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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낡은 기계□조기조, 실천문학의 시집 115, 실천문학사, 1997 앞부분의 시들이 보인 성취는 놀랄 만한 것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할 말로 뼈대를 만들고 정신의 긴장으로 밀고 가는 수법은 대가들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시집을 냈다. 중간에 산문시들은 너무 풀어져서 시와 산문의 어중간한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시가 주제가 분명하다는 것보다 더 유리한 것도 없다. 이 시집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미 내용물이 준비되었으니, 그것을 담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한자는 전혀 그릇이 돼주지를 못한다.★★☆☆☆[4337. 5. 31.]
572□시간이 지나간 시간□이사라, 문학동네 시집 64, 문학동네, 2002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각이 확립돼 있고, 그것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능력도 갖추었다. 남들이 보기 어려운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이고 능력이라면 그런 점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번뜩이는 바가 있다. 그런데 전체의 논조가 문명을 비판하자는 것인지 찬양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세월에 따라 흘러가는 삶의 모습을 노래하자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태도가 큰 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자는 그런 결점을 더욱 크게 한다.★★☆☆☆[4337. 6. 1.]
573□쉬잇, 나의 세컨드는□김경미, 문학동네 시집 60, 문학동네, 2001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다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 시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범벅이니, 손수건이라도 사들고서 책을 펼치라는 광고를 넣어야 할 판이다. 슬픔과 허무와 눈물이 시의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그렇게 쥐어짜는 까닭이랄까 내지는 그런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거의 없이 눈물로 도배하는 것은 흔하디 흔한 무명시인들이 쏟아내는 사랑 시집과 무엇이 다른가?★★☆☆☆[4337. 6. 1.]
574□경주 남산□정일근, 문학동네, 2004 개정판 생각이 가는 곳으로 삶을 끌고 가고 그곳에서 시를 걷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쓰면서 그 분위기로 시를 만드는 것은 한 경지를 이루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일기처럼 쓴 것들이 모두 시가 된다. 생각과 언어가 거의 틈을 보이지 않고 시로 나타났다. 특히 불교쪽의 사고체계를 시로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것이 별 무리 없이 삶의 느낌과 만나서 잘 융화하고 있다. 한자를 청산하지 않으면 애써 이룬 세계에 오점을 남긴다.★★★★☆[4337. 6. 1.]
575□적□윤석산, 시와시학 시인선 14, 시와시학사, 2000 시가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집이다. 시로 얘기해야 별 효과도 없고 가치도 없는 내용들이 시집의 거의 다 메우고 있다. 개인의 삶이 여과 없이 전해진다면 그건 시라고 하기 어렵다. 시에는 형식 면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시 나름대로 걸러야 할 것들이 있다. 그 여과지가 전혀 작동을 안 한 시집이다.★☆☆☆☆[4337. 6. 1.]
576□새에 대한 반성문□복효근, 시와시학 시인선 13, 시와시학사, 2000 시를 만드는 방법도 확립되었고 사물을 보는 눈도 갖추었는데, 시가 무겁다. 그 무거움은 말과 이미지가 서로 뒤섞인 것에서 생긴다. 이미지로 처리해도 되는데 굳이 말로 설명을 하려고 한 부분이 곳곳에 끼어있어서 시가 무거워졌다. 이 상태를 지속하면 자칫 넋두리로 전락하기가 쉽다. 이럴 경우엔 시를 만든 다음에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서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까지 깎아내는 훈련이 필요한 시집이다.★★☆☆☆[4337. 6. 1.]
577□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고재종, 시와시학 시인선 12, 시와시학사, 2000 농사꾼이 갑자기 화이트칼라가 되었는가? 삶이 시의 먼 지평선 너머로 물러섰다. 시가 산만하다. 시가 산만한 것은 시가 노래할 내용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이 선명하지 않은 것은 주제의식이 흐리멍덩하기 때문이다. 주제는 그렇다 쳐도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미지의 운용이 혼란스럽다. 애써 의미의 줄기를 찾아내면 불필요한 이미지들이 많고, 이미지가 선명하면 주제가 빈약이다. 주제를 한 번 더 정리한 다음에 그것과 상관없는 군더더기들을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자는 가장 먼저 잘라내야 할 군더더기이다.★★☆☆☆[4337. 6. 1.]
578□보물찾기□서종택, 시와시학 시인선 11, 시와시학사, 2000 시 한 편 한 편에 들인 공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시집이다. 그런 만큼 많은 시들이 흠집 하나 없이 잘 다듬어졌다. 그런데 제2부 같은 시들이 거의 말장난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현실 인식이 치열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잘못 선택된 내용에다가 공을 들였다는 말도 된다. 많은 시들이 따스한 서정으로 이루어졌지만, 제외시켰으면 좋을 시들이 뒤섞여서 아쉬운 시집이다. 그런 아쉬움 속에는 한자도 들어있다.★★☆☆☆[4337. 6. 1.]
579□슬픔에 손목 잡혀□나태주, 시와시학 시인선 10, 시와시학사, 2000 인생을 관조하는 시각이 확연하다. 너무 타성에 젖지도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성찰하는 태도가 잘 살아있는 시집이다. 억지 형식을 찾지 않고 느낌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탄력을 내며 빛난다. 그런데 많은 시들이 좋은 깨달음을 담으면서도 시답지 않은 설명으로 이루어져서 형식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드러난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4337. 6. 1.]
580□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이건청, 시와시학 시인선 9, 시와시학사, 2000 말에 매몰되지 않고 시를 지키려는 노력이 한 눈에 보이는 시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철저히 객관화하여 이미지 묘사로 대신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 방법을 고수한 태도가 돋보인다. 그런데 표현의 효율성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시집이다. 내가 그리는 이미지의 조합들이 전체 모여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것 말이다. 이미지는 모자이크와도 같아서 어차피 세계의 일부분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전체의 모자이크가 만드는 그림이 하나여도 그것이 담는 그림의 내용이 중요한 법인데, 두세 개의 내용을 담으려 한다면 그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시 한 편 한 편이 완성되어도 완성된 그 이미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난시처럼 여럿으로 일그러진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시집이다. 한자는 그 초점을 흐리는 문자이다.★★☆☆☆[4337.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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