    철길너머에는 아직 한번도 손길이 닿지 않은 일망무제한 초원이 펼쳐져있었다. 금록이가 출근할 때면 려홍이는 말을 끌고 이 초원에 와서 풀을 뜯기군했다. 말은 려홍이가 입원한 새에 내내 금록이가 거두어왔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려홍이는 말을 처리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내내 이렇게 한가로이 풀을 뜯기며 세월을 보낼수도 없는 일이고 더욱이 하루속히 어깨에 총을 메고 복수전에 나서려는 이즈막에 와서는 몹시 거치장스럽게 여겨졌기때문이였다. 그래서 금록이와 상의했더니 금록이도 말을 항승병원에 넘겨주는데 찬성해나섰다.    이틑날은 일요일이였는데 날씨도 좋았다. 금록이도 마침 이날은 쉬게 되었다. 둘은 일찍이떠나 말을 항승병원에 가져다 넘겨주었다. 그결에 오래간만에 황숙금주임을 만나보았는데 그는 여간만반가와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물론 말을 감사히 받아주었고 사례의 말로 려홍이가 퇴원할 때 한 인사말보다 곱절이나 했다. 그래서 려홍이는 금록이와 함께 한결 거뜬하고 기쁜 심정으로 돌아오게되였다.    그들은 한참을 걸어오다가 북쪽골목에서 나오는 한 교예단 행렬과 맞다들게 되었다. 알록달록 괴상한 옷을 주어입은 어리광대가 앞장을 섯는데 길가던 행인들과 람루한 옷을 걸친 애들이 이 굼뜬 행렬을 동반했다. 려홍이는 여직 이 시내에 이러한 교예단이 있는줄을 몰랐다. 아마 다른 도시에서 돈벌이하러 온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에단은 려홍이가 2년간 갇혀있었던 헌병대감옥앞을 지났다. 나팔수는 운두높은 와룡관을 헝겊으로 만들어 쓴 키크고 낯가죽이 주글주글한 사나이였는데 숨지는듯한 느린곡을 불어대다가 헌병대감옥구역을 채 벗어나지 않은 한 자그마한 골목어구에 이르러 갑자기 높고 챙챙한 곡을 바꾸어 불어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여기에다 자리잡고 한판을 벌리자는것 같았다. 북소리, 쟁쟁이소리까지 합쳐서 더욱 귀청을 쨀듯이 요란스러웠다.    금록이가 먼저 구경하고 가자고 하니 려홍이도 선듯이 응했다. 려홍이는 짐작에 교예배우들이 장소표식물로 삼을듯한 굵다란 가로수곁에 가서 기대여 섰다.    드디여 공연이 시작되였다. 눈두덩이 불룩하고 눈섶이 흰 암팡스레 생긴 령감이 나와 처음에는 그닥지 않은 요술 한가지를 피웠다. 두 번째하는건 그래도 볼만하였다. 요술쟁이는 어리광대가 주는 바늘 한줌을 받더니 그것을 입안에 넣고 꿀꺽 삼켜버렸다. 그러고나서 이번에는 빨간 색실을 얻어서 그것을 코구멍에 쑤셔넣었다. 그런 다음 손바닥으로 자기배를 대고 무지르다가 재채기를 했는데 그다음엔 손가락으로 코구멍을 뚜져 실끄트머리를  찾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색실은 코물에 젖어 나오는데 입에 넣고 삼켜버렸던 바늘이 죄다 그 색실에 꿰여져나왔다. 사람들은 경탄을 금치못하고 박수를 쳤다. 북소리, 쟁쟁이소리가 한바탕 울린다음 다른 종목이 시작되였다. 이번에는 말쑥한 젊은이가 나와서 해볓에 번쩍거리는 비수 세자루를 가지고 재주를 부렸다. 표연이 여러 가지였다. 비수 세자루를 엇바꿔가며 공중에 뿌리고 받고 하는데 그 동작이 빠르고 민첩하기 비할데 없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비수를 받아서 련거퍼뿌리는데 세자루가 모두 날아와 바로 려홍이가 기대고 서있는 나무에 한일자로 쭉 내리꽂혔다. 려홍이는 어망결에 나무에서 얼른 몸을 뗏다.    바로 이때였다. 마른 하늘에 생벼락치듯 총소리가 하고 울렸다. 그러자 나팔불던 자가 앞으로 쿡 꼬구라졌고 뒤이어 난데없는 사람들이 욱 뛰여들어 일장의 란투를 벌리면서 교예배우들을 붙잡기 시작했다.    방금 재롱부리던 자가 자기를 붙잡으려는 사람과 부둥켜안고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처음에는 깔리웠댔으나 이번에는 대방을 올라타고 앉아 악을 써가며 목을 죄이는데 순간 려홍이는 깔리운 젊은이를 알아보고 초풍할만큼 놀랬다.    전날 경비대사령부문을 지키던 그 보초병이였던 것이다. 교예배우는 뛰쳐일어나더니 손을 뻗쳐 비수자루를 쥐려했다. 이 찰나에 려홍이는 몸을 날래게 솟구치면서 발로 그자의 턱주가리를 힘껏 올리차서 꺼꾸러뜨렸다. 그자가 얼음판에 넘어진 소처럼 눈을 까뒤집고 버둥거리는것을 누군가 재빨리 달려와 수갑을 채웠다.    교예배우들은 하나도 도망치지 못하고 죽거나 체포되였다. 도대체 웬놈들인가?... 그자들은 시내에 잠복해있은 안장코도배의 암해결사단폭도들이였는데 한바탕 크게 소동을 벌려 갇혀있는 저들의 상전을 빼내여 도망칠 잡도리였던 것이다. 이 암해결사단의 두목은 나팔수였다. 그자는 명색이 교예단인 저의 폭도무리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나팔을 불어 널려있는 폭도들을 한군데 모이게하는 한편 안장코가 전에 지어 부르던 비명곡(非命曲)곡을 부름으로써 감옥에 갇힌 안장코가 자기들의 행동계획을 알려놓고 감옥을 돌습할 타산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암해결사단은 복멸되였고 안장코는 총살당하고말았다.    려홍이는 공세운 사람으로 인정되여 시경비대사령부로 가게되였는데 거기서 바로 만나보려던 그 지휘원ㅡ 박호철을 만나 회포를 풀고 경비대에 가입하게 되었다.  
362    인생요지경(人生瑤池鏡) 댓글:  조회:3045  추천:6  2014-11-25
  인생요지경(人生瑤池鏡)    우리 여기 북경 통주의 신화련로인회를 보면 총인원이 70명을 넘어 거의 여든명에 이르고있는데 연변, 흑룡강을 비롯해서 전국 각지 여러 도시와 농촌들에서 모여들다보니 초면이요 각자 지내온 경력이 다 다르다. 하지만 그런것을 놓고 따짐이 없이 여지껏 서로 존중하면서 한집안식솔같이 어울러 지내고 있으니 시종 화기애애한 기분이다. 한데 번마다 보면 모이는 인원수는 무려 40여명좌우가 경상이다. 그러니 반수를 좀 넘길 뿐이다. 전체인원이 다 모이기는 불가능이다. 하지만 한주일에 한번씩 고정된 날자에 고정한 장소에서 드팀없이 이어지고있는 활동은 번마다 그야말로 활기에 넘치고있다. 실로 명실공히 사람마다 바라는 만년의 락원이라 하겠다! 북경의 신화련로인회가 운영이 이같이 잘되여 감에는 이 로인회를 조직하고 처음부터 10여년간 줄곧 맡아서 이끌어 온 김경덕회장을 비롯한 그 몇몇 지도팀 성원들의 사심없이 열정적인 로고와 갈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어제 활동일을 맞으면서 모임에 술한잔을 썻다. 저세상에 간 내 부인 강순희의 유언에 따른것이다. 부인은 북경에 이사와서 살아온 10년 넘는기간 로인회에 들어서부터 친구들을 많이 사귀였고 이 한 조직의 관심속에 내내 마음즐겁게 지냈길래 죽어도 잊을 수 없다면서 리별전에 두가지 유언을 남겼던 것이다. 하나는 자기를 대신해 꼭 한번 인사술을 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보고 이제는 국가당안서류들을 그만뒤지고 모택동을 그만욕하라는 것이였다.  나는 그러마고 대답했다. 나는 굴복을 모르는 배짱센 인간이다. 하길래 혹독한 세월을 넘겨 여지껏 목숨을 부지하면서 억척스레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그렇다. 나는 누가 나를 해치면 그가 누구던간에 나는 그를 원쑤로 여기고 저주할 것이다.    여기 북경에 이사오기 전이던 1998년 3월에 나는 에 올라 국가로부터 "영예증서"를 받은바있다. 너가 이제는 나라의 명인이 되었으니 그런줄을 알라면서 떼여준 증명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된 1949년 10월 1일 그날부터 1997년 8월까지 계산하고 금을 그어 대만,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대륙전반에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각 부문들을 통털어 성적이 돌출해서 공이 있는 인재들을 뽑아내여 건국이래 처음으로 되는 (상, 중, 하)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오른 총인원은 35506명이다. 그 가운데 나 이 김송죽이도 든 것이다. 전혀 꿈밖의 일이요, 너무나도 아름찬 영광이라 나는 여지껏 감히 남앞에 내놓고 자랑못하고 있다가 요즘에 와서야 그것을 로인회에 들고가 보라고 내놓았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 고회를 넘도록 살아오면서 내가 보아낸 이 인간세상은 내가 바라는것 같이 그정도 화애로운것이 아니라 한심하게도 험악했던 것이다. 초중을 졸업할 때 내가 일기책에다 써놓은 는 글귀가 문혁 때 혁명자에 의해 발각되여 대중앞에 나서서 첫투쟁받던 날 한마을에 사는, 내가 맘속으로는 제일 믿고 존경해왔던 리청룡어른이 나하고 “네가 대체 공부를 얼마했느냐?”고 묻는것이였다. 그래서 내가 곧이곧대로 초중을 다녔노라 대답했더니 그가 침을 탁 뱉으면서 하는 말인즉은 “야 이놈아, 꺽구로 들고 쪽  훑어봐야 똥물밖에 나올게 없는 주제에 네가 다 작가가돼?... 야야, 메스껍다, 메스꺼워!" 하고는 저놈을 단단히 혼내워라 했다. 하여 코빠는 애들이 새끼로 내 목을 매여 개처럼 끌고다녔던 것이다. 관속에 들어가는 사람한테라도 막말은 말라했다. 앞길이 천리같은 젊은이를 세워놓고 아무럼 어쩌면 그렇게 까지 지독하게 군단말인가? 나는 그때부터 공산당원이라면 다시봤다. 견해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세상에 제일 좋은사람이 공산당원중에 있거니와 제일무지하고 악한자도 공산당원중에 있는것이다.  물론 세월이 달라져 지금은 많이 좋아진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름놓고 락관할 수도 없는것이 인간이 붐벼대면서 살아가고있는 이 세상, 이놈의 인생요지경(人生瑤池鏡)같은 사회인 것이다. 지금도 내가 남과  나는 ‘중화인물사해’에 오른 사람이요 하거나 내가 ‘명인’이요 한다면 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가, 어떤 반영일가?   겉으로는 아 그런가 감탄하겠지만 속으로는 단통 자식이  제자랑하구있네 하거나 아니면 무슨 후춘개나발을 부는거야 하고 되려 욕을 하기가 첩경이다. 공연히 사서 말밥에 올라 씹히면서 미움사거나 사이를 버성기게 만들 필요야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와 우리 집 식솔들은 다가 여지껏 가족의 영광과 기쁨을 속으로만 간직하면서 입을 조심해 온 것이다.  그러다 나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등에 지고 오던 짐을 부리듯이 내 속을 시원히 드러내는바다.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오래살지. 요즘 만든 일대기를 내놓는다. .    作家一代記     金松竹,  男, 朝鮮族。   1940년2월 중국의 흑룡강성 화남현 복가툰에서 당악김씨 김병념의 아들로  태여나 가문의 삼대독자가  됨. 1947년11월17일: 토비숙청에 나섰던 아버지가 영평강전투에서 자기가 거느린 정찰병전원과 함께 불행히 전사. 어머니가 부대재봉소에 계속근무했기에 3년간 부친의 생전소속부대에서  군인들의 총애를 받으면서 자라남.                  1953년여름: 조선전쟁이 끝나갈무렵, 흑룡강성 화남현 팔호력 중심촌소학 5학년시절 동시 을 지어 소년간물에 발표. 난생처음 원고료를 받아 쓰면서 희열을 느낌과 동시에 문학의 묘미를 깨닫게 됨.  1954년7월: 부친의 묘지ㅡ17렬사릉원이 가까이에 있는 벌리조선중학에 입학. 재교기간 동반생 박억만, 소학시절동창 조용환이와 문우가 되여 편지형식으로 서로 련계하면서 열심히 문학을 탐구하기시작. 1957년7월: 3년간의 초중공부를 끝내고 졸업. 생활체험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생각과 쏘련작가 고리끼를 본받으면 자습으로도 능히 성공할수있다는 신심에 스스로 승학마저  포기하고 화천현 성화향에 돌아가 농사일에 종사.  8월: 본인이 소시적 부대에서 자라는기간 특공훈련을 받은 경력이 있음을 알고있은 유관부문으로부터 송화강이북 "련강구로개농장"에 경찰로 가라는 지령을 내렸으나 경찰로 되고푼 맘이 전혀없었기에 그에 불응함. 1959년8월: 본지에서 소학교편을 잡음. 마을에서 농사일하는 초학자ㅡ 김인세, 김성일과 함께 공사당위의 허락을 받고 문학쿠르쇼크를 조직. 업여로 “중국민족해방운동사”와 “문학론초고”를 학습하면서 습작을 시작. 1962년7월: 조선문판 “흑룡강일보”에 처녀작 시 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조선작가동맹위원장 리기영선생과 련계. 그의 부름에 응하여 조선에 나가 작가수업을 하려고 떠났다가 그런다면 그것이 어머님과의 영결이 될것같아 중도에서 발길을 되돌려 중국에서 계속 자학(自學)의 길을 걸음. 1962년12월: 연변에서 태여나 자랐지만 내내 한족학교에만 다녔기에 중국말에 능란한 진주강씨녀인 강순희(姜順姬)를 알게되여 결혼. 그를 종생의 반려로 삼음 1963년11월: 장남 김성해(金星海) 태여남. 1965년5월: 첫장편소설 을 씀. 원고를 할빈시조선문화관 “송화강”잡지사에 투고. 1965년10월 딸 향단이 태여남. 하지만 의사의 오진으로 3살먹던해에 아깝게 잃음. 1966년8월: 문혁(文革)시작. 나라정세가 점점 란잡해짐에 불안하여 장편소설원고를 되찾아옴.       9월에 이르러 원고를 사청때 원고료는 액외수입인데 학교에 들여놔야지      받아서 혼자쓴건 자산계급행위라고 망언을 했다가 되려 망신스레 퇴박맞은 정장송이 보복을 목적해 성화공사 교원반란 퇀을 조직하더니 보고서는 돌려주리라 거짓말을 하고 빼앗아 감.  1968년2월: 차남(次男) 김성천(金星泉)이 태여남.  그해의 8월말에 이르러 초중시절부터 써온 일기책과 습작자료 10권마저 압수당했거니와 9월에는 정장송(鄭長松)을 비롯한 혁명자악한 몇의 작간에 의해  아버지의 렬사증과 추도식사진마저 빼앗겨 찢어없어지며 공사당위의 인준하에 마을에서 “문학크루쇼크”를 조직하여 문학공부하면서 소설창작을 해온것마저 억지죄로 꾸며져 투쟁받기시작. 따라서 소설자료들을 건사해준 어머님마저 아들의 보황파로 몰려 모진구타와 비인간적인 학대를 받음. 1972년4월:  ,,, 등등 10여가지에 이르는 근본 되지도 않은 죄명으로 4년간 공사내 돌림투쟁까지 받았거니와 나중에는 현에서 열린 만인투쟁대에까지 오른 후 현감옥에 투옥. 하지만 옥고를 치르는 45일간내에 벌어진 4차의 법정변론에서 번번이 이김으로 해서 결국 무죄로 석방 됨. 집에 돌아오니 “강화발표30주년응모통지”가 기다렸기에 이틑간 쉬고나서 빼앗겨 없어진 첫장편을 비밀리에 다시쓰기시작.          1972년 7월: 장편제목을 으로 고쳐 “흑룡강신문”에 투고. 1974년 5월, 퇴자맞은 장편을 비밀리에 전부다시 수개끝냄.            6월: 소설제목을 현재의 으로 고쳐 연변인민출판사에 투고함. 1979년1월5일: 억울한 안건으로 평판되면서 드디여 인신자유와 창작자유를 완전히 되찾게 됨. 1980년 6월: 연변작가협회에 가입.            8월: 흑룡강작가협회에 가입. 1981년10월: 5차수개끝냄. 1983년 3월: 장장 18년간의 진통끝에 첫저작이 마침내 세상을 보게 됨. 1983년12월: 흑룡강작가협회 제2차 대표대회에 출석. 1984년ㅡ 연변인민방송국에서 첫장편 을 두달가량 방송.               자치주는 이 책을 전주종업원 “삼열애교육필독서(三熱愛敎育必讀圖書)”로 추천함. 1985년1월: 흑룡강성문학예술계련합회 제2차 대표대회에 출석. 1986년7월: 국가로부터 칭호를 받음. 1987년6월: 흑룡강작가협회 제3차 대표대회에 출석.          7월: 력사총서 “중국조선족이 걸어온 발자취” 과외편집작가로 초빙받아 한동안          민족력사자료수집과 연구에 몰두 함. 1987년9월: 中國社會科學院 當代文學硏究所에서 본인의 작가당안건립.         첫장편소설과 함께 전부의 초고들을 당안고에 입고. 1988년9월: 수년간 교편을 잡아오던 화천조선중학에서 퇴직하고 창작에 정진.         10월: 佳木斯市에서 “優秀作家”영예를 수여함.         11월: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에 가입. 1992년8월: 북경에서 열린 전국소수민족작가 제1차필회에 초청참가.           중국작가협회에 가입.           (소개인 조선족시인 金哲, 만족시인 中流.) 1998년3월: 사적이                                                                                                                        등 여러사전에 수록되면서 略歷이 (당  대 문화권)에 올라 “영예증서(榮譽證書)”를 받음. 2000년 1월: 南京 中山文學院에서 客座敎授로 초빙했으나 본인이 한어지식 구술능력이 부족함에                   통감하여 스스로 그에 불응함. 2003년11월: 국제펜클럽에 가입(총부 런던)   지금껏ㅡ  소설, 시, 수필, 에세이 등 500여편(수) 창작 발표. 중편소설 (1987. 연변인민출판사) 장편소설 (1983. 연변인민출판사) 장편전기 (1994.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장편소설 (2008년. 민족출판사)출간 대하력사소설 3부작 조글로 인터넷에 발표. 련재및    수상정황:              아동중편소설 ㅡ 1987년도 길림성우수도서.              장편전기 ㅡ 1994년도 흑룡강성 우수도서.              수필 , , .              단편소설 등이 우수상.              중편소설 이 국제펜클럽한국본회주최 제4회 한국해외동포창작문학  우수상. 본소설은 2001, 11. 에 발표된 후 국제펜큽럽 한국본부의 에 다시 등재 됨.   2014년 6월 30일가정에 액운이 떨어짐:                문학의 길에 올라선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정총목을 짊어지고 한생을                분투해온 부인이 오랜 병환 끝에 타계. 향년 73세.                 성공한 남자뒤에는 그를 받들어 세워준 성스러운 녀인이 있었다!                위대한 조국이 있기에 성공하는 내가 있다!                          
361    시 내앞에서 별이빛나 댓글:  조회:1995  추천:4  2014-11-11
  시  내앞에서 별이빛나                김송죽 나는 반생을 달려왔다 인생종점은 어디? 꼬부라진 의문부호 앞에 던지고 나는 다시 신들메조인다。   내 심장에서 설설 끓는 피 동토대의 천년설도 녹이거니 천산만악이 그냥 앞을 막아도 나는 가리라 내가 갈길을。   얼음같이 차가운 랭소  엄한보다 혹독한 인정 무슨 맛이면 보지 않았으랴 담즙같이 쓰거운 나의 생로。   하지만 내 앞에서 별이 빛나 마음은 하냥 희망속에 웃어 용기는 장엄한 맹세 이루더라 용사답게 살다 죽으리라는。   오 그때가 되면 내 한몸 한줌의 재로 되어도 내 이름도 류성으로 남을가 태공을 가르는 빛이 되어!   (1988. 1. 16 > 진달래)
360    에세이 나의 영탄곡 댓글:  조회:2999  추천:1  2014-10-05
                            나의 영탄곡                       김송죽      나는 신세고친 사람이다! 지금은 집에 들어앉아 식솔들에게 지극히 떠받들리우면서 지겹고 즐겁게 글만 써먹고 살아가는 로 되었다. 조금만 필을 쉬여도 마누라는 눈이 상큼해가지고 따지면서 독촉이다.        얼마나 고마운 감독인가! 전에야 언제? 글을 쓴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며 불며 빌면서 야단쳤던 불쌍한 마누라가 아니였던가? 그러던것이 지금은 180°로 앵돌아져 몰라보게 변했다. 발벗고 지지하면서 엄한 감독인으로, 자아희생적인 보호자로 나서고있으니. 무엇때문일가? 이 남편을 세계문호로 되라고? 아니다. 마누라는 남편이 그런 감이 아니라는것을 잘알고 있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서 푼전한잎이라도 더 벌어들이라고, 그래야 숨쉬고 살아갈수 있다고 그러는 거다. 마누라가 이제는 내가 글을 한쪼박써도 그것이 돈으로 변하는줄을 아는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하게 배운 상품의식인가!    시대는 사람을 이렇게 계몽시켰다.    돈! 돈! 그놈의 개도 안먹는 돈 때문에 찌들어가는 살림이다. 전에야 어디 이랬던가. 개구리나 두꺼비나 올챙일적엔 어슷비슷 하듯이 너나 나나 세상사람 사는것이 다 이렇거니 자족자만에 얼리워 살면서도 어리석을지경 무지했다만 지금은 아주 달라진 세상이다. 앞다투어 부자가 생기고 못살면 그걸 수치로 알때다. 그래서 욕심도 생기고 승벽도 생기는건데 30년가까운 훈장노릇에 남은것이란 무엇이였던가? 처세를 모르는 고지식한 마음치례에 철필이나 놀리는 그 재간 하나뿐, 그러니 이런 주제에 어디가서 남들처럼 돈을 벌어 잘살아본단말인가. 여기저기 뛰여다녀도봤지만 어두운 밤 바람벽에 코방아찧는 재간뿐이다. 나같은 무재간둥이는 고스란히 제 본분이나 지키며 사는것이 상책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되돌아든게 바로 문학이다. 자신의 지향과 열정과 생명을 다 바쳐야만 하는, 오로지 그래야만 스스로의 존재가 있게 될 이 길을 나는 꾸역꾸역 걸어가고있다. 톺아오르고 있다.    나는 내 앞에 닥다들인 경제난을 타개해보려고 버둥질을 친다. 진짜 인간수업이다. 작가는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와 글을 쓴다지만 딱 그런게 아니다. 나는 지금 핍박에 못이겨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말았다. 그래서 해이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쉬임없이 필을 놀린다. 내 머리역시 하루도 쉬임없이 발동이 걸려있다. 그래서 한편, 두편 글이 나오고 한권, 두권 책이 만들어진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기쁜일이 어디 있으랴. 나는 지금 마음껏 글을 쓰고있는 자유인이다. 비록 살림살이는 궁색할망정 스스로 감미로운 향수에 젖어 흡족하게 살아가고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좋다.    그런데 나를 가난하다고 걱정하고 비웃으며 돌아서라고 권고하는 부자가 있으니 나는 그런 사람이 더 가엽어보인다. 한번은 돈푼깨나 벌었다는 부자가 시물시물 웃으면서 나보고 물는것이였다.                그러면서 한잔 낼테니 자기를 좀 신문에 내여줄수 없겠느냐고 슬쩍 사정한다. 불어달라는거다. 나는 어처구니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뭐 내글을 눅거리 장난으로 봤던가? 무대아래에서 배우의 연기를 기분좋게 보면서도 그 배우를 놓고 입이 째지게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역시 인간의 변태적심리가 아닐가.    인간사회 그 자체가 제나름으로 제멋에 겨워 사는 인간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졌는바 나도 그저 이 세상을 내나름대로 보고 분석할 따름이다.    돈이 좋기는하다. 그래서 권력으로 돈을 바꾸기도 돈으로 권력을 사기도한다. 인심을 사고 롱락도 한다. 법도 무력해질때가 있다. 백성들앞에서는 지도자답게 너그러운 웃음을 띠우던 들도 번쩍이는 황금에 느침을 흘리다가 그만 포로가 되어버린다.    공정이란 어디로 갔느냐? 면목이 없으면 돈이 있든지 돈이 없으면 권리가 있든지. 아무튼 그중 한가지는 있어야 어려움이 풀리는 세월인가.    이 인간세상을 큰 무대라 한다면 천천만만의 사람마다가 제마끔 인생극을 놀고 있는 배우인데 나는 그것을 즐겁게 보고있는 관중이다. 돈한푼 안들이고도 볼수있는 재미있는 극이다. 이보다 더 희한한 구경꺼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싶다. 나는 구경한 그 감상을 글로 적어보군한다. 그런 재미에 속아 산다.      오늘도 마누라는 잔치부조할 돈이 없다고 바가지를 긁는다. 허참, 그래서 나는 또 필을 잡는다, 몇글자 긁적거려보려고.                                   1990, 4. 12      
359    에세이 일기 한구절이 몰아다 준 화와 복 댓글:  조회:3899  추천:14  2014-09-03
  에세이 일기 한구절이 몰아다 준 화와 복  문혁(文革)때의 일이다. 다보고는 본인한테 꼭 돌려주리라 거짓말을 하고 나의 일기책들을 몽땅 거둬간 장동화는 거기 어디엔가  라고 써놓은 글귀를 발견하고는 여득만금모양 기뻐하면서 “됐다 됐어, 이 하나만도 얼마든 때려엎을만한 죄증(罪證)이 되는거야!” 하면서 손벽을 쳤다고 한다. 그의 해석인즉은 내가 써놓은 그것이 바로 단단히 비판받아야 할 자산계급개인명예사상이고 강령(綱領)이니까 반동이라는 것이였다. 나 이 김송죽이가 세상에다 자기의 이름을 남기자는 목적에서 문학을 하는 것이기에 사상이 근본 철두철미한 반동이니 견결히 때려엎어야한다는 것이였다. 작가로 절대되지 못하게 콱 밟아 납작하게 만들워놔야한다는 것이였다. 한데 지천이 도왔는지 하느님이 도왔는지 나는 명이 길어  죽지 않고 범이 죽어 껍지를 남기듯 끝끝내 내 뜻을 이루고야말았다.   金松竹,    1940年2月1日生. 朝鮮族.  筆名雪松. 黑龍江人. 曾爲黑龍江省樺川縣朝鮮族中學敎師.  中國藝術硏究院文化藝術市場硏究中心調硏員,  中國作家協會會員. 1959年参加教育工作. 1988年退休. 祖父金石吉是30年代初从朝鲜迂回中国东北的一名有爱国之心的独立运动者, 父亲也是为民族独立和东北解放而牺牲的革命烈士.儿童时代曾为战士们喂马和战士们一起学唱歌,学文化,为把革命烈士的业績传诸后代, 走上文学创作道路. 主要成果:  1962年开始写作, 处女作是诗 . 先后發表小說, 詩歌, 散文 100余篇. 出版有長篇小說 , 中篇小說 , 長篇傳記文學 . 另外 , , , 等詩和小說被輯入 . , , 等. 中篇小說 , 長篇傳記文學 分獲吉林和黑龍江省優秀圖書狀.  1986年被授予優秀自學成才者稱號.  事迹被收入  ,                          來源: (當代文化卷)                          榮譽證書  1998 年 3月 2日. 살아 세상에다 이름남겨도 죄가 되는가?  갖은 악한 짓 다하고도 "난 당신한테 미안할게 하나도 없어, 쏸장을 하겠거든 모택동하고 하라구" 하는 뻔뻔스런 녀석, 칼탕을 쳐버려도 시원치 않을  사이비 빨갱이혁명자ㅡ 시궁창에 바라다니는 부덕쥐 장동화가 나를 분발시켰음에 감사드려야겠다. 아무때건 이제 보상이 내릴것이니 기다려라.    내앞에서 당장 꼭괭이를 들고 렬사릉원에 가서 백골이 진토되였을 모를 파버리겠다며 날뛰던 깍다귀들의 추태를 지금도 보는것 같다.  바지에 똥싸고 핥기나 할 혁명자들!。。。。
358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8) 댓글:  조회:3097  추천:1  2014-08-24
   8.    잠을 채 깨지 못한 려홍이는 몽롱한 의식속에서 두사람이 자기를 놓고 하는 말을 어슴프레 들었다.            남성의 조용한 말소리에 뒤이어 녀성의 맑고 정중한 대답소리였다.                녀성의 목소리가 잠시 끊어졌다가 다시이어졌다.            문소리가 나더니 그들의 말소리는 사라졌다.    려홍이는 병적인 민감성을 갖고 눈을 번쩍 떴다. 방안에는 의연히 자기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바깥 먼거리로부터 소리가 가담가담 들려올뿐 방안은 그가 잠들기전과 다름없이 한적하였다.    (내가 꿈을 꾸었는가? 아니 그런거 같진 않은데...)    이곳은 시내중심에서 좀 떨어진 단층집 이였다. 본래는 일본관동군의 수비대병원자리였는데 항일련군 모 부대 부상병치료소가 광복후 간판을 뜯어바꾸고 여기에다 자리를 잡았다.    려홍이는 박금록이와 함께 어제밤 9시경에야 이 병원을 찾아냇다...    밖에서 갑자기 여러사람의 발자취소리가 나더니 이러 문이 활짝 열렸다. 한 사람이 담가에 들려 들어왔다. 적막하던 방안은 갑자기 분주해났다. 사람들은 담가에 들려 들어온 사람을 려홍이가 누운 맞은켠에 있는 빈 침대우에 눕혔다. 그는 중년의 한족사나이였는데 숨이 진것처럼 신음소리도 내지 못했다. 어제밤에 려홍이의 상처를 수술했던 의사가 손수 그의 웃옷을 벗기고 상처를 검사하더니 머리를 저었다.    부상자는 시내에 방금 조직된 어느 한 사회단체의 요인인데 시정부에서조직한 시내의 각계각층 대표회의에 참석했다가 늦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으슥한 골목에서 불시에 달려드는 신분모를 자객의 칼에 찍혔다는 것이였다. 그의 목과 어깨뼈사이 움푹하게 들어간 들어간 곳에 생긴 칼자리에서 나오는 피가 온몸을 랑자하게 적셨으니 과연 살아날 가망은 보이지 않앗다...    의사의 판단이 옳았다. 부상자는 울음에 지쳐 사설하는 안해와 자식들의 애타는 부름소리를 종시 알아듣지 못한채 밤이 지나자 죽어버렸다.    시체는 인차 나갓고 그가 누웠던 침대도 정리했다. 그러고나서야 외과의사는 짬이 생겨 려홍이를 다시볼수 있었다.            그의 음성이 너무도 부드럽고 살뜰해서 려홍이는 목구멍으로 뜨거운 무엇이 욱 올라와 말을 더 잊지 못했다. 그러면서 눈뿌리도 금시 뜨더워났다.    이마가 벗겨지고 살결적은 얼굴에 근엄한 기색이 어린 나이 지긋한 의사는 감은 붕대를 조심스레 풀고 약을 갈아댔다.    려홍이는 깨끗한 새 붕대로 상처를 다시 감아주고있는 그의 침착하고도 숙련된 솜씨를 보면서 전번날 말을 탐내던 안경쟁이의사가 빡빡한 가제로 아픈 상처를 건드려놓던 일을 상기했다. 지금 치료해주고있는 이 의사와 비해보면 말이 좋게 자선사업하는 의사이지 그한테서 자선심이라고는 꼬물만치도 찾아볼수 없는 날부란당이 아닌가...    항승병원의 의사는 상처가 다 낳을때까지 조급해말고 치료받아야한다면서 붕대를 맘대로 풀지 말라고 이른후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려홍이는 어제 흐릿한 잠속에서 들었던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깬 다음 다시보자고 말한 사람은 분명 저 외과의사일것이다. 저쪽 한사람은 누구일가? 녀성인데 의사는 그보고 황주임이라 했었다. 그러고보면 이 병원의 책임자는 남성이 아니고 녀성인모양이였다. 어떻게 생긴 녀성일가?... 어깨를 수술할 땐 사람이 여럿있었다. 흰 위생복걸친 녀성만도 셋이나되였는데 그중에서 어느 녀성이 황주임일가?...    아직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황주임의 영상을 눈앞에 그려보는 려홍이로서는 이 병원에 조선족의사와 간호원들이 적지 않음에 각별한 정감을 느꼈다.    아침햇살이 커다란 유리창으로 비쳐들어와 조용한 방안에는 광명이 차고넘쳤다. 아침식사를 끝낸지 얼마안되여 나이 40살가까이 되어보이는 녀성이 들어왔다. 보통키에 몸은 약간 실한 편인데 산듯한 위생복을 정갈하게 입어 한결 정숙해보이는 부녀였다. 려홍이는 머리를 틀어얹지도 땋지도 않고 단발비슷이 잘랐지만 그의 너그럽고 조용한 얼굴표정이라든가 몸가짐을 봐서 틀림없이 부녀일것이라고 짐작했다. 려홍이의 상처를 수술할 때도 아마 참견한 녀인같았다. 팔을 함부로 움직일가봐 꼭 붙잡아주던 그 녀성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려홍의 침대가로 다가오더니 진통이 어떤가고 묻고는 붕대감은 우로 어깨를 만져보는것이였다. 그의 살뜰한 손끝에서 지꿎은 아품은 풀이 죽어 달아나버리고마는것 같아서 려홍이는 한결 기분이 좋았다.            녀성은 움직이는 려홍이를 두손으로 눌러눕히고나서 자기 이마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조용히 위생모속에 쓸어넣었다. 마치도 제 아우를 핀잔하듯이 하는 그녀의 애무에 푹 잠긴 타리름에 수삽스러운 생각이 든 려홍이는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그 녀성은 다지 않고 얼굴에 웃음을 짓더니 의자를 끌어다 침대가까이에 앉았다.        (남의 속을 어쩌면 저리두 신통히 알가?... )    려홍이는 당황해났다. 그의 맑고 예리한 눈이 자기의 배속까지 들여다보는것만 같아서였다.    한편 녀성은 자기가 한 말이 대방을 안심시키기보다 흥분케하고 더욱 송구스럽게 만든것 같아서 한참이나 묵묵했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려홍이는 선듯 대답못하고 우물우물하다가 동생이라고 제걱 주어섬겼다.        녀성은 무엇을 캐물으려다 그만두고 한결 맑아진 음성으로 말을 잇달았다.        려홍이는 가슴속에서 소란한 바람이 일어난것 같아서 어떻게 무어라 말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의 말은 입원자보호인으로 나선 발전소로동자의 믿는다는 뜻임이 분명한게고...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만 캐물으려는 것일가?... 조용하면서도 틀잡히고 집요한 어투에서 려홍이는 스스로 그 어떤 위압적인 감을 느끼면서 이 녀성이 위생복을 입긴했어도 보통의사도 간호원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피뜩 들었다.    (이 부녀가 황주임일지도 몰라. 황주임이 옳으면 어떻게 할가?... 나는 도망쳐온 사람이다. 자꾸 캐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가?... 하지만 난 나쁜놈아닌이상 캐묻겠거든 캐물으라지.)    려홍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속으로 이제 신분을 더 캐묻는다면 자기는 오직 원쑤를 갚기 위해서 살고있으며 그래서 떠돌이다니는 라고 대답하리라 마음먹었다. 헌데 그는 이번에도 려홍이늬 이같은 내심을 빤히 헤아려보듯이 슬쩍 눈저울질하더니 화제는 다른데로 돌렸다.                그는 낯을 붉히는 총각을 앞에 놓고 유쾌하게 웃었다. 려홍이는 무망간에 얼굴을 돌렸다. 혜옥이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언제가면 또다시 만나게될런지 실로 가슴아픈 리별이였다.    녀성은 한결 심각해진 낯색으로 두루 살피더니 자기의 위생복앞섶에 달린 호주머니에서 조꼬마한 쇠덩이를 하나 꺼냈다. 려홍이의 어깨에서 뽑아낸 탄알이였다.        녀인은 권총알을 손바닥에 놓고 유심히 보고있는 려홍에게 정중히 물었다.            녀인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창밖 어딘가를 쏘아보면서 혼자말같이 중얼거렸다.        그는 려홍이가 말하는 장나으리가 성명이 장삼이고 위만시대 이 도시에서 협화회 회장노릇을 인물이란것을 알고있었다.            금록이는 그 내심상 불안을 감출수 없어 땅바닥에다 침을 탁 뱉고나서 한마디 덧보탯다.            려홍이는 움쭉 일어나려다가 상한 어깨가 당금 떨어져나가는것 같아서 어망결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루누웠다. 려홍이는 얼굴을 이지러뜨리며 담을 바질바질 흘렸다. 금록이는 급해맞아 의사부르러 가겠노라고 덤벼쳣다. 그러는것을 려홍이가 부득부득 잡아서 겨우 앉혀놓았다. 그리고는 띠끔띠끔 쑤셔나는 어깨를 살근살근 문지르며 종잡기 어려운 상념에 빠졌다. 어떻게 되어가는 판국인가? 호룡산에 불한당이 모인다는건 알았어도 그 수자가 5천명에 달한다는건 초문이다. 그곳으로 가는 백납먹은자를 길에서 만난게 엊그제 일인데 그사이에 벌서 그렇게 많은 자들이 모여들었단말인가? 그것이 사문동패라니 대체 뭘해먹던 자일가? 그리고 방정과 목단강에도 그런 패거리가 생겼다는데 방정에 있는 두목은 어떤자이고 목단강에 있는 두목은 또 어떤자일가?... 여기서는 안장코도배가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을 진압해버렸다고했는데 그자들이 호룡산으로 쫓겨났으니 이제 그곳의 패거리와 합력해서 도시로 쳐들어오자고 하는게 분명하다. 5천명이라는 수자가 결코 적은건 아니다. 더욱이 보복하려고 달려들 때는... 이 도시에 경비대가 잇긴 있어도 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만일 정말 사문동도당이 쳐들어오면 그네들이 막아낼수가 잇겠는지?... 이 병원도 안전한 곳은 못된다. ㅇ;니, 자기네와 반대되는 편의 병원이니 말대로 쳐들어오기만하면 그놈들이 가만놔두려하지 않을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것인가? 방금 치료받기 시작했는데... 금성애기가 없는걸 보니 아마 거기에는 큰 토비무리가 생기지 않고있는 모양이지? 어쩌면 좋을가?...        그록이가 이렇게 입을 열어서 려홍이는 자기의 사념에서 깨여났다. 사념이 끊어지니 머리가 좀 개운해나는것 같았다.        되도록 좋은 면으로 생각을 굴굴려 부질없이 생겨난 우려들을 떨어버라려했다.    그후 시내엔 새 소문이 더 퍼지질 않았다. 그래서 려홍이는 금록이한테서 들은 소문도 아마 요어니엿던 모양이구나 하면서 련 며칠을 마음안정한 기분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황혼무렵이였다.    바깥에서 간호원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왓다. 노래소리는 매우 률동적이고도 맑았다.       험산절벽에 수목이 우거지고    광풍폭우 몰아치는데    거친 벌 물가에 전마가 호용하네    우등불둘레에 한결같이 문치니    붉은 빛은 온 천하에 차고넘치누나    ....      려홍이는 귀를 강구고 들었다. 노래는 길고도 여러개절로 되어있었는데 어딘가 려홍의 심금을 울려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노래소리가 멎은지 얼마안되여 주임 황숙금아주머니가 들어와 스위치를 올렸다. 회칠한 방안엔 불식간에 밝은 전등불이 차고넘쳤다.    황숙금아주머니는 손수 깨끗이 씻어 말리우고 다림질까지 한 곤색옷을 손에 들고 다가왔다. 려홍이는 침대에서 얼른 내려서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정작 받고보니 탄알구멍마저 찬찬한 바늘뜸질로 지워버려서 새옷같이 된 그 옷을 선뜻이 입을수 없었다.        하고 숙금아주머니가 놀려주었다.        려홍이는 침대가에 서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황숙금은 익살스레 말하며 사람좋게 웃었다. 려홍이는 자기를 이라 부르지 말고 그저 라 부르든지 아니면 이름을 넣어 라 부르든지 아니면 이름을 넣어 라 부르라던 황주임앞에서 버릇궂은 아이처럼 싱글벙글 웃었다.                황주임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더니 얼굴에 띠였던 웃음기를 거두며 그 노래는 동북항일련군 제3군이 수빈일대에서 고투하면서 45리소택지를 넘을때에 창작된것이라고 했다. 황주임은 도 항일련군이 여기 송화강하류인 목란(木蘭), 의란(依蘭), 부금(富錦), 라북(羅北) 일대에서도 일본놈과 영용하게 싸웠다고했다. 그야말로 피흘리며 싸운 혁명의 력사였다.    (산속에서 8년동안이나 항일을 견지하느라니 고생인들 오죽했으랴!)    려홍이는 수술받고 잠들었을 때 비몽사몽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피뜩 상기되여 마취약도 없이 수술받았다는 그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궁금해났다. 그러나 직방으로는 물을수도 없어서 슬쩍 변을 쳐 알아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말하는 황숙금의 표정에는 순간 어둠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 표정을 고치고 이왕의 그 상냥스러운 어투로 묻는것이였다.            려홍이는 도리여 점직한 생악에 휘말려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인차 치켜들었다.                        하고 려홍이는 감격해 황숙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황숙금은 조용한 어조로 알려주고나서 지나온 피어린 나날의 한토막을 들려주었다.         저도모르게 환성을 올린 려홍이는 눈뿌리가 저려남을 느꼈다. 목숨바쳐 희생한 무수한 혁명렬사들, 피흘려 싸웠으며 또 오늘까지 살아있다는 그 마준길이라는 사람, 이 보잘것 없는 인간의 운명을 깊이 동정해주고있는 황숙금아주머니ㅡ 이들 모두가 이 세상에는 보기드믄 고결한 사람이고 억센 투사들이라고 려홍이는 가슴사무치게 느꼈다.        려홍이는 며칠전에 자기가 마을에서 소작료인하를 위해 투쟁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박금록이가 이렇게 웨치며 대견해하던 일을 상기했다.    (어리석은 노릇이였어. ...그것도 다 혁명이라 할수 있는가.... 내가 소작료를 낯춰보려고 덤벼쳤던 일을 말하면 이 숙금아주머니가 풋내기들의 놀음이였다고 얼마나 되게 웃겠는가.)    려홍이는 자기의 경솔했던 행동을 뉘우치면서 다시는 그때 일을 입밖에 내지 말려고 맘먹었다.            려홍이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하고 황숙금은 려홍이를 빤히 건너다보았다.                처음에는 아주 대단한 마음을 먹고있는구나 하고 귀담아 듣는것 같던 황숙금의 입가에 잔 파문이 일었다. 조소를 머금었음이 분명했다.    (왜 저러는걸가?)    려홍이는 미약한 반발심이 울컥 치밀었다. 그래서 달아오른 얼굴을 쳐들고 어줍은 태도로 캐듯이 되물었다.            황숙금은 머리를 절레절레 젓다가 소리내여 웃기까지 하더니 정중한 표정을 지었다.            려홍이는 어리둥절해났다. 그러나 그로서는 원쑤를 갚지 않고서는 견뎌낼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부르짖다싶히 웨쳤다.            황숙금은 이렇게 동의를 표하고나서 그런 진리를 알려준 사람이 대체 누구냐 하는 눈매로 말끄러미 건너다보았다.            황숙금의 얼굴에는 웃음발이 덮히였다. 려홍이는 단통 이 주임녀성이 틀림없이 그를 알고있는 모양이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와동시에 이 도시에 와 여러날째 치료받으면서도 금성에 있는 왕복룡이를 찾아 그와 복수를 도모할 생각만을 했지 왜 가까운데 있는 해방의 은인을 찾아보고 그한테서 좀더 적절하고 리지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궁리를 하지 못했던가를 슬그머니 후회했다.      려홍이는 돌아가려고 일어선 황주임을 따라서며 다그쳐 물었다.            황숙금은 미묘한 웃음을 남겨놓고 나가버렸다.        그의 말을 음미하느라 뇌여보고있는 려홍이는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357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7) 댓글:  조회:2885  추천:1  2014-08-24
   7.    말은 계속달렸다.    장포와 파이풀과 갈대들이 무성한 진펄을 에돌고 시개천 몇 개를 건너온 려홍이는 오후 3시경에 벌써 모래와 자갈들로 다져진 널다란 신작로에 들어섯 말을 달렸다. 길은 바로 그가 해방받았던 아르금시로 곧추 향했는데 저멀리 완만한 기복을 이룬 완달산령의 다른 한 지맥의 끝머리에 활짝펼쳐진 드넓은 평원이 시야에 안겨왔다. 송화강의 습윤한 공기는 기분을 한결 맑게 해주면서 전야의 새로운 풍치를 돋우어주고있다. 말은 줄창 단걸음으로 오다가 속도를 차츰 늦추면서 기분좋게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 굴뚝들이며 급수탑이 보였다. 도시는 점점 가까웠다.    려홍이는 한곳에 이르어 말을 세우고 훌쩍 뛰여내렸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면 말은 필경 저녘을 굶게 될 것이니 풀을 미리 뜯기우는덧이 랑패없을것 같았다. 그는 산속에서 헤매던 때와는 달라서 말이 혹 신작로로 달아날가봐 고삐로 앞다리 하나를 매놓은 후 길옆풀밭에 들이몰았다.    말은 주인의 너그러운 처사에 감사해서인지 코를 프르르거리고는 초리를 저어대면서 식성좋게 풀을 뜯기 시작했다.    (네놈을 탔길래 내가 여기까지 쉽게 올수 있었지.)    려홍이는 도시쪽을 바라보면서 한시름 놓이는듯한감을 느꼈다.    (그런데 막상 시가지로 가선 또 어떻게해야 한담?... )    추억속에 영원토록 남게 될 그 사모자에서 있었던 일들이 마치 무성의 활동사전처럼 다시금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고마운 사람들과 너무도 섭섭하게 갈라졌구나.)    가슴속에서 원칠두네 식솔에 대한 고마움에 뒤미처 그네들과 갑작스레 리별하게끔 만든 손지주에 대한 증오심이 바글바글 끓어올랐다. 이젠 사모자와 같은 자그마한 마을마저 평온을 잃고 불안에 휘말려드는 판이니 도시는 형편이 어떠할가? 이렇게 찾아가는게 옳은 행동일가?... 이러루한 종잡을수 없는 생각에 자겨 한참 모대기고 있느라니 도기쪽으로부터 말탄 사나이 둘이 급히 올라오는게 눈에 띄였다.    (도대체 무슨 사람들일가?)    려홍이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걸음에 지친 말들이 주억거리며 오고있었다. 말이 가까이 옴에 따라 그걸 타고오는 자들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더욱 똑똑히 들렸다.                려홍이는 가딱않고 주의깊게 그들을 눈여겨보았다. 서른살미만의 사나이들이였는데 골을 보니 그리 좋은축들인것 같지 않았다. 한자는 우락부락하게 생겼고 다른 한자는 얼굴이 얼굴이 얄팍한게 일견 교활해보였다. 헌데 그자들은 남의 말에 무던히도 요심이 끌렸는지 제 갈길은 가지 않고 말을 세우는 품이 쉬고갈 잡도리였다. 건정 거덜말을 타고 온 우락부락하게 생긴자가 말에서 먼저내려 고비를 저쪽 부루말을 타고 온자에게 던져주고는 코를 킁킁 거리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려홍은 속으로 바싹 경계하면서 일부러 외면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자는 바투다가더니 제먼저 말을 걸었다.            려홍에게 워낙 담배라곤 없었거니와 있다해도 주고싶지 않았다. 첫거동부터 실답잖아보이는 이 작자가 뻔뻔스레 담배부터 달라니 불쾌한 회의감만 치미는터였다. 그자는 게면쩍어졌는지 내밀었던 손을 도로거두고 눈살을 찌푸렸다가 멋쩍게 벌쭉 웃었다. 그리고는 뒤통수에 삐딱하니 올려놓은 모자속에 손을 넣어 머리를 긁적이고나서 승마바지호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새 권련 한갑을 꺼내여 터뜨렸다. 려홍이는 그꼴을 보니 멋없이 희롱당한것 같아서 슬그머니 화가 동했다.        백납이 먹어서 낯에 허옇게 어루러기생긴 그자는 상판이 설익은 말대가리처럼 벌개나더니 무안결에 맥빠진 너털웃음을 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려홍이는 랭연히 거절해버리고 뒤끝을 따져물었다.            백납먹은 자는 상통을 찡그리며 어설프게 웃더니 다배를 붙여 둬모금켜고나서 풀섶에다 홱 던져버렸다.        려홍이는 선입견으로 남을 대하는건 옳지 않지만 처음부터 사사스러워보이는 이따위 속내모를 인간과는 절대 가까이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더욱이 요즘 행길엔 강도들이 빈번히 나타나서 대낮에도 사람을 겁탈하며 작경을 부린다던 원칠두로인의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대방의 일거일동에 세심한 주의를 팔면서 덤벼만 들면 자기도 맛서서 단호한 수단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한편 대방의 이러한 수민한 심사를 눈치채지 못한 백납먹은 자는 려홍이가 만만치 않아보이니 허투루 범접할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어딘가 타협적인 투로 다시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려홍이는 퉁명스레 대꾸하면서 행실이 치뜰고 고약한 그를 아니꼽게 보았다. 백납먹은 자는 고개를 저쪽으로 돌려 감질내는 탐욕스런 눈으로 절따말을 보더니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반죽좋게 너르레를 떨었다.                하면서 그는 손짓까지 해대며 살을 덧붙이였다. 려홍이는 임자가 무슨 말을 이렇게 하는가고 놀라운 눈길로 다시금 여겨보았다. 그자는 얼룩진 얼굴에 정색을 했다.        (영창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    려홍이는 영창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졌다. 하지만 해방된 지금에 와서 거기에다 대관절 어떤 사람을 집어넣고있는 것일가? 시내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있는가?... 이런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해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갈마들었다.    저켠으로 갔던 자가 두손에 말고삐를 쥐고왔다. 입술이 얄팍하고 낯에 주근깨투성인 그는 몸에다 향수를 잔득뿌려 사향쥐처럼 냄새를 피웠다. 백납먹은자가 말에게 풀을 뜯게 할게지 왜 끌 왔느냐고 나무랐다. 그러나마나 그자는 그런 말에는 상관않고 려홍이의 이마에 있는,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발견하더니 눈을 올롱하게 뜨며 다그쳐 묻는것이였다.        려홍이는 떡심좋게 그를 치떠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백납먹은자가 눈이 떼꾼해서 물었다. 려홍이는 눈짐작으로 이자들은 틀림없이 약한자면 숙보고 억센자에겐 덮어놓고 빌붙는 그 런 강포쟁이라는걸 민감하게 깨닫고 태연스레 응부했다.                백납먹은자가 저의 동료의 말에 맞장구쳐서 그만 자기를 스스로 졸망한 위인으로 치부해버리고말았다. 려홍이는 이런때엔 그럴듯한 말로 둘러맞추는 림기응변술을 써먹는것도 괜찮음을 알았다.    보기좋게 제꺽 속히운 두 졸보는 남을 떠보려던 어리숙한 궁리가 가뭇없이 사라져버리고말았다. 과연 백납먹은자는 려홍이는 딴눈으로 다시보게되였다. 보면볼수록 자기보다 몇갑절 억척스레보여 그만 엄지손가락을 빼들면서 절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쪽녀석은 사향쥐냄새만 피울뿐, 주눅이 들어 설설 기여드는 소리였다.            려홍이는 이렇게 소리내여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호기가 가득 담겨졌다. 그자들은 려홍이의 신분에 무등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하여 집은 어데고 이름은 무엇이며 어느 산중에서 사나운 짐승과 격전을 치르었는가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려홍이는 지레짐작한바가 있는지라 주저없이 척척 꾸며댔다. 실로 이런 경우엔 제일하기쉬운게 거짓말이였다. 그는 이름과 살던 지점을 아무렇게나 주어대고나서 자기가 집을 떠난지 벌서 보름도 나마 되는데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이루 형언키 어려운 고초를 겪었노라고 했다. 어떠한 모양으로 생긴 산중턱에서 여차여차하여 낮잠을 자게 됐고 산을 쏘다니는 곰한테 들키워서는 그놈의 품에 안겨 버둥질치다가 여차여차하게 비수를 꺼내여 숨통을 찔러 죽여버리고 살았노라고 슬슬 꾸며댔다. 그랫더니 두녀석은 딱 곧이듣고 더더욱 경탄을 금치 못했다.    려홍이는 이 졸보들을 속여먹은게 고소해서 속으로 씩 웃었다. 려홍이는 남의 말을 욕심내여 엉큼한 심보를 갖고 달려들었던 이따위 꽝포쟁이들앞에서는 끝까지 만만치않음을 보여야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네들이 아무리 발라맞추며 개여올려도 따라웃지 않고 랭담햇다. 그랫더니 그것이 더욱 효험을 냈다.        하면서 백납먹은자는 자기를 어른이라해봤다 소인이라해봤다 하면서 려홍이를 한바탕 더 치살리고나서 관상쟁이 관상보듯 눈을 지긋하고 다시보더니 엉뚱한 물음을 들이댔다.            려홍이는 이렇게 반문하며 벌쭉 웃었다. 어리석은 자의 어르석은 궈유지만 부러 마음이 동하는것 처럼 해보였던 것이다. 그랬더니 백납먹은 자는 양양자득해서 나섰다.                            려홍이는 의혹에 젖은 눈길로 그자를 여겨보았다. 사향뒤쥐같은자가 백납먹은자의 말에 동을 달았다.            려홍이가 이렇게 나서니 백납먹은 자가 시뚝해서 침방울을 튕기였다.        려홍이는 큰어른들이란 도대체 어떤 인물들일가고 속궁리했다.        백납먹은 자가 의혹이 가시지 않은 려홍이의 낮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뒤말을 이었다.            려홍이가 짐짓 놀래는것처럼 하니        하면서 백납먹은자가 자기 코를 누르는 시늉까지 하고는 다른 이름을 하나 더 대는것이였다.                        백납먹은 자가 말을 가로챘다.    >            백납먹은 자는 이렇게 긍정하고나서 려홍이의 말투를 시정해주었다.        
356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6) 댓글:  조회:2695  추천:1  2014-08-24
  도놈을 만나 격투를 하다니... >>    원칠두가 어떻게나 그럴듯하게 주어섬겼던지 듣는 사람들은 저저마다 불한당을 저주했다. 어떤 사람들은 지어 하느님이 어서 그런 날도깨비같은 강도들에게 불벼락을 퍼부어 급살을 맞게 해달라고 하며 장탄식을 하기까지 했다.    첫날밤에 원칠두내외는 려홍이네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편에 대해서 상세히 듣고나서 세상이 넓건만 왜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수 있는 곳은 없느냐고 한탄했다.    원칠두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몰아쉬면서 고생이 장고생이고 락이 장락이라고 사주에 팔자가 다 적혀있으니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하고 려홍이는 그의 신세타령을 타일러주었다.    원칠두마누라는 착한 일을 많이하면 목을 받으리라 해서 여지껏 선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건만 왜서 살아가기가 점점 더 괴로워만 지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무당을 불러다 살풀이를 해서 재액막고 복을 빌기까지 했건만 생때같은 아들을 잃었노라고 통탄해마지 않았다.    려홍이는 자기 마을 어느 집에서 어린애가 앓으니 병보일 예산은 하지 않고 무당을 불러다 굿이요 뭐요 하고 장을 버렸지만 병이 낫기는 고사하고 끝내 어린애를 잃고말았던 사실을 되새기고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런 미욱한 짓을 하는걸까고 했다. 알고보면 무당이란건 사람을 속여먹는 무서운 날도깨비들이였다. 동시에 왜놈이 망했어도 어쩐지 아직 밝지 않은 이 세상은 무지와 몽매와 기편과 고통만이 꽉 찬 암흑같아보였다.    원칠두는 산에 가서 약초를 캐다가 찧고 달이여 손수 자약을 해서는 려홍이에게 먹인다, 붙인다 했다. 이같이 늙은내외는 려홍이의 몸을 잘 조섭허여 하루속히 회복하기를 바라면서 있는 성의를 다해주었다. 하였기에 려홍의 몸은 재빨리 추슬러갔다. 묵은지 한주일만에 벌써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아물었다. 호된 매와 고통에 시달림받아 극난에 이르렀던 자기가 생전초면의 집에서 더구나 한족의 집에서 그같이 지성어린 보살핌을 받아 처서게되였으니 그 은공에 정말 머리털을 뽑아 신이라도 삼아서 드리고싶은 심정이였다.    가을철을 잡은지라 날씨는 차츰 서늘해지면서 곡식잎들을 말리우는 색바람이 불어왔다.    려홍이는 이젠 페단도 더 끼치기 미안해서 길을 떠나보려고 작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늘에 재빛장막이 드리우면서 소나기가 울더니 바람이 불면서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밑에서도 긋는다는데 인차멎겠지.)    려홍이는 창가에 앉아 패연히 내리는 비를 보면서 초조히 떠나갈 생각만했다.    원칠두가 눈치를 차리고 날떠퀴가 상서롭지 않으니 떠나지 말라고 굳이 말렸다. 그래서 려홍이는 며칠을 더 묵게되였다.    원칠두의 손자애는 이름이 진명인 어제는 뒷산에 있는 아가위나무에 바라올라가 새빨갛게 무르익은 아가위를 따다가 려홍이더러 맛보라고 주더니 오늘은 냇가에 나가 고기를 낚아왔다.        려홍이 이렇게 말해서 집인에 웃음이터졌다.    제어미가 죄꼬만녀석이 이젠 혼자서 좀 작작 나돌아치라고 아들을 단속했다. 그래도 진명이는 듣는둥마는둥 저녁녘에는 금화를 데리고 나가더니 어디에서 가늘고 미끈한 버들을 골라 한아름 베여가지고 와서 할머니더러 고기다래끼를 만들어달라고 성화부렸다. 려홍이가 틀어주마고 나섰더니 진명이는 좋아서 뜀질하면서 곱게만 틀어주면 자기는 채찍을 하나 만들어 선사하겠노라고 약속까지 했다.    동생 금화는 오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짧다란 두다리를 모으고 오도카니 앉아서 머루알같은 눈을 깜작거리면서 려홍이의 깐깐하고도 잽싼 솜씨로 만들어지고있는 다래끼를 오래도록 지켜보더니 다 만들어지자마자 그건 자기것이라며 손에 들고 좋아했다.    이틑날 아침에 려홍이는 애들의 청에 못이겨 한께 낚시질을 떠났다. 마을밖을 두 번째로 나와보는 셈이다. 마을뒤 산기슭을 돌아 꼭마치 손가장에서처럼 맑고도 얕은 내물이 동으로 흐르고잇었다. 전번날 원칠두는 려홍이를 데리고 나와서 그 내물을 따라 곧추 6~7리가량 내려가면 천지주네 큰마을 복리툰에 이르고 거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를 건넌후 약 20여리가면 도시로 가는 국도에 들어설수 있다고 알려준바있다.    려홍이는 애들과 함께 내물을 따라서 아래켠으로 좀 내려갔다. 햇볕은 쨍쨍했고 뒤를 돌아보니 서쪽산마루에 어누새 고운 무지개가 비껴섰다.        금화가 손벽치며 재잘거렸다.        하고 진명이가 동생을 놀려주었다. 금화는 뽀로통해서 려홍에게 물었다.            계집애는 볼우물을 짓고 눈을 꺼벅거리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어린것의 령혼속에 자리잡고 앉았던 황홀한 환상이 순간적으로 깨져버려서 서운해하는것 같았다.    터를 잡고 앉아서 낚시를 방금  물에 넣었는데 저아래로부터 웬 사람이 급히 올라오고있었다. 여겨보니 원칠두네 집에 자주다니던 사람이였다. 려홍이는 문득 이상한 예감이 돌아 그를 주시하며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다가오더니 멈춰서면서 한시름놓은 듯, 그러나 급하고 긴하게 알려주는 것이였다.        려홍이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가슴에서 무엇인가 무거운것이 철썩 떨어지는 감을 느끼며 일순간 멍청하니 서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애들과 함께 급히 마을로 돌아왔다. 그자들이 이 마을로 수색을 오는 날이면 락자없이 붇잡히우고 말 일이니 어거릴 때가 아니였다.    려홍이는 진명이가 준, 삼노끈으로 만든 채찍을 쥐고 자기 말에 뛰여올랐다. 그리고는 어디로 나갔는지 찾을수 없는 원칠두에게 작별인사도 못한채 사모자를 총망히 떠나버렸다.
355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5) 댓글:  조회:2986  추천:1  2014-08-23
   5.    밤에 남천오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는 부엌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두덜거리기부터 했다.                마침 이때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듯 낮고도 무거운 천둥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남천오는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 누워있는 병자쪽으로 찾을 돌리며 허리를 굽혔다.            김로인은 자이에서 일어나보려고 몸을 무겁게 추슬렸다. 남천오는 일어나려는 그를 제꺽 제자리에 도로 눕히고나서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였다. 아무리봐도 병이 과황에 들어서 다시일어날것 같지않은 불쌍한 령감이였다.    려홍이는 낮자루를 마저마추고나서 숫돌을 찾아들며 남천오에게 물었다.            남천오는 등잔불가로 다가앉으며 자못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354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4) 댓글:  조회:2335  추천:1  2014-08-22
       4.      려홍이는 아무리생각해도 극도로 쇠약해진 아버지가 자리에서 쉬이 일어날것 같지 않아 속이 탓다. 생각같아서는 어서 장가라도 가면 셰상뜨기전에 며느리손에서 더운물 한그릇이라도 받게 하여 한가지 소원이라도 풀어드리는 것으로 되련만 집안살림이란 생쥐 볼가심할것도 없이 애색하니 아닌게아니라 답답한 일이였다. 그렇다고 려홍이는 락망과 한탄으로 세월을 보내고는싶지 않았다. 자리에 누운채 긇고있는 약탕관을 붙박아보면서 침묵하고있는 아버지의 메마른 손이 가볍게 떨었다. 이시각따라 아버지가 한결 더 가엽어보였다. 경찰놈들에게 구타당하지 않았어도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을것이였다.        깊은 명상에 잠겼던 김로인은 그사이 몰라보게 변모한 아들이 성질이 죽기는커녕 더더욱 억세여져서 돌아온것이 못내기뻣다. 한편 그러면서도 본성이 순직한 이 로인은 파란많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약약하여 이제는 그저 말썽이 다시없이 무난히 지내려는 자기의 속마음을 그대로 내놓았다.                김로인은 이같이 대답하고나서 그 어떤 잡념이 머릿속에 찹잡하게 떠오르는지 입을 봉하고말았다.    려홍이는 속이 갑갑해서 불을 피우느라 손에 쥐고있던 나무꼬챙이를 던지고 밖으로 휑하니 나왔다. 바람이 불어왔다. 더위를 품은 열풍이였다. 려홍이는 격노해진 감정을 눅잦히느라 일부러 콧노래를 흥흥거리며 다시금 집안으로 들어왔다. 약탕관에서 약이 졸아붙는 소리가 났다. 그는 얼른 약을 짜서 아버지에게 드린후 광주리를 틀려고 싸리가지를 쥐였다가 도로 집어던지고말았다. 웬 일인지 일감이 전혀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소작료인하투쟁을 해보자고 상의했더니 친구들이 모두 적극 도의해나섰다. 그런데 오늘 꼭 오겠다던 남천오가 왜 오지를 않는지 모를일이였다. 어제밤에 와서 낮동안에 주어들은 부언류설들을 털어놓고 갔었는데 아침새에 또 다른 소식들이 없는지 궁금하기가 그지없었다.    려홍이는 끝내 집을 뛰쳐나오고말았다. 집모퉁이를 돌아 행길에 나서니 저기 마을중심 십자길에 숱한 사람들이 모여선것이 보였다. 려홍이는 총망히 그리로 걸어갔다. 동네 숱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삥 둘러선 그 복판에 지주집마부 양운파와 절따말 한필이 있었다. 마부의 손에 고삐를 단단히 잡히운 억대스레 생긴 절따말은 방금잡히운 야생말과도 같이 진정하려 하지를 않고 연방 코투레질을 해대며 삥삥 돌아치고있었다. 첫눈에 벌써 사람의 욕심을 돋구는 좋은 발이였다. 젊은축들이 엇바꿔가면서 그 말을 한번 타보려고 법석했다. 하지만 그 절따말은 성질이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누구도 함부로 얼씬거리지 못했다.    마침 두팔을 쓱 걷어올린 한 젊은이가 말잔등에 겨우 올라붙었다가 그놈이 속구치며 용쓰는통에 허궁나가 떨어져 딩굴었다. 그래서 구경군들은 왁자그르 웃음을 터뜨렸는데 마치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경고나하듯 그 사나운 말은 코를 벌름거리며 하고 요란스레 효용하는것이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찬사를 금하지 못했다.        청년시절엔 씨름깨나했다던 호방스런 장년 한분이 주름잡힌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청년들을 둘러보았다. 보매 자신도 한번 타봣으면 하는 욕구가 간절하나 이젠 기력이 지난것을 안타까와하는 표정이였다.        누군가 호기심이 동해서 이렇게 묻자        하고 마부 양운파는 짐짓 정말인듯 정색했다가 다시 눈을 슴벅거리고는 능청스레 웃어댔다. 여직 구경만하고있던 남천오가쓱 나섰다.        둥글넙적한 얼굴에 본시 성미가 호협하고 걸걸한 그는 팔소매를 쓱 걷어올리더니 성큼 나서면서 말고삐를 받아쥐였다. 그러나 입에 자갈이 단단히 물린 말은 남천오의 손이 자기 몸에 닿자 아까보다 더 사납게 용쓰면서 아예 그의 손에서 고삐마저 채려고 대가리를 휘두르더니 사람을 자기 발밑에 뿌리치며 두발을 솟구쳤다. 그통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하고 고함치며 물러섰다. 이 위기일발의 시각에 려홍이는 미처 자기 몸의 안전도 돌볼새없이 번개같이 몸을 날려 뛰여들었다. 그는 고삐흫 획 낚아잡자 전신의 힘을 모아 말을 옆으로 탁 챘다. 그리고는 불현간 꺽이우며 숙어진 말대가리에서 굴레를 제꺽 잡아쥐였다. 그러니 말은 그의 손을 물자고 희 이발을 드러내면서 패악스레 울부짖었다.        려홍이는 주먹으로 그놈의 코등을 한 대 힘껏 갈겼다. 그리고는 다시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제멋대로 마구 흔들어대는 말대가리를 또한번 힘껏 후려쳤다. 그제야 말은 소리지르며 그 자리에서 발을 구르다가 서버리는것이였다.        지랄부리는 말을 정복시킨 려홍이는 정복자로서의 쾌감을 느끼며 말잔등에 제꺽 올라탔다.    말은 다시금 용을 썼다. 려홍이는 네굽질하며 돌아치는 말을 진전시키려고 애쓰는 한편 등자에 발을 꽉 끼우고 입이 째질 지경으로 자갈을 낚아채다가 방향을 잡자 고삐를 늦추면서 불시에 박차를 가하여 곧추 동대문쪽으로 냅다몰았다. 말은 마치도 광란적인 질주로써 분하고 떨리는 성풀이를 하려는 듯이 갈기를 일으키고 네굽을 안으며 악썼다.    려홍이는 질풍같이 내달리는 말잔등에 납작 엎드렸다. 귀뿌리에서 마치 화살이 스쳐가는듯 휙휙 날파람이 일었다. 떨어만자면 뼈가 부서질건 영락없는 일이였다. 그는 먼지가 구름처럼 뽀얗게 날리고 흑덩이가 튕겨달아나는 광신적인 질주속에서 아슬아슬한 경쾌감을 흡족히 맛보며 마을에서 서너마장밖에 있는 산신묘를 불식간에 돌아왔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말을 휘여잡고 돌아오는것을 보자 함성을 올리면서 찬탄해마지않았다.                             경탄과 찬사속에서 려홍이는 말잔등에서 내리자 숨을 돌려쉬고나서 땀이 흠칠난 말엉뎅이를 손바닥으로 몇 번 가볍게 뚜드려주었다. 그리고나서는 히죽이 웃으며 마치 사람에게나 하듯이 애무에찬 소리를 했다.        바로 이때 동대문쪽으로부터 말발굽소리가 요란스레 났다. 손자량이 달려왔다. 그가 탄 말이 울부짖자 이쪽 말도 급기야 요란스레 효용했다. 손자량은 악쓰는 자기 말을 겨우진정시키더니 채찍을 들어 양운파를 겨누면서 노기등등하니 호통쳤다.            양운파가 답변하려는데 손자량이 돼지멱다는 소리로 그의 말을 끊어무지르며 눈알을 부라렸다.        기름을 쳐발라 반들거리는 새까만 머리를 뒤로 번져붙여서 넓은 이마빼기가 한결 번들거리는 손자량은 가로째진 뱁새눈에 오만스러운 너털웃음을 지엇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양운파는 속에서 주먹같은 울화가 치밀어오르는지 여느때와는 달리 꿋꿋이 항변해나섰다.        이 말을 듣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꼴이 난처하게되자 손자량은 오만상을 찌프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헌데 말을 누가 저 모양으로 만들었느냐고 기염을 뽑았다. 양운파는 공연히 된욕을 얻어벅은게 분해서 대답도 안하고 말고삐를 채고 돌아섰다. 모인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손자량이 노는 꼴이 아니꼬와서 한마디 빈정대는 소리를 했다.        손자량은 고개를 획 돌려 려홍이를 쏘아보는데 지릅뜬 두눈은 놀램과 시기로 하여 피발이 곤두섰다.    려홍이는 손자량에게 경멸에 찬 눈총을 던지고나서 몸을 획 돌려 자리를 뜨고말았다. 등뒤에서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왁작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려홍이는 땀밴 몸을 씻으려고 내가를 찾아 서대문을 나왔다.     내가로부터 맑은 물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서북쪽에서 흘러내리는 네물은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을가까이에서 꺾이여 아래로 얼마간 내려가다가 다시 동남쪽으로 흐르고있다. 귀에 익은 물소리를 들라니 두팔을 휘두르고 소리지르며 물소리나는 저 내가로 장달음쳐가구하던 어린시절의 감미로운 추억이 되살아났다. 천진란만하고 즐겁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야말로 잊지못할 소년시절이였다. 려홍이는 여름해볕이 자글자글 내리쬐이는 삼복더위때면 늘 자갈많고 물맑은 저 깨끗한 내가에서 제또래의 송아지친구들과 함께 발가벗고 물장구치면서 재미나게 보냈다. 그런시절중 14살먹던 해에 미역감다가 손자량과 맞다들어 손찌검하던 일은 더욱 잊혀지지 않았다.    그날 정오가 방금지나 내가에서 편을 갈라 뭏싸움하고 자맥질하며 놀다나니 어지간히 해나른해진 애들이 이마에 찰싹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말리우고나서 다시 내물에 뒤여들어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면서 조개잡이를 할 때였다. 한 애가 옹골찬 목소리로 다급히 소리쳐 알렸다.        그 소리에 애들은 모두 머리를 들고 그쪽을 보았다.    
353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3) 댓글:  조회:2964  추천:1  2014-08-22
  3.       손가장의 네면은 토성으로 둘러져있는데 그안에 또 옾은 성을 둘러치고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여러채가 수백호의 게딱지같은 허술한 농가들을 내리누르면서 우뚝 솟아있었다. 손지주장원정면에는 정을 가득 박은 크고도 육중한 철갑대문이 있다.    13년간을 불리워 온 이름, 세상에 염라국이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삼척동자들마저 그 울안을 바로 염라국으로 알고 두려워 치떨며 저주하는 장원, 그 이름이 생겨서부터 거머칙칙한 대문은 구렁이아가리같이 흉측하고 악독스레 이고장백성들의 피땀을 빨아먹었다. 헌데 오늘은 웬일로 꾹 닫겨져 있었다. ...     저, 중국의 민족해방운동사상에서 력사의 한페지를 기록해놓은 의화단운동! 열렬하고도 비장한 그 운동이 야수같은 8국렬강들의 피묻은 손에서 종말을 보았을 때, 흙으로 빚어만든 거상ㅡ 만청정부는 자기의 부패하고 무능함을 감추지 못한채 그 얼마나 비굴하고도 수치스럽게 침략자들앞에서 무릎꿇고말았던가!    당시 만청정부는 자국인민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탄압하는데는 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으나 외세의 압력에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며 제구실도 못하는 부패무능한이였던 것이다. 광서황제와 서태후가 선후하여 죽고 순친왕 재풍(載灃)의 아들 부의(溥儀)가 즉위하고 재풍이 감국섭정(監國攝政)이 되어 년호를 선통(宣統)으로 고치고 이미 기울어져가는 만청정부를 다스리노라 할 때 지금북만의 패주로된 손창유의 애비 손정화는 그에게 충성이 지극한 신하이며 관리로 있었던 것이다.    1911년 손중산이 령도한 신해혁명은 268년간이나 중국을 통치해내려오던 만청정부를 뒤엎었다. 그때 손정화는 북경에서 도망쳐 동북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후부터 그는 도당을 무어 마적이 되어 20여년간을 더 살다가 바로 일본이 만주국을 세워 부의를 황제로 올려 앉힐림박에 죽고말았다. 부의는 강덕황제로 된후 저의 황족과 아이신줘러(愛新覺羅)의 영예를 위하여 헌신한 충신들을 은근히 물색하였던바 드디여 제 애비의 정통마적행위를 그대로 유전받은ㅡ 만청의 오랜 관리였던 손정화의 아들ㅡ 손창유를 찾아내여 그에게 보상으로 땅을 떼여주고 세력을 주는 것으로써 은총을 베풀었으니 그때로부터 손창유는 정착하여 살기 시작하면서 토호로 되엿던 것이다.    환갑이 이미지난 그에게는 지금 나이 스믈다섯인 아들 손자량과 스믈두살먹은 딸 손옥란밖에 없었다...        비파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말못할 애수에 잠긴 녀인이 타는 비파소리였다. 저의 아버지께 성화부려 방 한면 절반이 거의 차도록 자기 키보다 더 큰 경대와 시계를 구해다놓더니 오늘은 그 괘종소리가 듣기 역겹고 경대에 비치는 관년한 자기 얼굴이 보기싫어 등지고 앉아 손옥란은 지금 비파만타고있었다.    그의 온갖 잡동사니같은 고급화장품들과 노리개들을 겨우나 다 닦고 절리해놓은 어린 몸종애는 그놈의 비파소리에 귀가 따가와 주인모르게 상을 찡그리며 걸상에 가 앉았다. 몸종애를 놓고 보면 참 괴상한일이기도했다. 요즘은 왜 저따위 슬픈곡만 타는걸가? 저러다가 마음괴로와지면 또 야료를 대며 못살게 굴것이 뻔했다. 몸조애는 두렵고 증오하는 한편 걱정도 되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죄이는 고달픈 한숨을 내쉬였다. 그랬더니 손옥란이 눈살을 세우고        하고 소리를 꽥 질럿다. 흠칫놀랜 소녀는 주인의 모달진 성미를 알기에 몸을 와뜰 떨면서 급히 변명했다.        지주딸은 웬 일인지 성내거나 욕도 하지 않고 다시금 비파줄을 고른다.그러다가 그는 비파를 내려놓고 맥없는지 이마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올렸다. 몸종애는 그의 모양을 다시금 자세히 훔쳐보았다. 녀색을 즐기는 남자들에게는 그것이 은근한 애욕에 잠긴 녀인의 흡인력있는 매력을 가진 얄팍하고도 해사스러운 얼굴이여서 퍽 고운것 같으나 음달에서 핀 꽃처럼 생긋한 멋이 없이 광택이 조락한 얼굴에 서글픈 미소를 띠고있는 손옥란은 어쩐지 오뇌에 잠겨있는 요귀같아보였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꿀벌 하나가 날아들어와 앵앵거리며 꽃을 찾아앉더니 보람없다고 그러는지 인차 날아가버렸다. 그러니 방안은 더더욱 고적해지면서 침묵이 재빨리 몰려와 손옥란의 낯색은 더 어두워졌다. 생활에서 이미 환락을 잃어버리기 시작하여 과묵에 빠지고있는 이 처녀는 벌써 10년째 홀아비딸로 살아왔기에 자기에 대한 굳은 신념은 속절없이 사라져버려 애오라지 늙은 아버지에 대한 서글픈 경모의 정을 품으면서 자기의 운명을 그에게 기탁하고있는 처지였다.    쌀창고만 해도 스므나문개에 정미소, 제분소가 각각 따로있고 마방간, 대장간... 무엇무엇 수태있고 농군, 노비, 침모, 식모, 과방군 등만도 200여명이나 들어 사는 수십개의 방들중에서도 다만 산호기둥에 호박주축을 한 금전옥루가 아니랄 뿐, 훌륭한 기와집이요, 갑비싼 비취와 옥으로 장식한 옷궤와 이불장들이 있고 멋짓 화분통들로 장식된 그의 방은 어디에다 비할바없이 화려했다. 하지만 한때 그처럼 완악하고도 패기있어 보이던 아버지가 이젠 손에 풀기가 적어져감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있는 손옥란에겐 이같이 부유한 생활환경은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하고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생에 대한 환멸감과 한없는 고독감만 더해주는 상 싶었다.    하여 그는 지금 울적한 자기 신세를 한탄하였다. (먹을것, 입을것 근심걱정없고 세상 어느 귀부인이나 공주도 부럽지 않다만 어쩐지 내 맘은 슬퍼만가누나.) 그는 환각에 잠겻을 때 처럼 멀거니 뜬눈으로 밖을 응시하며 계속한탄하였다. (사람의 마음이 어쩌면 독사보다도 더 독할가?... 한피줄타고난 형제건만 우리는 왜 이렇게도 성질이 다를가?... 제 각시 죽은걸 보고도 슬퍼할줄을 모르던 오래비가 지금은 또 무슨 수가 생겼는지?... 요즘은 거지반 고주망태가 되어 바깥출입이 잦더니 더욷더 나납고 독살스러워져 피비린내까지 묻혀가지고 들어오는것 같고나. 불길한 조짐에 이내가슴 떨린다.)    종잡을수 없는 회의와 불안에 손옥란은 제 침상에 훌렁 드러누웠다. 사위는 무거운 정적속에 잠겼다....    늙은 아버지가 거처하고있는 옆방에서 말소리가 웅웅 들려오더니 못빼는 소리가 나고 이러저 널판자소리가 덜꺽 덜꺽 났다.    어린 몸종애는 그 소리에 소스라치듯 일어나면서 낯을 병적으로 찡그렸다. 어쩌면 그가 수십번도 남아 목도한, 신세불우한 사람이 또 하나가 붙잡혀 바로 그 방에서 곤장을 맞는것만 같은 무서운 환각에 사로잡혀 갖잡힌 참새모양으로 도근도근 뛰는 자기 가슴을 손바닥으로 짚으면서 숨을 죽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허나 그럴수록 신경은 더 예민해지기만 하였다.    두 방사이에는 벽감을 헐어 간살문을 만들고 거기에다 유리꽃병과 월궁아가씨를 새긴 칠기를 올려놓아서 옆방에서 주고받는 말이 똑똑히 들려왔다.    민감한 자기 몸종애의 거동을 보고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된 손옥란은 옆방에서 자기모르게 무슨 밀담을 하는가고 귀를 솔깃하고 엿듣기 시작했다.        하는 아버지의 은근한 소리가 났다.        몸종애는 몸을 오싹 떨었다. 그의 눈앞에 또다시 늙은 제 애비를 닮아서 상판이 험악하고 성미가 괴벽스런 손자량의 몰골이 떠올랏기 때문이다. 그는 분홍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죄고마한 체구를 더 작게 옹송그렸다.        늙은 손창유의 말이였다. 그건 그의 선대가 사망하기 세해전에 그한테 물려준건데 그는 그것을 그냥 지니고다니다가 남몰래 감춰뒀던 것이다.     더수기가 섬찍해난 손옥란은 어렸을적 자기 키보다 더 크던 그 칼 생각이 피뜩났다. 그것은 자루에다 시퍼렇게 선 날을 악어가죽집에 넣는 환도였는데 은으로 멋지게 장식한, 새가만 자루에 살모사혀바닥같이 갈라진 누런 금줄이 돌려졌고 호보석까지 세 개나 박은 보도였다.            남한테 눌리우지 않으려는 우악스런 패기는 있으나 아들이 하나라고 함함하며 키운탓에 버릇이 방자하고 상관없는 일에도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들의 행위가 경망하고 잗달아서 늘 근심하던 아버지가 오늘 역시 비위상하는 무엇이 감득되였는지 이윽토록 잠잠하더니 엄숙한 소리가 울려나왔다.                흐믓해졌는지 아버지가 아까보다는 한결 화애롭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가 수긍하며 대답하는데 손옥란은 갓해입은 비단옷섭에다 땀난 손을 문질렀다. 그 어떤 상서롭지 못한 대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격어내야만 될 난관과 불행이 죄없는 자기 몸에 떨어질것만 같아서 그는 못내 가슴이 떨렸다. 그리고 늙은 아버지가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위험한 항로에 오르려함이 틀림없는 로망으로 생각히우면서 마음은 또 서글퍼났다. 아버지의 말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오빠가 데식은 웃음을 웃고나서 다음 말을 이었다.                아들의 이런 고발에 노증이 생겨 풀풀거리는 아버지의 성난 모양이 손옥란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는 오빠의 쥐여짜듯하는 불쾌한 소리에 뒤이어 아버지의 말소리가 났다.                하는 늙은 아버지가 슬그머니 악정이 치받쳐 뇌까리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말을 받아외우는 오빠의 음성에는 어딘가 주눅이 든 기미가 엿보였다.        오빠의 이런 야속한 뇌임에 뒤이어서        하는 소리와 함께 책망이 시작되였다.        오빠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잠잠하니 온 방안에 잡살뱅이 귀신들이 뒤쳐나오는것만 같은 이상야릇한 침묵이 생겨 손옥란은 겁이 더럭났다.        손옥란은 여직 아버지가 노하여 이토록 아들을 핀잔하는 것을 보지 못햇다.        이윽고 오빠의 윽벼르는 소리가 웅웅 울렸다.            아버지는 이렇게 마뜩잖게 묻고나서 아들의 말을 기다릴새없이 얼른 뒤말을 이었다.                        말이 잠시 동강나더니 역시 아버지의 말소리가 울려나왔다.            오빠가 좀처럼 믿음성없고 납득되지 않아서 아버지한테 다시 묻는 소리였다.             이 말 끝에 호응하듯 칼을 쭉ㅡ 뽑았다가 본때있게 칼집에 도로 집어넣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오빠의 강포한 웃음소리에 련이어 그의 교만하고 방자한 대꾸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어미잃은 망아지 우는 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손옥란의 귀에는 그 소리가 애처롭게 들렸다. 제 새끼도 찾지 않는 어미말을 꾸짖으며 그는 창가로 다가갔다. 괘종이 요란스레 새로 두시를 쳤다. 그 소리에 적이 놀랜 손옥란은 착잡한 생악을 떨어버리려고 다시 돌아서서 자기 침대에 와 맥없이 걸터앉았다.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마저 그의 눈처럼 빛을 잃고 있었다. 잠시 괴괴해졌던 옆방에서 말소리가 나지않고있었으나 침묵에 빠진건 아니였다. 틀림없이 손옥란이도 잘알고있는, 토색질한 약담배를 많이 넣어두던 아버지의 그 구리장식품들을 가득 붙여서 얼룩고양이의 상판을 방불케하는 둔탁한 장롱을 들추는 소리가 나더니만 좀 있어서 애비, 아들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오빠가 의아쩍어 그것을 받는 모양이였다.                            
352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2) 댓글:  조회:2673  추천:2  2014-08-22
      2.             사변은 언제나 사람들을 커다란 충격속에 몰아넣고 거기서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심심히 맛보게 만드는 것이다. 광복을 맞이한 손가장사람들은 지금 기쁨이라 할지 흥분이라할지 그러한 걷잡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는데 김려홍이 문득 집으로 돌아온데서 그네들의 그러한 감정을 한결 더 진하게 만들어주었다. 온갖 풍우란설이 시골에 파다히 퍼져서 사람들은 믿음직한 새소식을 얻으려 했다. 그리하여 려홍이가 돌아온 그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실을 와서 여지껏 고적했던 조촐한 방안은 마치 동네사랑방같이 흥성흥성 해졌다.    헌병대감옥으로 가면 칠성판을 진거나 다름이 없다고 했는데 려홍이가 죽지 않고 살아온게 기상천외의 일처럼 생각되였던 모양이다. 하길래 다른때는 전혀 마을돌이를 하지 않던 토성밑 움마집 계월이네 알머니까지 지팽이를 짚고 찾아와서        하면서 토스레옷소매가 젖도록 눈물을 닦았다.    그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마을에는 대체상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오직 형편없이 낡고 틱틱한 자기의 례배당과 함께 늙어가던 최목사가 병으로 앓다가 죽어서 하느님을 신봉하던 예수쟁이들이 기독교의 법대로 장례를  굉장히 지냇다는 것과 려홍이를 감옥에 처넣었던 경찰서 서장 리경광놈이 해방이 되자 독수리한테 쫓기운 족제비모양으로 어느새 몸을 빼여 달아나버린 그것뿐이였다. 와보니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계셨다. 봄에 논에 씨를 넣자마자 드러누운것이 오늘 이때까지 신고하고있는데 남천오네가 여지껏 병구완을 하면서 살림뒷바라지를 해주었다니 실로 눈물겹도록 고마운일이였다.    (혜옥이가 시집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어서 안해로 맞아들이여 아버지를 돌봐야지.)    집에 온지 이레만에 논판을 돌아보려고 마을밖을 나가며 려홍이는 이렇게 혼자말로 중얼거리면서 혜식은 사람처럼 씩 웃었다.    혜옥이는 이전부터 간이라도 서로 빼먹일 지경으로 사이가 자별한 막역지우인 남천오의 누이동생이다. 감옥문을 나오면서 털보 왕복룡이한테 놀림받기도했지만 사실 그를 오매불망 잊지 않았고 마을에다 발을 들여놓는 그 시각까지도 걱정이 많았던 려홍이였다. 그런데 정작 와보니 반갑게도 스물두살 여자나이ㅡ 열일곱살이면 꽃시절이라 머리얹고 시집가는 시골에서는 희괴하다 할만큼 번다하게 달려드는 성화같은 혼사말을 죄다 막아버리고 혜옥이는 고스란히 기다려주었다,...    바람이 건들 불어 한결 개운한 감을 주었다. 소작농들이 부치고있는 손지주네 천여상이 넘는 논밭은 수목임 무성한 저기 서남쪽 산기슭으로부터 시작되여 둔덕진 마을앞을 활짝 펼쳐져있다.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좋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누국ㄴ가 논뚝에서 삽을 메고 를 불렀다. 목청을 돋구어 길게 뽑아넘기는 그 건드러진 노래소리에 취하고있는 듯한 전야는 마치 너그럽고도 자애로운 어머니가 한없이 풍만한 자기의 젖가슴으로 곡식들을 여름내 키워 무르익게 만드는 그 애틋한 심정으로써 바로 여기 이 고장에서 태여나 잔뼈가 굵은 젊은이를 한껏 반가이 맞아주는상싶었다. 려홍이는 그러한 넌야를 두팔을 벌려 포옹해주고싶었다. 아, 얼마나 숙친한 땅인가! 이고장을 빈궁이 없는 무릉도원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으랴!    놀랜 고기들이 물속에서 장포며 갈대며 물수세미들을 건드려 놓으면서 달아나고있는 좁다란 도랑 옆길을 걸으면서 려홍이는 소시적의 감미로운 추억에 잠겼다...    려홍이가 열세살나던 해였다. 햇볕 따사로운 그해 봄 어느날, 이 마을로 한집이 새로 이사를 왔다. 려홍의 아버지, 어머니처럼 나이 많은 두 부부가 자식들을 데리고 왔는데 그네들이 갖고 온 이사집이라고는 모두해서 남성이 지게에 진것과 부인이 머리에다 인 자그마한 보따리뿐이였다. 듣자니 조선에서 건너와 어디라없이 떠돌다가 북만에는 넓은 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들어왔다는 것이였다. 려홍이의 아버지 김덕구는 본래 갖은 고생을 겪어론 사람이라 시국풍조에 부대껴 온갖 풍상고초를 겪은 그네들의 눈물젖은 신세담을 듣고나자 측은 한 감을 이길수 없어 다른데로 가지를 말고 한께 살자고 극구 말려나섰던것이다. 그래서 남천오네가 손가장에 와서는 려홍이네와 맨먼저 알게 된게고 더구나 그 한해를 한집에서 살았기에 두집은 사이가 내내 끔찍한 처지로 되었었다.        려홍이는 처음 만나서 서먹해하는 남자애에게 물었다. 덩치가 려홍이보다 더크고 나이도 한 살 우였던 천오는 제이름을 대고나서 자기보다 네 살아래이며 예쁘고 귀엽게 생긴 게집애의 이름은 혜옥이라 알려주었다. 그때 성품이 어리무던하고 유화한 그의 어머니는 려홍이를 이름부르려는  혜옥이를 버르장머리없는 계집애라고 되게 꾸짖고나서 오빠라 부르라 했었다. 그래서 향제라곤 없는 려홍에게는 난데없는 누이가 갑자기 생기게 되었는데 아직은 철부지였던 그가 그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이듬해봄이 돌아왔다. (그때는 천오네가 새집을 짓고 나갓고 온 동네가 봄일에 손이 모자라 쩔쩔매고있는 때였다.) 려홍이가 홀로 집을 지키고있는데 헤옥이가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남령감이 담배를 썰군 하던 빼또칼과 자그마한 싸리광주리가 쥐여져있었다.            고무총만들기에 여념없던 려홍이는 퉁명스레 대꾸하고나서 물러가라는 손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혜옥이는 뽀로통해서 눈을 할겼다.        (혜옥이가 나물캐주지 않으면 뭘로 국해먹나?)    려홍이는 할수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첫날은 남대문박을 나갔고 이틑날에는 서대문밖을 나갔다. 천진한 때여서 즐거운 동심이 나래펼친 그들은 손을 잡고 가면서 종달새마냥 노래불렀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      명랑한 노래소리는 꽃피는 앵두나무가지들을 가법게 흔들어주고있는 정답고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내를 건너 아지랑이 피는 들판으로 날려갔다.        노래를 하다가 려홍이가 불쑥 물었다.                혜옥이가 당돌해서 되따져물었다.                혜옥이는 어정쩡해있는 사내애를 보더니 눈을 새물거리면서 깔깔 웃다가 나중에는 손벽까지 쳐댔다.        려홍이는 주먹으로 때렸다. 그래서 혜옥이는 엉엉 울었다. 그랬지만 이틑날에는 또 함께 내가로 버들개지 뜯으러 나갔다.... 그때 주먹매맞아 울던 일이며 개눈깔사탕 나눠먹고 좋아서 앙감질하던 일이며 여자애라 깔보고 시부렁거리는 부랑진 동네애를 려홍이가 고무총으로 쫓던 일이며를 혜옥이는 지금도 기억하고있으리라...    려홍이는 어깨를 으쓱하고나서 제멋에 겨워 빙그레 웃었다.    (소문은 내지 않았어두 실은 부모들끼리 혼사가 다 된게구... 헌데 정식으루 약혼했단 말도 안했다가 어떻게 갑자기 잔치를 하나?)    려홍이는 괜히 활랑거리는 가슴을 달래고나서 이번에는 자신을 비난하기도했다.    (헝, 사위절도 하지 않은 녀석이 비위는 좋다. 그리고 혜옥의 맘은 어떤지 딱히 알아보지두않고서.... 여자속은 알구두 모를 일이란데... )    려홍이는 공연히 끄집어낸 착잡한 생각에 모대기며 걷다나니 뒤에서 사람이 따라오는것도 몰랐다.    요즘 혜옥이는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어쩐지 동네사람들 앞에서 머리조차 들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병석에 누워있는 김로인의 병구완만은 잊지 않고있었다. 오늘도 혜옥이는 려홍이네 집에 갔었는데 병자는 달인 약을 마시고 방금 잠에 든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려홍이를 찾아 도로나왔는데 근처에는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래서 허전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다가 남대문쪽으로 얼핏 시선을 주었더니 지금 막 대문을 벗어지는 그를 발견하고 얼른 뒤를 따라선것이였다.    (어딜 저렇게 혼자 가는걸가?)    종종걸음을 쳐서 다행히 거의 따라잡기는 하였으나 자연히 발걸음이 주춤거려짐을 어쩌는수 없었다. 실상 려홍이를 오빠라 불러온지도 아주 오래다. 그러나 인제는 오빠라 부를 수도 없는 처지라 생각되였다. 그렇다고 외람되게 이름을 부를수도 없는 일이고... 그저 속만 바질바질 타들어갔다...    혜옥이는 쿵쿵 방아찧는 가슴을 눅잦히며 려홍이의 신변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인기척을 내느라고 부러 발자국소리를 내고 기침도 짖엇건만 알고도 모르는척하는지 려홍이는 고개를 푹 떨군채 무관하고 흔들흔들 걷기만했다.    (갑작스레 귀머거리가 됐나봐? 참 속상해죽겟네!... )    혜옥이는 고까운 생각이 치밀어 눈을 새초롬히 떴다. 그런데 려홍이는 몸가까이에서 앵앵거리는 벌떼를 쫓기나하듯이 팔을 휘저으며 뚜벅뚜벅 걷기만하였다.    려홍이는 공연히 마음만 번거롭게 하는 불측한 생각들을 진작 쫓아버리고 지금 다시 달콤한 꿈에 푹 잠겨있었다.    (이제 내가 장가들면 어떻게 한다?...  먼저 새집부터 지어야지. 지금 집이 너무도 형편없어. 아버진 허물어져가는 대장간도 제꺽 허물어치울 맥조차 없었던 모양이지... 하긴 할아버지와 함께 세월을 보냈던 곳이니까 그냥 놔두고 보자고 그럴수도있어. 그까짓거 놔두고봐선 뭘 해, 쥐만 끓고 찌그러져가는걸. 새집을 버젓하게 짓고 살테야....    이제 새집에 즈는 날로 아들을 철석 낳고 그담은 딸도 낳고... 그럼 난 애들의 아버지가 되고 혜옥이는 어머니가 될테지. 제 어머니를 닮아서 얌전하고 어리무던한 어머니로 될거야. ... 헌데 오랍되는 천오는 장가간지 3년도 넘는데 왜 아직두 자식하나없나? 오칠성령감은 제 딸을 새끼도 못낳는 둘계집으로 키워서 준 모양이지? ...)    려홍이는 잔치날 연두저고리에 다홍치마 차려입고 머리에 꽃너울 곱게 쓴 달같은 혜옥이의 수태머금은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벌쭉 웃었다.    내가에 이르렀다. 깨끗한 자갈을 씻으며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즐거운 희망에 부푼 종각과 속삭이듯 조잘대며 흘렀다. 려홍이는 징검돌을 엇디디며 급히 건너느라 그만 발을 헛디뎌 물에 첨벙 빠지고말았다.        갑자기 여자의 웃음소리가 터지는통에 려홍이는 돌우에 제꺽 뒤여올라 뒤를 돌아다보았다.            돌밑에 숨었던 가재들이 사처로 꾸역꾸역 도망치고있었다. 혜옥이는 치맛자락을 가볍게 거머쥐고 징검돌들을 살짝살짝 골라디뎠다. 물우에 등을 내민 돌들은 그의 발밑에서 조금도 드놀지 않았다. 새하얀 옥양목저고리에 깜장통치마를 받쳐입은 늘씬한 몸매는 실로 향기그윽한 한송이의 함박꽃을 련상케 하였다.    내물을 건너오자 혜옥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려홍에게 잡혔던 손을 살그머니 뺐다. 새파란 물새 한쌍이 버들숲에서 나와 어디론가 푸드득 날아갔다.            려홍이는 이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루 살폈다. 아까 를 부르던 농군은 어디로 갔는지, 평화로운 내가에는 물새우는 소리만 들릴뿐이였다.    둘은 내를 따라 웃켠 보뚝쪽으로 가다가 한곳에 이르러 자리잡고 가지런히 앉았다. 발끝아래에서 흐르고있는 옅은 내물을 건너 저켠에 마을이 보이고 햇볕 쬐는 뒷잔등은 지금 한창 보랏빛꽃이 피고있는 들싸리무더기가 가리워주고있었다. 그러니 사랑을 속삭일 안성맞춤한 이곳을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하고 찾아온것 같았다.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이 그들의 가슴을 세차게 들먹이게했다. 그러나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하지 않았다. 무릎을 가리운 치마우에 손을 얹고 앉아 머리를 다소곳이 숙인채 코신끝만 만지작거리고있는 혜옥이의 거동을 오래도록 지켜보고있던 려홍이는 사내녀석이 말도 못하고 처녀곁에 붙어앉아있는게 멋없고 싱거운것인것 같아서 연신 코를 킁킁 거렸다.    (감옥가더니만 콧병났나부지?)    혜옥이는 조롱하듯 눈을 할깃하고는 고개를 다시돌려버렸다. 려홍이는 멋쩍게 씩 웃고나서 입을 열었다.            혜옥이는 품속에서 희종이에 차곡차곡 싼것을 꺼냈다. 깜장천에 색실로 수놓아 만든 꽃쌈지였다.            혜옥이는 눈을 곱게 흘기면서 고름끝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려홍이는 쌈지를 감추듯이 호주머니에 얼른 집어넣고 몸을 맡기듯 자기에게 살며시 기대는 혜옥이를 조용히 포옹했다. 그리고는 혜옥이의 새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이윽토록 내려다보다가 뜨거운 입술을 귀가에 대고 속삭였다.            헤옥이는 꼬집듯 옆구리를 쥐여박고 몸을 뺐다.        혜옥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머리를 떨구었다. 두귀뿌리가 앵두알처럼 빨갛게 상기되였다.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단둘이 이렇게 조용한데서 만나고보니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도 서로 리해하고 믿고있는 터였다. 설사 그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닥히 알수 없어도 이제 와서는 실로 서로가 잊을수도 떨어질수도 없는 그런 사이로 되고말았다. 하기에 혜옥이는 남모를 마음속절개를 고스란히 지켜왔고 려홍이 역시 얼굴에서 본래의 면목이 별반 남지 않도록 고생을 해오면서도 항시 잊은적이 없는 마음속의 혜옥이였다.    싷로 그들에게 있어서 흘러간 두해동안은 고통과 번민의 나날이였다. 새들의 지저귐도 술렁이는 바람소리도 그저 탄식같이만 들렸었다. 특히 혜옥이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였다. 그새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마음을 썩히는 것이 이미 생활상의 습성처럼 되어버리고 만 이 순결하고 정숙한 처녀는 그지없는 련민과 공상속에서 그리움을 참고 견디였던 지난날을 추억속에 깊이 묻어버리고 이젠 리별없는 영원한 사랑속에서 가정을 이루어 단란하고 행복하게만 살고싶었다.    그들은 냇물의 속삭임도 새들의 속삭임도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꼭 붙어앉아 그립고도 애타던 이야기며 어떠하리라고 기약할수는 없으나 절절하고 소박한 념원대로 모든 것이 잘되여줬으면 하는 앞날에 대해서 꿈많은 청춘의 그 열망을 갖고 이야기했다.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진지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이 재미는 방정맞게도 깨뜨러지고말았다. 바로 등뒤에서, 두사람을 숨겨놓고 안온함을 지켜주고있던 들싸리무더기에서 메추라기가 갑자기 아츠러운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낫던 것이다.        혜옥이가 가슴을 부등켜안고 비명을 질렀다. 려홍이도 심장이 당금 튀여나올듯이 마구 들뛰였다. 일어나보니 메추라기는 벌써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고 들싸리무지곁에 난 오솔길에 웬 사람이 서잇었다. 그도 코밑에서 방금 날아난 그 앙큼하고도 매련한 새 때문에 되게 놀랐는지, 아니면 들싸리나무밑에 웬 남녀가 앉아있는것을 보고 놀랐는지 걸음까지 멈추고 이쪽을 퀭하니 바라보고섰다. 손지주집마름 최봉학이였다.                최봉학은 그제야 려홍이를 알아본듯이 퍼그나 반가운양을 해가지고 한바탕 노적부렸다.        그러나 그도 이쪽에서 정 시답지 않아하는 기미를 눈치챘던지 무밋무밋하다가 타이르듯 뒷말을 보탰다.            려홍이는 빈정대듯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온 낯을 덮고있는 수세미같이 희끗희끗한 수염을 얄밉게 건너다보았다.    최봉학은 자기가 조롱당하고있음을 눈치채자 돌쳐서서 황망히 가버리고말았다.        혜옥이가 려홍이를 나무랐다.        령홍이는 이렇게 너털웃음을 치며 어물쩍하게 웃어버렸다.            혜옥이는 호하고 한숨까지 쉬더니 관심어린 어조로 안타깝게 타일렀다.            려홍이는 이렇게 내뱉듯 말해버리고는 피식 웃었다.    최봉학은 워낙 당지주네가 여기에 있을적부터 마름질을 해먹은 사람인데 그가 손가네한테 땅을 앗기고 멀리로 가버리게되자 제꺽 손가네 마름으로 자리를 바꿔앉았다. 절에 가면 중인체, 촌에 가면 속인인체 능한 처세술로 주인을 바꾸어 섬기는 그 한 재간으로 하여 마을에서는 지주다음으로 꼽는 부자로 되었다. 허지만 혜옥이는 예수를 믿는 그를 선량한 사람으로 보고있었다. 그러나 려홍이는 해마다 소작료를 락출없이 받아내여 지주에게 신망을 얻었고 소작농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실권자인 그가 사실은 손창유지주를 닮은 내흉하고 다욕스런 사람으로 보아온 터였다.    마름은 내를 거슬러 곧추가다가 등성이아래로 내려갔다. 아마도 논밭을 돌아보려는 모양이였다.    혜옥이는 잠잠히 침묵에 잠겼다. 실은 마름에 대해서 그 무슨 남다른 호의를 품은것은 아닌데 자기의 몇마디 말로 려홍이의 기분을 헝클어놓은것 같은, 송구하고 미안쩍은 감이 솟아남을 자신으로서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마름에 대한 고까운 생각도 났다. 남의 행복한 이야기판을 깨뜨려7버리기 위해서 우정 메추라기를 놀래운듯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려홍이는 일매지게 펼쳐진 전야를 바라보느라니 비영비영한 몸으로 농사도 채 짓지 못하고 드러누운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가슴이 저렸다.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온 손가장 소작농들이 새벽에 나오면 저녘별을 지고야 지치고 느른해진 몸으로 돌아가군하면서 근면한 하루를 보내군하던 여기 그 전야에서 아버지도 남처럼 등이 휘도록 일하며 살아왔고 이와함께 이 자식도 잔뼈가 굵기전부터 일솜씨를 배워왔던 것이다. 하건만 제 사지만 부지런히 놀리면 남부럽지 않게 살리라던 신념은 여지껏 허황한 꿈으로밖에 되지 않았다....    려홍이는 긴 한숨을 훅 내쉬며 손을 들어 가없는 전야를 가리켰다.            혜옥이 역시 의혹에 찬 그런 표정이였다.            해가 서산마루에 기울어졌다.    혜옥이는 한결 무거워진 기분으로 한숨짖고나서 저녁지으러 먼저 들어가야겟노라며 살풋이 자리를 떴다. 려홍이는 그가 저녁해빛을 받으며 내를 건너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나서 논밭쪽으로 돌아섰다. 이전에 소를 놓아 먹이군하던 좀 둔독진 곳인, 노란 금불초꽃이 시들고있는 풀밭과 논두렁에 흰옷입은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있는게 얼핏 눈에 띄였다. 려홍이는 아마 금년 도지문제를 두고 의논하고잇는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그리러 스적스적 걸어갔다.    그곳은 한족소작농 정지항이네 논밭이였는데 씨름잘하기로 소문이 난 장골 심병호며 흰수건을 머리에 동인 천오의 아버지 남상백령감이며 등이 구부정한 오칠성령감 등이 모여있었다.    인간세상에 보기드믄 변란에도 드팀없는 계절이여서 벼들은 벌써 무르익기 시작하느라고 누른빛갈을 띠였다. 사람들은 려홍에게 알은체를 하더니 이어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짐작했던 바와 같이 농사형편에 대한 이야기들이였는데 모두들 세상을 뒤집는 큰 사변이 일어난것도 깜깜 잊은상싶었다.        남령감의 말에 뒤받혀 바지기랭이를 걷고 마주선 신병호가 동을 달았다.        요즘은 보리수제비로 끼니를 끼니를 겨우 이어가고있는 김덕보가 한숨 끝에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려홍이는 두해전 자기가 감옥가던 해에 이사왔던 그를 다시금 쳐다봤다. 마침 남상백령감이 혀를 끌끌 차고나서 나무라듯 말했다.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