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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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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만들기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2937  추천:73  작성자: 김혁

. 문화칼럼 .


초상화 만들기


김혁


1,

 내가 맨 처음 읽은 인물전기는 어쩌면 춘추전국시대 법가의 대표인물인 상앙 (商鞅)의 이야기였다.
소학시절에 번역서로 읽었는데 통일국가 진(秦)을 세우는 데 공헌을 바친 한 사상가의 삶을 알고 읽은것 아니라 유생들의 코를 베고  말에 매달아 거렬형(車裂刑)에 처하는 끔찍하면서도 생광스러운 이야기에 끌려 읽은 것이였다.

진짜 전기다운 전기를 읽은 것은 “체 게바라 평전”이였다. 아르헨띠나의 한낱 의학도로부터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세계의 모순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 판단하고 혁명가로 거듭나 파란의 삶을 살다간 그의 생애에 반한 나머지 편역본으로 된 평전을 읽은뒤 다시 포토로 엮은 그의 화전(畵傳)도 사들였었다.
검은 베레모에 덥수룩한 수염, 랭소적으로 입가에 물린 려송연, 비쩍 말랐지만 형형한 눈빛… 이젠 세계적으로 캐릭터화 된 그 형상에 깊이 매료되였고 불굴의 투쟁의지와 만난을 헤쳐나가는 추진력과 결단력, 그 열정적인 자세에 존경을 머금었었다.

 그 후엔 문학, 예술계 명인들의 전기를 주로 읽었는데 로신평전, 윤동주평전, 서지마전기, 카프카 이야기  등을 읽었다. 시대에, 제반 분야에 굵직한 획을 그은 이들의 깊은 사상과 력동적인 몸짓을 읽으면서 우리 조선족작가들에게는 왜 인물전기 쟝르가 소외되고 있는지에 유감을 가졌었다.


2,

뒤미처 우리문단에서도 인물전기서들의 “봇물”이 터진듯 하다.

우선 연변대 김호웅 교수와 김학철옹의 자제분인 김해양의 공저로 된 “김학철 평전”이 중후한 모습으로 나왔다.
평전은 김학철옹의 문체를 그대로 닮았다. 조선족문학의 거목이며 비운의 작가인 김학철옹의 삶이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비장하게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장춘의 로작가 김수영의 장편인물전기 “중한우호의 전기인물 한성호”도 출간되였다. 40만자에 달하는 작품은 중한수교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한 한 애국화교의 노력을 진실하고도 감동적으로 기록했다.
자치주 부주장을 지냈던 “최채평전”도 올해부터 대형문학지 “장백산”에서 련재중이다.


문학적 감동과 학술적 객관성을 함께 지닌 묵직한 분량의 인물전기들은 근년래 침체화, 단일화 경향을 보이던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입해 주고 있다.

3,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그들이 이루어낸 업적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재구성하고 기술하고 있는 인물전기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쟝르로 우리가 새로이 주목할 만한 령역이다.
력사의 물줄기를 바꾼 개인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한 시대와 만나고 그 시대의 공과를 헤아려볼 수 있다. 변화의 시대를 보아내고 넉넉한 삶을 예시하는 새로운 눈을 인물전기들은 갖게 한다.

옛날부터 초상그리기를 진영(眞影)이나 영정(影幀), 화상(畵像)이라 불렀다. 얼굴 그림은 내면적 정신세계를 담아야 그 진가가 인정되였다. 마음까지 아우른다는 뜻에서 초상화그리기를 사심(寫心)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기는 빈틈없는 론리와 현실에 대한 탁월한 리해력을 바탕으로 한다. 작중인물의 생애와 사상의 얼개를 짜 맞추는 과정에 그 정신과 마음을 온전히 기술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 것이다.

어떤 인물전기들은 자료가 빈약하기도 하거니와 일방적으로 치켜세우거나 부정으로 일관 짓는다. 또 쓰고자 하는 사람의 삶의 론리가 어긋나 있고, 협소한 안목과 어수룩한 필재가 혼재할 때 진정한 인물전기의 품격과 괴리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功)과 과(過)를 엄밀히 평가하고 진실을 바라보는 랭정과 온유와 절제의 품격이 두드러진 인물전기수작을 읽을수 있기를 독자들은 바라고 있다.

변혁기 흔들리고있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할 때다. 작가들의 필끝에 누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과 함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에 따라 민족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인물들을 새롭게 투영하여 만방에 자랑스럽게 과시해야 한다. 그것은 분명 민족의 발전과 우리의 삶에 기(氣)를 불어넣는 좋은 작업으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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