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meditationschool 블로그홈 | 로그인
명상학교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345 ]

165    내 삶의 카모메 식당 댓글:  조회:1596  추천:0  2014-11-07
  내 삶의 카모메 식당           얼마 전 선생님의 권유로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영화를 보게 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딱 취향인 내게, 이런 유의 영화는 참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뭔가 얻을 것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 속 핀란드의 한 항구도시, 일본여자 한 명이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손님은 한 명도 없이 텅 빈 가게. 창밖에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릴 뿐이고, 뚱뚱한 핀란드 여인 세 사람이 한참을 바라보다 사라진다. 주인공은 아침마다 혼자 이상한 동작을 하며 집 거실을 왕복하는데, 가라데라는 무술의 기본동작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배운 거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해오고 있다고.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또 다른 일본여인이 가게에 일손을 돕겠다고 오지만, 여전히 손님은 없다. 어쩌다 들른 핀란드 청년 한 명이 첫손님이자 지금까지 마지막 손님이다. 그것도 첫손님이라고 돈을 받지 않겠다는 주인.   주인공은 그래도 매일 요리준비를 한다. 자신은 일본음식이 이곳 핀란드에도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장사가 전혀 안 되는데도 조금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 편안하고 맑은 얼굴이다. 주인공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웃음과 정성으로 대접을 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손님으로 또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 식구가 되어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어느새 식당은 점점 사람들로 가득하게 된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은 시끌벅적하고, 조용한 핀란드 항구도시의 거리 한 모퉁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카모메 식당. ‘갈매기’라는 이름의 식당. 참 재미없는 영화였지만 보고 난 지 한참이 지나도, 그 이미지는 지워지질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기고 있다. 처음 회사를 옮길 때면, 이리저리 회사를 변혁시켜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열정은 사그라졌다.   ‘여긴 아니야. 내 꿈을 이룰 곳은 다른 데 분명히 있을 거야. 내 능력이 필요한 곳이 꼭 있을 거야’ 그리곤, 회사를 옮겨 다시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장애물을 만나고, 한두 번 실패하고, 실망하고. 그리곤 또 떠난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이다. 이번엔 그래도 일 년을 넘겼다. 난 이제 갓 일 년을 넘겼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벌써 몇 해째 반복되는 일에 많이 지친 기색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겠다며 날 불렀지만, 일 년이 넘도록 여전히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 일상을 넘기고 있을 뿐….   어느새 나의 일상도 지루해지고 있다. 반복되는 스케줄,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회사 상황, 마치 핀란드의 나른하고 한적한 항구도시처럼. 의욕도 없고, 열정도 사라지고,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영화를 본 후, 메시지는 분명했었다. 아무리 희망 없는 열악한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바꾸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 나도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핀란드나 네덜란드 같은 북구의 평화로운 도시에서 그런 식당 하나 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부러워했다.   오늘 새벽, 난 내 옆에 있던 텅 빈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힐끗거리며 창안을 쳐다보지만, 들어올 엄두도 내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 희망을 그리고 싶지만, 이젠 삶에 지쳐버려 미래를 그릴 힘도 없는 우울한 사람들. 누군가가 뭔가 해주기를 바랄 뿐, 자신은 뭔가를 만들어갈 여력은 없는 사람들. 그들이 주변에 있었다. 사무실에, 버려진 내 블로그에, 몇 개월째 개점 휴업상태인 내 온라인 카페에…. 출근하자마자 이메일을 쓴다.   =========================================   다음 주 월요일부터 뜻이 있는 분들부터 모여서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콘텐츠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는 모임을 가지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12시 (1시간) 인원은 몇 명이 모이든 상관없이 그냥 진행합니다. 아무도 없으면 혼자 공부할 겁니다.^^ 관심 있으신 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아마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매일 그 시간에 회의실에 앉아 있을 것이고, 그 시간에 혼자라도 스터디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연히 들른 핀란드 청년처럼 한 사람이 와 앉을 것이고, 창밖으로 힐끔거리며 지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매주 난, 같은 시간에 그렇게 내 카모메 식당을 열고, 찾아올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식당이 넘치게 북적거리며, 내가 준비한 음식을 맛볼 그 날을 그리면서.   딩동! 답장 메일이 왔다. “이사님, 금요일 11시~12시는 어떠신지요? 아무래도 금요일에는 행사가 적어서 이 시간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금요일을 선호합니다.” “저도 금요일 좋습니다.”^^ “저도 금요일이요~~” “예, 알겠습니다. 당연히 해야죠.^^; 저는 요일 상관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필참!”   벌써, 손님이 이렇게나 많이 오면 안 되는데…. 내 삶의 카모메 식당!  바로 여기였다.   * 명상을 시작한 지, 9년째가 되어가지만, 삶의 힘겨움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며칠 전 명상일기를 적으며, 내 삶의 카모메 식당을 찾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우울한 상황이, 내가 들어가 빛을 내어야 할 카모메 식당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초라하고, 비록 손님이 하나도 없더라도, 나의 꿈을 그리고 키우며, 미래의 손님을 기다리며 꾸준히 준비해 나간다면, 언젠간 북적거리는 날이 올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불편한 상황들이 날,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게 해주는 감사한 상황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꾸준함만이….   내 삶의 카모메 식당을 가꿀 수 있는 열쇠란 걸 알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164    왜 핑계를 대는가 댓글:  조회:1752  추천:0  2014-11-06
왜 핑계를 대는가        환경은 자기 마음의 다른 표현입니다.  자기가 불러들이는 겁니다.  우리가 뭘 본다고 할 때 삼라만상을 다 보지 않습니다.  자기가 보는 것만 보는 겁니다.  아는 만큼 봅니다.  똑같이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와도 어떤 사람은 이걸 봤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저걸 봤다고 하고, 보는 게 다릅니다.        주변 여건이란 자기가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에 자기가 관심 있는 것들이 주변에 형성됩니다.  서울에 이렇게 인구가 많은데 어떤 사람하고만 특별히 관계를 갖는 것은  그 사람을 자기가 불러들이거나 상대방이 나의 어떤 요소에 끌려서 오는 겁니다.        환경은 나의 표현입니다.  나는 어떤 일이 하고 싶은데 자꾸 다른 일이 생겨서 못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마세요.  내 마음에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많아서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누가 무슨 얘기를 해도 안 들리고 안 보입니다.  그런 얘기가 들리고 그쪽으로 끌려간다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그쪽으로 노를 저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자기가 다 끌고 가는 것이지, 타의라는 건 없습니다.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가 싫으면 안 하는 건데,  나에게 반응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응하는 겁니다.  아무리 자비로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다 이기적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누구를 위해서 하지는 않습니다.  다 자기 뜻대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하고 싶은데 여건이 어쩌고저쩌고 핑계를 대는가?  자기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끌고 가야 합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겁니다.        내가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어떤 것에 자꾸 끌려간다면  그 분은 이미 자기 인생을 사공에게 맡기고 승객 노릇을 하시는 겁니다.  최소한 자기 몸이나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됩니다.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가진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어야 됩니다.  그걸 무리 없이 끌고 갈 수 있으면 유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3    사랑이 영원할 수 있나요? 댓글:  조회:1801  추천:0  2014-11-04
사랑이 영원할 수 있나요?     지난 시간에 내드린 숙제 많이들 하셨습니까? 이미 내신 분도 많은데 자신들을 보는 시각이 많이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겠지만 막상 숙제를 해보니 어때요?     너무 어려웠습니다.     저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잡히길 않았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써야 하는지도 애매했고. 태어난 이후만 쓰면 되는지, 전생까지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인지...     나오는 대로 하세요. 본인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보고 있는지도 알고자 합니다. 이 분의 현재 출발점은 이렇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마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같은 숙제를 내드리면 쓰시는 게 다를 겁니다.       그래도 수준이 너무 못 미치면 곤란하니까요.     이제 시작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내보세요. 가능하면 입체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좋겠죠. 폭넓게.     그런데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보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어떤 문제일 것 같습니까? 바로 사랑에 관련된 부분이더군요. 누구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배신을 당하고 이렇게 온통 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으로 묘사한 분도 있어요. 사람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태어나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더군요.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부여된 것은 그것을 통해서 우주의 사랑을 느껴보라는 건데 다들 거기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길을 한참 돌아가죠.     사랑이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영원할 수 있는 건가요?     사랑에 빠졌을 땐 사랑이 영원할 것 같죠?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랑이 유지되는 것이 길어야 2년 6개월이랍니다. 그 사랑의 실체가 무엇인가? ‘설레임’입니다.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사랑을 해보세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설레이죠. 그런데 두세 달 지나면 벌써 달라져요.     그 설레임 때문에 인생을 걸기까지 하는데 그게 영원하지가 않아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대상을 찾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장춘몽입니다.(웃음)              
162    어디 아프세요? 댓글:  조회:1673  추천:1  2014-11-03
어디 아프세요?             "할머니! 무릎이 울퉁불퉁한 것을 보니 고생을 많이 하셨겠어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울컥’ 한다고 하신다. 지금은 그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다. 그 한마디가 그간의 세월을 회상시켰다는 것을…. 내가 그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한 손에는 다양한 해부 생리학적 지식을, 다른 한 손에는 나만의 철학을 들고 매일 매일 환자와의 전면전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은, "어제 보다 더 아파!" 였다.    이쯤 되고 보니 내 길이 아닌가 싶어 직종을 바꾸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다시 나를 같은 곳으로 돌려놓았다. 결국 다시 이 길로 돌아오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름 책도 많이 보고 정성껏 치료도 하는데 환자는 왜 나날이 줄어드는 것이지….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물리치료사로서의 나의 위치는 변치 않은 채 예전 그대로였다. 줄어드는 환자도 스트레스이지만 낫지 않으면서도 계속 오는 환자는 더욱 스트레스가 되었다. 낫지 않으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갈 것이지 매일 똑같다고 하면서 더 자주 온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해가면서 점점 환자가 아닌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름 책임의식이 있고 성실하지만 편하지 않고 내가 나를 봐도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내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인식이 생기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려고 하였다.  아픈 곳이 어딘지 묻는 것 대신에 식사는 하셨는지, 치료 끝나고 어디 가시는지,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아 계신지…, 누구하고 사시는지, 고향은 어딘지, 젊은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는지….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묻다보면 왜 아프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는 일상을 묻는 대화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등 한번 토닥이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음을 열어야 몸이 치료에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비록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지난날을 고스란히 저장한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몸속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매일 매일 많은 분들이 그분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신다. 난 이제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수많은 환자분들이 무심한 나의 손을 스치며 지나가는 동안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정말 중요한 치료법은 책에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치료 받으러 오시는 할머니는 한 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고 다니신다. 따뜻하게 해놓은 치료용 베드를 늘 뜨겁다고 꺼 달라고 하신다.   "난 아파 죽겠는데 원장은 다 나았다고 오지 말래!" 하시면서 매일 같은 투정을 하신다. 그래서 그 할머니가 오시는 날 온도를 꺼놓고 그 자리를 권해드리니 감기 걸려 죽겠는데 차갑게 해 놓았다고 또 투덜거리신다. 가끔 그 분의 무릎이 진짜 아픈지 궁금하다. 만져보면 괜찮은 듯한데….^^;    
161    자유로운 사람 댓글:  조회:1825  추천:0  2014-11-02
자유로운 사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 형제들이 참 자유스러운 사람들이죠.  말하는 내용이 상당히 진화의 정도가 높더군요.  어떤 것이 인간적인 삶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얘기를 하는데 자연스럽고 꾸밈이 전혀 없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파우스트 얘기를 했더니 ‘파우스트가 뭐죠?’ 그러더군요.  그 정도입니다.  당연히 알아야 되고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기는 그런 것 모른대요.  어려운 질문이라도 하면 그런 복잡한 건 묻지 말라고 그러는데 아주 자연스럽더군요.  그러니까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지,  여러 가지 다 했다가는 되겠습니까?        소프라노 조수미 씨도 그렇더군요.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자기는 집에 들어오면 집안에 발 디딜 틈이 없답니다.  너무 어질러져 있어서 발끝으로 다닌대요.  그래야만 자유로워서 소리가 잘 나온다고 하더군요.        ‘뭐 여자가 그런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프라노 가수로서 노래를 잘 하면 됐지,  집안도 깨끗해야 되고 살림까지 잘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걸 다 이해할 수 있어야 됩니다.        손톱이 굉장히 긴 걸 보고 인터뷰하는 사람이 왜 손톱을 그렇게 기르시냐고 물으니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물어보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가수를 머리 모양이 어떤가, 어떤 옷을 입었나 이런 걸로 평하면  무대에서 노래하는데 지장을 받는대요.  왜냐 하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자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노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걸로 평하지 말고 내버려 두랍니다.        참 자연스러운 거죠.  웬만한 사람 같으면 요구하는 대로 따라 줄 겁니다.  복장이 어떻다고 하면 단정하게 하려고 애쓰고 그럴 텐데,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왜냐 하면 가수니까.  그렇듯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  또 그렇게 내버려두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160    처음으로 내가 그립다. 댓글:  조회:1933  추천:0  2014-10-31
처음으로 내가 그립다. 나는 누구인가? 아, 정말 나는 누구지?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다.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한번 쭉 써보자. 이름, 나이, 성별. 키, 몸무게, 가족, 전공, 하고 있는 일들... 왠지, 또 하나의 나, 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객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 같다.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누구지? 네가 너지 누구야?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저 이름 석자, 그리고 나이, 얼굴... 이름 바꾸고, 얼굴 성형수술하고, 목소리 변조하면 순식간에 우린 모르는 사람들. 스산한 바람 한 줄기가 가슴을 쌩 하고 지나간다.   아, 참 외롭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혹성에 홀로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난 어디서 온 누구? 어떻게 내가 온 곳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 막막한 시간과 공간의 바다를 헤치고... 여기까지 쓰다가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전생의 나. 전생보다 아주 오래 전의 나. 그보다 더 오래 전의 나.. 태초의 나...를 처음으로 내 가 그 립 다.     호흡으로 우주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단전으로 들어온다 호흡으로 몸이 바뀐다 호흡으로 내가 바뀐다 호흡으로 마음이 바뀐다 호흡으로 우주가 바뀐다 호흡으로 모두가 바뀐다     세상공부시간   사랑이란 우주의 가장 한가운데를 이루고 있는 심(心)의 중핵으로서, 거기에서 모든 따뜻함이 배어 나온다. 사랑은 그 자체가 우주의 본심(本心)이니라.   사랑의 시작은 설레임. 그 순간 세상이 다 내 것 같고 이 사랑이 영원할거라 믿지. 하지만 인간의 사랑이 유지되는 것은 길어야 30개월! 하늘의 사랑은 이슬비가 촉촉히 내리듯, 한결같고 변함없는 사랑. 이제 소유가 아닌 진짜 사랑을 배워보자.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랑 한번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나에게로, 이정표를 세우다.   날짜 : 1999년 3월 6일 토요일 장소 : 수선재 날씨: 비오다 갬. 말갛게 씻긴 하늘이 가까이 내려왔다.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었다. 그리고 나서 지난 한 주는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부터 계속 생각했지만 아직도 완성을 못했다. 숙제.. 숙제라... 학교 졸업하고 얼마 만에 해보는 진짜 숙제더냐? 게다가 보통 문제도 아니고 ‘나’에 대해 써오라니... 이런 정말이지, 어디서 베낄 수도 없고 찾아볼 참고서도 없다.   아, 있다! 바로 나의 일기장들. 초등학교 때부터 차곡차곡 써온 일기장.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 일기장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   그 속에 푸욱 빠져버렸다. 난 참 이상하고 재미있는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랬는지 많이 외로워하고. 실제로는 없는 대상과 대화를 시도한 적이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꽃에 이름을 붙여 대화했다. 나만의 별을 정해놓고 매일 편지를 썼다. 책 속의 주인공에게도. 언젠가는 내 안의 나, 또 다른 존재에게 일기를 썼다. 나를 좀 알아달라고. 날 좀 봐달라고. 외로우니까 얘기 좀 하자고... 그리고 감명 깊게 읽은 책들... 그때 그때의 느낌이 살아있었다. 몇 명의 친구들이 기억이 났다.   그러다가 날을 꼴딱 새버렸다. 나를 형성해온 것들을 다 읽었음에도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았다.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내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나. 내가 알지 못하는 나... 그건 뭘까?   「나는 누구였을까?」라는 책제목에 왠지 섬뜩했던 적이 있었다. 나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내가 나를 모른다면 난 누구란 말이야? 나를 아는 사람은 누구지? ...그러다가 문득 아하! 하고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이렇게 실마리를 주시는 거구나. 나를 찾으러 떠나는 실마리. 오늘, 이정표 하나를 세우다. (‘여기가 출발입니다’ 라는)   “나는 누구일까?” 오늘은 역시 숙제 얘기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난 아직 못 했는데 빨리 해야겠다.                
159    사랑의 춤 댓글:  조회:1540  추천:0  2014-10-30
사랑의 춤           여러분들은 울적할 때 어떤 행동을 하세요? 저는 울적하거나,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울 때 스스로 몸을 주물럭주물럭, 비비적비비적 거리며 마사지를 해준답니다. 위로를 해주거나 포상을 해주는 거지요! 하하하!    어느 날 기분 좋게 마사지를 시작했는데 내 몸 어딘가에서 슬픔이 퐁퐁 올라옵니다.    '어, 왜 이러지? 아…. 슬프다!'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급기야는 꺼억꺼억 목놓아 우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이 그리 슬펐냐고요?'    제게는 유난을 떨며 집착을 하는 단어가 있답니다. 변치 않는 믿음, 변치 않는 사랑, 변치 않는, 변치 않는…. 명상을 하면서 우주의 진리는 변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도 당연히 변하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마음도 당연히 변하고 움직인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는지 모른답니다. 전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변치 않는 무언가를 지독히도 꿈꾸고 동경하거든요. 사실 그 마음 때문에 명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목놓아 펑펑 울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처음 든 느낌이, ‘슬프다. 외롭다…’였어요.    그래서 그 실체를 찾아 들어가 보았더니 그 안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의 상처가 있더군요. 사람이 태어나서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저 역시 30년 남짓 살아오며 많이도 만나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나고…. 그랬지요.    아까 제가 변하지 않음에 대한 집착이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다 변해버렸던 거지요. 변하지 않도록 지켜내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난 실패자다! 난 사랑의 실패자다!! 난 사랑을 지켜낼 수 없는 엄청난 결함을 가진 인간이다!!!’  의학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2년 6개월이라고 한다지만, 저는 변치 않는 마음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지켜내지 못한 자신이 참 실망스러웠어요. 그런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았지요.    슬프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창문너머 바람이 쉬이익 불어옵니다. 언젠가 이런 온도의, 이런 촉감의 바람을 맞아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방안이 그때의 거리로 함께 했던 사람들로 그때의 웃음, 감촉, 향기로 가득 찼어요. 왠지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웃음이 배시시 나옵니다.    문득 예전의 그들을 한 명 한 명 초대해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부스스 일어나 한 명 한 명 불러내 춤을 추었지요. 하하…. 좀 이상한가요? 어쨌든 한 명 한 명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춤을 추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나더군요. 실패란 것은 없다!    그 하나하나의 과정 속에서 서로 많이 사랑했고 많이 나누었고, 지켜주었고, 즐거웠기 때문에. 그 모든 하나하나의 시간들이 다 사랑이었던 것! 그 자체로 완성이구나!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고요?    그런 이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 나의 18살에 23살에 26살의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들이 어딘가의 바람에 햇살에 묻어 있다는 것에 아주 많이 감사하지요! 실패를 많이 한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제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더라고요! 바로 우주의 진리는 ‘변하는 것’이라는 거.  그래서 사람도 변한다는 것.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는 것. 또 그 변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거예요. 변한다는 것은 유통기한을 넘긴 통조림이 변질되는 것하고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요!! 변하기 마련인 사랑을 변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궁금하신가요?     더 가지려고 하지 않고 서로의 빈 공간은 그대로 빈 공간으로 유지를 하며 그 안으로 바람도, 나비도, 구름도 흐를 수 있도록 남겨 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득 고여 흐르지 않는 물처럼 썩어 버리지 않도록 말이에요. 물의 습성대로 흐르도록 두는 거죠. 그 빈 공간은 유지하며 공간 안의 꽃들과 나무와 아름다운 집과 하늘을 공유하는 것이 인간의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공유하고 또 흘러가면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두고…. 흘러가 보았자 같은 하늘 아래인 걸요….    사랑의 춤을 추고 싶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그런 춤이요. 그래서 세상사람 모두가 사랑의 춤으로 들썩들썩~~~ 하하! 호호!  그날을 꿈꿉니다.    
158    너무 많이 요구하는 사회 댓글:  조회:1561  추천:0  2014-10-29
너무 많이 요구하는 사회        팔방미인이란 말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사실 아무 것도 잘 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에너지라는 건 한계가 있어서 어떤 한 쪽으로 집중해서 쓸 때 파워도 실리고,  개발도 되는 것이어서, 다 하려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밖에 발전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 외에 한 가지 정도 잘 하는 건 괜찮지만,  나머지는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됩니다.  뭐든 한 가지라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그 외에 한두 가지 잘 하면 금상첨화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요구합니다.  또 본인도 자꾸 세뇌되다 보니 이것저것 다 잘해야 되는 줄 알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나 주변에서 요구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하도 여러 가지를 요구하니까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립니다.  그대로 크도록 내버려둬야 무리 없이 잘 뻗어 나가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니까 예쁘다, 저렇게 하니까 예쁘다,  자꾸 그런 소리를 들으면 머리에 남습니다.  그래서 자기 의도대로 안 하고 들은 대로 하게 됩니다.        칭찬도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잘 한다, 잘 한다’도 그냥 한두 번 얘기했으면 됐지,  자꾸 하는 건 매일 잘하란 얘기거든요.  예쁘다는 것도 한두 마디 얘기해 주면 됐지,  자꾸 예쁘다고 그러면 만날 예쁘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사회에서, 주위에서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게 다 스트레스입니다.       
157    운명적인 책과의 만남 댓글:  조회:1616  추천:0  2014-10-28
운명적인 책과의 만남         오늘은 첫 수업을 받는 날. 며칠 전 도서관에 갔다가 빼곡히 꽂힌 책들 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선계에 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왠지 그 한마디가 나를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며칠 후 떨리는 손으로 책 뒤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수선재...라는 곳 그리하여 이 학교의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공부해나가는 과정을 일기형식으로 엮은 그 책은 나를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하였다. 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어느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영적인 공부를 하는 곳. 그렇게 해서 전화로 위치를 안내받고 가게 되었다. 서울에, 그것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종로 한복판에 이런 학교가 있다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히말라야 같은 오지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문을 여니 방안 가득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순간 ‘아, 이곳은 따뜻한 곳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가슴속이 환한 햇살빛으로 물들어온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린 액자 하나. 재미있는 글씨체에 세로로 쓰여져 있다.   仙 맑 밝 따  人 게 게 뜻 化         하             게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처음인지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있다. 앉아서 호흡을 고르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팔다리를 휘두르며 체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연령도 10대에서 60대로 보이는 분까지 다양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들 어떻게 알고 왔을까? 나처럼 책을 읽고 왔을까? 다음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교실 안은 쥐죽은듯이 고요해진다. 인사를 하고 앞에 앉으신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성분이시다. 고운 얼굴에 인자한 웃음이 가득하시다. 어디서 뵈었더라? 아는 분 같은데... 오래 전 꿈속에서 뵌 분 같기도 하고. 이상한 느낌, 그러나 나쁘지 않은 느낌... 어디서인지 드라이아이스 같은 시원한 기운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왠지 가슴 부근이 시원해지며 눈이 아른거린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 같다. 앗, 무슨 말씀을 하시네. 귀를 쫑긋 세워본다.       호흡은 만물을 있도록 하는 근본이다. 호흡이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바위나 돌조차도 호흡으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이 살아있다 함의 기준이 바로 호흡인 것이다.     인사, 선생님     처음 뵙습니다.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안내자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오셨을 텐데 저는 사실 드릴 것이 없어요. 우리 학교에서는 무얼 가르쳐드리지 않아요. 오히려 기존의 아는 것, 가진 것들을 다 버리게 합니다. 가득찬 방에는 무얼 더 집어넣을 수가 없어요. 깨끗이 비워지고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방, 생각만 해도 기분 좋죠. 금생뿐 아니라 수십 생을 되풀이하는 동안 형성된 것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하지만 자신이 텅 비워지고 아무 것도 모른다 하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어요. 기운과 호흡을 통하여 자신을 만나고, 우주와 하나되는 공부이지요. 자신과의 만남은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와 있는 동안이라도 다 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만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내가 나인데 ‘자신을 만난다’는 건 뭔가요? 또 다른 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어요. 여기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손들어 보실래요? ...   내가 나죠.   이름이나 직업, 학력 이런 거 말고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이라도 솔직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해본 사람 있어요? ... 내 몸은 내 것일가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내 것이라는 것은 내가 창조하고 내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대로 태어난 것도 아닐 뿐더러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죠. 어떤 섭리에 의해 주어진 거예요. 그러면 내가 부모님의 것이냐? 그 몸을 빌어서 나를 내보내주신 것이지 창조한 건 아니죠. 나는 누구일까요? 숙제를 하나 내드리겠어요.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시고 자신에 대해 글을 써오시기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살아온 기간만큼 할 말이 많을 거예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글을 써보면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자신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써보세요. 살아온 과정에 억울한 일도 많고 한맺혀 있는 일도 있을 수 있는데 감정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세요. 나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현재의 나만 볼 수도 있고, 과거의 나, 전생의 나, 전전생의 나까지 볼 수도 있고, 또 평면적으로 볼 수도 있고 입체적으로 볼 수도 있고, 옆에서 볼 수도 있고 위에서 또는 밑에서 볼 수도 있어요. 어떤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알고자 합니다. 이렇게 한번 써보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공부가 될 거예요. 이러한 인식이 없이 자신을 찾아가는 공부를 한다는 건 출발점을 모르고 종착점부터 찾겠다는 것과 같아요. 길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죠.   깨달음은 앎입니다. 자신에 대해 알고 나서야 우주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표정들이 심각하네.(웃음)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걸, 큰일났구나’ 하는 거예요? 아직 여러분은 시작단계입니다. 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예요. 유치원생입니다. 유치원생은 유치원에 맞게 지도해 드려야죠. 쭉 공부하시다가 대주천이 되시면 그때는 학교에 가입학하는 거라고 봅니다. 입학은 뭐냐? 견성(見性)을 하는 것이 입학입니다. 견성 이후 다시 수많은 공부가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먼 길이겠습니까? 이왕 깨달음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셨으니 끝까지 실족하지 말고 가셨으면 좋겠고 나아가 많은 도반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기, 수선재는 그런 곳입니다. 여럿이 모여 재미있게 길을 갈 수 있는 학교입니다. 저는 이끌어주는 스승을 만나지 못해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여러분은 커리큘럼이 다 나와있고 매월 점수로 현 상태를 정확히 알려드리니 얼마나 좋습니까? 앞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알게 되시겠지만 제가 농담을 많이 하고 때론 ‘도선생이 저런 말까지 하다니’ 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다 공부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으로의 첫발을 내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내가 어디서 왔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밤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친숙해보인다. 저 별 중에 내가 온 별도 있을까? 얼마나 먼 별일까? ... 별 하나가 나에게 윙크~하는 것 같다.    
156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댓글:  조회:1438  추천:0  2014-10-27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자신의 일은 우선 ‘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원하는 게 있고 겉으로 원하는 게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내시고,  그 일을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지 거짓으로 원하는지 보십시오.        자선사업 하는 사람들이 무슨 재단 만들어 놓고 기부금 받고 하는데,  속마음은 딴 데 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장사를 하는 게 낫습니다.  눈속임으로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이런 사업, 저런 사업 하면 안 됩니다.        돈 많이 벌고 싶은 건 죄가 아닙니다.  그게 왜 죄겠어요?  많이 벌고 싶으면 버는 겁니다.  그러면 그런 방법으로 벌란 말입니다.  돈 버는 방법은 장사하는 겁니다.        모든 것은 정법으로 하면 되는데, 편법으로 앞에 내세우는 것과  뒤로 챙기는 것이 다르면 안 됩니다.  그건 범죄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해 봐서 돈을 벌고 싶으면 아예 돈 버는 일로 나서십시오.  살짝 가리고 딴 거 하지 마시고요.        솔직하게 자기가 원하는 일이 뭔가?  예를 들어 이름을 날리고 싶다면 그쪽으로 하면 됩니다.  연예인들도 진심으로 뭘 원하는지는 다 다릅니다.  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 건지,  돈 벌고 싶어서 하는 건지,  그런 거에 따라 처신이 달라집니다.        뭘 하고 싶으면 솔직해져야 됩니다.  내가 이걸 왜 하느냐?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느냐, 아니면 돈 벌고 싶어서 하느냐,  아니면 진짜 그 일이 좋아서 하느냐?  그걸 잘 찾아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게 나쁜가요?  유명해지면 좋죠.  진심으로 원하는 바가 뭔지에 따라 그렇게 하면 되는데,  이중으로 되면 자꾸 복잡해집니다.       
155    첫 자전거 여행 댓글:  조회:1554  추천:0  2014-10-26
첫 자전거 여행             끝을 알 수 없는 길이 계속 되고 있었다. 주위는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고 멀리서 흔들거리는 불빛은 꺼져가는 등불처럼 희미했다. 온몸 구석구석으로 밀려드는 3월의 추위는, 나의 몸과 마음을 점점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대학교 입학이 결정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입학 전 3일간 자전거로 달려 입학식에 참가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추억 중의 하나가 될 듯했다. 그것도 무전여행으로…. 혹시라도 잘못될까 걱정하실 아버지껜, 자전거는 기차로 실어 보내고 저도 조금 일찍 가겠다고만 말씀드렸다.    평소 애지중지하던 클래식 기타 한 대와, 전국 도로 지도, 그리고 옷가지들을 챙겨 자전거에 올랐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도로 약 500km! 온갖 부푼 꿈과 희망으로 시작한 하이킹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 밤낮의 극심한 기온 차, 갈증과 허기, 거기에 체력의 한계까지. 내가 생각했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자전거 여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겨우 하루를 넘기고 둘째 날. 대구에서 출발해 대전까지를 목표로 세웠지만,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옥천 경계를 넘을 때쯤, 벌써 해는 지고 주위는 온통 캄캄했다. 밤 10시가 넘어 겨우 발견한 마을 슈퍼에서, 초코바와 우유하나를 사서 먹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가다간 탈진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약국 문을 열고 사정을 얘기하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허사였다. 처음 보는 사람을 그것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안으로 들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연해, 부탁한 내가 잘못한 거야’ 그나마 근처 경찰서가 있으니 가보라는 얘기에 희망을 갖고 문을 나왔다. 추위에 계속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경찰서 문을 열었다.  “하이킹하고 있는데 하룻밤만 재워주시면 안 될까요?"  "누구? 이 동네 사람인가?"  “아뇨, 부산에서 왔는데요.”  “여기는 총 같은 것도 있고 위험해서 안 돼. 다른 데 가서 알아봐.”  “밖이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그리고 총 있어도 상관없는데요.”  “그게 아니고…. 총 가져가면 어떻게 해? 안 돼. 다른 데 가봐!”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위험한 사람이란 얘기에.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나는 철저하게 혼자란 생각이 들었다.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머리가 멍해졌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애원하듯 다시 부탁하였다.    “저 지금 너무 춥고 힘들어서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제발 좀 재워주세요. 여기, 소파에서 잘게요. 무기고 있는 곳은 얼씬도 하지 않을게요. 네?"    소용없었다. 허튼소리 말고 여기서 빨리 나가라는 말에, 너무 서럽게 느껴져 눈물이 나왔다. 혹시나 마음이 약해져 따라나오려나 싶어 뒤를 돌아봤지만, 차갑게 닫힌 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온종일 땀을 흘리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나는지.    ‘그래, 설마 죽기야 하겠어? 밤새 한번 달려보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하지만 몸은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다 죽어갈 것 같은 몸을 겨우겨우 추슬러 길을 가는데, 저만치 불빛 하나가 반짝였다. 주유소였다. 다시금 희망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어디에서 힘이 났는지 빠르게 페달을 밟아 주유소 앞에 도착했다.  “저, 하이킹하는 학생인데요.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여기서 몸 좀 녹이고 가면 안 될까요?"  "아! 밖이 상당히 추울 텐데. 여기 앉아서 몸 좀 녹여요.”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맞아주는 환대에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몸을 녹이며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 재워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오히려 사장님이 오시면 큰일 나니 빨리 나가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똑같구나. 어쩔 수 없지. 몸만 녹이고 가야겠다’  갑자기 침울해진 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을까? 남아있는 눈물자국에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그는 꼬깃꼬깃 구겨진 3만 원을 바지주머니에서 꺼내 내게 건넸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여관이 있어요. 거기 가서 자요. 힘들게 여행하는데 잠은 잘 자야죠. 여관비는 이 정도면 될 거예요.”  “아뇨. 전 그냥 여기서 불만 좀 쬐다 가면 돼요. 괜찮아요.”  “받아요. 여관에 가서 따뜻하게 자요.”  그저 감사하단 말밖엔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그는 내게, 빨리 가서 따뜻하게 자라는 얘기만 계속했다. 너무 고마워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나를, 그는 문까지 열어주며 따뜻하게 배웅해주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르며 눈물은 마르고 몸은 찬바람에 떨렸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포근했다. 그날 밤, 깊은 산 속 어느 이름 모를 마을의 한 여관에서 나는 내 생에서 가장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다.     * 고3 때, 1시간 정도를 자전거로 통학하며 시작된 나의 자전거여행은 대학생활을 거쳐 군대시절까지 계속되었다. 남들과 다른 가정환경, 충족되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 그 어디에도 발견할 수 없는 내 자신의 존재.  무기력한 나의 운명 앞에, 나는 지고 싶지 않아서일까? 무작정 달렸다. 그 속에서 내가 만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제 그때의 기억들은 아주 오래된 낙엽처럼 나의 낡은 사진첩과 가슴 한편에 깊이 묻혀 있다. 지금 다시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아마 다시 태어나 그때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난 또다시 자전거를 타고, 옥천의 한 산등성이를 넘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속에 하나의 깨달음이 자리 잡기 시작한 건. 그건 바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다. 언제나 깊은 절망과 어둠은, 희미한 희망의 빛과 함께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희망이란 빛이 너무 희미해서 나중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오늘도 신은 내게 어둠을 보여주며 묻고 있다.  “여기서 그만 끝내고 싶은가?”  “아뇨, 그럴 순 없어요. 조금만 더 가보면, 조금만 더….”  “그럼 조금만 더 가 보거라. 네가 날 버리지 않는 한, 나도 널 버리지 않을 테니까.”     
154    시골 마을 촌장이 나오려면 댓글:  조회:1451  추천:0  2014-10-24
시골 마을 촌장이 나오려면        옛날에 공자님 말씀에, ‘시골 마을 촌장 한 명이 나오려면 바보 천 명이 있어야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촌장이라는 지도자 한 명을 만들려고 해도  그만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자신의 역할이 그런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게 의미가 없는 일이냐?  아니죠.  집 지을 때 다 기둥 하고 서까래 된다고 그러면  누가 자갈이나 모래가 되고, 누가 시멘트가 되겠습니까.  사람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자기 자리를 찾으십시오.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사회에서 한 부분을 이룰 때는 내 역할이 서까래인가, 기둥인가,  모래나 자갈인가 아셔야 합니다.  모래나 자갈은 남을 엮어주고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주 속에서 존재할 때는 다 자기 역할이 있습니다.  길거리에 보도블록들이 다 그 자리에 놓여 있는 이유들이 있는 겁니다.  다 같은 자리에 있지 않고 어떤 보도블록은 여기 있고,  어떤 보도블록은 저기 있는데 그게 자기 자리입니다.        만약에 어떤 보도블록이 튀어나와서 다른 보도블록 위에 얹혀 있다면  남의 자리를 침범한 게 되고 이미 자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겁니다.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서 서야 됩니다.  명상은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는 과정입니다.        한 10년 전에 조사해 보니까 우리나라의 직업이 2만여 종이 되더군요.  그때 미국의 직업을 보니까 20만 종이었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다양한 것입니다.  그때 이미 ‘발 전문점’ 같은 것이 있었는데,  다 자기들이 찾아낸 일들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사회는 참 획일적입니다.  직업이라고 그래 봐야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삶이 다양하지 않다는 얘기죠.  그만큼 생존경쟁이 치열합니다.  창조적으로 일을 찾아내서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남들 안 하는 것도 해보십시오.        할 일이 많아서 괴로운 사람 못지않게  자신의 일을 찾지 못해 괴로운 사람이 참 많습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데를 반드시 마련해서  창조적으로 에너지를 잘 쓰시기 바랍니다.       
153    행복을 굽는 매장 댓글:  조회:1657  추천:0  2014-10-23
행복을 굽는 매장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은행에 업무상 잔돈을 바꾸러 갔을 때 여직원의 첫 인사였다.    "번 냄새가 나요." 번이라 함은 로티 번을 말하는데, 커피와 함께 먹는 둥글납작한 빵의 일종이다.  그렇다. 나의 직업은 바리스타이며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커피뿐 아니라 음료와 차, 그리고 맛있는 빵도 파는 작고 아담한 곳이다. 사실 직장을 구하기 전, 나는 열심히 기도를 드렸었다. 가라앉을 때나 들떠 있을 때나 맑을 때나 탁할 때나…. 나의 바람이 하늘로 퐁퐁퐁 전달이 되도록~^^  그래서일까? 하늘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사실 서비스직 치고 소위 사무실 시간대인 9시~6시 근무에 일요일 휴무인 곳이 많지 않은데 그러한 곳에 세 군데나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곳이다. 부부가 운영을 하시는데 나이가 어머니 아버지 나이랑 비슷하시다.  '헉! 두 사장님을 모시고 일을 해야 하다니!!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처음의 염려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두 분은 투박하신 말투와는 달리 비둘기가 오는 시간에 맞춰 빵가루를 뿌려 주시는, 마음은 아주 따뜻하신 분이셨다. 감사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다. 이곳 사장님, 사모님은 말투가 투박한 편인데도 오픈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매장치곤 단골손님이 많았다. 바로 고객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까닭이다. 손님들도 말투 너머로 따뜻한 온정이 있는 마음을 보았나보다. 내가 느낀 것처럼.   사장님께선 손님들이 언제 자주 오는지, 무엇을 잘 드시는지를 대부분 기억하고 계셨다. 때론 직업까지도.  '저 손님은 토요일마다 호박 라떼를 드시러 오셔'  '저 손님은 헬스 강사인데 체대를 나왔어’ '저 손님은 이틀에 한 번씩 오는데 시럽을 안 넣으셔'    평소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나. 열렬히 마음이 맞는 친구를 원하면서도 방어벽을 치며 혼자 있던 나. 때론 사람들이 두렵고 무서워 피하고 싶던 나. 이런 나는 사라져야 했다.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나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즐겁게 웃으며 반기는, 그런 행복한 공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사장님한테 '서비스'에 대한 강의를 15분가량은 들은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길 원하며 그러기에 최상의 서비스는 관심이라고 하셨다.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와르르 몰려오는 바람에 정신없이 바쁠 때는 잘 웃어지지가 않고 표정 관리가 안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웃으며 친절하도록 노력 중이다. 매일매일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환한 웃음이 자연스러운 내가 되지 않을까? 따뜻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나이고 싶다. 더 따뜻해지고 싶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다.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7개월 동안 이곳에 직원이 몇 있었는데 거의 다 안 좋게 그만두었다. 첫 번째 남자직원은 툭하면 술 마시고 안 나오고, 두 번째 여자직원은 일도 잘하고 손님들한테도 잘했는데, 매일 5분, 10분, 30분 지각하고 무단결석 두 번에 일주일 동안 잠수. 사장님들께서 많이 애를 태우신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왜 그러냐고 하시면서….    허나 그들의 모습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내게 있어 책임감이란 친구는 한동안 가출을 했다가 1년 전부터 슬슬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피해를 입으시며 사람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기본'이 중요함을 강조하시는 모습에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배우고 있다.      세 번째는 '일관성'이다.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것.^^  실은 수년 전 내가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뿌리 뽑히지가 않았는지…. 그러한 부분에 대한 터치가 있었다. 여러 일들이 있지만, 주문을 받을 때의 예를 한두 가지 들자면, 간혹 고객 분께서 주문하신 메뉴를 계속 바꿀 때가 있다.    “아메리카노 하나,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요.” 보통 주문을 받음과 동시에 마음속으론 음료 만들 준비도 진행된다.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려 하니,  “아니, 그냥 카라멜 마끼아또 두 개 주세요.” 그래서 포스에 주문 받은 음료를 수정하고 다시 계산하려 하면, “잠시만요. 저, 근데 녹차라떼는 맛있나요?”  “….” 결국 그분은 녹차라떼와 캬라멜 마끼아또를 사 가셨다는….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아이스커피가 들어와서 신속하게 음료를 만드니,  “어! 벌써 다 만드셨나요? 카페라떼가 더 먹고 싶은데….”  허걱! 음료를 만드는 고새 마음이 바뀌신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가끔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럴 때면 하늘이 나에게 고쳐지지 않는 부분을 다듬어 주시려고 이렇게 당하게(?) 하시며 ‘사람이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나의 예전의 갈대 같던 마음에 비하면 양호한 지라 그저 묵묵히 받을 뿐.^^;  아직 일을 시작한 지 2주가 채 안 되었는데 적응하는 단계라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점점 이곳이 좋아지고 있다. 요 며칠 크림을 돌돌 말아 올려서 직접 빵도 구워 봤는데 오븐에 구워지는 빵을 보면 빵들이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손길을 거치며 태어나는 빵은 어쩐지 더 사랑스럽고 애정이 간다.    미친 듯이(?) 일을 하던 전 매장에서 벗어나 옮긴 이곳 매장은 사람답게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쁠 땐 바쁘지만 한가할 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동영상으로 '라떼아트'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아마 이곳에서 일을 하며 나는 점점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알뜰함, 꼼꼼함 등 배우고 있는 부분이 많지만 아직 많이 모자라기에 이 모든 배움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는 분명 일정 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어떤 상황에서건, 환한 웃음과 여유를 지니는 따뜻한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의 웃음이, 나의 맑음이, 나의 밝음이, 나의 따뜻함이 사람들을 적시고 주변을 적셔서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삶의 향기를 전하는 이가 되고 싶다.  
152    창조하는 일 댓글:  조회:1603  추천:0  2014-10-22
창조하는 일        일이라는 건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일이 생겨나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것이 일입니다.  또한 일이란 생존이 아닌 공영의 의미를 띨 때 보다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할 일 없는 것처럼 불행한 건 없습니다.  또 일이 있어도 아무 의미 없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참한 일은 없습니다.        이왕이면 어떤 분야를 창조하는 일일 때 보다 가치가 있습니다.  일 자체가 무엇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 일을 하는 마음가짐이 창조적이면 얼마든지 빛이 날 수 있는데,  타성적으로 의미 없이 할 때는 가치가 없습니다.        창조하는 무한한 에너지는 명상에서 나옵니다. 명상 속에서 찾아내십시오.  과연 내 일은 무엇이고 적성은 무엇인가?        그 일도 단지 나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진화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발견하지 못하셨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찾아야 됩니다.  그리고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면 집에서 살림하시는 분의 경우는 일이 아닌가? 그건 본인들이 더 잘 압니다.  살림을 하면서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보람을 느끼면 괜찮습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그 일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면 되는데,  그 일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뭔가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일을 찾아야 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도저히 이 일 가지고는 보람도 못 느끼고 안정을 못하겠다,  이렇게 욕구불만이 있는 상태라면 반드시 일을 찾아서 해야 됩니다.  살림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고 즐겁다고 생각하시면 그 일도 괜찮고요.        사회에서는 초석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다 주인공은 아닙니다. 연극에서 다 주인공이면 누가 조연 하고 누가 엑스트라 하겠습니까.  그런 일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아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151    요령부득 이 선생 댓글:  조회:1535  추천:0  2014-10-21
요령부득 이 선생           “아가씨, 금강산이나 설악산 봤어요? 거기 바위들이 바둑알이나 보도블록처럼 반듯반듯하니 똑같이 생겼습디까?” “아니요.” “거기 바위들과 산세가 다 그렇게 똑같이 네모 반듯하다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가겠어요?” “….” “사람 얼굴이나 치아들도 마찬가지예요. 크게 생명이나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거예요. 다 조금씩 비뚤어지고 다르게 생겨야 의미가 있어요. 생니 발치하고 교정하는 것이 문제들이 없고 괜찮은 걸로 아는데 그게 우리 뼈를 뽑고 흔드는 거예요. 인위적으로.”    선량하고 서민적으로 보이는 그녀는 입에 힘을 안 주면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한눈에도 심한 뻐드렁 앞니였다. 그리고 말할 때나 웃을 때 반드시 입을 가렸다. 환자 대기실에서 그 광경을 보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와! 저 정도면 앞으로 넘어져도 코는 안 다치겠구나. 입이 먼저 땅에 닿을 테니. 시집가기도 힘들겠다. 키스하기도 어려워. 쯧쯧…’    그렇게 심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 치과의사는 하늘을 우러러 필요 이상의 진료행위는 절대로 환자에게 권하지도 시술하지도 않았다. 바로 그 의사선생님, 바로 울 아버지 되시는 분의 가치관 때문에 키스하기도 어려운 그 아가씨는 결국 우리 병원에서 교정치료를 받지 못했다. 아마 어려운 형편에 긴 시간 모은 적금을 가지고 더 비싸고 얼른 손님을 받는 딴 치과로 직행했으리라.      동그란 얼굴과는 달리 아버진 손이 섬세하고 길었다. 다소 저렴하고 솜씨가 섬세하다는 소문도 났다. 그리고 한창 나이 때에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특히 수입이 짭짤한 교정, 치아미백 같은 미용 목적의 치과 진료엔 이런 대화와 앞 풍경 같은 실랑이가 흔했다.   “아 참 글쎄, 내 말 듣고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그리하여 급기야 정직, 자연주의, 요령부득 이 치과의 병원 자리는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오래된 건물 한편에서 내내 사글세였다.  그랬어도 성장기에 우리 집이 가난했던 기억은 나에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 집안 살림과 자녀 교육비를 꾸려야 했던 자연주의 이 치과 사모님 즉, 울 엄마는 항상 돈에 쪼들렸다. 게다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최고 부잣집 아이들이 득실득실한 사립 특목고에 내가 합격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그 학교는 촌지조차도 단위 수가 틀렸다.    엄마는 더욱더 “돈! 돈!!!”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니 밑으로 집안 돈이 다 들어간다는 소릴 난 밥보다 더 자주 먹고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였는지 난 그다지 물욕이 없는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더 돈에 짜증이 나 있었고 우리 집 경제 파탄범이란 자책감에다 모난 자존심만 뾰족해 있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고등학생에겐 적지 않은 용돈을 내미는 아버지 손을 뜨악하게 바라보면서 “아, 쓸 만큼 아직 있다니까요.” 하고 몇 차례나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받으면서 “고맙습니다.” 라고 깍듯하게 말한 것은….   그때 아버지가 서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용돈을 주면 고마운 아버지고, 줄 수 없는 아버진 고마운 아버지가 아닌 거냐? 가족은 그냥 있어주는 것으로 고마운 거지 무얼 주었다고 고맙고 줄 수 없으면 안 고맙고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 자식 간에는 그렇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땐 난 잘 몰랐다. 고맙다고 이야기한 것이 왜 그리 아버지를 서운하게 했는지…. 하지만 그때도 무언가 가슴을 훅 후려치면서 덜컹하니 내려앉는 무엇인가가 있긴 있었다.     난 아직도 그때의 아버지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버지는 기분 좋은 사람에게서 들어 온 수입 중에서 빳빳한 새 지폐 신권만을 골라서 내 용돈을 따로 준비하셨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가정 경제 파탄범인 나는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그것을 받았다.   십수 년 후 나도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도 도제 제도 같은 전통이 남아있는 이쪽 바닥은 제자의 수가 수입과 세력의 척도다. 어떤 능력 좋은 이들은 사립학교들의 가정환경 조사서까지 뒤진다. 그리고 나선 성적 좋은 부잣집 아이들을 제자로 만들려고 아이의 적성과 관심은 생각지도 않고 학부모들에게 허황된 풀무질을 해댄다. 그럴 때 난 이렇게 말했다. “글쎄, 웬만하면 전공시키지 마세요. 정말 자신이 하고 싶다고 몸부림치기 전에는.”  그리고 피식 혼자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러면서 점점 세월이 흘러 그때의 아버지의 나이와 비슷해져 가면서 새삼스레 느껴지는 것들이 생겼다. 당연한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에 누군가에게 깍듯하게 ‘고맙다’ 인사를 받으면서 나도 그 서운함을 맛 본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그저 깍듯한 인사 안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고 ‘나, 이 정도로 예의바른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손님밖엔 없음을….    그때 내가 받았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두둑한 용돈이 아니라 기가 세고 똑똑하기까지 한 부잣집 아이들 사이에서 기 죽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난 그때 고맙다는 형식 대신 구김살 없이 방끗 웃으면서 아빠의 주머니를 더 강탈하는 효도를 해 드렸어야 했다.  “역시 울 아빠 최고!! 근데 아버지~~~ 용돈 줄 토끼 없으면 돈 벌 재미도 없죠? 조금만 더요. 예?” 이러면서 말이다.    아이를 마음으로 기르는 것 같은 정말 중요한 일엔 고맙다는 말도 부피가 너무 얇다.  이 중요한 공부를 그때 아버지가 이미 시켜주신 듯싶다.    이제 아버지가 의사가운 대신 입게 된 환자복엔 내가 애교부리며 강탈할 수 있는 주머니는 없다. 그 자존심만 강한 헛똑똑이 아버지는 현재 치매에 반신불수로 누워 계신다.    이제 이분이 이렇게 가시고 나면 나한테 무조건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지구상엔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러기에 더욱더 고맙단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는 이 세상에 한 분 뿐인 정직, 자연주의, 요령부득 이 선생님을 다시 한 번 섭섭하게 해드릴 순 없다. 그래서 난 오늘 먼 산 바라보며 이렇게 혼잣말 한다.  ‘설악산아, 금강산아, 기암괴석에 삐뚤빼뚤 반듯하지 않아서 고마워요!’     
150    세상 아이들이 내 아이 댓글:  조회:1708  추천:0  2014-10-19
세상 아이들이 내 아이        다들 참 폐쇄적으로 살아오다가, 이곳에 와서 명상을 하시면서 비로소 발을 빼고 나와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 사는 것도 바라보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자기 가정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  점점 넓게 바라보게 됩니다.        아이들도 점점 ‘내 아이’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입니다.  내 아이를 보는 눈이나 다른 아이를 보는 눈이나 같아집니다.  다 내 아이입니다. ‘내 꺼’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아집니다.        그러면 편애가 없어지고 다 인간으로서 혜택을 누리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두루두루 그런 마음이 생깁니다.  내 아이만 예뻐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남의 아이한테 잘해 줌으로써 내 아이한테도 잘해주는 것이 됩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베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또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항상 주고받는 사람은 일정치가 않습니다.        나는 저 사람한테 주었는데 받는 건 이 사람한테 받고,  내 아이들에게 직접 사랑을 주지 않아도  내가 어딘가에 사랑을 주면 그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사랑을 받게 되는 원리입니다.     
149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댓글:  조회:1536  추천:0  2014-10-14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어릴 적부터 난 유난히 어머니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녔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어딜 가시려고 엉덩이만 들썩거리면 먼저 따라나서곤 했다. 번번이 어머니께 혼나면서도 어머니를 쫓아다니곤 했었다. 어머니가 가시는 곳 어디든 따라나서기를 하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돌팔매로 날 따라오지 못하게 하신다.   어머니가 때론 돌을 던지시며 “따라 오지마라. 빨리 집으로 안 가나!” 하셔도 저만치 가시면 또 따라간다.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 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 자신은 없고 언제나 가족이 먼저이고 특히 아버지를 많이 챙기시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도 않으시면서 언제나 핀잔만 주셨다.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임을 나중엔 알게 되었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위해 곰국을 끓이신다. 어릴 적엔 곰국과 고기는 아버지만 드시는 것으로 알 정도로 우리에게는 한 점의 살코기도 안 주시는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었다. 우리 육남매는 아버지께서 드시는 곰국도 먹고 싶고 살코기도 먹고 싶어 했었다.   "난 크면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어머니 당신은 없고 아버지만 챙기시는 어머니가 싫어서 곧잘 그렇게 얘기했다.  "맛난 것 내가 먼저 먹고 남편보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은 옷 입고 그렇게 살 거야!" "한번 결혼해서 살아봐라.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나? 누구는 좋은 옷 맛있는 음식 먹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많은 식구들 먹이고 입히려면…." 하시면서 말끝을 흐리시곤 하셨다.   그땐 몰랐다. 어머니 당신도 좋은 옷, 만난 음식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밤새 끙끙 앓으시고도 아침이면 밥을 지으시고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일을 나가시는 것이다. 아프면 좀 쉬시면서 조리를 하시면 되는데…. 그것도 못마땅해 했었다. 내가 해 드릴 수 없는 부분이어서 더 그렇게 어머니께 독설을 퍼부었는지 모르겠다. “난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큰소리치며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느 날 나의 모습은 어머니와 똑같이 살고 있었다. 내 옷보다 남편의 옷, 아이들의 먹거리를 먼저 장만하고, 밤새 끙끙 앓고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울 속 나의 모습도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어머니를 닮지 않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나도 별 수 없이 어머니가 걸으신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몸이 많이 아픈 시기가 있었다. 가정을 위해 나의 몸은 돌보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헛살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처음엔 몸이 아픈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곤 했었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긴 병마와 싸우는 동안 남편은 싫은 내색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픈 데도 없이 건강하게 잘 사는데 당신은 장모님 닮아서 아픈 곳이 너무 많다면서 구박 아닌 구박을 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을 찔렸다. 매일 밤 “이리 밀어라, 저리 밀어라, 팔 좀 내려달라, 다리 주물러 달라, 손 좀 주물러 달라…” 이렇게 요구사항이 많으니 어느 사람인들 귀찮지 않을까.    남편을 이해는 한다. 밤이면 깊은 잠에 못 들어 아프다며 눈물 콧물 흘리는 아내를 보는 것도 지겨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어디 아프고 싶어서 아픈가! 아프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아프지 않고 편안히 살고 싶단 말이야. 다 가정을 위해 나를 돌보지 않고 고생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내가 편히 살면서 이렇게 되었나? 야속한 마음에 밤이면 밤마다 눈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팔을 다치게 되었다. 다행히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팔이다. 가정 일을 하는 데는 별 문제는 없었으나 단, 설거지가 문제였다. 그때부터 설거지는 남편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사고 이후로 난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의 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몸이 극도로 아파야만 내가 자리보존을 한다는 것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이용하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밥하기 싫고 청소하기 싫으면 자리보존하며 누워있다. 그러면 남편은 저 사람이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며 스스로 밥을 짓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슬슬 재미가 붙었다.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남편이 주방에서 떨거덕거려도 내다보지 않곤 한다. 그러면 밥을 차려서 밥 먹으라고 한다. 히히히 재미있다. 이렇게 난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던 내 말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어머니처럼 살아온 세월도 있었지만.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 잘 지내나? 이 서방은 뭐하누?"    "히히 지금 설거지 중이예요."   "어데 아프나?? 와 이 서방이?"   "나중에 엄마처럼 아버지를 60년 동안 수발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챙길 수 있도록 지금 교육 중이지요~"   "못 됐다. 그래도 남편은 하늘인디…."   "하늘도 땅에게 잘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요즈음은 땅값이 많이 올라서 좀 비싸요. 한 번이 중요한 거예요. 엄마도 아프시면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야야~, 나는 누워 있으면 좀이 쑤셔서 몬 누워 있다 아이가."   "참 성격도 이상하시지…. 하긴 저도 아프면 못 누워 있긴 하지만…. 이것도 엄마 닮았네요."   "야가 야가! 안 좋은 거는 다 날 닮았다고 하네…."   "엄마, 저 많이 미웠죠? 엄마한테 못 된 딸이었죠?"   "아니다. 다 내가 못나 너거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고생만 시켜서 미안타."   "엄마,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죠? 사실은 하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그랬는데…. 엄마 사랑합니다!"   "그래 나도 널 마이 사랑한데이."   "히히, 한번 하고 나니 괜찮네. 엄마 진짜로 사랑합니다."   "야가 야가 자꾸 와 카노? 나도 사랑합니다."    * 팔순노인이 되셔도 이제껏 마음 편히 쉬신 적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다리를 절뚝절뚝 거리며 불편해 하시면서도 아버지 진짓상을 차려주십니다. 몇 년 전 어머니께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주 쓰지 않던 말이라 참 어색했지만 한번 하고 나니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요즈음은 가끔씩 “사랑합니다.”라고 하면 어머니께서도 “나도 사랑합니다.” 하십니다. 그런 어머니가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딸을 많이 보고 싶어 하시고 기다리십니다. 엄마 자주 찾아뵙고 전화 드릴게요.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148    사랑의 차원 댓글:  조회:1493  추천:1  2014-10-09
사랑의 차원        자기 존재를 너무 드러내는 것은 사실 사랑이 아닙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해주는 게 사랑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게 사랑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참견하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이라는 것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와 닿지 않으실 텐데요.  어느 정도의 차원이냐 하면,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라고 생각하는 게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말을 안 해도 자연스레 상대방에게 전달이 됩니다.        뭘 요구하는 게 없습니다.  그냥 같은 공기 마시며 숨 쉬고 있는 것만도 너무 고마운 마음…….  다 아시게 되시겠죠?  그게 사랑입니다.  같이 있자고 보채지도 않습니다.  같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요구할 게 뭐가 있나요?        참 밋밋하기 짝이 없는 거지만, 그게 진짜 사랑입니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게 그냥 덤덤해집니다.  동물적인 차원에서 인간적인 차원으로 넘어오는 것입니다.  점점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진짜 걱정해 주고 울어 줄 수 있는 마음이 됩니다.        사람은 굉장히 이기적이어서,  아무리 진심으로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한테 손해를 끼치면 탁 돌아섭니다.  그러다가 점점 그냥 있어 주는 것만도 고마워지는 그런 단계가 됩니다.  사랑의 방식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것만 사랑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할 줄을 알아갑니다.         
147    아빠의 꿈 댓글:  조회:1654  추천:0  2014-10-08
아빠의 꿈             “아빤 꿈이 뭐였어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별 기대 없이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아빠의 어릴 적 꿈은 작은 산을 하나 사서 그곳에 여러 동물들을 풀어놓고 키우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주 5일제 근무에 좋은 조건의 유명 제약회사에 취직하셨다지요. 그러나 전공인 화학공학도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석유화학기업의 입사시험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제약회사를 그만두셨지요. 시골에서 대학등록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다 하셨던 홀어머니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며 혼자 뒷산에서 울었던 날이 많으셨다는군요. 다행히 원하시던 회사에 입사하여 제품연구에 최선을 다하셨고, 지금도 미련이 없다고 하십니다. 아프시기 직전에는 퇴직한 4-50대 분들이 일할 수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셨다네요.    좀 의외였습니다. 아버지에게도 열정이나 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거든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그러고는 한참을 목 놓아 울었습니다. ‘왜 울지?’ 스스로도 어리둥절했습니다. ‘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고3 수능을 마치고 뚜렷하게 가고 싶은 대학도, 과도 없었던 저였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집에서 통학할 수 없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더 이상 아버지와 한 집에서 사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의견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셨고, 주제를 막론하고 자주 큰 소리로 어머니를 혼내셨습니다. 집안의 모든 일은 TV프로그램을 정하는 일부터 큰일까지 아버지 마음대로였습니다. 아버지의 심기가 불편하신 날에는, 그 날 집안 식구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지내야 했습니다.   달걀형 얼굴에 쌍꺼풀까지 있는 아버지와 달리 저는 넓은 얼굴에 쌍꺼풀이 없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버지는 늘 “지연이는 객관적으로 예쁜 얼굴이 아니야, 지연이는 누굴 닮았지? 엄마를 빼닮았구나.”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예쁘다’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창살 없는 감옥에 사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가출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혼날 일이 무서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요. 다행히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집에 전화 한 통 할 생각도 하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의 대화 이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소신과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행동력도 있는, 그런 멋있는 ‘한 사람' 말이지요.   맡고 계신 역할 중 하나가 ‘김지연의 아버지’일 뿐, 단점도 있고, 실수도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점점 죄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를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사람, 완벽한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하는 사람' 이라고 여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분노했던 것이지요.   명상을 시작한 후, 나름대로 아버지를 용서하려고 애쓰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는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라 용서 받아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봅니다. 눈치 없고 철없는 제가 고생 한 번 없이 평탄하게 살아올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고, 한평생 성실하고 반듯하게 살아오셨던 모습의 아버지가 보입니다. 그 사실만으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시는 분…. 아버지,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146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방법 댓글:  조회:1577  추천:0  2014-10-04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방법        자녀에게는 너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놔두는 것,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부모란 앞장서서 끌고 가기보다는 뒤에서 받쳐 주어야 합니다.        제가 하도 그러니까 아이들이 오히려 물어봐요.  ‘나 어떻게 해야 돼? 어떤 남편 만나야 돼?’ 그럽니다.  자신이 없다고, 자기가 결혼해야 될 때 그냥 적당한 사람을 소개시켜 달래요.        그러면 저는 ‘부모가 대학만 졸업시키면 책임을 다하는 거지  왜 내가 결혼까지 책임져야 되느냐?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럽니다.     
‹처음  이전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