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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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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제전 (3)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261  추천:73  작성자: 김혁



2006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소설본상작품

 

의 제전 (3)

김 혁

진, 스승을 잃다 

  대각소리가 울렸다. 투명한 고음으로 소리는 부락을 뒤흔들었다. 족장 굉이 두 볼을 팽팽히 살리며 대각을 불었고 그  소리에 부락 사람들이 바삐바삐 적봉 기슭에 모여들었다. 화신제를 빼고 보면 오랜만에 부락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족장과 10명의 장로들이 사람들 앞에 나섰다. 저마다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살벌한 기운이 굼베굼베 적봉의 산발을 타고 서려 올랐다. 
  해가 뜨겁다. 등이 후끈 달아오른다. 불덩이를 담은 커다란 솥뚜껑이 등판에 얹혀 있는 것만 같다. 뙤약볕을 이고 어떤 불길한 예감에 짓눌려 있는 사람들 앞에 포리들이 결박을 지운 사람 하나를 끌어냈다. 사람들의 입에서 놀란 비명이 새여 올랐다. 끌려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을에서 가장 인끔 높은 무자- 명이였다.


  사람들의 맨 앞에 줄지어 선 화신무용단 성원들은 그 누구보다도 두려움에 지지름을 당하고 있었다. 무엇이 자기의 스승님을, 온 부락에 인끔 높은 무자를 오라를 지워 끌어낸 것인지 영문을 알길 없어 했다.
  족장이 크악! 크악! 가래침을 돋구어 뱉고 나서 입을 열었다.


  - 명은 화신무용단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사사로이 지경(地境)을 넘어 산북에 기여 들었다.  산북 무용단의 춤을 훔쳐보다가 산북 사람들에 의해 나포 되였고 다시 반송 되였다. 이에 본 부락에서는 부락의 명성을 더럽히고 두 부락지간에 결성된 상호불침입 조약을 깨뜨린 죄로 명에게 엄벌을 가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은 그 누구보다 높뛰는 가슴을 느꼈다.


  - 명! 너 자기의 죄를 시인하느냐?


  명이 머리를 쳐들었다. 까랑까랑한 소리로 대답했다.


  - 그게 왜서 죄인지 알 수 없구려. 난 그저 분단돼 있으며 맥(脈)을 달리 한 우리 춤의 파생된 부분들을 찾아 다시 화합의 춤 마당을 만들어 보려 했을 뿐이요. 한 무자의 소박한 꿈이 죄라면, 만약 그것도 죄라면 같은 피들을 갈라놓고 서로의 심장에 창을 박으며 피바다를 만든 어떤 사람들의 죄 값은 어떻게 치러야 하는 거요???


  - 저런 발칙한 놈 봤나? 그런 망언도 서슴없이 하다니


  명의 말은 예리한 비수가 되어 족장의 정곡을 찔렀고 장로들이 기겁을 하며 염소수염을 달달 떨었다. 족장이 씹어 뱉듯 말했다.


  - 투석으로 결정합세다.


  원로들이 부스럭거리며 돌멩이들을 내놓았다. 홍석, 백석, 백석, 홍석... 그 돌멩이들을 헤아려 보고 나서 족장이 소리 높여 심판결과를 선포했다.


  - 월경죄에 상전모욕죄로 명에게 척목형(刺目刑)을 가한다.


  좌중이 놀란 소리로 들끓었다.《척목형》이란 그 형벌의 참혹함으로 부락에서 오래 동안 끊겼던, 두 눈을 찔러 멀게 하는 극형(極刑)이였다. 사람들의 소요를 족장의 다음 말이 눌렀다.


  - 허나, 그 동안 명이 화신무용단을 이끌고 부락에 공헌한 점을 헤아려 쌍목형(双目刑)은 면하고  단목형(單目刑)으로 실시한다.


  《단목형》은 한쪽 눈만 찌르는 형벌이다. 포리들이 우르르 덮쳐들어 명을 말뚝에 비끄러매였고 형구(刑具)들을 날라 왔다.


  - 선생님!!!
  무동들이 부르짖으며 뛰쳐나가려 했다. 그런 화신무용단성원들을 포리들이 창으로 윽박질러 뒤로 물러서게 했다.


  포리들이 명의 이마를 쇠사슬로 감아 말뚝에 단단히 비끄러 매였고 그중 하나가 화로에 시뻘겋게 달군 부저가락을 들고 명을 향해 다가갔다. 명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지릅뜬 눈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찌르륵거리는 부저가락을 지켜보았다. 땀으로 얼룩진 명의 얼굴은 검붉은 색이 심하게 번져 부패한 나무 잎 같다. 연기를 내뿜는 듯한 긴 숨을 토하고 나서 어금니에 힘을 주며 말했다.


  - 왼 눈의 시력이 약하니 오른 눈을 보존해 주소.


    상체가 우람하고 목이 굵고 짧은 포리가 볼따구니로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고 나서 발로 명의 허벅지를 밟았다. 눈께 까지 흘러 내려 온 명의 긴 눈섭을 걷어올렸다. 몇 번이고 견주다가 명의 왼 눈을 푹- 들이찔렀다.
  피를 문 비명이 울렸다. 사람들 속에서 염이 혼절해 넘어 갔다.

 

 

  교와 진 그리고 염이 스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늘에 별은 얼음 조각인 양 차갑게 빛났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해서 별이 흐르는 소리도 들릴듯하다. 왼쪽 눈에 안대(眼帶)를 댄 명은 평상에 앉아 자기가 아껴온 제자들을 굽어보았다. 끔찍한 시달림의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뒤, 스승의 하나밖에 없는 눈은 이제 고요하다.


  - 교, 받거라


  명이 북채를 들어 교에게 넘겨주었다. 스승의 북채였다. 손때가 올라 반질반질한, 끝머리에 명이라는 스승의 함자가 새겨진 북채였다.


  - 이제 화신무용단의 중임을 네가 맡아보거라.


  교가 놀란 듯 스승을 쳐다보았다.


  - 나 원체 너희들을 나를 초월한 절세의 춤꾼으로 키워 보려 꿈꾸어 왔는데... 지금의 이 모양 이 심기로는 안 되겠다. 조용히 나의 마음, 나의 리론을 정리해 볼 터이니 일 후 무용단의 대소사를 네가 챙겨 주렴아.  
   스승은 아무 것도 없는 빈 몸으로 《화택》을 나섰다. 창백한 별 빛을 발끝으로 차며 산을 내렸다. 진이 뒤를 따랐다. 산 기슭아래  길이 나설 때까지 스승을 바랬다.


  -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진의 등을 밀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 진정한 춤꾼으로 된다는 것은 결코 록록한 일이 아니어늘 진아,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춤에 전력하거라.


  아스라한 적봉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명은 길을 떠났다. 옷자락을 떨치며 떠나는 스승의 뒤 모습을 지켜보다 진은 무릎 꺾어 큰절을 올렸다.
   《화택》쪽에서 불독이 짖어 대는 소리가 들린다.

 

  진은 또 한번 적봉의 동굴 속 화신 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왜 하필이면 우리의 스승입니까? 왜 스승께서 당치않은 죄로 소중한 신체까지 바쳐야 합니까? 왜 동족을 짓밟고 올라선 사람들이 외려 정의로운 자로 둔갑해서 예술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문죄를 해야 합니까? 가르쳐 주십쇼!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진의 눈에 붉은 기운이 몰려들었고 목소리는 갱엿이라도 걸린 듯 메여 있었다. 호소하듯 떨리는 소리로 말하는 진을 지켜보며 토우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 너에게 뿔 황소를 재낄만한 대력사(大力士) 같은 힘이라도 있느냐?


  그 뜻 모를 질문에 진이 어리둥절해져 머리를 저었다.


  - 없삽니다.
  - 너에게 만전옥답을 가진 대호(大戶)처럼 금붙이라도 있느냐?
  - 없삽니다.
  - 너에게 남에게 죄를 내리는 족장과 같은 권세라도 있느냐?
  - 없삽니다.
  - 그렇다면 거대한 뿌리를 가진 이 력사의 왜곡 앞에서 네가 할 일이란 대체 뭐 갰느냐?


  진이 대답을 못했다. 토우가 말에 력점을 찍었다.


  - 춤(舞)이다.


  진이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그 한마디를 주고 나서 흙 인형은 눈을 내려 감고 있다.

진, 사랑을 잃다

 
   명이 떠난 뒤에도 《화택》에서 북소리는 울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어제 날 같은 중후함과 신명을 잃고 있었다. 스승의 당부를 받은 교는 화신무용단의 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모두들은 중심을 지탱해주던 철심 하나가 쑥 빠져나가는 듯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힘에 부쳤던지 교 역시 무용단 일에 더는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처럼 닭이 첫 홰를 침과 함께 일어나 북소리를 울리는 사람은 그저 진밖에 없었다. 스승이 형(刑)을 받던 정경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라 진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스승처럼 역시 담을 넘은 자기의 행적을 누가 엿본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스승의 상처받은 신상이나 자기의 파격적인 사랑에 대한 괘념이 들 때면 진은 북채를 잡았고 춤을 추곤 했다. 춤이 사념과 번뇌를 벗게 해주는 명약 이였다. 그만큼 진은 이제 춤의 진미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었다.

 

   거미줄이 서리고 먼지에 묻혀 있던 곡성 곁 과수밭의 막사는 진과 유로 말하면 천국의 루각임에 다름없었다. 밤이면 타는 목마름으로 화급하게 담을 넘었고 막사로 가서 유를 만났다. 이제 진과 유는 더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유는 진의 반려였고 춤의 동력 이였으며 생활의 전부였다. 그들은 부락사이의 반목의 물결이 밀어낸 금기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사람들 이였다.


  - 언제면 우리가 남들 앞에서 떳떳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그날이 올까요?


    유의 말소리가 낮게 막사에 깔렸다. 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유가 여느 때보다 감상에 젖은 소리를 했다. 모호한 슬픔, 그리고 약간의 불안기 같은 것이 유의 엷은 눈꺼풀을 스쳐 감을 진은 본다.


  - 창천(蒼天)에도 눈이 있다면 우리들의 사랑을 갈라놓지 않을 거요.


  깊은 밤 소반에 정안수 한 그릇을 떠놓고 달보고 절하며 가약을 맺었던 둘 이였다. 함께 있다는 현실감을 붙잡기 위해 유는 진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 눈은 언제 나처럼 사랑이 담겨져 그윽하다. 그러던 유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 이상해요.
  - 뭐가?
  - 오늘따라 당랑이 불을 켜지 않아요? 왠지?


  유의 예감은 적중했다. 말을 마치기 바쁘게 막사 밖에서 《홍모》가 다급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발 구름소리와 함께  막사의 문설주에 걸친 가마니때기가 훌떡 젖혀지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밝은 홰불 빛이 밀려들었다. 그 엄청난 광량(光量)에 둘은 흠칫 몸을 떨었다.

 

   진과 유는 가지런히 옥사의 대청에 꿇리여 앉았다.
   매처럼 좁고 빛나는 눈길을 가진 산북의 족장이 포교(捕校)의 동반을 받으며 나타났다. 매 눈으로 두 사람을 한동안 쏘아보았다. 그 눈길이 참기 어려운 고문 이였다. 드디여 침묵을 깨며 족장이 포리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 남하 놈팽일 10대 치고 풀어줘라.


  포리들이 어리둥절해서 족장을 쳐다보았다.


  - 젊은 놈들이 혈기가 끓어올라 붙어먹은 짓이고 또 여태 두 부락사이에서 처음 있은 일이라 형을 가볍게 내렸다. 그저 이 이후로 더는 남의 부락 녀자를 넘보는 발칙한 짓을 안 저지르겠다는 다짐장만 쓰면 없는 일로 묵과하겠다. 그리 알고 대답을 올려라.


  - 어서 족장 님의 너그러운 관용에 감사를 올리지 않고  뭘 해?


  포교가 곁에서 윽박질렀다. 진이 머리를 가로 저었다.


  - 사랑에는 지경(地境)이 없습니다. 우린 잘못한 것이 없어요. 
  - 이런 간뎅이가 부었나? 봐줬더니만 새 이불홑청에다 오줌싸려 드는구나.


  포교와 포리들이 흘금거리며 저희들 족장의 눈치를 보았다. 시퍼렇게 돌아서는 족장의 눈에 퍼런 번개가 친다.


  - 그래 다짐 안 하겠느냐?


   진은 유를 건너보았다. 유도 진을 지켜보고 있다. 둘은 서로의 눈빛에서 힘을 얻었다. 진이 이를 사려 물고 머리를 가로 저었다. 포교가 몸을 으스스 떨었다.


  - 넨장, 환장하겠어.


  족장이 포교를 불러 귀가에 무어라고 속닥거렸다. 포교가 머리를 주억거렸다. 이어 포교가 두 사람을 향해 호령했다.


  - 그렇다면 산북의 법대로 산북사람을 단죄하겠다는 족장 님의 분부 시다.
  진과 유가 머리를 쳐들었다.


  - 너희가 이 벌을 이겨낸다면 하늘의 뜻으로 알고 내 허락해 주리다.


  족장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족장의 눈에서 서슬 퍼런 랭기가 흘렀고 그 눈빛에 대청의 사람들은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 불기와 지짐이라고 들어 봤느냐?


  대령해 선 포리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표정들이 크나큰 경악에 어려 일그러진다.
  그 형벌에 대해 진은 어른들에게서 귀동냥해 들은 적 있었다.《불기와 지짐》이란 유부남과 간통한 녀자나 풍류방(風流房)의 기녀, 그리고 남들에게 저주를 퍼부은 무당 년들에 가하는 잔학한 형벌 이였다. 발가벗겨 매여 달고 치부와 온 몸의 곳곳을 달군 기와 장으로 뜸질하는 형벌이다.
  진이 주체할 길 없이 높아진 소리로 반문했다.


  - 저 녀자에게 무슨 죄가 있나이까? 남의 유부남을 빼았앗나이까? 뒤 골목에서 몸을 팔았나이까? 아니면 온 마을에 마마가 돌라고 저주라도 했나이까?


  유가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수정처럼 차게 빛나는 눈으로 족장을 직시했다.


  - 망극하나이다. 족장 님께서 그런 형벌로라도 저희들의 사랑에 허락을 주신다면 소녀는 달갑게 받겠나이다.
  - 안돼. 유!


  진이 다급히 소리 질렀다. 


  - 후회 안 하겠느냐?


  족장이 더욱 빛깔이 깊어진 매 눈을 치뜨며 유를 보았다. 살갗 깊숙이 박히는 그 시선을 받아내며 유가 한층 나직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 사랑을 위한 일이 온데 무슨 후회가 있겠사옵니까. 


  포리들이 쩔그럭거리며 형틀을 챙겼다. 유는 포리들에게 잡혀 몸부림치며 안 된다고 소리소리지르는 진을 바라보았다.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진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몸을 돌렸고 스스로 옷을 벗었다. 순백의 몸뚱이를 빛내며 차가운 형틀 우에 누웠다. 포리들이 어리친 눈길로 족장을 쳐다보았다. 족장의 볼이 불끈 경련하고 있었다.
 벌겋게 단 기와 장들이 차례순으로 유의 여린 살갗 우에 놓여졌다.
  치직- 살 타는 냄새가 대청에 퍼졌고 그와 함께 노란 연기가 피여 올랐다. 기와 장에 살갗이 척척 묻어 났다. 그러나 대청의 사람들은 녀자의 비명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유! 유!! 유!!!


  부르짖으며 진은 눈을 지 질러 감았다. 눈앞에서 수십 마리 나방 떼가 어른거린다. 눈을 감아도 한 장 한 장의 기와장이 유의 몸에 놓여지는 형상이 선명히도 떠올랐다. 때마다 진은 자기도 달군 기와장에 대인 듯 몸을 꿈틀거렸다.
  랭혹한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족장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옥사를 박차고 나갔다. 말에 올라탔다. 말등자를 바로 밟지 못해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부하들이 얼른 달려가 부축했다. 말고삐를 당기려다 말고 족장이 감탄인지 욕설인지 분명치 않은 소리로 내뱉었다.


  - 지독헌 년

 

 

   과수밭,  진은 유를 업어다  뉘였다. 맹금(猛禽)의 부리에 걸려든 듯 유는 온 몸이 찢겨져 있었다. 우박을 맞은 꽃잎처럼 유는 지치러 들어 있었다. 만개한 꽃 같은 커다란 화흔(火痕)이 온 등판에 번져나가 있었다. 유의 몸에 약초를 짓찧어 붙여주는 진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지어 내렸다. 눈물에 약초를 반죽해 진은 유의 온몸에 붙여 주었다. 《홍모》가 끙끙대며 혀를 내밀어 주인의 덟어진 얼굴을 핥는다.


  - 진... 

 

언제 깨여났던지 의식이 돌아온 유가 진을 불렀다. 힘겹게 돌아누운 그녀의 퀭한 눈 그늘이 섬뜩하도록 어둡게 느껴졌다. 가까스로 눈망울을 크게 열고 유는 진을 쳐다본다. 진이 눈물을 훔쳐내며 다급히 유의 머리 전에 엎드렸다. 


  - 진, 날 꼭 안아주세요.


  그 나지막한 소리를 귀 울림같이 들으며 진이 유를 껴안았다. 상처자리가 아파 유가 이마 살을 모았다. 진의 품속에서 그녀는 작은 공 벌레처럼 꼬부라졌다. 그런 유를 두고 진은 어쩔 바를 몰라했다. 손아귀에 힘을 주면 유의 몸이 유리잔처럼 깨여져버릴 것만 같았다.
  진의 품에 안겨 유는 진을 올려다보았다. 상처 입은 산짐승의 눈처럼 개개한 눈동자로 진을 쳐다보았다. 입가에 반월형의 주름을 만들면서 처량하게 웃었다.


  - 진, 날 잊지 말아줘요.


   유의 눈 기운이 혼혼해 졌다. 그리고 몸이 점점 나뭇가지처럼 딱딱해졌다. 진이 온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가슴을 문지르고 팔을 문지르며 손끝에서부터 발끝으로 번져 나가는 퍼런 빛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유의 몸은 점점 차갑게 식어만 갔다. 진의 어깨에 둘려졌던 유의 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 안돼! 날 버리지마 유. 죽지마 유! 안돼. 죽지마.


  진은 눈물의 폭포를 쏟아내며 유를 불렀다.


  - 날 버리면 안돼 유, 족장이 우리 사랑을 허락했는데. 하늘이 우리 사랑을 허락했는데. 죽으면 안돼 유! 유!!


  과수밭에 어스름이 내린다. 막사주위에서 화당랑들이 뛰여와 더듬이에 불을 켜들었다. 불 화환이 되어 막사 주위에서 빙글빙글 맴을 돌고 있었다. 

 

                                 진, 스승을 찾아가다


   두 부락을 가른 곡성의 거대한 몸체가 묵묵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우직한 선머슴 같은 성채의 무릎 아래에서 부락사람들은 갈라져 살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청태처럼 까실까실 앉은 돌 각담은 이젠  슬픔 짙은 빛깔로 음울하게 서 있을 뿐이다.
  진은 매일이고 곡성 곁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진은 까치발을 하고 담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진은 멀리 산북의 밋밋한 산등성이를 타고 펼쳐진 과수밭을 점도록 바라보곤 했다. 그 과수밭에, 밤이면 화당랑이 저마다 더듬이에 등롱을 켜들던 그 천국의 풍경 같은 과수밭에 이제 사랑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지러운 꿈의 자락에 이끌리듯 밖으로 나와 담장 곁에 붙어선 그 눈빛에는 항상 애수와 여한이 안개처럼 젖어 있다. 그는 이 몇 달 동안 마치 다른 시간의 경계를 지나 온 것처럼 단정하던 얼굴빛을 잃어버렸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잡초처럼 어지러웠고 얼굴에는 어두운 골이 깊게 파여 있었다.


  은밀하게 빚었던 사랑에 대한 향수를 이루지 못한 채 유는 갔다.
  스스로 그어 돋우어진 상처를 운명인 양 받아들이며 유는 갔다.
  하늘이 준 만큼 사랑이며 목숨을 건사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고 덧없음을 진에게 깨쳐주며 유는 갔다. 


  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 불어와 먼 곳의 향기를 묻혀 놓는다. 과수밭에는 하얀 꽃이 백사지 같이 피여 있다. 두 부락의 사람들은 곡성지경에 남북과(南北果)라는 과일을 심었다. 도작(盜作)하는 과수농들이 가만히 산북종과 남하종을 접종하여 배육해 낸 과일, 과육이 많고 그렇게 달콤했다. 가을이면 달디단 과즙의 향이 백 리 밖까지 내달렸다. 가만히 재배하지만 두 부락의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과일 이였다.
  접목 되여 꽃 피우고 열매를 다는 과일처럼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어울려 꽃을 피우려 했는데, 풍성한 결실을 맺으려 했는데...


  - 차라리 꿈이였더면은 …

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슬픔에 사무쳐 눈을 감았다.


  그 사이 불독이 새끼를 낳았다. 산북의 《홍모》와의 사랑의 결정 이였다.
  미물도 저렇게 거침없이 사랑을 나누는데...


  새끼 개의 함함한 털을 쓰다듬으며 감개에 젖어 진은 또 다시 눈물을 쏟았다.


  심산(心散)하기 그지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진은 구명(求命)처럼 한 사람을 머리에 떠올렸다.

   호수 위로 어둠이 성깃성깃 내리고 있다. 어둠 살이 묻어나는 호수는 극도로 붓을 아낀 수묵화 같았다. 스승 명은 깊은 산 속 호수 가에 기거하고 있었다. 속세를 떠나 깊게 은둔해 있었다.
  오래 동안 보지 못했던 스승은 많이 늙어 있었다. 탈색시킨 광목 같이 노리끼리하게 파리해진 얼굴 군데군데에 앉은 검버섯, 들뜬 잇몸, 허나 하나밖에 없는 눈빛만은 귀기가 어릴 정도로 형형하게 살아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은 목 울대가 조여들고 콧등이 시큰해 난다.  
  호수가의 너누룩한 돌에 정좌하여 스승은 반듯한 수면을 지켜보고 있다. 독락(獨樂)하는 듯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앉아 있었다.  


  - 스승님. 

 

진이 가까이 다가가며 불렀지만 스승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다. 진도 스승을 불러놓고는 뒤를 이을 어떤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복잡하고 분명치 않은 색채로 뒤범벅된 혼란에 가득 찬 어제와 오늘과 수없이 다가올 래일들을 뭉뚱그릴 한마디의 말을 찾을 수 없어 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얼굴로 스승을 찾았던 진은 스승의 골몰한 모습에 말을 삼키고 스승의 눈길을 쫓았다.


  호수의 복판에서 불이 피여 오르고 있었다. 파란 불길이 피여 오르고 있다. 오래 된 못에 침전된 가스로 생기는 불 이였다. 미약한 바람에도 불길은 춤꾼의 허리처럼 흔들거렸다. 스승이 몸을 스르륵 일으켰다. 강물 한가운데 떠서 삿대 없이 스스로 흘러가는 뗏목처럼 스승이 몸을 움직였다. 진을 방임한 채 혼자처럼 스승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 스승의 춤사위가 이전보다 많이 바뀌어있음을 진은 느낄 수 있었다.
   춤을 추며 명이 입을 열었다. 낮은 목소리가 수면 우에 어린다. 저음의 피리소리 같다.


 - 물의 흐름을 찬이 보아라. 
  물은 맑고 깨끗한 심상을 지녔다. 물은 풍요한 덕성을 지니고 있어서 세상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져준다. 불의 흐름이 강한데 비해 물의 흐름은 유연하다.
  불의 열정을 지니되 물처럼 행동할 것을 바란다. 불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일소해 버린 다면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새로운 창조를 기약할 수 있다. 거친 불 뒤의 물은 새로운 재생을 말해 준다.
  불춤을 추는 우리가 물로 만나자는 의미는 불의 열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열기를 더 크게 살리기 위함이다. 탁하고 어지러운 것이 사그러진 후의 순결한 재萱?위함이다.
   네가 물의 흐름을 모를 때 불의 타오름도 다 리해할 수 없을 거다. 이것이 내가 산북의 춤과 우리 춤에서 더듬어 낸 전부다 ....


  스승의 낯설면서도 익숙한 춤사위에서 진은 그 전하고자 하는 춤의 언질을 뒤미처 받아 안았다.  세상을 버리려는 듯, 세상을 안으려는 듯한 그 무아의 몸짓에서 한낱 애욕의 틈바구니에 보잘것없이 서있는 자신을 보았다.


 호수에 꽃은 없었지만 진은 분명 향기를 맡았다.

시린 상처가 피워 올리는 향기였다.
                       

진, 동인들을 보내다
  

   밤  늦도록 진은 석등이 타오르는 뜰에서 하나 하나의 춤사위에 땀 벌창이 된 몸을 싣고 있다.


  오랜만에 스승을 뵈였다. 회한과 미련으로 삶의 갈피마다 어찌할 수 없이 저지르게 되는 인간적 약점으로 부대끼면서 그런 드팀없는 스승을 대하는 진은 눈가에 슬몃 부끄러운 눈물이 맺혔다. 마음자리 마디마디에 접붙여진 스승의 말을 떠올려 보노라니 자기를 떠밀어온 모든 감정과 책무, 삶을 속박했던 육신의 욕망, 그리고 그 주기에서조차 벗어난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북채를 잡았고 새로운 춤사위에 자신을 잡아넣었다. 스승의 언질을 들으면서 진은 단전(丹田)에서부터 올라오는 새로운 기(氣)를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진으로 하여금 확실하게 북채를 잡게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저리치도록 가슴아프게, 때로는 너무 서글프다 못해 더러 유쾌한 느낌을 주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그는 춤에 자기를 바쳤다.

  
   춤을 추면서 한편 진은 교를 기다리고 있다. 불독이 진의 곁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린다. 한나절부터 불독의 새끼가 보이지 않았다. 불독을 따라 새끼를 찾아 나섰던 진은 어느 개울가에서 개의 목에 걸어주었던 액세서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개의 털을 발견했다. 언뜻 짐작이 가는 쪽이 있었고 진은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눈곱이 잔뜩 끼고  진득한 콧물이 흐르는 개, 새끼 잃고 주눅들어 처량해하는 불독이 가여워 턱과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자 개는 진의 팔에 얼굴을 비벼댔다.
   문뜩 노래 소리가 들렸고 돌계단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교였다. 턱없이 큰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가 올라 오고있다. 교는 몹시 취해 있었다. 늘 불쾌하게 취해있는  교의 그런 모습이 진의 속을  울컥 뒤집었다. 뜰에 섰는 진을 발견하자 교의 눈빛이 잠깐 굳었다.
  - 왜? 너도 한잔 할려나?

 


  교가 주기가 력력한 눈으로 앞을 막는 진을 쳐다보았다. 괴춤에 달린 술 조롱박을 내밀었다. 그 조롱박을 진이 밀쳤다. 교의 몸에서 풍기는 썩은 과일 같은 술 냄새를 참으며 진이 물었다. 


  - 개를 어찌한 거니?
  - 몰라


  시치미를 따며 지나치려는 교의 손목을 진이 감쳐 잡았다.


  - 말해봐. 개를 어찌한 거냐구? 불독의 새끼를.


  교가 몸을 가누며 진을 쳐다보았다. 입 귀에 야비한 웃음을 물고 자기의 배를 가리켰다.


  - 이 속에 들었다. 왜?


  진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 개고기 냄새를 맡으면 하늘의 신선도 내려온대.
  - 뭐야?


  짐작한 바였지만 그의 입으로 사실을 확인한 진은 격노를 참지 못했다. 교의 면상을 주먹으로 내 질렀다. 교가 석등 앞에 뒹굴었다. 그런 교의 멱살을 끄잡아 진이 일으켰다.


  - 너 왜 이러고 있어? 선생님의 당부도 잊었어? 지금 넌 이 무용단의 유일한 책임이야.


  요즈음 교의 행동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교는 완연 딴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춤에 도통 관심이 없었던 반면, 제멋대로 《화택》을 뛰쳐나갔다는 밤늦어야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얼마 전에는 무용단 애들을 끌고 족장이 첩을 맞아들이는 잔치로 가서 춤을 추어주었다. 그때 함께 가자고 잡아끄는 교를 진은 단호히 밀쳤다.


  - 우리는 신을 노래하는 무용단성원이지 족장의 노리개가 아니다.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적봉의 나래 부러진 매로 살지언정 속세의 나래 성한 닭으로 살지 말라던 그 말씀이.


  하지만 교는 몇몇 애들을 끌고 기어이 잔치에 참석했다. 오늘도 족장의 생일이라 보신용으로 개를 잡아 바친 것 이였다. 일전에 장에서 산 일월이 새겨져있는 도자기도 교는 족장에게 선물했다. 그렇게 권세 자들에게 비굴과 아첨을 보이는 교에게 진은 릉멸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동인에 대한 굳은 믿음에 균렬이 생기고있음을 진은 느낀다.
  진이 《화택》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북채를 벗겨들고 나왔다. 스승 명이 교에게 넘겨준 북채였다.


  - 선생님의 믿음에 미안하지도 않아? 남들 앞에 본을 보여 줘야 할 네가 왜 이러는 거냐? 왜?


  일심으로 춤의 길을 걷자고 맹세하던, 그렇게도 양양하던 꿈 몰이의 초반이 생각나 진이 교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 혼자서 잘난 척 말어.


  교가 손사래를 쳤다.


  - 나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밥되는 거 없고 돈 되는 거 없는 춤에 명줄을 달고 싶지 않다구.
  교가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말했다.
  - 이 숨막히는 곳에 나를 가둬놓고 안주하며 난 세상에 춤만이 최고라 믿어왔어. 헌데, 헌데 모두가 허상 이였어.


    그 말에 자제에도 불구하고 진의 언성이 높아졌다. 북채를 쳐들며 말했다.


  - 이 몽척(夢尺)에 미안하지 않아? 그래 신 앞에서 다짐한 초지(初志)를 버리겠단 말이냐? 꿈을 이루려고 맹세했던 우리가 아니였나?


  교가 웃겨 하는 표정을 감추려하지도 않았다.


  - 맹세? 뭘 맹세해? 무자가 된답시고? 무자가 되는 길이 뭔지 너 알어? 난 이제야 알 것 같다. 무자, 그 표준의 금을 긋는 사람들은 권세 있는 사람들이야. 너도 봤지. 춤 경색에서 춤을 잘 춰도 못 춰도 평점은 그 사람들이 내린다구. 이게 현실이야. 이 세상에 진정한 무자(舞者)란 없어.


    교가 물지 똥 같은 랭소를 피식 흘리며 진의 손에서 북채를 앗아냈다. 석등의 불 집에 던져 넣었다.


  - 너 미쳤냐?


  진이 덴겁해 불 집에 손을 넣어 북채를 끄집어 내였다. 불붙는 북채를 훅훅 불어 불을 껐다. 타다가 반 남아  남은 북채를 들여다보며 혼자 말처럼 말했다.


  - 무릎이 부스러지더라도 나는 이 길을 갈 생각이다. 달리 다른 길을 알지 못하므로.
  교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도 아집 강하고 딱 부러진 진의 성격에 질려 버렸음이 확실했다. 술이 조금 깨인 듯한 눈으로 진을 보다 말했다.


  - 나 이곳을 떠날 거야.  


  며칠 안 되여 교는 과연 《화택》을 떠났다. 밤중에 슬그머니 떠나버렸다. 산을 내린 교는 엉뚱한 방향에서 출세 줄을 탔다. 부락의 곡창지기라는 작은 벼슬을 가졌다. 북채를 들었던 손에 쌀 담는 되를 들었다.
  교의 떠남에 유감을 보이던 염도 뒤미처 떠났다. 응집된 환상이 깨어진 뒤에 동인들은 자아를 찾아 뿔뿔이 흩어져간다.
  염은 결혼을 했다. 상대는 부락의 대부호의 조카였다. 무용경색에서 돈 많은 삼촌 때문에 방에 올랐던 그 조랑말 타고 으스대던 사람, 지금은 그도 산북장사치들과의 밀수거래로 부락에서 손에 꼽는 부호로 되었다.
  사인교가 화택에 까지 와서 염을 맞아갔다. 떠나면서 염은 진에게  무언가 남겨 주었었다. 북채에  다는 붉은 술 이였다.


  - 지난 봄, 장거리서 산 거야. 원체 일찍 주려 했었는데...


  염은 뒤 말을 흐렸다.


  - 춤으로 대성하길 바란다. 못난 우릴 닮지 말고. 


  염이 사인교에 올랐다.


  - 잘 살아 봐. 행복해야 돼.


  조금 서글픈 마음을 감추며 진이 조용히 축복해 주었다. 자기를 향해 짓는 그 미소 속에 사람을 꿰뚫어보는 힘이 느껴져서 염은 좀 무안해졌다.
  사인교가 《화택》을 떠났다. 사인교의 뒤를 따라가며 불독이 컹컹 짖어 댔다. 진은 사인교를 둘러싸고 장구 치고 나팔을 불며 내려가는 혼례대오를 지켜보았다.  


  - 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뭘까. 세상은 얼마나 자질구레한 것들을 필요로 하는 걸까. 세상 것 가운데 욕망과 황금과 치환할 수 없는 것이 정녕 있는 걸까.


   《화택》의 뜰에서 진은 초겨울 빈 들판에 홀로 꽂힌 허수아비인 양 오래도록 서있었다. 뿌리를 보이면 죽는다는 모종(苗種)을 옮기듯 반 도막남은 북채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서있었다. 그러다 진이 그 누구의 지령을 받은 사람처럼 북채를 쳐들었다. 휘둘렀고 북소리를  따라 몸을 솟구었다. 마치 자신을 소진(消盡)시키듯 격렬한 춤을 추었다.


  사인교가 멀리 굽이를 돌 때까지 북소리는 끊기지 아니하였다.
  햇빛이 완전히 사월 때까지 북소리는 끊기지 아니하였다.
  적봉에 달이 뜰 때까지 북소리는 끊기지 아니하였다.

 


                              

진, 금기를 범하다

 

 


  비의 계절 이였다.
  비의 오지랖 넓은 손길에 세상 천지 젖지 않은 것이라곤 아무도 없다.
  비는 벌창해진 성미로 산 홍수를 몰아왔다. 홍수는 적봉기슭의 《화택》을 무너뜨렸고 부락 사람들의 가옥이며 전답을 밀어 버렸다.


  초미(焦眉)의 문제는 부락에서 불씨가 하나 둘 꺼진 것 이였다. 무심했던 사람들은 급기야 당황해 졌다. 불씨를 얻으러 백방으로 애썼다. 그러나 저장해둔 발화목(發火木)들이 비에 눅눅해진지라 나무를 비벼대도, 화도(火刀)를 극성스레 쳐대도 불을 일으켜 내는 수가 없었다. 족장이 총애하는 교를 불러 화신무도 추게 하면서 화신에게 치성을 드렸지만 종시 불을 일으켜내는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 며칠째 취연(炊煙)을 볼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 밤이면 집집마다 켜들던 호롱불을 볼 수 없었다.
  마을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석등이 꺼진 《화택》의 뜰에서 진은 비에 갇힌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대줄기 비를 맞으며 진은 산을 내렸다. 곡성을 넘었고 무언가를 짊어지고 다시 넘어 왔다.
  그의 등에 진 것은 불을 저장하는 장화통(藏火筒)이였다. 진은 담 곁의 높은 산 더기에 잠간 멈추어 서서 비안개에 뽀얗게 가려진 산북의 산을 바라보았다. 물빛 알갱이들이 허공 속을 내리긋는 게 보였다. 과수밭가에 묻고 온 유가 이 찬비에 떨고있을 것을 생각하니 목이 메였다. 한편 남하의 곤궁을 헤아려 불씨를 선선히 넘겨준 산북 사람들이 고마웠다. 


   적봉 동굴 속의 화신을 모신 화당에 다시 불이 피여 올랐다. 집집의 창문마다 불빛이 송이송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굴뚝에는 연기가 피여 오르기 시작했다. 기쁨과 감격에 들뜬 마을사람들이 삶은 음식을 들고 《화택》에 찾아왔다. 불씨를 얻어준 진을 에워싸고 춤 마당을 펼쳤다. 진의 춤사위에는 전에 없는 활력이 묻어 있었다. 그들과 어우러지면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춤에 대한 보람을 진은 피부로 느낀다.

  세상을 삼켜버릴 것처럼 성이 나 흘러 넘치던 비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드디여 멎었다. 그리고 하늘 깊숙이 스민 붉은 빛이 서서히 부락의 상공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어느 아침, 누군가 적봉을 가리키며 깨지는 소리를 질렀다. 적봉의 산정에서 놀라웁게도 검은 실연기가 피여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적봉은 연기를 뿜고 있었고 달빛인지 별빛인지 모를 박명(薄明)에 서려있다. 수상쩍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산을 쳐다보며 말세가 오려나고 부락사람들은 저마다 불안에 몸을 으스스 떨었다.


  그 경악의 불길에 기름을 부으며 대각 소리가 울렸다. 족장 굉이 두 볼을 팽팽히 살리며 대각을 불었고 그 소리에 부락 사람들이 바삐바삐 적봉기슭의 《화택》에 모여들었다. 족장을 위시하여 10명의 장로들이 앞에 나섰다. 누구의 이마에나 음습하게 드리워져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사람들은 읽을 수 있었다. 살벌한 기운이 축축한 대기 속에서 굼닐었다.


  포리들이 결박을 지운 사람을 끌어냈다. 진이였다.
  월경(越境)하여 산북의 불씨를 훔쳤고 또 사사로이 불씨를 나누어주었다는 것이 죄였다. 불씨는 매년 초봄, 부락에서 화신제를 연 뒤 부락의 권위인물이 가가호호에 나누어주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한낱 춤꾼이 족장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불씨를 나누어주었으니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죄장이 들 씌워진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 진이 일전에 지경을 넘어 산북의 녀자와 사랑을 나눈 일까지 들고 나왔다.
  족장이 크악! 크악! 가래침을 돋구어 뱉고 나서 입을 열었다.


  - 진은 이웃 산북에 넘어가 불씨를 훔쳤다. 이는 두 부락사이의 적대감정을 극화시키는 도화선으로 될 수 있다. 그리고 부락의 허락도 없이 아무사람에게나 나누어주었다. 여러분이 그의 죄를 낱낱이 까밝혀 문죄하기 바란다.


  진은 연막 낀 눈으로 족장과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그 동안 홍수에 밀린 《화택》을 수건하고 넘어진 석등도 세우며 밤을 패였던 진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피로해 보였다.
   장로 하나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진이 비록 불을 훔쳐왔다지만 일방적으로 그를 문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진은 마을사람들이 불을 지피지 못해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는 정경을 보고 그들을 구하자는 일념에 그 후과를 알면서도 월경했던 것이옵니다.  


   또 한 사람이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었다.


  - 아시다시피 적봉이 이상한 기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낱 춤쟁이가 망동한데서 산신을 노엽힌 결과라고 봅니다. 그를 중죄로 다스려 신의 감정을 무마시키는 것이 도리인가 봅니다.


  - 잠깐요. 상기의 죄를 지었다하더라도 진은 화신무용단의 맥을 이어나갈 인재입니다. 그런 그에게 중형을 내리면 우리 남하족은 하나의 출중한 춤꾼을 잃게 될 겁니다. 족장 님께서 명찰하시옵소서. 


   진은 함구무언 머리를 숙이고만 있었다. 숙인 머리통 속의 새하얀 속살과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촘촘히 밴 땀을 보이고 있다. 그의 반발은 무력하고 막막했다. 그의 정당성의 전개를 허용할 만한 어떤 종류의 빌미도 족장은 만들어 주질 않았다. 그런 족장의 태도는 진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족장이 길어지는 변론을 무참히 끊어 버렸다. 


  - 투석으로 결정하세나.


  장로들이 부스럭거리며 저마다 옷소매 속에서 돌멩이를 꺼내들었다. 사람들 저마다 숨을 꺽 죽이고 돌멩이를 지켜보았다. 홍석은 문죄(問罪). 백석은 사면(赦免)이였다.


  홍석이 다섯 개 백석이 다섯 개가 나왔다.
  투표를 다시 했다.
  역시 홍석 다섯 개 백석 다섯 개가 나왔다.


  - 문죄와 사면으로 의견이 각이 한데 공정을 위해 몇 사람 더 선발해 아퀴를 짓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장로하나가 제안했다. 마을에서 신분 있다는 몇 사람을 불러냈다. 그 사이에 교와 염도 끼여 있었다.
  투석이 다시 되었다. 염이 선 참으로 백석을 던졌다. 그런데 교가 머뭇하고 있었다. 불안한 시선을 연신 좌우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교가 침을 소리나게 삼키고 나서 꼭 움켜 쥔 손을 펼쳤다.


  홍석이였다.


  염이 당혹한 눈길로 교를 쳐다보았다. 교는 염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비껴보고 있었다. 그들은 형제인 것이다. 한 무용단에서 예술의 비상을 위한 둥지를 틀었고 매일이고 나래 치는 련습을 하면서 고통과 영욕을 같이 나누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속에 족장이 소리 높여 심판결과를 알렸다.


  - 결과가 나왔다. 홍석이 15개, 백석이 13개. 명의 전철을 밟은 진을 쌍목형으로 문죄한다. 
  - 안되오. 진이 우리에게 불씨를 주었는데 오히려 그에게 벌을 내리다니.


  사람들이 와글와글 떠들었다. 두꺼운 겹 주름이 뒤룩뒤룩 덮인 시푸르뎅뎅한 얼굴로 족장이 사람들을 흘려보았다. 그리고 손짓으로 포리들을 불렀다. 족장에게 사람들의 반대의 소리는 쥐가 벽을 갉아대는 소리쯤으로 들렸다. 포리들이 형틀이며 화로, 부저가락 등으로 형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두 번씩이나 중복되는 잔혹한 행태에 몸서리를 쳤다. 포리들이 진을 말뚝으로 끌어갔다. 말뚝에 머리를 얽동이려 하였다.


  - 잠깐만
  진이 소리질렀다. 


  - 청구 하나가 있나이다.
  - 뭐냐?


  족장이며 모두들의 눈길이 진에게 쏠려 졌다.


  - 마지막으로 화신무를 한번 추고 싶습니다.


  족장이 턱짓을 했다. 포리들이 결박을 풀어 주었다. 염이 눈물을 삼키며 북과 북채를 찾아 주었다. 아스라한 절망이 감돌던 진의 눈이 호수 같은 온정을 찾아 있었다. 북채, 반도막이 난 그 북채를 진이 추켜들었다.


  북 소리가 울렸다. 습기를 먹은 북이 좀 틀린 듯 하나 더 웅숭깊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사람들의 골수를 쪼개고 들어갈 정도로 처량했다. 진이 덫에 치인 짐승처럼 몸을 흔들었다. 마음속 가득 찬 공포와 울화를 털어 내련 듯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춤에는 애절한 인내와 맵싸한 고통이 배여 들어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슬픈 사연을 흐느껴 하소연하기도 하고 벅찬 가슴을 감싸며 하늘을 우러러 열락(悅樂)의 몸짓을 짓기도 한다. 진은 마지막 춤으로 응어리진 정한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둘러선 사람들은 저마다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한정어(限定語)가 가슴을 찔러서다.


  평상 우에서 진이 춤을 마무리했다. 하나의 청동 조각처럼 굳어져 춤의 마지막 소절을 마쳤다. 진은 호흡을 고르며 눈을 들어 사위를 둘러보았다. 포악을 떠는 족장이며 형구를 갖추며 채비를 하고있는 포리들이며, 속수무책의 련민으로 쳐다보는 마을사람들이며, 그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염이며, 슬그머니 돌아서 사람들 틈바구니를 빠져가고 있는 교의 뒤 잔등이며, 끙끙대며 젖은 털을 혀로 핥는 불독이며, 아아 하게 솟은 적봉이며. 멀리 길게 누웠는 곡성이며...를 동공 속에 낱낱이 새겨 두었다.


  - 시간이 되었다.


  족장의 포효가 울렸고 포리들이 진에게 결박을 지우려 평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진이 들린 사람처럼 간간하게 웃었다. 하늘 우러러 대갈일성(大喝一聲)을 지르며 두  손가락을 곧추 세워 자신의 눈을 힘껏 들이찔렀다.   
                              

진, 불과 만나다

  
   토우 앞에, 진은 꿇어앉았다. 무릎은 으깨져 피투성이였다.

더듬으며 넘어지며 찾아온 화신이 모셔졌는 동굴, 피범벅이 된 얼굴에 화당의 온기가 끼쳐왔다. 아직도 온몸 골골샅샅에 밴 채 응어리로 남아도는 통증에 정신이 가물가물해 졌다. 진은 화신이 모셔졌을 곳을 짐작으로 확인해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 했다. 피를 뚝, 뚝 흘리는 듯한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고 앉았다.


  흙 인형이 입을 열었다.


  - 고통스럽느냐?
  - 예,


  터진 입술을 혀로 적시면서 진은 꺼져 가는 소리로 말했다. 용암으로 지져놓아 움푹 패인 듯한 몸과 마음의 깊은 고통을 술회할 길 없어 몸부림하는 그의 텅 빈 눈확으로 눈물이 배여 나왔고 그것은 이내 묽은 피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 고통에서 해탈 할 방책을 대줄 가?
  - 대주옵소서.


   화신이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


  - 춤을 버려라.


  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부림하는 그의 손에 옷 속에 품은 반도막의 북채가 만져졌다.


  - 버릴 수 있겠느냐.


  진이 말이 없자 토우가 다시 한번 물었다. 북채를 뿌지직 소리나게 잡으며 진이 또박또박 말했다.


  - 못, 못 버리겠삽니다.


  그런 진을 지켜보다 토우가 감개를 토했다.


  - 업연소치(業緣所致)라. 모든 것은 업에 의해 이루어진다더니, 너무나도 질긴 업장이로구나.


  진에게 들붙은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신은 입을 다물어 버렸고 이윽고 눈도 감아버렸다.

 

 

  적봉의 산정에서 피여 오르던  실연기가 굵어져 갔다.
  적봉 우를 까맣게 뒤덮으며, 괴이쩍은 울음을 울며 새들이 날아갔다.
  적봉으로부터 화산재가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화산재는 부락을 무채색의 전경으로 만들었다. 하늘은 재빛 모포를 뒤집어 쓴 듯 하다. 산도 집도 사람도 온통 재 빛이었고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도 먹물 이였다. 재가 날리는 바람 속에는 온통 녹슨 쇠붙이 냄새와도 같은 것이 스며 있었다.


   그와 함께 마을사람들은 산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뢰소리를 방불케 하는 그 소리는 산 속 깊이로부터 울려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날짐승들의 불안한 소리에 뒤섞여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도 있었다.
  북소리였다. 북 소리는 적봉아래의 《화택》으로부터 울려오고 있었다. 《화택》은 화산재가 뒤섞인 재 빛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북소리는 운무를 비집으며 집요히 울려나오고 있었다.


  - 천렬지화(天裂之火)가 닥치려나 보다.


  머리에 화산재가 한 켜나 앉은 족장이 몸을 으스스 떨었다.

 


  드디여 어느 아침, 꽈르릉!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적봉의 꼭대기로부터 화염이 뿜겨 나왔다. 잠자고 있던 적봉이 몸을 틀며 용트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은 삽시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남부녀대하고 집과 가축을 버린 채 사람들은 천방지축 마을을 뜨기 시작했다. 산의 골을 타고 진 붉은 용암이 터져 내렸다. 용암은 홍수처럼  골을 이루며 흘러 내렸다. 흘러내려 가옥들을 태웠고 나무와 풀을 핥았으며 곡성을 밀어 버렸다. 사람들은 아우성이며 불을 피해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 난장 속에서 한 사람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쪽을 마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진이였다. 적봉으로 난 돌계단을 톺아 더듬이며 비칠이며 진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불안한 듯 주위를 경계하며 불독이 사납게 짖어댔다. 날카로운 이빨이 불빛 속에서 번뜩인다. 불독이 진의 바지가랭이를 물어 당겼으나 주인의 확고한 발길을 돌려내는 수가 없다. 주인의 용의를 알아 개는 이젠  주인의 앞에 나섰다. 앞에서 향도를 해주었다.


  용암이 터져 오르는 굉음에 귀때기가 잘려나갈 듯 했다.

날리는 화산재에 목이 메였다.

회오리를 만들며 불어온 불의 열기가 진의 얼굴을 할퀸다. 머리칼을 불불이 세운다.

그러나 진은 손톱 세우고 덤벼드는 불의 열기를 맞받아 앞으로  걸어간다.

어릴 적 불에 데였던 진의 왼편 이마 전에 동전잎 만한 흉터가 력력히 돋아난다. 북과 북채를 가슴 앞에 꼭 그러안은 채 진은 오로지 돌계단으로 오르고 있다.

그 길이 진에게는 자기가 념원하는 궁극에로 통한 회랑(回廊)을 걸어가는 것과도 같게 생각 되였다.

그는 지금 화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벌창해진 용암이 계단을 핥으며 흘러 내렸다. 불붙는 소리가 우우 귀가에 들려 왔다. 가까워지는 불을 느껴 진이 사력을 다해 북을 두다렸다. 불의 춤을 추었다. 불의 노래를 불렀다.
   
훨훨! 훨! 훠어얼!
불이여 타올라라
타올라라 불이여

 

  캐갱! 앞에서 날아오는 불덩이들을 삼키며 길을 안내하던 불독이 비명을 질렀다. 처연하게 짖으며 용암에 묻혔다 순식간에 하얀 뼈의 몸뚱이만 남았고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그 뼈마저 용암이 녹여버렸다.
 
훨훨! 훨! 훠어얼!
내가 불 이여라
네가 불 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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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6 "불의 제전" 창작후기 2007-06-29 73 2782
45 환(幻)을 말하다 2007-06-29 73 3504
44 베르테르 효과 2007-06-29 73 2760
43 인간문화재 2007-06-29 73 2788
42 피서(避暑)의 방식 2007-06-29 73 2711
41 투우의 진미 2007-06-29 73 2795
40 로총각 증후군 2007-06-29 73 2749
39 련재잇기 2007-06-29 73 3212
38 락방거자 2007-06-29 73 2795
37 [자치주55돐특집] 소설 조선족이민사 (1) 2007-06-29 73 2741
36 [자치주55돌특집] 소설 조선족이민사 (2) 2007-06-29 73 3629
35 천지괴물의 출현 그리고... 2007-06-29 73 2931
34 [자치주55돌특집] 소설 조선족이민사 (3) 2007-06-29 73 3199
33 9월의 축제 2007-06-29 73 3016
32 횡단보도 풍경 2007-06-29 73 2869
31 은행나무잎 설레일때 (1) 2007-06-29 73 3219
30 은행나무잎 설레일 때 (2) 2007-06-29 73 3100
29 은행나무잎 설레일 때 (3) 2007-06-29 73 3529
28 은행나무잎 설레일때 (4) 2007-06-29 73 3651
27 무자년 단상 2007-06-29 73 2847
26 문인존중 2007-06-29 73 2988
25 초상화 만들기 2007-06-29 73 2936
24 독서절의 의미 2007-06-29 73 2913
23 박경리선생님을 찾아서 2007-06-29 73 3785
22 핑구어리 2007-06-29 74 3726
21 천재지변 그리고 ... 2007-06-29 73 3740
20 상모놀이 2007-06-29 73 3542
19 이발과 혀 2007-06-29 73 3614
18 백수지왕 2007-06-29 73 3105
17 개고기 소고(小考) 2007-06-29 73 3521
16 악플과 선플 2007-06-29 73 3160
15 인간의 렬전 2007-06-29 73 4143
14 위험한 도피 2007-06-29 73 4052
13 노벨의 잔치, 그리고… 2007-06-29 73 3948
12 싸이코 패스 2007-06-29 73 3642
11 거짓말 탐지기 2007-06-29 73 3887
10 곡돌사신 (曲突徙薪) 2007-06-29 73 3133
9 조선족 트랜스젠더 2007-06-29 73 4511
8 신종 바이러스 2007-06-29 73 3900
7 백수 증후군 2007-06-29 73 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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