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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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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 (曲突徙薪)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134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곡돌사신 (曲突徙薪)

김 혁 

 

1

어쩌구려 기축년 새해의 들머리는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화재소식으로 장식되였다.
2월 초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바람을 타고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 전역을 휘감았다. 사망자만 210명, 실종자는 80여명에 달했다.

한국에서는 정월대보름날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 정상에서 열린 억새태우기 행사에서 산불로 인해 사망 7명과 중,경상 82명이라는 사상자를 냈다.

중국에서는2월 9일, 중앙TV가 북경에 신축중인 사옥에 린접한 북쪽 건물에 화재가 발생, 무리하게 불꽃놀이를 벌이다 발생한 화재에서 소방관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올해 문을 열 예정이던 30층짜리 호텔이 피해를 입었으며 CCTV 신축사옥 건물 일부가 불에 훼손됐다.

 

2

석연치 못한 마음으로 연거번거 발생하는 화재소식을 접하노라니 전한(前漢)시기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곡돌사신”이라는 고사이다.

여기서 곡은 (曲:굽을 곡). 돌은 (突:굴뚝 돌). 사는 (徙:옮길 사). 신은 (薪:땔나무 신)을 뜻한다. “굴뚝을 구부리고 굴뚝 가까이에 있는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다.”는 성구로 화근을 미리 치움으로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다는 뜻을 가지고있다.

이야기에 의하면 길 가던 어떤 나그네가 려염집을 찾아들어 하루밤 신세를 지게 되였다. 나그네는 그 집의 굴뚝이 너무 곧게 세워져 있어 이따금 불길이 새여나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였다. 게다가 굴뚝 바로 옆에 땔 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수 없어 나그네는 주인에게 충고해 주었다.

“이러다 큰일 나겠소이다.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도 멀리 옮겨 놓으시오. 그렇지 않다간 큰 화재를 입을지도 모르오”
그러나 주인장은 “별 오지랖 넓은 나그네 다 보겠네”하고 고깝게 생각하며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뒤 그 집에는 큰불이나 전재산을 태워버리고 말았다.

 

3

지난해 연변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390건이나 되며 직접적 경제손실은 660여만원에 달한다. 불과 춘절을 며칠 앞둔 1월 24일에도 번화가 서시장 뒤골목에서 화재가 일었고 29일에는 민속촌부근에서, 3월 30일에는 연길시 모아산국가삼림공원광장부근에서 련이어 2차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화재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고없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하기에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이라 할것이다.
봄이 오면 화재가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봄철에는 습도가 낮아 주위의 물체들이 매우 건조한 상태로 놓이게 되는 까닭이다. 뒤죽박죽 부는 봄바람 탓도 있다. 이 또한 화재를 재촉하는 기상요인이다. 따라서 봄철이면 조그마한 불씨라도 삽시간에 큰 불로 확대될수 있는 위험한 연소조건을 형성한다는것이다.
이러한 연소조건과 더불어 화기취급상의 부주의, 태만, 관리소홀, 만성화된 안전불감증이 화재의 주된 원인이 되고있다.

불은 우리가 잘 다루면 득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무서운 화를 가져다준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가슴에 깊이 새겨둘바가 있다.
“오지랖 넓은 나그네”의 귀뜸처럼 깐깐하게 예방하고 확인하는 “곡돌사신”을 실천하는 길만이 바람잦은 이 계절 화재나 재앙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종합신문" 2009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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