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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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연기 스타일 댓글:  조회:2539  추천:1  2015-03-23
   연기 스타일   아래의 청동흉상을 만들어 낸 제작자는 이름이 윌 아빠·고르브바쵸브인데 그는 푸틴을 로마제국의 황제같이 로마식의 퍼플로브(紫色长袍)를 입히고 머리에다는 왕관을 씌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기스타일 헤게모니 때문에 중국의 네티즌들은 농담으로 “푸틴은 위대한 로마황제”같다했더니 이제는진짜같이 되여간다.  TASS(塔斯社) 등 언론보도에 의하면 세인트 피터스버그(圣彼得堡)의 코사크의회는 선포하기를 푸틴의 청동흉상을 만든것은 그를 잊지 않을 기념으로 세우기 위해서라면서 첨부하여 그것은 그에게 로마황제가 쓴 왕관같은것을 씌워주기 싶어서인것이라 했다고 한다. 객관은 그것이 그 국가민중의 갈망이 아니였을가고들한다. 한 코사크 수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동상은 올해 반파시스트전쟁 승리기념날에 개방할 것이라는거다. 여지껏 레닌그라드로 불러왔는데 도시이름이 세인트 피터스버그(圣彼得堡)로 변경이 될지는 그때가봐야 알 일이다.     미국의 (新闻周刊)에 의하면 웹사이트에 난 에 실린 레닌그라드(圣彼得堡)의 글이라면서 그것을 인용했는데 코사크의회는 올해 반파시스승리 기념일을 맞으면서 푸틴의 로마황제 스타일의 동상을 정식으로 공개할것이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그룹 리더 앙드레 브리야꼬브가 말하기를 그 동상을 앞으로 세인트 피터스버그(圣彼得堡) 북쪽구역의 파라나스(Parnas) 지하철근처에다 세울것이라했다고 한다. 브리야꼬브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틴에게 기념비를 세워주자는 생각은 1년전에 생기였는데 그것은 그가 친히 로씨야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크림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러시아의 역사와 업적에 불멸이 될 것이기에 명심해 둘 가치가 크다.” “그의 업적을 잊지 말아야지. 잊어서는 안됩니다.” 하면서 브리야꼬브는 당지의 미디어 신문사에 다음과 은 말을 냈던 것이다. “나는 부틴이 백년이래에 가장 지혜롭고 가장 적극적인 국가수령이였다고 봅니다. 하기에 이는 그 자신을 놓고 보면 일생에 얻을 수 있는 제일 가치있는 기념물이 될 것입니다.”   브리야꼬브는 또 부틴의 일연의 업적을 말했는데 례를 들면 그가 로씨야의 총통이 되였을 때에 그루지야와 몰도바에 가서 "순서를 가지고 전쟁을 종료"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 "우리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브리야꼬브는 보태말했다. 이 동상조각가의 디자인은 아빠이름 라 한다. 그가 말하기를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 동상은 로마제국의 황제를 묘사하는 것이라는거다. 하길래 그한테다 로마네스크(보라색) 가운을 입히고, 머리에다는 왕관을 씌운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그를 분장기킬 상상입니다" 그의 말이다   미국 언론은 다음과 같이 논평하고있다. 1990년대 이후 동유럽 국가에서 코사크는 뛰어난 자원 봉사자들과 준군사조직 무장충돌이 있었다. 2000년, 그들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 체첸내전에 참여했다. “푸틴동상”포스트는 소비에트"지도자를 기념하기 위해 얻을 수있는 첫 번째가 아닌것이다. 2007년 옐친기념물을 건설하려했는데 옐친은 그만 사망하고만 것이다.   이 뉴스토론에 중국의 네티즌들이 많이 참여하고있다. 그것은 "위대한 푸틴"이라는 명칭에 대해서인 것이다. 독자인 나는 어떤 생각인지?....        현지시간으로 2015년7월22일-23일,키예프 우크라이나의 예술가 다샤 마르 첸코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수집해온 약 5천여개의 길이와 구경이 같잖은 탄알깍지로 자기의  스튜디오(工作室)에서 푸틴의 거대한 초상화를 만들어냈다.          
450    일본 레드클래식: <<전쟁과 사람>> 댓글:  조회:2821  추천:2  2015-03-21
                              일본 레드클래식:                                           (日本红色经典)        야마모토 萨夫(1910년 7월ㅡ 1983년 8월)는 일본의 가고시마시에서 태여났다. 그가 맨처음으로 감독을 맡고 찍은 영화는 1937년에 나온 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후에 좌익사상을 가진 영화들을 적잖게 찍었는데 거개가 상업적인 가치도 있는 것들이였다..    주요한 작품으로는 외에도    ,    ,    ,    ,    ,     등이다.     야마모토 萨夫의 영화가 더러 중국에 들어와서도 상영되였는네 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오늘 내가 본 그의 력작으로 치고있는 2부만을 참고로 우선 내용을 소개하련다.      (1)    1928년, 신흥재벌 5대가족의 두령 고다이아츠코는 거실에서 가족의 추천을 받아 미국에 가게 된 맏아들 에이스케를 위한 송별연회를 차린다. 그는 자기가 계획적으로 차리는 그 가족연회석에서 아래사람들이 만주의 형세를 놓고 서도 담론하게끔 유도한다.    그의 맏아들 에이스케와 다른 한 사람 가지샤오지에는 만주에서는 장작림의 군대가 일본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대해서 강경한 수단을 취하고있으니까 만주에 건너와 살고있는 일본사람들은 위협에 직면한 것이라면서 일본은 반드시 그에 대한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지 그러지를 않았다가는 앞으로 더 살아가기가 어려울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관동군이 출병하여 장작림군대의 무장을 없애치우게 하는것 밖에 다른 출로는 없다고 한다. 가지샤오지에는 만주에 온 후 5대를 내려오면서 운송회사(运输公司)를 꾸리고있는데 편리를 리용해서 암암리에 독품거래를 하거니와 옛날 무사도의 정신으로 서슴없이 공포적인 수단으로 돈벌이를 하기도 하는 사람이였다.    5대가족의 한사람인 가지샤오지에는 관동군은 어물거리고 천황은 출병명령도 내리지 않고있으니 불안하다고 곱씹는다. 그는 언녕 장작림(张作霖)을 암살해버릴 궁리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1931년 9월 18일, 관동군은 심양교외에 있는 류조거우(柳条沟)에서 위력이 대단히 높은 폭발물을 터쳐 장작림이 타고가는 렬차를 전복시키고는 한심하게도 그것은 국민당군대가 전쟁을 도발하기 위해서 트집잡는짓이였다고  여론을 퍼뜨린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그들 5대가족은 기회가 왔다고 군대측과 벌이를 벌려 횡재를 한다.    미국에 갓던 에이스케가 돌아온다. 그는 아츠코를 동북에서 철 산업을 하게끔 만들어놓는다. 한편 “상해사변”직후  아츠코의 장녀 유키코의 남자친구인 쓰게는 싸움판으로 출정하게된다. 하여 유키코는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2)     일본의 침화전쟁은 날일갈수록 심해진다.  이에 따라서 일본사람의 그 5대가족에도 기쁨과 슬픔이 엉켜붙는 생로에 접어든다. 제5대인 아츠코의 둘째아들 슌스게는 제가 살아갈길을 제절로 찾는다면서 집을 떠나갔거니와 남편이 있는 유부녀 아츠코에 반하여 그를 사랑하게된디. 그 둘은 죽을둥살둥 모르고 영원히 붙어살려했지만 아츠코남편의 고압적인 조치에 어쩌지 못하고 고통만 겪는다.    한편 유부녀 아츠코의 둘째딸 쥰코는 좌익학생 코헤이와 가까워져서 그와 사랑관계를맺게되는데 반전운동을 해오던 코헤이는 어느날 그만 경찰에 체포되고만다. 쥰코는 그를 빼내오느라 갖은 애를 다 쓴다. 그럼으로 하여 코헤이는 마침내 감옥을 나오게 된다. 그러나 그들 둘은 붙어 살수 없게된다. 감옥을 나온 코헤이에게 군대에 나가라는 지령이 내렸던 것이다. 쥰코는 코헤이보고 제발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 다시만나자고 당부한다.    다른한쪽 아츠코의 큰딸 유키코의 남자친구 쓰게는 어느덧 중위로 승급한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끝내 도쿄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는 군무국장 나가타를 암살하는 안건에 말려들고만다. 그럼으로하여 그때로부터 그만 유키코와의 련계는 끊어지고만다.    다른한편 항일유격대원 서재림(徐在林)과 여유격대원 전명복(全明福)사이에는 사랑관계가 이뤄진다. 서재림은 “만주성위”에서 파견한 대표와 부대를 철퇴시키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끝내 도망치고만다. 전명복은 그만 총에 맞아 죽는다.    부유한 집의 미스로 태여나 “항일운동”에 참가한 조서방(赵瑞芳)은 일본의사 핫토리와 사랑을 맺는다. 커버 핫토리 때문에 그녀는 군사경찰의 체포를 피해 상해(上海)를 탈출한다.      (3)    1937년,일본은 침화전쟁을 전면적으로 발동한다. 아츠코의 큰딸 유키코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랑하는 쓰게로 하여금 군무국장 나가타를 암살하는 안건에 말려들게했다가 그만 모든 련계를 잃고만다. 그와의 사랑이 담박해진 그녀는 자신을 헌신하려던 생각을 접어버리고는 한 금융거인의 아들한테 시집을 가려고 한다....      유게세의 딸 쥰코는 자기가 애모하던 좌익학생 코헤이가 입대하게 되니 그와의 련계는 끊어지고만다. 코헤이의 반전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는 끝내 가정을 떠나 평화운동에 뛰여든다. 그랬다가 쥰코는 우연히 코헤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지금 중국의 항일운동을 원조하고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한편 아츠코의 둘째아들 슌스케는 일본의 중국침략을 반대했다가 체포되여 감옥에 같히며 감옥을 나와서는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군대모집에 빨려들고만다. 대포밥이 되어야 하는 슌스케는 전쟁마당에서 제눈으로 직접 쓰게중위가 죽는것을 본다.      쏘련홍군의 훼멸성적인 타격을 받게 된 일본군은 하이라얼로 창황히 도망쳐 더 이상 싸움을 지속 할 수 없게된다. 목숨이 붙어있지만 실혼락담한 슌스케는 도망치는 난민들의 무리에 슬그머니 숨어들고만다.                   
449    반세기넘는 수수께기 댓글:  조회:2039  추천:1  2015-03-19
          딜리사건(帝银事件):       반세기넘는 수수께기   ...  제2차세계대선을 일으켰던 일본에서는 전세기 70년대에 이르러 평화헌법을 제정해서야 비로소 좌익사조가 휘몰아치게되였던바 그 좌익사조의 핵심인즉은 바로 줄곧 세계평화를 갈말망하여 설전을 벌려왔던 일본공산당 사람들이였던것이다. 그들은 국가가 발전하자면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뤄져야 하고 그 분위기를 이루려면 전쟁을 선호했던 온 국민이 지난날 자기가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일을 돌이켜보고 허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다른나라에 대한 침략을 반대하는 반전영화들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례를 들면 1956년·~1961년기간에 찍은 6부곡으로 된 마사키 코바야시의 ,  1970년~1973년 기간에 찍은 3부곡으로 된 야마모토 사버의 ,  1970년에 찍은 갑급전쟁범 도죠히데끼가 주역으로 나오는 쇼와의 교반역사를 다룬 , 위만시절 할빈에 있었던 “731”부대의 인체세균실험을 포함한 가지가지 죄악들을 폭로한 등이다.    이런 영화들은 다가 일본군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죄악들을 폭로하고 질타 한 것들인데 다가 실재한 사료와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여 제작된 것들이였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제작자가 일본군이 중국에 와서 저지른 잔인한 죄악들을 감추지 않고 부끄러운대로 솔직히 화면에 올려 세상이 다 알게끔 한 것이다.       3부곡으로 된 을 보면 9.18사변과 7.7로구교사변으로부터 일본군이 조선과 중국의 대만, 남경, 화북에서 감행한 대도살장면들을 실제있었던 그대로 올렸는데 그 참상이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일본군은 손에 철붙이하나도 들지 않은 순직한 부락주민들을 되는대로 마구학살하는데 온 촌락에 주검이 널려 소름돋게 했다. 지어 포로한 공산당원은 창격목표물로 삼아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도 나오는네 일본군은 그야말로 인간성이란건 꼬물만큼도 없는 살인귀로 형상화되였다.    항일에 나서서 피흘리며 싸운 중국의 민중을 정면인물로 내세운 이러한 영화가 일본의 영화계에서 한때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나 같은 영화를 보면 다가 중국공산당이 군중을 각성시키고 발동하여 일제의 침략자를 “일본 도깨비”라 욕하고 증오하면서 맛서 싸우게끔했는데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아주 생동하다. 반전영화 을 보면 그것은 당시 아직은 생전이였던 히로히토천황을 과감히 내놓고 비판한 것이다. 그렇거니와 또한 일본배우가 팔로군역을 하면서 “중화민족은 단결하여 일어나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고 웨치면서 “의용군행진곡”을 높이부르기도 한 것이다.    그같은 영화들이 일본에서 제작되였다는 것은 일본이 지난날 자기가 감행했던 침략행위에 대해서는 심각히 반성해야 하거니와 더욱히는 머리를 다시치켜들고있는 군국주의에 경고하고 그 근원을 뿌리뽑아버리자는 것이 목적이였다는것을 알수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서 남이 모르는 원자탄의 세례까지 받았건만 아직까지도 군국주의 흙구렁텅이에 빠져 헤매면서 나올줄을 모르르고있는가, 도대체 왜서?...       영화 을 보면 전쟁초기에 너희들 신문기자는 도대체 무슨짓들을 했는가를 보라, 그 무슨 "황군은 무적" 이라느니 "성전만세" 라느니 하고 웨쳐대고 떠버리지를 않았더냐? 일본을 호전광으로 만든건 바로 너같은 인간들이였다. 고 지적하면서 책망하고 질타한다.  그러면서 “전쟁을 고무격려한 그따위 인간들은 마땅히 전부다 총살! 총살!”이라 웨쳤다.        일본공산당의 줄기찬 적극적인 활약에 의하여 일본은 한시기 력사를 바로잡게되였던 것이다.    지난날을 반성하는 영화창작의 그같은 구호들에는 거짓이란 추호도 없었다. 그 구호는 전쟁범과 군부(軍部)만을 질타한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일본사람 모두를 싸잡아서 질타하면서 자기를 스스로 돌이켜보게끔, 흉금을 찔러 사람마다가 자기를 한번 반성해보게끔 한 것이다.    일본의 학계와 사회는 그 반전영화의 가치를 인정했기에 일본영화계에서는 최고상으로 이르고있는 “일본 아카데미상”을 주기까지 한 것이다.                                                             돌연스런 전향      그런데 놀랍게도 괴변스러운것은 우파세력의 작간으로 하여 이제와서는 돌연스례 방향이 슬그머니 돌아져서 저들 일본역시 피해자였다고 나서면서 지어는 전범을 공공연히 변호하고 칭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있다는 그것이다. 일본은 그러면서 전에 다른나라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하던 말을 이제와서는 더 하지 않고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어는 저들의 일본군은 “아세이의 보호자”라며 나서고있으니 우수운 일이다!    영화 은 전번세기 80년대후기에 나온것인데 그 영화를 보고 후에 나오는 다른영화들을 보면 일본에서 이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제재로 한 영화는 적어지고있는 추세라는것을 알수있다. 이는 일본이 이제는 전쟁에 대한 회억과 반성이 점점 히박해지거니와 애매하게도 모호해지고있다는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전쟁영화가 다시는 침략을 당한 나라에 손해를 안겨주었다는 인상을 후대들에게 주지 말자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은 저희들역시 “피해자”라며 나서고있다. “일본국민들도 매우고통스럽다”는 것이다. 1988년에 찍은 영화를 보면 그러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제재로한 영화들에서 지어는 전쟁범을 아름답게 분칠하고있다. 그 례를들것 같으면 2009년에 찍기시작해서 2011년에야 관중과 대면한 같은 과거의 력사를 다룬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일본군인을 보면 용감, 견인, 지혜로운바 지어는 “아세아인민의 보호자”로 꾸며지고있이다. 영화는  지난때의 “일로전쟁”을 다룬것인데 력사를 보면 일본과 로씨야지간에 전쟁의 전리품인 땅을 놓고 벌어졌던 쟁탈이였던 것이다. 한데 그 전쟁으로 말미암아 생기였던 피해ㅡ 중국인민들이 받은 극심한 유린(蹂躪)에 대해서는 그리지도 언급하지도 않은것이다.        다른하나, 2005년에 찍은 영화 오키나와 수상특공대와 전함의 주인이 주역으로 등장하고있는 는 군국주의에 의하여 대포밥으로 되고마는 하층인물들을 “보가위국영웅”이라면서 자신의 삶을 희생시키는 영웅순교자로 아름답게 꾸미였다. 혹시 일본젊은이들이 모색하는 대상으로 될수는 있겠지만 영화는 2차대전에 피해받은 나라들의 견책을 받는것이다. 그 영화는 일본이 전쟁에 나선 원인과 배경이 뚜렷하지 않거니와 “야마토 舰”이 군국주의에서 해탈하려는 징조같은것은 전혀보이지 않거니와 대전에 참가할 뿐 뉘우침이란 전혀없는것이다.                                          갑급전쟁범이 영웅으로 둔갑하는 일본       새로나온 를 보면 일본이 지금은 전쟁을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번지고있음을 알수있다. 같은 작품이라지만 70년대에 반전거장(反战巨匠)이였던 야마모토 萨夫가 찍은 를 보면 육군 군관인 주인공이 쏘련의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와 제 나라로 돌아가서는 자기가 살인장비를 만드는 제조업에 종사하게 되니 내심의 투쟁이 많아 고통스러운 것으로 돼있지만 새로찍은 영화에는 그런장면이 전혀보이지 않는다. 외려 질높은 군사품을 흠상하면서 가송하는 것으로 고쳐졌다. 원래는 제대로 되였던 전쟁드라마가 지금와서는 군국주의비위에 맞고 도덕표준에 맞게끔 뜯어 고친게 분명하다.    일본이 지금에 이르러 전쟁력사를 뒤집어버리는 영화로는 그것말고도 도죠히데끼이를 주인공으로 한 과 같은것들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1998년에 원동군사법정의 “제2차대전 전쟁범결의안 50주년”을 맞으면서 찍은것인데 사형으로 판결되여 목매여 죽여버렸던 일급전범 도죠히데끼를 이제와서는 국가를 위해서 단창필마로 싸운 민족영웅으로 부각한 것이다.         일본은 지금 우파세력이 커지면서 꺼져가려는 군국주의를 다시금 부활시키느라 갖은 수단을 다하고있다. 하여 세계는 불안하여 그쪽으로 주의력을 돌리고있다. 누구나 다가 이렇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을것같다.  우파를 지지하고 도와서는 좋은일이 없을것이다.  갑급전번 도죠히데끼. 자살미수. 동경전범재판에 교수형. 도죠히데끼의 아버지. 손녀               아들  
448    春妇传(매춘부의 이야기) 댓글:  조회:2154  추천:0  2015-03-17
  春妇传(매춘부의 이야기)  영화로 보는 일본(6)      는 전쟁편에 속하는 영화로서 연출(导演)은 스즈키 세이준이다. 그는 1965년에 일본 노가와 유미코, 카와치 등 이름난 배우들로 팀을 무어서 이 영화를 찍은것이다. 이 는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로서 실지로 있은 사실에 근거하여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서 위안부로 지원해 나섯던 몇명의 매춘부들은 머나먼 동북의 만주리(满洲里)에 왔다. 거기에서 그녀들은 수백명 병사들을 위해 제 몸을 바쳐야했던 것이다. 서로의 사이가 아주 특별한 관계였지만 그녀들은 다가 똑같은 비참한 운명이였던 것이다....당시 전쟁에 혐오를 갖고 탈영을 하려는 군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 위안부로 나선 매춘부들이 국가에 충성하게끔 지긋이 이끈데서 목적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연출자 스즈키 세이준은 이 영화를 통하여 군국주의자들의 거짓을 폭로하고 비판하면서 유미코 노가와를 하이라이트(凸显)함으로써 전쟁때의 영웅이 기실은 남자들보다도 녀성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 양화와 비해 일본에서 찍은 과 같은 영화는 마음이 여린 여학생의 운명을 다룬것인 주제가 확연히 다른것이다. 도쿄 사우스세인트(圣南) 여자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키는 본래 무지하고도 마음이 어진 소녀였다. 그러한 그가 어느 여름날에 성격이 완전히 개변되고 마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되자 교토에 있는 집으로 간 그는 어머니의 연인한테 그만 강간당했던 거이다.    이로인하여 슬프며 고통스러웠던 유키는 종내 학업을 버리고 그만 타락하고만다. 그는 갱 리더(黑帮头目)를 만나 사귄다. 공장 생산업자인 이런 사람들이 그녀로 하여금 육체적인 쾌감을 주기를 바랐다. 하였기에 유키는 시종 고뇌속에서 헤매이게되였다. 그러던 차 마침 젊은 건축사 혼마 요이치로가 나타나 유키의 애정은 그쪽으로 쏠리게됐고 그것은 기쁨을 주면서 차츰 꽃으로 피여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순탄 할 수는 없었다. 얼마안되여 곧 혼마 요이치로가 물란서 류학했을 때의 연인 산드라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하여 유키의 가슴속에서는 갑자기 세찬 파도가 일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요이치로는 유키와 결혼한다. 그러나 고통은 멈추지 않았으니?.....일본여성들의 운명을 다룬 영화인데 사색해볼 가치가 있으니 괜찮아보인다.        
447    暴风女神(폭풍여신) 댓글:  조회:1733  추천:0  2015-03-17
 暴风女神(폭풍여신)    영화로 보는 일본(5)        이 영화의 배경은1945년이다. 미국이 히로시마에다 원자탄을 던짐으로 해서 제2차 세계대전은 막바지에 이르었던 것이다. 당장 멸망에 직면한 일본은 미국의 핵폭탄발사기지를 없애버림으로써 제 운명을 건져보려했다. 하여 그 임무를 “폭풍녀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잠수함의 지휘자 해군대위 아사쿠라가 수행하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그당시 잠수함으로서는 세상에서 으뜸이였던  “폭풍녀신 507”은 독일에서 제조한것이였는데 무었보다 공격능력이 가장좋던 것이다. 그런것을 가지고 해군대위 아사쿠라가 제 부하들을 지휘하여 형세를 역전시켜보려고 최후의 절망적인 필사의 노력을 경주한 것이다. 했건만 .결국은...... 전쟁도발자의 운명을 넉넉히 알수있는 것이다. 무력의 시위는 비극을 만들뿐이다.        히구치 신지는 활동적인 동화편제작자일뿐만아니라 성인영화제작에도 재능있는 사람이다. 그는 일본에서 유명한 시각적 표현자라는 평을 받고있다.  
446    百濟武士(백제무사) 댓글:  조회:2267  추천:0  2015-03-16
   百濟武士(백제무사) 영화로 보는 일본(4)       이 영화는 백제의 멸망전후 바다를 건너 일본에간 백제의 류랑자와 무사들이 란고촌(兰古村)을 만들어 발을 붙이고 백제를 부흥시키려는 기간에 일본의 무사ㅡ 사무라들과 벌어진 모순과 충돌을 애정선에 놓고 흥미있게 꾸미였다. 이 영화를 보느라면 오래전 우리 선대의 모습이 어떠하였는가를 알게되는 것이다.      기원 598년, 백제의 위덕왕이 죽으니 그를 호위하던 무사가 할복자살을 했다. 450년이 지나, 즉 11세기초 한국의 3국시대에 들어와서 백제의 후손되는 무사 17명이 일본으로 도망가 한 자그마한 마을을 만들고는 거기에 정착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만에 백제의 전사 구도(GOUdo)가 석사(师父) 정현을 찾아가 자기가 이름난 김환을 찾아가 그한테서 검술을 배우는것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했다. 구도(GOUdo)는 돌아오는 길에 그곳의 군벌 사이또의 딸 오사메공주를 만나 둘은 첫눈에 그만정이 든다. 한데 오사메공주는 그 곳의 다른 한 군벌인 안도에게 시집을 가고만다. 그리하여 구도(GOUdo)는 검과 애정을 놓고 그 둘중에서 어느것을 선택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구도(GOUdo)는 다음날 아침에 애인 오사메공주와 함께 도망친다. 그러다가 그들은 그만 안도를 따르는걸레붙이 후원자의 눈에 불행스레 들키우고만다. 안도는 구도(GOUdo)의 석사(师父) 정현을 붇잡아서..........   백제무사 결말어: 싸울아비와 사무라이의 싸움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었다. 피내림의 운명은 한가지가 되어 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땅에서 백제의 혼으로 살아 숨쉴뿐이다.   간평:  는 한국영화역사에서는 처음으로 조선에서도 들여다 돌린 영화다.북에서 그것을 돌린 목적은 다른게 아니다. 영화가 고대  무사들의 형상이거니와 한국과 일본이 문화교류를 하자는 목적에서 찍었달뿐  남북간의 의식형태면에는 아무관계가 없는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추천하니 시간을 짜내여 한번 보기바란다.  
445    战争弥撒曲(전쟁 미사) 댓글:  조회:1928  추천:0  2015-03-16
  战争弥撒曲(전쟁 미사)  영화로 보는 일본(3)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에 생긴 일이다. 일본군은 원동지구에 있는 독일의 군사기지인 중국 산동의 청도(青岛)를 공점했다. 청도는 당시 아세아의 전쟁마당으로 변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5000여명의 독일군이 지키고있었는데 일본과 영국련합군 3만명이 포위공격하여 300여명을 죽이고 4천 7백명은 포로하였다. 일본은 본래 그들을 다 죽여 복수하려했다. 그런데 포로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국제법에 속박되여 일본은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고 제나라에 끌고가 12개의 수용소에다 나눠서 가두었던 것이다. 1년이 지나서 포로관리의 필요에 따라 12개의 수용소를 합병하여 6개로 만들었다.         그 수용소들 중에 도쿠시마반도(德岛板东)라는 이름을 가진 포로수용소(俘虏收容所)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 수용소의 소장은 아이즈사람(会津人) 마츠였다. 그의 아버지가 메이지유신 때 전쟁포로로 수용소에 갇겼기에 마츠는 어린 몸에 그와 함께 수용소에서 고생스레 지내다보니 포로의 사정을 잘알았다 하기에 마츠는 웃사람의 뜻을 무시하면서 포로에 대서는 동정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마츠는 포로들에게 토스트(烤面包)를 먹였거니와 놀이기구(玩乐器)들을 마련해주고 멕주도 마시게했다. 지어는 포로들이 자체로 인쇄하는 신문까지도 꾸리게 했던 것이다. 그같이 언어도 습관도 같지 않고 다른 그이들에게 상상밖에 베풀어 준 그의 그 배려는 포로들로하여금 속을 과연후덥게 했거니와 상상외의 인간성에 감복되여 다가 희열에 잠겨 즐거운나날을 보냈던 것이다.    한편 그 당지의 일본사람들은 포로들로부터 독일의 과학기술이며 식품제조기술이며를 배워서  알게됨으로하여 혜택을 적잖게 보게되였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 독일은 정전협의를 맺았고 그로인하여 자유를 얻게 된 포로들은 제 나라로 돌아가게 되였다. 일본을 떠나면서 독일군포로들은 저희들의 무대연기로써 리별을 고하려했다. 그지간 포로수용소에서 그들은 자체의 악대까지 꾸린 상황이였데 악기다루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었던던 것이다. 그들은 녀성이 없는 정황에서 베토벤의 제9교향곡을 개편하여 그것을 멋스레 잘 연주하는 것으로써 수용소 소장 마츠와 당지주민에게 감사의 답례로  선물하려했던 것이다.    악대의 연기는 성공적으로 과연 잘 되었다. 그것은 그 지방에서는 종래로 있어본적이 없는 처음의 공연이였는데 그 감격이 전 일본을 진동시켰다. 이는 실지로 있은 사실이다. 하기에 그때의 그 일은 오늘에 이르러서까지도 아름다운 미담으로 전해지고있는 것이다.                             나역시 베토벤의 그 교향곡을 듣기좋아한다.    마츠소장이 적포로를 대해준 그 너그럽고도 훈훈한 마음ㅡ 그같은 인도주의가 일본땅에서 그같이 생겼다니 초문이요 이거야말로 실로 진짜기적이 아니겠는가 한다!     难以相信的人道.      나는 할빈에 있을 때 위만시절 일제가 3천명넘는 항일분자를 잡아다는  그들을 마루다(나무토막)라 이름짓고는 각가지의 실험용으로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731부대의 유적지와 전람실에 들어가보았고 남경에 가서는 30여만에 이르는 무고한 중국백성이 학살된 장소들도 돌아보면서 인간성을 깡그리잃어버린 살인마귀들의 잔악한 야수성이 그야말로 극에 이르었댔음을 알고는 치를 떨어온 사람이다. 하기에 나는 군국주의는 악의 유령이라 여겨 저주하면서 견결히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나는 일본에서 찍은 영화들을 한편, 두편 골라보느라니 여러방면으로 리해와 감상이 깊어지면서 마음상에 새로운 느낌도 있는 것이다. 일본이 군국주의를 부리더라도 마음이 이 영화에서 처럼 되게끔 그런쪽을 유도해나아가기만 한다면 국국주의도 색깔이 달라지면서 의미가 변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일본사람이면 싸잡아 다 본심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절대 그런게 아니다. 속담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다. 물론 속담처럼 딱히 찍어내지는 못하겠지만은 내가 만나보고 면목을 익힌 그 몇몇 일본분들은 다가 인상이 좋았다.    한데 문제는 이미말한바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일본의 정신은 솔직히 말해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게 소유되는것이 아니라 한줌도 못되는 우익의 통치자들에게 너무나 집중되여있다. 그것이 국민을 하나같이 단합시키고 움직임에는 유리하다고 보겠지만 분별없이 놀아대는 상층인간 몇의 머릿속에 깊히 뿌리밖힌 군국주의사상이 이제 아무 때건 일을칠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남경대도살                                                                                 南京大屠杀纪念馆 资料图 七三一部队除在室内用活人来实验所制造的各种细菌武器的效能外,为研究在战争环境中使用细菌武器并使其更好的发挥效能,凡是七三一部队研制的细菌武器都在安达特别靶场上用活人来做试验。   七三一部队除在室内用活人来实验所制造的各种细菌武器的效能外,为研究在战争环境中使用细菌武器并使其更好的发挥效能,凡是七三一部队研制的细菌武器都在安达特别靶场上用活人来做试验。                                        
444    吾为君亡(왕을 위해 죽으리) 댓글:  조회:1633  추천:0  2015-03-14
                     吾为君亡(왕을 위해 죽으리)                        영화로 보는 일본(2)        신풍특공대는 일본군의 한 특수한 비행대로서 2차세계대전때 정정당당하게 결투에 나섯다. 그들의 전투임무는 멸망해도 네놈하구는 함께 멸망할테다면서 적군함을 들이박는 것이다.    별칭이 ISLAM라는 그 테러분자는 대체 무엇이였던가? 군용으로는 돼보이지를 않는 민간용같은 자그마한 비행기가 폭탄을 싣고는 날아가 적측의 목표물을 들이박아 폭파해버는 것이였다.     하였기에 미국군은 그것을 만나는 날이면 불행을 면할수 없었다!      미국은 이러면서 분이 끌어올라 욕했다. 그러면서도 쇼를번(小日本)을 군법위반라고 국제법정에 상소할수도 없었다. 너죽고 나죽고하는 막판에 광명정대라는게 어디있고 법은 무슨놈의 법이란말인가? 도살자의 칼아래에는 정의라는것이 있을수 없다. 늙은이 부녀 어린이마저도 방패삼로 삼아 내세우면서 대방을 쳐 꺾구려뜨리려드는 자를 놓고 무슨 정의를 운운한단말인가?    자살수단은 택할바가 아니건만 일본군의 은 그것을 천황을 위한 가장 신성하고 적시적인 표현이고 행동이라했던 것이다. 하기에 신풍특공대원이 된 사람이면 그 누구나 다 자기는 천황을 위해 시시각각 신성한 죽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고 생각해야했던 것이다.    특공대의 퇀장은 그들앞에서 이틑날 새벽5시에 출발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훈화를 했다.      “적의 모든 군함을 공격한다.     하나하나 바다속에다 장송한다.     너희들은 용기를 내야한다“    황국의 운명은 너희들의 두어깨에 지워졌다.    듣거라! 천황을 위해 목숨받친다고 생각해야 한다    살아서 돌아오면 수치다.    적함을 들이박을 때는 눈을 감지 말라, 알아들었는가?“      한쪽팔에 국기를 완장으로 낀 대원들은 주먹을 불끈쥐고 히노마루를 향해 맹세하고나서 술을 한잔씩 마시고는 저가끔 비행기에 올라 적을 향해 기지를 떠났다.     그 신풍특공대를 생각해낸 사람은 군국주의자 오니시다 키지로였는데  그는 전쟁이 끝나자 목숨을 참혹하게 잃은 젊은령혼들 앞에 미안하고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할복자살을 하고말았다.    그당시 해군소속의 新第71部隊 나카니시(中西)에 신풍특공대원이 모두  24명이였는데 그 가운데 일본이름으로 히카루가가라 부르는 조선젊은이도 하나 끼여있었다. 독신으로 일본에 와 있으면서 평시에 자기를 늘 친아들같이 여기면서 살틀히 대하고 거두어 준 일본녀인앞에서 그는 스스로 자아모순에 빠져 출발전에 나는 조선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왜서 죽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죽는단말인가?  심리적인 모순에 빠져 눈물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라도 못가서 발병난다.     일본녀인도 불렀다. 함께 울먹이는 감정에 목청을 떨며 불렀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죽어야한단말인가?  망국노의 설음을 잘 표현했다!
443    太平洋的奇迹 (태평양의 기적) 댓글:  조회:1563  추천:0  2015-03-14
   太平洋的奇迹 (태평양의 기적)                                 영화로 보는 일본(1)          1944년 6월, 제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남양에 있는 일본군의 주둔기지에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사이판으로부터 가장 잔인한 순간이 닥쳐왔다는 것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왔다. 그것은 만명에 이르는 미국군대가 이제 당장 그 자그마한 섬을 점령하려고 일본군의설치한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훼멸성적인 타격을 안기리라는 것이였다. 일본의 결정적인 패배는 목첩에 닿고있었다. 사태가 그러함에 륙군보병 제18련대의 대위 사카에는 사이판에 있는 모든 군민은 천황을 위해 자기와 함께 자기의 생명을 깨끝이 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하여 육박전을 벌린데서 온 사이판이 피못에 잠겨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512일간의 지속된 결사적인 싸움에서 2000여명의 미국군이 죽고 일본병은 4000명이나 생명을 잃어 살아남은것이 겨우 47명밖에 되지 않았다.    미군은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육군보병 제18련대의 대위 사카에 보고 손을 들고 투항하면 죽이지 않고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카보는 호리가우치, 무구토시오 등과 함께 자기들은 “투항을 모르는 민족”이라면서  상급의 명령이 내리기전에는 절대 투항하지 않으리라 뻣히면서 최후의 결전을 다짐했다. 그 섬에는 일본백성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가 산속깊이 들어가 숨었다. 그런판에 형세는 점점 더 함악해갔다. 깊은 산속에 숨어들고 보니 우선 먹을것이 없었고 병구완을 하려해도 약이 없었다. 하여 백성들은 흰기를 만들어 들고 산속을 나가게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대위 사카에는 병사들을 향해 자기와 같이 끝까지 투항하지 말고 싸워야한다고 명령했다. 허나 그 자신이 모르고있었지 일본천황은 이미 투항조서를 내렸던 것이다. 미국측은 산속에다 삐라를 뿌리고 스피카를 리용해 어서빨리 투항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서 적은 자기를 유혹하느라 거짓말을 하는줄로만 알았던 사카보는 립장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오내에는 동요하는 자가 나타났고 천황의 투항조서를 스피카로 들은 사카에는 하는수없이 미국군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천황의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했기에 추호의 수치감도 갖지 않았다.   그는 전사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들은 그 어떠한 수치도 없다. 정정당당하게 앞가슴을 내밀고 산을 내려가라. 앞을 내다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의 새로운 사명인 것이다!”    1945년 12월 1일 그들은 국기를 들고 열을 지어 군가를 부르면서 보무당당히 탑파산(塔波山)서 내려온다. 생존자 47명은 포로수용소에 이르러 멈추어 투항했고 대위 사카에는 자기가 차고있던 군도를 미군에 바친다.                    
442    일본정신을 분석해본다(2) 댓글:  조회:2027  추천:0  2015-03-11
  일본정신을 분석해본다(2)      사무라이의 무사도(武士道)가 일본민족에게 미친 영향이 대체 어느 정도인가? 기원 4세기말에 이르러 전국이 통일된 일본은 8세기에 사무라이가 생겨나 그것이 줄곧 19세기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내려왔던 것이다. 그러니 그 기간은 순 “검객독재”시기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기나긴 세월에 일본민족문화가 바로 그 민족의 성격을 길러냈고 따라서 민족의 정신을 길러낸 것이다. 사무라이가 오랜세월 군권과 정권을 틀어쥐고 사회 엘리트(精英)의 위치를 차지했으니 일본사회의 인센티브 메커니즘(评判과 奖惩机制)은 다가 사무라이를 둘러싸고 존재하면서 공식화되였던 것이다.    일본사람들의 무사도(武士道)에 대한 지어 맹목적인 숭배는 그 민족의 심리에다 사악(邪惡)을 길러주었던 것이다. 미국의 녀인류학가 베네딕토는 사무라이의 윤리와 악의 이중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의미심중하게 천술했다.    “덕과 악에 대한 리해를 보면 서양사람과 일본사람은 판판 다르다. 이는 독특한 시스템(体系)이다. 불교도 아니고 유가(儒家)도 아닌 그것이야말로 일본의 시스템인바 그것이 일본의 힘으로 되겠지만 일본의 치명적인 약점으로도 되는 것이다.”       무사도(武士道)의 침투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사무라이정신은 곧바로 일본정신의 핵심이였다. 하기에 일본의 국민성 정신문화에는 사무라이의 무사도낙인이 또렸이 찍혀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근대 저명한 사상가인 니토베작가는 무사도(武士道)를 일본의 영혼으로 간주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모든 멋진 선물은 사무라이를 통해 전승되였다. 그들 사무라이는 일본민족의 뿌리다. 그렇지만 그렇다해서 그들이 나라의 꽃으로 되는것은 아니다.” 하면서 니토베작가는 “일본은 일본국가의 정신으로 이 세상을 촉진하려한다”고 했다.    미국의 학자 벨라는 사무라이가 일본의 핵심가치를 반영한다고는 하겠지만 실제상 무사도윤리는 도쿠가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사이에 완료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적어도 국가윤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리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중국 학자들의 리론도 역시 가장 지속적인 문화적 가치는 일본 사무라이문화가 일본사람의 문화와 국가정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데 있다고 점을 찍었다.    사실이 번연한바 일본의 군국주의는 곧바로 무사도의 변형인 것이다.    개발과 진화의 긴 역사를 거쳐 생겨난 무사도는 이 세상에서 한갈래의  검은선이 되어 인류를 괴롭히고있다. 사무라이의 군사서비스, 특히는 도쿠가와 막부의 붕괴나 군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지배하에 일으켰던 지난때의 세계 대전에서의 일본군의 패배나 그 끝의 운명은 꼭 같음을 력사가 가르친 것이다. 필연이라해야겠다. 왜냐하면 군국주의와 무사도(武士道)는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일맥상통하는 것은 붉은선도 흰선도 아닌 군국주의의 검은선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일본국민은 거의 다가 한결같이 군국주의 의식형태의 지배에 따라서 움직이고있는 것이다. 특히, 도쿠가와 막부가 붕괴되고 메이지(明治) 이후에 설립 된 현대의 무사도는 새정부와 군사와 더 가까이 더 밀접하게 연결되여있는 것이다. 하기에 bbs에다 글을 낸 자는 아마 “우리는 선진기술, 성숙된 경험, 단결정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편벽한 비좁은 땅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해야합니다.>> 하면서 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양이다.               근대의 무사도(武士道)는 고대의 무사도(武士道)를 계승하면서 일련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전에는 사무라이들이 저가끔 저의 마스터(主君)께 충성했다면 지금은 천황(天皇)께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변했다는 그것이다. 그러면서 서양 문명의 영혼을 받아들이여 서양의 자본주의 요소로 경제발전을 꾀하면서 천황은 다시금 무사도 코드로 저의 국민의 정신을 무장시키고있는 것이다. 그 정신이란 다시말해 군사주의에 의한 군사도구, 전쟁기둥으로   국민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가의 침략을 선동한다는 것이다.    19세기후반에 이르러 메이지 정부가 서양 문화를 소화함에 변화를 일으켰는바 민족 메이크업 중심의 서비스(本民族服务)를 강조했던 것이다. 부국강병(富国强兵)을 제창하면서 아시아 사람의 때를 벗어버리고 유럽인처럼 되자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구호를 내놓았으니 그것인즉은 바로 유럽은 건드리지 말고 아시아부터 쟁취하자는 것이였다. 우선 이웃 국가들에 최후 통첩내리고 그 다음에 가서는 세계를 병합한다는 것이다. 외교 정책을 고려하고 황제에 대한 충성을 봐가면서 다른 나라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간다는 것이다.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사도의 군사 정신을 부활시켜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잠간 되돌려 회억해보면, 당시의 실정은 심지어 메이지 정부와 중국정부는 하위(中下级)관계로 되다싶히했던 것이다. 중국은 그같이 무기력한 꼴이였다는 얘기다.    일본은 각 팬중 사무라이가 모든 요직을 담당하고 있었다. 보면 메이지때의 바루스(翻的) 오쿠보 도시미치, 이토 히로부미같은 인물들인데 그들은 다가 옛군인의 출신이였던 것이다. 다이쇼(大正)시대 국무총리 원다이킨, 쇼화(昭和)시대의 군부 파시스두목 도죠히데끼, 이타가키기호네 등은 다가 사무라이계층과 관계가 밀접해 마치 실뭉치같이 얽혀있은 것이다. 하기에 무사도의 조화와 군사주의는 상호 작용하면서 분리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무사도(武士道)가 군사주의를 수요하고 군사주의는 무사도(武士道)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원 527년에 일본왕이 원정부대를 보내여 신라에 침범했고 기원663년에는  일본이 26만에 달하는 군대를 보내여 한반도에 잠식해서 백제와 함께 신라를 치게했던 것이다. 히데요시는 1591년에 일본을 통일하고나서 얼마안되여 조선과 명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을 발동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 군대로 약소한 봉건 국가를 삼키려는 야심은 좀치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시아 대륙을 대하는 사고 방식이 일본의 침략야심과 확장야심을 낳은 것이다    노부히로 사토의 "건물 또는 비밀정책을 혼동" 으로부터 유명한 "다나카기념“이나 "여덟매크로 단어" 같은것은 일본민족의 최고의 리상으로 되었다.  신사 메이지시대는 정치적 기능이 부여 된 미카도와 결합(天皇制相结合)된 국가 신도로 개발되였던 것이다.    1882년, 메이지 정부는 "군사 법령을."공포했는데 거기에 이르기를 라고 했다.    1890년에 반포한  "교육 법령"에 규정 된 것을 보면 교육의 근본목적은 전체국민으로하여금 “황제에 대해 충성해야한다”면서 전투 침략의 정치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국가신도는 "거룩한 전쟁"을 웨쳐야한다고 했다. 일본은 여지껏 세계 정복과 지배를 꿈꾸어왔다는것를  말한다.    에는 일본의 군국주의사상이 깊이 배어있다. 지금까지도  잘못을 승인하지 않고 거부는 리유가 여기에 있다. 그네들은 전 사무라이 무사도의 정신을 "일본인의 영혼."으로 믿고있기때문이다.      일본파시스군대는 지금 투기장을 찾고있다. 1890년에 반포된 "교육법령"의 메이지천황 교육법령(教育敕谕)에는 사무라이와 같은 "애국충성"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만리파도헤쳐 나라위엄 사방에 떨치라“했다.     1912년, 육군 장군 노기키텐은 일본의 메이지 천황을 매장하는 날 자기가 황제에 "충성“을 다함을 보이느라 배를 가르는 할복순교의 죽음까지 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무라식의 자살을 대단히 칭찬했다. 일본에서는 그를 메이지 하나님의 육군으로 ”봉”한 것이다.       "군사 법령"에 이르기를  다케오(武勇)는 고대로부터 일본의 가장 뛰어난 특징으로서 “일본사람으로 태여나 무용(武勇 )이 없으면 자신을 일본사람이 아님을 알고 부끄러워 하라.”고까지 했다. 무사도(武士道)는 천황과 일본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전념하게끔 하는데,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천황과 일본의 이익을 위해 전념하면서 헌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학살의 길로 용감히 매진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위태로운 작란이 아니겠는가!    다시한번 반복한다.    나는 지금의 일본천황은 아키히토로 들었다. 지금도 건재한지? 건재하다면 자국이 전쟁을 일으켜 스스로 망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정신차려 선대를 본받아 이럴때 구세주로 용감히 나서줄것을 다시한번 진심으로 권하는 바이다.  
441    일본정신을 분석해본다(1) 댓글:  조회:2135  추천:0  2015-03-07
             일본정신을 분석해본다(1)                                    김송죽        올해는 세계반파시스전쟁승리, 중국의 항일전쟁승리70주년이 되는 해다. 서방에서 독일의 반성은 허심하거니와 개정표현도 아주좋았다. 그러나 히틀러시대의 독일과 함께 그당시 침략전쟁을 발동함으로 하여 동방에서, 특히는 중국에다 막대한 재난을 들씌웠던 일본은 대체 어떠한가? 일본은 아직까지도 제가 저지른 죄를 모르고있는것 같다. 일본은 자기를 반성 할 대신 오히려 날이 갈수록 저히들이 지난날 감행했던 천추에 용납못할 그 침략행위를 정당화 하면서 나서고있으니 뻔뻔스러워도 한심하게 뻔뻔스럽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일이 아닌것 같다.    일개 평민백성에 지나지 않은 내가 왜서 이런글마저 쓰게 되는가? 나는 “8‘15광복”이 나던 해에 한 일본장교의 식솔 다섯이 야외에서 가족자살을 하는 소름끼치는 장면을 목격한바 있다. “도대체 왜서? 어떻게 돼먹은 사람들이길래?” 그때로부터 나의 머릿속에 “일본사람은 과연 지독다”고 각인되여 나를 괴롭혔던 것이다. 오늘 나는 그저 일본민족의 전통과 그것을 산생시킨 과정을 놓고 나름대로 일본정신을 분석 할뿐 그 나라국민의 인격을 놓고  좋으니 나쁘니 론하는게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의 정신은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게 소유된것이 아니라 한줌도 못되는 통치자에게 너무나 집중되여있다.     지난해 중순의 일이다. 나는 일본의 bbs에서 인기가 매우높은 글이라 해서 읽어보았는데 그것은 9년전에 이미 벌써 지상에 공개 된 것이였다.    그 글에서 몇단락 추려 보기로 하자.                  이같이 전제조건을 내놓으면서 글은 이어서 섬나라의 운명은 최종 바다밑에 종결될 것이라면서 자원의 결핍은 최종 민족의 발전과 전진의 제일 큰 걸림돌이라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공공연히 피력했다.                 이 글을 보면 우환의식을 갖고있는 일본사람이면 거개가 가질수 있는 심정을 그대로 적라라하게 드러냈다고 볼수있다.    점수를 매긴다면 그 솔직함에 만점을 줘야겠다.    한데 그가 들고나오는 주장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으니 뺨을 맞을 짓이다..        분명한바 이런 공공연한 선동은 광신적인 침략자만이 죄칠수 있는 잠꼬대인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자의 망발이라해야겠다!    일본민족의 생존, 생로가 과연 그래 그길 하나밖에 없단말인가? 왜서 달리는 생각을 못해본단말인가?    여기까지 말해놓고 보니 나는 새삼스레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몇해전이다. 나는 에서 일본의 어느 한 녀작가가 쓴 소설을 보고 놀랍게 깨다른것이 하나있었다. 그 소설은 정사(情思)를 다룬것인데 내용인즉은 일본남자들은 출국만 하면 외국여자를 품에 넣을 궁리부터 한다는 것이다. 여자만 보면 그저 들어붙으려 하니 천성인지 오입질에 찔난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작가는 그것을 그저 폭로하는데만 그쳤지 타매하지는 않았다. 세상에다 일본종자를 뿌리니 민족의 생존에 되려 공이 되지 않을가 여기는 모양이다. 나의 생각에도 그쪽으로 돌려지게 되였다. 일본은 이제 또 다시금 침략전쟁을 발동하려하지 말고 그 녀작가의 발상대로 차라리 그렇게해서라도 일본사람의 번식능력을 발휘함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가 한다. 그 모양으로 종자를 불쿤다해서 세계가 그것을 비난하거나 “침략행위"로 까지는 보지 않을것이다.    세계는 여지껏 전쟁이 재발되는것을 반대하면서 방지해왔다. 평화공처5항원칙에 따라 국가와 국가지간의 우의를 돈독히 키우면서 공존하는것을 목표로 세우고 줄달음쳐 온 것이다. 엄연히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누가 또 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재난에 빠뜨려 혼란케 한다면 그것이 허용될가? 불작란을 좋아하는 종족과 그런 종족의 나라는 제가 지른 불에 제가 타죽는 꼴이 되여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전과 달라 세계는 안정을 제일바라기라고 있기에 모다들어 그한테 불벼락을 안길것이니까!      일본을 보면 여지껏 야스쿠니신쟈나 다오제도 등 문제에 대한 변명꺼리를 만드느라 머리악을 무던히 써왔다. 그 표현으로는 그들이 지어 헌법을 개정하는 유희까지 놀고있는데서 찾아볼수있는 것이다. 일본이 말로는 저희들 손에 피해받은 자의 량해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그같은 일련의 불협화음이 어떻게 지난날 저히들의 손에 피해입은 아시아 여러 나라 백성들의 호감을 사고 량해를 구할 수 있겠는가? 일본은 자신이 호전광의 본색을 버리기 전에는 주위나라들의 호감을 사기도 량해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와서야 드디여 깨닫게되는것이 있다. 무엇인가? 우리는 일본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내자면 그 나라백성이 살아온 역사궤적에서만 찾을것이 아니라 좋기는 여지껏 그들의 심령을 지배해온 근원으로 되고있는 "전통문화"에서 찾아보고 연구해야 옳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국립정신은 바로 무사도(武士道)에 뿌리를 박고있다. 박아도 너무나깊이 박고있다.    무사도(武士道) 즉 사무라이정신이 생기게 된 근원과 그것의 발전, 변화과정은 도대체 어떠한가? 그에 대해서 연구하노라면 우리는 여지껏 군국주의길을 걸어온 일본이 지금물론이고 장래에도 그 길을 버리지 않고 어김없이 계속걸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하다면 무사도(武士道)정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아래에 그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명하련다.                      ㅡ. 무사도의 산생과 특점          원시적인 신앙과 숭배는 언제나 한 민족의 심리에다 뿌리를 깊히내리기에 말그대로 그 값은 옵션(选项)제약의 힘이 되는 것이다. 일본신도(日本神道)에 보면 하나님이 그들에게 내려주었다는 세가지 기물이 있는데 그것인즉은 거울(镜), 옥(玉), 검(剑)이다. 그 세가지가지 기물은 지혜, 인자, 용감성을 표명하는데 그에 대한 숭배가 바로 그들 일본사람에게는 민족문화의 뿌리가 되어 오래동안 대대로 내려오면서 그들의 심령을 지배함에 거대한 힘이 되였던 것이다. 하나님이 내려주었다는 그 세가지 기물중에서 검(剑)은 용기를 뜻하는데 이는 일본민족이 제일선호하는 것이다. 세상 그 어느 나라, 어느 종족들보다도 그들은 지금까지도 무력을 제일 숭상(崇尙)하고있음을 알려준다.  옛무덤을 파보면 순장품으로 제일많이 나오는 것이 검, 칼, 갑, 투구, 마구라니 그것들이 곧 일본은 력대로 내려오면서 무력을 가장 숭배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원시적인 신앙이 그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었는가를 알게되는 것이다. 무사도(武士道)ㅡ 그것이 지금까지도 일본민족의 힘으로 되고있는 것이다. 력사에 맞추어 보면 여지껏 그랬거니와 앞으로도 오래지속될 것이다.      와 에 보면 이탈리아 법사 코넛은 문득 지혜가 생겨 신검으로 불신(火神)의 머리를 베여버렸다면서 나중에는 그 신검을 일본의 타케루에게 넘겨주었고 타케루는 그 신검으로 동쪽으로 에조지방을 평정하고나서는 신검을 아츠타신사에 모셔 보관하게했다고 했다. 력사를 보면 고대로부터 그 자그마한 일본렬도에서는 제국간의 싸움이 끊을새없이 빈번했다. 일찍이 8, 9 세기부터 사무라이 무사도가 역사무대에 올라 주인공이되엇던 것이다. 하기에 무력에 대한 숭배가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전국민의 전통으로 되여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검은 살인무기건만 전에는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도 그것은 권력과 권위의 상징으로 되고있다. 일본은 바로 검이 빛을 내는 그러한 나라인 것이다.      일본에서 가족 개인문화란것은 운운하기조차 어렵다. 력사에 기재된 것을 보면 간사이장군 요리토모 그룹이 관동 라노그룹을 정복해버렸다고 했다. 1185년에 카마쿠라는 군사 독재정부인 막부(幕府)를 세웠는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력사상 맨처음의 사무라이 정권이였던 것이다. 일본은 그때로부터 사무라이가 봉건영주로 되었고 일반 사무라이는 그 영주에 충성해야하는 것이 공식적인 기풍으로 되어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무사도(武士道)는 자기의 정치가를 길러냈다. 무로마치 막부 사무라이의 무사도가 현대 무사도를 개발한 경로를 보면 바로 그러하다.    사무라이는 그의 주인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무라이는 전문 군인으로, 막부의 중추지만, 정치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은 정치를 위해서 싸우게 되었던 것이다.    무사도의 본질은 "기사도충성"이다    그것의 특점들이 어떤한가를 보기로 하자.        (1) 최고의 충성.    무릇 사무라이면 자신을 소유하고있는 자에게 사심없이 헌신해야 한다.  무사도의 미는 완정한 순종인것만큼 무조건 복종하면서 철저히 복무해야 하거니와 목숨을 포함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을 최고로 되는 고상한 미덕이라 여긴다.      (2) 명예와 죽음 .    사무라이들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죽음을 초개같이 여겨야 한다.  명예를 지키느냐 생명을 보존하느냐가 문제되여 진퇴양난에 빠졌을 경우에 그들은 서슴없이 후자를 버리고 전자를 택하는 것이다. 명예라는 그것이 그 자신의 리해득실과 관계되거니와 가족의 영예와 리익과도 직접적으로 관계되기 때문이다.    하기에 귀중한 목숨을 서슴없이 버리는 것이다. 무사면 죽음으로 명예를 지킬줄을 알아야 자격이 되였다. 하기에 는 경구가 생긴것이다.     제9권에 기재 된것을 보면 사무라이가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것은 “겸손하고 충격적인 희생”이라고까지 좋게 평가했다.       (3) 무용(武勇)을 지향.    사무라이는 남을 죽이고 자기도 죽음을 당하는 살벌한 폭력세상을 지내는것 만큼 반드시 무술이 높아야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무라이직책은 곧바로 전쟁이였다. 하기에 내가 사느냐 죽느냐, 승급을 하느냐 못하느냐와 가정의 부귀빈천은 전적으로 그 자신의 무용(武勇)에 달린것이였다. 하기에  군사가족 커뮤니티는 무술과 용기를 가장 존경했고 그당시 사람들의 심목중에 미야모토장군은 영웅의 본보기로 떠올랐던 것이다. 사무리이의 령혼은 바로 칼이였다. 하기에 그것을 손에 잡고 피를 보지 않으면 사무라이가 아니라했다. 무용(武勇)이 없으면 사무라이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4). 똑바른것과 에티켓(礼仪).    문명(文明)이 혼돈 될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에 이르기를 “신(神)은 똑바로 말했나니, 이른바 정직하다는 것은 스트레이트 심장(直心)인바. 마음가짐이 바르고 깨끗한 것이니라” 하면서 더하여 똑바로 말해둘것은 리테이너(家臣)를 대함에 정직해야한다고 했다. 일본의 고대사회력사를 보면 등급관계가 몹시삼엄했다. 사무라이, 다이묘, 장군 층층이 충성해야했던바 각종의 체제가 사무라이로 놓고 보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였던 것이다. 군주의 은덕에 보답해야지 그를 배신하거나 역행하여 반란을 한다면 그것은 씻지 못할 치욕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5). 미화된 할복자살.     군사가족 커뮤니티(社会)에서의 값은 죽음을 “영광스러운 구호법”으로 여기는 그것이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런 죽음은 후반생의 안식으로 여긴것이다. 온 사무라이시기를 놓고 보면 그들이 자살하는 유일한 방법이 거의가 한본새 즉ㅡ 할복자살을 하는 그것이다. 사무라이가 할복자살을 할 때면 선자세와 앉음자세 두가지였는데 그 방식은 여러가지다. 一字腹, 二字腹, 三字腹과 크로스 복부(十字腹) 네가지였다. 사무라이의 그같은 할복자살 모델로는 구스노키 마사시게(1294ㅡ1336)때와 히데요시(1522—1591)를 서브(侍奉)했던 그때일 것이다.    국민은 사무라이들이 활복방법으로 스스로 제 생명을 끓어버리는 행위를 거부가 아니라 칭송과 절찬으로 받아주고 좋게 보았던 것이다.       에도시대에 일본에 려행왔던 서양사람 미트포드는 사부로 타키자와가 할복자살하는 전과정을 직접보고나서 자기는 하마터면 기절할번했노라고 여행노트에다 적어놓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장소에 같이 있었던 일본사람들의 반응은 자기처럼 그렇지 않고 그 표정들이 전혀 다르더라면서 그네들은 탄복하고 지어는 선망하더라고 자기의 여행노트에다 감상을 기록해놓은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할복자살을 그같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니와 지어는 여럿이 모여서 순교의 죽을을 맞기도 하는데 많을 때는 지어 수백명이 한군데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것이다. 자살동기를 보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그런 방식의 죽음을 지어는 영광으로 생각하거니와 완벽한 승화로 여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다른 민족은 리해못할 일이다.                     =. 무사도의 진화      유교(儒教)와 선종(禅宗)이 후세에 전해지면서 일본사람들은 그것을 취사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것들이 호상간에 작용을 하다보니 사무라이들의 사상과 행위에 심원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중국유학의 핵심 미덕인 “인(仁)”에 반하여 일본유학의 핵심은 “충(忠)”이였다. 중국의 유학이 당연히  “충효(忠孝)”를 말했고 일본의 유학역시 당연히 “인자(仁慈)”를 말했다. 하지만 어느것을 선차적인 위치에다 놓는가에는 대해서는 주장이 달라 각기 저마끔이였던 것이다. 중국은 “인(仁.)”을 첫 자리에 놓았지만 일본은 그것이 아리라면서 “충(忠)”을 첫자리에 놓으면서 유가의 “충(忠)”, “례(礼)”, “지(智)”, “신(信)”을 부대적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중국의 유가문화를 대표하는 골수(骨髓)인 “인(仁)”, “의(義)”를 그들은 그것과는 뜻이 전혀다른 “인(忍)”과 “광과용(旷课勇)”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것들의 연역과정과 변천을 보면 거기에는 일본사람들은 잔인과 용기를 선호했음을 볼수있는 것이다. 총적으로 사무라이는 아무 때건 주인을 위해서라면 죽음으로 충성을 다할 맹세를 해야한다는 것이였다. 이로보아서도 일본의 사무라이내에서 수괴(首魁)들은 아래것들을 자기 하나를 위해서는 잔인과 용기를 다할것을 설교(說敎)했다는 것을 알수있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아무 때건 죽음으로 충성을 다 할 준비를 시켰던 것이다.    사무라이들은 일반백성의 생명같은건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평민백성의 목숨은 값으로 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의 지난력사를 보면 그러한데다가 테러가 극단에 이르러 무참한 살인이 끊을새 없었던 것이다.       내가 소시적에 들은 사무라이 얘기다.    어느날 애비가 죽으니 그가 차고다니던 검을 유물로 물려받은 아들은 검을 칼집에서 뽑고보니 피를 볼수 없었다. 그래서 제 어미를 불렀던 것이다. 아들의 낌새를 알아챈 어미는 제 목을 들이밀 수는 없는지라 모이를 쫓고있는 닭을 제꺽 붙잡아 아들한테 던졌던 것이다. 그랬더니 아들은 닭을 베여 피를 보고는 시원스레 웃었다는 것이다.    검을 칼집에서 뽑았으면 피를 봐야 한다는 사무라이의 잔인이 그 정도에 이르었던 것이다.       “용(勇)”이 사무라의 랭혹한 살육을 부추겼다면 참을“인(忍)”은 사무라이로 하여금 되도록 만용(蠻勇)을 부리지 않게끔 억제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볼수있다. 사무라이력사를 보면 섬기는 주인이 갖잖은 사무라이들은 다른무리를 우연히 만나도 칼부터 빼드는 것이 습관이였다. 그러다가 기분이 틀리면 맛붙어 격투를 하기가 일수였으니 그때는 피를 보기마련이였다. 형편이 그럼으로 하여 불필요한 죽음이 자주생겼던 것이다. 하여 일본교는 참을 “인(忍)”을 제창하여 사무라이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죽음을 의식 할 때는 참는 것으로 자신을 목숨을 불필요한 죽음에서 건지게끔 유도(誘導)했던 것이다.    선종(禅宗)에서의 생사여일(生死如一)의 리념은 오해되였던바 그것이 지어는 일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되다보니 “제가끔 제멋대로” “무상무념(無想無念)”의 경지에 이르어 “죽을 마음은 가졌다면 아주 용감해야한다” 로 풀이되였기에 사무라이를 죽음에 미치게 할 지경에 이르었던 것이다. 제 목숨을 그같이 값없이 여기는 자가 그래 다른사람의 생명을 아껴줄수 있었겠는가?  아예바랄수도 없었다. 사무라이 자체가 창도(唱導)한 것이 바로그런것이였다.     한데 그 창도(唱導)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내려와 이제는 전쟁을 도락으로삼는 군국주의자들의 비위에 맞춰 리용되고있는 것이다.      신도(神道)는 일본의 토착(土着) 종교다. 일본은 그런 교를 갖고있는 국가인 것이다. 일본사람은 저히들의 국가는 아마테라스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태양손자의 나라라는 거다. 하기에 천황은 하나님같이 떠받들리면서 국민모두의 마음속에 자리잡아 우상으로 모셔지고있는 것이다.    정치적 기능을 감안할 때 신도교(神道敎)는 황제가 나라를 지배함에 기둥으로 되는 것이다. 국가신도(國家神道)는 일본민족의 우월감과 근대의 황국사관(皇國史觀)을 수립함에 중요한 사상근원으로 되고있다. 그것은 고대에 확고히 뿌리를 밖았음으로 해서 일본사람들의 황제에 대한 숭배사상은 지어 그것이 종교적인 경지에 까지 이르고있는 것이다. 하기에 그것은 일반 정치 설교보다 더 자극적이다. 흥미로운 것이니 연구해볼 가치가 있겠다.      한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일본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복잡하고도 심한 위기감으로 하여 괴로워하고있는것 같다. 앞에 놓인, 국가와 민족의 존재여부를 갖고 bbs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벌린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있다. 그 괴로움을 풀어줄 사람이 누군가? 내생각에는 오직 맨 웃꼭대기에 앉아있는 그 한사람밖에 없다고 본다. 일본에는 그것의 시범이 될만한 재미나는 례가 하나있다.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일본이 망하면서 그들 자신이 겪어 본 일이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그때의 일본수상 스즈키 간타로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참가자는 전쟁을 지휘한 최고급위원 6명이였는데 론의된 의제는 이제당금 새로 덥치게 될 재난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이였다. 그날 아침에 160만에 이르는 쏘련군이 만주에 대한 전면진공을 발동했던 것이다. 일본은 저들의 뜻대로 쏘련이 평화조약을 맺을것이라여겼지만 현실은 그런것이 아니였다. 스즈키 간타로가 손을 들고 투항하자는 리유는 7월말에 동맹군이 일본에 투항할것을 이미 권고해왔었기 때문이였다.       “우리는 전쟁을 그냥 할 수 없다. ‘포츠담공고'를 접수하는 외에 다른출로는 없다.”    년세맣은 수상은 이같이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부대신(战争部大臣) 아나미 고레치카의 태도는 그와달랐다. 그는 “그 누가 우리는 꼭 패한다고 긍정하는가?” 하고 반문하면서 수상의 제의에 분노했다. 대가를 그 얼마치르던간에 끝까지 해보자는 것이였다. 하여 6명의 요원은 두파로 갈라졌던 것이다.      사흘전에 미국의 첫 번째 원자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져 도시는 훼멸되였다. 한데도 그냥해본단말인가? 미국에서 던진 두 번째 원자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져 온 도시가 또 훼멸되고말았다.     여지껏 실패란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던 일본국민 전체가 6일간 꼬박 공포와 절망속에서 떨었다.    이런때에 생각밖에 놀랍게도 영웅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 영웅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히로히토 천황이였다. 기원7세기부터 내려오다보니 124대 황제로 된 히로히토는 명예가 천황(天皇)이랄뿐 실상은 여직까지는 아무런 실권도 없었으니 허재비나답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도 수줍고 연약해보이면서 해양생물학이나 연구하는줄로 알았던 44살나이의 이 사나이는 제 민족과 국가가 멸망에 직면했음을 알고는 관건적인 시각에 대담히 나섯던 것이다. 우리는 손을 들고 투항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구하자면 오직 그길밖에 없다고 했다. 하여 일본은 훼멸되지 않았고 그는 구세주(救世主)로 떠받들리게 되였던 것이다.    나는 지금의 일본천황은 아키히토로 알고있다. 지금도 건재한지? 건재하다면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망하기전에 히로히토천황처럼 나서서 제 국민의 구세주가 되여주기를 바란다.  
440    생일날의 소감 댓글:  조회:3375  추천:3  2015-02-12
   생일날의 소감     지(知), 정(情), 의(意)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의식적이고도 능동적인 것을 주체(主體)라고 사전은 풀이하고있다. 희(喜)라할가 환(歡)이라할가, 지금 나는 그런 감정들의 어울림속에서 요즘은 자신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하면서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들이 부어주는 술을 받아마시던것이 엊그저께 같은데 어느결에 다섯고개를 넘기고나서 오늘은 여섯 고개에 오르고보니 내 나이가 이제는 76이라?!....   내가 세상에 태여나 어느결에 이렇게 나이를 주어먹으면서 살아왔느냐 하는 당혹감이 들기까지도 하는데 그렇다고 이제 여생이 얼마일가 손가락을 꼽으려 들면 점점 더  착잡해지는 맘을 주체하기 어려울것 같아서 나는 아예 그따위건 쓸데없는 생각이라 여겨 싹싹 거두고 하지 않는다. 어제는 중학시절의 동창생 문우(文友)가 생일축하전화를 걸어오더니 오늘 새날을 잡아서는 저 멀리의 송화강가에 사는 제자로부터 생일축하전화가 왔다. 이에 앞서 전번날 새벽에는 쟈므스(佳木斯)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것은 보통전화가 아니였다. 살아서는 평생 잊을수 없는 그 죄악의 년대에 원쑤로 된 동창이 동토대가 갑작스레 해동이라도 된것같이 희한하게 하고는 자기는 노친을 다시해서 사는데 지금 몸이 대단히 좋지 않다면서 나보고  어떻게 하나 몸건강히 오래오래 살라면서 음력설을 잘쇠라고 당부하는 것이였다. 인터넷에 욕을 해놓은 글이 올랐으니 이제 아무때건 반응이 있으리라 여기던 참이라 나는 그보고 하고는 이어서 했다.     아무튼 지금은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다. 이 세상에 그나마 나의 못난 글들을 곱게 봐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사흘전, 방금지내보낸 로인회활동날이였다. 저 흑룡강성의 녕안에서 온 류재수 부부가 그날 모임에서 나의 생일을 앞당겨 차려주었던 것이다. 이건 전혀 생각지를 않은 뜻밖의 일이였다. 만나니 초면이요 나는 그들 두 내외분의 성명조차도 아직은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 과연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들이 나의 생일을 차려주는 리유인즉은 조글로에 오른 나의 글들을 두루읽어보고 감명이 되였거니와 거기서 깨달음이 많았고 내가 올해 상처(喪妻)를 한지가 오라잖으니 집에서는 아마 생일을 차릴것 같지를 않아서 위로를 해주자는 마음에서 두 내외는 의논끝에 의합이 맞아 주동적으로 그같이 한상을 차리게 됐다는 것이였다. 내가 생일이 음력으로 이날이라는것도 내가 쓴 어느 한 문장에서 알아내고 기억해두었다고한다.  세상에 원!... 어쩌면!... 어찌나 고마운지!... 모두들 술잔을 받으면서 경아해 하였다. 그들은 다가 나와 류씨가 과연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냐,  정말로 초면이냐고  캐묻기도했다. 그러면서 다들 술잔을 높이들어 나를 축복해주었던 것이다. 내보다 3살 손아래인 류씨와 그의 부인을 올해 로인회에서 만나니 초면이였다. 친척도 인척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건만 나를 그같이 대해주니 고맙기가 무극하다. 나는 오늘 집에서 조용히 생일을 보내면서 맘씨 좋고 고운 류재수내외분께서 새해 복많이 받고 무병장수하기를 두손모아 비는바이다. 나에게 베풀어준 고마움을 나는 잊지 않을것이다.   잊을수 없다!  
439    <<에필로그>> 댓글:  조회:3089  추천:0  2015-02-04
        에  필  로  그             1976년 여름.    안경을 낀 용모단정한 지식인타입의 사나이 하나가 나들이차림을 하고나서 벽 한켠을 거의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빼곡이 꽃혀있는 서가와 테이블과 이불장이 한데놓여있는 방을 일별하고는 문에다 자물쇠를 놓았다. 정민호의 양자 성국이다. 올해나이 33살인 그는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독신이다. 그는 중국에서이 일어나기 착 전해에 사범학원을 나왔다. 운이 좋았다 할가 집은 망했어도 그만큼 공부한것이 다행이였다. 옹근 10년간이였다. 그가 교문을 나오자 온 나라가 혁명을 한답시고 뒷죽박죽이였다.     성국의 양부와 양모는 그가 소학교를 다닐때부터 아이의 장래를 봐야한다면서 염왕산을 나와 호적을 만들어 태평진에 붙이고 살았다. 그가 큰아버지라 부르는 왕견이네도 양부의 권고에 못이겨서 함께 염왕산을 나왔더랬다. 그러나 그들은 진의 량식국에 다니던 양부가 어느핸가 민족주의분자라는 덤터기를 쓰고 강직되여 일반과원으로 되는것을 보자 너도 장차 장평의 꼴이 되겠구나 이놈의 데도 사람이 살데가 아니라면서 염왕산과 그리멀지 않은 한 림장의 산림지기로 가버린것이다.     혁명이 일어나자 반란자들은 양부와 양모의 지난때의 력사를 문제로 삼으면서 그들을 로 몰았다. 게다가 가택을 수색하면서 만든지 40여년이 되는 자그마한 태극기까지 나와 양부에 대한 투쟁은 극에 이르어 나중에는 죽음까지 당하게 했던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투쟁받은 곳은 집이 있는 태평진이 아니라 전부터 동포가 많이 모여 사는 목청마을이였다. 그날 그 장소에는 성국이도 있었다. 반란자들은 양부가 죽는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를 일부러 참가시켰던것이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음산한 날씨였다.     마을의 널직한 구락부는 이웃 금화마을의 사람들까지 와서 꽉 차  립추의 여지도 없었다.     혁명자들은 양부를 뒷짐묶어 커다란 패쪽을 목에 달아서는 무대아래의 걸상우에다 올려세워놓고 투쟁했다. 그날의 투쟁대회를 집행하고있는 자는 촌혁명위원회의 황용팔이였다. 황용팔인즉은 저 북쪽 먼 흑룡강가의 가진구마을에서 한때 밀수장사를 해먹으면서 세월을 보내던 그 김국정이란 사람의 네째 사위다. 성국의 양부를 내놓고서는 적발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집들이 지금은 성분좋고 력사가 깨끗한 사람으로 인정돼서 내좋은 세상이라 놀아대는 판이였다.     황용팔이 성국의 양부보고 모택동의 을 외우라했다.    《늙은것이 기억력이 없어서 외우지를 못했수다.》    《한편도 못외웠단말이냐?》    《예.》    《뭐라니, 이 두상짝이 정말 완고한 반혁명이구나.》     화금마을에서 온 혁명자가 양부의 목에 걸린 패쪽을 잡아 당기면서 욕지걸이했다.     이때 팔에다 붉은 완장을 띤 홍위병들이 대회장을 비집고 들어온 한 늙은 한족거지를 밖으로 내쫓고 있었다.    《취! 취! 취!》     아니 저분이 어떻게 알고 왔을가!?.... 성국이는 고개를 돌렸다가 람루한 옷을 입은 그를 알아보고 깜짝놀랬다. 그는 다른 살람이 아니라 왕견이였던것이다. 지나간 재해년간에 왕견큰아버지는 멧돼지를 사냥하여서는 고기를 여러축이나 가져다 주어 그들이 생명을 잃지 않게 했었다. 성국이는 외지에 나가 공부하면서부너 그를 드믈게 찾아뵈였는데 이런 장면에서 다시보게 될 줄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생각이 돌지 않았다. 나가서 만나면 사람들은 단통 그를 의심하고 붙잡을것이다. 그래서 성국이는 나가지 않았다. 왕견큰아버지께서 왜 여기에 나타났을가?....     황용팔이 양부와 따지고들었다.    《이놈아 네가 삼일운동에 참가했다는게 정말이냐?》    《예. 참가했습니다.》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제 민족의 력사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를 않아 깜깜인 젊은이들이 삼일운동이라는게 뭐냐, 그게 어느때 에 논 운동이냐, 저 령감도 운동원노릇을 했다는 말이지, 축구냐 롱구냐 아니면 달음박질이냐 하면서 무지를 표현했다.....     황용팔이 다시물었다.    《령감, 문화대혁명에 대한 감상이 어떤가?》     양부는 고개를 쳐들더니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면서 대구했다.    《감상이라는게 별게없수다. 제 가시집믿구녕이 더 더럽건만 황용팔이가 개코도 모르면서 너덜대는게 우습구 한심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그만 참을성을 잃고 킥킥 웃었다. 그통에 그만 투쟁마당이 엄숙성을 잃어갔다.    《이놈아, 토비질해먹은 네놈보다 믿구녕 더 더러운 놈 세상에 어디있냐. 네놈은 아직도 복벽음모를 꿈꾸면서 남잡이를 하자고 들고있어, 나쁜놈! 요물잡귀!》     대중앞에서 조롱당한 황용팔은 밸나고 분하고 악이 났다. 그는 씨근대면서 주먹으로 로인의 머리를 윽박지르더니 호주머니에서 태극기를 꺼내여 머리우에 들면서 높이 웨쳐댔다.    《혁명적군중 여러분! 보란말입니다. 이게 뭡니까. 남조선의 깃발이 아닙니까. 이놈이 이따위걸 여적지 깊숙히 숨겨두고 있었으니..... 그래 무슨 목적이였겠습니까?....우리의 사회주의 사회를, 무산계급의 정권을 뒤엎자고 복벽을 꿈꾸고 있은게 아니였던가? 이런 반혁명분자를 그래 살려둘수 있단말입니가?》    《저놈을 때려엎어라!》     누군가의 외침소리가 남과 함께 광열적인 홍위병들이 몽둥이를 들고 욱 달려들었다. 양부는 물매를 맞아 죽고말았다.     성국의 양부가 이렇게 생명을 잃은지 며칠안되여 목청마을에는 무서운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늙은 장인과 장모와 같이 있으니 처가살이를 하는 황용팔네 식솔 일곱이 하루밤새에 몰살을 당한거다.     이 사건은 폭발적인 특대뉴스가 되어 사람들을 전율케 했다. 이는 철두철미한 보복이였다. 성국이도 양모도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면 잔인한 복수자는 대체 누구일가?....     양부가 세상뜨자 양모는 미쳐버렸다. 그녀는 태평진중심광장에 세운 위대한 수령의 석상앞에서 매일 손에 붉은 어록책을 들고 충성춤을 추고 침을 뱉아 소란을 피우더니 어느날 정신이 돌아지자 그만 목매여 자결사고말았다....     왕견을 찾아봐야 했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있는것이다. 그 수수께끼는 오직 그를 만나봐야만 풀릴것 같았다. 한데 그는 본래살던 곳에서 떠나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아직도 살아나있는지. 아마도 염왕산으로 들어간것 같은데 성국이 혼자의 재간으로는 거기로 들어갈 수 없는것이다. 하여 그는 여름방학이 돌아오자 품놓고 찾아볼 예산을 하고 홍림림장으로 갔다. 그곳 문화관에서 사업하고있는 왕국훈이 그와는 고중시절의 동창인데 그의 삼촌벌되는 사람이 산림직이여서 혹시 왕견의 종적을 알것 같아서였다.           그곳에 이르고 보니 해가 다 지는 저녁켠이였다. 전에 염왕산류자들이 다루던 아편밭이 지금은 림업로동자가족들이 모여든 커다란 마을이 되었다. 홍림에서 염왕산심처까지 기껏해야 50여리. 이미 20여리를 들어왔으니 남은것은 30리다.    《래일 하루면 얼마든지 들어갔다가 돌아설 수 있겠구나.》     성국이는 기뻤다.     한데 삼림지기 왕발이 자기는 여기서 염왕산으로 한발짝도 더 들어가보지 못했다며 나누울줄이야!    《거기가 어디라구 들어갑네까. 죽자구 들어가겠습니까. 해골이 가득허구 귀신이 득실거린다는 얘기를 못들었습네까. 아예 생각지두 말구 돌아가시우.》     왕발은 길잡이를 서주기는 커녕 손사래까지 쳐대며 가지 말라고 극구말리였다.    《글을 쓰겠거든 여기서 쓰시우. 조용한게 좀 좋은가유. 일년열두달을 있는대두 내가 가라구 쫓지를 않을테니까유.》     성국이는 이제 나이 쉰이라지만 형편없이 걷늙어서 령감꼴이나는 산지기의 호의에 감사는 하지만 이곳에 온 목적은 왕견을 찾자는것이니 한술 더 떠 보았다.    《한가지 더 물어봅시다. 국훈의 삼촌분께서는 왕견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지금까지 살아계신다면 년세가 거진 여든에 나지요. 본래는 태평진서 살던 분인데 재해년간에 여기 산을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왕발은 불쾌할 때 처럼 이마살을 찡그리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난 모릅넨다. 그런 사람을 난 보지두못했습넨다. 여기 산에는 보다싶이 나하구 산귀신밖에 없습넨다.》     성국은 그의 말을 곧이듣고싶지 않았다. 여기서 30여년간이나 삼림지기를 해온 사람이 그래 여기에 와있은 사람을 보지도 못했다는게 어디 말이 되는가. 그리고 왕견역시 마찬가지다. 붙잡힐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면 은거를 한다해도 산지기의 눈마저 피하면서 숨어살기까지 하겠는가.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우직한 왕발은 조카가 데려온 손님이니 반가와는 하면서도 왕견의 말을 꺼내니 경계하면서 곁을 주려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알아낼것 같지 않아서 성국은 왕견인즉 자기의 큰아버지라했다. 그랬더니 삼림지기는 믿기는새려 더 의심했다.    《아니 손님은 조선족이 아니요. 헌데 그분이 어떻게 큰아버지루는 된단말이우. 정말 눈감고 아웅하자구드네.》    《민족이 다르면 큰아버지로 될 수 없다는 법이 있습니까. 정말입니다. 그 로인의 부인을 난 큰어머니라 불렀습니다. 성명이 소춘매지요. 어떻습니까, 내 말이 틀립니까. 틀리지야 않겠지요.》     왕발은 이마살을 잔뜩 찌프릴 뿐 의연히 믿으려하지 않는다. 말은 안해도 그의 얼굴표정을 보면 이 세상에 누구의 말을 믿는단말이냐, 오늘은 형님이요 동생이요 하다가도 래일이면 이놈 저놈하면서 물어먹고 잡아먹지를 않느냐, 친혈육간에도 부부간에도 주의요 립장이요 하면서 계선을 가릅네 하고는 남이 되고 원쑤가 되는 세월이 아니냐. 왕견이 너의 큰아버지라면 왜서 인제야 찾아보는거냐. 네가 공안의 추김이나 개가 되어 그를 찾느라고 여기로 기여든게 아니냐 하고 캐묻고 있었다.     성국이는 안되겠구나 이 두상이 이 모양이니 진득히 있으면서 알야내야겠다고 맘먹었다.     왕국훈은 잠도 자지 않고 당날로 돌아가고 성국이만 남았다.     이틑날 아침때 막을 나갔던 왕발은 털빛이 재색나는 산토끼 한 마리를 들고 들어오면서 요란스레 떠들어댔다.    《손님! 요놈 좀 보십쇼. 옹노에 걸린걸 납작 붙잡았습네다. 요놈을 어떻게 해드릴가요. 깝지를 벗겨 볶으랍니까 아니면 불에 구으랍니까?》    《맘대로 하시오. 내야 손님이니 주인해주는대로 먹지요.》    《내가 보증합죠, 보증하구말구. 선생이 나하구 같이 있는날까지는 고기반찬을 떨구지 않을겝니다. 떨구지 않구말구요. 내가 해드릴텐뎁쇼.》     태도가 어제완 판 달랐다. 하는 거동을 봐서는 왕발이 친선을 다하려는것 같았다. 한데 성국이는 이 삼림지기가 메스꺼울정도로 추접어서 처음에는 마음들지 않았다. 그가 문명이란 전혀모르는 산사람의 비문화적인 사유와 습관을 한몸에 갖고있는것만같았다. 우매한 인간의 단순함이랄가 순후한 그가 친절을 다할 때면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우습강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지내보니 마음만은 막앞에서 흐르고 있는 개울물같이 맑았다. 왕발은 상처한지 20년이 넘건만 재취할 념을 하지 않고 내내 홀몸으로 적막한 이 산중에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한테는 아들은 없고 딸만 둘이였다. 큰딸은 저멀리 고향 산동으로 시집가고 둘째딸은 홍림의 어느 단위에서 사업한다고 한다.    《손님은 살이 아주 흰뎁쇼. 내가 얼굴이 그모양되면 우리 딸년은 기겁초풍할겝니다. 보시우 나야 이렇게 멧돼지가죽같잖은가유.》     이러면서 왕발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자기의 손을 내뵈였다. 그의 손은 확실히 멧돼지가죽같이 터실터실했다. 그것은 살결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였다. 평시에 깨끗이 거두지 않아 그모양이 된게 분명했다.     내가 우선 너의 위생습관부터 고쳐놔야겠다. 성국은 아침을 제꺽먹고나서 막안의 짐들을 와락와락 걷어냈다. 왕발은 처음에는 영문몰라 어리둥절했다가 청결을 한다니 하는 수 없이 도와나섰다. 그들은 막안의 먼지들을 털어낸 후 황토로 검은 벽을 발랐다. 그랬더니 몇배나 환해지면서 막안은 면모가 일신했다.     성국이는 그한테 시범을 보여주느라 작식솜씨도 표연했다. 왕발은 각시있는 사람이겠건만 음식을 어쩌면 이리도 먹음직하게 하느냐고 칭찬이 대단했다. 이에 성국이는 자기가 여직 장가도 가지 않고 혼자살길래 작식재간이 느는것이라 했다. 그랬더니 왕발은 웃으면서 아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는 둘 다 신세 꼭 같은거라면서 살갑게 굴었다. 그러면서도 왕발은 왕견이 살고있는 곳은 의연히 알려주지 않았다.     온지 나흘째 되는 날 성국이는 한가지 이상한 일을 당하게 되였다. 아침을 먹은 후 부엌설걷이를 끝내고 나서 구정물을 던지러 밖에 나갔던 그는 듯밖에 느닷없이 웬 한족녀인 셋이 이 외딴집을 찾아오는것을 발견했던것이다. 하나가 나먹은 중년의 부녀였고 둘은 젊은 각시였다. 저 녀인들이 왜 일찍이 이런 유축에는 찾아오는 걸까?....성국은 자못 의심스러워 하면서 눈여겨보았다. 산열매가 익는 철이라면 그것을 따러 심산으로 올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산열매가 익는 철도 아니였다. 옷입은 모양들이 에누리없는 나들이차림이였다. 세 녀인은 막가까이 왔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무르춤했다.     감히 더 다가오지 못하고 주저하니 더 이상스러웠다.    《나가보시오. 웬 부녀들이 찾아왔구만요.》     성국이가 막안에 들어가 알려줬다.     왕발은 귀가 벌쭉해지더니 낯색이 금시 확 밝아지면서 나갔다.     성국이는 낯을 돌려 문쯤으로 내다보았다. 중년부녀가 왕발을 면목아는것 같았다. 그녀는 소마소마한 마음으로 집안에 있는 안경낀 사람이 공안이 아닌가 묻고 있었다. 왕견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나서 그녀의 귀가에 대고 무어라 수군거리더니 몸을 돌려 막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였다.    《선생, 내얼씨덩 갔다올테니 막에 가만있으시우. 혼자 절대 먼데루 나다니지를 마슈 함정을 파놔서....》     그는 부탁하고서 급히 되돌아 나갔다. 그리고는 녀인들을 데리고 막앞을 지나서 서쪽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행동이 과연 수상쩍었다. 괴상한걸! 저 사람이 여자들을 데리고 대체 어디로 갈가? 대체 뭘하러 온 여자들인데?.... 의문이 련줄 꼬리를 물면서 마음을 들뜨게 하고 괴롭히기도했다.     막서켠은 숲이 우거진 그윽한 계곡이였다. 그 계곡은 길지 않았다. 약 5리가량 들러가서는 높다란 산이 막혀 거기서 끝나고 있었다. 막이 있는 이 산과 줄기가 이어진 높다란 서켠산은 남쪽의 낮고 기복이 완만한 산과도 이어졌는데 어디나 없이 온통 수림에 덮혀 있었다.      산림지기는 그런 숲속으로 녀인들을 데리고 자취를 감춰버린거다. 설마 녀인들을 데리고 자자고 그러는건 아닐것이다. 하다면 우매한 녀인들이 미신에 젖어 명을 비느라 사신령을 찾아오는걸가? 미신을 믿지 말고 낡은것을 타파해야한다고 구호를 숱해외쳐왔지만 어떤 사람은 그럴수도 있을것이다. 정녕 그렇다면 여기 어디에 산신당이라도 있을게 아닌가. 하다면 그녀들은 왜서 제물도 없이 맨 빈손들일가?.... 의문은 의혹으로 커지면서 점점 더 짓꿎게 갈마들었다.     얼씨덩 돌아오마고 간 사람이 한식경지나도 오지 않았다. 저 왕발이 거짓말을 한거야. 성국이는 멍청히 앉아 기다리고싶지 않아서 나섰다. 그는 그들이 간 방향으로 걸음을 놓았다. 숲속을 얼마가량 들어가니 오솔길이 두가닥으로 갈라져 있었다. 하나는 실개울을 건너 남산으로 오르고 다른 하나는 실개울을 따라 서쪽으로 그냥 나 있었다. 성국이는 갈림목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곡을 그냥 들어가보기로 맘먹었다.     머루덩굴과 등나무덩굴이 얼기설기 나무에 뻗어오르고 감겨있었다. 각가지의 관목들이 가득자란 계곡은 새소리 뿐 인적기라곤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들어갔다. 오솔길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젠장, 내가 길을 잘못선택했구나. 이젠 어쩐다?.... 계곡의 막바지에 이르자면 아직도 온것만큼은 더 올라가얄것 같았다. 숲을 꿰지르며 갈 멋은 없었다. 자칫잘못하면 방향을 잃을것 같기도 하고 왕발의 말같이 함정에라도 빠지면 큰일이다. 성국이는 되돌라섰다.     아까의 갈림목길에 다시이른 성국이는 방향을 돌려 실개울을 뛰여 건너 나무들이 설핏하고 바우들이 드믄드믄 보이는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를 더위잡으면서 산정에 오르고 보니 그 산의 남쪽 양지바른데는 시야를 막는 거목은 볼 수없고 대신 바위너설들이 많았다. 산골짜기도 북켠보다 훨씬 더 틔여 있었다.     《오!....아!....》     성국이는 두 팔을 머리우에 치켜 올리며 힘차게 웨쳤다. 그리곤 메아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우렸다. 한데 이런 기겁초풍할 일이라구야, 어디서 왔는지 털빛이 부잇한 황둥개 한 마리가 갑작스레 나타나 그한테 덥치는것이였다. 그놈의 개가 짖으면서 달려들었을 망정이지 안그랬더면 성국이는 그놈을 승양이로 여겼을것이다.     성국이는 몸을 재빨리 되돌려 바위뒤로 갔다. 그랬건만도 그놈의 개는 그냥 쫓아와 이낙스레 달려들어 그의 바지가랭이를 물어당겼다. 바빠맞은 성국이는 어마지두에 몸을 돌리면서 그놈의 턱주가리를 힘껏 차놓았다.     개는 깽깽 거리면서 나동그라졌다.     아래켠에서 웬 녀인의 자지러진 웃음소리 터졌다.     성국이는 개가 다시접어들것 같아 돌멩이를 찾아 쥐였다.     녀인이 웃음을 그치고 개를 불렀다.     성국이는 그쪽에다 눈길을 던져 개임자를 발견했다.     녀인은 누릿한 풍천옷을 입고 머리에 빨간 수건을 쳤는데 이쪽을 향해 익살궂은 웃음을 던지고는 제꺽 돌아섰다. 그래서 성국이는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개코같이 새수없구나!》     성국이는 혼자소리로 한마디 내뱉곤 진둥한둥 그곳을 떠났다.     막에 돌아오니 오라를 질 산림지기가 어느새 와있다가 제쪽에서 불평을 부렸다.     《아니 손님은 어디루 갔댔는뎁쇼? 안뵈길래 난 짐승이 물어갔나했는뎁쇼.》     빌어먹을것아 짐승이 물어가얄건 네녀석이다. 성국이는 밸나서 응대도 하지 않았다.     좀있으려니 아침에 보았던 세 녀인이 다시금 나타났다.     녀인들을 보자 왕발은 기분이 한결좋아지면서 서둘러 자기도 떠날차비를 하고는 성국이보고 말하는것이였다.    《선생, 내 아마두 홍림에 갔다와야겠수다. 마실 술이 다 떨어졌는뎁쇼. 간장도 사올겸.》     완발은 무서운 술고래였다. 그래서 하나입에 월급도 모자라 여기를 찾아오는 녀인들에게 길잡이를 서주고는 행아를 받아 그것까지 싹다 술을 사먹는 꼴이였다.     가랑이가 째진 바지를 그냥 입고있을 수는 없었다. 성국이는 돈 50원을 주면서 그보고 자기가 입을 값이 20원좌우되는 회색아니면 곤색나는 바지를 한 벌사고 나머지로는 몽땅 술을 사라했다.     《이러면 내가 선생돈을 너무쓰잖아.》     왕견은 미안한것 처럼 말하고는 입을 헤벌쭉 벌리면서 돈을 얼른 받아 넣었다.     빌어먹을 두상! 돌아와갖고 제대로 알려만주지 않으면 보지...      성국이는 별었다.     한낮이 되자 날은 몹시 찌물쿠었다.     흙칠을 했건만도 집안에서는 고리타분한 냄새가 그냥 풍기였다. 성국이는 서둘러 밀렸던 일기를 마저써놓고는 만연필을 수첩우에 던지며 급급히 바깥으로 나와버렸다. 이럴 때 제일 사랑스럽고 고마운것은 그래도 랭천이였다. 성국이는 개울가에 달려가자 웃동을 벗어 던지고 텁직하던 몸을 찬물에 씻기 시작했다.     그가 웃동을 방금 다 씻고나서 적삼을 주어 입자고 할 때였다. 언제 바라왔는지 아까보았던 그 개가 다시나타나 왕 왕 짖었다.    《급살을 맞을 놈의 개!》     화들짝 놀랜 성국이는 개울에 박아놓은 몽둥이를 제꺽 뽑아 자기를 향해 그냥 짖어대는 개를 겨누어 힘껏 뿌렸다.     개는 면바로 정갱이를 맞고 깽깽 거리며 달아났다.     막안으로부터 홀제 녀인 하나가 달려나오며 소리쳤다.    《세이 다 워더 거우!》     아까의 그 녀인이였는데 아무리봐도 조선족처녀같았다.     《동무네 개요?.... 잘됐어, 회계를 까야지.》     성국이는 단단히 걸고들 양 말해놓고 적삼을 주어입었다.     처녀는 사내의 바지가랭이가 째진것을 발견하자 표독스럽던 낯색을 대뜸 고치면서 미안해하였다.    《우리 개가 그랬나요?》    《그 개가 아니구 하늘개가 그랬겠소.》    《물렸는가요?》    《물렸소. 안물릴턱있소.》     실은 개가 그저 다리의 살가죽을 살짝 긁어놨을 뿐 이발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성국이는 아까 이 쳐녀가 얄밉게 깔깔 웃어대던 일을 상기하면 괘씸해서 유순하게 대해주고싶지 않았던거다.    《미안해요. 잠간만 기다려요. 제가 집에 가 약가져올테니.》     처녀는 몸을 돌려 바람같이 사라졌다.     성국이는 정신을 펄쩍 차렸다. 가만있자, 집에 갔다오겠다니?....그러면 여기 어디에 또 집이 있단말인가?.... 그렇지, 있겠지! 한데 저 처녀는 조선족이니 그게 뉘집일가?.... 왕발은 왜 다른 집은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할까?.... 의문이 고패치면서 가슴이 들뛰기 시작했다.     아느새있으니 처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코등에 땀이 송골송골 내돋고 낯은 빨갛게 상기되여 있었다. 한쪽 새하얀 편의화와 곤색데트론바지의 아랫도리가 젖은걸 보니 개울을 급히 뛰여 건너다가 빠진게 분명했다.    《어서 약바르자요.》     처녀는 노란 가루약을 내놓으며 개한테 물린 자리를 보자했다.    《관두오. 약까지 바를 정도는 아니니까.》     성국은 게면쩍어 하면서 눈주어 그녀를 여겨보기시작했다. 모양을 내지 않은 품너른 적삼을 입고있었지만 몸매는 미끈하고 고왔다. 상기되여 발긋한 그녀의 아릿다운 용모는 성국의 눈길을 지긋이 끌었다. 아니 이럴수가!?.... 새까만 두 눈알, 짙고 가늘다란 반달눈썹, 당실한 코.... 성국의 눈앞에는 8년전에 실종되였던 정녀의 몰골이 피여올랐다.     성국이가 정녀를 마지막으로 본것은 사범학원을 졸업하기 전해의 여름방학이였다. 그때 양부는 그보고 작은집의 이사짐을 나르라했던거다.     성국이가 소시적부터 작은아버지라 불러온 정녀의 아버지 최기덕은 딸을 낳은 안해마저 얼마오래 돌볼 새 없이 남전북전하여 중국대륙을 다 해방시켰다. 그는 그래놓고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그길로 해방군옷을 지원군옷으로 갈아입고 조선으로 나갔던거다. 거기서 그는 정전이 될 때까지 싸웠고 복구건설까지 좀 하다가 귀국했다. 최기덕은 안강에서 얼마가량 지내다가 때묻은 북만의 M시정부기관에 조동되여 거기서 당의 사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에야 그는 태평진에 있던 가정도 그쪽으로 데려가게 된 것이다. 그때 정녀가 나이 18살이였는데 고중을 다니고 있었다.      두집은 소문을 내지 않았을 뿐 서로 사돈간으로 정해진지 오래다. 당사자들도 마음이 있어서 서로 사랑건만 만나기 어려웠다. 어려서는 철없어 그저 오빠 동생하며 지내온 그들이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점점 그 런 관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택일하여 혼례식만 올렸더면 가정은 이루어졌을것이였다. 허지만 그들은 부부의 꿈은 이루지 못한채 그만 세월의 잔혹한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이 터지니 잔치같은건 엄두도 못내고 두 집은 다 망하고 말았다.     처녀도 이쪽을 눈주어 파보기 시작했다.     성국이가 먼저 환열을 텃치였다.    《아니 이건 정녀아닌가!?》    《오, 옳아요. 아!....》     정녀는 이쪽을 확인하자 환성을 텃치면서 가슴에 뛰여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둘은 부등켜 안은채 목메여 울었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원한인지.... 너무나도 지리한 어둠 끝에 맞아오는 상봉이요 행운이기도했다! 걷잡지 못할 감회가 사품쳐 올랐다.     정국은 사나이답게 먼저 눈물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    《정녀! 정녀는 지금 어데있소?》    《여기에 있죠, 왕견큰아버지네 집에요.》    《뭐라구! 왕견큰아버지네 집?.... 그가 아직도 살아계시오?》    《살아계셔요.》    《아아, 내가 찾아냈구나!》     성국은 미칠듯이 기뻤다.    《그분이 아버지와 날 구해줬어요.》     정녀가 눈물을 닦고 하는 말이였다.     방금 지나간 그 험악한 세월에 정녀의 아버지 역시 다른사람과 마찬가지로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몸을 다 바치노라했건만 결국은 로 몰려 투쟁받았다. 반란자들은 그가 정민호는 인간적으로 죄인이 아니니 전정대상이 아니라고 증명했다하여 그에게 보황파라는 모자까지 씨워 사경에 몰아넣었다. 그때는 반란파끼리 한창 투쟁성과를 비기는 판이여서 더구나 혹독했다. 밤자고나면 끔찍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고의적인 살인도 꼬리물었다. 그러잖아 최기덕의 운명이 근심되여 가보았던 왕견은 그가 높다란 고깔모자를 쓰고 돌림투쟁을 받고있는것을 목격했다. 그는 탐문 끝에 수확기제조공장에 가 투쟁받고 창고에 갇혀있다는것을 알아내여 밤중에 문을 뜯고 들어가 가만히 빼내와 업고서 산으로 와버렸다. 그의 처 옥선이는 죄없는 남편을 두둔했다가 보황파로 몰려 매를 죽도록 맞고 일어나지 못한채 타계의 사람이 되고말았던거다. 왕견은 며칠후 정녀마저 산으로 데려왔다. 최기덕은 당장에서 반란자의 손에 목숨을 잃지 않았지만 산에 와서 겨우 5년을 더 살고 결국은 그 미열에 죽고말았다.     정녀가 먼저 입을 열어 해명되지 않은 일 하나를 알려주었다.    《큰아버지는 작은 아버지도 구할 맘이였어요. 건데 가서도 못업어와 그만....》    《그때 큰아버지가 온걸 내가 봤소. 양부는 그날 세상뜬거요.》    《큰아버진 그일을 알고와서 이를 갈더니....》     성국이 정녀의 말을 받아했다.    《그래서 복수를 한거지, 안그렇소! 황용팔의 집을 도룩냈지!》    《그래요. 그게 바로 큰아버지가 한 짓이애요.》     그를 내놓고 세상에 그같이 할 사람이 또 어디에 있으랴! 성국이가 백번도 넘게 점을 찍어 온것이 과연 들어맞았다!     왕견은 정녀를 친딸같이 여기면서 사회가 밝아지기 전에는 산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리라했다. 산속에서 먹고 사는데는 아무문제도 없었다. 소춘매가 무복술을 익혀 늘 점을 치군했다. 그러다가 한해전에 타계했는데 로친의 그 취미를 령감이 받아가졌다. 그랬더니 그것이 돈버는 구멍수로 될줄이야! 무산계급혁명을 10년간이나 했건만 아직도 미신에 젖은 사람들이 가만가만 찾아와 운명을 점치고는 용돈을 뿌려주고갔던것이다. 중개인은 길안내를 서주는 살림지기 왕발이였다. 왕견은 그를 리용하면서 무릇 그 어떠한 남자든 끌어들이지 말것과 자기의 신분을 숨겨줄 것을 단단히 다짐놓았다. 우직한 산림지기는 토비의 성질을 아는지라 여지껏 언약을 충실히 지켜온 것이다.     정국은 정녀를 따라갔다.     여기는 염왕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남산아래의 꽤 널다란 공지에 강냉이밭이 있는데 그 속에 함석지붕을 한 오랜 귀틀집이 한 채 있었다.     《큰아버지, 그간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성국입니다.》     성국이가 꿉썩 인사하니 낯이 고목같이 된 80고령의 왕견은 알아보고서 무척 반가와했다.     《네가 성국이냐! 내가 눈을 감기전에 너를 보게되는구나!.... 듣자니 세상이 바뀌였다는데 그게 정말이냐?》    《정말이구말구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큰아버지를 만나려고 찾아오질않았습니까. 지긋지긋하던 세월이 이젠 다 끝났어요. 틀리고  잘못된걸 바로잡을 때가 되였지요.》     성국은 미친년 널뛰듯 하던 문화혁명이 끝났음을 이렇게 알려주곤 과연 보고싶어서 이렇게 왔노라고 다시한번말하면서 원쑤를 갚아주어 구천에 간 양부가 눈을 감으리라했다.    《세상에 나같이 완고한 놈도 있네라. 어쩌겠냐 내 성질이 이렇게 돼먹은걸. 내 형제의 원쑤는 갚았네만 나는 순 악마네라.》     왕견이 하는 말이였다.     성국이가 여기까지 온 김에 염왕산이나 구경시켜달라했더니 왕견은 그래주마고 선선히 응했다. 하여 이틑날 성국은 정녀와 함께 왕견을 따라 답사를 떠났다. 산채자리와 그 후에 세웠다가 뜯어버린 집터와 류자들의 공동묘는 모두 숲에 묻히여 이제는 알아내기조차 어려웠다.... 미궁과도 같은 이곳은 확실히 토비들이 반거하는 소굴로 됨에는 세상에서 더 찾을 수 없는 명당일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과 문명을 싣고 흐르는 세월이 이미 페허로 되어버린 여기에다 다시는 류자의 꿈을 심어주지는 않을것이다.     염왕산을 나오면서 왕견은 한쌍의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다가 성가를 하지 않기를 잘했구나! 연분이란게 과연 따로있는모양이구나!》     성국은 그한테 둘이 약속한바를 알려주었다.    《큰아버지, 우린 어서 가정이뤄 큰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왕견은 젊은이들의 처사에 감개무량했다.    《말만해두 고맙네라!》     왕견은 몹시 늙었어도 아직 기억력은 좋았다. 성국이는 방학간을 여기서 함께 보내면서 그한테서 아직도 자기가 모르는 염왕산에 관한 얘기를 상세히 들어보리라 맘먹었다. 한데 그의 이 계획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틑날 아침을 먹은 후 왕견은 오늘은 꿈자리도 좋고 점괘도 좋구나 만시름이 놓이는데 한번 취토록 마셔보련다 하면서 그들을 보고 술동무를 하게 가서 산림지기를 데려오라했다.     성국이와 정녀는 심부름을 하느라 그 집을 나섰다.      즐거운 기분이였다.     그들이 강냉이밭을 나와 동쪽 오솔길에 들어섰을 때였다. 홀연 뒤쪽에서 하고 총소리났다. 둘은 불길한 생각이 피끗들어 달려가보았다. 접침을 베고 눕는것 같던 왕견이 그사이 렵총으로 자결하고 만 것이다.     정녀가 슬피울었다.     성국은 왕발을 데려다 함께 로인을 매장하고 그곳을 떠났다.     태평진에는 로총각선생이 방학에 꽃같은 각시를 얻어왔다는 새 뉴스가 생겨났다.                                ㅡㅡㅡ 끝 ㅡㅡㅡ                                             1996년 5월 12일 할빈에서 초고.                            2006년 1월 18일 북경에서 탈고.                        인       물       표      정민호 .......... 한국독립군인. 염왕산류자. 오인. 오군자두령.    최기덕 .......... 싸할린의용대군인. 항일련군전사.    치더룽 .......... 두 군인을 사경에서 구원한 허저인.    유만진 .......... 허저인 가싼다.    나  쟈 .......... 유만진의 큰아들.    청  림 .......... 유만진의 둘째아들.    청  량 .......... 유만진의 셋째아들.    츄  얼 .......... 유만진의 딸. 정민호의 처.    위삼포 .......... 염왕산토비 괴수.    위용강 .......... 위삼포의 아들.    위향란 .......... 위삼포의 딸. 정민호의 정부.    소춘매 .......... 할빈 연하루의 기생.    위  진 .......... 염왕산 허저인류자.    왕  견 .......... 염왕산류자.    하진국 .......... 염왕산류자.    장  평 .......... 염왕산류자.    서은괴 .......... 염왕산토비.    황보재 .......... 염왕산토비.    가철군 ........... 건달.    진사해 ........... 염왕산에 괘주한 방량패토비 괴수.    곡치환 ........... 인육장사.    호덕화 ........... 변절자.    위  무 ........... 항일을 나섰던 토비.     주혜란 ........... 태평진 녀특무.    관배쌍 ........... 석보상. 할빈보안국특무.    전문방 ........... 항일에 나선 만성패토비 두령.    김웅렬 ........... 지하당사업을 한 항일간부.    도야진 ........... 영락촌지주.    천옥령 ........... 화남의 천지주딸. 반일부녀회 간부.    장두봉 ........... 태평진유지회 회장.    오도야마 ........ 태평진 일본군수비대 사령.    뚜르와체브...... 태평진주둔 쏘련홍군 사령원.                                                                                                                                              관련글:  머리말을 대신하여 쓴                                                       이 소설은 686페지에 글자수 866천자. 2008년 민족출판사 출판.                                                                                                            한국 아세아출판사 재판.                                                                                               ㅡ      
438    <<관동의 밤>> 제2부(43) 댓글:  조회:3254  추천:1  2015-02-04
                             43               아이는 귀엽고도 영준했다. 민호는 그 아이를 안아온 얼마후에 최기덕이보고 이 애의 친척이 혹시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니 수소문하여 찾아보라 부탁했다. 최기덕은 친구의 분부인지라 사업이 다망하면서도 힘써 알아보았다. 결과 그때 호덕화악당의 강탈을 당한 그 열몇호의 동포는 다 목단강 고려인협회의 도움에 의하여 조선으로 돌아갔고 피살된 사람의 후사도 당지사람들의 손을 빌어 처리했거니와 북만에는 이 애의 친척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래서 아이를 그들 량주가 기르게 되었는데 날이 가면서 어른과 아이사이에는 친부모와 꼭 같은 정분이 생기게 되었다. 향란이는 아이의 원이름을 그냥쓰면서 성만은 정가로 고쳐버렸다.       한데 아이가 웬 일인지 시름시름 앓음자랑을 했다. 향란은 고와할줄만 알고 멍청해있다가는 생아이를 잃고말겠다며 어느날 둘쳐업고 태평진으로 말을 달렸다. 태평진에는 위만시절에 일본사람이 세운 구세병원(救世病院)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의사 하나나가 본국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었다. 부인이 한족이라는 그 의사는 아이를 진차하더니 페디스토마증에 걸렸다면서 등안시말고 시일을 늘게 잡고 치료를 꾸준히 받으라했다. 하여 향란이는 아이를 입원시켰다.     북만의 봄이 마지막가면서 계절이 바귀여지고 있었다.      아이를 입원시킨지 3일만에 향란이는 뜻밖에 가슴을 들때리는 놀라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장평이 시하에서 위무의 손에 살해된 그 사실인것이다. 그 소문은 시하에 있는 친척집에 볼일이 있어서 갔던 사람이 돌아와갖고 퍼뜨린것인데 이 사건으로 하여 온 태평진이 부글거렸다.     명랑하고 수럭수럭한 그의 몰골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아아, 장평아 너는 어찌하여 그리도 처참히 되었느냐!... 향란이는 쏟아지는 눈물을 거두고나서 아이를 같은 소아과실에 들어있는 조선부녀한테 수고스러운대로 며칠만 봐달라 맡기고 인츰 염왕산으로 달려갔다. 민호한테 이 소식을 어서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날따라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서 음침한데다 비마저 부슬부슬 내려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산채에서는 온 몸이 푹 젖어갖고 돌아온 향란이를 보자 모두 웬 일이냐며 놀랬다. 민호는 물론 다른이들도 그녀가 아이를 잃어서 이꼴로 비감에 잠겨갖고 돌아온줄로 알았다. 한데 그런것이 아니였다.  향란이는 숨가빠하면서 피를 뿜듯 한마디 토했다.    《장평이 잘못됐대요. 시하에서....선견군놈들 손에....배까지 갈리웠대요.》     염왕산류자들에게는 듣기 괴롭고 참기 어려운 비보였다.    《장평이가 잘못되다니, 어떻게 돼서?》     모두들 의문뿐인데 향란이는 비감이 젖어 한숨을 내쉬였다. 쏟아부은듯 머리를 함뿍적셔놓은 빗물은 이마로 흘러내려와 눈물과 범벅이 되어 발아래로 떨어졌다.    《한심해요 장평이 군직에서 나떨어지고 그렇게 됐대요.》    《뭐라! 군직에서 나떨어지다니? 왜서?》     류자들은 다시한번 놀랬다. 그들은 사문동이 태평진을 공략하려다못하고 쫓겨단 일까지는 알아도 요즘은 산을 나가는 류자가 없다보니 그 후 태평진에서 발생한 일은 깜깜 모르고 있었다.    《그의 재종형이 반란을 꾀하잖았나요. 그래서 장평이 화김에 재종형이고뭐고 화근을 뽑는다며 붙잡은 자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아예 싹 다 잠재워버린건데 책임간부인 그 김가가 장평이 자기를 무시하고 맘대로 했다 네 재종형이 나쁘지만 너도 믿을 수 없다면서 군직을 뗐대요. 내쫓은거와 뭐가 다른가요.》     향란이는 태평진에서 떠도는 말이 이렇다면서 알려주었다.         그 독립퇀이 원체 태평진의 자위대긴 하지만 동북인민자위군에 편입되였으니 장평의 군직을 떼고 안떼는거야 우에서 할 일이 아닌가. 한데 일개 군중사업간부가 무슨 권리로 장평의 퇀장직까지 맘대로 떼버린단말인가?....모를 일이였다. 리해되지 않았다.  민호는 김웅렬이란 그 공산당원이 대체  뭔데 권리가 그리도 막강할가고 생각했다. 최기덕의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던것이.     아무튼 일이 잘못된것이 분명해서 안타까왔다.     기실 김웅렬은 제 실권을 엄청넘어 행사했으니 대단히 큰 오유를 범했다. 하건만 장평이 토비출신이거니와 공산당의 령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유방종하니 이제 더 크고 무서운 무장반란이 일어날 위험이 충족하다 급박한 정황하에서 사전에 조치를 댄것이니 그런줄알라고 제멋대로 보고를 꾸며 상급당조직에 올림으로서 처벌을 회피한것이다. 한심한 기만이였다. 최기덕이 중상을 입지 않았어도 감히 그따위짓을 하지 못했을것이다.    《아무렴 죄지은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할수야....》    《요즘 우리는 산을 나가지 않다보니 이 일을 몰랐지.》    《그걸 알았으면 어쩌겠나.》    《알았더면야 가만있지 않지.... 그렇게는 못하게 하지....장평의 일인데 우리가 그래 무관할 수 있는가.》      모두들 의논이 많았다.      김웅렬의 처사에 대해서 민호는 분노했다. 아무렴 항일까지 한 사람을 그토록 헐값으로 취급한단말인가, 길가의 말똥도 주어 쓸라니. 장평은 민호의 오군자에 들어 왜놈과 싸웠다. 전공을 따지면 그한테도 공로메달을 두 개쯤은 달아줘야 옳을것이다. 그런 사람을 밑바탕이 나쁘다해서 숙청하다니 세상에 어디 이런 법이 있는가?.... 그지간 함께 있지 않았다해서 무관할 수는 없었다. 시체라도 찾아 묻어주고 대체 어떻게 되어 그런 흉사가 생기게 됐는지 그 연유를 알아내야했다.      20여명의 무장대가 산을 나가 태평진으로 갔다.     민호는 태평진인민정부에 들어가 직방 김웅렬을 만났다.    《이, 이거 어떻게 돼서 왔소?》     김웅렬은 래방자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보자 긴장해졌다.     민호는 걷발린 인사따위는 걷어장지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이 장평을 쫓아냈소?》    《건 내일인데 거기서 념려할건 뭐요.》    《왜 념려안하겠소. 동고동락을 해온 사인데.》    《허! 동고동락이라.....》     김웅렬이 이쪽에서 내던진 말을 되뇌는데 음조에는 조소와 경멸의 냄새새가 풍기고 있었다.     민호가 물었다.    《왜 내말이 우습게 들리오?》    《듣자니 거기서는 서로 형제라 한다지.》    《왜 형제라 부르는게 우습소? 서로 친하니 그렇게 불러주는거요. 당신이 제 벗을 동지라 하듯이.》    《동지는 신성한 것이요.》    《형제는 더러운건가? 묻겠소. 듣자니 당신도 항일을 했다는데 총은 그래 몇방이나 쏴보고 일본놈은 몇이나 잡아봤소?》     김웅렬은 입을 다시열지 못했다. 떳떳하게 대답할 주제가 못된거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가 일을 잘못처리함으로 해서 빚어진 처참한 죽음과 그 죽음으로 인해서 초래되는 악과에 대해서는 추호의 반성도 느낌도 없이 뻔뻔스러웠다. 시람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돼먹었을가?....민호는 격분이 부걱부걱 괴여올랐다. 김웅렬의 언동은 몽둥이찜질을 힘껏 안겨주고싶도록 적의를 자아내고 있었던것이다. 네녀석하고 말하니보다 차라리 담벼락하고 말하는게 났겠다. 민호는 쓰거워 말을 더 하지 않았다.     한편 태평진독립퇀은 염왕산철혈대의 갑작스런 출현을 심상치 않게 여겨 총에다 장탄하고 지켜보았다. 꼭마치 어느때 터질지 모를 시한탄이 떨어진 것 처럼 태평진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긴장에 쌓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삼포가 죽던 날 여기서 보안대와 염왕산류자지간에 류혈적인 혈전이 벌어졌던 무서운 장면을 회상했고 변절한이 되었던 위용강이 상망을 많이 내면서까지 야간탈주를 하던 때의 소란스럽던 일을 되새기였다.     염왕산류자가 태평진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의연히 강포하고도 무서운 존재로만 느껴지고 있었다. 비록 오인이나 장평같은 사람이 떠받들리우고 철혈대가 협객단이라며 호감을 품어왔지만.     누구나 다 이제다시는 성안에서 충돌과 참혹한 류혈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않거니와 그렇게 될까봐 가슴을 조이였다.     무장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철혈대는 결판내자고 찾아간 것이 아니였으니까. 철혈대류자들은 태평진정부 문앞에서 왜 이런 불상사가 생기게 처리하는가고 항의하면서 장평의 시체를 내놓으라고 했다.     김웅렬은 무서워서 감히 대갈쪽도 내밀지 못했다.     장평의 시체가 태평진에 없었다.     전신무장한 철혈대는 그길로 시하에 가서 이미 부식되기 시작한 버려진 시체를 찾아 거기 어느 산기슭에다 파묻고 돌아왔다. 장평은 위무의 손에 죽었다. 위무는 선견군사람이다. 하기에 염왕산류자들은 선견군을 원쑤로 보고 증오하면서 저주하게 되었다.    《장평의 원쑤를 갚자!》     모두들 부르짖었다.     민호는 정찰을 놓아 위무의 종적을 찾기시작했다.       민호는 이 기회에 최기덕의 병문안을 하러 가목사로 갔다.     시가지중심에 있는 광복병원에서 최기덕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복부에 탄알을 맞은 그의 상은 이미 위험기를 넘겨 치료되고 있으니 근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책임의사가 알려주었다.    《형님네 염라대왕이 때가 안됐다며 내 호구를 안받아주오.》       병문안을 간 민호를 보자 최기덕이 기분좋아 하는 말이였다.      《우리네 염라대왕이라? 오 하하하!....이름이 그 꼴이돼서.... 건데 이젠 염왕산이 제 사명을 다한것 같구나.》    《사명을 다한게 아니라 바뀌였지. 염왕산을 이제는 구세산이라  이름을 고치는게 합리할것 같소. 염왕산의 철혈대가 아니였더면 어쩔번했겠소. 화금이나 목청이나....우리 동포들은 떼죽음을 당하고말았을게요. 큰공을 세웠지. 방사령도 류정위도 철혈대의 공적을 높이 찬양했소.》    《오, 그래!? 그분들도 아시는구나.》    《왜 모르겠소. 연안에서 이리로 오자마자 알게된거라오. 군구건립식때도  말이 있었는데 염왕산의 철혈대는 동북에 있는 모든 산림대가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라했다오.》     최기덕은 이러면서 합강군구의 그 두 령도자가 전번날 병원을 찾아와 상병들을 문안할 때도 염왕산류자가 항일을 한것과 철혈대가 악당을 징벌하고 선견군과 맛선것은 북만력사에 공적으로 기입될것이라면서 현황을 무척 알고싶어했고 최기덕이와 그 조직자인 민호의 신원을 캐물으면서 어느때든 한번 꼭 만나볼 의향임을 보여주더라고 말했다.     민호는 공산당군이 철혈대의 공적을 그같이 알아주고 관심하니 고맙고 감개했다. 당장 달려가서 그들을 만나고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군구의 그 두 거물급지도자는 지금 다 이 시내에 있지 않고 의란에 가 있었던것이다. 동북에서의 선견군무장토비숙청 제2단계에 진입하여 전군이 한창 긴장히 보내고있는 때였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나날은 고난과 류혈로 이어진 자욱이였다. 철혈대는 여직 한번도 티각난적이 없이 일심동체되여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수립해 놓은 위엄이나 명성은 염왕산이 지난날에 날리였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것이였다. 현유 25명밖에 안되는 무력이지만 실력은 알찼다. 류자들은 환난상구(患難相救)하면서 지난때의 허물을 고치고 새인간으로 착실하게 되어짐을 자신의 의무로 삼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갸륵한 일이 아닌가! 자신이 창발한 도의(道義)로 군위(軍威)를 높혀가고 있으니 어찌 찬양하지 않으랴!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있소?》     최기덕이 물어보는 말이였다.    《태평진에서 근일에 너를 찾아오지 않더냐?》     민호가 그한테 되물어보았다.    《보름전에 한번오고는...거기서는 어떻게들 지내는지?....》    《다시와보지를 않았단말이지.... 참 너무하는구나.》    《사업이 바빠서 못오겠지. 형님은 그들을 탓하지 마오.》     최기덕은 말해놓고 민호의 낯색이 굳어지니 이상해서 물었다.    《왜 그러오? 무슨일이 생긴거요?》     민호는 숨을 길게 들이긋고나서 앉음자세를 고치였다.    《내 말을 듣고 너무 격동말거라. 장평이 죽었네라.》    《아니 뭐라오! 어떻게 돼서?》     민호는 김웅렬이 마음대로 장평의 퇀장직을 떼버린것과 그가  태평진을 나돌다 시하에서 위무의 손에 살해된 사실을 알려주었다.    《김웅렬 그 사람 미치지 않았어? 어쩌자구 그래? 제가뭔데?》     최기덕은 격분했다. 듣고보니 너무도 한심해서 한숨을 련발토했다. 장평이 장두봉일당을 즉각처결하기를 잘했노라고 하던 김웅렬이 자기와는 말도 없이 그를 제마음대로 처리하여 그같은 후과를 빚었으니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말끝마다 민주요 광명정대요 부르짖지만 돌아서면 독단독행하려드는 그를 선선히 받아주고 여지껏 믿어온것이 분하고 분했다. 최기덕은 당장 달려가 그를 후줄근히 패주지 못하는게 안타까왔다.    《김웅렬 이 자식 어디보자! 》     그는 그따위의 사이비한 인간은 절대 당내에 두지 말아야한다고 생각되여 당장 상급당위에 올릴 적발신을 쓰리라 맘먹었다.     새하얀 위생복을 입은 젊은 녀인이 들어와 상병을 간호했다.    《좀 어떠세요? 드린약을 다 자셨나요?》     그녀의 입에서 뜻밖에 옥같은 조선말이 굴러나왔다. 나부죽한 얼굴에 몸매고운 그녀는 침착하고 숙부드러워보였다.     《옥선이 인사하오. 내가 접때말하던 형님이요.》      최기덕이 알려주니 녀인은 다소 놀래는 빛이다.     《아, 그런가요! 그럼 이분이 바로 오인이라는.... 먼길에 모처럼 오셨네요. 고마워요.》      녀인은 웃음지으면서 다소곳이 아미를 숙여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민호를 다시보았다. 민호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녀인은 과연 바삐보냈던것이다.       가목사를 떠난 민호는 염왕산으로 돌아가면서 먼저 태평진에 들렸다. 거기 구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양자 성국이가 이젠 병이 다 낳았을것이니 데리고 가야했다.     향란이는 벌써 출원수속을 다해놓고 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은 어떻던가요? 나도 한번 가봐야잖아요.》    《치료가 빠르오. 가을전으루 출원하리라누만.》    《그런가요. 정녕 그렇다면 기쁜일이네요.》     향란이는 최기덕이 어서빨리 완쾌하기를 기원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의 혼인대사문제에 대해서 은근히 걱정한지 오래다.    《어쩔가요. 그분 나이 이제는 마흔넷이예요. 로총각으로 한뉘살수야 없잖아요. 당신과는 사교지간인데 이러고있어서야 면목이 서나요. 출원하면 잔치도 하게끔 당신이 책임지고 색시하나 구해놔야하잖아요. 색시감이야 목청, 화금에도 있을거고 여기 태평진에도 쌔쿠버린게 아닌가요.》    《내가 뚜쟁이질을 안해도 돼. 벌써 눈으로 점찍어놨데.》    《그래요! 어디의 새긴데요?》    《그가 입원한 병원에. 지금 거기서 호사장으로 사업하고있는데 당사자끼리는 벌써 혼약이 다 됐다는구만.》    《그래요! 참 어쩌면....나이는 얼만데요?》    《올해 설흔둘이라니 기덕이하구야 열두살차이지. 본남편이 오년전에 병으로 사망해서 여지껏 홀몸으로 지낸다는구만. 딸린 자식도 없이....내가 보겐 이쁘고 참하게 생겼더구만.》    《조선녀성인가요?》    《그렇소. 성명은 리선옥이라는가.》    《구슬옥자에 착할 선이라. 이름도 듣기좋네요.》     향란은 기뻐하면서 잔치준비를 잘해야겠다고 했다.    《성국아, 이젠 엄마랑 아버지랑 하고 같이가자.》     민호가 품에 안았던 아이를 내려놓으니 향란이가 점심때가 지난는데 시장하지 않는가했다.    《돌아가서 먹지. 콩을 다 심었는지.... 강냉이도 그렇구....씨앗들을 망종전에 다 넣어야 하는데.》    《왕견이 어련히 알아서 하잖았으리.》     향란은 다심한 남편이 배를 곯으면서 먼길을 다니는것만 같아서 데리고 관자집부터 가려했다. 한데 이건 또 웬일인가?     그 한집식구가 병실을 곧 나가려는데 여직같은 호실에 입원하고있는 중국어린아이의 애비가 들어와 모골이 송연해지는 끔찍스러운 사건 하나를 알려주는것이였다.    《저....못들었소. 동안서말이요, 조선사람을 몽땅 죽였다는구만!... 스므엿새날에!》     민호는 가슴속에서 널짱같은것이 뚝 떨어졌다.    《뭐라!.... 어떤놈이 그랬어?》    《곽청전이라구 허는 토비가 그랬다오.》     그 한족사나이는 밖에서 들은 소문이라면서 상세히 알려줬다.     26일이라니 바로 어제였다. 동안성 보안대총장인 34살난 곽청전(郭靑典)이 얼구이즈(二鬼子)들을 로야령을 넘기전에 없애치우자는 구호를 내들고 안팍으로 짜고서는 그곳을 자위하고있던 인민무장력이 잠시 동안성(밀산)을 떠난 기회를 리용하여 제가 갖고있는  무장대 700여명을 몰아갖고 갑자기 달려들어 그곳에서 살고있는 조선사람 수백명을 닥치는대로 학살하였던것이다. 이런 아비규환속에서 살아난 생명은 오로지 마음선량한 이웃의 한족아낙네가 죄없는 아이가 너무불쌍해서 제집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낯을 어지럽게 만들어 움속에 숨겨둔 그 애뿐이였다고 한다.    《뼈를 갈아치워도 시원찮을 악당놈들! 적수공권인 죄없고 불쌍한 우리 동포는 왜 살해하는가! 》     민호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24년전, 밀산의 당벽진에서 그같은 참안이 발생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농사짓던 독립군전사들이 토비들의 손에 전부 참살되더니....지금도 생각하면 치떨리는데 그런 변이 또 생기다니!....이해의 5월은 밭농사를 많이 시작한 염왕산류자들이 가장 분망히 보내는 달이였거니와 북만에 거주하고있는 동포들에게는 흉살이 비쳐 불안에 떨게 만든 범상치 않은 달이기도했다.          위삼포가 죽은지도 어느덧 14년이다.     달력을 보니 이제 사흘이면 양력 5월이 막가는 날이자 음력 5월이 시작되는 날이기도했다. 민호는 향란이와 상의하여 이날에  위삼포의 유해를 염왕산에 이장하기로 했다. 고인의 아들인 위용강이 생전에 마음을 먹으면서도 감히 해내지 못한 일을 이제는 살아있는 그들이 해야했다.     25명의 염왕산류자 모두 흰상복을 입고 나섰다. 물론 무기들을 휴대했고 경계도 삼엄했다. 이장은 가탈없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데 그 일과는 아무관계도 없는 하나의 사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장행렬이 염왕산으로 향하고있던 중 웬 얼간망둥이 셋이 나타나 자기들도 데려가달라고 했던것이다.        《이건 웬놈의 풀메뚜기들이냐?》     왕견이 권총으로 갈겨놓자는것을 민호가 막았다.    《관두오, 여우를 만난셈 치지.》     그 셋은 민호를 보더니 길복판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두령님! 두령님! 우리도 데려가주시오!》     입을 모아 빌었다.     민호는 이 자식들의 눈에도 내가 두령같아 보이는 모양이지 하면서 하도 짓꿎게 달라붙는지라 우선 물어보았다.    《너희들은 모두 집이 어디냐?》     셋중 생김새가 미끈하고 허울좋은 자가 허리를 펴며 대답했다.    《예? 저.... 이도강에 있습니다. 우린 모두.》    《농사지을게지 산에는 왜 들어가자는거냐?》    《농사질하기 싫어요, 정말로. 그리구 군대질하기도 싫고요.》     그 녀석이 얼굴에다 웃음까지 발라가면서 진지하게 말하는 품이 쉽게 물러설것 같지 않았다. 자기같은 사람을 받아주는건 지극히 정당하다고 여기는것 같기도했다.    《농사질하기도 싫고다. 군대질하기도 싫다. 그래서 산에 들어가련다 그거지? 그래 산에 들어가서는 뭘먹고 살테냐? 날거미잡아먹고 살지는 않겠지? 너희들은 곰처럼 제 발바닥이나 핥을거냐?》     그자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녀여석들이 고개를 드나 어정쩡 말이 없다. 보기만해도 정나미떨어지는 이따위 패물짝을 어디다 쓸가.    《허! 허! 허!》     민호는 어처구니없어서 웃기만했다.     허울좋은 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웃어요, 두령님!》     과연 아귀무른 녀석이였다.     민호는 증이나서 발을 굴러대면서 큰소리를 딱 질렀다.    《이놈아!》     워낙 담은 없이 중정이 허한 자였던지 와들짝놀란다.    《이 걸레짝같은 놈들아, 우릴 뭘로알고 이꼴이냐, 물러갓!》        향란이가 철채찍으로 갈겨대니 멋도 모르고 사정들던 세녀석은 그만 혼비백산하여 엎드러지고 곱드러지면서 달아나버렸다.     이비슷한 일은 그 후에도 있었다.     7월중순의 어느날 정찰을 나갔던 두지개가 돌아와서 위무가 지금 이도하자부근에서 흩어진 선견군패잔병들을 다시모집하고있다고 보고했다.    《그놈이 꼭 옳은가?》    《백성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틀림없습니다. 그놈아니구야 누가 외짝귀겠습니까. 급이 없이야 그런 일에 나설수도 없을거고. 안그렇습니까.》    《하긴그래.》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뒷짐을 지은채 방안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나 그 원쑤놈을 붙잡아야하는데....》     그의 소리를 잡아듣고 류자들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한다.    《그놈만 붙잡느라말고 보이는 놈은 다 잡아.》    《다 잡는다니 말이 되나. 그런면야 염왕산은 포로영되고말지.》     《그자들을 먹일 물 어디있나.》    《농사지어 고라니좋은 노릇하게 할수야 없지.》    《그러면 보는 족족 잠재워버려.》     염왕산류자들은 모두 선견군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위무를 붙잡자고 부르짖었다.    《마인! 구도관자!》     민호는 곤 철혈대를 집합시켜 이도하자쪽으로 출발했다.     두지개의 정찰이 틀리지 않았다. 귀가 한짝뿐인 사람이 며칠전부터 이곳에 와 흩어진 잔병들을 모집하는 중이라고 그곳주민들이 반영했다. 민호는 어떻게 하면 위무를 빼우지 않고 붙잡을 수가 있을가 궁리하다가 철혈대를 가까운 수림속에 은페시키고 유자 여섯을 둘씩 세조로 만들어 이도하자주위에 있는 세개마을에 각각 나뉘여 정찰케 했다.     그들 세소조는 돌아와 갖고 다 자기들이 간 마을에 선견군패잔병들이 몇씩 있더라고 보고했다. 그중 두개지가 갔다 온, 이도하자에서 동남쪽으로 약 7리가량상거한 백여호되는 마을에 17명, 수자가 제일많고 그 마을에 위무가 있는 것으로 정찰이 되었다. 보아하니 그자들은 이도하자에는 자위무장이 있어서 감히 범접못하고 주위만 맴돌고 있는건데 입이 많으면 얻어먹기 힘들어 한데모이지도 못하는 꼴인것 같았다.     민호는 철혈대를 이끌고 두지개가 갔다 온 마을로 갔다. 때는 이틑날 동녘이 푸름푸름 밝아올 무렵이였다. 그들은 적이 들어있는 집을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그리고는 장밤 눈을 붙이지 못해 고개방아를 찟고있는 보초를 짹소리도 못하게 감쪽같이 죽여버리고는 돌습하여 아직 잠에 파묻혀 있는 자들을 몽땅 붙잡았다.    한데 꼭 붙잡자는 위무는 보이지 않았다. 포로들과 물으니 저녁을 같이 먹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는것이다.    《젠장! 여우를 놓치고 몸에다 노린내만 묻혔구나.》     민호는 너무도 맹랑해서 발을 굴렀다.     포로들은 위무가 어디에 갔는지 정말몰랐다. 그자를 붇잡자면 정찰을 또 해야했다. 기마대가 움직여야 하는데 두다리만 가진 이 자들은 어떻게 끌고다닌단말인가? 그것도 문제였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들을 염왕산까지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죽여버리자니 너무 잔인한것 같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무장만 해체하고 놓아주자고 보니 그런다면 미친개를 붙잡았다가 살려주는 격이 되고만다. 총만 다시쥐면 의연히 그 적이 그 적이 아닌가. 하여 민호는 생각 끝에 이 자들을 합강군군에 넘겨주어 방사령이 처리하게 하자고 맘먹었다.     철혈대는 포로들을 한줄로 묶어갖고 그곳을 떠났다.     한데 오면서 생각밖의 일이 생겼다. 포로중 한자가 이것이 공산당계렬의 민민무장부대인 것이 아니고 염왕산류자무장인 철혈대라는것을 알자 비위좋게 흥정을 걸었던것이다.    《인제보니 자네들은 우리와 이웃간이 아닌가. 서로 척진일도 없는데 왜 이러오?》     민호가 쓰거워했다.    《이웃간이라? 척진일없다? 네 아갈머리에서 그따위 소리가 함부로 나와? 우리 사람을 배가르구두 뻔뻔스레 그따위소릴해?》     방금 말을 꺼냈던 자가 눈을 꺼무럭거리더니 항의했다.    《무슨소리요. 우리가 언제 그랬소? 정말 생사람잡네.》    《생사람잡는다? 너희들의 위무가 한 짓인데 생사람잡는다?》    《어이구 원! 죄는 도까비짖구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더니....위무가 한일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요, 우리는 아주 영 딴팬데두.》    《뭐라? 그렇다면 너희들은?....》    《우린 곽털보패요.》    《뭐라! 밀산의 곽털보패라?....》     민호는 적이 놀랬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장우신부대의 잔당이 아니라 며칠전에 피비린 동안참안을 빚어낸 곽청전의 악당들이였다. 천추에 용납못할 혈채를 짖고서도 갚지 않은채 인민무장부대의 추격에 들어 뿔뿔이 흩어졌다가 이제다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여 생겨난 승냥이무리였다.     위무는 이자들을 자기가 끌어보자고 애쓰는 판이다.     《바로 네놈들이였구나!》     민호는 제 눈으로 동포들을 숱해살해한 이 천죄만악의 살인악마들을 직접보니 전신만신이 떨려나면서 눈에서 불이 일었다. 하건만 대방의 이러한 심정도 모르고있는 자들은 철혈대를 그저 적수도 못되는 일개 비천하고 고립된 마적으로만 알고 우숩게 여겼던지 한수접고드는것이였다.    《좀 이러지들 말라구. 이러면 대단한 실수야. 중앙군하고 함부로 행패부리다니 원.》     민호는 말잔등우에 몸을 싣고 가면서 코아래로 그자를 랭정히 쏘아보면서 랭소했다.    《우리가 네놈들하고 행패부리지 않고 누구와 부리라니?》    《공산당군하고 그래야지.》     그 자는 대방이 제 감언에 마음동하는줄로 알았는지 제법 기운스레 입심을 뽑았다.    《이제 두고보란말이야. 국군은 곧 여기까지 들어올거야. 그때면 우리는 나서서 협력해야지. 그때 되면....그렇구말구 협력하기 위해 우리 선견군은 다시조직돼서 동산재기를 해야하는거야. 그러니....》    《닥쳐라!》     민호는 그의 장황설을 잘라버렸다.    《네녀석이 무슨 잠꼬대를 그리도 하느거냐.》    《잠꼬대라니? 고마운 충고를 하는데두 잠꼬대라니?》     다른 녀석들 거의가 그본새로 나왔다.    《미친녀석들, 그따위 충고를 내가 들으란말이냐, 그래? 네놈들은 아마도 잠을 재워야 그놈의 주둥아리를 다물것 같구나.》     돌을 캐낸 적막한 산벼랑가에 이르고 있었다.     민호는 대오를 멈추었다.    《모두 저 그늘밑에 가서 서거라. 너희들을 쉬워야겠다.》     민호는 그자들을 벼랑가그늘밑에 세워놓고 모두 총살해버렸다.          밀산부근을 한바퀴돌면서 한무리의 패잔병들을 규합한 사문동이 주동이 되어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와 함께 조령을 또다시 탈환하였다. 그들은 그곳을 거점으로 동산재기를 꿈꾼것이다. 한데 끌어모은 오합지졸이 무려 9,000여명에 달했지만 무기가 없었다.    장우신은 군영물자를 얻어오자고 위만경찰출신인 자기의 심복 송문(宋文)을 장춘에 파견하였다. 그런데 송문은 석달이 되도록 종무소식이였다. 그래서 안달아난 장우신은 이번에는 부하 장혜민(張惠民)을 장춘에 파견했다. 장춘에 간 장혜민은 합강성판사처를 찾아갔다가 거기서 공교롭게도 송문을 만났다. 둘은 함께 심양에 가서 가목사에서 공산당 팔로군에 쫓겨난 국민당의 합강성정부주석 오한도(吳漢濤)를 찾아 장우신 등이 조령에서 겪고있는 실정을 말하고는 무기를 지원해줄걸 요구했다.     오한도가 말했다.     《자네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는거야 말치않아도 난 다알고있네. 자네들은 있다는게 뭔가. 낡아빠진 총 몇자루뿐이지. 내 여기 총과 탄약이 있네. 그런데 보내자면 공중에서 던져얄텐데 던지자면 어디다 던지겠는가. 그게 팔로군손에 들어가면 남만 좋은일시키는게 아니겠는가. 돌아가 장선생보구 말하게 이기지도못하면서 정면으로 공산당군과 맞다들어 싸울 궁리는 말구 산속에 숨어서 실력이나 보존하라구말이요. 돈과 량식같은건 당지주민들한테서 꾸구.... 국부가 접수할 때 까지만 꾹 참으면서 기다리란말이요. 그때가서 다 결산해줄테니까.》     장혜민이 조령에 돌아와 장우신에게 오한도의 지시를 회보하니 장우신은 너무도 실망해서 기가 싹 죽고말았다.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장우신 등은 8월이 다가는 마지막날에 회의를 소집하고 지휘관들에게 오한도의 명령을 전달하고는 포위를 뚫고 나갈 방볍을 연구했다....     10월이 되자 이쪽에서는 제3차 조령공격전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여러부대가 땅크와 장갑차이 배합하에 분진합격(分進合擊)하는 전술로써 포위를 뚫고 나온 무리들을 모두 그곳에다 몰아넣고 총공격전을 벌리였다. 2일간의 치렬한 격전 끝에 선견군은 7,000여명이 섬멸되였다. 장우신, 사문동, 리화당의 주력은 완전붕괴되고말았다. 포위를 간신히 뚫고 나온 그 세 거두는 조령북쪽의 산속에 들어가 급급히 군관회의를 소집하여 명령이 없이는 다시는 집중하지 않기로 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제마끔 분산하여 잠복하는 방법으로 유생력량을 보존키로했다.     이리하여 몇 명씩 패거리를 지어서 산속에 숨어들기도 하고 버덕에 나돌기도 하면서 료략질을 하는 강도단이 숱해생겼다.          어느덧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스산한 가을철이 돌아왔다.     어느날 정찰을 나갔던 류자가 돌아와서 염왕산동북쪽 의란과 방정사이에 있는 마을에 위무의 잔당이 20여명이 숨어있다고 보고해서 철혈대가 곧 출발했다. 그자들을 꼭 소멸해버릴 결심이였다.     그 산촌에 거진이르렀을 때 척후를 맡은 류자가 달려와서 그 20여명의 총쥔 자들이 지금 막 마을을 나오고있다고 보고했다. 어떻게 할것인가?....민호는 속히 안장을 떼고 한쪽다리를 고삐로 맨 후 말들을 풀밭에 몰아 넣으라 했다.     류자들은 명령대로 하고나서 모두 길옆숲속에 매복했다.     좀있으니 그 한떼의 비도가 나타났다. 그자들은 말 여러필이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것을 발견하자 야 이건 하느님이 우리를 살라고 내려보낸게 아니냐며 좋아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자들은 말가까에 채 이르지도 못하고 탄알을 맞았다. 죽음과 고통이 발광했다. 너부러져 절명하는자 부상당해 딩구는자가 숱한데 몇놈은 이런 혼란속에서도 도마뱀같이 산속으로 내뺐다. 그 중에 위무도 있었다. 철혈대는 이번에도 맹랑하게 그자를 놓히고말았다.     이때 마침 합강군구의 한 부대도 이자들을 숙청하려고 찾는 중이였는데 성이 리씨라는 조선족련장이 그자들을 거의 잡아버린 민호를 만나자 무척 반가와했다.    《이름이 민호라는 대장이 동무였구만! 방사령은 늘 철혈대의 공적을 칭찬하면서 농후한 흥취를 갖고있소.》     하면서 민호보고 가까이 온 김에 한번 만나보라했다.     전번에 최기덕이도 권고한바가 있는지라 민호는 이 기회에 한번 방사령을 시원히 만나보고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되였다. 그는 두지개더러 대오를 이끌고 먼저 산채로 돌아가라 시키고는 리련장을 따라 가목사로 갔다.     한편 사문동이나 장우신이나 다 처음부터 수편을 받아주지 않거니와 자기들과 대항해 나서는 염왕산의 철혈대를 눈에 든 가시같이 여기면서 이를 갈았고 백수를 써서라도 없애버리려했다. 한데 직접 만날수가 없었다. 이러던 차 사문동은 마침 철혈대가 염왕산을 나와 위무가 데리고 다니는 무리를 소탕하고 돌아가면서 돌배나무골에서 숨을 돌리고있다는 정보를 얻게되였다.      돌배나무골은 백호가 되나마나하는 작은 마을이였는데 사방에 산이 둘러있어서 흡사 함지박속에 돋아난 무더기버섯같았다. 그 마을에 성이 고가인 지주가 있었는데 두지개는 그와 오래전부터 안면이 있거니와 관계도 괜찮았던지라 한 사날가량 눌러있으면서 말도 사람도 쉬우고 산채로 돌아갈 궁리를 하고 들린것이다. 고지주는 자기 집은 배좁아 16명을 다 용납할 수 없다면서 마을밖에 있는 농막을 빌려주었다. 고지주는 밭을 20여쌍갖고있었는데 계절품팔이를 오는 농군들을 재우느라 그 막을 지은거다. 마침 가을걷이가 빨리끝나 품팔이꾼은 다 가고 막은 비여있었다.     한데 고지주가 두지개보다 사문동과 더 가까워 밀고할 줄이야.     이틑날 이른새벽에 사문동은 100며명의 잔병을 끌고 와서 이 초막을 포위했다. 전투가 벌어졌다. 류자들은 포위를 뚫고 나가려다  성공못하니 방어전으로 넘어갔다. 날아가는 총알이 에누리없이 사람을 꺽구러뜨리는지라 적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사문동은 키꺽다리 부하를 시켜 투항을 권고케 했다.       《철혈대는 듣거라. 너희들은 포위됐다. 살겠거든 손을 들라!》     제 목숨을 살리자고 손을 들 류자들이 아니였다.    《그따위 나발은 작작불라!》     두지개가 대구했다.    《나발아니다. 너희들은 공산군이 아니니 투항하면 살려준다.》     두지개는 살려준다는 말에 꿍꿍이가 있음을 알고 물었다.    《원쑤를 살려줘선 뭘하려나?》    《너희들은 원쑤아니다. 동고동락을 해야할 우방이다.》    《우방이라? 하하하....》     류자들은 그 소리가 듣기는 좋다면서 모두웃었다.     사문동은 이들을 설복하려했다.    《우방이 옳은거다. 우리를 염왕산으로 데리고 가거라. 거기가서 우리는 동고동락을 하면서 새날을 기다리자꾸나. 이제 국군이 들어오면 동북은 국민당의 천하가 될것이다.》    《저자식하는 말을 모두 들었지. 염왕산을 빼앗자는거다.》     두지개가 하는 말이였다. 다른 류자들도 모두 과연 그렇구나 하면서 한번다시 쓰거운 웃음을 던졌다.     날이 확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만 끌었지 투항하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사문동은 조급해났던지 키꺽다리를 시켜 또 소리치게 했다.    《염왕산류자들은 듣거라. 너희들은 꼬리방즈녀석한테 속히우고있다. 그자는 공산당과 결탁한 놈이니 없애버리고 넘어들오너라. 그런다면 너희들에게 상을 많이 주리다.》    《잘은 홀리네. 저자식 여우아니냐.》     도지개가 밉쌀스러워 중얼대고나서 키꺽다리가 다시 입을 벌리려 할 때 총을 갈겨 탄알을 넣었다.     키꺽다리는 논판에 세워놓은 허수아비 바람에 넘어가듯 보기좋게 뒤로 힌들번저졌다.     그자가 그 꼴이 되자 적은 총질하면서 달려들었다. 이켠은 희생자가 많아졌다. 반수넘었다. 그러면서도 투항은 하지 않았다.    《지독한 녀석들이구나!》     사문동은 초막에다 불을 지르라했다.     초막은 삽시에 불속에 잠기였고 이쪽은 탄알마저 떨어졌다. 아직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류자들은 육박전을 하려고 달려나갔지만 모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부상당한 류자들은 불에 타죽었다.     장려한 최후였다! 염왕산철혈대는 이렇게 괴멸되고말았다!       염왕산동남입구에 있는, 전에 경비소로 리용되였던 작은 동굴앞에다 류자들의 시체를 묻어놓았다. 하여 이곳은 염왕산류자의 다른 한 릉원으로 되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날넘겨주소                   인간세월 얼마나 길고                   인생고개 얼마나 높아                   이탈 저탈 이리도 많으냐                   웃고 울며 넘는 고개                   아리랑고개로 날넘겨주소       민호는 혼자 노래불렀다. 탄식에 젖은 그 노래는 가슴을 내리훑었다. 허나 그를 내놓고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도 일장의 꿈을 꾸고난것 같이 미묘한 인간회귀였다. 다섯 살먹은 어린 성국이 하나가 더 끼였을 뿐 염왕산은 다시금 예전모양으로 돌아가  두집만 사는 고적한 동네로 변해버리고말았다.     계절은 드팀없이 바뀌여 겨울이 가고 봄까지 지나간 염왕산은 여름빛이 완연했다. 록음은 짙어갔고 계곡의 맑은 물은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경쾌하게 흘렀다.     8월중순의 어느날. 향란이는 손수지은 성국의 옷을 입혀보고는 만족스러워 하면서 반짇고리를 치운 후 앞집으로 건너갔다.     소춘매는 해여진 제 남편의 적삼을 깁고있는 중이였다.       향란이가 그보고 말했다.    《옥선이가 몸풀때 안됐을가.》     소춘매는 손가락을 짚어보았다.    《아직 열흘쯤있네요.》    《팔삭둥이도 있을라니 그 열흘을 주가 믿을가, 그러다 일찍밀고 나오면야 탈이지.》     향란이는 맹꽁이모양으로 앉아있지 말고 가보자했다. 하여 두 녀인은 남편들더러 한동안 수고스러운대로 제손으로 때시걱을 끄리면서 집간을 거두라 당부하고는 함께 태평진으로 갔다.     지난해 10월에 최기덕은 상처가 완쾌돼서 출원하여 태평진으로 돌아오자 인차 결혼식을 올리고 리옥선을 안해로 맞아들이였다. 그들의 신혼생활은 즐거웠다. 리옥선은 사업관계마저 구세병원으로 옮겨와 출근하면서 안살림도 남편의 뒷바라지도 잘해서 이웃에서는 알뜰한 각시라느니 유순하고 부덕이 있는 각시라느니 칭찬이 자자했다.     태평진에 공고한 인민정권이 수립되여 이제는 질서가 잡혀 안전했거니와 점점 활기를 띠면서 번성해가고 있었다. 하건만도 향란이만은 이곳이 전혀 정이 없거니와 오기만하면 남다른 감상에 사로잡히군했다. 그건 여기가 전에는 그녀가 적의를 품고 다니였던 곳이기때문이리라. 소춘매와 같이 와서 사진을 찍던 일, 별절한이 된 오빠를 보러왔던 일,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가 잃은 일, 복수의 길에 올라 사진사를 죽이고도 속이 풀리지 않아 일본인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주던 일.... 원한과 증오만 가져다 준 곳이니 사랑스레 안겨질리 만무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태평진은 그녀가 오지 않으면 안될 곳이기도했다. 여기 병원에 왔길래 양아들은 병줄을 놓고 일어난것이다. 여기에 조선학교가 일어섰다. 장차 성국이도 여기에 와 공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최기덕의 집이 여기에 있다. 큰집 작은집하면서 별스레 지내는 처지니 그래서 발길이 자주돌려지게 되는 곳이였다.     고맙게도 태평진 사람들은 그녀가 그저 염왕산두령 위삼포의 딸이라는것만 알았지 몇해전에 인심을 황황케 만들었던 그 녀강도였음은 모르고 있었다.     이해의 이른봄이였다. 오랬동안 산속에서 지낸 소춘매가 갑갑하다면서 날씨도 따스해지니 산밖을 한번 나가보자해서 향란이는 그를 데리고 태평진에 왔다. 두녀인이 버젓이 말타고 나타나니 사람들은 모두 경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녀들의 표표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느것이 위삼포의 딸일가, 이쪽이냐 저쪽이나 하면서 추측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감히 묻지를 못했다.     그날 그들은 장거리에 선견군두목들의 수급을 아홉 개나 달아놓은것을 보았다. 장방형의 나무함에다 하나씩 넣어 높이 달아놓고 구경시켰는데 그 몰골들이 각각이거니와 끔찍스러웠다.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 곽청전, 초경재....등 소문이 자자했던 두목들의 그것은 있었는데 사문동의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것만은 기차에 달고 다니면서 널리 회술레를 시킨다는거다. 백성들을 그토록 불안케 했던 자를 이젠 잡았음을 믿게 하느라고.     염왕산철혈대가 붕괴된지 얼마안되여 선견군의 자랑이던 사문동,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 이 네 큰 깃발은 련이어 꺾어졌다.     사문동은 사방대(四方坮) 산속에 있는 토지묘에서 붙잡힌 후 12얼 3일 벌리에서 목이 날아났고 장우신은 삼도통밀림에서 잡혀 12월 15일 조령에서 총살당했으며 리화당은 12월 12일 라라별(拉拉鱉) 산골에서 부상당해 붙잡혀 마차에 실려 나오자가 마교하라는 산을 넘을 때 말을 일부러 놀래워 차가 뒤번져지는 통에 깔려 죽었고 손영구는 대련포(大蓮泡) 산속에 있는 숯가마에 숨었다가 붙잡혀 이해의 4월 1일에 벌리에서 총살당했던것이다. 그 외의 선견군의 자질구레한 수괴들도 모두 하나하나 색출되여 공심받고 처형되고말았으니 이로써 북만토비숙청은 막을 내리였다....     향란이와 소춘매는 서둘기를 잘했다. 그녀들이 태평진에 온 이틑날부터 옥선이는 복통을 겪다가 날이 되니 해산했다. 딸이였다.    《아유 옥동녀를 낳았네! 우리 성국의 색시감이지!》     향란이는 무등 반가와했다.     두녀인은 한주일가량이나 산모를 돌봐주고는 산채로 향했다.     머리우에 뜬 해는 불을 뿜는것 같이 이글거렸다. 여러날째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아 대지는 말라들고 있었다.     그들 두 녀인은 말을 달려 근 절반길을 줄려서야 마침내 시내가에 이르었다. 그 한갈래의 시내물은 저기 서쪽의 산간에서 흘러나오다가 가까운데있는 자그마한 야산의 기슭을 에돌아 방향을 동남쪽으로 돌리고 있었는데 물은 자갈많은 냇바닥이 다 들여다보일지경 맑았다. 그들은 약속이나한것 처럼 말잔등에서 뛰여내렸다.        말에게 물부터 먹이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안장을 지운채 말을 놓아 자유로이 풀을 뜯게 하고는 저마끔 옷을 훌훌 벗고 물에 뛰여 들었다.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아이좋아라!》    《호호호!....》     녀인들의 명랑하고 쾌활한 웃음소리는 산간의 고요를 흔든다.     시내는 그리 작은 축이 아니건만 물은 겨우 배꼽우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박속같이 새하얀 녀인들의 몸체는 적라라하게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그녀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에 어울려 나고있는건 오로지 냇가의 무성한 숲속에서 목청을 다투는 새들의 울음소리뿐이였다. 두 녀인은 마치도 소녀시절로 되돌아가기라로 한것 같이 즐거움에 잠겨 물치기를 놀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그녀들이 세상을 잃고 떠들면서 물장란을 치고있을 때 공교롭게도 불차개다섯이 여기를 지나게 되었다. 그 다섯중에 위무도 있었다. 지난해의 여름부터 아예 예전의 토비생활로 인생의 키를 돌려잡은 그가 수사가 하도심해 벌방에서는 이제 더 나돌수 없게되니 심산에 터를 잡고 해먹을 장구지계(長久持戒)를 세우고 동당 넷과 함께 염왕산으로 파고드는 중이였다.    《아니 저게 뭐야!?》     한자가 먼저 백마두필을 발견하고 탄성을 올리였다.    《가만, 안장을 지운거로구나!》     위무는 덤비지 말라 주의를 주면서 말임자를 찾느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녀인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왔다.    《엉, 저건!?....》    《계집들이구나!》    《저년들이 발가벗고....》    《으, 흐흐흐....》     황홀경이였다. 그자들은 경계심을 풀면서 뽑아 들었던 권총들을 도루집어 넣었다. 그러면서 이 떡을 어떻게 하면 내가 먼저맛볼가 궁리하면서 침을 흘렸다.     소춘매가 목욕을 끝내고 먼저나왔다. 한데 있어야 할 옷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 괴상해라, 내 옷! 내 옷! 내옷이 없어졌네!》     그녀가 옷을 찾으려는데 어디선가 난데없는 괴한 셋이 불쑥 나타나 덮쳐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소춘매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는 자신도 듣기 어려웠다. 가래짝같은 손이 입을 막은거다. 그자들은 그녀의 팔과 다리를 잡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향란이는 이런줄도 모르고 흥흥 콧노래를 해가면서 물에서 나왔다. 소춘매가 보이지 않으니 시누이하고 불렀다. 다시 소리쳐 부르려는데 두녀석이 숲속에서 갑작스레 뛰여나와 덮쳐들었다. 화들짝 놀랜 향란이는 우악살스런 녀석의 억센 팔이 목을 감으며 끌어 안으려 할 때 무릎으로 그자의 불통을 힘껏 올리밖았다. 그리고는 목을 감던 팔을 풀면서 그자가 주저앉는 순간 손가락으로 다른녀석의 눈알 두 개를 빼버렸다.     《아!....아!....》     그자는 아파죽겠다고 비명을 내지르면서 딩굴었다.     향란이는 저쪽 숲속에서 다른 녀석들에게 깔려 버둥이치는 소춘매를 발견하고 그리로 달려갔다.     두녀석이 소춘매를 놓고 그한테 달려들었다.     알몸뚱인 향란이는 냇물에 다시뛰여들었다.    《으, 하하하....》     두녀석은 그녀가 궁지에 든줄로 알았던지 미친듯이 웃어대면서 아예 바지까지 벗어 던지면서 뛰여들었다.     손을 물에 넣어 자갈 두 개를 찾아 쥔 향란이는 그것을 뿌려 둘의 머리통을 깨놓아 대골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달려나가 소춘매를 찾았다.     한자가 그녀를 그냥 깔아뭉개고 있었다. 향란이는 달아가자바람으로 발길을 날려 그자를 꼭그려뜨리고 소춘매를 일으켰다. 그녀의 옷을 찾으려는데 불통을 채워 깜박 정신잃었던 자가 기여일어나고 있었다. 향란이는 다시달려가 그자의 머리를 차서 정신잃게 만들고는 소춘매와 같이 들어다 물에 처넣었다. 세녀석이 천당가고 눈알빼운 녀석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향란이가 옷을 입고나서 생각하니 소춘매를 깔아뭉개던자를 자기가 채 죽이지 않은것 같아 달려가보았다. 그자는 과연 숨이 붙어서 기여 일어나고 있었다. 한데 그자가 한쪽귀만 달고 있는지라 향란은 놀랬다.    《오, 네놈이 위무였구나!》     위무는 달아나려다 말고 덥쳐들었다. 한들 어쩐단말인가. 장성이 센 그였지만 머리를 이미 두 번이나 세게 채운데다 근본 상대가 못되였다. 향란이는 발길을 날려 그자를 다시금 정신잃게 만들었다. 위무는 의연히 아랫도리를 벗은 꼴이였다. 향란이는 그를 단장에서 죽이려다가 생각을 고쳐 바지띠로 그자의 손목을 돼지발쪽을 묶듯이 꽁꽁 묶었다.  홀벌로 죽일 원쑤가 아니였다.    《이놈아, 걸으라! 가서 염왕산의 맛을 보거라!》     위무가 손이 묶이운채 들고뛰려하자 향란은 손을 써서 그자를 다시정신잃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아예 윗도리까지 홀랑 다 벗겨서 말잔등에 올려놓았다.     위무는 염왕산입구에 있는 철혈대류자들의 묘소에 이르러서야 개복했다.     달포전에 돌을 깎고 다듬어서 한키넘는 초혼비를 만들어 여기에다 세웠는데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중화민국 35년 10월 12일 선견군악당과 영용히              맛서 싸우다가 전몰한 염왕산류자들의 영령.       향란이는 위무를 말에서 끌어 내려 그 초혼비 앞에 무릎을 꿇리였다. 그 자가 일어나려하면 발로 걷어차서 다시쓸어눕히였다. 그러기를 여러번. 위무는 기진맥진했고 굶주린 모기떼는 진수성찬을 만났다고 떼지여 달려들었다. 위무는 서서히 숨이지고 있었다. 두 녀인은 그자가 빨간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염왕산으로 들어왔다.     이로써 원쑤는 다 갚았다.      
437    <<관동의 밤>> 제2부(42) 댓글:  조회:2882  추천:0  2015-02-04
                              42               태평진공안국은 공안대로 공안대가 자위대로 이름이 고쳐졌다. 그러다가 이 자위대는 동북인민자위군이 건립되니 거기에 편입되면서 태평진 독립퇀으로 이름이 또 바뀌였다. 그러나 실제상 진내의 무장인원은 다해봤자 원유의 그 300여명밖에 안되였거니와 무기장비도 변변치 않았다. 쏘련홍군은 이제 아무 때건 갑자기 철거할 것이다. 그때되면 장우신이나 사문동은 얼싸좋다고 달려들것인데 요깟인원갖고 뭘 어쩐단말인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 이 큰 태평진을 지켜낸다는건 그야말로 버마재비가 수레바퀴를 버티려하듯이 어림도 없는 일이였다. 사정이 이러하니만큼 최기덕은 뚜르와체브와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원래 사상도 주의도 같거니와 여기서 함께 지내는 사이 어느덧 교분이 두터워진 나어린 쏘련홍군장교는 그의 사정을 알아주었다. 하여 둘사이에는 비밀리에 협상이 이루어지게되였다. 그쪽으로부터 무기를 조달받기로 한것이다. 최기덕은 곧 대원을 확충하러 나섰다.     (최기덕이 퇀장이고 장평이 부퇀장이였다.)     그와 김웅렬, 장평 셋은 각각 구역을 떼맡고 나가서 인원을 모집하고 모금(募金)도 했다. 이 사업을 벌리면서 최기덕은 목청에 와있는 민호를 만났다. 그는 당전국세를 감안하여 자기와 뚜르와체브지간에 협상이 있은 사실을 알려주고나서 말했다.           《지금같아서는 내가 계획하고있는 일들이 가탈없이 풀려나갈것 같소. 우선 무기문제를 해결하게 됐으니까. 한데 태평진에는 수비력량이 너무도 박약해서 나는 여기에 있는 두 마을에서도 꼴꼴한 청년으루 얼마간씩 뽑아갈 생각인데 정형의 생각은 어떻소?》    《내 생각에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구나. 안그러구야 인원을 어떻게 보충받겠나. 청년들을 다 데려가라. 여기야 중장년들이 자위를 맡아도 얼마든지 되겠으니까. 이젠 그들을 묶어 세워야지. 그리고....이럴수록 통신련락이 잘되게 조치를 대야한다.》    《그렇구말구. 아마도 특별통신반을 따로내와야겠소.》     최기덕은 잠시 침묵했가 입을 다시열고 요긴한 문제를 내놨다.    《정형! 정형의 그 철혈대는 어떻게 할 작정이요?》    《어쩔거있나, 이미 두 마을에 아눠놨으니 그대로 있으면서 이제는 중장년들에게 무기조법을 배워주게해야지.》    《물론 그래야 하오만 내 뜻은....》    《뭘 그러니?》     민호는 그가 말을 하지 않고 끝을 흐리우는지라 다시여겨봤다. 요긴하게 할 다른말이 있거든 어서 해보라는 무언의 독촉이였다.     최기덕은 과연 찾아 온 본의를 그의 앞에 내놓았다.    《민호형님! 형님네 그 철혈대두 이 기회에 아예 우리 퇀에 귀속시키는게 좋잖겠소.》    《그렇게는 안될거다.》    《왜서?》    《내야 언녕부터 그럴 맘이 있었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럴려고 않는다. 너도 알다싶히 모두가 출신이 토비아니냐. 류자는 정치를 모르거니와 관계치도 않는다. 애당초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게다가 너도 알다싶히 그들은 다가 사상이 말할수없이 불온하거니와 자유방종하게 사는데 습성이 돼서 그 누구의 지배도 속박도 받으려 하지 않는거다. 물론 저희들의 두령을 대하는것관 다르지. 사정이 이렇다는걸 알고.... 물론 너도 영모르는건 아닐거다.》     민호는 염왕산류자들은 호덕화를 붙잡아 처결했으니 이젠 할 일은 다했다여기고 싸움은 그것으로 기본상 종지부를 찍은거나 다름없다는 것, 여기로 올 때도 싸움을 하지 않고 그저 자위무장을 훈련시킨다니 군말이 없이 동원되였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알만하오.》     최기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항일년대에 염왕산에 수편하러 들어갔다가 위용강에게 퇴를 맞고 돌아나왔던 일이 다시금 상기됐다. 자기식의 생활과 관습에 물젖은 류자들을 제 나름대로 정치에 립각하여 모양을 고친다는건 어리석거니와 불가능한것이였다. 략탈을 그만두었다는 그 한가지만도 탈태환골을 한 셈인데 이제 무엇을 더 바란단말인가? 자기가 하기싫어하는 일을 하라면 그것은 강요가 될것이다. 강요해서 이루어짐은 불화를 심어놓은것밖에 더 되는가. 그는 철혈대를 자기 퇀에 끌어오려던 생각을 포기했다.     민호가 호언장담했다.    《철혈대가 저쪽으로 기울어질까봐 걱정은 하지 말라. 절대 그러지 않을것이다. 내가 보증하마. 그리고 또 한가지. 이 무리는 흩어진다해도 그 누구하나 사사로이 염왕산과 관계없는 일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것이다. 염왕산의 법규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어느덧 염왕산류자의 혼불이 머리에 심어진 민호였다.       최기덕이 태평진에 돌아가서 자기가 목청에서 민호를 만나 담화가 있은것을 얘기했더니 김우렬은 듣고서 코방구를 뀌였다.    《흥. 아주 그럴듯한 감언인걸! 최서기는 그래 그따위소릴 곧이듣소. 난 콩으로 메주를 쓴대도 곧이듣고싶지 않소. 지금이 어느땐가말이요. 우리와 적, 혁명과 반혁명이 쪽 갈라져 대결하면서 판가름을 하는 판인데 그 사람의 태도가 그렇다니 괴상하구만. 그게 바로 기회주의표현이지. 그자는 철두철미한 량면파란말이요.》    《뭐라구!?》     최기덕은 성을 버럭냈다. 대단히 언짢았다.    《그따위소린 걷어치우시오. 왜 함부로 남을 헐뜯습니까. 민호가 그래 량면파란말인가, 참! 김동무는 대체 그를 어느만큼이나 알고있길래 그럽니까?.... 그 사람의 처지에서, 정확히 말해서 철혈대의 사람으로서 태도가 그런거야 당연하지. 괴상할게 뭔가? 제만 옳고 남은 다 그르다고만 봐서는 안됩니다.》     호된 반박이였다.     김웅렬은 할 말이 없었다.     최기덕은 색안경을 좀 벗고 세상을 보아라, 민호도 철혈대도 그들이 신분이 좋지 않다해서 나쁘게만 보고 배척해서는 안된다, 변증법을 배워 어디에다 쓰는가, 특수대상에 대해서는 특수한 방법으로 대응책을 내와 그들을 포용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중간세력을 무시하고 천시하는건 책략을 모르는 젖빨개와 무식한 인간이나 할 짓이다라고 력설했다.     최기덕이 태평진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장평이 그의 지시에 따라 몇사람을 데리고 민호있는데로 달려가 그와함께 목청과 화금 두 마을에서 태평진독립퇀에 편입시킬 인원을 하나하나 선발했다. 그 일은 어려울것 없어서 쉽게 마무리졌다.     민호는 돌아가려는 장평을 따로 종용히 불러놓고 전번에 위무가 생각밖에 자기를 찾아왔다간 일을 꺼내놓았다.    《어언 십오년이 되는구나. 너는 우리가 오군자를 세우기 착전에 염왕산을 나왔다가 반일을 한다는 류자패 하나를 곡경에서 구해주던 일 생각나겠지?》     장평은 두눈을 꺼무럭거리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생각납니다. 적한테 추격받던 자들을.... 그때 우린 그들을 구원해주다가 형제를 둘이나 잃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넌 그 패의 두령을 알만하냐?》    《왜 모르겠습니까. 위무가 아닙니까. 이전에 염왕산에 그하고  똑같은 이름이 있어서.... 건 왜 묻습니까, 형님?》    《그 위무가 날 찾아왔더구나.》    《언제요?》    《며칠된다.》    《왜 찾아왔습디까?》    《네가 생각해봐라 왜 왔겠는가구. 승냥이 좋은 맘먹구 문긁을 리야 없지. 안그렇니.》    《형님, 왜 그런소리 합니까. 그자가 뭐라고 했길래?》    《우리 철혈대를 수편하겠다더구나.》    《뭐라? 위무가? 별자식 다 보겠네. 지금 어디서 뭘해먹길래?》     《장우신부대에서 부관처 처장노릇을 한다더라.》    《부관처 처장이라! 허허허.... 그때는 물에 빠진 쥐색끼꼴이던 녀석이 운이 대통하는가. 어디서 금관을 훔쳐썼구만요. 쳇!....》     장평은 부러워하기는 커녕 되려 쓰거워했다.    《오인형님, 형님은 그래 어쩔 예산입니까》    《어쩔거있냐. 내 앞에서 말을 더 못하게 쫓아버렸네라.》    《잘했습니다. 염왕산을 수편하려들다니 원. 어리석은 놈이지.》    《너도 생각해봐라, 인원이 겨우 스믈다섯밖에 안되는 철혈대를 장우신이 왜 제쪽에다 끌어넣자고하겠냐.》    《형님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뚝배기보다 장맛났다고 사실은 그자들이 염왕산을 탐내고 그러는거지.》    《맞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우신도 머리있는 사람이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러는거다. 북만에서 염왕산만큼한 안신처를 어디가 찾겠냐, 안그렇니?》    《형님말이 맞습니다. 형님께서 면바로 알아봤습니다. 저들이 수편한 도야진을 없애치워 사문동이 절치부심하는 철혈대를 형님동생하는 장우신이 끌어당길때야....그자를 쫓아버리길 잘했습니다. 염왕산이 그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절대안됩니다.》     민호가 그한테 물었다.    《장평아, 위무가 만약 찾아간다면 넌 어쩔테냐?》    《그자가 나를?》    《그렇다, 너를. 그자들은 지금 끌어당길만한 세력은 힘껏 끌어당기는 판이다. 네가 지금 태평진의 무력을 쥐고있으니 어느날 찾아와 꼭 수편하자구할거다. 두고봐라.》    《쳇, 나를! 유사이래 염왕산류자는 남한테 수편되는걸 제일 큰 수치와 모욕으로 여겨왔습니다. 어느놈이 감히 나를 너절한 변절한으로 만들어. 이 장평은 오인형님의 친구만을 내 사람같이 여길텝니다. 두고보시오만 난 그분만은 절대 배반하지 않을겁니다.》     그가 말하는 그분이란 최기덕을 가리키는것이다.    《고맙다, 장평아!》     민호는 그의 어깨를 정겹게 다독였다.     장평은 최기덕의 지시대로 두 마을에서 조선청년 100명을 뽑아 데리고 영락촌에 가 그곳에서 새로 모집한 100명과 합쳐 태평진독립퇀 3영을 건립했다. 그리곤 집단적인 훈년을 지도하는 한편 치안을 강화했다.     예견이 맞아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가 3영이 건립된지 열흘이 안되여 민호가 짐작한바와 같이 위무가 장평앞에 나타났다. 그를 데리고 온 사람은 재종형 장두봉이였다. 바람없는데 파도가 일랴. 장평은 그가 찾아 온 원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장두봉은 국민당부가 태평진에서 뿌리뽑히우고 유지회가 강제해산되자 마음괴로와 진정못하고 여지껏 외지에서 나돌았다. 지금 그의 배속에는 불만이 꽉 차 있다는것을 장평은 잘알고있다. 전에 장두봉은 지어 뼈에 사무칠지경 원한까지 품으면서 이를 북북 갈았다. 그러면서 최기덕을 비롯한 그 몇몇 공산당간부들을 욕했거니와 지어는 암살해버릴 궁리까지 했다. 한데 장평이 그것을 눈치채고 형님 미치지 않았소 무슨 망발을 그렇게 하자고 드오 그러고는 자긴 무사할것 같소 나는 그네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소 털끝하나 다쳤다가는 내한테 큰일날 줄을 아오 하고 정색하여 색을 먹으면서 그를 단단히 경고했던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찍소리못하고 어디론가 가버려 여직 잠잠하던 재종형이 오늘 그한테 반갑지 않은 손님을 데리고 왔다.       《오, 형님이구만! 여직 어디가있다가 이제야 오오.》     장평은 면목없고 거래없는 손님따위는 아예 안중에 넣지 않는듯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종형하고만 반갑다고 친절을 떨었다.     장평이 자기를 랭대하고 있음을 보아낸 위무는 심한 모멸감에  가슴이 찟기면서 무례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 사나이의 따귀를 한 대 후려주고싶도록 몸을 떨렸다. 한들 마음뿐 참아야 했다. 자기는 불청객이요 자칫잘못했다가는 계획하고 온 일이 죄다 망가지고 말것같아 치미는 분을 지긋이 내리눌렀다.     난처한건 장우봉이였다. 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보려했다.    《장평아, 소개하마. 이 손님은 내가 잘아는 분인데....》    《나는 군부에서 파견되여 온 사람이요.》     위무가 그의 말을 허리자르며 자못 엄전스레 자아소개를 했다.    《난 국민당 제십오집단군 선견군 부관처 처장 위무요.》    《그렇소. 거게 앉으시오.》     장평은 그제야 손님쪽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덥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는 그의 구리빛나는 얼굴에 자리잡고 있는 치째진 갈고리눈을 보고 속으로 네가 과연 그때 일본놈의 손에 혼줄나던 그 패전대장이 옳기는 옳구나 하고 뇌였다.     대방도 장평의 강팔진 얼굴을 여겨보면서 속으로 네 이 염왕산류자놈아 상판이 생겨먹은것처럼 네녀석은 성깔이 셰퍼드같이 사납겠구나 하고 뇌였다. 위무의 구리빛 얼굴에서 웃음이 그믈그믈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표정이 네 녀석이야 내 말을 듣겠지 급을 주고 잘써준다고 얼리면야 말을 안들을리있냐하고 있었다.     과연 위무는 입을 먼저 열어 장평의 심중을 떠보려했다.    《중안군은 요즘 인재를 등용하고있네. 기회가 참 좋지.》    《오! 손님은 그 소식을 나한테 알려주려고 오셨소?》     장우봉이 곁에 있다가 방금 위무가 한 말에 제꺽 꿀을 발랐다.    《이 위처장께서는 너를 도와주고싶어서 모처럼 찾아오셨네라. 한생에 운이 몇 번 틔겠냐. 천재일우의 기회니 놓지 말아야지. 안그렇냐, 장평아!》    《형님, 무슨소린지 난 듣고도 새통 모르겠소.》    《네한테 행운이 트일 기회가 왔단말이다.》     장평은 그 말에 속이 간지러워 못견딜 것 처럼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행운이라니! 형님, 내한테도 행운이 떨어질가요.》    《떨어지지, 떨어지구말구. 바로 지금이야.》     위무가 질러 말하고 있는데 그의 갈고리눈은 먹이를 만난 맹금의 눈같이 광채를 뿌리기 시작했다.     장평은 속으로 이 미친놈아 행운이 다 뭐냐 내가 량심버리고 변절한이 되면 그게 행운이냐 하고 욕하고는 자신을 단근질했다. 눈먼 송아지 원앙소리 따라가듯이 행동하지 말거라 변질은 수치스러운 짓이거늘 새가 깃을 아끼듯이 제 명예를 아끼거라.     대방의 속심이 이러한 줄은 모르고 위무는 도지개를 틀며 제잡담하고 찾아 온 뜻을 급급히 털어놓았다.     《내 무장을 수편하겠다는 말인가?》    《그렇소. 바로 그말이요.》     장평은 그를 힐끗 보고나서 속으로 내한테 반변을 꾀하니 돌에서 기름을 짜내자는게지 네놈은 어리석어도 이만저만 아니구나. 염왕산류자를 어떻게 보는거냐 이 장평이가 너같은 심악한 놈하고 어울러지낼거면 차라리 구데기로 되고말거다 하면서 차고 심드렁한 태도로 물었다.    《손님말하는 행운이라는게 그건가?》    《그렇소. 바로 그거요.》     위무는 반죽족게 웃어가면서 선전했다.    《보다십히 우리 중앙군은 일취월장하고있소. 이제 오라잖아 전 만주땅을 차지하게 될거야. 듣자니 영왕산이 숨이 질겨서 다시살아난다구는 하지만 몇참이나 갈가. 국민당에 붙지 않고 명을 이어나갈가. 왜놈손에 망하듯 아무 때건 또 그꼴이 될거야. 그러니.....》     장평은 낯색이 굳어지면서 돌연 노기를 띠였다.    《나발을 잘 분다. 뭐 어쩌구어째? 누구를 막보고 그따위 소리를 줴치는거냐. 염왕산이 왜놈손에 망하듯이 어쩐다?....》     장두봉이 민망해서 재종제를 나무렸다.    《남은 호의로 말하는건데 넌 그게 뭐냐, 말 좀 들어다.》     장평은 몸을 홱 돌려 그를 쏘아보며 제독을 주었다.    《감탄고토라 내 맘에 달린게지 무슨 이래라 저래라요. 그리구 저사람봐, 수탉죽으니 여우가 운다더니 염왕산이 망했는데 어쨌다구 입 끝에 붙이구 함부로 나불대는가말이요. 싱거운녀석이지.》     장우봉은 그만 억이 막혀 말을 못하는데 위무가 대들었다.    《이 사람이 인사불성이네. 내가 어쩌면 싱거운 녀석인가?》     장평은 발연대로했다.    《야 이놈아, 남이 속마음 어떤지도 모르면서 반변을 추기며 다니니 네가 그래 싱거운녀석아니고 뭐냐. 네놈은 졸경을 치러야 정신차리겠다. 얘들아, 저놈을 여기서 곱게 보니지 말라!》     자위단원들이 장평의 명령이 떨어지자 달려들어 위무를 제꺽묶어 그 자리에 무릎꿇이였다.     전혀 예견못했던 갑작봉변이라 위무는 놀란토기 벼락바위쳐다보듯 장평을 올려다보면서 눈만 꺼무럭거렸다.    《네가 남을 허술히 보고 귀에다 요사한 바람을 불어넣을각질하는 모양인데 안되겠다. 내가 그놈의 귀부터 수술을 해야겠다.》       장평은 칼을 빼들고 달려들어 위무의 한쪽귀를 썩 베여버렸다.     귀가 떨어진 자리에서 피가 흘러 목깃으로 들어갔다. 위무는 아파죽겠다고 소래기를 질러대면서 딩굴다가 달아났다.       북만각지에 널려있는 여러 중앙선견군은 이해의 벽두부터 국민당의 국군과 배합하면서 기염이 고조되고 있었다. 복래툰(福來屯), 담가점(潭家店) 등 전역에서 단맛을 본 장우신을 비롯한 사문동, 리화당, 손영구 등은 련합하여 삼면으로 삼강인민자치군 주력이 있는 의란현 삼도강(三道崗)을 진공하여 일거에 북만의 인민자위무장을 섬멸해치우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과 같이 되지 않았다.     1월 29일, 녕안현림시참의회는 장개석에게 전보를 쳐 그가 군대를 파견하여 해방구를 진공하고 동북인민들의 평화적인 민주생활을 파괴하는것은 죄행이라 견책하면서 국공량당간에 맺은 정전결정을 즉시 집행하며 해방구에 대한 진공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장개석은 중경에서 맺은바있는, 내전을 견결히 피하기로 한 결의대로 하지 않고 내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편 삼도강을 공점하려다 실패한 장우신은 제15집단군선견군지휘부가 있는 이도하자에 돌아가 숨을 돌리면서 춘절연회를 대대적으로 차려 사기가 저락된 장병들을 격려했다. 음력정월보름 이틑날이였다. 백여명으로 이루어진 양걸대가 이도하자에 나타났다. 성안에 들어간 양걸대는 북소리, 새납소리에 맞춰 춤을 멋지게 췄다.     장우신은 장병들을 위로하러 왔다니 흐믓해서 나와보았다.         어느덧 날이 어두웠다.    《땅! 땅! 땅!》     돌연히 매짠 총성이 세 번 언 대기를 찢어놓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무장든 군인들이 번개같이 성안으로 돌입했고 그에 배합하여 양걸꾼들이 권총을 빼여들고 선견군을 쓸어눕혔다. 그들은 삼강인민자치군이였다.     《제길할거, 이게 어찌된 판이냐!?》     잠을 자려고 방금 자리에 누웠던 장우신은 혼비백산하여 신도미처 찾아신지 못하고 맨발바람으로 뛰여나가 말파리를 타고 도망쳤다. 그는 눈깜짝새에 병사 500여명과 총 300여자루, 자동차 5대, 대포 1문을 잃고말았다.    《패수살이 떨어졌구나, 패수살이 떨어졌어!》     장우신은 울화통이 터져서 소리쳐대면서 조령으로 피해갔다. 그가 건군식을 올렸던 조령ㅡ 그곳은 삼강, 목단강, 송강 3개성이 머리를 맞대이는 교제처이거니와 방정, 의란, 벌리, 림구 4개현이 맞대이는 곳이기도했다. 염왕산처럼 고산밀림지대고 땅이 비옥한 그곳은 예로부터 병가(兵家)들은 서로가지려고 다투는 곳이다. 항일전쟁때는 거기가 한때 항일련군이 자리잡았던 요지였거니와 일위군과 토비의 소굴로 교차되기도했다.     장우신은 염왕산을 손에 넣기 힘드니 이제부터는 여기에 들어 앉아 실력을 확충하면서 다시겨뤄볼 생각이였다. 그는 의란, 화남일대에서 활동하고있는 사문동부대와 삼도통, 방정일대에서 활동하고있는 리화당부대 그리고 벌리에서 반변한 손영구부대를 망라한 다른 여러 선견군부대들과 련락을 긴밀히 하면서 나쁜짓을 하기시작했다. 백성의 자위무장과 토개공작대를 습격하고 농회간부를 암살하며 철길을 파괴하였다. 하여 백성들은 원성이 높아지면서 중앙선견군을 이제는 토비라 부르게 되였다.                   《토비를 숙청하자!》                 《공고한 동북근거지를 건립하자!》                 《전국의 해방전쟁을 지원하자!》     도시와 농촌의 가두와 담벽에 공산당이 선전하는 표어들이 가득 나붙었다.     관내에서 공산당이 령도하는 중국인민해방군 한 개 대부대가 들어왔다. 그들은 북만에 있는 인민무장부대와 손잡고 동북민주련군을 조직하고는 국민당의 중앙선견군을 토비로 락인하고 숙청하기 시작했다. 한때 중앙군으로 행세하던 그 오합지졸의 무리들을 하나하나 숙청되 시작했다.     숨이 질긴 패주자들이 조령으로 몰려들었다.     1946년 2월 26일. 동북민주련군은 쏘련홍군한테서 자동차 80대와 장갑차까지 빌려갖고 조령에 몰려든 선견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여 동북토비숙청사상 유명한 조령전역의 서막을 올리였다.     이 전역이 시작되기직전에 외지의 난민, 특히는 조선족난민들이 적잖게 태평진에 쓸어들었는데 그 난민속에 국민당의 삼청당(三靑團)과 철혈단(鐵血團) 그리고 다른곳에서 패한 선견군의 잔여분자 몇이 석여 있었다.    《할빈에 국민당특무 삼백명이 파견되여왔다.》    《중앙선견군이 이제 태평진으로도 쳐올것이다.》     그자들은 들어오자마자 이런 요언을 퍼뜨려서 민심을 황황불안케 만들었다.     최기덕은 요언날조자를 붙잡아내려했지만 붙잡을 재간이 없었다. 나는 이 사람한테서 들었소 나는 저 사람한테서 들었소 하니 도대체 누구의 입에서 조작된건지 알 수 없었다.     이러던차 4월말이 되자 쏘련홍군이 갑자기 본국으로 철거했다. 그래서 허전한 감이 나는데다 3일만에 조령에서 밀린 사문동이 잔병 800여명을 끌고 태평진에 달려들었다. 이전부터 이곳을 눈독들여 온 그는 여기다 자리를 틀고 앉아서 맛서볼 타산이였다.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데 태평진은 앞문에서는 범을 막고 뒷문으로는 이리를 끌어들이는 형국이 되고말았다. 성내에는 갑작스레 무장가진 자들이 30여명 나타나 소란을 피웠던것이다. 최기덕은 성문으로 쳐들어 오는 적을 막을라니 성내의 적을 대처할라니 그야말로 혼줄이 났다. 싸움은 점점 더 치렬해갔고 주검은 늘어났다. 게다가 총지휘인 최기덕은 날아오는 적탄에 중상을 입고 꼼짝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뻗쳐내기 어렵게 된 태평진독립퇀은 증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위기일발의 시각에 마침 련락병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동철부대가 그들을 구원하러 달려왔다. 600여명이였다. 사문동은 배후에 돌연스레 증원부대가 나타나니 성을 공략하려다말고 그만 줄행랑을 놓고말았다. 표범같이 사나운 그 조선족부대에 여러번이나 녹아난 사문동이였다.    (지난해의 9월, 집이 화남에 있는 항일련군출신의 김동철이 재난에 빠진 동포들을 구원하고저 가목사와 화남, 벌리, 의란, 부금, 보청 등지에서 끌끌한 청년들을 모집하여 조선족부대를 건립하여 삼강성군구 독립퇀으로 편입되였는데 전과가 혁혁하였다. 항간에서는 그를 습관상 동철부대라 불렀던것이다.)       토성밖에서 달려들던 적은 쫓겨났지만 성안에 나타났던 적은 달아나지 못하고 죽는 놈은 죽고 산놈은 몽땅 잡히우고 말았다. 조사해보니 30명중 7명이 난민속에 석여있던 자였고 그 외는 다가 본바닥사람이였다. 해산된 유지회의 골간분자였던 그들은 모두다 전에 협화회나 협화청년단이 아니면 협화의용봉공대에서 해먹던 치들이였다. 반란조직자가 장두봉이라는것이 밝혀졌다.     저것이 나의 재종형이란말인가. 장평은 그가 비렬하게 뒤에서 그따위 짓을 한것이 괘씸하거니와 수치스러웠다.     《더러운 피자놈! 끝내 너절한 짓을 했구나!》     장평은 밸김에 재종형은 물론 다른자까지 모두 총살해버렸다.     한데 최기덕이 중상을 입어 가목사군구병원으로 호송되고 주용전은 희생되였으며 조아민은 전에 벌써 남만으로 조동되여 없다보니 태평진의 실권을 혼자손에 넣게 된 김웅렬은 자기한테 비준을 맡지 않고 내란을 일으킨 자들을 죽였으니 그것은 공산당을 무시하는 용서못할 행위라면서 제마음대로 장평의 퇀장직위를 박탈해버렸다.    《왜 그럽니까, 그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백성을 위해 독충을 없애린것도 그래 죄가되는가?》     주민들은 장두봉의 처사가 리해되지 않아 따지고들었다.     그러니 김웅렬은 리유를 묘하게도 주어붙였다.    《죄는 안져두 우리는 그도 믿을 수 없다. 장두봉이 누군가. 그하고는 어떤 관계인가. 그 본신의 밑그루는 또한 어떤가?.... 바탕이 그런 사람한테 무장을 맡기고 어떻게 안녕하리라 믿겠는가. 이는 한차례의 계급투쟁이라는걸 잊지말아야 한다.》     장평은 결국의심분자, 위험분자로 선포되고말았다.    《공산당이 나를 속였다! 더러운 피자놈아, 어디 두고보자!》     졸지에 나래부러진 매같이 신세가 추락된 장평은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하기만해서 길길이 뛰였다....       한편 태평진에 달려들었던 사문동은 동철부대의 추격을 계속받았고 조령에서 쫓겨난 장우신은 잃어버린 제 보금자리를 되찾아보려고 악을 썼다. 어느날 그는 인민무장주력이 소부대만 남겨놓고 전이한 틈을 타서 저의 잔병 400여명으로 조령에 돌입하여 그곳을 지키고있던 공산당측의 사람들을 살해, 축출하고는 되차지했다. 그리고는 각지에 흩어진 잔병들을 긁어 모아 800명의 대오를 다시만들었다. 하여 북만에서는 그것을 숙청하는 제2차조령공격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사이 원래의 삼강인민자치군이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로 이름이 바뀌였는데 본부를 가목사에 두고있는 이 부대가 이번의 전투를 맡았다.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는 전략을 모색한 끝에 유인술로 조령에 모여든 여러 중앙선견군잔여들을 숙청하기로 했다.     일본군이 투항 할 때 여러 비행장들에 그자들이 버리고 간 낡은 비행기들이 있었는데 북만에다 인민정권을 구축한 공산당은 그것들을 벌리부근에 있는 행수비행장(杏樹飛行場)에다 집결시키고는  몇명밖에 안되는 공근인원(空勤人員)으로 를 세운것이 하나 있었다.     누구의 계책이였는지 이쪽에서는 비행기의 기체에다 국민당의 청천백일기를 그린 후 5월 5일날에 그 비행기를 몰고 조령상공에 날아가 한바퀴 빙 돈 후 편지를 넣은 주머니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 주머니안에 들어있는 편지의 내용인즉은 동북행원주임(東北行轅主任) 웅식휘(熊式輝)가 장우신, 리화당이 공을 세웠기에 표양하련다. 5월 7일오전에 웅주임이 친히 조령에서 검열할것이니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령동문밖에다 비행기가 착륙할 림시비행장을 닦고 전군은 집합하여 검열받을 준비를 하라. 그러면 공중촬영을 할것이며 무기와 새 위임장도 갖고 갈것이다 하는것이였다.     공을 받고 급도 추게 되어 기뻐난 장우신은 공산당이 어디 비행기가 있겠는가 하면서 편지내용을 딱 믿었다.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에서는 비행기 두 대에다 인쇄한 선전삐라와 일본제폭탄 하나 기관총 2정을 각각 나누어 실었다. 한편 이쪽은 또한 5개퇀의 병력을 일제히 긴급출동시켜 6일날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조령의 북쪽산에 들어가 매복했다.     이틑날 오전. 행수비행장에서 비행기 두 대 떴다. 그런데 한 대는 리륙하여 얼마못가 고장나서 그만 어느 한 산곡에 추락됐고 한 대만 조령상공에 날아갔다.     적들은 과연 비행장을 불나게 닦아놓고 몽땅모였다. 한데 그 속에는 백성도 끼여있어서 비행기는 폭탄을 던질 수 없었다. 그래서 선전삐라를 뿌리고는 총멘자들을 향해 저공소사만 한바탕 했다.     비행기가 이러는 사이 매복부대가 신속히 조령을 점령했다.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장우신은 120여명의 병력을 잃어버리고 창황히 도망쳐 장광재령의 밀림속으로 숨어버렸다.                 다른 지방에 널려진 잔당들은 5월 1일과 5월 4에 동녕, 수분하에서 폭란을 일으킨 뒤를 이어서  계속하여 5월 8일에는 수양에서, 5월 15일에는 목단강과 계서, 밀산에서 동시에 일으켰다. 허나 그것들은 다가 인민무장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폭란에 실패한 자들은 더는 본지방에 배겨낼 수 없으니 허망나돌면서 략탈을 해먹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형세속에서 공산당간부 김웅렬의 버림을 받은 장평은 이제는 손을 씻으려 했던 옛 류자생활을 다시시작하려고 맘먹었다. 그는 자기의 정성을 몰라주는 김웅렬을 극도로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이를 갈았다. 그는 처음에는 염왕산으로 들어갈가 하다가 그만뒀다. 일약에 장자붙은 우두머리로 되어 수백명의 무장대를 거느렸으니 그래도 한때는 내노라 세력을 부려본거다. 솔직히 말해 권리쥐고 행사하는 그 멋이 좋아 염왕산을 머릿속에 거의 잊다싶이한 그였다. 한데 이제 이 꼴이 되어갖고 찾아가면 모두 어떻게 보겠는가. 가엽이 여기고 불쌍해 하지 않겠는가. 자존심이 꺽일 일이니 그는 홀로 떠돌지언정 동정어린 구원은 받지 않으려했다.     장평은 염왕산의 썩 앞에 있는 망천령(望天嶺)쪽으로 향해가다가 길에서 행색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수상한 사나이 셋을 만나게 되었다. 보아하니 떨거지토비 아니면 선견군의 패잔병들 같았다.     장평은 그들에게 말을 먼저 걸어보았다.    《여보게들, 어디루가는가. 한길인데 나두함께 동무하자구.》        셋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어떤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어떤자는 가로보았으며 어떤자는 문신같이 두눈을 지릅떴다. 문득나타난 그가 혹시 뒤를 밟고있는 정탐이 아니냐 의심하고 놀래면서 경계하는것이였다.     장평이 담배갑을 꺼내느라 호주머니에 손을 찔렀더니 그들 셋은 다 비수를 빼들었다. 장평은 피식웃었다.    《이 사람들이 소자(눈)는 왜 이모양들인가. 토끼간을 먹었나.》      그들 셋중에 전에 토비질을 해먹은 자가 하나있어서 낯색이 좋아졌다.    《보보만?》    《근토만(장씨).이야.》    《십마만?》    《흐린돈후리는 사람이야.(비적)》    《동배로군!》     장평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아직도 자기를 의심스러워 하는 이켠의 둘을 곱지 않게 째려보면서 한마디했다.    《날 왜 그렇게 봐. 공연히 신경쓰지마.》     방금 그와 대화가 있은자가 제 친구들을 향해 같은사람이라 말해 무기를 거두게 했다. 그는 성이 랭(冷)이고 이켠 둘은 각각 윤가와 고가였다.     장평은 그들에게 자기는 형제들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떠도는 장돌뱅이라 자아소개를 했다. 그랬더니 셋은 그렇겠지 하며 믿어주었다. 지금세월에야 그런 사람이 쌔쿠버렸으니까. 알고보니 그자들은 장우신의 수하 랑아빈(郞亞彬)의 부하로서 우심툰(牛心屯)이란 곳에 반거해있다가 약 보름전에 민주련군의 한 기병대의 습격을 받아 붕괴되는 통에 둥지잃은 개미같이 헤매는 판이였다.     랭가가 장평보고 물었다.    《자넨 지금시절에 호적질해먹는 재미어떤가?》    《그전만다르지. 혼자니 족족하고 외롭고.》    《그럼야 혼자떠돌거뭔가. 사문동이나 장우신이나 리화당이나 장차 동산재기를 할거구 그러기 위해서 인마를 모집할건데....》    《나보구 그것들의 졸병질을 하라는건가. 퇀장을 시킨대두 사장을 시킨대두 난 싫어. 그 편으룬 안갈테야.》    《그렇다면 어느 편으루 갈건가?》    《난 아무편에도 안붙어.》     장평은 이렇게 말해놓고 도루권고했다.    《나하구 같이 호적질이나 해먹자구. 그게 나을거야.》    《그게 나을거라?》    《그렇잖구. 황초도 맛들일 탓일걸 몰라.》    《그 맛이야 나도 보았지.》     랭가는 장평의 충고를 받고보니 아예 옛위치로 되돌아가 비적질로 후생을 보낼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들은 지금 시하(柴河)로 가는 길이였다. 3개월넘어 중단되였던 목가선이 이젠 차가 통한다니 차를 타고 다니면서 철로연선에서 로략질을 해보자는 궁리들이였다.     장평까지 포함하여 이들 넷은 저녁켠에 시하에 도착했다.     지난 9월 시하의 국민당부 서기였던 주방지(周放之)라는 자가 여기서 유지회유격대라는것을 조직해 목단강군구에 편입되였다가 반변하여 사문동의 품에 안기였는데 민주련군을 상대로 몇 번 싸우고 보니 부하를 거진 다 잃어버렸다. 그는 력량을 다시모아 볼 궁리로 멀리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곳은 지금 적아쌍방이 자주교차되면서 복잡했다.     장평은 선견군에 잡히면 자기는 토비라 대고 인민무장부대에 잡히면 태평진사람이라 댈 예산이였다. 어느 누구의 손에 잡히든 목숨만 보존하면 된다는 그였다. 한데 바로 이곳에서 액운이 자기를 기다릴줄이야 어찌알았으랴!     철길을 한옆에 끼고있는 삼림지구의 역전마을에 황을 걸어놓은 관자집이 눈에 띄였다. 장평은 배고푼지라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삽수요(관자집)있구나! 구복이나 달래고 보자!》    《편아(돈)있나?》    《있구말구. 몽두춘(술)하자.》     장평이 돈이 있다니 그들은 좋아서 입이 헤벌쭉했다.     관자집에는 손님이 많았다.    《여긴 화방자(거지촌)아니냐. 외합(외지사람)이 많은것 같구나.》     장평의 눈에 손님들이 다가 본지사람같잖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여 나이 어린 고가에게 주면서 먹을것을 사라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빈자리에 앉자 팔굽을 상에 세우고 머리를 숙였다. 나돌때면 되도록 낯을 숨기느라 버릇된것이였다.     좀있으니 먼저 채와 함께 술이 상에 올랐다.     장평이 첫잔을 드는데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너 장평이지? 우린 여기서 만나는구나!》     장평이 머리들고 보니 귀가 한짝뿐인 위무였다.     장평의 동행자였던 다른 셋은 그를 보자 무척 반가와했다.    《아니 이게 위처장님아닙니까!》    《처장님은 어떻게 되어 여기로 오셨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부대를 찾습니까?》     위무는 그따위건 아랑곳하지 않고 장평을 쏘아보면서 이를 사려물었다.     제자리에 돌같이 굳어버린 장평은 그제야 비수와 권총을 빼든자 20여명이 자기를 포위하고있음을 발견했다. 이 한떼의 패주병들은 위무를 따라 헤매다가 여기와서야 숨을 돌리면서 주린 배를 달래던 중이였다.     위무의 치째진 눈이 너무나 기뻐서 푸뜰푸뜰 춤을 첬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속담그른데 없구나. 개같이 헤매는 꼴을 보니 너도 신세오그라진 놈이구나. 어디 내 귀를 하나 마저베보지.》    《내가 네놈의 귀를 하나 남겨둔게 죄였어.》    《이자식이 뭐라구? 묶어라!》     욱 달려들었다.     장평은 주먹질 발길질해서 대여섯을 꺾꾸러뜨렸다. 했지만 그는 결국 잡히우고말았다. 위무는 그를 꽁꽁 묶어놓고 염왕산으로 데려다 주면 살려주리라했다. 속셈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철혈대를 없애버리고 자기가 거기를 차지하여 토비로 살아가자는 심보였다.     장평은 그의 얼굴에다 침을 탁 뱉어놓았다.    《염왕산은 류자의 성지야. 네놈이 거기서 물을 먹자구드니(살자니) 어리석구나. 자격이나되는거냐, 이 너절한 패망졸부야!》     심한 모욕을 당한 위무는 이를 븍븍 갈더니 칼로 그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끄집어냈다.         
436    <<관동의 밤>> 제2부(41) 댓글:  조회:3090  추천:0  2015-02-04
                              41               최기덕 등 네사람은 로동자출신의 공안인원중에서 사상이 진보적인 3명을 입당시켜 모두 7명의 당원으로 지부를 내온 후 쏘련홍군의 협조하에 주요성원들이 한간들이며 국민당과 손잡고 있었던 유지회를 해산시키고 태평진인민정부를 수립했다.     이곳에 인민정권이 나오자 각처에서 새로 생겨난 토비들 때문에 떠돌고 몰려다니던 조선동포들이 쓸어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태평진에는 워낙 조선호수가 5호밖에 안되던것이 어느덧 170여호로 급증했고 일본인 이민단이 떠나버려 쓸쓸하게 남아있던 목청과 화금은 조선사람의 마을로 변해버려다.     한데 이때 태평진에 관아무개란 자가 나타나 국민당접수대원(國民黨接受隊員)이 200명의 철석부대(鐵石部隊)를 거느리고 할빈을 접수했다느니 빈강성(濱江省)의 정권을 접수했다느니 하는 소문을 펏뜨려 민심을 소란케 했다. 오라잖아 여기로도 국민당의 부대가 온다느니 와서는 곧 공산당이 세운 정부를 무너뜨린다는지 어쩐다는지 풍설이 나돌아 주민들은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불안해 하면서 안착못했다.     사실 그러한 요언들이 무근거한건 아니였다. 국민당은 해, 륙, 공세개의 길로 동북에다 대량의 군대를 파출해 이미 공산당의 무력에 의하여 해방된 산해관(山海關)과 금주(錦州)를 공점했다. 그들은 동북을 당장 저들의 손에 넣어버릴 태세였다.     이에 앞서서 일본의 괴뢰였던 만주국이 붕괴된 동북땅에는 사처에서 국미당의 지방부대들이 마치도 덤무지에 똥버섯나듯이 왁 생겨났다. 그중 가장 어마어마한건 선견군(先遣軍), 정진군(挺進軍), 광복군(光復軍), 충의구국군(忠義救國軍)이였다. 그외에도 무슨 보안대니 무슨 자위대니 하는것들. 민호는 그것들의 두목들을 하나하나 손꼽아가며 세여보았다. 사문동, 리화당, 장우신, 손영구, 정운봉, 마희산, 왕지림, 곡청전.....국민당의 위임장을 받은 그들은 거의가 항일시기에는 한때 이름이 뜨르르하다가 적앞에 귀순해버렸던 변절자가 아니면 한간, 특무 혹은 토비였다.     기염이 대단했다. 그들의 기고만장한 세력에 흡인되고 위협공갈과 유인에 배겨내지 못해 그쪽으로 넘어가는 지방무장들이 기수부지였다. 애초에 자발적으로 건립된 무장조직들이 많이 넘어가다보니 저쪽은 무력이 이켠의 10배도 넘어되였다. 목단강일대만봐도 목단강시와 녕안현성을 내놓고는 주변의 현성과 진이 모두 그자들이 점령해버렸던것이다.        민호는 산속에 있었지만 정찰을 내놓아 밤자고나면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국세를 면밀히 탐지했다. 그것을 연구하고 제때에 대응책을 찾아야 생존의이가 있다고 생각한것이였다....              어느날 환갑줄에 든 몸집이 실팍한 대머리사나이가 여러 부하의 호위를 받으면서 태평진에 나타났다. 사문동(謝文東)이였다. 사문동은 자기의 부대를 이곳에다  진주시키려고 마음먹고 뚜르와체브를 찾아와 담화해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렇다고 먹은 마음을 쉽사리 거둬버릴 그가 아니였다. 군사학상으로 보면 태평진은 장광재령의 림해를 한쪽에 끼고 있어서 대공작전이 유격전으로 넘어갈 시는 주요한 전략적요충지로 될 수 있었다. 하기에 그는 여기에다 눈독을 들인것이다.     한편 지금 태평진에 있는 최기덕은 쏘련홍군이 오라잖아 철거하리라는것을 예견하고 자체의 무력을 키우려고 백방으로 애썼다.     11월이 되자 그는 장평과 조아민을 태평진동쪽 거리가 가까운영락촌에 파견하여 그곳의 지주 도야진(陶野進)의 무장을 수편하도록했다.     도야진은 염왕산류자들 손에는 한번도 털리운적이 없지만 다른 토비들의 성화를 늘 받아왔다. 하기에 토비라면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면서 두려워하는 사람이였다. 일본이 만주를 완전강점하여서야 그는 발편잠을 잘 수 있었다. 토비가 적어졌거니와 그 마을에 많은 위만군이 주둔했기 때문이다. 광복이 나자 도야진은 달아나는 그들의 무기를 거두어서 자신의 무장대를 꾸렸거니와 쏘련홍군에 의하여 길이 막히니 되돌아오는 50명을 숨겨두었다가 그들마저 자기손에 넣어버렸다. 그래서 그한테는 지금 100여명의 무장대가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호의 실력까지 갖추게 된 그는 자기의 무력을 한번 과시하고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감히 그러지를 못했다. 쏘련홍군이 가까이에 있고 자칫잘못했다가는 그들에게 토비로 몰려 진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잠자코 제 굴이나 지키려했다. 바로 이런때에 태평진에서는 그의 무장을 수편하러 갔던것이다. 도야진은 태평진의 무장은 완전히 공산당의 수중에 들어가버린것을 안다. 그래서 설강을 받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찾아 온 사람둘중 하나는 쏘련홍군복에 견장을 단 장교니 방법없었다.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지금까지 숨겨둔 위만군을 전부 내놓으라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그들을 숨겨둔것을 트집잡고 붙잡아서 목을 칠까봐 무서웠던것이다. 하여 울며겨자먹기로 수편에 동의하는 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이듬해 정월초의 어느 추운날 생각밖에 호덕화가 특사(特使)의 신분으로 도야진의 집을 가만히 찾아왔다.        《이것이 저의 위임장입니다. 보시는바와 같이 저는 성명이 호덕화인데 사문동사령께서 대인을 찾아보고 오라해서 이같이 위험불구찾아온겝니다.》     그의 초면인사가 이러했다.     도야진은 개털모자를 눌러 쓴 그를 마주보며 눈살을 찌프렸다.    《사문동이라?》    《예 바로 그분의 특사올시다.》    《그 지대사령이 내한테다 특사를 보내왔단말이지....》    《지대사령이 아닙니가. 지금은 군직이 대단히 높이올랐지요.》    《군직이 대단히 높이올랐다?》    《그렇습지요. 당국에 보조를 맞추니 벼슬이 관문에 오름이 순풍에 돗단듯합지요. 지금은 동북정진군제십군 상장군장이 되었소이다. 자 어떤가요?》    《허!....》     도야진은 맥빠진 소리를 냈다. 네녀석은 타고난 팔자가 좋은거냐 왜놈한테 귀순해서 천황한테서 금두꺼비를 상으로 받았더니 오늘은 또 급을 하늘높이올리췃단말이지. 도야진은 일찍이 일본군앞에 무릎꿇고 한간이 되어버렸던 사문동의 됨됨이를 알고있거니와 위인을 그닥잖게 보아왔는데 국민당이 그한테 준 어마어마한 군직에 눌리워 기가 시르죽었다.     호덕화는 백내장을 앓고있는 한쪽눈을 찌붓하고 보다가 근중을 떠보느라 입을 다시열었다.    《래의는 다름아닙니다. 한가지 극히 중요한 일을 대인과 상담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중앙군은 지금 계속 북진하고있습니다. 대인께서 보건대는 공산군이 이제 몇참이나 배겨낼것 같습니까. 그들이 지금까지 뻣대고있는것도 실은 쏘련군의 덕이겠지요. 이제 그들이 본국으로 철거하고나면 무슨꼴이 되겠습니까. 이거야 불보듯 빤한게 아닙니까. 금원제국인 미국이 우리를 받들어주고있습니다. 허니까 광명이야 우리쪽에 있는거지요. 안그렇습니까? 헌데두 대인께서는 아직도 공산당을 섬기다니 참....》     도야진은 손을 올려 제 이마빡을 문질렀다. 그늘지고있는 그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고달픔이 선히 내비치였다.     호덕화는 그를 넌지시 보다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면서 동강났던 말을 이었다.    《사사령께서 대인의 무장대를 기의시킬 의향을 갖고있습니다. 공산당한테서야 기껏 받은게 중대장급이겠지요. 그게 다 뭠니까 쥐꼬리만한 벼슬이나 되는거지요.... 대인께서 사사령의 뜻만 맞춰준다면야 절대로 섧게는 안해줄겝니다. 나같이 아무렇게나 굴러먹던 놈도 다 부관이 됐을라니.... 잘 생각해보십시오.》     이러면서 그는 도야진을 한바탕 구슬렀다.     내가 원해서 공산당에 붙은건 아니였어 할 수 없으니 그랬던거지, 한데 저쪽에서는 지금 일부러 찾아와서까지 권고하지 않는가, 이건 천재일우야 하고 생각한 도야진은 기의에 동의하고말았다.    《여기로는 태평진서 두사람이 자주온다는데 이렇게 합시다. 첫째는....》     호덕화는 그와 반기를 들 날자를 정하고나서 물었다.    《듣자니 둘중 하나는 공산당원이구 하나는 토비출신이라던데 과연 그런가요?》    《그렇네. 조사를 면밀히 했구만. 조아민이라구 허는 사람이 군복입고 여기루 오는데 만만찮아. 그리구 한녀석은 태평진서 공안국장으로 있는 염왕산 토비녀석인데 아주 감때사납네.》    《그깟거야 깜장콩알 하나면 알아볼 수 있는걸요. 문제는 철혈대라는겁니다. 나를 붇잡자고 눈에 쌍불을 켠다는군요.》    《염왕산의 철혈대가? 대체 무슨 혐원이 있길래?》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저....》     호덕화는 입을 계속놀리려다가 그만뒀다. 자기가 변절한이 되었던 이야기가 자랑거리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있다가 도야진보고 태평진에서 지금 실권을 쥐고있는 두 조선사람을 없애버릴 수는 없겠는가했다.     도야진은 머리를 가로저어 자기는 방법이 없음을 표시했다.     호덕화는 코소리를 킁킁 내다가 입을 다시열었다.    《대인께서는 꼬리방즈를 어떻게 봅니까? 얼구이즈들을요. 가만놔둘셈인가요. 듣자니 왜놈들은 대인의 땅을 억탈해서 저들의 이민단부락을 앉혔다면요. 그런걸 지금은 또 조선놈들이 차지했구. 그게 그래 얼구이즈가 아니고 뭡니까. 대인은 그래 제 땅을 그렇게 그냥 빼앗기고 말건가요?》    《찾겠어, 찾겠어! 목청도 화금도..... 그건 다 내 땅이야.》    《자기 땅이면야 찾아와얍지요. 그 좋은 흑토를 그저 그렇게 잃고말다니 원. 대인께선 분을 풀어야 합니다.》    《후!....》     도야진은 한숨을 길게 그으면서 어금이를 깨물었다. 북만의 지주는 대체로 령황지주(領荒地主), 점황지주(占荒地主), 권세렴토지주(權勢廉土地主) 이 세 분류였는데 그는 친척의 권세를 믿고 나라땅을 차지했던거니 점황지주에 속할것이다. 한즉 불법으로 차지한 땅을 도루내놓는게 마땅하지만 게걸스러운 하이네가 배터지는 줄 모르고 걷어먹듯 욕심사나운 그는 어떻게 하나 그것을 영원히 제것으로 만들고싶은 마음이 불붙듯 했다.     호덕화는 계속 부채질했다.    《사사령도 땅을 앗기우고나서 왜놈을 더 미워하게 된게 아닙니까. 십여년전 토룡산폭동이 실은 그래서 일어난게지요. 그분도 조선사람을 얼구이즈 라면서 곱게 안봅니다. 그러한즉 대인께서 제 땅을 도루찾겠거든 그하고 보조를 맞춤이 지당하다 그겁니다.》     이네들이 소곤소곤 나눈 밀담이 그만 이 집의 오랜 더부살이귀에 들어갔다. 도야진에게 멸시와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그는 이 일을 일러바침으로써 보복하려했다. 마침 이때 주용전과 장평이 도야진무장대의 장비문제 때문에 이 마을에 왔던것이다. 그는 쏘련홍군장교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갔다. 그런데 주용전을 만나지 못해 이 일을 장평한테만 고발했다. 그러잖아 정체불명한 사람이 도지주집에 들어가는것을 보고 수상쩍어했던 장평은 그자들의 음모를 간파하고 그 즉시로 말을 타고 태평진으로 돌아갔다.    《허참, 이 일을 어쩐다?》     최기덕은 그의 보고를 받고 몹시 불안해났다. 그는 도야진의 무장대를 당장 해산시켜버릴 궁리를 하고 이 일을 뚜르와체브와 말하고 도와달라했다. 그랬더니 뚜르와체브는 자기는 그런일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면서 머리를 저었다.     어떻게 해야 도야진의 반란을 미연에 분쇄해버릴 수 있을가? 그는 태평진의 공안대를 출동시켜보려다가 그 생각을 걷어치우고말았다. 도야진은 토성과 포대에 의하여 반격을 할 것이니 붙으면 이쪽은 목숨만 잃을게 빤했다. 마음이 초조불안해난 최기덕은 마침내 민호가 자기보고 일이 있으면 알리라 그러면 자기가 도와주리라던 말이 상기되였다. 도야진이 사문동과 결탁하여 제 동포를 살해하려한다는것을 알면 그는 꼭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최기덕은 쪽지를 써서 장평에게 주어 즉시 염왕산에 보냈다.     이 몇달사이 민호는 호덕화를 찾는 한 편 략탈을 일삼는 작은 비적무리를 만나기만 하면 에누리없이 족쳤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염왕산의 철혈대를 토비헌병대라 부르기까지 했다. 한데 아직도 호덕화를 붇잡지 못했다. 한달전에 화남근처에서 호덕화를 발견했는데 철혈대는 그자의 무리를 숙청하면서도 맹랑하게도 그자는 놓쳐버렸던것이다.     목숨을 겨우 살린 호덕화는 사문동을 찾아갔다.     사문동은 그를 받아주었다. 병력을 3,000명가량 보유하면서 대포와 박격포, 경기관총과 무전전신국까지 갖추고있는 사문동의 그 부대는 북만에서 국민당계렬의 이름있는 40여개 선견군가운데서는  첫손을 꼽고 있었다. 그런 무리를 휘동하는 사문동이 일개 무명인간이요 15명의 졸개부랑배를 다 잃어버리고 알거지로 돼버린 그자를 쫓아버리지 않고 흔연히 받아준건 애잡짤한 관용을 베푼것이다. 사문동은 그가 옛부하니 정도 정이려니와 담대하고 약삭바르니 곁에 두고 써먹자고 했던거다....          다급한 말발꿉소리를 울리면서 장평이 염왕산에 왔다.     민호는 느닷없이 나타난 장평의 그 땀벌창이 된 얼굴빛이 황황함을 보고 적이 놀랬다.           《아니, 네가!....갑자기 웬 일이니?》     말에서 내린 장평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알려주었다.    《오인형님, 큰일났습니다. 우린 지난달에 영락촌 도지주무장을 수편했는데 그자가 글쎄 갑작스레 반변했습니다.》     민호는 그 소리를 듣고 대수로와하지 않았다.    《난 또.... 그게 뭐 큰일이냐, 밤자고나면 반변자가 무더기로 생겨나는 판인데.》    《그래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형님! 이걸 보시오!》     장평은 갖고 온 글을 내놓았다.    《뭐라, 그자가 목청을 불바다로 만들자한다구!?》     민호는 최기덕의 글을 보고서야 정신을 펄쩍 차렸다.     그놈이 반변하면서 그 마을에 사는 우리 동포들을 살해할 잡도리구나! 민호는 언젠가 최기덕이한테서 목청의 토지문제 때문에 그 마을에 사는 조선사람과 도야진사이에 한번 마찰이 있었다고 알려주던 일이 상기되였다. 땅을 못가질바에는 보복이라도 하자는게 아닌가. 민호는 처참한 살육의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자 동족애가 다시금 온 몸을 사르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였다. 일각의 유예없이 달려가 그 마을을 지켜줘야했다. 그는 즉각 령을 내렸다.    《마인!》(집합)     녀인 둘까지 나섰다. 민호는 소춘매 하나를 집지킴으로 산채에 남게 하고는 향란이까지 출전시켰다. 그는 손을 머리우로 높이 올려 하늘을 때리며 부르짖었다.    《구도관자!》(출격)     철혈대는 목청을 향해 쾌속출발했다.     대오가 목청마을에 거의이르렀을 때 척후를 맡은 류자가 말을 달려와 약 100여명되는 도야진의 무장대가 지금 목청을 향해 오고있는데 약 반시간이면 당도하게 될거라고 보고했다.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謀事ㅡ在人ㅡ成事ㅡ在天ㅡ)이라는데 이렇게 공교로울변이라구야!     내가 꾸물거리지 않고 달려오기를 잘했지 좀만 늦었더면 어쩔번했는가! 명지한 결단을 내림으로 하여 안도의 숨이 나온 민호는 그자들을 어떻게 대치할 것이가를 생각했다. 저쪽은 인원이 세배도 넘는데 어떻게 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용소자무애(用少者務隘)라했거늘 나는 위험한 곳을 골라 매복해있다가.... 마을에 들어가 지킬 생각을 해봤지만 그런다면 마을사람이 다칠건 물론 그것은 근근히 방어가 될 뿐이지 적을 소멸하지는 못할것이며 물러갔던 적은 아무 때건 다시달려들것이다. 민호는 다른쪽으로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 두다리로 적어도 30리길을 걸어왔으니 지쳤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타고 온 말은 아직도 뛸수 있지 않는가, 우리가 주동이 되어 그자들을 도루진공한다면?.... 민호는 잠간 머리악을 쓴 끝에 그자들을 아예 밖에서 요정내기로 맘먹고 목청마을에 들리지 않고 지나서 계속전진했다.     철혈대는 목청마을에서 서남쪽으로 약 5리가량되는 산굽이에서 반란하는 도야진무장대를 만났다. 이때는 아침때가 이미지나서 겨울날의 차고 밝은 해가 중천으로 줄달음쳐 오르고 있었는데 도야진의 그 백여명은 민호가 예견바와 같이 먼길에 몹시지친데다가 강추위에 몸까지 얼어서 마치 게발을 놀리듯이 굼뜨게 걸어오고있었다. 철혈대는 합성을 지르면서 즉쳐나갔다.     전혀 생각밖이였다. 도야진의 무장대는 흡사 땅속에서 솟아난것만 같은 이 한떼의 용맹한 기마대의 돌연적인 습격을 당하자 떨어댔다. 너무도 당황해서 미처대항도 못하고 죽는 놈은 죽고 도망치는 놈은 도망쳐 대오는 눈깜짝새에 산산히 흩어지고 말았다. 도야진은 흩어진 대오를 수습할 재간이 없었다. 그의 무장대는 이렇게 붕괴되고말았다.     환갑이 다돼갖고 출마했던 도야진은 장평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고 도망치자고 산으로 바라오르던 호덕화는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 말똥같이 데굴데굴 구러 아래로 떨어져 끝내 붙잡히고말았다.     철혈대역시 대가를 치렀다. 류자 5명과 말 7필을 잃은것이다. 하지만 저쪽에 비하면 그것은 경미한 손실이였다.     이것은 눈깜짝새에 종말을 본 통쾌한 섬멸전이였다!     철혈대는 전장을 수습하여 생긴 총 72자루를 갖고 목청으로 향했다. 민호는 그 마을에 들려 로획한 무기를 주어 앞으로는 그들이 자체로 자위를 하게끔 하는 한편 아침 한끼를 얻어 먹고는 파리나 빌려서 죽은 류자들을 싣고 돌아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하마터면 앉은 벼락을 맞을번한 목청마을! 무자비한 복수에 들어 몰살을 당할번한 목청마을의 조선사람들! 그들은 그야말로 목첩에 다달은 재난을 아슬아슬하게 넘긴것이다. 하건만도 그들은 그것을 전혀모르고 태평가를 불렀다.                     화란춘성 만화방창  때는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 구경가세  천리강산을 구경가세...        어느 량반의 목구멍에서 나오는지 청이 좋았다.     뻘빠진 사람아 천리강산 구경하며 노는게 그리도 쉬운줄 아느냐, 민호는 한심스러워 머리를 가로젖고는 대오를 이끌고 마을로 들어갔다. 머나먼 길에 격전까지 치렀으니 모두 지쳐 행색마저 거칠어보였으리라.    《토비왔다! 토비왔다!》     어느 약삭바른 녀석이 달아다니면서 소래기를 질러대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문을 꽁꽁 닫고 들어앉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제길할!》     민호는 치밀어 오르는 분를 겨우참았다. 그는 무척 애를 써서야 이 마을의 책임자인 툰장을 찾아냈다. 그는 그한테 방금전에 싸움이 있은것을 알려주고는 철혈대가 여기에 들린 리유를 말했다.     툰장은 나이많은 사람이였는데 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도지주가 우릴 해칠려구했다구? 땅때문에 다투기는 했소만 그도 우리편이라는데 아무렴 그랬을가. 모를소리요.》    《반변해도 제편입니까? 왜 그렇게 얼빠진 소리는 합니까?》    《내가 얼빠진 소리를 한다구? 흥. 자네가 오인이라구 허는 그 조선사람이겠지? 듣자니 당신은 항일도 한 사람이라는데 버덕으룬 기여히 나올 맘이 없는모양이지. 토비두령이 돼서 지금도 그냥 그 노릇이나 한다며?》    《무슨노릇말입니까. 우리 철혈대는 비적하고 맞다들뿐인데.》    《거야 제사람끼리 해내는게지유. 안그렇수?》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어쩌면? 지난일은 지난일이고 지금은 지금이 아닌가.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어쩌면? 개도 량심이 있는데.... 민호는 이 마을 사람들이 옛장부만 뒤지면서 전혀 몰라봐주니 야속하고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저것도 밥먹고 사는 인간인가, 똥이나 처먹지!》     민호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하고는 더 말하고싶지 않았다. 설복할 맥도 기분도 없었다. 그는 자기의 대오를 이끌고 태평진으로 들어갔다.    《나는 내 동포가 저꼴인걸 몰랐다. 말짱 맹탕이고 똥머지린줄을 몰랐단말이다. 분해서 원!》     어디다 골풀이할데라곤 없었다. 민호는 친구를 만나자 그앞에다 불만을 쏟았다. 생각하면 분해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의 공술을 듣고 보니 최기덕이도 분했다. 그렇다고 같이 풀풀거리며 날뛸수는 없었다. 주견도 식견도 없는 우매한 사람은 남의 감언에 잘넘어가는 거다. 보호를 제일받고 덕을 제일입는 인간들이 중국사람도 밉게보지 않는 철혈대를 편견으로 대하면서 백안시 할 때는 어떤자의 충둥질에 넘어가 놀아대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 자리에 김웅렬도 있건만 아무말없다. 민호가 그같이 풀풀거리며 왜장을 치건만 그는 못듣는체 못보는체 담배만 태웠다. 최기덕은 목석이 돼버린듯 무감각하게 태도표시가 없는 그를 다시봤다. 가만있자, 저 사람이 늦장가를 가느라고 목청에 자주다니더만 짓을 피운거나 아니여?.... 최기덕은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태평진에서 파리를 하나 얻었다. 민호는 죽은 류자를 실으라했다. 그들은 상한 다리를 부등켜 안고 우는 호덕화도 짐짝같이 올려놓아 함께 싣고 염왕산으로 돌아왔다.      향란은 비수를 찾아 손에 들고 호덕화의 껍지를 바르려했다.     류자의 보복이 잔인함을 알고인는 호덕화는 눈물코물 짜가면서 자기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졌으니 죽어 마땅한데 제발 총을 갈겨 죽여달라고 빌었다.    《뼈를 갈아치워도 시원찮을 피자놈, 아가리를 닥쳐라! 네놈한테 자비를 베풀어주면 우리는 천벌을 받을거다.》     향란이는 기여히 그자를 깝지발쿠어 죽이려했다.     민호는 아이를 기르는 손에 피를 묻혀서야 되느냐 비린내를 발라서야 되느냐고 설복해서 다른 방법으로 사형했다. 그들은 호덕화를 발가벗기였다. 그리고는 뾰족하게 깎은 나무우에올려놓아 나무가 항문을 꿰고 몸속으로 들어가는 하늘구경을 시켰다. 그러면서 찬물까지 끼얹어 얼음옷까지 입혔다. 이러는것을 괘갑(掛甲)이라 한다. 죄악이 루루한 호독화는 이렇게 끝장나고말았다.     염왕산철혈대에 이제는 인원이 모두 25명. 그나마 둘은 녀성이였다. 소춘매는 비파타고 노래나 불러야지 말타고 싸울 녀성이 아니였다. 향란이도 그렇다. 이제는 나이가 46살이였다. 아이가 있으니 그나 정성스레 키우는 편이 더 나을것이였다. 왕견은 숨가쁜 이번 출전을 겪고나서 마음뿐이지 몸이 전같이 령활하지 못하다면서 자기도 이제는 들어앉아 뒷바라지나 착실히 하리라했다. 이래 빼고 저래 빼고나면 마상에 올라 출전할만한 사람은 20여명밖에 안되였다. 인원이 적은것이 문제로 되지 않았다. 민호는 대오를 보강하고싶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있는것 같지 않았다.     철천지 원쑤를 갚았으니 싸움은 이로서 끝내자. 광분적인 횡행은 끝난것이다. 인생의 새장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디로든 갈데가 없었다. 있어도 가고싶지 않으니 죽는 그날까지 같이 밭농사나 지으면서 같이 살아다가 이 세상을 떠나가자. 많던적던 염왕산류자만으로 철혈대를 잘 꾸려 이를 차츰 자기생존을 위하는 생산집단으로 만들자는것이 공동의 요구며 희망이였다.         향란이가 민호를 향해 입을 열고 물어보았다.    《당신은 전날 요행만나 친구하고 왜 그렇게 밸썼어요?》     철혈대가 태평진에 들렸을 때 민호가 최기덕앞에서 조선말로 량심없는 제 동포를 욕한것을 놓고 하는 말이였다.     민호는 솔직히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목청에 사는 내 동포들을 욕했소.》    《건 왜서요?》    《그들이 생각밖에 피자보다 못하게 량심없이 놀아서.》    《아니 그날 그 마을에 액사가 나져서 외인의 입촌을 거려했다며요. 그렇게 하는게 조선민족의 풍속이라잖았나요.》    《내가 거짓말을 했지. 그러지를 않구 어떻게 하겠소. 사실은 그 마을 사람들이 우릴 토비라고 하면서 모두 숨어버린게구....내가 말해줫지만 툰장이라는 사람도 전혀 믿어주질 않았던거요. 그래서 우린 그날 목숨을 구해주고서도 받을 대접을 못받은거요.》    《어마나, 그런일이였던가요!》    《생각해보오, 형제들 앞에서 뭐라고 하겠소.》    《글세요. 아무렴......》     향란이는 이제야 의문을 풀면서 유감스럽던 일을 토로했다.    《굶어 간 사람을 밥 한숱갈 안주니 정말 기분상하데요. 우리 아니면 저깟것들 목숨이나 살렸을가. 알고보니 과연 피자보다 못하네요. 세상에 그같이 량심짝없는 인간들이 또 있을가요.》    《그러게 말이지. 생각만 해도 복장터지오. 우리 백의민족이 왜놈의 노예가 되더니 어찌하여 그 지경됐는지 수치스럽소. 후ㅡ》     민호의 아픈 속이 긴 탄식으로 뿜어 나갔다.     향란이는 낯색이 심각해지면서 입을 옥물었다.     민호는 정신차렸다. 성정이 바르고 굳은 그녀가 감정이 너무상해 뒤틀려지기전에 잡아놔야했다. 민호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은건 염왕산류자들의 힘을 빌어 시비가 모호해진 한족들의 눈에는 얼구이즈(二鬼子)로 보여서 란시에 험악한 재난받게 될 우려가 많은 동포들을 좀이라도 구해보자는 목적에서였는데 류자들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구원해주었음에도 그걸 모르니 무슨꼴인가. 류자들이 이 일을 안다면 분노한 나머지 선의도 모르는 자는 씨알머리를 없애야 한다면서 도로막짓을 할것이다. 이건 불보듯 빤한 일이다.     하여 민호는  향란이와 사정했다.       《나는 향란이를 믿고 숨기려던 일을 털어놓은건데 형제들까지 이 일을 알면 어떻게 되겠소. 그러니....》    《알았어요. 시름놔요. 나는 눈감을때 까지 입을 다물거얘요.》    《그래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요.》     둘은 그 어떤 경우를 닥치든 이일을 다른 류자들앞에서는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향란이는 감정을 눅잧혔는지 만면에 웃음까지 피여 올리면서 민호와 물었다.    《그날 태평진서 말이얘요. 조선분 하나 더있더구만요. 단신은 그일 면목아나요?》    《깜장개털모자쓴 사람말이지.》    《그래요 얼굴이 둥글넙작한 사람.》    《나도 초면이요. 김웅렬이라던가.》    《그래요. 맞아요. 나하고도 그렇다하더군요.》    《그 사람 자아소개를 하더란말이지....》     민호는 입가에 미소를 피여올렸다. 그를 보고서는 별 말이 없던 사람이 향란이 앞에서는 자아소개를 해가면서 접근하더라니 이상야릇했다.    《그 사람하고 얘기를 나눠봤소?》    《물론해봤죠. 그분은 철혈대에 대해서 무척 흥미를 갖던데요. 심사가 어느쪽에 마음을 두나 알아보자는것 같던데요.》    《그래 뭐라구했소?》    《내가 말했죠. 염왕산은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거 대답잘했구만. 그리구는 또 뭘?》    《그 생활이 재미있는가고 묻더구만요.》    《그 생활이라니?....》    《아마 우릴 략탈해먹고 사는걸로 아는것 같데요.》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이젠 우리도 밭농사지어먹고 산다구요.》    《그러니?》    《그래야지 그런다면야 개조된는게군 하데요. 더럽스리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가 뭐 죄인인가 개조니 뭐니.》     향란은 그의 입에서 그따위 말이 다시나오면 입을 조겨 병신으로 만들었으리라면서 제 비위를 무지하게 건드리면 하나님도 용서치 않으리라했다.       어느날 장평이 염왕산으로 왔다. 장우신이 태평진을 치려고 계획하는데 산에 있지 말고 와달라는 최기덕의 편지를 갖고 온거다.     김웅렬의 물음에 향란가 답변했듯이 염왕산의 처혈대는 여지껏 그 어느 편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비록 인원은 보잘나위없지만 실력만은 알찬 이 류자무장을 량켠에서 다 끌려했다.     민호는 장우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는 별호가 장헤이즈(張黑子)였는데 국민당 제15집단군선견군 중장총지휘로서 동북에서는 사문동다음으로 이름을 내는 지방무장두목이다. 그는 전에 장작림부 모퇀부관으로 있다가 일본군에 투항하여 한간이 됐던 인물이다. 8.15광복이 나자 그는 국민당 제15집단군참모장 곽장생(郭長生)의 눈에 들어 임명장을 받고느 쌍십절날 제 친신을 데리고 북경에서 동북으로 들어와 의란, 벌리, 림구, 목단강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관직을 주고 매수하고 끌어당기며 기편하는 등 각가지 수단으로 지주, 한간, 특무, 위만경찰, 위만총공서인원, 구군관 그리고 위만군잔여와 항련때에 견정치 않았던 자들을 긁어 모으고 토비무장을 수편하여 20개 퇀을 편성, 8개의 처(處)가 있는 선견군을 만들어서 지난해, 즉 1945년 11월초에 조령(刁翎)에서 건군의식을 올리고는 지금 한창 기세를 올리는 판이다.     장우신은 삼강인민자치군의 손영구부대와 장덕지부대 그리고 목단강 제19퇀의 반란을 책동했는바 그것까지 다 합치면 병력이 4만명넘는다고 소문을 냈다.      내 동포를 구하자, 꺼려하고 미워해도 내 동포가 아니냐. 자기들이 구원받고있음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느끼게 될 그때면 오해도 편견도 사라지게 될게 아니냐. 민호는 이번에도 꾸물거리지 않고 자기의 철혈대무장을 거느리고 염왕산을 나와 태평진으로 갔다. 인원은 그까지 포함해서 20명이였다.     최기덕은 민호를 만나자 태평진의 보위는 쏘련홍군과 공안대가 책임지니 그리알라 이미 다른형제부대와도 련락이 돼있으니 철혈대는 태평진밖에 있는 화금과 목청 두 조선족마을의 자위무장을 훈련시켜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지난번에 목청사람들이 그만....》    《말말어 그런걸 속에 넣고있는 내가 아니야.》     민호의 태도가 이같이 명랑하니 최기덕은 기뻐했다.     화금과 목청 두 마을의 동포들은 자체의 자위대를 조직하여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손에 쥐고있는 무기가 바로 철혈대가 반란자의 손에서 빼앗은것임을 알고있거니와 전에 일부사람들의 선전을 듣고 편견이 생겨 그들을 토비라면서 피하고 랭대했던 일을 미안해하면서 지금은 되도록 잘대해주려고 노력했다.     철혈대는 그 두 마을에 절반씩 나뉘여 가서 그들에게 무기조법을 가르치면서 함께 마을을 지켰다.     민호가 목청에 간지 사날만에 김웅렬이 그 마을로 왔다.    《오, 이거 면목있는 분이구만! 듣자니 철혈대는 철전지원쑤를 갚았다더군. 이젠 시름 싹 놧겠구만.》    민호는 이 사람이 무슨말을 이렇게 분별없이 하느냐고 보다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시름 싹 놓으면 여기루 왔겠습니까.》    《오, 그렇지 그래! 하하하....》     김웅렬은 멋쩍었던지 웃으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민호는 그의 뒤모습을 힐끗보고는 피식웃었다. 저 량반이 여기과부를 얻어 산다는 말을 내가 들은것 같은데 또 사냥을 왔는가.     장우신은 태평진을 공점하러 오지 않았다. 올 수 없었다. 쏘련홍군이 무서워 소문만내고 덤비지 못하는것이다.       어느날 민호는 뜻하지 않던 손님을 하나 맞이하게 되었다. 9.18직후 언젠가 민호가 한패의 염왕산류자를 데리고 반일을 나섰다가 곤경에 빠진 토비항일패를 구해준적이 있는데 바로 그 무리의 두목이였던 위무(魏武)였던것이다. 구원해준 은혜를 잊지 않고 아무 때든 갚아주리라더니 오늘 그를 찾아온 것이다.     민호는 그가 십중팔구는 자기를 수편하러 왔을거라 속으로 짚으면서 스스럼없이 대댔다.     《중국에 아마 말이 있지. 그대는 그래 무슨일에 날 찾아왔는가? 》    《이게 내 신분증이요.》     위무가 속옷어디선가 누런색갈나는 접은 종이를 꺼내놓았다.     민호가 받아 보니 그것은 그를 국민당 제15군집단군선견군 부관처 처장으로 임명한 위임장이였다.     민호는 보고나서 돌려주며 말했다.    《항일을 하고 거기에 붙었는가?》     귀를 당기니 입이 움직이듯 조롱을 당해서 얼굴이 뜨거워 난 위무는 자기의 처사가 틀리지 않다고 변명했다.    《난 지금 장우신총지휘를 모시고있는데 뭐가 잘못인가?》    《장우신이라했지. 그사람 전에 뭘하던 사람인가?》    《민국때는 장작림의 부관으로 있었구....》    《제정때는?....》    《제정때는 저.....》    《이 오인이 한간질해먹은 놈은 곱게보지 않아.》    《허지만 지금은 잘씌우는데?.... 군자도 종시속이라 시대를 따라야지. 안그렇소?》    《시대를 따르면.... 나도 그래 그런사람곁에 붙으라는건가?》     민호는 그의 구리빛나는 얼굴을 다시 눈주어 보았다. 의연히 건강한 편이다. 일본군의 추격에 들어 똥줄빠지게 도망치던 때와는 달랐다. 일종의 만족감과 득의연한 빛이 보였다.     대방이 자기의 성의를 몰라주는지라 위무는 안타까운지 조급스레 진지한 충고를 담아 말한다.    《저 오인은 먼저 내 얘기를 들어보오. 소식이 벌써 신문에 났으리라 보는데 저.... 우린 요즘 고성에서 림구의 반란무장을 정돈 한후 의란의 이도하자와 삼도강일대에 가서 건군을 계속했구 자리도 잡아놨소. 그리구.... 방금 나하고 참모처장은 림구에 가 거기의 쏘련홍군사령관 벨린쓰끼와 담판을 했지. 공산당한테 쫓겨났던 국민당부를 다시금 림구에 들여놓기루서....정말이요. 합의를 봤단말이요. 그러한즉 이제 태평진 뚜르와체브도 그모양대로 할거란말이요. 생각해보오. 그때가서는 공산당이 무슨꼴이 되겠는가. 듣자니 오인은 지금 그쪽으로 많이 기울어진다더구만. 그래서야 되겠소. 그래서 오늘 내가....》    《뭐라, 그래서 되겠는가구?》     민호가 그의 말을 중등자르면서 낯색을 굳히였다.    《시끄럽게 노는군. 내가 아무데로 기울어지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그래 대체 뭘하자구 온거냐? 그거나 어서말해라.》      《전에 날 구원해줬는데 이젠 내가 은공을 갚아야지.》    《은공갚겠다구했으면 갚아야지. 그래 어떻게 하자는거냐?》    《수편할려구.》    《뭐라? 그게 은공갚는거냐?》     민호는 자기는 그걸 받아줄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으니 저리썩 물러가라해서 그를 쫓아버렸다.    
435    <<관동의 밤>> 제2부(40) 댓글:  조회:2409  추천:1  2015-02-04
                            40                 심록색칠을 먹인 쏘련홍군 찌프차 한 대가 험한 농로에 들어섰다. 운전석옆에 상사견장을 어깨에 단 젊은이가 앉고 그의 뒷좌석에는 중위견장을 단 그보다 나이를 더 먹은 사람이 앉았으며 그곁에 이미 불혹의 나이를 넘긴 사람이 앉아있다. 그는 량어깨에 대위견장을 달았다. 쏘련홍군장교모양의 차림새를 한 그 반양머리가 바로 최기덕이다. 그리고 그의 옆의 장교는 조아민, 그 앞의 상사는 주용전이다. 이 둘은 다 한족이였다.     운전수가 그렇게 조심스레 모느라하건만 차는 당장 곤두박질이라도 할 양으로 심하게 들추었다. 아무때나 뿌려나갈 수 있는 자기 몸을 건사하기 위해 그들은 무엇이든 단단히 잡아야했다.     찌프는 좋이 반시간을 싱갱이질해서야 마침내 수레와 소들이 다니면서 짓이개놓은, 진흙이 돌같이 굳어버린 험로를 벗어나 평탄한 신작로에 들어섰다.    《정말 개코같은 길이구나. 질러가는 길이 먼길이라더니 아마 이런걸 놓고 하는 말이겠지.》        최기덕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나서는 두덜거리면서 잔뜩 긴장해서 돌같이 굳어졌던 신경과 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쏘련에서 건너온 그는 상급의 지시에 좇아 지금 태평진으로 가고있다. 옹근 3년만에 다시밟게 되는 땅이다.     차체의 고르로운 률동속에서 지난때의 일들이 그의 눈앞에서 주마등같이 다시지나간다.     주가툰에서 왕견패의 류자를 수편하여 녕안쪽으로 갔다가 거기서 적의 토벌대를 만나 조우전을 하게 되었을 때 그는 경위병 둘과 함께 겨우 사경을 벗어났거니와 여러날을 고생하여서야 마침내 제 부대를 찾을수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본부대역시 얼마못가서 거의 붕괴의 지경에 이르었고 마침내는 유생력량이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우쑤리강을 건너 쏘련으로 간것이다.     쏘련으로 건너간 여러 항일부대는 쏘련홍군 제88특별려를 건립하고 남쪽의 쌍성자(双城子)와 북쪽 하바롭쓰크 근처의 수림지대의 농촌에 갈라져 있으면서 정비훈련을 했다.     최기덕은 북쪽영에 있다가 대일선전포고가 있은지 5일만에 300명의 간부대오에 끼이여 리조린(李兆麟)장군을 따라 수분하쪽으로부터 목단강에 도착한 후 거기서 며칠간 지내다가 배치되여 가는 길이다.     태평진에는 이미 쏘련홍군이 진주하였다. 중동철로를 따라서 서진하고 있던 원동제1방면군 중의 홍기제1집단군 어느 한 소부대가 태평진에 입주하면서 그곳에다 림시로 위수사령부를 세운거다.     최기덕이 이제 태평진에 가서 해야할 일의 첫째는 쏘련홍군을 협조하여 지방질서를 유지하고, 둘째는 지하당을 찾아 관계를 건립하는 것이며, 셋째는 정권을 건립하고 무장을 조직하는 것이며, 넷째는 군중조직인 민주대동맹(民主大同盟)을 건립하는 것이다.     최기덕은 생각했다. 우선 협조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지하당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가? 우리가 온걸 알면 스스로 찾아오련만....     찌프는 태평진 남문가에 있는, 이전 일본수비대가 있었던 군영뜨락에 들어가 멎었다. 거기 불타지 않은 집에 지금 쏘련홍군이 주둔한것이다.     뚜르와체브사령원이 창문으로 내다보고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나는 저녘켠쯤에야 당도할 줄 알았지요. 환영합니다!》     키가 헌칠한 노랑금발머리의 젊은 대위는 무척 반가와 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서로 초면에 이렇게 만났다. 뚜르와체브사령원은 듣던바와 같이 활달하고 기지있어 보이는 씩씩한 젊은이였다.    《한발늦었습니다만 우선 려독이나 풀고 사업을 연구합시다.》     그가 하는 말이였다.     이런 제길할 거, 그렇게 빨리서두느라했는데도 한발늦었다니 웬 말인가? 최기덕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물었다.    《한발늦었다니 건 무슨소립니까?》     뚜르와체브사령원은 고뿌에다 물을 따라주면서 마치 간호원이 아직 병이 채 완쾌되지 않으면서도 출원을 급해하는 환자를 달래듯이 그를 자리에 눌러 앉혔다.    《먼저 물아나 마십시오. 조급해한다고 될일인것 같잖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우린 급히 오느라 땀을 무척뺐는데.》    《말을 하랍니까. 이런겁니다. 한주일전에 벌써 국민당이 나타나서 제가 할 일을 먼저 다 해놓았다 그겁니다.》     뚜르와체브는 초조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이 조선족군관의 재촉을 못이겨 말문을 열어놓고는 안색을 살피더니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였다.    《그들이 벌써 저들의 당부를 건립해놓은겁니다. 우리가 진주하기 전에 생겨난 치안대도 국민당의 공안국으로 패쪽을 내걸었구요. 유지회가 지금 우리의 생활을 돌봐주고있는데 그들도 역시 국민당의 경향을 띄고있습니다. 정황이 이러하니....》    《알만합니다. 우리는 확실히 한발 늦었습니다.》     최기덕은 숨을 길게 내그었다. 예견못한건 아니다. 시간을 따져보면 월경하여 중간에 들리지 않고 곧장온다해도 늦을것이였다.          우선 이놈의 태평진이 그동안 면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거나 봐야겠다고 생각한 최기덕은 땀을 드리고나서 조아민과 주용전을 데리고 나섰다.     태평진거리는 저녁노을에 물들고 있었다.     거리에는 나다니는 사람이 적잖았다. 허나 복잡하진 않았다.     나이가 제일어린 주용전이 입을 열었다.    《연긴 아주 평화롭고 안정한 감이 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조아민이 그의 느낌을 부정했다.    《고요한 호수에 잡고기노는걸 어떻게 알가. 내가 보겐 이것이 외면현상에 불과한것 같애.》     그들은 상점, 극장, 관자집, 리발관과 가게들이 집중된 중심거리를 걸었다. 대통로를 따라서 북쪽을 향해 그냥 걸음을 놓고있던 그들은 길서켠 화초담을 두른 아담진 청기와벽돌집에 과연 간판이 버젓이 걸려있는것을 발견했다.    《허 이놈의데다 발붙이기 쉬울것 같지 않은데.》     조아민이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하는 말이였다.    《우리는 저 노을같은 피를 흘릴 각오를 해야겠소.》     최기덕은 그의 말에 동을 달고나서 여기서 여러해전에 정민수일행이 조난당한 일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조아민은 본래 남만사람이여서 북만의 일을 모르는게 많았다.    《듣자니 최참모의 친구가 토비라던데 그게 사실이요?》    《그렇소. 사실이요. 그도 본래는 한국독립군인이였고 나와 같이 토비를 축청하기도 한 사람이요. 토비라면 이를 갈던 사람이 왜서 토비질을 했겠소. 그럴 사유가 있었던거요. 말을 하자면 길지.... 그도 항일을 한거요. 오군자란 토비대를 이끌고말이요. 참멋들어지게 잘 싸웠지!》          주용전 상사가 참견했다.    《토비가 항일에 나선건 나도 압니다만 실지로 한게 얼마나 될가요. 난 어쩐지....》    《우리 공산당만 실지로 한건가, 다른사람은 안하고?....평가를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거야. 내 눈으로 본거니까 하는 말이다. 우리는 형이상학이 되지 말고 어디까지나 실사구시가 돼야 해.》     조아민은 그 말에는 자기도 동의라고 머리를 끄덕였다. 최덕이 토비의 항일을 두둔하는데는 리유가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지금 살아있을가요?》     그가 하는 말이였다.    《글세....살아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훌륭한 사람이지.》     최덕은 지금까지도 민호의 위인됨을 믿고 있었다.     이들 셋이 북문에 거진이르러 보니 과연 길동쪽켠에 이란 간판을 건 집이 한 채 있었다.     조아민이 가시돋힌 눈으로 그 간판을 여겨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놈의 널쪽을 떼버려얄텐데....》    《떼느라할것있는가, 거기사람을 내것으로 만들면 될건데.》     최기덕은 그보다 생각이 앞서고 있었다.     한데 조아민은 그의 생각은 실현하기 어려워 미몽으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사상을 내처럼되게 고칠수 있을가?》    《왜못고쳐. 생물은 진화하고 만물은 변하는건데 그것이라고 고정불변 할 수야 없지 않는가.》    《내 말은 고정불변한다는게 아니라 그게 어디 쉽겠나그거지.》    《어찌쉽겠소. 쉬울수야 없지. 그러니까 공작하는거지. 안그렇소. 우리는 어쨌든 여기에 있는 자위무장을 포기할 수 없단말이요. 안그렇소. 우리가 싫어하면 얼싸좋다구 적이 끌어갈 것이란말이요. 안그렇겠소?》    《하긴 그런데....》     조아민이 다시 입을 여는데 그 집쪽에서 낯이 강마르고 코날이 일어선, 성마가 강팔져 보이는 40대의 사나이가 이켠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오며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세분은 오늘 방금도착했다지요.》     최덕이 그를 눈여겨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고요?》    《저는 여기 공안국장 장평올시다.》     최기덕은 괴이쩍어서 물었다.    《장국장, 거 소식이 과연 빠르기도하구만. 우리가 방급왔다는건 어떻게 아오?》    《왜 모르겠습니까. 이 장평이가 하늘에다 눈과 코와 귀를 숱해걸어놓고있는데. 안그렇습니까, 공안국이 뭘하는 기관인가요.》     장평은 말해놓고 하하 웃었다.     최기덕이도 웃었다.    《그렇지, 그래! 하하하....공안일을 하자면 그래야지. 장국장은 과연 보통내기가 아닌것 같구만! 잘하오, 잘한다니까! 하하하....》     칭찬을 아끼지 않고 했더니 장평은 기분이 좋은지 벌쭉웃었다.     최기덕은 그의 몰골이 어쩐지 생소하지 않았다. 염왕산을 수편하러 들어갔을적에 거기서 본것같아  다시다시 뜯어보다가 말했다.    《장국장은 어쩐지 본지사람같잖구만.》     장평은 얼굴색이 굳어졌다.    《장교께서 그걸 어떻게 알아봅니까?》    《내눈이 밝아. 그런걸 혜안이라 했던가....》     장평은 적이 놀랬다. 속으로 이 사람이 쏘련에 있으면서 벌써 여기사람들의 믿그루를 조사하고 온게 아닐가했다. 그는 은근히 불안해 하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난 본지사람아닙니다.》    《그럼 그렇겠지! 내 눈이 밝다니까. 하하하...》     최기덕은 대방의 기분이 심란해진건 아랑곳하지 않고 제 기분에 들떠 소리내여 웃었다.     모두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했다.     최기덕이 염왕산을 수편못하고 나올 때 민호는 만일의 경우를 념려해서 이 날파람있게 생긴 새자를 자기는 동생같이 여긴다면서 호위로 산밖까지 딸려보냈던것이다. 한데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기덕은 그의 몰골을 아직도 기억하고있다. 한데 나이 더 어린놈이 대방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으니 야속했다. 내가 그렇게 변모했단말인가. 최기덕은 자기가 누구라는것을 알려주려다 그만뒀다. 다른 기회에 입을 열어도 되는것이다. 이 장평은 알것이다. 친형제같이 지냈던 민호의 종적을 알것이다. 그의 소식을 꼭 알아봐야한다. 염왕산이 괴멸되였다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았으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편 장평은 장평대로 이 쏘련홍군장교가 자기의 신원을 알고있는것 같아서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는 속으로 짚었다. 이 공산당사람이 쏘련서부터 벌써 여기 사람들의 믿그루를 다 조사하고  올수도 있는거야, 저희들이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그는 태평진에 느닷없이 나타난 세 사람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레 객실에 모시였다.     최기덕은 잠간들려보고 돌아갈 생각이였다. 우선 친구의 행방만 알면 만족이였다. 그만 있으면 손을 잡아주어 맡은바의 과업을 쉽게 밀고나갈 수 있겠으니까.     장평은 손수 차물을 부어주면서 이들이 공안국을 찾아온 목적이 무엇일가 생각했다.     최기덕은 권하는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다말고 차탁에 도로놓으면서 말을 꺼냈다.    《장국장! 여기서 염왕산이 얼마나 머오?》    《백팔십여리될겁니다, 이백리라는 사람도 있지만. 건데 장교께서 나하구 그건 왜 물는가요?》    《다른일 아니요. 소식을 몰라서. 내 친구 하나가 전에 거기에 있었는데....》    《친구라니요!?》     장평은 이제야 대방을 다시 찬찬히 뜯어본다.     최기덕이 알려줬다.    《정민호라구 하는 조선사람이요. 장국장이 혹시....》    《아 오인말이지요. 나도압니다. 그분은 건재합니다.》    《그럼 아직 살아있다는 말인가!》     최기덕은 두눈이 확 밝아지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한편 또 속으로 틀림없구나 네가 바로 그때의 그 애가 맞구나 긍정했다. 한데도 장평은 의연히 자기를 모르는 양 하고 있었다. 실상 안다해도 내가 장교를 면목압니다 하면서 선듯이 나올리없다. 최기덕이 들어갔을 때 염왕산은 공산당의 수편을 받아주지 않았거니와 내쫓다싶이했던것이다. 그러니 지금와서 두려움에 저촉정서가 겹쳐서 아닌보살을 할 수 있는것이다. 그의 처지를 리해하면서 최기덕은 또 물었다.    《그 사람 그래 지금 어디에 있소?》    《예. 거기에 있지요, 염왕산에.》    《뭐라! 아직두 거게 들어박혀있단말인가?....그 사람 광복난거나 알고있는가?》    《왜 모르겠습니까. 알구말구요. 누구보다 먼저알고 나온 사람인걸요. 요즘도 여게와있다가 가즈돌아갔는데요.》    《그가 여게와있었단말이지! 정말이요?》    《정말입니다. 내가 아무럼 장교앞에서 함부로 거짓말할가요. 그하구는 친구간이라했지요. 사실 그러하다면 제 말을 믿으십시오. 그를 절대 나쁜사람으룬 보지 마십시오. 그도 항일을 했고 좋은 일을 많이했지요. 말하자면 조선사람치고는 의덕있는 웅걸입지요.》    《허! 의덕있는 웅걸이라. 헌데 그게 장국장의 평가요 아니면 백성의 평가요?》    《누구의 평가던 믿지 못하겠거든 어디 두고보시오. 난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제길할!....》     장평은 비위가 뒤틀리는지 그만 올곧지 않은 소리를 뱉어냈다.     이쪽은 네가 토비였다만 형제는 팔아먹을 녀석이 아니구라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최기덕은 한편 또 민호가 시국에 눈이 밝은 사람이고 조선의 독립을 그토록 부르짖은 사람인데 왜서 광복이 됐는데도 버덕으로 나올 념을 하지 않고 아직도 산속에 그냥 들어박혀있는걸가고 의문을 가지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러는지 앞으로 어쩔 타산인지?....     삼검불같이 엉켰던 의문은 장평이 입을 다시열어서 풀리였다.    《장교께서는 그분의 근황을 무척알고싶겠지요. 친구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인 본래 광복이 되니 고향으로 돌아가려구했지요. 그러던것이 아이를 하나 줏고 생각이 돌아진겁니다.》    《무슨소린지. 아이를 하나주어서 고향못간다니?》    《못가는게 아니라 가지않기루 한겁니다.》     장평은 민호가 강도놈의 손에 부모잃은 아이를 줏고 그 원쑤를 갚아주느라고, 재난에 빠지고있는 제 동포를 구하느라고 고향에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노라 알려주었다.    《오, 그렇겠지!》    《그렇지요. 일은 바로 그렇게 된거랍니다.》    《음.... 건데 저.... 난 여적지 염왕산은 왜놈의 손에 녹아 없어진걸로 아는데....》    《장교께서 그걸 어떻게 압니까?》    《내가 왜 모를가. 나역시 장국장모양으로 하늘에다 눈과 귀를 달아놓구있었는데. 알지 다 알지. 알아야 할건 빼놓지를 않고. 염왕산이 항일을 하것도. 그게 비록 토비긴해도....》    《토비! 토비! 그렇게 부르지를 마시오.》     장평이 낯을 붉히면서 그의 입을 막았다.    《오, 그래! 내가 주의하지.》     최기덕은 얼굴에 미안해 하는 기색을 지었다. 전에 민호가 그한테 화냥질하는 녀인을 보고 화냥년이라면 좋아하지 않는것 처럼  토비도 자기를 토비라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주던것이 새삼스레 상기되였다. 위삼포의 염왕산류자들은 사실그러했던것이다. 그들은 자기를 라 부르거나 아니면 그저 이라 불러주기를 소원이였던것이다. 위삼포의 선대인 위록산때부터 그러했는데 그들은 지어 류자를 토비라면서 비난하는 사람을 보면 죽이기까지 했던것이다.     최기덕은 그걸 그만 깜빡잊었다. 자기를 철저한 항일분자로 분장하면서 원래의 신분을 속이고있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주지 않은것이다. 그는 조심하면서 계속알아보았다.    《하다면 그인 지금 염왕산에서 누구하고 같이있습니까? 설마 혼자있는거야 아니겠지?》    《왜 혼자있겠습니까. 이젠 설흔명이나되는데.》     비밀이 아닌지라 장평은 그 30명이 여차여차해서 한데모이게 되었노라 알려주었다. 지어는 면서 염왕산에 들어가 다시금 기국(起局)한 사실까지도 다 알려주었다.    《오, 그랬구만!》     친구의 근황을 똑똑히 알게 된 최기덕은 그를 어서만나보고푼 생각이 불붙듯했다.       이틑날 최기덕은 조아민과 주용신을 불러 3인회의를 열었다. 그들이 이제 어떻게 지하당조직을 찾으며 군중을 여하히 적색조직(赤色組織)으로 묶어세울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연구하고있는 중인데 사령부의 경위원이 마침 사람 하나를 데리고 왔다. 그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데 넓은 이마에 밭고랑같은 주름이 패이고 머리털이 다북떡쑥같이 더부룩한 사람이였다.    《어느분이 책임인지요. 저는 왕우재라 허는데 이곳의 지하공산당원입니다. 쏘련서 우리의 사람이 왔다길래 찾아온겁니다.》    《내가 책임자입니다. 찾아오셔서 대단히 반갑습니다. 그러잖아 어떻게 찾을가구 연구하던 중인데....자 앉으시오.》     최기덕은 그를 반겨주면서 걸상을 갖다놓았다.    《우린 모두여섯사람입니다. 나하구 사계유하고....》     왕우재는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여섯지하당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주어댔다.     최기덕은 수첩에다 그 여섯사람의 명단을 기입했다.     왕우재는 5년전에 적의 수색에 의하여 많은 동지가 체포, 학살되여 지부가 파괴되니 자기들끼리 당소조를 다시조직한것이 지금의것이라했다.     조아민과 주용전은 지하당조직을 찾았으니 이제는 한시름놓았다면서 기뻐했다. 그러나 최기덕은 여지껏 상급조직과 련계가 없었다는 그들이 진짜공산당원이 옳은지 아닌지 확인 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 제정의 폭압과 특무, 변절자들의 활약이 하도 창궐해서 여지껏 상급조직을 찾지 못했다고 하나 이런 기회에 정치깡패가 다른 심보를 품고 달라붙을 수도 있으니 정신차려야했다.     최기덕은 왕우재가 아무튼 제발로 찾아왔으니 고마운 일이라 웃는 얼굴로 대해주면서 그를 시켜 그 여섯지하당원이 모이게했다.    《우리는 자기의 사상과 주의를 펼쳐나갈 조직이 있어야겠습니다. 이미있는 당소조가 핵심이 되어 군중이 광범하게 참가하는 단체말입니다.》     왕우재가 이쪽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건의했다.    《단체의 이름을 공산주의자동맹이라 지읍시다.》     최기덕이 머리를 저으면서 반대했다.      《합당치않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단계에서 민주대동맹을 세워야 합니다. 알만합니까, 민주대동맹을 말입니다. 그것은 주권이 대중에게 속하며 인민을 위해 정치를 실행한다는 뜻을 표명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이 뭔가요?》    《많지요. 먼저 군중앞에서 당전의 형세를 알게끔 선전하고 공산당 팔로군이 어째서 좋고 국민당이 어째나쁘다는것을 알려주어 그들을 깨우쳐야 합니다. 국민당이 지금 바로 내전을 일으키고있는게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군중이 시비를 가르고 각성하게 말입니다. 그런 후에야 사상도 주의도 머릿속에 들어갈게 아닙니까. 층집을 오르자면 게단을 밟듯이 사업도 한계단 한계단 밟으면서 해나가야합니다.》    《알만합니다. 우리가 그쯤한 일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으니 맘놓구 믿으시오.》    《자기의 맹원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구말구요.》     그들이 장담하니 최기덕은 그러면 좋다 함께 힘써달라했다.     이렇게 되어 태평진에는 공산당의 외각조직인 나타나게 되었다. 위수사령부와 거리가 멀지 않은 큰길건너 동쪽구역의 한 자그마한 집을 얻어 간판까지 달았다.     최기덕은 이어서 장평을 시켜 민호를 데려오게 하여 만났다. 서로 몹시 그리던 친구의 상봉이라 감격은 이루헤아릴 수 없고 형언키도 어려웠다. 둘은 서로 격조히 지낸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가슴속에 서린 면면한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나서 앞으로도 계속 환난상구(患難相救)하는 사이로 되어 살것을 약속하기도했다.    《아무때건 어려움이 닥치면 날찾아와. 철혈대는 희생을 하면서라도 구해줄테니.》     민호가 태평진을 나오면서 한 말이였다.         팔자수염은 성명이 장두봉(張斗峰)이다. 그는 오도야마가 있을 때 특무질을 하면서 세력을 굳혀 유지회의 회장으로 까지 된자인데 지금은 국민당부와 관계를 맺아 거기서 시키는 말이면 곰상곰상 들었다. 죄가 루루하니 까딱잘못했다가는 목숨이 날아난다는것을 아는지라 충성을 다하는판이다.     어느날 그가 재종제보고 물었다.    《장평아 너는 민주대동맹간판이 나붙은걸 아느냐?》    《아오. 내가 왜 몰라. 건데 왜 그러오?》    《넌 그걸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할게있소. 그건 내가 간섭할 조직이 아닌데.》    《그건 공산당분자가 운전하는 기구야.》    《공산당이 운전하건 국민당이 운전하건 그게 나하구야 무슨 상관있소. 난 그저 이 태평진이 안녕하게끔 치안을 잘하면 되는거요. 그게 내 책임이니까. 안그렇소?》    《넌 데체 어느켠에 설테냐?》    《건 무슨말이요?》    《넌 누구의 지지를 받겠냐 그 말이다.》    《거야 유지회의 지지를 받기로 돼있는게 아니요.》    《그럼 좋다 유지회의 지지를 그냥 받겠거는 내 말을 들으라. 내가 유지회의 총책이 아니냐.》    《난 치안에 관계되는 일이면 듣겠소만 나더러 그 기관을 해치라면 들을 수 없소. 내가 그따위 얼빤한 짓은 안하는 사람이니까.》     장정이 센 장평이 이렇게 나오니 그를 추겨 의 간판을 뜯어버리게 하자던 장두봉의 계획은 수포로 되고말았다.        한데 그 조직의 사람들이 스스로 불민한 짓을 했다. 약 보름가량지나서였다. 어느날 저녁켠에 태평진 큰술집주인이 노한 얼굴을 해갖고 공안국을 찾아왔다.    《여보시오, 장국장! 저기메 좀 가보시오!》    《무슨일인데?》    《그 녀석들 엉치질기게 들어앉아있더니....망나니짓을 하오.》    《사달을 피워? 누가?》    《로모즈들이. 그 녀석들이 글쎄 작부질하는 새기의 궁둥이를 만지면서 달라구 지랄피운단말이요. 말을 해도 듣질않구....》    《자식들이 어디와서.... 내가 버릇 좀 고쳐줘야 알가부다.》     술집주인의 고소를 받은 장평은 그 자리로 사람 댓을 데리고 그리로 달려갔다.     쏘련군인 둘이 술에 억병으로 취해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있었다. 장평은 가자마자 그 두 쏘련홍군과 술상을 오래도록 벌려놓고 그들을 그지경이 되게 만들어 놓은 민주대동맹의 사람 7명을 붇잡아다 가두었다. 그속에 왕우재도 있었다.     그사이 몇몇 공안인원은 장두봉의 추김에 들어 달려가서 민주대동맹의 간판을 뜯어버리고 유리창을 산산히 부셔놓았다.     쏘련홍군위수사령부에서는 하는 수 없이 사과하고 두 사람을 빼내왔다. 이 일로하여 민주대동맹은 위신이 쫄딱했다. 군중들은 장두봉의 간책에 들어 민주대동맹은 주정뱅이동맹이라느니 건달뱅이동맹이라느니 하고 욕했다. 세운지 한달도 안되여 일이 이렇게 되였으니 최기덕이 역시 난처하게 되었다. 지하공산당원이라해서 군중사업을 맡겼더니 그꼴이 되었다. 최기덕은 당장 왕우재를 불러 문책하려다가 그만두고 조아민과 주용전더러 우선 나가서 민주대동맹사람들의 실태를 조사해보라했다.     임무를 맡은 그들은 한주일간 조사한 결과 민주대동맹에 대한 군중들의 평가가 총적으로 좋지 않은데 특히 총책인 왕우재에 대한 반영이 더 나쁘다고했다. 그는 지어 최기덕의 명함장까지 사사로이 만들어갖고 다니면서 군중을 기편하고 도처에서 일을 저지른다고 보고했다. 공산당원도 아니였다.    《그자식을 가만둬서는 안되겠구만. 내가 정신이 흐렸지. 사람의 것모양보고 소홀히 믿어줬으니.》     최기덕은 잃어버린 민심을 다시얻고 훼손된 공산당의 명예를 다시금 수립하기 위해 왕우재를 총살해버렸다. 그리고는 그 민주대동맹을 해산시켜버렸다.          최기덕은 하루속히 자기의 무장이 있어야 하거니와 군중조직을 다시내오면 그것을 맏아서 나설만한 진짜 자기사람이 있어야 한다는것을 절감했다. 쏘련군복을 입은 그들 세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려웠다. 이곳의 풍토와 민정에 익숙한 사람의 협조가 절실히 수요되였다. 하여 상급에 반영하였더니 상급에서는 김웅렬이란 사람을 보냈다.     《난 김웅렬이요. 구일팔사변전부터 지하당사업을 했소. 그러느라 어디 안착해본적이 있는가. 구름같이 이리저리 옮기면서....》     김웅렬이 자아소개를 이렇게 하는것이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지간 수고많으셨습니다.》     최기덕은 이렇게 말해놓고 득심이 생겨 웃음을 짖는 그의 둥글넙적한 얼굴을 다시금 여겨보았다. 첫인상이 그리좋게 안겨오지 않았다. 어쩐지 겸손하지 않고 불면서 자만하는 티가 다분히 보였다. 별사람 다 보겠다. 누군 뭐 편안히 지내다가 온줄로 아는 모양이지. 네가 중공당원일테지만 전에는 어느 파에 들어 입방아를 찌었댔는지 알게 뭐야. 대방이 자기를 굴러온 말똥같이 여기건만 김울렬은 입을 열고 계속 그 본새로 말했다.    《최동무도 알다싶히 우리 혁명자야 일반과 달라 각오를 한것이구 사상이 있고 주의가 바른게 아니요. 무산자의 철저한 해방을 위해서라면 생명이라도 바치겠다고 맹세를 한 사람이란말이요. 안그렇소. 그런데 이거 언제가야 복락을 누려볼지.》    《제가 누릴 복락을 생각할 새 있을가. 할 일이 가득합니다.》     최기덕의 정중한 응대에 힐난이 섞여있었다.    《하하하, 그 말이 맞소 맞아! 할 일이 많길래 날 여기다 보낸거겠지. 아무럼 휴양을 하라구 보냈을가. 그 비평을 접수하지.》     김웅렬은 부접좋게 받아 넘기였다.     최기덕은 엄숙성이 없이 떠드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파견되여 온 사람을 랭대할 수도 없는지라 속으로 함께 사업하면서 지내보자 되도록 손을 맞춰야지 했다.     김웅렬은 오자마자 곧 대원모집에 착수했다. 모집은 심사가 엄격했다. 주요하게는 위만때의 로동자가운데서 선발했다. 그렇게 해서 12명을 모집했다. 그러나 무기가 없었다. 쏘련홍군은 무기가 있어도 사달이 생길가봐 주지 않았다. 그래 그들은 하는 수 없이 돈을 주고 아직 개인의 손에 널려있는 총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애쓴결과 보름만에 12명대원이 무장을 하게 되였다. 무장이 다 되자 민주대동맹간판을 걸었던 자리에다 태평진공안국간판을 내걸어 그 집이 이쪽측의 공안국으로 되었다.     장평은 이 일을 알자 자기의 무장을 끌고 가서 그곳의 공안인원 12명을 몽땅 체포하여 가두고는 무장을 빼앗아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길로 위수사령부에 달려가 항의했다.       《어느놈이 로모즈사령원이냐?》     토비배짱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평은 들어오자마자 눈알을 굴리면서 밸을 썼다.    《나는 항의한다! 가보란말이다. 태평진에 공안국간판이 두개붙었다. 이런눔의 란장판이 어디있는가. 왜서 공안국이 하나 더 생기게 허락하는가?.... 나는 항의한다!》     뚜르와체브사령원은 그 나이의 사람치고 인내력이 대단하고 참을성있는 젊은이였다. 그는 통역에게 저 사람이 게사니혼을 탄게 아니냐 하고는 장평보고 물었다.    《그대는 대체 누군가?》    《나말인가, 날 몰라서 물어?....난 이 태평진공안국 국장이다.》     《국장동지! 당신네 공안국에 지금 인원이 몇이나 되는가요?》    《그걸 몰라물어? 삼백이야 삼백. 생급스레 건 왜 물어쌋어?》    《숫자가 하도많아서 그걸 세여보자구해도 시간이 약차하게 걸리겠구만. 그래갖고 남이 열둘뿐인걸 미워하구 떠드는가. 듣자니 무장빼앗고 가두기까지 했다지. 그들도 그래 술먹고 주정했던가?》      《그러지야 않았지.》    《그런데 왜 가두었는가?》    《이건 내 권리야. 치안을 위해 가둔건데 잘못됐단말인가?》    《치안을 위해서 가뒀단말이지. 술도 안먹은 사람들이 그래 총들고 강탈이라도 한단말인가?》    《....》    《도리도 없으면서 떠드는군! 나는 위수사령원으로서 이곳치안을 위해서 아마 무례하게 사단을 일으키는 당신부터 가둬야겠소.》     사령원의 말이 떨어지자 쏘련군인들이 그를 붙잡아 가두었다.    《이 뒤여질 로모즈놈들아, 왜 죄없는 사람을 함부로 가두는거냐?....나를 내놔라, 나를!》     장평은 마치 철장에 같힌 표범같이 길길이 뛰였다.           최기덕이 그를 찾아갔다.     《여봐, 장국장! 날 좀 똑똑히 봐. 아직도 날 모르겠는가? 염왕산에 수편하러 들어갔던 조선사람 항일련합군대표말이야.》     장평은 두눈이 둥그래졌다.    《저, 그럼 장관은 오인하고 친한사람맞구만요! 건데 왜 여적지 잠자쿠있었나요? 오인을 데려오라구 심부름까지 시키면서두.》     장평은 민호마저 자기한테 쏘련군의 조선인장교가 누구란걸 알려주지 않아 몹시 야속해 하였다. 그는 최기덕이 자기를 해치지는 않으리라는것을 믿으면서 물었다.    《로모즈가 나를 어찌겠답니까?》     네가 이제는 겁을 집어 먹는구나. 최기덕은 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면서 꾸며댔다.    《아까 말하는걸 들어보니 뚜르와체브사령원은 장국장을 가만둘 생각인것 같잖더구만. 쏘련홍군은 군법이 대단히 무서운거요. 더구나 사령부에 뛰여들어 소란피우는 자에 한해서는.... 그래서 내가 찾아온거요. 일깨워주려구. 이럴 때는 한가지 출로밖에 없소. 솔직히 고백해서 죄를 가르는 것이지. 알겠소, 그것밖에 출로가 없단말이요. 어쨌다구 남의 바가지까지 뒤집어 쓰고 죽음을 당하겠소... 어디말해보오. 이번일이 장국장 혼자의 주장이였소? 》     장평은 대답대신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러면 누구의 주장이였소?》    《류한곤의.....》    《류한공이라.... 뭘하는 사람이요?》    《국민당부 서기장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습니다. 공산당이 장악하는 공안국이 있게되면 국민당의 세력이 없어지게 되고 국민당의 세력이 없어지게 되면 이 장평은 국장자리를 떼우게 되리라면서 날보구 그렇게 해야한다구했지요.》    《됐어, 알만해! 장국장은 속죄한 셈이야!》     위수사령부에서는 장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국민당부 서기장을 체포하여 지방치안을 소란케 한 책동분자로 론죄하여 처단했다.    《그 녀석마저 아예 시원히 베버릴거지.》    《누굴말입니까?》    《장평인지 장국장인지 하는 자 말이요.》     김웅렬이 엉뚱하게 줴치는 소리였다.     이 사람이 정신나가지 않았나? 최기덕은 그를 아느새 찍어박듯이 여겨보다가 물었다.    《그를 왜 죽이자는겁니까?》    《첫째는 국민당에 매수됐구....》    《매수되면 그게 죈가? 그는 깨닫고 돌아선 사람인데.》    《깨닫구 돌아서두 그렇지. 내가 말하자는 두 번째 리유는 그자는 믿구녕이 더럽다는거요. 듣자니 전에 토비질을 했다며.》    《지금이야 아니겠지. 한때는 토비질을 했어도 그는 손에 총잡고 항일을 했습니다. 왜서 공은 몰라봐줍니까?》     최기덕의 이 말속에는 항일했다는 네가 총한번 들고 싸우지도 않은 주제에 무슨 그리대단해서 주장을 부리느냐 너의 그 머리는 어디에 잘못된게 아니냐 하는 힐난이 확연히 내돋았다.     하건만도 김웅렬은 자기의 주견을 거두려 하지 않았다.    《본바탕이 나쁘니 끝까지 우릴 따르겠는지 믿기 어렵지.》     이런 돌대가리를 보지 그런 사유를 갖고 군중사업은 어떻게 하느냐?.... 최기덕은 극심한 편견으로 정신이 무장된 이 완고한 혁명간부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가, 상급에서는 왜 하필 이런 물건짝을 내한테 보냈는가고 속으로 불만스러워 하면서 거칠어진 음성으로 못을 박았다.    《밑그루가 나쁘다? 그렇지, 밑그루를 들춰보면야 물론 좋지 않지. 그렇다구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취급해서야 되는가. 그건 그렇고 김동무는 그 사람의 위신이 지금 어떤지나 압니까? 광복이 나자마자 그가 군중을 발동해서 일본군의 무장을 빼앗아 지금의 기초를 닦아놓은겁니다. 그래서 온 태평진의 백성들은 그를 공신으로 여기고 받드는데 그런 사람을 없애자니.... 우리가 그런다면 군중이 가만있을가? 김동무가 그래 여기의 무장을 령도나 할것 같습니까? 무모한 살인자를 가만둘 리가 있을가? 김동무는 제 목숨도 살려내지를 못할겁니다.》     김웅렬은 낯이 벌개나면서 입을 더 열지 못했다.     태평진에서 국민당의 세력은 없어져버렸고 그들이 장악하려던 공안국은 공산당손으로 넘어왔다. 최기덕은 장평을 의연히 공안국국장으로 임명하고 김웅렬은 군중공작만 책임지게 했다.      
434    <<관동의 밤>> 제2부(39) 댓글:  조회:2904  추천:0  2015-02-04
                            39               객을 꽈 박아 싣고 남쪽으로 달리던 차가 정거장도 아닌 산굽인돌이에서 갑자기 정거했다. 저기 앞에서 한떼의 비적이 레루장을 번지고 있었던것이다. 기차를 전복하고 략탈을 하려는것이다.    《왜놈이 망하니 비적이 끓는구나!》    《란시에 어떻게 살겠소. 빨리 이눔의데를 떠나야지.》     민호와 한바곤에 앉아가는 동포들이 하는 말이였다.     기차를 호위하는 쏘련군이 총을 갈겨 비적들을 쫓아버렸다.        례루장을 바로놓고나서 렬차가 다시달리기 시작했다.     한데 렬차가 어느 한 역에 서자 사람들은 끔찍스러운 장면을 보게되었다. 손에 흉기를 든 한무리의 악당들이 그 역에서 차가오기를 기다리고있는 사람들을 살해하고있었던것이다.     민호는 열어놓은 차창으로 죽어 넘어간 몇구의 시체를 보고 그것이 동포임을 알았다.     《아니 저놈이!》     한자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꾸레미를 쥐고 달아나고 있었다. 한데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는 그자가 낯이 익어서 민호는 다시한번 놀랬다. 그자는 다른놈이 아니라 호덕화였던거다.    《호덕화! 이놈 서라!》     고함을 내지른 민호는 차가 채 정거하기전에 창문으로 뛰여 내렸다. 그러는 사이 그자는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저 철천지 원쑤놈을 놓쳤구나!》     민호는 원통해서 소리쳤다.     어린애가 쓰러진 제 어미의 몸가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민호는 그리로 가보았다.     30대의 젊은 각시가 방금 호덕화의 칼을 맞고 쓰러졌는데 상처에서 진붉은 피가 쿨쿨 쏟아져 나와 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걔의 애비도 죽었소! 저게요!》     방금 략탈을 당한 사람중 누군가 알려주었다.     차가 멈추면서 총을 갈겨 비적들이 물러갔지만 10여호의 동포귀향민들은 차도 못타고 그놈들 손에 변을 당했다. 어떤 집은 장정이 죽고 어떤 집은 녀인이 죽고 어떤 집은 내외 가 다 죽어서 이렇게 아니만 남았다.     민호는 이가 갈리였다.    《네놈들을 보기만 하면 붙잡아 각을 찢어놓을테다!》     차가 떠나고 있었다. 그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얼른 안고 뛰여 올랐다.     구원된 아이는 서너살밖에 안되는 남자애였다.    《피난가는기여.》    《아닌기여. 볼락커니 우리 모양으루 고향갈락고 떠난기여.》    《끔찍허지. 백죄 이게 무슨 변이여.》    《이눔의데는 정말 몬살데다.》    《몬살데니께 빨리가야지.》     남이 당한 불행이지만 몹시안타까와들했다. 같은 동포라 자기한테 떨어진 불행같이 여기면서 겁을 집어먹기도했다.      애가 그냥 울어댔다.     아낙네 셋이 이쪽으로 왔다.    《얘야 그만울어라. 에미애비 다 잃어 어떡하겠냐.》    《애가 배곱파 울잖을가.》     아낙네 하나가 강낭떡을 우는 애의 손에 쥐여주었다.     아이는 그냥 울어댔다. 아무리 얼리고 얼려도 소용없었다. 부모를 다 잃은 아이니 섧게 울었다. 낯설은 사람의 품이라서 그것이 아무리 포근해도 서러움을 달래지 못했다. 아이는 울고 울다가 맥이 지치는지 그만 스르르 눈을 감고만다. 잠이 든 모양이다.     기차는 내처 앞으로만 달리였다. 이제 더 가서 목단강역에 이르러 갈아타고 그냥 남으로 간다면, 중도에 변고만 없다면 래일아침녘에는 도문역에 닿을것이다. 거기서 두만강을 건너면 고향땅을 밟을 수 있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민호는 더 갈 수 없었다. 그는 목단강에 채 이르지 않고 자그마한 산골역에서 내렸다. 그는 여기서 질러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흐릿한 날씨였다. 차에서 내린 민호는 태평진까지 백여리길을 걸어야했다. 렬차에서 내린 후에도 내처 눈을 감고있던 아이가 잠을 깼다. 자기를 품에 안고 가는 사람이 어쩌면 면목이 있는것 같기도한지 까만 눈으로 마록마록 올려다본다.         《요 불쌍한 것아, 네 운명이 어쩌면 이리도 기박하냐. 무정한 세월이지. 울지 말어라 얘야. 네가 운다고 엄마아빠가 눈을 다시뜨겠냐. 아마도 이젠 내가 너를 안고 방아를 쪄야겠구나.》     아이는 더 울지 않았다. 울어봤자 소용없는 줄을 알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민호는 그 아이를 웃기기도 하면서 말을 시켰다.    《울지 않으니 참 고운 애구나. 얘야 네 이름이 뭐니?》    《김성국.》    《오 그렇냐, 김성국이라. 넌 이름도 곱구나.》     아이는 제 성명만 알았지 아버지도 엄마도 이름이 뭔지는 아직 몰랐다. 아마 배워주지를 않은모양이다. 민호는 아이가 건실하고 귀여웠지만 이 애가 부모의 이름을 아직 모르니 친척이 있어도 찾아주기 어려울것 같아 근심스러웠다.    《야 요놈아, 내가 시름꺼리를 안아온것 같구나.》     아이는 웃었다. 아직은 철부지였으니까.     산간을 벗어나니 꽤 널다란 길이 나졌다. 그 길을 따라 내처 서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갈림목에 거진이르러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 둘을 새로만나게 되였다. 둘다 검정치마에 흰옷을 입었는데 머리에는 보따리를 이렀다. 저고리의 고름이 바람에 팔팔 날리고 있었다. 분명 동포녀인들이였는데 하나는 점고 하나는 늙었다. 보아하니 모녀가 아니면 고부간일것이였다.     혼자서 고적한데 동포를 만나 길동무를 하게됐으니 미상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지라 민호는 걸음을 부지런히 놓아 따라잡으면서 말을 걸었다.    《조선분들이구만! 어디로 가십니까?》     두 녀인은 무르춤 서서 이쪽을 보았다.    《에그, 손님도 조선분임둥!》     깜장옷고름을 단 로파가 반가와 하면서도 얼굴에 다소 미안해하는 빛을 띠였다. 아마 면목모를 사람이 뒤를 바싹따르니 따게 보고 불안스러웠던모양이다.     《하하, 날 의심했던 모양이구만.》    《글쎄요....》     각씨가 말을 하려다말고 사나이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본다.     로파가 민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어왔다.    《어디메 감둥?》         《나말입니까, 태평진에 갑니다.》    《그러믄 같이 동무하게 됐네. 우리두 그쪽으루 가꼬마.》    《댁이 태평진에 있는모양이죠?》    《아니꾸마. 그 뒤의 목청에 있쓰꾸마.》     목청에는 일본이민단속에 조선사람 열둬호가 끼여 살았는데 그 마을의 일본사람들이 화금으로 피해가자 그들도 따라갔더랬다. 그러다가 일본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면서 어디론가 훌쩍 가버리니 그들은 마치 병아리가 오리무리에 끼였다가 배척당하듯 나앉아 하는수 없이 목청에 되돌아가 사는 판이였다. 한데 민호는 아무리봐야 로파가 면목이 있는지라 전에는 어디서 살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로파가 자기는 전에 가진구에서 살다가 지금의 그  목청마을에 이사를 왔노라했다. 그렇구나, 그 딸부자집이 맞구나! 민호는 흑룡강가에서 밀수장사를 해먹으면서 독립혁명에는 꼬물만큼도 관심없던 한 사람의 몰골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의 이름이 김국정이라는것 까지도 아직 기억에 남아있었다.       품에 안긴 아이가 또 보채기 시작했다.    《오오오, 이놈아 배고프냐?》     민호는 아이를 달래다말고 두 녀인을 향해 비라리를 했다.    《그 보따리에 먹을게 있거든 좀 주시오. 애가 아마 배곱파 이러는것 같습니다.》    《집의 애깁둥?》    《아닙니다.》    《그럼 뉘집앤가요?》     각시가 처음부터 이상스런 눈길로 보고있더니 캐물었다.    《오다가 주은애요.》    《어마나!》     그녀는 걷다말고 눈이 동그래진가.     로파도 걸음을 멈추고 굳어진다.    《아니 그게 무슨소림둥? 주었다니?....》     민호는 기차타고 오다가 목격한 일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두 녀인은 듣고서 혀를 끌끌 찼다. 애가 운명이 참 기구하다하느니 민호를 세상에 둘도 없이 마음좋은 사람이라느니했다.     각시가 머리에 인 꾸러미를 내리자 로파가 먼저 꾸러미를 내려 헤치여 삶은 강냉이를 한이삭 꺼내였다.    《여기걸 주자. 그건 꺼내지 말거라.》     민호는 반갑게 받아 아이손에 쥐여 주면서 물었다.    《두분은 어떻게 되는 사입니까?》     로파가 알려주었다.    《얘는 내 딸이꾸마. 집이 저어기 이도하자에 있습지비. 내가  일이 있어서 갔다가 오는건데 길에 도적놈많아서 혼자못간다면서 이렇게 따라나섰으꼬마. 이러구 보니 손님을 참 잘만났네 동무하게 돼서. 얘 분선아, 으전 그만 돌아가거라.》     댁의 로인은 없는가고 물어보니 집에 있다는거다. 이젠 령감이 됐을텐데....민호는 속으로 뇌이면서 이마살을 찌프렸다.    《원, 두분 다 우둔하구만요. 도적이 씨굴씨굴한데 나다니지를 말아야지 어쩔라구 그럽니까. 그래 사위되는 분은 없습니까?》       《사위말임둥 있스꼬마. 있어두 저그만치 일곱이나 되꾸마. 얘가 네번째 딸이꼬마.》     로파는 사위많은걸 자랑삼아 말했다.     민호는 각시를 다시봤다. 이 로파의 네번째딸이면 나를 주자던게 아닐가. 대체 어떤 남편을 얻어 사는지 궁금해났다. 하여 너짓이 물어봤다.    《이도하자 사위분은 누군지 왜 장모를 이렇게 보낸답니까?》    《황용팔이를 모릅네까유. 걔가....》      각씨가 로파를 말을 더 못하게 하느라 얼른 해석했다.    《우리 나그넨 집에 있어도 사정있어서 못떠나요.》    《그 사람 무슨눔의 병인지 여러달째 구들장만 지키구있어.》     각시는 어미가 앓고있는 사위가 미워 구시렁거리는것이 보기싫은지 말머를 돌렸다.    《여러집이 털렸어요. 밤에 낯가리구 칼들고 와서는.... 모두들 말하는게 그것들이 다 웃마을에 사는 되놈들이래요. 원 어쩌면 제바닥 사람끼리 그런짓을 하는가요. 애 아버지가 일어나면 우리도 목청가 살아야겠어요.》    《거기라고 안전할까, 나쁜놈은 어디나 다 있는데.》     민호는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나 알아보려했다.     로파가 전번때 있은일을 말하는것이였다.    《손님은 그래 모름둥. 우리 거기서 하마터면 몰살을 할번했쓰꾸마. 일본이민단하구 같이 있다가.... 마침 오인이라구 허는 사람이 나타나 못그러게 해서 구원이 된게꾸마. 듣자니 조선사람이라는데 낯이 어떻게 생겼는지 하느님같이 고마분 분이지.》     민호는 동포들이 자기가 해놓은 일을 공으로 여겨주면서 잊지 않으니 고마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한 혼란스러운 이 세월에  딴심보를 품은 자들이 조선사람을 얼구이즈(二鬼子), 즉 두 번째 일본놈이라면서 무지한 한족들을 선동하여 무시무시한 어떤 거조를 낼것만 같아서 은근히 근심스럽기도했다.        올때 장평보고 말을 건사해달라고 맡겨둔 일이 있어서 민호는 태평진에 이르나 그를 찾아 곧추 치안대로 갔다. 위삼포가 조난당한 예전의 유지회접대실이 지금은 치안대실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민호는 거기서 뜻밖에 자기를 마중나온 향란이를 만났다.    《원 올사람 오잖을라구.》    《이게 며칠인가요. 듣자니 지금 사처에서 도적이 끓는다는데..... 건데 얘가 누구의 앤데 안고와요?》    《우리 애지. 오다가 주었소.》    《무슨소린지.... 롱담작작해요. 애가 귀엽게 생겼네요.》    《롱담아니야. 얜 내가 주은애요. 그렇지, 성국아? 네가 말해보렴. 믿질 않는구나.》     이때였다. 옷입은 주제들이 람루하긴 해도 끌끌한 사나이 스믈여섯이 욱 쓸어들어 오면서 불렀다.    《오인형님!》    《엉!?....》     민호가 고개들어 보니 그들은 다가 전에 염왕산에서 휴척을 같이해왔던 류자들이였다. 너무나 뜻밖인지라 민호는 혼을 잃은 사람같이 어안이 벙벙해지고말았다.    《아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너희들은 엽때껏 어데 있다가 이렇게 나타느는거냐?》    《하하하!.....》     모두 집안이 떠날갈지경 일장의 폭소를 텃치였다.     향란이가 웃다말고 알려주었다.    《이분들은 오인만나러 왔어요. 여게와서 기다린지가 벌써 닷새째 되는걸요.》    《나를 기다렸어? 하하하!....》     그제야 민호도 소리애여 웃으면서 하나하나 눈주어 다시봤다.     26명중 15명은 마수재를 따라서 목청에 가마마스러 갔다가 살아난 류자들이고 11명은 민호를 따라 화금에 갔다가 포위에 들어 싸운 끝에 거기를 뚫고 나와 염왕산까지 들어가놓고 다시 사지판에 들었다가 겨우살아난 류자들이였다. 그들은 다가 여지껏 장광재령의 평정산(平頂山)과 로독정(老禿頂)에 숨어서 원시인같이 지내다가 우연히 서로 만난것이고 이제야 일본이 망한것을 알고 버덕으로 나온것이다. 실로 숨이 질긴 기구한 행운아들이였다.    《오인형님, 우린 처음에는 저마끔 흩어졌다가 하나둘 만나고 만나다보니 지금은 보는바와 같이 이렇게 대오가 된겁니다.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료략질을 내놓구는.》     여럿중 전에 제2련에서 패장노릇을 했던 두지개(杜之開)란 류자가 이러면서 마침 오인도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노라했다.     그들은 다가 염왕산의 포토우두령이 태평진에 나타나 일본군의 무기고를 털었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정녕 그렇다면 그건 바로 오인 정민호일것이다, 그가 여직 살아서 동산재기(東山再起)를 하는 모양이다 하면서 급급히 달려왔다고 한다.     민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예전에 오군자두령질을 할 때 어느덧 나도모르게 급인지풍(急人之風)이 있는 협객으로 이름나더니 이제 또 그모양이 되는가, 아무튼 이것들이 나를 믿고 찾아왔으니 버리지는 못하겠구나.      《이 오인이 본래는 고향돌아갈 생각이였다만 지금은 가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주어 온 이 애를 보아라. 부모가 악당의 칼을 맞아 사고무친한 고아로 되고말았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아는가. 호덕화 놈이다. 이건 내 눈으로 친히 본거다.》    《아, 호덕화! 오인형님이 그래 그놈을 봤단말입니까?》     호덕화의 이름이 나오자 류자들은 모두 눈에서 불이 일었다.     이미 향란이로부터 염왕산이 괴멸하게 된것은 호덕화가 변절하여 길잡이를 서줬기 때문이라고 들었던것이다.    《그놈은 철천지 원쑤다!》    《그놈을 꼭 잡아야 한다!》     스믈여섯 류자는 모두 한결같이 웨치면서 이를 갈았다.     민호는 속으로 됐구나 됐어 너희들의 가슴속에 복수가 불타고있으니 됐구나 됐어 하면서 그들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악당의 귀축같은 만행을 저주하고 증오한다면 그것은 품이 서는것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들 중 누가 이제 호덕화모양으로 악행을 하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는 없을줄로 믿는다. 그것이 죄악이란걸 안다면 절대하지 않을것이다.》    《옳은 말이요! 우리가 악당으로는 되지 않을것이요!》     누군가 부르짖었다.     민호는 들피지고 강강한 모습들을 보면서 한결 정중하고도 박력있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사한 말이다.... 그러길래 이 멋으로 사는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목숨을 초개같이 알되 그것을 헛되이 던져서야 되겠는가. 삼생의 죄를 씻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의로운 노릇을 해야한다.... 지금 혼란한 시기를 당하여 불쌍한 생령들이 도탄에 빠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과 죄가 맞붙는 싸움을 해야한다. 우리가 항일을 한것 처럼.》    《우리는 오인형님의 지시를 받겠습니다!》     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웨치였다.       이때 장평은 제 일을 보느라 어디에 나가서 없고 향란이는 민호가 주어온 아이를 데리고 놀았다. 이미 석녀로 되어버리고 만 향란이는 이젠 아이를 밸 수 없는지라 남의 아이라도 하나 가져다  길러볼 생각이였으나 민호의 생각이 어떤지 몰라 여직 입을 열지 못하였던것이다. 한데 오늘 뜻밖에 민호가 아이를 하나 안아왔으니 차라리 잘된것 같았다. 향란은 무당절반 의사절반 되면서라도 내가 이 아이를 길러 내 자식으로 만들어보리라 맘을 먹었다.       《본인은 이곳 유지회사람이요. 당신들 중에 누가 두령인가?》     웬 사나이가 곁다리 둘을 데리고 나타나 집안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걸길래 눈여겨 보니 면목있는자였다.     저 피자놈을 내가 또 만나게 되는구나!.... 향란이는 숨결이 거세여지면서 젓가슴이 오르내렸다. 당장일어나 요정내고싶었다. 내가 그때 저자를 아예 없애버렸어야 옳았는데....     기름을 바른것 같이 윤기나는 까만 팔자수염이 뱁새눈과 강마른 얼굴을 장식해주고 있었다. 선량한 티라곤 손톱만치도 없이 매끄럽게만 생겨먹은 그자는 언젠가 향란이가 아버지의 산소에 분향을 하려고 여기에 왔다가 사진을 가지고 뒤를 따르기에 철채찍을 휘둘러 꼭그려뜨렸던 그 둘중의 한자였던것이다. 그는 아직 향란이를 알아본것 같지 않았다.    《저분이 우리의 두령이요, 왜그러오?》     두지개가 턱짓으로 민호를 가리켰다.     태평진유지회의 사람이라는 그 팔자수염은 민호를 한참이나 눈박아보고나서 머리를 다시돌려 두지개를 보며 말했다.    《오, 임자로구만. 십년전에 여게와있지 않았는가?》    《맞소 맞아. 나 여게와 있었어. 메기눈 작아도 볼건 다 본다더니.... 건데 온데는 는 어쨌단말이요?》     도지개의 멸시담긴 언사에 팔자수염은 이마살을 찌프렸다. 그의 그 가느다랗게 치째진 뱁새눈은 넌 불청객이야 이놈하고 내쏘는것 같더니 입에서 욕이 나갔다.    《이 토비놈아! 사단을 일으키고 간 일을 벌써잊었냐. 낮가죽 가려운줄도 모르구 또 와서는....흥!》     용강이를 따라서 들어왔다가 가버린 일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도지개가 욕을 먹고 가만있을리 만무였다.    《뭐라, 내가 낮가죽가려운줄도 모른다?.... 당나귀입술이 말의 입에 맞지 않는거야. 누가 할 소릴 누가 해?》     팔자수염은 이쪽이 배포유한데다 모두들 자기 하나를 쏴보는지라 그만 움이 질려 말을 더 못하고 턱만 까불었다.     향란은 그를 보면서 지난때의 일을 다시금 후회했다. 왜놈들은 망해서 쫓겨났다. 하건만 그놈들한테 붙어서 피자노릇을 하던 저따위놈들은 남아서 주인행세를 하자고 드니 한심하구나. 내가 그때 저놈을 아예 없애버렸어야 옳은건데 과연 잘못했구나.     향란이는 팔자수염을 이번까지 세 번째 본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묘에 분향하러 왔을 때고 두 번째는 사진사 왕아명을 찾아왔을 때다.     그날 한낮때였다. 향란이가 말에 안장을 지워갖고 초옥서쪽에 있는 개울가로 끌고 가 물을 먹이고있는데 소춘매가 어느새 알고는 달려와 걱정했다.    《시누이 그냥 가려오. 가지말란데두 그러네. 시누이를 빼앗겨버린 그놈들이 다리가 졸아붙었다구 가만있을가, 원. 어떻게 하나 붙잡자고 눈에 쌍불을 켜고있을건데.》    《이런것 저런것 무서워 주저하구서야 어떻게 산채를 나가며 내가 어떻게 위씨가문의 딸노릇을 할가. 날 어디 붇잡아 보라지.》     향란은 이러면서 고집스레 말을 타고 태평진에 왔던것이다.     해가 서산에 넘어가 땅거미지기 시작했다. 이 시각을 맟춰서 온 향란이는 그때도 말을 성밖의 그리 멀지 않은 밭곁의 풀밭에다 몰아넣어 저절로 풀을 뜯게 해놓고는 성내로 들어왔다. 향란이는 먼저 사진사의 집을 찾아가기로 맘먹었다. 지지당부했건만 사진을 내돌려 자기를 위험에 처넣은 그를 살려두지 않으리라했던것이다. 등잔불을 켠 집들은 창문이 밝았다. 거리에 가로등이 설치되였어도 을 지원하느라 전기를 절약하라면서 켜지 못하게 했던것이다. 성안이 어둡건 환하건 향란은 자기가 활동하는데 크게 영향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담이 그만큼 커있었던거다.     사진관 바로 맞은켠에 가게방이 하나 있고 그 가게방과 이웃하여 협착한 공간을 리용하여 절름발이 신기료가 신깁는 방을 꾸려놓고 있었다.     향란은 거기로 가서 절름발이와 마즌켠 사진관 사진사네 집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어봤다.    《아주머닌 어디서 왔소?》     신기료는 빤히 올려다보면서 되묻는것이였다.     《륙도구에서 왔어요.》     향란은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먼데서 헛걸음했구만.》    《왜서요? 사진사가 집에 없는가요?》    《저걸 보시오. 벌써 나흘째나 문이 꾹 닫겨있다니까요. 아명은 어디 외출을 한게 분명하지.》    《그가 어디로 외출했을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 알겠거든 댁네하구나 물어보슈.》    《아니 그런데 저....》     향란은 어쨌으면 좋을지 궁리가 미처돌지 않아 잠시 망설이였다. 그러다가 그저는 돌아갈 수 없어서 물어보았다.    《그래 집은 어딘지요. 그가 없으면 댁네라도 만나봐야겠어요.》    《저 옆쪽에 골목있잖우. 저기루 가서 왼편으루 돌아서면 벽돌담이 있는데 널문을 했지유. 거기루 들어가면 됩니다.》     그런즉 사진관이자 곧 저택이 되는 셈이다. 향란이가 절름발이 시키는대로 큰길을 건너 골목을 돌아가 보니 과연 한길되게 쌓은 벽돌담이 나지고 널대문도 있었다. 한데 대문을 열자고 보니 밖에다 자믈쇠를 놓은채 그 집은 고즈너기 어둠속에 잡겨있었다.     그자의 녀편네도 없단말인가? 요렇게 공교로울 변이라구야 내가 공탕을 하다니. 염왕산 류자들은 강탈을 해도 여지껏 주인없는 집은 침범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건 비겁한 자의 졸렬한 행동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향란이는 신기료를 다시찾아갔다.    《왜 집도 비였소?》     녀인이 인차돌아오는것을 보자 그가 먼저물었다.    《대문을 잠갔네요.》    《그러면야 복장점에서 안돌아온게지. 거기나 가보오.》    《복장점이라니요?》    《아니 모르는가, 아명은 돈많이 벌어 복잠점차린걸.》    《그런가요. 그렇다면 운이 튼 사람이네요. 사진관을 차렸겠다 복장점을 차렸겠다. 어쩌면 복이 그리두 굴러들가.》     향란이는 장탄설을 늘여놓다말고 그가 알려주는대로 사진사가  차린지 그 복장점을 찾아갔다. 멀지 않았다. 남쪽으로 좀 더 나가니 간판을 내건 복장점이 나졌다. 사진관을 차려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으면 이토록 남이 없는 세를 내며 살가. 태평진에는 복장점이 여러개있었다. 향란은 전에 자주다녀서 다 알고있지만 새로 생긴 이 복장점은 처음와보는것이다.     카텐을 쳐서 창문이 그리 밝지 않을 뿐 불을 켜놓았으니 안에 사람이 있다는걸 말한다.     《그렇지, 내가 빈손으로는 돌아가지 않게 됐구나.》     향란이는 웃음이 절로흘러나왔다.     사위가 조용했다. 향란은 미리준비해갖고 온 검은천으로 복면하고 문가로 다가갔다. 귀를 기우렸더니 안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나고 있었다. 혼자서 중얼댈리는 없는것이다. 하나는 여자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남자목소리였다. 사진사가 출장을 했다니 저년은 필시 다른사내와 마주하고있으리라.     도란도란 나던 말소리가 갑자기 웃음으로 바뀌면서 높아졌다.    《아유 간지러워라! 호호호....》    《흐흐흐....》     둘은 분명 그짓을 하고 있었다. 집안으로부터 나오고있는 닉음(溺音)은 당장뛰여들어 강탈을 하려던 녀인의 의지를 뒤흔들었다. 향란은 내가 이럴때 뛰여드는건 남의 은사를 휘젓는 갈개꾼짓이다. 참자 조금만 더 참자했다.     이윽하여 조용해졌다.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제는 끝난모양이다. 한데 사나이가 거기서 얼른나오지를 않으니 향란이는 초조해났다. 어떤 자식인지 남의 녀편네와 아예 딱 붙어서 이 밤을 보낼셈인가. 그러면 안되겠는데. 향란이는 집안정형을 알고싶었다. 그래서 그 복장점의 다른 한 창문에 가보니 마침 카텐의 한쪽이 덜가리워져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진사녀편네는 드세게 찧어댄 방아공이에 열이 난 방아확을 식히느라 그러는지 알몸뚱이로 탄자를 편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고 사나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향란이는 그 사나이가 옷을 다 입고나서 몸을 이쪽으로 돌리는 순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다. 팔자수염을 괘씸하게 자래운 그는 언젠가 사진을 가지고 성밖까지 뒤를 밟아나왔던 자였던것이다. 자신도 알지 못할 감정이였다. 향란이는 다른때는 늘 내가 응당 그놈은 죽여버렸어야 했을걸 하면서 후회했건만 정작다시보니 이상하게도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팔자수염은 거기를 나와 어딘가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안에서 돌차간 인기척이 났다. 향란이는 녀인이 문을 잠그자고 일어난다는걸 제꺽알아챘다. 어물거릴 때가 아니였다. 그녀는 복장점의 문을 뚝 떼고 안으로 성큼 들어서고있었다.    《악!》     사진사녀편네는 복면한 사람이 귀신같이 나타난지라 그만 혼비백산하여 숨넘어가듯 단마디 비명만 내지르곤 털썩 주저앉았다.    《발정을 한 계집년!》     향란은 한마디 욕을 해놓고 불빛에 번득이는 비수를 코앞에 들이댔다. 아직 몸에 실한오리도 걸치지 않은 녀인은 고양이한테 잡히운 쥐모양으로 바들바들 떨었다. 목구멍이 꺽 메여 소리를 지를 수 없고 오금이 졸아들어 달아날 수도 없었다.    《여게 도루누웠거라, 어서! 일어나면 없애치울테다!》     넋이 떨어진 녀인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것 같아 방금 팔자수염과 극락을 보았던 탄자우에 다시눕는 수밖에 없었다.     향란은 그녀가 눕자 진렬장에서 까마반들반들한 수달피목달개를 단 값진 녀인용털가옷을 두벌꺼냈다. 털세타 네벌과 남성옷 두벌 그리고 남성용과 녀성용적삼도 각각 몇벌씩 꺼냈다. 그런 후 그녀는 그것들을 꾸러미에 싸갖고 나와버렸다.      사진사는 제 복장점을 털리우고서도 경찰에 보고하지 않았거니와 이웃과도 까딱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것은 그번 략탈이 어느 혐원이 있는 악한 녀인이 제 안속을 채우느라 계획적으로 남의 은사를 들춰낸것이라 여겨지는 한편 이 일을 내놓고 떠든다면 도적도 못잡고 공연히 추문만 퍼져 세상사람들의 조소와 비난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로부터 향란은 정식으로 손을 펴기 시작했던것이다.     이듬해의 청명절이 돌아오자 향란이는 제 아버지의 산소에 참배하러 간 기회에 두 번째로 그 복장점을 털어냈다. 그번에도  사진사녀편네가 면바로 집에 가지 않고 복장점에 있었는데 향란이는 수건으로 그녀를 아갈잡이를 시킨 후 침대에 꽁꽁 묶어놓고는 상점안의 옷들을 걷어 트렁크 두 개에 골똑넣어갖고 돌아왔다.     그번까지 당하고서야 사진사네는 경찰에 보고했고 그와 함께 태평진에는 흉맹한 녀강도가 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게 누구일까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리저리추측만 할 뿐  근거가 똑똑치 않으니 누구나 명확히 알아맞히지 못했다. 태평진에 복장점이 여럿되는데 이 녀강도가 사진사네 한집에만 달려들고 다른집은 건드리지 않는게 이상했다. 그러면서 다른 또 한가지는 일본사람은 보는족족 해치니 더구나 수수께끼로 되고 있었다.     지난해의 초겨울. 향란이는 사진사의 집을 세 번째 습격했다. 그번은 그녀가 략탈을 목적한것이 아니라 사진사를 아예 없애버리려 한 것이다.     사진사 왕아명이 마침 집에 있었다.     그의 녀편네는 친정에 가고 없었다.     그날밤은 웬 일인지 전기를 주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오래간만에 전기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불빛이 밖으로 한점도 새여나가서는 되지 않았다. 기실은 이것이 방공련습이였던것이다.    《엑크!》     사진사는 복면한 녀강도가 집안에 뛰여들자 궁둥이를 총에 맞은 노루모양 풀쩍 뛰였다.    《도, 돈을 줄께!.... 여, 여게있어!.....》     사진사는 벌벌 떨면서 뒷걸음쳐 벽가에 놓여있는 책상에 다가가 뻬랍을 뽑고 손을 넣었다.    《허튼수작말어!》     향란이는 어느결에 허리에 감고있던 철채찍을 풀어 그자의 팔목을 후려갈겼다.     권총이 땅에 떨어졌다.     향란이는 철채찍을 휘둘러 그를 한쪽구석에 몰았다.     어께와 목이 찟기운 사진사는 울상이 되여 원성을 텃드렸다.    《네년은 대체 누군데 우리만 그냥 못살게 구느냐, 엉?》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냐, 이 한간놈아!》     향란이는 유연한 태도로 낯을 가리웠던 수건을 벗었다.    《이젠 알만하겠지?》    《아, 알만하오. 자, 잘못했소.》     향란이는 가증스러은 그자를 향해 경멸을 보내였다.    《더러운 피자놈! 잘못했다면 다냐. 사진사의 탈을 쓰구 왜놈의 첩자질이나 하고....네놈은 대체 몇사람이나 잡아먹었냐?》     자기가 이미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고 피하지 못할 사지에 들었음을 깨달은 사진사는 발작적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강도야!》     향란이는 철채찍으로 그의 입을 갈겨놓았다.     사진사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안고 딩굴면서 피를 억물었다.     누군가 잠그어 놓은 앞문을 발로 걷어찼다.    《그게 누군가요? 왜 그 모양인가요?》     향란이가 화난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요. 소래기는 왜 질렀소?》     방공훈련에 동원된 순경이였다.    《소리라니요, 누가 소리쳤게?》     순경은 여자의 목소리라 뭐라고 구시렁대면서 가버렸다.     향란이는 상우의 재떨이곁에 있는 석냥갑이 눈에 띄이자 그것을 손에 쥐였다. 뻬랍을 뒤지니 인화지와 사진건판들이 가득나왔다. 그녀는 쓰레기통에 구겨 던진 종이와 신문지들을 커다란 그림병풍가에다 모아놓았다. 그리고는 그 우에다 뻬랍안의 것들을 마저털어 놓은 후 석냥을 그어댔다. 불이 당기였다. 향란이는 사진사가 바당에다 떨어뜨린 권총을 주어 들고 뒷문으로 해서 밖으로 나왔다.     달빛이 흐르는 밤은 고요했다.     태평진을 나와 마상에 올라앉아 뒤돌아보니 성안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향란이는 소란해지기 시작하는 태평진을 뒤에 남기고 말을 달려 그날밤으로 염왕산에 돌아왔던것이다.     사진사의 죄는 파라척결(爬羅剔抉)했지만 특무녀석의 죄는 그대로 숨겨져 있었다......    《여보시오, 무슨일있습니까?》     민호는 입을 열고 그 팔자수염과 물었다.    《당신이 두령이요?》     팔자수염은 이켠을 다시보며 얼굴에 노기를 피웠다.     이 자식이 왜 이모양이냐. 민호는 그를 갖잖게 여기면서 여전한 투로 말했다.    《대체 무슨일인지 어서 말이나해보시오.》    《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으니 어서 여기서 가버리란말이요..... 왜 그러겠는가. 그건 이런거야. 염왕산은 전에 여기서 좋은 일 하잖았거든. 원한을 많이 끼쳤어. 그래서 주민들은 환영하지 않는단말이요.》     두지개가 참지 못하고 일어서면서 발끈했다.    《그따위 개나발같은 소리는 작작해라. 이눔의데가 다 뭐야. 우리 위두령은 여게왔다가 눈감았다. 그때 일 우리는 뭐 속에서 내려간줄 아느냐?》     향란이가 격분했다.    《저 미친 녀석을 좀 가르쳐줘요.》     말이 떨어지기바쁘게 류자들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     이러자 다른 둘은 그만 혼겁하여 밖으로 내뺐다.     류자들은 그러잖아 심심하던 참이라 네놈이 제발로 잘 찾아왔구나 태평진 주민들이 우릴 환영하지 않으면 꼴이 어떻게 되는가를 좀 보여줄테다면서 팔자수염을 몸에 실한오리 없이 쫄닥벗겨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는 좋다고 손벽을 쳐대며 왁작 웃어댔다.     좀지나니 장평이 일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뛰여왔다.     《너무하오! 너무하오!》     류자들이 그의 말을 문질러버렸다.    《뭐가 너무했단말이냐.》    《너무한게 없다.》    《그만쯤했으니 우린 대자대비를 베푼거다.》     장평이 울상이 되어 알려줬다.    《그게 나의 재종형이요.》    《뭐라구!?.....하하하!....》     류자들은 다가 일순간 멍해졌다가 다시 폭소를 텃치고말았다.    《그런 재종형이 있다고 말이나할게지.》     그저 이런 작난이나 분풀이로 무마해버릴 일이 아니였다.     오늘 이같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는 한때 위용강을 따라왔던 자도 있어서 태평진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기억하니 자연히 말성이생기기 마련이였다. 염왕산토비는 다 없어졌다더니 어디 그렇지 않구나, 그자들이 뭘하자고 여기에는 모이는가 불만품으면서 불안해 하는 사람이 적잖았던겄이다.     장평은 그래도 주대있는 사나이였다. 그는 종숙이 노여워하건말건 재종형이 욕하건말건 남이야 지벌대건말건 다 꿈만해하면서 류자형제들의 해후의 상봉이니 경축하지 않아서야 되느냐며서 돼지잡고 술받아 연회상을 크게 차려 위로했다.    《스믈여섯에 넷을 가하고 거기다가 나까지 합하면 모두 설흔하나. 염왕산은 아직살아있소!》     장평은 좋아하면서 오늘 이같은 만남은 신불의 덕택이라했다.     그런것 같기도했다. 목에 모두 옛모양으로 부대화상을 걸었다.     장평이 입을 다시열었다.    《오인형님, 지금 염왕산에는 산채도 없잖은가요. 형편이 그같이 좋잖은데 이 동생이 의견을 한가지 내놓으랍니까.》    《말해봐 뭔데?》     민호는 귀가 솔깃해졌다.     장평이 입을 다시열었다.    《내 의견은 이런겝니다. 형님들은 다 여지껏 산속에 갇혀셔 고생많이 했는데 이제는 다시 산에 가지 말고 그냥 여기에 눌러있는게 좋잖은가하는겝니다. 우리 치안대하고 합치든지 아니면 독립으루 되던지 건 맘대루구. 그러면 난....》     두지개가 팔을 홱 저어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가만, 네 의견은 그래 우리더러 밥을 얻어먹기 위해  태평진보초를 서라는거냐?》     다른 류자들도 굶을지언정 그 노릇은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관심이 고맙다만 장평아, 우리는 환영도 하잖는 여기에 눌러앉아있을 수 없네라.》    《너나 여기서 대장질을 해먹거라. 우리는 산에 들어가서 다시기국하련다.》     민호와 도지개의 말이였다.     그들은 마음먹은대로 하였다. 연회를 파하자 장평 하나를 내놓고 류자들은 그 자리로 떠나 오인 정민호와 향란이를 따라 염왕산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중앙산채의 페허위에 터를닦고 통나무를 베여 커다란 집 한 채를 지어놓고 어느날 의식을 거행하여 새로 기국했다.     민호는 30명의 류자로 새로 조직된 자기의 이 대오를 라 이름을 달았다.      
433    <<관동의 밤>> 제2부(38) 댓글:  조회:2748  추천:0  2015-02-04
                  38                  염왕산은 옛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변해버리고말았다. 하지만 여지껏 상상했던 그것과는 달랐다. 민호는 설계가 독특한 중앙산채를 비롯하여 여덟방위에 나뉘여 앉았던 똑같은 크기의 모양좋던 그 산채들이 다 비행기의 폭격에 날아나고 불타버렸으니 그 페허마다에는 쑥과 잡풀과 나무들이 무더기로 자라나 염왕산은 온통 고총을 방불케 하는 북망산일것이며 보이는것은 류자들의 해골일것이니 귀신이 수파람할것이다. 이젠 영원히 사람의 말소리도 웃음소리도 말들의 투레질소리도 들을수 없고 볼수도 없으리라 여겼는데 정작와보니 그렇지 않았다. 우선 여기에 외롭게나마 초옥 두채가 있어서 아직도 생명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니 그야말로 상상밖이요 꿈에도 바라지 못했던 기적이였다!     민호는 두 팔을 공중에 뻗어 올리면서 부르짖었다.    《오, 염왕산아! 내가 오기를 잘했구나!》     그의 출현은 적막하고 고적한 이곳에다 커다란 생기와 활기를 부여했다. 제일 기뻐하는 사람은 물론 향란이였다.      민호는 몸을 돌려가면서 휘둘러 보았다. 하나의 의문이 갈마들었다. 왜서 초옥은 한 채 짓지 않고 두채지었을가? 그것도 가지런히 짓지 않고 동안뜨게 지었으니 왜서일가? 다해봤자 사람이 셋인데 왜서?....왕견과 소춘매가 한동이 되어 향란이를 외목낸거나 아닌가?....화목하지 않단말인가?....지금의 모양을 봐서는 그런것 같지도 않은데 도대체 왜서일가?....수레와 쟁기가 눈에 띄였다. 말 세필에  소도 두 마리나있었다. 저것들은 다 왕견이 손수 거두고있을거라고 민호는 생각했다. 각자모두 제살도리를 하겠지만 공동의 생활을 영위코저 제일로심초사를 할건 그래도 왕견일것이다. 그만이 힘꼴쓰는 사람이니까.    《왕형! 왕형은 그지간 수고많고 고생도 참 많았겠소.》     민호가 말했더니 향란이가 곁에서 알려주었다.    《그래요. 우리 여자들이야 밥이나 먹을줄 알지 뭘 알겠나요. 우선 집짓는 일부터 모든 일이 그분의 힘 그분의 손이 안간게 없어요. 지금보이는 터전말고도 저 골안에 있는 밭까지도 거진다 혼자서 도맡다싶이 다루는데요. 이젠 그야말로 실농군이 됐어요.》     왕견이 웃었다.    《어디 나만 농군이 된건가. 다 같이 됐지.》     소춘매가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하긴 그래두 힘든 일이야 당신이 도맡았지. 안그래요? 그럴 능력도 없어갖고 여자치마밑에나 기여드는 남자면야 누가 고와나할까, 아무짝에도 못쓸 그런 남자면 말이얘요. 안그래요?》     모두 하하 웃었다.     향란이 한마디 보탰다.    《우리가 이제는 제 손꿉놀리는 로동자로 변했나봐요.》    《그렇지. 그렇구말구. 가마를 마스지 않아두 얼마든 살아가게 됐으니. 오인 자네두 알다싶히 우리네 이 염왕산에야 짐승이 워낙 많잖은가. 손꼽만 놀리면야 고기도 떨구지 않고 먹지.》     왕견은 자기도 이제는 전에 민호가 하던 모양으로 사냥에 흥취를 붙이였노라 자랑했다.    《거 잘하는구만! 그래야지. 헌데 왕형, 반강자는 하시오?》    《아따, 그걸 왜 안해. 반강자 안하구서야 살멋이 어디있는가. 오인까지 왔으니께 이젠 좋아.》     왕견은 술친구 하나 더 나져 기분이 좋은모양이다.     《그건 우리 손으로 고와요. 순 수수쌀갖고요.》    《그대가 마실 반강자없을가봐 그러나요. 우리 염왕산에 언제 그것이 말라봤게요.》     소춘매의 말 끝에 향란이가 이러면서 제만 부지런하면야 매일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묻혀 살아갈 수도 있노라했다. 지금 온 만주백성이 그놈의 성전지원(聖戰支援)바람에 무차별혹사를 당하고있다. 최저의 생존권리마저 잃어가고 있다. 걷어갈건 다 걷어갔고 빼앗을건 다 빼앗아 백성들이 거의 아사(餓死)지경에 이르고있는데 비하면야 여기가 고적하긴해도 편안하고 풍부해서 진짜무릉도원인 셈이 이닌가. 다시생각해봐도 여기로 온것이 명지한 행동이였다.     《오인 이걸 봐. 우리야 아직두 눈을 멀뚱멀뚱뜨구 살아있지를 않어. 신불이 그냥 가호해줄거야.》     왕견이 이러면서 제 목에 걸려있는 부대화상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찌붓하고 묻는다.    《거긴 이걸 어떻게 했소?》    《부대화상말이요. 여기를 빠져나갈 때 그만....》    《잃어버렸겠지. 근심말우, 나한테 있으니까.》     민호가 말을 하다말고 꼬리를 흐렸더니 왕견은 그도 자기처럼 그걸 잃었으리라 생각하고 하나주었다.     어느날 중앙산채의 페허를 뒤지다가 그가 즈좡이 생전에 갖고있었던 철궤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 안에 류자들의 명부와 함께 부대화상여러개가 고스란히 보관되여있었던거다.     민호는 노랗고 반짝이는 부대화상을 목에다 다시걸었다. 그러고보니 자기는 마치도 산을 나갔던 중이 제 절간으로 다시온것 같고 던져버렸던 옛 생활의 궤도를 다시찾아 들어선 감이였다. 내가 이제 또 토비질을 한단말인가? 그러지는 말아야지, 절대로! 운명이 다할 때 까지 함께 살아가자! 넷이 손맞추어 인간다운 새 생활을 영위해 가자! 현실은 여생을 다시계획하게 하면서 그한테 새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할가! 왕견역시 자기는 이제 후반생마저 죄로 엮어간다면 죽어서 검림지옥(劍林地獄)에 떨어지고말거라면서 악행만은 더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민호는 략탈을 천직으로 삼고 자의로 감행한것은 죄악이였지만 반만항일을 해온것은 공이요 자랑스러운것이니 과거의 죄를 어느정도 미봉한 것으로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왕견은 반만항일이 아무리 정당한 것일지라도 이제다시 나가 싸울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다면서 자기는 죽는 날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으리라했다.     《거야 왕형맘대로하시오, 누가 막을 사람없으니.》     민호는 그런일을 가지고 쟁론하고싶지 않았다.     무정한것이 세월이였다. 향란의 고운 얼굴도 이제는 늙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막연한 기다림에 시달리다보니 눈가에 주름살만 더 늘어났고 말한다. 향란의 이같은 외벌적인 원망이 민호에게는 외려 고맙게 안겨왔다. 자나깨나 이 한 사나이를 잊지 않고 마음깊이 그려온 그 정성이 그지없이 갸륵해서 철석간장도 울릴것이다.     향란은 왕견이나 소춘매와는 생각도 주장도 판판 달랐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복수의 일념밖에 없었다. 그것은 여지껏 식지 않고 끓고있는 용암같아서 때가 되면 활화산같이 폭발하는 것이였다. 그녀가 그지간 단창필마로 산을 나간것이 얼만지 모른다. 살인을 무수히했다. 일본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죽여버렸다. 군인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았다. 지어는 아이까지도 종자를 말려버리겠다며 죽여버렸다. 태평진일대에는 무시무시란 살인안건이 꼬리를 물었고 사람들이, 더욱히는 일본사람들이 공포에 잠겨 떨었다. , 으로 소문이 난 그 살인마가 바로 그녀였건만 경찰은 아직까지도 단서를 잡지 못했다. 눈에 쌍초롱을 켜고 찾지만도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염왕산의 녀비도가 아직 살아서 복수를 창궐하게 할줄은 그 누구도 생각못했던것이다.     중국에는 맨발로 있는 자는 신신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다는 속담이 있다. 생활이 궁핍해진 향란이는 략탈도 서슴치 않고 감행했다. 그녀가 지금 입고있는 옷으로부터 트렁크세개에 꽉 차있는, 그 철철이 갖추어진 옷들은 다가 그렇게 해서 장만된 것이였다.     일본군은 만주에 들어와 악한 짓을 너무많이했다. 하여 그 벌이 무분별한 복수자에 의하여 지어는 죄없는 이민들에게까지 떨어지고 있었으니 그들로 놓고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말을 하자면 끝이 없어요.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좋을가요.》     향란이는 자기가 해온 일들을 서슴없이 구술했다.    《나는 갈아입을 옷도 없었어요. 생각해봐여 그렇게 겨우살아난 년이 대체 무슨꼴이였겠나요. 우리가 한데모여 살게 되자 올케가 제 옷을 같이입자면서 먼저 한 벌 주더군요. 가을까지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어도 추운 겨울은 어떻게 보내나요. 올케도 솜옷은 단벌이였죠. 그래서 내가 맘먹고 그 일을 시작한거얘요. 빼앗자, 모조리 빼앗자!.... 나는 처음에는 태평진의 그 사진사의 집에다 손을 댔던거얘요. 어디 맛좀보아라, 난 네놈을 두고두고 녹여낼테다 하고.》    《왜 그하구는 그랬소? 일본사람도 아닐텐데.》     민호는 모르는지라 의아해하였다.    《그놈은 피자예요. 우릴 잡자고들었단말이예요.》     향란이는 언젠가 자기와 소춘매가 태평진에 가 사진을 찍고나서 사진사보고 사진을 딱 두장만 씻고 더는 씻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사진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더 씻어서 특무들에게 주어 수사를 하는 통에 하마터면 붙잡힐번했던 사실을 말했다.    《하니까 그자역시 한동아리였다 그거지?》    《그렇지요. 나도 그렇다고 봐요. 안그러면야 왜 그걸 특무한테 줬겠어요. 안그래요? 사진관 간판걸고 그런일해먹는 놈이였죠.》     소춘매가 하는 말이였는데 틀리지 않았다. 사진사역시 일본특무였던것이다. 복수는 자비가 아니였다. 민호는 향란이가 시원한 노릇을 했다고 했다.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 침략자의 운명도 끝날 때가 돌아왔다.     민호가 염왕산에 온지 아직 4개월이 채 안되는 8월 9일 축시경. 아직 모두 잠속에 있는데 우릉우릉 소리났다.     《어마나! 비행기!》     향란이가 잠결에 비행기소리를 듣고 소스라쳐 깨여났다.     민호는 그녀가 들깨우는 바람에 맨 속곳바람에 밖으로 나왔다.     날이 푸름푸름 밝기시작하는데 비행기 다섯 대가 염왕산 상공을 가르면서 서쪽 어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저것이 왜 또 올가?》     한번 되게 당해본 향란이라서 겁부터 앞서는 모양이다.    《들어가기요. 아까운 폭탄을 여기다 떨굴가. 그러진 않을걸.》     민호는 말을 이렇게 했지만 향란이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저것이 대체 무슨 비행기일가 하고 속으로 점쳤다.     이틑날 한낮에는 20여대의 비생기가 역시 동쪽에서 날아와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무슨 비행길가요?》    《일본공군이 련습하는게 아니여?》     소춘매와 왕견이 주고받는 말이였다.    《왜서 빨간 동그라미를 안그렸네요.》     향란이는 자기가 이전에 본 비행기와 다름을 보아냈다.    《저건 쏘련비행기같아. 틀림없이 쏘련비행기야!》    《그렇다면?.....》    《전쟁이 붙은게지. 쏘련군이 쳐들어오는게지. 두고봐.》     민호는 자기의 판단이 맞다고 단정했다. 만주국의 상공에 뜬 비행기의 기체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놓치 않았으니까.      그 이틑날도 그런 비행기가 날아갔다.    《무슨 일이 났다는데두. 내가 나가봐야겠어.》     민호는 산속에 이모양으로 그냥 들어앉아있다가는 천지개벽을 한대도 모르겠다면서 말을 타고 산을 나갔다.     그는 산에서 나오기를 잘했다. 과연 쏘련군이 만주로 쳐들어왔던것이다.     두해전 독일이 쓰딸린그라드전역에서 대패한 것을 계기로 제2차세계대전의 종국은 전쟁발동국들의 파멸로 막을 내리기 시작했던것이다. 그해의 7월에 무쏠리니가 실각되더니 9월에 이딸리아는 련합국에 항복하고말았다. 전해의 1월에 쏘련군이 폴란드에 진입, 6월에는 련합군이 북불(北佛)에 상륙했고 7월에는 사이판섬에 있던 일본군이 전멸당했으며 도죠내각이 총사직했다. 그리고 11월에는 미국의 B29비행기가 북규슈와 도꾜를 폭격했다. 이해에 들어와서는 2월에 미군이 류오지마(硫黃島)에 상륙, 그곳에 있던 일본군을 전멸했고 4월에는 쏘련이 일쏘(日蘇)중립조약의 불연장을 일본에 통고함과 동시에 미군이 오끼나와도에 상륙했고 5월에는 독일이 련합군에 무조건항복했거니와 일본의 도꾜, 요꼬하마 등이 미군의 대폭격을 받았다. 6월에는 오끼나와도에 있던 일본군 20만명이 전멸당했거니와 8월잡아서는 미군이 히로시마와 나까사끼에 원자탄을 투하했다.      엇그저께, 즉 8월 8일 쏘련외무상 몰로또브는 일본에 향해 일본시간으로 9일날 0시부터 쏘일 두 나라지간에는 전쟁상태에 처한다고 대일선전포고를 했던것이다. 이리하여 와실리예브스끼원수가 지휘하는 쏘련원동군 150만은 1만여리의 전선에서 14년간이나 만주에 도사리고 있은 일본관동군에 향해 전면적인 대진공을 개시한것이다.     태평진에 거진이르러 민호는 문득 길서쪽 저기 낮다란 산기슭에 있는 위삼포의 묘를 향해 긴칼차고 누런 장교복을 입은 자가 녀인과 아이 둘을 데리고 가는것을 발견했다. 녀인이 입은 옷맵시를 보고서 그는 그것이 일본장교의 일가족임을 알아맞혔다.     장교가 앞장섰는데 걸음걸이에 따라서 옆꾸리에 찬 닛본도가 거들거렸다. 크고 실팍한 체격에 얼굴은 털보같아 보이니 그는 아마도 오도야마일것이다. 한데 저자식이 제 식솔데리고 저기는 왜 가는걸가?.... 괴이쩍었다. 그저스치고 지나버릴 일이 아닌지라 민호는 말을 세우고 지켜봤다. 사이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고 주위에는 그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 저켠에서 그를 발견했으련만 왜선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것 같기도했다.     그 나지막한 산기슭에 드나노나 묘가 하나밖에 없다. 풍수를 보는 사람이 언제 그 산은 좋지 않다고 했었는지 태평진사람들은 묘지를 멀리쓰면썼지 거기로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던차 염왕산의 토비까지 묻히게 되니 더욱 꺼려하면서 발길을 얼씬하지 않았다. 한데 그런곳으로 저 일가족은 왜 찾아가는걸가?      녀인이 자기가 안고간것을 사나기가 가리키는 곳에다 펴놓는다. 아마 탄자일것이다. 녀인은 거기에다 아이 둘을 앉히고나서 무릎꿇고 두손모아 마주서있는 사나이에게 무어라 빌었다. 그러자 사나이는 욕지걸이를 해댔다. 녀인은 무릎꿇고 고개를 푹 숙인다. 사나이가 닛본도를 쭉 뽑더니 아이들의 목을 내리쳤다. 그리고나서 이어 칼을 번쩍 날려 녀인의 목까지 베여버린다.    《아니 저 지독한 자식이!》     소름이 끼치는지라 민호는 두눈을 눈을 딱 감았다.     민호가 눈을 다시뜨고 보니 일본장교는 남쪽켠을 향해 무릎꿇고 앉아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칼로 제 배를 가르고 쓰러지는것이였다.     《오도야마야, 오도야마! 네 끝장이 이렇구나!》     민호는 오도야마일가족의 자살을 확인하고나서 말머리를 태평진쪽으로 다시돌렸다.     온 태평진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장교를 잃어버린 일본군은 마치도 대가리떨어진 파리모양으로 갈팡질팡했다. 한데도 주민들은 아직도 웬 영문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런판에 민호가 나타났다.    《오인형님!》     사나이 하나가 높은 목소리로 부르면서 달려왔다. 고개돌려 보니 장평이였다. 가량가량한 얼굴에 오똑 일어선 콧날, 어젯날의 몰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니 넌 장평이 아니냐! 내가 너를 여기서 만나다니!》     민호도 그를 보자 무척기뻣다. 여기서 그를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던거다.    《오인형님, 형님도 나처럼 넘어가지 않으셨구만! 명이 기니까 우린 이렇게 다시만지요, 형님! 안그런가요, 형님!》     장평은 너무도 반가와 민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민호에게 자기는 종숙이 되는 사람이 이 태평진에서 협화회의 회장노릇을 하길래 그 덕에 여지껏 무사히 지냈노라했다.      한창 복새통이 벌어지고있는 판이라 길게 얘기할 새도 없었다.    《오인형님, 그런데 저것들이 어째서 저럽니까?》    《야 이 아득신아! 보고도 모르겠냐. 왜놈이 망한다, 망해! 저 일본놈들은 도망치자고 저러는거다!》    《아, 글쎄!.... 건데 오인형님은 어데계시다 나타난겁니까?》    《난 지금 염왕산에 있다. 거기 너의 향란누나랑 소춘매아주머니랑있고 왕견형님이랑 같이있었네라.》    《아, 그렇습니까! 그런걸 난 여직몰랐지!》    《난 비행기 뜨니 감각이 달라서 나왔네라. 한데 나오고 보니...나오길 잘했지! 하마터면 왜놈망하는 꼴을 구경못할번했구나.》    《날 데리고가요. 나도 산에 갈텝니다.》     장평은 민호를 만나고 보니 떨어지고싶지 않아 굳이 따라가겠노라했다. 민호는 안된다 가도 우선 잠자리가 없으니 훗날 다시보자면서 그를 얼리였다.     《오인형님! 저것들이....》    《엉?.... 그렇지!》     창황히 도망치고있는 일본군인들 쪽으로 눈길을 다시돌린 민호는 한가지 궁리가 번개같이 머리를 스쳐 부르짖었다.    《우린 모두 밥통들이구나! 너도! 나도!.... 빨리! 지금 곧 네 친구들을 모이게 하라! 저놈들이 창고에 불을 지르기 전에 창고를 털어내자! 빨리!》    《참 그래야겠구만!》     장평은 정신을 펄쩍 차리면서 어디론가 뛰여갔다.     과연 생각과 같이 일본군은 창고에다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장평이 뛰여가며 소리치니 일부 미런하고 우둔한 자들이 불길이 일기시작하는 창고로 무모하게 달려들다가 일본군이 갈겨대는 총에 맞아 번져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쪽으로 더 가지 않고 모여 장평이 이끄는대로 민호쪽으로 달려왔다. 100여명 잘되였다.     민호는 그들을 향해 웨쳤다.    《살겠거든 맹탕덤비지 말고 내 지휘를 따르라! 우리는 함께가야한다! 가자, 먼저 무기부터 털자! 손에 총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일본군의 무기고가 서남쪽 포대가에 있다고 알려줬다.    《길을 안내하라! 자, 모두 함성을 지르면서 가자!》    《와아!!!....》     모두 고함을 지르면서 말탄 민호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일본군은 무기고에다 불을 지르려다가 갑작스레 터진 함성을 듣고는 쏘련홍군이 쳐들어오는줄로 알았던지 그만 내빼기시작했다.     전해에 태평진앞에 멀리 벌목장으로 들어가는 한갈래의 협궤철로가 부설되였는데 일본군인들이 더러는 거기서 기차를 기다려 타고가려다가 성안에서 터진 웨침소리와 총소리를 듣고는 그만 창황히 줄행랑을 놓았다.     태평진에 일본군창고가 세개있었는데 두개에 불이 달리고 하나는 달리지 않았다. 무기고를 털어 손에 총을 쥐니 담이 커진 사람들이 서슴치 않고 불이 붙고있는 창고에 뛰여들어 속을 털어냈다. 사탕포대, 과자포대, 비누상자.... 멜만한건 메고 질만한건 지고 들만한건 들고 닥치는대로 보이는대로 갖고 달아났다.     민호는 무기고에서 새 38식보총 두자루와 탄알 한상자를 얻고나서 닉크샤크 두 개에다 통졸임과 과자, 사탕 등 먹을것을 쑤셔 넣고 탄자를 꿍쳐 말잔등에 지워갖고 태평진을 나왔다. 그는 위삼포의 묘에 들려 거기서 자살한 오도야마의 군도와 권총까지 마저가지고 염왕산으로 급히 향했다. 광복이 되고있는 소식을 어서빨리 산속사람들께 알려주고싶었던것이다.     아, 이날이 돌아오기를 그 얼마나 오래기다렸던가!     그가 갖고 온 소식, 그가 갖고 온 물건들은 그가 어서돌아오기를 기다리고있었던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기쁨을 안겨주었다.    《왜놈들이 망한다구!?》    《아이구 좋아라!》    《그봐요, 나도갔을걸 그랬지.》     왕견도 소춘매도 희색이 만면했고 향란이는 기뻐하면서도 민호가 자기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도달대며 불만이였다.     일본이 망하면 만주국도 따라서 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 조선은 어떻게 될가?....흥분과 환희에 잠기기 시작한 민호는 하루가 삼추같았다. 하여 그는 태평진에 갔다가 돌아온지 3일만에 다시 산을 나오게 되었다. 그는 먼저 향란의 동의를 얻으려했다.    《내가 아마도 나가봐야겠소.》    《같이가자요. 나도 나가보겠어요.》    《제발 그러지 말고 가만있소. 내가 한고패돌면서 먼저 형세를 알아볼테니 아직은 가만있으란말이요. 돌아와서 산을 나가던지 앉아있던지해야지, 안그렇소?》    《이번에 가면 어디로 가겠나요?》    《화남에.》    《거기루는 왜서요?》    《내가 접때두 말하잖았소, 태극기를 맡기고왔다구. 》    《그게 뭐 그리두 급한가요?》    《빨리찾아와야지. 난 광복이 되는 날에 그걸 들고 독립만세를 부를테요!》    《그리구는요?》    《그리구는 고향에 돌아가지.》     햐란이는 말을 더 하지 않고 눈을 살풋이 내리깔았다.     그제야 민호는 제 감정에만 사로잡히다보니 옆사람은 생각지 않았음을 느끼였다. 물론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면 자기 하나를 믿고 정과 마음을 다 쏟아 온 이 녀인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정부기관의 혼인증서가 없을 뿐이지 여직 부부나 답지 않게 살아온건데 그녀의 처지도 응당 생각해줘야 할것이다. 한데 그것도 생각지 않았으니 소홀해고 신중치 못한것이요 지어는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되지 않는다. 무론 이 시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이 돌지 못한것도 있지만.     민호는 미안해서 너스레떨었다.    《부인님! 가슴을 풀떡거리지 마소. 새침해서 돌아앉지마소. 》     《아유 입 좀 다물어요. 말장단에 정신이 휑해요.》     향란이는 인츰 다시쾌활해졌다.    《그래 화남엔 언제갈래요?》    《부인님 동의하면 래일당장.》    《건 안돼요.》    《왜서?》    《래일이 무슨날인가요?》    《래일이?.... 량력으루 팔월 십구라.... 》    《음력으로는요?》    《음력으로?.... 칠월 십이일이지. 오, 그렇구만!》     민호는 또 한번 실수했다. 래인은 향란의 생일이였던거다.    《생일상안차려주면 동무라도 해줘야죠, 안그래요? 어쩜 둘다 그리 무정하게 놀아요. 제 귀빠진 날은 기억하면서.》     소춘매가 한마디 뚱겨주고 사나이들의 데면함과 무감각함을 싸잡아 나무렸다.     민호와 왕견은 벙어리처럼 마주보며 벌씬 웃을뿐이다.     이틑날 향란의 생일상을 차려 네사람은 잘먹고 즐겁게 보냈다.     민호는 이틑날 염왕산을 나왔다. 일본천황이 투항조서를 내린지 닫새째되는 날이였다.          민호는 태평진을 약 3리가량 앞에 두고 북문으로 쓸어나오는 한떼의 인간들을 발견했다. 어떤자는 어깨에 총을 메고 어떤자는 손에다 몽둥이를 들었는데 얼추잡아도 500명은 잘될것 같았다. 어디로 뭘하러 가는지 웃고 떠들며 오다가 이켠을 발견하고는 멀리서부터 호통쳤다.    《넌 웬 놈이냐, 거기 섯거라!》    《오지 말고 섯, 이놈아!》     무모한 자가 총을 갈길것 같아 민호는 말을 세웠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한 자가 부르짖었다.    《아니 저분은!?....》     그들속에 장평이도 끼여있었는데 그가 알아보고 달려왔다.    《오인형님이구만! 하마터면....》     민호를 다시만나게 된 그는 몸을 돌려 높은 목청으로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다들 봐라, 우리 형님 오인두령이시다!》    《아, 오인두령님!》     그들은 염왕산의 포토우 오인이하면 항일장령이라 소문나서   아는지라 모두 무척 존경했다. 전번날 다 같이 뭉치여 창고를 털게해서 무모한 인명사고를 피면케한것도 실은 그의 공이 아닌가!     그사이 태평진은 거기에 있던 협화회가 유지회로 탈바꿈했고 장평은 토비출신이지만 항일을 한 믿천이 있어서 어느덧 진보하고  공있는 사람으로 부각되여 떠받들리고있는 판이였다. 그가 지금은  이곳 치안대의 대장이였던것이다.     장평은 자기수하의 300명 무장인원에다 그곳주민 200여명을 더 동원시켜 함께 데리고 이렇게 성밖으로 나온것이다.     한편 민호는 지금 그가 이 한무리의 민간들을 준동하여 무슨 가량없는 짓을 하려드는지 알수 없었다.    《장평동생, 보아하니 구도관자같은데 누구하고 울려보자고 떠나는건가?》     구도관자란 모여서 출격하는것이요 울린다는건 싸움을 한다는건데 장평이 시뚝해서 알려주는것이였다.    《우린 지금 화금에 갑니다.》    《거기룬 왜서?》    《목청에 살던 일본놈들이 싹다 거기에 모였답니다.》    《그런데?》    《잠재워야죠. 오인형님 잘왔습니다. 함께가서 복수합시다!》    《뭐라! 복수? 그들이 그래 원쑤였더냐?》     민호는 낯이 단통 돌같이 굳어지면서 심각해졌다.     그 두부락을 털자고 왔다가 녹아난것이 어제일같지만 지금 그 마을에 모인것이 복수의 대상은 아니였다. 그들도 먹고 살아가기위해서 고향을 버리고 이 먼 북만땅으로 이사를 온 백성이였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말인가? 일본군이 도망가고 없으니 죄없는 그들을 살해하여 분풀이를 하자고 드는건 무리고 죄악이였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안된다.》    민호는 말했다.      《너희들이 백성이듯이 그들도 백성이지 군인이 아니다. 실상 군인이라 해도 총을 놓으면 살려주는데 적수공권인 부녀와 아이들을, 로약자들을,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온 사람들을 살해할 리유가 무엇이란말인가? 원한이야 있지만 우리가 그래서는 아니된다. 그것도 모르고 우쭐대면서 제 손에 피를 묻힌다면 그건 도루죄를 짓는것이다.  잘 생각해봐라, 그렇지 않은가?》     민호는 그것이 우매한 개장수나 할 무모한 짓이라 통박했다.    《그 말이 맞아.》     무리속에서 이런 말이 튀여나왔고  술렁대기 시작했다. 그들도 자신의 무모함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민호가 채 하지못한 말을 마저했다.    《....그래서 내 생각은 이 자리에서 모두 돌아가는게 좋다는거다. 이럴때 우리는 인간다운 너그러움과 자비를 베풀어주자!》     선전은 호소로 변하여 효력을 보았다.     장평은 그 자리로 자기가 휘동하는 이 한무리를 돌려세워 태평진으로 되들어갔다.       천황이 투항조서를 내렸지만 관동군의 일부 악질적이고 완고한자들은 저희들의 사전책에는 이란 단어가 없다면서 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투항한것을 몰라서 무모한 반항을 계하는 사병들도 적잖았다. 하여 어떤데서는 반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시국이 이같이 복잡하고 혼란하다보니 차가 제대로 통할 수 없어서 민호는 10일만에야 겨우 화남에 당도했다. 그지간 천옥령의 남편은 쏘련홍군에 의하여 감옥문이 열려 구출되였다. 그곳에도 유지회라는것이 생겨나 태평진처럼 자체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민호는 천옥령의 손에서 그녀가 책임지고 잘 건사해두었던 태극기를 찾아갖고 그 자리로 돌아섰다.     역전에 가니 거기에 동포가정이 몇호 나와 있었다. 민호는 그들을 대하고 보니 동포애가 가슴속에서 사무쳐 다가가 어디로들 가느냐 물어봤다. 그들은  환고향하느라 차를 기다힌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태극기를 들고가야지요. 준비들을 했습니까?》    《아버지 태극기가 뭔가요?》     민호의 말을 듣고 소녀하나가 제 아버지와 물어본다.    《엣날 조선의 깃발이였네라. 본지가 아득하구나!》    《그럴겁니다. 이젠 맘놓고 구경들하시오. 내한테 있습니다.》       민호가 품속에서 그것을 꺼내니 모두 보고 탄성이였다.     조선이 일제에게 먹혀서 어언 삼십육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망국의 깃발마저도 마음놓고 구경할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 인간최저의 자유와 권리마저도 박탈되였으니 그래 짐승보다 더 나은것 무었이였던냐? 눈물을 머금으며 참고 천대를 받아야했거늘 망국노가 된 민족의 그 고달픈 삶과 가슴저미는 슬픔을 누가 알아주랴. 이 치욕은 천만대를 내려가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32    <<관동의 밤>> 제2부(37) 댓글:  조회:2654  추천:0  2015-02-04
                            37                 목가선은 화남(樺南)을 경유하면서 곧추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었다. 한데 화남시내는 정거장과 10여리가량 사이떠있었다. 그 사이는 비행장이다. 좀 둔덕지고 평평한 그 비행장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급히 만든것이였다.      해살이 호듯호듯 내리쬐였다.     민호는 정거장을 향해 걸음을 놓고 있었다.     비행장을 지나올 때다. 그의 뒤에서 누런 협화복을 입고 머리를 중모양으로 빡빡 깎은 젊은것이 셋이 따라오면서 일본말 조선말을 섞어가면서 저희들끼리 지껄이고 있었다. 내가 저 나이때는 독립만세를 부르느라했건만 네녀석들은 일본말을 배워 왜놈이 다 돼가는구나. 창씨개명을 하고....왜놈들이 조선지도를 저들 일본지도와 꼭같이 빨간칠을 먹인걸 보고 가슴아파나 하겠느냐. 민호는 뒤돌아보고나서 속으로 뇌이고는 흡사 애기엄마의 젖무덤같이 여기저기에 있는 격납고와 비행기들을 눈주어 보았다.     셋은 뒷따르면서 음성을 낮춰 수군거렸다.    《야야, 저사람 눈은 왜 자꾸 저기다 팔가? 수상하잖아?》    《비행기 첨보는 되놈아니여?》    《아니 그런것 같잖아. 모색이 어디....》     민호는 귀바퀴를 세웠다. 조선에 일진회가 생겨 나라를 팔아먹더니 만주에는 신통히 모양이 같은 협화회가 생겨 왜놈의 개질을 하는구나. 민호는 그자들이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하는것 같아서 때려 검질을 해치울 피자녀석들 하고 속으로 욕했다.     민호는 걸음을 재우치면서 천옥령을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녀는 걸음마다 위험이 따를것이니 천만주의하라고 당부했던것이다. 그러잖아도 민호는 신경을 세우고있는건데 어쩌면 한발먼저 그녀의 도움을 받은 왕견이 변신술이 좋아서 잘배겨내고있는것 같아 부럽기도했다. 지금 어디서 뭘하는지?.... 민호는 천옥령을 만나고 보니 갑작스레 망운지정(望雲之情)이 되살아나면서 부모님들이 절절히 그리워지는지라 차라리 기차타고 먼저 고향에나 가보자고 맘을 먹었다. 하여 곧추 정거장으로 향한거다.      역전에 이르렀다.     민호가 차표를 사려니 경찰이 또 그놈의 신민서사라는걸 외워란다. 련습을 해둔거니 외웠다. 그리고나서 차표를 끊었다. 한데 그가 방금 끊은 차표를 손에 쥐고 돌아서니 경찰 둘이 앞을 턱 막아서는것이였다.     이 자식들이 왜 이러나? 민호는 가슴이 덜컥했다.      《어디로 가는거냐?》     한자가 양복차림인 그를 치보고 내리보면서 캐묻더니 손을 내밀었다. 차표를 내놓으라는 뜻이다.     민호는 차표를 주었다.     경찰은 차표를 보지도 않고 제 호주머니에 넣었다.     민호는 주먹이 나가려는것을 겨우참았다.    《왜 이럽니까?》    《왜가 뭐냐, 넌 의심스런 놈이야. 가자!》     민호는 눈앞이 아찔했다. 아까 그녀석들이 밀고한게 아닐가?....     짐이란곤 없었다. 차표를 떼고 남은 돈이 호주머니에 있었다. 그리고 회중시계가 있었다. 그자들은 그것을 몽땅 압수했다. 두 개남은 뽐창은 혁디에 찔렀는데 용케도 발각되지 않았다. 그것만 나졌더면 민호는 죽든 살든 당장 격투를 벌렸을것이다.     이상했다. 정거장에는 오늘따라 웬 경찰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만이 아니라 다른사람들도 잡혀들고 있었다.    《가자, 걸으라!》     경찰이 권총을 꼬나들며 위협했다.     민호는 도망칠 기회를 노리면서 걸었다.     경찰이 그를 대합실과 이어붙은 저쪽방에다 밀어넣었다. 거기에 민호처럼 붙잡혀 들어온 자가 20여명되였다.    《난 그걸 틀리게 외웠다구 붇잡혔수다. 원 억울해서.》    《말마시우. 난 경찰이 차고있는 권총을 봤지유. 그랬다구 야 이놈아 뭘 보는거냐. 네가 이걸 빼앗자구 생각하는거지. 걸으라 하더란말이요. 세상에 이런 트집이 어디있소, 그래?》    《난 석유한병 갖구 떠났다가 그만.... 그게 차간에는 금물이란걸  몰랐지. 내사 정말루....》     모두 이러면서 무슨놈의 세상이 이렇게 험악한지 억울해서 못견디겠다고들했다. 신민서사를 잘못외웠다느니 권총을 봤다느니 석유를 가지고 떠났다느니.... 그건 다가 구실이였다. 잡혀들어온 사람은 다가 신체가 좋은 중장년이였지 로약자나 부녀는 없었다. 그래서 민호는 로력이 부족하니 역전에서 이따위 험한 짓으로 강제징집을 하고있다는걸 깨달았다.          이윽고 경찰이 문을 열어주면서 줄을 서서 하나하나 나오라했다. 밖에는 전신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악마가 아가리를 벌린것 같이 검은 유개화차바곤이 문을 열고 그들을 기다렸다.    《어디로 실어가자는거냐, 나는 죄도 없는 사람인데.》    《나를 집에 보내줘.》    《억울해!》    《안가겠다!》     사람들은 반항했다. 그러다 경찰이 꽥 소리치니 그만둔다. 총구앞에서 반항해봤자 좋은 멋이 없다고 여겨 포기하는거다. 경장쯤은 될것 같은 자가 너희들은 다가 위험분자들이니 교육을 좀 받아야 겠다 잔말말고 걸으해서 모두 죄인모양으로 그 유개화차바곤에 올랐다. 민호는 도망치려했지만 기회를 찾지 못했다. 교육을 한다는것이 곧바로 강박로동일건데 장소가 어딘지 거기가서 보는 수밖에.     경찰은 차바곤의 문을 닫고 밖으로 잠그기까지 했다.     좀있으니 차대가리가 와서 그 바곤을 끌어다 다른바곤의 뒤에달고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반나절은 걸렸을것이다. 줄창 내달리던 차가 멎고 문을 열어주는데 내다보니 발톱까지 무장한 일본군인들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그렇게 끌려온 유개차바곤이 몇 개되였고 붙잡혀 온 사람도 몇백명 잘되였다. 여기가 대체 어딜가?.... 그들은 다가 손에다 총창을 든 군인들의 감시속에 어디론가 끌려갔다. 철사망을 몇겹늘인 곳이였다. 거기서는 얼추보아도 천여명은 될것같은 사람들이 이미와서 돌을 캐고 나르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다가 사상불온분자거나 사회부랑자로 잡혀온 사람들일것이다.     여기는 기차머리를 돌리는 회전로가 있는 벌리였다.     잡혀온 사람들은 산굴파는 작업을 했다. 안을 너르고 깊게 팠다. 민호는 첫눈에 이것은 왜놈들의 군사비밀공정이라는걸 알아맞혔다. 온 몸에 소름이 짝 끼쳤다. 비밀공정이 끝나는 날이면 에누리없이 여기서 일한 사람의 목숨도 끝날것이다. 도망치자! 아무 때건 공정이 끝나기 전에 이놈의 지옥에서 빠져나가야 산다!     간격이 촘촘하고 높다란 철조망은 계곡을 넘고 산등성이를 넘어 어디론가 갔다. 주위를 대체 얼마나 너르게 쳐놓았는지 알수 없었다. 이런데의 자그마한 분지에 네채의 똑같은 길다란 벽돌집이 있있었다. 그 네채는 다가 여기로 잡혀와 죄인취급을 받고있는 무보수로무자들의 합숙이고 다른 두채의 벽돌집은 일본군병영이였다. 이 여섯채의 집둘레에 따로 철조망을 사각형이 되게 두겹쳐놓았는데 그 두겹의 철조망이 다 사이가 반자도 못되게 촘촘했거니와 높이가 둬길이나 되었다. 그리고 쌍겹철조망의 간격은 2m가량되였다.     이런것이 근처 어느 산골에 더 있을것이다.     여기 이 집중영분지의 서쪽산과 동북쪽의 산에는 모두 또치카가 설치되여 있었는데 그 또치카의 사격구에 도사리고있는 기관총은 항시 밖을 향해 사격물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로 되는 동쪽 저 철조망밖에는 한 개퇀의 병력이 주둔하고있는 대병영이였는데 역전으로부터 그 병영을 지나서 여기까지 오는 철길이 지금 한창 부설중이였다.       민호는 이틑날부터 화남역에서 잡혀온 사람들과 같이 굴파기공정에 나가야했다. 그는 밀차에 돌을 실어나르는 일을 했다. 손에다 총을 쥔 병사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어찌나 감시를 엄하게 하는지 낮에는 근본 도망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야 이놈아! 네 등대기는 왜 분가루같이 말라있는거냐?》     저쪽에서 감독이 누구와 표독스레 씨벌이는 소리들려왔다.     곁에서 맞지 않겠거든 웃동을 벗고 일해야한다고 알려줘서 민호는 얼른벗어던졌다.     감독은 손에다 가죽채찍을 쥐고다니면서 누가 땀흘리며 일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후려쳤다. 민호가 눈을 돌려가며 여겨보니 그자의 채찍에 얻어맞아 등가죽이 어룽어룽해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돌탕을 쳐 없샐놈!》     그의 입에서 은연중 이런 욕이 튀여나갔다.    《뭐라구했어. 죽고싶어 그따위소릴 줴치는가.》     곁에서 일하던 사람이 놀래여 한마디 일깨워주곤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는 성이 왕가라는데 키꺽다리였다.     민호와 나이비슷한 조선사람 하나가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임자는 어디서왔소?》     왕꺽다리가 입을 다물라고 눈짓하는지라 민호는 그 말을 못들은척하고 일만했다. 그 사람이 다시 말을 꺼냈다.    《가즈왔지요? 보아하니 조선분같은데 거기서는 어쩌다나니 이런데루는 왔습니까? .... 이눔의 일이 원.... 배겨낼만합니까?》     실눈을 해갖고 말하는 품이 사위스러웠다. 이자는 어떤 놈일가?.... 여기도 피자가 있을것이다. 민호는 얼굴을 돌려 딴곳을 보면서 대답을 피했다. 그자는 대방이 자기를 소닭보듯 하니 싱거워났던지 무색하게 웃고는 그만 가버린다.     여기에 동포가 저사람말고 더 있을것이다. 하지만 민호는 찾고싶지 않았다. 면목을 알필요도 익힐필요도 없었다. 믿지 말아야 했다. 지금은 누구든 믿지말아야 했다. 이 세월에 남을 경솔히 믿는건 제 목을 저당잡히는거나 다름없는 짓이였다.     민호는 벽에다 2동이라 쓴 집에 들어있었다. 밤이 되면 남과  북 량벽을 따라 길다랗게 만든 장판우에서 250여명이 어물전에 내놓은 물고기마냥 배좁게 비벼대며 잤다. 민호의 한켠에는 2개월전에 여기로 온 나젊은 한족청년이 누워잤다. 그는 본래 화남 썩 북쪽 가목사와 가까운 신가점역(申家店驛)의 전철원이였는데 술을 먹고 출근했다가 직무태만이란 죄명으로 철로경호대에 잡혀가 처음에는 가목사에 있는  에서 갇혔다가 이쪽으로 넘겨진것이다. 두해전에 거기서 항일련군의 한 소분대가 기차를 전복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청년이 그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건만 네가 그들과 내통한게 아니냐고 무턱대고 의심하면서 귀통을 때린통에 고막이 터져 한쪽귀는 영 절벽강산이 돼버렸다. 다른 한켠에서 바로 같이 일하는 그 왕꺽다리가 잤다. 올해 나이 민호와 동갑인 그는 농사일로 뼈를 굳힌 사람이다. 그는 마을에서 툰장질하는 자가 배급으로 내려온 빨래비누와 갱생부를 떼먹으니 불만품고 손찌검을 피웠다가 그만 사상불온으로 몰려 2개월전에 여기로 왔다고 한다. 집에는 로모와 아이들뿐인데 벌손이 이렇게 잡혀오다보니 생계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자나깨나 집근심이고 한숨이였다.     밤에 자리에 눕자 그가 민호의 귀에대고 가만히 알려주었다.    《아까 낮에 본 그 조선사람은 본질이 좋잖은 놈이요. 그놈하고 가깝던 사람 다섯이 도망치려다가 잡혀서 목이 날아났소. 왜놈이 어떻게 알까. 그놈이 고발하게 분명하지.》    《입이 가벼워 노총을 지른모양이구나. 건데 그자는 왜 그따위짓을 한단말인가?》     민호는 꺽다리가 미리알려주서 고마웠다.          지치고 고달픈 날이 하루하루 지겹게 흘러갔다. 일이 고된다가 식생활마저 점점 못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강냉이가루떡을 먹이던것이 이제는 도토리가루와 강냉이줄기가루에 콩깨묵을 혼합해서 만든 떡을 먹으라고 주었다. 배도 불릴수 없는 량이다.     사람들은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다. 그렇건마 감독의 채찍은 의연히 사정을 몰랐다. 우수운것은 그렇게 더럽게 먹이고 학대하면서도 에 감사를 드리라는것이였다. 점심때면 떡과 소금물에 삶은 감자 한알씩 쥐고 서서 남쪽을 향해 묵도를 하고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한얼님! 한얼님! 오, 한얼님! 저 더러운 전쟁광신자들에게 어서빨리 죽음을 내려주시옵소서!》     민호는 매번 그 짓을 할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빌면서 어떻게 하면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가 궁리했다. 한데 혼자도망치자니 자기곁에 있는 두사람이 불쌍했다.     《로왕, 내말들어. 한숨만쉬지 말고 용기를 내자구.》     어느날 밤 자리에 눕자 민호는 왕꺽다리귀에대고 말했다.    《후ㅡ이놈의 일 언제면 끝날지.》    《어느때 끝나면.... 그때를 기다리는가?》    《왜 안기다려. 집으루 돌아갈건데.》    《돌아가? 얼빠진 사람!》    《그러면?....》    《돌려보낼줄아는가. 안보내. 보낸다는건 거짓말이야. 죽여. 죽인단말이야. 싹 다 죽인단말이야. 이게 군사비밀공정인걸 모르나.》    《허 그럼 어쩐다?》    《어쩔거있나. 도망쳐야지. 도망쳐야 살아.》    《어이구 말두마오. 되지두않을 소리. 내와서 죽은것만두....》    《자식 이제보니 허깨비로구나.》     민호는 다시 더 권하지 않았다. 탈주를 혼자하는 수밖에 없다.     영양실조와 과로와 질병으로 하여 절조망에 같힌 사람들은 날이갈 수록 점점 더 많이 쓰러지고 주검은 늘어갔다. 그렇다하여 공정에 영향이 미치는건 아니였다. 여기서 죽어가는 수자만큼 새인원이 보충되고있었던것이다.  자꾸죽고 자꾸왔다. 로력이 설사 다 죽는다해도 공지에 인원이 줄어들것 같지 않았다. 일본군은 중국사람 하나 죽어가는것을 감자한알 썩는것만큼도 못여기는것 같았다.     여름이 다가고있는 어느날.     촌에서 방금잡혀온 청년 하나가 일을 하다가 나는 억울하다 나는 집에 가겠다 떠들어댔다.     감독이 달려왔다.    《이자식, 왜 이 지랄이여. 너 미치지 않았냐?》    《난 근로대에 갔다왔다. 두해나 일하고왔다.》    《그런데 왜 왔냐?》    《밭에서 강냉이를 구워먹었다구해서....》    《그래 나더러 어떻게 해달라는거냐?》    《그게 뭐 죄라구 날 잡아왔는가말이요다. 내 밭의 강냉이를 내가 구워먹었는데.》    《이놈아, 강냉이를 구워먹었건 삶아막았건 그걸 내하고 말해선  뭘하는거냐.》    《나는 죄없어 날 보내달란말이야.》    《좋다. 내가 네 소원을 풀어주마. 가자.》     그 젊은이는 헤벌쭉 웃으며 따라갔다.    《저 철없는 녀석 좀 보지!》     민호가 한마디 내던졌을 뿐 모두 말이 없었다. 미욱하도록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가 당하게 될 화를 그저 안타까와 할 뿐이였다.     병영에 있는 일본군인들은 감독이 데리고 온 그 청년을 처음에는 그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다가 나중에는 마대에 넣어 둘러메쳤다. 그래놓고는 재간있거든 네발로 걸어가라했다. 청년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벌벌 기더니 이틑날 죽고말았다. 같이 온 사람들이 그를 파묻었다. 잡혀온게 억울하다고 집으로 가겠다했다가는 자기도 영락없이 그꼴이 될게 빤한지라 감히 불평을 토하지 못했다.     10월말이 되니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땅이 얼어들기 시작했다.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런 때에 또 하나의 끔찍한 주검이 생기였다. 그도 민호와 한동에 있는 사람인데 탈주를 시도하다가 탈로난것이다. 일본군인들이 아침에 일장소로 나가기 전에 일군을 모두  네쭐씩 량쪽에 갈라세워놓았다. 감독이 무어라 수군대자 두 일본군이 대렬속에 있는 사람 하나를 끌어냈다. 그 사람은 묶이우지 않겠다고 반항하다가 되게 얻어맞았다.     일본군은 그를 중간에가 무릅꿇여 앉히였다.     닛본도를 찬 장교가 나서더니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중국말로 경고했다.       《대동아공영과 만주국의 안녕을 위하여 싸우고있는 우리 황군은 딴마음이 없이 봉공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왜 이를 몰라봐주고 허튼꿈을 꾸는가말이다. 내 오늘 불충실한 자를 집에 보내줄테니 어디 구경을 해보라.》     말이 끝나자 칼이 번쩍했다.     그 청년의 머리는 몸채체서 떨어져 땅에 구을렀다....       비밀공정은 시간을 끓었다.     이듬해의 초봄. 음달의 눈은 아직그대로건만 양지쪽은 녹아서 질적질적 하다가도 밤이 되면 다시 꽛꽛이 얼어버렸다. 꽃샘잎샘에 반늙은이 얼어죽는다더니 과연 그런가보다! 바로 이런때의 어느날 밤중에 갑작스레 총소리났다. 모두들 잠을 깨며 웬 일인가했다. 이럴때 잘못덤비다가는 변을 당한다는걸 아는지라 사람들은 가딱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총소리는 한번 나고 더 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를 또 탈주자가 나져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 죽었을거라했다.     이틑날 아침때. 일본군은 전번과 마찬가지로 공정에 나가기 전에 사람들을 집합시켜놓고는 팔을 상한 사람 하나를 끌어내왔다. 다른동에 있는 사람이였는데 간밤에 모험적으로 탈주를 시도하고 철조망을 넘다가 넘지 못하고 그만 보초병에게 발각되여 그가 쏜 총에 팔을 맞고 아래로 떨어졌던거다.     일본군인들은 그를 끌어내다가 이번에는 칼도 쓰지 않고 세빠트 세 마리를 풀어놓아 물어죽이게 했다. 비명소리는 듣기 아츠러웠고 붉은피는 땅을 물들였다.     감독이 나서서 씨벌이였다.    《다들 보았겠지. 도망치지 말란말이다. 생각해보란말이야. 철조망밖에 또 철조망있구 개가 지키고 있는데 어디로 간다구 그러는가. 그렇지 않은가. 공정만 끝나면 편안히 돌아들갈텐데 왜 그리두 급하게 서두르는가말이다. 어리석게.... 나도 중국사람이니 생각해서 권하는바이다. 그러니 모두들 내 말을 듣거라!》     민호는 일을 하면서 그자가 하던 말을 상기하고 입을 열었다.    《그자식이 자기도 중국사람이라했지. 피자도 사람축에 드나.》     곁에는 왕꺽다리밖에 없었다. 그가 물었다.    《이자뭐랬소. 피자라는게 뭐요?》    《개라는거야.》    《그게 조선말이요?》    《아니야. 토비말이야.》    《토비말이라? 동갑이 토비말은 어떻게 아나?》    《어떻게 알겠나. 말하자면 이런게지.... 내가 바로 토비야.》    《허 우습다. 동갑이 어떻게?.... 대포두 잘분다.》    《왜 난 그노릇못하는 사람인가.》     이래도 믿지 않았다. 마음좋은 사람은 토비질할리만무라는거다.     왕꺽다리는 일이 끝나면 집에 보내주리라는 감독의 말을 믿어야 옳지 않느냐했다가 네 머리는 어쩌면 소대갈보다 더 미런한가고 민호한테 되게 놀림받았다. 왕꺽다리는 그래도 민호를 좋아했다.어쩐지 그에대한 인상이 그 누구보다 좋았던것이다. 그러면서도 같이 도망갈 엄두는 내지 못하니 안타까운 사람이였다.     철조망주위에 전등불이 있기는 해도 탈주사건이 생기니 일본군은 마음놓을 수 없는지 병영앞에다 망대를 높이하고 우에다 탐조등을 하나 가설했다. 탐조등을 돌리면 철조망주위를 대낮같이밝게 할 수 있었다. 지어 개미가 기여가는 것 까지 볼 수 있을 지경이다. 민호는 적이 탈주를 점점 더 엄하게 단속하는것을 보아  이 비밀공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걸 알았거니와 날이 가고 공정이 되어갈 수록 그만큼 죽음을 시각이 박두해오고있음을 감촉했다. 자꾸주저말아야했다. 과단성있게 여기를 빠져나가야했다.     일본군이 경각성을 높이도록해주는 일들이 자주나졌다.     어느날 민호가 일하고있는 곳에서 다섯이 병영에 불리여 가더니 매를 실컷맞고 돌아왔다. 여기로 온지 얼마안되는 그들은 일본군이 너무나 잔인하다고 뒤에서 말했는데 그것이 밀고되였던것이다. 모두들 밀고자는 로표(朴氏)라했다. 바로 민호곁으로 다가들다가 물러간 그 조선사람이였다. 같이 지껄려놓고 저는 불려가지 않았으니 탄로난것이다. 워낙 그는 밀고하면 그 다섯은 목이 날아나고 자기에게는 관대한 배려가 내려 집으로 보낼줄로 알았는데 일본군인들은 웬 일인지 그들을 죽이지 않고 때리기만 하여 내보냈거니와 자기를 집에 보내지 않았다.     《미친개는 잠을 자면서도 남을 물 궁리를 하는거다. 제 리득을 바라고 더 미칠듯 물것이다. 저 자식이 사람을 얼마나 해칠가.》     민호는 모두들 정신차리라고 여러번이나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이런 일깨움은 모마운것이였다. 하기에 많은 사람이 말머리무거운 민호에 대해서 유다른 호감을 가지게 되였다.          《사람해치는 벌레면야 없애버려야지! 조선에 는 속담이있다. 일하는것만도 지겨운데 이 많은 사람이 그 한녀석 하나때문에 간을 그냥졸여서야 말이되는가.》     어느날 민호는 그자를 없애버리려고 맘먹고 손은 자기가 쓸테니 그저 맞춰만달라고 몇사람과 짰다.     산굴은 높이 15m, 너비 30m로 반원을 이루면서 암석이 굳은 산을 이파고 들어갔다.     청명이 다가오는 어느날 막장일을 하던 민호가 그자를 자기곁으로 불렀다.    《어이, 로표 나 좀 보자구!》    《왜 그러오?》     로표는 말없이 일만 수걱수걱 해오던 사람이 이제는 동포인 자기와 가까이 지내자고 그러는 줄로 알고 기분좋게 다가왔다.    《로표는 내가 조선사람이란건 어떻게 알아봤소?》    《거야 동포니까 알아봤지. 한핏줄이 아닌가. 내 눈은 못속여.》    《그 눈 그리두 령묘한가. 그럼 어디 맞혀보오. 박동무가 보겐 내가 뭘해먹던 사람같은가?》     민호는 박동무라는 세글자에 악센트를 박으면서 그를 시험을 치듯이 물어봤다.     순간 로표의 두눈이 확 밝았다가 꺼졌다. 그는 감았던 눈을 다시뜨며 마치 관상쟁이 관상보듯이 작고 동그란 머리를 이쪽저쪽 번져가며 대방을 보고나서 늘어지게 말했다.    《내보겐 막일해먹고 산 사람은 아닌거고..... 손을 보면.... 총을 다루던 사람같고.... 어떻소 내 말이 맞지.》    《맞아! 맞아! 》    《전에 독립군에 다니지를 않았소?》     독립군에 있을 때 서로간 동무, 동지라 부른적이 있었는데 이자는 그것을 알고 민호의 신원을 맞혀내고 있었다.    《아니요. 난 토비질을 했소.》    《무슨 망탕소리를....》    《그러고 보니 로표는 과연 지인지감이 있는 사람이구료.》    《뭐 그렇게 까지 총명하겠소만 나도 둔한 놈은 아니요.》    《로표가 둔한 사람일리있소. 보오 둔한놈이야 제가 어떻게 될것도 모르구 혀바닥을 망탕놀리지 않소.》    《그러게말이요. 주의해야지.》    《듣자니 매를 맞고 나온 다섯녀석은 황군을 욕했다며.》    《그랬어. 그건 내가 들은거야.》    《로표도 같이 찧고 까불고 하지 않았소?》    《내가? 허허허...여기를 빨리 나가는 방법있지. 그런놈 스믈만 적발하면....》    《오 그래! 내보게도 로표는 둔한사람같진 않아. 정말루 영리한 사람이야....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자!》     민호는 말을 하다말고 그보고 저 돌을 들자해서 그가 머리를 아래로 숙였을 때 자기가 들었던 돌로 그의 머리를 내리깠다.    《적악지가에 필유여앙이랬다, 이놈아!》     민호는 그가 죽는것을 보면서 소리쳤다.    《사람상했다!》     주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감독이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어떻게 된거냐?》    《떨어지는 돌에 맞았소!》     여럿은 이구동성으로 웨쳤다.    《자식이, 여긴 왜 바라와서....뭘 보구들있어. 얼른끌어내가라!》      목격자의 반영이 일치한지라 감독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밤에 잠자리에 눕자 왕꺽다리가 제 입을 귀가에 가져왔다.    《당신은 정말해냈구만!》     혀를 끌끌 차면서 깨단을 했는지 한마디 더했다.    《과연 토비같으오 우둔한걸 보니!》    《토비아니면 그러지 못하는가.》    《못하지. 누가 감히 그렇게 하겠소.》    《이것보지 바보같은 소리 또 하는구만. 왜 그렇게 못한단말인가. 악이나구 맘만 먹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노릇이야.》    《난 그렇게는 못하겠어.》    《자기를 잡자해도 못할가. 그럴수 맞아. 당신이야 파즈니까.》    《건 또 무슨소리요, 파즈라는게?》    《바지에 오줌싸는 겁쟁이. 그런 사람은 토비질도 안시켜.》         그날밤음 몹시 어두웠다.      밤중에 민호는 신호줄을 당기였다. 그것을 당기면 바깥벽에 달아놓은 주먹만큼한 작은 종이 울린다. 그러면 보초가 듣고 달려와서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대개는 밤똥을 누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할 때만이 그것을 쓰는것이다.     2동의 보초병이 신호를 듣고 달려와 누군가고 물었다.    《나는 112호! 쏘개를 만나서....아이구 배야!》     민호는 지금 당장 내깔릴지경이라했다.     보초병은 별로 의심치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민호는 밖으로 나오나마자 목을 탈아 그자를 죽여버리고 옷을 벗겨 입었다. 그리고는 모자와 신도 벗겨 쓰고 신었다. 그의 행동은 과연 잽쌌다. 이제는 총까지 쥐였는데 저쪽에서 제1동의 보초병이 주적주적 걸어왔다. 아마 무슨 예감이라도 들었던모양이다.     사이거리가 불과 대여섯보밖에 안되였다. 민호는 뽐창을 뿌렸다. 면바로 숨통을 찔렀다. 적보초는 짹소리못하고 꼭그라졌다. 민호는 인차 전기불이 덜비쳐 어둑시그레한데로 갔다. 총을 먼저 철조망밑으로 내보낸 후 철조망을 천천히 조심스레 넘어갔다. 두겹다 안전하게 넘었더. 그런 후 총을 갖고 곧추 남쪽방향으로 내뺐다.     병영의 군인 하나가 소변을 보러 밖에 나왔다가 보초가 둘다 잘못된것을 발견하고 긴급경보를 울리면서 탐조등을 돌리였다. 그러나 이때는 민호가 남쪽의 외선철조망까지 이미 넘은 때였다.     그의 성공적인 탈주는 온 병영을 잠에서 깨웠을 뿐만아니라 동쪽입구에 있는 큰병영까지 놀래워 온 퇀이 출동하여 산을 수색하는 대소동을 일으켰다.     산몇개를 넘으니 깊은 계곡이 나졌다. 민호는 그 계곡을 가로지른 철교를 건너서 남쪽방향으로 갔다. 그가 철길을 따라 산굽이를 돌고있을 때였다. 저 뒤에서 화물차가 고동을 틀면서 달려오고있었다.    《오! 내가 흑룡강에 뛰여들었을 때 뗏목이 내려오더니 오늘은 기차가 달려오는구나!》     운수좋았다. 마침 올리막이여서 철교를 건너온 화물차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속도가 늘어졌다. 민호는 그 차에 뛰여올랐다.     화물차는 밤새도록 달리고 달리였다.     날색녘이였다. 민호는 차가 한 산골정거장에 이르자 뛰여 내렸다. 관동군은 군사비밀공지에서 탈출한 자를 속히 잡으려고 번개식의 을 내릴것이다. 한데도 그냥가서는 어떻게 하는가. 국경선을 물샐틈없이 지킬건 물론이다. 거기를 넘을수 없으니 고향으로는 다 간것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젠 정말 다른 방법이 더 없없다. 염왕산으로 들어가자 그래도 거기가 낯익은 곳이 아닌가. 거기 어디든 숨어서 광복이 날때까지 기다리자. 민호는 이같이 마음을 먹었다.     그의 손에 생명잃은 일본병이 씀씀이 헤프지 않은지 호주머니에 돈까지 얼마간 남겨주었다. 민호는 그 돈으로 배를 곯지 않으면서 서쪽으로 계속 걸어서 3일만에 마침내 태평진에 당도했다. 그는 지금 완전한 일본병의 차림새였다. 하여 조사도 받지 않고 성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해도 여기서 오래어물거릴 처지가 아니였다. 이날이 바로 청명절이였는데 날씨가 무척좋았다. 내가 여기로 온바에는 위삼포의 산소나 보고 입산해야 옳지 않은가. 이건 응당 차려야 할 례절인거야. 민호는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맴돌아서 상점에 들려 향과 지전을 사갖고 태평진을 나와 곧추 위삼포의 묘가 있는 서북쪽으로 걸음을 놓았다.     민호가 위삼포의 묘에 거의이르러 보니 거기에 그먼저 벌써 사람이 와 있었다. 세여보니 모두 셋이다. 민호는 적이 놀라면서 속으로 저건 누굴까했다. 자기같은 염왕산류자가 아니고는 여기에 올 리가 없는것이다. 좀더 가까이에 다가가면서 보니 하나는 일남이녀였다. 대체 누굴까?....     저켠에서도 이켠을 발견했다. 그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뜨고있었다. 한데 그 거동들이 어쩌면 눈에 익은것이였다. 아니 저건 향란이 아닌가! 그는 그쪽으로 급히 걸음을 놓으면서 소리쳐 불렀다.    《향란이!》     향란이는 무르춤 서서 이켠을 유심히 바라본다.     다른 두사람도 이켠을 유심히 본다. 그러면서도 이쪽이 어깨에 총을 멘 일본군인행색이라 몹시 경계하고있음이 분명하다.    《나요 나. 오인이야, 오인.》    《아, 옳구만!》    《어이구!》    《기뻐라!》     저쪽의 일남일녀는 왕견과 소춘매였다.     대방이 누구라는것이 확인되자 그들은 환성을 올리면서 달려가고 달려왔다. 이렇게 그들은 만났다. 과연 뜻밖의 상봉이였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면서 일희일경 어쩔줄을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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