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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의 명신 학봉 김성일 6.눈물로 적은 시
2015년 08월 14일 15시 12분  조회:1404  추천:1  작성자: 옛날옛적
   6. 눈물로 적은 시
  
 선조 8년에 병조좌랑(兵曹左郎: 조선시대에 군사에 관한 일과 무관선발을 맡은 
 
정6품의 벼슬)에 올랐다가 이듬해에 리조좌랑(吏曹左郎:리조에서 관리를 천거하거나 
 
처분하는 권리를 가진 정6품의 벼슬))직을 맡은 학봉 김성일은 어느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 나라의 부패한 정치를 개혁해보겠다는 장한 뜻을 지닌 그는 사랑하는 
 
안해와 귀여운 자식,손군들을 고향인 안동 내앞마을에 남겨두고 홀로 서울에 올라와 
 
휴식을 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건만 조정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이란
 
 아무리 해도 끝이 없었다. 
 
 어느새 뻐꾸기 우는 봄날도 지나가고 뙈약볕이 퍼붓는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조정에서는 김성일과 몇몇 전도가 유망한 젊은 학자들에게 사가독서(赐假读书 )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사가독서란  조선 시대 젊은 문신들이 임금의 명으로 직무을 쉬면서 글을 읽고 학문을 닦던 제도이다. 글을 읽던 곳을 독서당(讀書堂) 또는 호당(湖堂)으로 불렀기 때문에 독서당 제도 또는 호당 제도로 불렀다.
     은파도 잔잔한 호수가로 수양버들이 실실이 드리워지고 만화방초 우거져 별유선
 
경(别有仙境)인가싶은 동호독서당(东湖读书堂)에서 마음의 번뇌를 풀며 고금의 경전
 
저작을 열심히 읽고있는 학봉 김성일은 시상이 떠오를 때면 종종 시도 지었다.
 
해뜨는 아침이나 달밝은 저녁이면 독서당에 모인 학자들은 음풍영월(吟风咏月)을 
 
즐겼으나 학봉 김성일은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고와 그들의 피타는 목소리를 그리는데 
 
머리를 짰다.
    
서안(书案)을 마주하고 시상을 굴리던 그의 머리속에는 지난 2월에 고향을 다녀
 
올 때 보고들은 일련의 참담한 일들이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갔다.
 
설이 지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건만 고향마을에는 식량이 떨어져서 말리운 푸성
 
귀나 시래기에 강냉이가루를 쳐서 끼니를 에우는 집들이 태반이였다. 일년내내 부역
 
에 끌려다니거나 논밭에 매달려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는 농민들의 손등은 악어등을 
 
방불케 했다. 어른 아이 할것없이 누데기로 몸을 가리우고 짚신을 내놓고는 무엇이
 
 신인지도 모르는 고향사람들...하늘이 무정한것도 아니련만 흉년에 흉년이 꼬리에 꼬
 
리를 무는것은 무엇때문일가? 일년내내 곱사등이 되여 논밭에서 고달프게 일하고도 
 
남는것이란 빚밖에 없는 불행한 농민들, 행여나 딴곳은 이곳보다 살기가 좀 낫지 않
 
을가 하는 생각에서 괴나리짐을 이고지고 정든 사람, 정든 고향마을을 떠나 타향살이
 
를 떠나가는 농민들의 눈물겨운 하소연... 이런 비참한 사정을 구중궁궐안에 계시는
 
 당저대왕은 알기나 하고 자신을 중국력사상 가장 현명한 군주로 첫 손꼽히는 요순임
 
금과 비겼단말인가?
 
오늘날의 비참한 사회현실을  시로 그려보려고 작심하고 머리를 짜 시상을 무르
 
익히던 김성일은 종이우에 큼직하게 <<모별자(母别子)》란 시제목을 써놓고 재빨리 붓
 
을 날리기 시작했다. 
 
백련도 넘는 긴 시에서 그는 흉년을 만나 한가을에도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져 허덕이는 소작농에게 관청에서 내려진 부역의무, 고조부, 증조부때부터 
 
물려받은 영문모를 무거운 빚의 독촉에 소작농들이 숨도 바로 쉬지 못하게 한 죄많은 
 
현실을 그리고나서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던  어머니와 아들이  살길을 찾아 류랑의 
 
길에서 부득불 갈라지지 않을수 없게 되여 서로 끌어안고 통곡하는 처참한 장면을 그
 
려내였다. 
 
그는 시의 마지막 부분을 다음과 같이 써내려갔다.
 
              내 본래 농가에서 자라났기에
              백성들의 고달픔 많이 보았네.
              국은 입고 몇해동안 조정에 있으며
              의식주 걱정을 아주 몰랐네.
 
             안해의 근심걱정 알지 못했고
             창생의 울음소리 듣지 못했네.
             오늘 내 친히 보고 너무 놀라와
             쏟아지는 눈물을 금할수 없네.
 
             농가에서 자라고도 벼슬살면서
             농민들의 슬픈 사정 잘 몰랐거니
             구중궁궐 계시는 임금님이야
             농민들의 고달픔 어이 알소냐?
             그 누가 류민도를 다시 그려서
             룡상앞에 바치여 초불되게 할소냐.
 
             (嗟余生长田家中   惯看黎民休与戚
              数载蒙思仰太仓   寒有余衣饥有食
              眼中不解妻子忧   身边岂闻苍生哭
              今日目击始惊叹   挥泪中逵心恻厕
              一为居移尚有阻   况乃九重知稼穑
              何人重写流民图   特献丹墀作明烛)
 
     눈물과 납함으로 엮어진 이 장시(长诗)는 그 뒤 <<호당삭제(湖堂朔制)》라는 시
 
집(诗集)에 수록되였다.
 
김성일은 지난해에 병조좌랑직에 있으면서 조사해보니 나라의 병적(兵籍:병사들
 
의 명단을 적은 책)이 너무나 어지러워 유명무실한것을 절실히 느꼈었다. 어느 세월
 
에 만들어진 병적인지 도(道)마다 장정(壮丁)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김성일은  고향을 다녀오면서 시험삼아 한 고을에 들려 그곳의 병졸상황을 알아
 
보았는데 상황은 참으로 말이 아니였다. 실제 병영에 있는 군사는 병적에 있는 수의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그마저 늙은이와 불구자가 태반이였다.
 
병적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조해보니 죽은지 여러해가 되였거나 도
 
망쳐버린지 오래되는 사람들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군관들은 우에서 내려와 
 
병적을 조사하는것이 두려워서  무시로 농가에 내려가 장정을 잡아들이기가 일쑤였
 
다.
 
 장정을 끌어모으다가 인원수를 채우지 못하면 수염이 허연 늙은이와 수족을 옳게 쓰
 
지 못하는 병신들마저 기탄없이 잡아들여 병졸수를 채웠던것이였다. 
 
 김성일은 지방관리들의 잔인하고 횡포한 행위와 수심, 원한에 차있는 농촌의 분
 
위기를 다른 한수의 장시 <<적병행(籍兵行)》에서 잘 그려냈는데 그중의 한토막을 읽
 
어보면 다음과 같다.
 
 
 
농민들은 살길 없어 뿔뿔이 도망가니
농사짓는 사람없어 들은 다 묵었네.
진짜 병졸 어디 가고 병적엔 빈 이름뿐
가증스런 지방관들 억지수자 채우려고
로약자 가림없이 무턱대고 잡아가네...
......
한 남자 류리하면 구족이 통탄하고
궁벽한 시골에는 곳곳마다 원성일세.
외적이 쳐오기전에 나라 근본 기울어지니
천리안팎 어지러워 마치 병화가 지나간듯 하구나.
 
(一夫流离九族痛    穷乡处处冤号声
外寇未至邦本倾     千里骚然兵火经。)
 
  병역의 페단으로 인한 농촌의 살벌한 참상을 피눈물로 그려낸 이 장편시는 한
 
동안 류실되였다가 오래후에 찾았는데 일고(逸稿)권일(卷一)에 수록되였다. 학봉 김
 
성일은 동호독서당에서 수많은 시를 지었는데 그 어느 시나 애국애민의 격정이 끓어
 
넘치지 않는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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