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세상은 좋아보이는것뿐, 나쁘게 보이는것뿐...
2015년 09월 06일 21시 09분  조회:3827  추천:1  작성자: 죽림

<시작노트>

시인이란 이름으로

 

                                          심정자 시인

 

   詩를 쓴다는 것은 내게 더없는 행복이다. 혹여 왜 행복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말할 것이다. 생각을 문장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인이란 이름에는 흙냄새와 들꽃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 시는 닫힌 마음을 열고 멀어졌던 것들 불러들여 가슴으로 품을 힘이 생기게 한다. 시는 마술처럼 황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에게 시란 지지리 가난해서 애처로운 애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들꽃에서 이는 작은 바람 한 점에서도 사랑을 노래하며 자연의 평화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들꽃의 향기로 글을 쓰고 한 점 바람에 사랑과 평화를 띄우는 것이 시인이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보석 같은 희망을 건져내는 것이 시인이다. 마음의 때를 씻어 내리는 언어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냄새가 나는 시가 좋다. 나는 내 자신에게 ‘백치 아다다’ 임을 고백한다.

 

  새벽 산책하는 수봉산공원에는 기막히게 예쁜 정신이상인 여자 거지가 살고 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어김없이 이불 보따리를 옆구리에 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자주 만나는 얼굴에 대고 한마디 한다. “언니 나 김치 부침 좀 해줘! 먹고 싶어 죽겠다.” 어느 해는 “언니 나 감자 좀 쪄다 줘!” 한다. 사람 좋은 이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쟤 또 임신했나 보다” 하면서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면서 해마다 임신하는 그녀를 위해 다음 날 음식을 해다가 먹이는 모습을 여러 해 보았다.

  나 역시 잉태하고 있는 詩語들, 달이 차도 나오지 않고 일년 삼백육십오일 품고 있는 것들만 있다. 마음이 급해질 때면 울컥울컥 곧 쏟아 낼 듯 하다가 죽고 마는 것들, 그러나 또 품을 수 있는 가슴이 있으니 행복하다.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이러저러한 종자들은 나를 늘 메슥거리게 한다. 건강한 놈으로 빨리 낳기를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늘 멀미를 지병으로 달고 산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백치 아다다”임이 확인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집 <그리움의 무늬>에 실은 시 한편을 본다.

 

밤과 낮이 없다

아무데서나 부스럭거린다

허름한 담 모퉁이 으슥한 골목

아무 데서나 긁적인다

정적이든 동적이든

놓치지 않으려 받아 적는다

간첩으로 신고 당할지도 모른다

좋다

다 좋다 간첩이란 누명 써도

좋다

누명처럼

남기고

 

-「누명을 써도」전문

 

속이 메슥거리면 어떻고 늘 멀미를 하면 어떤가. 품고만 있어도 행복한 것을, 더구나 겨울을 건너 봄의 들녘에 닿아 시어를 잉태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회춘으로 수태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이 감사한 마음은 늘 다홍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고 있다. 찰랑찰랑한 다홍치마 길이만큼 긴 새하얀 앞치마를 지어 입을 것이다. 바쁜 살림살이에 밥을 짓듯이 시어를 짓기 위한 앞치마, 햇살 좋은 날에는 앞치마에 풀을 먹여 다듬이질하련다. 하얗게 빛을 낸 앞치마를 내 생애가 다하는 날까지 입을 것이다. 하늘에서 우리 인간에게 내려준 정을, 그 정이란 것을 실어 나르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 세상은 그렇게 좋은 일도 그렇게 궂은일도 없다. 다만, 좋아 보이는 것뿐이고 나쁘게 보이는 것뿐이다. 얼마나 여유로운 세상의 이치인가. 감사한 일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3 이육사 <<靑포도>>는 <<풋포도>> 2016-03-15 1 5191
1202 [ 이 아침 詩 한잔 드리꾸매]-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2016-03-15 0 3594
1201 내 인생은 처음부터 저주받았음이... 2016-03-14 0 4019
1200 詩공부시간- 詩퇴고 장소는 화장실... 2016-03-14 0 4022
1199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풍경 2016-03-14 0 3760
1198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목련꽃 우화 2016-03-14 0 3790
1197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그림자와 길 2016-03-14 0 3846
1196 조병화 시모음 2016-03-13 0 4467
1195 <아침> 시모음 2016-03-13 0 4021
1194 이시환 산문시 감상하기 2016-03-13 0 3921
1193 詩作初心 - 시에서 상투어를 사용하지 말기 2016-03-13 0 4396
1192 조선족 시문학 관하여(2000년 5월) 2016-03-12 0 4191
1191 윤동주, 아현동 굴레방다리 옛 간이역 앞 하숙방에서 詩 쓰다 2016-03-12 1 3967
1190 윤동주의 산문이 시와 함께 빛 발하다 / 연변에서 "동주" 소설이 나오다... 2016-03-12 0 5268
1189 詩作初心 - 텅빈것과 없음을 노래하기 2016-03-12 0 3828
1188 남영전 민족토템시 파헤쳐보기 2016-03-12 0 4679
1187 詩作初心 - 詩의 大空을 위하여 2016-03-12 0 4086
1186 시평론의 바른 자세와 "30년대 수준론" / 리상각 2016-03-12 0 4167
1185 詩作初心 - 詩에서 道와 깨달음 2016-03-12 0 3901
1184 詩作初心 - 詩로 상처를 어루만지기 2016-03-12 0 3950
1183 詩作初心 - 타령조詩를 알아보기 2016-03-12 0 3761
1182 詩作初心 - 한편의 시가 태여나기까지... 2016-03-12 0 3916
1181 詩作初心 - 시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기 2016-03-12 0 4121
1180 詩作初心 - 마음속 "여래"를 찾기 2016-03-12 0 3908
1179 詩作初心 - 로마로 가는 길 여러가지... 2016-03-12 0 4601
1178 詩作初心 - 시에서 비움의 미학 2016-03-12 0 4299
1177 詩作初心 - 기행시 알아보기 2016-03-12 0 4357
1176 詩作初心 - 물이미지 2016-03-12 0 4353
1175 詩作初心 - 바람이미지 2016-03-12 0 3722
1174 詩作初心 - 대지이미지 2016-03-12 0 3993
1173 詩作初心 - 광물이미지 2016-03-12 0 4020
1172 詩作初心 - 식물이미지 2016-03-12 0 4350
1171 생명의 씨를 뿌리는 시인 - 이시환 2016-03-12 1 3654
1170 詩作初心 - 시에서 생명의 표현 활유법 2016-03-12 0 4190
1169 詩作初心 - 牧人을 기다리며 / 반복의 미학적 시법 2016-03-12 1 3655
1168 산문시 몇다발 / 李箱 시모음 2016-03-12 0 4010
1167 詩作初心 - 뒤집어 소재를 찾고 행동하기 2016-03-12 0 3841
1166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진짜 어른 2016-03-11 0 3420
1165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인사 2016-03-11 0 3407
1164 詩作初心 - 시의 본문과 제목과의 은유관계 알기 2016-03-11 0 6009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